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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62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2화
========================
[테스타 새 예능 나옴]
(예고편 영상)
매번 레전드 존잼 뽑기로 유명한 사짜 피디와 테스타의 조합ㅋㅋㅋ
+시골 가는 건가 봐!
========================
한참 무언가의 본방을 보는 사람이 많은 평일 밤 11시.
김래빈의 팬은 직전 TV에 나온 해당 예고편을 보고 인터넷에 접속했고, 당연히 커뮤니티에서 관련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믿고 보는 조합
-헐 손자래 벌써 귀여움ㅠㅠ
-이번에는 진짜 힐링인가 봐 그래 우리 애들 쉬어갈 때도 됐어 진짜
-이건 진짜 팬만 볼 듯
└?? 이런 류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무슨 소리야ㅋㅋ
└타격감 X ㅋㅋ
정리하자면 매번 레전드만 터뜨렸던 제작진 조합에, 스테디셀러인 시골 밥상 컨텐츠라 반응은 적당히 좋았다.
그러나 김래빈의 팬은 알았다.
어그로가 별로 없다는 건 그만큼 핫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건 거의 순덕들만 댓글을 달고 있다는 거지.’
호떡과 무인도 때는 워낙 스펙타클해서 거의 인터넷 게시판을 뒤집어 놨었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하다.
한숨이 나왔다.
“휴우.”
남동생이 아닌 척 TV 예고편을 같이 보고 있다가 누나의 등을 찔렀다.
“왜, 쟤네 예능 나온다며? 좋은 거 아냐?”
“아 모르면 다물어 좀.”
이건 일종의 시그널이란 말이다.
‘매너리즘 신호!’
쌍욕이나 분노가 나오진 않았다. 단지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럴 시기인가….’
김래빈의 팬은 약간의 현타를 느끼고 있었다.
프리랜서로 사회초년생이 된 그녀는 슬슬 자신의 성격을 사회생활과 타협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비슷한 감상을 덕질에서도 느낀 것이다.
‘이제 연차도 찼고 대상도 탔으니 이런 정도는 편한 거 하고 싶다 이거지.’
그래. 다 같이 몸살이랍시고 며칠 쉴 때부터 알아봤다. 가뜩이나 이번 활동 타이틀 퍼포먼스가 미쳤지 않은가.
‘눈깔이 동태가 아닌 게 어디야.’
전이라면 ‘초심 잃은 새끼들 틈에서 중세 토끼 같은 내 최애 빼라’ 같은 소리를 하며 날뛰었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래… 쟤네도 인간인데 번아웃을 어쩌겠냐.’
카메라 앞에서 티만 안 내면 된다. 무대는 여전히 미쳤고 자기 관리도 잘하니까.
‘싸워도 금방 화해하는 것 같고.’
얼마 전 일본 콘서트 때는 박문대와 이세진이 싸운 것 같더니, 금방 티도 안 내게 된 걸로 봐선 프로의식도 여전하다.
그녀는 당시 물밑에서 잠깐 억측이 오갔던 그녀의 비밀 계정 타임라인을 떠올리다가 그만뒀다.
남동생이 짜증을 냈다.
“야 너 그래서 안 볼 거야?”
“볼 거야!”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좀 김빠지긴 했으나, 무인도 때처럼 자연재해 반전이라도 기대할 생각이다.
‘그래 봤자 시골에서 뭔 스펙타클이야. 선아현이 부엌에 불이나 지르겠지….’
그래도 저 PD의 전적이 워낙 화려했기에 그녀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1화가 방영된 날.
그녀는 약간 당황한다.
“……흠.”
의외로… 재밌네?
시작은 미팅 당시 테스타를 모아두고 이번엔 힐링이라고 부르짖는 제작진들이었다.
물론, 테스타는 안 믿었다.
[류청우 : 음… 무서운데요.]
[이세진 : 에이 이러고 저희 막… 사실 알래스카 시골이었다! 이런 거죠?]
[작가 : 진짜 아니에요, 진짜로!]
결국 기나긴 설득 시간 때문에 빠르게 감기 된 미팅 화면 속에서 눈물 젖은 자막까지 떴다.
[테스타는 아니면 고소해도 좋다는 발언을 듣고서야 제작진을 믿어 줬다…….]
“큼!”
김래빈의 팬도 웃을 뻔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테스타여도 그럼
