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5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51화
와아아아!!
귀가 먹먹할 만큼 울리는 음악 소리와 환호.
바깥을 확인한 차유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와우, 여기 사람 엄청 많아요!”
“오~ 그러게. 진짜 박력 있어.”
관객이 많은 걸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지만, 확실히 다 같은 색을 맞춰 입은 또래가 떼창을 하며 뛰는 것은 장관이긴 했다.
빠르면 30분 내로 저 앞에 서서 공연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머리끝이 설 정도다.
“우리 차례는 3팀 뒤야. 몸 풀 시간은 충분하지?”
“넵!”
“예상 시간 내로 도착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맞아. 어휴 고생 많으셨습니다, 매니저 형님~”
매니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관계자와 이야기하기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기실로 조성된 공간에 앉아 목과 몸을 풀며 기다리는 거고.
‘이런 곳이 있었나.’
학교 다닐 때 워낙 축제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이런 공간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이런 곳은 들어올 일도 없었겠지.
‘어쨌든 공연이나 잘하면 된다.’
대학 축제도 사실 그냥 행사인데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대중성 척도로 써먹을 수 있어서 그런 건가.’
직캠도 꽤 유명세를 잘 타는 편이고 말이다.
사실 오늘 아침까지도 끈질기게 비공개 상태인 라인업을 보고 감탄했다.
‘이번에 추진한 게 누군진 몰라도 암표 안 만들겠다고 기를 썼군.’
물론 우리가 여기 오는 순간 밴 보고 다 들통난 것 같다만.
-테스타??? 테스타?
-이거 진짜 ㅌㅅㅌ 차 맞음?
└ㅇㅇ팬들이 맞대
-미쳤네 올해 라인업 뭐냐 테스타까지 불렀냐고
-실시간으로 표 가격 오르네 와우ㅋㅋㅋㅋㅋㅋ
동시에 이럴 돈 있으면 등록금이나 내려달라는 타당한 글도 올라왔으나, 우리 욕은 아니니 상관없다. 이제 졸업장도 없는데 내 알 반가.
그래도 돈값은 제대로 해야겠지.
“문대 형, 혹시 스트레칭 전 수분 섭취가 필요하십니까?”
“괜찮아.”
“나 줘!”
“차유진 네가 나보다 물에 더 가까이 앉아 있어!”
여전하군.
나는 싸우는 걸로 몸을 푸는 두 놈을 두고 마저 스트레칭을 계속했다.
참고로 내 옆에서도 선아현이 큰 근육부터 작은 근육 순으로 착실히 몸을 풀고 있다.
매번 보던 것이다.
‘숨 쉬듯이 하는군.’
하기야 저걸 키가 반 토막일 시절부터 했을 테니 당연하다.
흠, 좀 배워둘 걸 그랬나.
“아현아.”
“으응?”
“그거 순서 한 번만 알려줄 수 있을까.”
“다, 당연히…!”
선아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렇게까지?’
어쩐지 에서 안무 배웠던 시절이 떠오르는데.
나는 반쯤 타의로 열심히 스트레칭 비법을 따라 했다. 선아현이 과하게 열심히 가르쳐 줬기 때문이다.
‘이놈은 선생을 해도 먹고 살았겠는데.’
“마지막은… 다시, 전신으로.”
“음.”
나는 마지막 동작을 깔끔하게 마쳤다.
이거 정말 괜찮은데? 앞으로도 이대로 해야겠다. 진작 알아낼 걸 그랬군.
“고맙다. 이거 좋네.”
“…….”
하지만 선아현은 한참 대답이 없더니, 갑자기 불쑥 입을 연다.
“저… 무, 문대야.”
“왜.”
“……아, 아니야.”
선아현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 오늘도, 같이 열심히 하자고, 말하고 싶어서.”
“…그래.”
그 이야기를 할 것 같진 않았는데.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역시 어색한가.’
내가 원래 본인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괜히.’
아니, 그만 생각하자.
일해야 하니, 일단은 일 생각만 한다. 나는 쓸데없는 추측을 그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합시다!”
그리고 잠시 후.
뛰어 올라간 야외무대는 벌써 열기로 뜨끈했다.
우아아아아아!!
이미 다 쉰 목으로 또 질러대는 함성과 무대 밑에서 덕지덕지 밀려오는 사람들. 그 뒤로 흔들리는 사람들의 물결.
야생적일 정도로 과하다.
‘이런 느낌이었던가.’
팬들이 아닌, 이렇게 대형 군집 공동체가 열정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것도 또 색다른 맛이다.
아니, 팬도 계시군.
박문대!!
나는 기어코 응원봉을 들고 있는 용감한 몇 사람을 보고 피식 웃었다.
올라오자마자 작년 대상곡인 ‘약속’부터 부르고 나니 분위기는 대단히 좋았다. 이래서 대중적인 곡이 있으면 행사가 쉽다.
‘떼창 듣는 맛도 있고.’
굳이 한쪽 인이어 내리고 들으면서 공연하는 놈까지 있을 정도니까.
그리고 약속의 마지막 반주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찢어지는 함성과 함께 똑바로 몸을 세웠다.
그리고 핸드 마이크가 전달된다.
“Take your star! 안녕하세요, 테스타입니다!”
우와아아악!!
숨을 