-업보가 돌아왔네ㅋㅋㅋㅋㅋㅋ
스스로 반성하는 제작진의 분량까지 투입된, 자아 성찰의 시간이 웃기게 이어진다.
[막내 작가 : 정말 끝까지 문대 씨 의심과 걱정이 그냥….]
[PD : 우리의 죄가 깊다. 진짜.]
그리고 우중충하고 풍자적인 그 씬과 강렬히 대비되는… 테스타의 첫 촬영 날.
[테스타 : 와아아악!]
해가 쨍쨍한 날 분위기까지 폭주하는 버스 씬이 드디어 시작했다.
[설득의 효과는 굉장했다!]
[이 사람들, 제대로 신났다….]
화면 속 테스타는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경치를 보고 게임을 하고 난리였다.
[무아지경]
[배세진 : 위험하니까 안전벨트는 풀지 마!]
[이세진 : 맞아요 맞아, 다들 제자리에서 거리두기하고 즐겨~]
[차유진 : 예이!]
[진정한 언택트 무도회장]
[~너무 신나~]
힐링 키워드에 꽂힌 테스타는 완전히 나들이에 몰입해 텐션이 오른 상태였다.
[이세진 : 휴게소! 휴게소에서 우리 알감자 먹자!]
[박문대 : 나 현금 있어.]
[환호]
한마디로, 상상 이상으로 신나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 자기 자신을 놨는데?ㅋㅋㅋ
-어떡해 이번엔 진짜 놀아도 되니까 너무 신났어ㅋㅋㅠㅠㅠ
-이렇게까지 출연진이 뽕 뽑고 즐기려는 관찰 예능 처음임
테스타는 그 기세 그대로 숙소에 도착하고서도 제작진의 안내가 떨어지자마자 와글와글 카메라 속에서 움직였다.
[차유진 : 따뜻해요!]
[김래빈 : 밥 먹고 바로 눕지 마!]
노란 장판이 깔린 구들방에 들어가서 드러눕는 모습이나 장난감 같은 코인을 보고 재밌어하는 모습들도 활력이 넘쳐서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이세진 : 어이구~ 형이랑 가고 싶어요? 우리 같이 갈까?]
그리고 그 들뜬 분위기는 개까지 데려오자 최고치를 찍었다.
[뭉게 / 견생 3개월]
[박문대 : (안절부절)]
[혹시 동생인지 고민 중↑]
아기 반려동물 효과는 엄청났다. SNS 글마다 울부짖었다.
-아아아아아아아ㅏ
-문댕댕 동생 생겼냐고ㅠㅠㅠ
-이… 이 투샷이 완성되다니
-시고르자브종 아기 백구찹쌀떡이 두 마리!! 두 마리!!
“미친….”
김래빈의 팬까지도 입을 벌렸다.
‘박문대랑 머리 색이 똑같으면 이거….’
안 봐도 보정 짤 만드는 계정마다 캡쳐를 쏟아내고 있을 것이다.
[테스타 형들 안녕 (앞 발바닥)]
게다가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를 껴안고 어쩔 줄 모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는 다 큰 성인 7명은 웃기기까지 했다.
[차유진 : 고구마 더 주세요!]
[박문대 : 무슨 소리야, 더 먹으면 돼지 된다.]
[그러나 손은 솔직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자연스럽게 유진이 강아지랑 묶어서 취급하고 있어ㅋㅋㅋㅋ
-다들 정말 캐릭터 확실하다..
개는 온갖 수제 간식을 얻어먹으며 오동통해졌다. 차유진도 덩달아 이득을 봤다.
그녀는 홀린 듯이 예능을 계속 시청했다.
제작진들은 촬영분을 잘 만져서 테스타 각자의 변화나 서사도 귀엽게 잘 살려놨다.
가령 김래빈은 처음엔 주민들의 환영 픽에서 썩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상견례 필패상이잖아.’
그렇다. 퇴폐적이기까지 한 날카로운 인상과 피어싱 탓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김래빈 : 여기 있습니다!]
[김래빈 : 그렇다면 이걸로!]
[김래빈 : 제가 해오겠습니다!]
[(폭죽) 시대의 일꾼 손자 (폭죽)]
깍듯하고 순수한 태도와 차림새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산 사람 특유의 바이브였다.
나중엔 아예 주민들이 슬쩍 따로 간식까지 찔러주는 모습도 대놓고 방송을 탔다.
[주민 : 아휴 얘가 제일 일을 잘하는 것 같어! 아주 그냥 밥도 잘 먹고~]
[주민 : 거… 요거 하나 먹을 텨?]
[김래빈 :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뭐든 시키실 일이 있으면 편하게 불러주시면 됩니다.]
‘날 티와 너드미를 다 가진 아이돌 천상계 꿈의 조합 아닌지.’
시골과 김래빈 조합으로 밈은 확실히 양산되겠다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나씩 캐릭터가 윤곽이 뚜렷하니, 그저 티키타카만으로도 내용이 꽉 찬다.
싹싹하게 모르는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재롱을 떨고, 논두렁을 자전거 타고 달리며 식료품을 나르는 테스타.
[박문대 : 형 무슨 다리에 엔진이라도 달렸어요?]
[류청우 : 하하하!]
전반적으로, 팬이 보기엔 이것보다 좋을 순 없었다.
‘목적이 없어도 의외로 괜찮네….’
몇 년 묵었다고, 이제 테스타는 자기들끼리 그냥 둬도 어색하지 않게 잘 떠들고 프로그램을 이끌 줄 알았다.
그렇다 보니 그냥 평범한 시청자들이 스트레스 없이 보기도 좋아 보였다.
[선아현 : 날씨가 정말 좋아. 그렇지?]
[박문대 : 응.]
전자기기가 화면에 잘 안 나오고 시골 공간 특유의 감성 때문에 묘하게 옛날 청춘 느낌 났기 때문이다.
이전 예능들처럼 독특한 특색은 부족하지만, 테스타라는 이름이 특색이 될 만큼 값어치가 생겼으니 시청률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시청률 망하고 화제성으로 정신 승리하진 않을 것 같… 은데?’
정말 마당에서 바비큐를 시도하다 불 지를 뻔한 선아현부터 책을 논두렁에 처박고 비명 없이 절규하는 배세진까지. 개그도 은근 잘 챙겼다.
[차유진 : 불! 불! Fire!]
[배세진 : 고기 있잖아 모래 치지 마! 꺼! 그냥 꺼!]
[이세진 : 갸아아악!]
삐이익!
[※화면 조정 중※]
[무려 성인 일곱이 화롯불을 끄기 위해 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런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돌들에게서 나오는 깨알 같은 웃음 요소가 있었다.
‘나름대로 완급이 있잖아.’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이세진 : 냄새 좋다.]
[박문대 : 응.]
배달을 마치고 정자에 누워 아이스크림을 먹는 테스타는 다 웃는 얼굴이었다.
바쁘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떠나서 보여주는 편안한 민낯.
얼마 전 몸살 때문에 잠시 활동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쩐지 자신 같은 사람까지도 약간은 찡해지는 면이 있었다.
“이야 개가 상팔자네.”
“닥쳐.”
김래빈의 팬은 남동생에게 면박을 주고 다시 화면에 집중하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 : 와아아아악!!]
“…?!”
갑자기 아련한 정자의 풍경을 다 덮어버리는 시뻘건 자막이 뜬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떼로 외치는 환호와 비명이 화면을 뒤흔든다.
[??? : 됐다!! 됐네!!]
[??? : 앜ㅋㅋㅋㅋ]
그리고 검은 화면이 잠깐 떴다가… 다시 밝아진다.
마당에 모여서 박수치는 제작진들이다.
“…??”
“뭐야.”
그리고 다시 자막.
[왜 제작진이 이렇게 즐거워하는지]
[궁금하신가요?]
그, 그래.
[다음 주에 공개됩니다.]
“야!”
그리고 광고가 흘러나왔다.
“야 방금 뭐임?”
“몰라 나도!”
이 중간 광고 타임이 이렇게 열받았던 것도 오랜만이었다!
‘꺼져!’
그리고 다행히 금방 화면은 돌아왔다. 그리고 예고편도 정상적으로 방영되었다.
[문대가 수육하자는데?]
[대찬성!]
계속되는 힐링을 즐기는 테스타의 모습이다.
그런데 BGM으로 유명 드라마의 아련한 회상용 OST를 넣어왔다.
[그땐~ 좋았~ 었지~♪]
세피아 색으로 과거 회상처럼 변하는 화면까지.
“…!!”
아주 노골적인… 개수작 예고였다.
* * *
1화가 방영되었다.
그리고 나는 당황했다.
‘왜…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냐.’
아니, 좋을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대중적으로 잘 받아들여질 줄은 몰랐지.
‘꿀노잼 같은 소리라도 좀 달릴 줄 알았는데.’
편집의 마법 덕에 1화는 대조되는 분위기를 잘 활용해 깔끔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빠졌다.
물론 좋은 일이긴 한데, 약간 부작용도 있었다.
-아 제작진들 대체 뭐한 거얔ㅋㅋ
-웃긴데 슬프다 제발 너무한 짓은 하지 말았길 애들 저렇게 좋아하는뎈ㅋㅋㅠㅠ
-다음주가 두려움
-미치겠네 골때리는 거 나올듯ㅋㅋㅋㅋㅋㅋㅋㅋ
-이대로 가도 좋았을 것 같은데ㅠㅠ으 애들 고생하면 어쩌지
1화를 너무 잘 뽑아버린 바람에 분위기 반전을 약간 거북해하는 반응까지 나온 것이다.
덕분에 제작진들도 약간 비상이 걸린 것 같다.
‘괜히 뒤통수 갈겼다고 후회하나?’
그건 아닐 것이다.
솔직히 진도가 빠르고 1화라 공들여 편집해서 그렇지, 힐링은 빨리 질리니까.
그래도 지금 보니 내가 굳이 안 했어도 막판엔 제작진들이 알아서 힐링 코드로 다시 전환하지 않았을까 싶다.
수요가 괜찮다는 게 판명이 난 거니까.
‘뭐… 그렇지만 어차피 결과가 똑같으면 굴곡 많은 쪽이 재밌는 거 아닌가.’
제작진도 감사할 일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그때, 옆에서 본인도 반응을 살피고 있던 배세진이 입을 열었다.
“우리 촬영… 오늘까지지.”
아, 그 얘긴가.
“네. 이제 슬슬 철수해야죠. 어딘지 알아내면 괜히 사람들 몰려서 동네 뒤숭숭하게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녀석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런 것도 꽤 괜찮았어.”
“그러게요.”
후반에는 음식 거하게 만들어서 사람들 불러서 잔치하는 내용으로 채웠는데, 돈 펑펑 써서 제작진이 고통스러워하는 그림이 재밌었다.
‘물론 마지막엔 돈 문제도 잘 수습해 놓을 거고.’
여러모로 다양한 맛을 보여준 것 같아서 끝나고 보니 만족스럽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하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있잖아.”
“음?”
배세진은 인상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결국 당근 코인을 가져간 범인은 누구였을까. 애초에 그래서 이 모든 일이 발생한 거잖아.”
아, 그걸 신경 쓰고 있나.
‘일부러 남겨뒀는데.’
나는 카메라가 데이터 교체 중이라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작게 대답했다.
“뻔하죠. 내부자였을 걸요.”
“…!”
배세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진다.
“그, 그… 우리 중에 있다고!?”
“예.”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이면 재미없죠. 우리 중에 있어야 분량 뽑기도 좋고 반전도 임팩트 있으니까. 분명 우리 중에 있을 겁니다.”
배세진은 멍한 얼굴로 듣더니, 곧 납득한 것 같았다.
그리고 갑자기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나라고 생각해서 말하는 거야? 그, 연기력이 필요하니까.”
퍽이나 그랬겠다.
“아뇨. 형은 아니신 것 같고.”
“왜??”
아니라는데 왜 발끈하냐.
“형은 너무 안 태연했어요.”
“…?!”
배세진이 범인이었으면 더없이 침착하고 상식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평소처럼 핀트 안 맞는 진지함으로 과몰입한 모습을 보니 절대 아니지.
“사실 의심스러운 놈이 있기도 하고요.”
“누구?”
나는 고개를 돌려, 방 밖에 있는 놈을 쳐다보았다.
‘역시 저놈인가.’
큰세진.
여전히 기분 좋아 보이는 놈은 열심히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기력이 좋고, 순간 판단력과 사회성도 좋다. 스파이를 능청스럽게 하긴 완벽한 적임자다.
사실 코인 복제 때 저놈을 데려가지 않은 것도 이 이유가 가장 우선이었다.
‘혹시라도 제작진한테 찌르면 끝이니까.’
배세진은 내 시선을 보고 눈치챘는지 입을 떡 벌렸다.
“이, 이세….”
“그냥 의심이에요. 저희끼리 알고 끝내죠.”
“…큼, 흠. 그래. 알았어.”
나는 거기서 멈추기로 결정했다.
분량을 그렇게 좋아하는 놈이니까 마지막으로 방송상에서 나올 뒤통수 분량을 위해 남겨두는 게 좋겠지.
분명, 이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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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영상)

매번 레전드 존잼 뽑기로 유명한 사짜 피디와 테스타의 조합ㅋㅋㅋ

+시골 가는 건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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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무언가의 본방을 보는 사람이 많은 평일 밤 11시.

김래빈의 팬은 직전 TV에 나온 해당 예고편을 보고 인터넷에 접속했고, 당연히 커뮤니티에서 관련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믿고 보는 조합

-헐 손자래 벌써 귀여움ㅠㅠ

-이번에는 진짜 힐링인가 봐 그래 우리 애들 쉬어갈 때도 됐어 진짜

-이건 진짜 팬만 볼 듯

└?? 이런 류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무슨 소리야ㅋㅋ

└타격감 X ㅋㅋ

정리하자면 매번 레전드만 터뜨렸던 제작진 조합에, 스테디셀러인 시골 밥상 컨텐츠라 반응은 적당히 좋았다.

그러나 김래빈의 팬은 알았다.

어그로가 별로 없다는 건 그만큼 핫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건 거의 순덕들만 댓글을 달고 있다는 거지.’

호떡과 무인도 때는 워낙 스펙타클해서 거의 인터넷 게시판을 뒤집어 놨었는데, 지금은 그냥 평범하다.

한숨이 나왔다.

“휴우.”

남동생이 아닌 척 TV 예고편을 같이 보고 있다가 누나의 등을 찔렀다.

“왜, 쟤네 예능 나온다며? 좋은 거 아냐?”

“아 모르면 다물어 좀.”

이건 일종의 시그널이란 말이다.

‘매너리즘 신호!’

쌍욕이나 분노가 나오진 않았다. 단지 이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럴 시기인가….’

김래빈의 팬은 약간의 현타를 느끼고 있었다.

프리랜서로 사회초년생이 된 그녀는 슬슬 자신의 성격을 사회생활과 타협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비슷한 감상을 덕질에서도 느낀 것이다.

‘이제 연차도 찼고 대상도 탔으니 이런 정도는 편한 거 하고 싶다 이거지.’

그래. 다 같이 몸살이랍시고 며칠 쉴 때부터 알아봤다. 가뜩이나 이번 활동 타이틀 퍼포먼스가 미쳤지 않은가.

‘눈깔이 동태가 아닌 게 어디야.’

전이라면 ‘초심 잃은 새끼들 틈에서 중세 토끼 같은 내 최애 빼라’ 같은 소리를 하며 날뛰었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래… 쟤네도 인간인데 번아웃을 어쩌겠냐.’

카메라 앞에서 티만 안 내면 된다. 무대는 여전히 미쳤고 자기 관리도 잘하니까.

‘싸워도 금방 화해하는 것 같고.’

얼마 전 일본 콘서트 때는 박문대와 이세진이 싸운 것 같더니, 금방 티도 안 내게 된 걸로 봐선 프로의식도 여전하다.

그녀는 당시 물밑에서 잠깐 억측이 오갔던 그녀의 비밀 계정 타임라인을 떠올리다가 그만뒀다.

남동생이 짜증을 냈다.

“야 너 그래서 안 볼 거야?”

“볼 거야!”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좀 김빠지긴 했으나, 무인도 때처럼 자연재해 반전이라도 기대할 생각이다.

‘그래 봤자 시골에서 뭔 스펙타클이야. 선아현이 부엌에 불이나 지르겠지….’

그래도 저 PD의 전적이 워낙 화려했기에 그녀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1화가 방영된 날.

그녀는 약간 당황한다.

“……흠.”

의외로… 재밌네?

시작은 미팅 당시 테스타를 모아두고 이번엔 힐링이라고 부르짖는 제작진들이었다.

물론, 테스타는 안 믿었다.

결국 기나긴 설득 시간 때문에 빠르게 감기 된 미팅 화면 속에서 눈물 젖은 자막까지 떴다.

“큼!”

김래빈의 팬도 웃을 뻔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테스타여도 그럼

-업보가 돌아왔네ㅋㅋㅋㅋㅋㅋ

스스로 반성하는 제작진의 분량까지 투입된, 자아 성찰의 시간이 웃기게 이어진다.

그리고 우중충하고 풍자적인 그 씬과 강렬히 대비되는… 테스타의 첫 촬영 날.

해가 쨍쨍한 날 분위기까지 폭주하는 버스 씬이 드디어 시작했다.

화면 속 테스타는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경치를 보고 게임을 하고 난리였다.

힐링 키워드에 꽂힌 테스타는 완전히 나들이에 몰입해 텐션이 오른 상태였다.

한마디로, 상상 이상으로 신나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들 자기 자신을 놨는데?ㅋㅋㅋ

-어떡해 이번엔 진짜 놀아도 되니까 너무 신났어ㅋㅋㅠㅠㅠ

-이렇게까지 출연진이 뽕 뽑고 즐기려는 관찰 예능 처음임

테스타는 그 기세 그대로 숙소에 도착하고서도 제작진의 안내가 떨어지자마자 와글와글 카메라 속에서 움직였다.

노란 장판이 깔린 구들방에 들어가서 드러눕는 모습이나 장난감 같은 코인을 보고 재밌어하는 모습들도 활력이 넘쳐서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그 들뜬 분위기는 개까지 데려오자 최고치를 찍었다.

아기 반려동물 효과는 엄청났다. SNS 글마다 울부짖었다.

-아아아아아아아ㅏ

-문댕댕 동생 생겼냐고ㅠㅠㅠ

-이… 이 투샷이 완성되다니

-시고르자브종 아기 백구찹쌀떡이 두 마리!! 두 마리!!

“미친….”

김래빈의 팬까지도 입을 벌렸다.

‘박문대랑 머리 색이 똑같으면 이거….’

안 봐도 보정 짤 만드는 계정마다 캡쳐를 쏟아내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를 껴안고 어쩔 줄 모르며 저마다 소란을 피우는 다 큰 성인 7명은 웃기기까지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자연스럽게 유진이 강아지랑 묶어서 취급하고 있어ㅋㅋㅋㅋ

-다들 정말 캐릭터 확실하다..

개는 온갖 수제 간식을 얻어먹으며 오동통해졌다. 차유진도 덩달아 이득을 봤다.

그녀는 홀린 듯이 예능을 계속 시청했다.

제작진들은 촬영분을 잘 만져서 테스타 각자의 변화나 서사도 귀엽게 잘 살려놨다.

가령 김래빈은 처음엔 주민들의 환영 픽에서 썩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상견례 필패상이잖아.’

그렇다. 퇴폐적이기까지 한 날카로운 인상과 피어싱 탓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깍듯하고 순수한 태도와 차림새가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산 사람 특유의 바이브였다.

나중엔 아예 주민들이 슬쩍 따로 간식까지 찔러주는 모습도 대놓고 방송을 탔다.

‘날 티와 너드미를 다 가진 아이돌 천상계 꿈의 조합 아닌지.’

시골과 김래빈 조합으로 밈은 확실히 양산되겠다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나씩 캐릭터가 윤곽이 뚜렷하니, 그저 티키타카만으로도 내용이 꽉 찬다.

싹싹하게 모르는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재롱을 떨고, 논두렁을 자전거 타고 달리며 식료품을 나르는 테스타.

전반적으로, 팬이 보기엔 이것보다 좋을 순 없었다.

‘목적이 없어도 의외로 괜찮네….’

몇 년 묵었다고, 이제 테스타는 자기들끼리 그냥 둬도 어색하지 않게 잘 떠들고 프로그램을 이끌 줄 알았다.

그렇다 보니 그냥 평범한 시청자들이 스트레스 없이 보기도 좋아 보였다.

전자기기가 화면에 잘 안 나오고 시골 공간 특유의 감성 때문에 묘하게 옛날 청춘 느낌 났기 때문이다.

이전 예능들처럼 독특한 특색은 부족하지만, 테스타라는 이름이 특색이 될 만큼 값어치가 생겼으니 시청률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시청률 망하고 화제성으로 정신 승리하진 않을 것 같… 은데?’

정말 마당에서 바비큐를 시도하다 불 지를 뻔한 선아현부터 책을 논두렁에 처박고 비명 없이 절규하는 배세진까지. 개그도 은근 잘 챙겼다.

삐이익!

이런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돌들에게서 나오는 깨알 같은 웃음 요소가 있었다.

‘나름대로 완급이 있잖아.’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배달을 마치고 정자에 누워 아이스크림을 먹는 테스타는 다 웃는 얼굴이었다.

바쁘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떠나서 보여주는 편안한 민낯.

얼마 전 몸살 때문에 잠시 활동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쩐지 자신 같은 사람까지도 약간은 찡해지는 면이 있었다.

“이야 개가 상팔자네.”

“닥쳐.”

김래빈의 팬은 남동생에게 면박을 주고 다시 화면에 집중하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

갑자기 아련한 정자의 풍경을 다 덮어버리는 시뻘건 자막이 뜬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떼로 외치는 환호와 비명이 화면을 뒤흔든다.

그리고 검은 화면이 잠깐 떴다가… 다시 밝아진다.

마당에 모여서 박수치는 제작진들이다.

“…??”

“뭐야.”

그리고 다시 자막.

그, 그래.

“야!”

그리고 광고가 흘러나왔다.

“야 방금 뭐임?”

“몰라 나도!”

이 중간 광고 타임이 이렇게 열받았던 것도 오랜만이었다!

‘꺼져!’

그리고 다행히 금방 화면은 돌아왔다. 그리고 예고편도 정상적으로 방영되었다.

계속되는 힐링을 즐기는 테스타의 모습이다.

그런데 BGM으로 유명 드라마의 아련한 회상용 OST를 넣어왔다.

세피아 색으로 과거 회상처럼 변하는 화면까지.

“…!!”

아주 노골적인… 개수작 예고였다.

* * *

1화가 방영되었다.

그리고 나는 당황했다.

‘왜…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냐.’

아니, 좋을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대중적으로 잘 받아들여질 줄은 몰랐지.

‘꿀노잼 같은 소리라도 좀 달릴 줄 알았는데.’

편집의 마법 덕에 1화는 대조되는 분위기를 잘 활용해 깔끔하고 지루하지 않게 잘 빠졌다.

물론 좋은 일이긴 한데, 약간 부작용도 있었다.

-아 제작진들 대체 뭐한 거얔ㅋㅋ

-웃긴데 슬프다 제발 너무한 짓은 하지 말았길 애들 저렇게 좋아하는뎈ㅋㅋㅠㅠ

-다음주가 두려움

-미치겠네 골때리는 거 나올듯ㅋㅋㅋㅋㅋㅋㅋㅋ

-이대로 가도 좋았을 것 같은데ㅠㅠ으 애들 고생하면 어쩌지

1화를 너무 잘 뽑아버린 바람에 분위기 반전을 약간 거북해하는 반응까지 나온 것이다.

덕분에 제작진들도 약간 비상이 걸린 것 같다.

‘괜히 뒤통수 갈겼다고 후회하나?’

그건 아닐 것이다.

솔직히 진도가 빠르고 1화라 공들여 편집해서 그렇지, 힐링은 빨리 질리니까.

그래도 지금 보니 내가 굳이 안 했어도 막판엔 제작진들이 알아서 힐링 코드로 다시 전환하지 않았을까 싶다.

수요가 괜찮다는 게 판명이 난 거니까.

‘뭐… 그렇지만 어차피 결과가 똑같으면 굴곡 많은 쪽이 재밌는 거 아닌가.’

제작진도 감사할 일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그때, 옆에서 본인도 반응을 살피고 있던 배세진이 입을 열었다.

“우리 촬영… 오늘까지지.”

아, 그 얘긴가.

“네. 이제 슬슬 철수해야죠. 어딘지 알아내면 괜히 사람들 몰려서 동네 뒤숭숭하게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녀석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런 것도 꽤 괜찮았어.”

“그러게요.”

후반에는 음식 거하게 만들어서 사람들 불러서 잔치하는 내용으로 채웠는데, 돈 펑펑 써서 제작진이 고통스러워하는 그림이 재밌었다.

‘물론 마지막엔 돈 문제도 잘 수습해 놓을 거고.’

여러모로 다양한 맛을 보여준 것 같아서 끝나고 보니 만족스럽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하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있잖아.”

“음?”

배세진은 인상을 굳히며 중얼거렸다.

“결국 당근 코인을 가져간 범인은 누구였을까. 애초에 그래서 이 모든 일이 발생한 거잖아.”

아, 그걸 신경 쓰고 있나.

‘일부러 남겨뒀는데.’

나는 카메라가 데이터 교체 중이라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작게 대답했다.

“뻔하죠. 내부자였을 걸요.”

“…!”

배세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진다.

“그, 그… 우리 중에 있다고!?”

“예.”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이면 재미없죠. 우리 중에 있어야 분량 뽑기도 좋고 반전도 임팩트 있으니까. 분명 우리 중에 있을 겁니다.”

배세진은 멍한 얼굴로 듣더니, 곧 납득한 것 같았다.

그리고 갑자기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나라고 생각해서 말하는 거야? 그, 연기력이 필요하니까.”

퍽이나 그랬겠다.

“아뇨. 형은 아니신 것 같고.”

“왜??”

아니라는데 왜 발끈하냐.

“형은 너무 안 태연했어요.”

“…?!”

배세진이 범인이었으면 더없이 침착하고 상식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평소처럼 핀트 안 맞는 진지함으로 과몰입한 모습을 보니 절대 아니지.

“사실 의심스러운 놈이 있기도 하고요.”

“누구?”

나는 고개를 돌려, 방 밖에 있는 놈을 쳐다보았다.

‘역시 저놈인가.’

큰세진.

여전히 기분 좋아 보이는 놈은 열심히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기력이 좋고, 순간 판단력과 사회성도 좋다. 스파이를 능청스럽게 하긴 완벽한 적임자다.

사실 코인 복제 때 저놈을 데려가지 않은 것도 이 이유가 가장 우선이었다.

‘혹시라도 제작진한테 찌르면 끝이니까.’

배세진은 내 시선을 보고 눈치챘는지 입을 떡 벌렸다.

“이, 이세….”

“그냥 의심이에요. 저희끼리 알고 끝내죠.”

“…큼, 흠. 그래. 알았어.”

나는 거기서 멈추기로 결정했다.

분량을 그렇게 좋아하는 놈이니까 마지막으로 방송상에서 나올 뒤통수 분량을 위해 남겨두는 게 좋겠지.

분명, 이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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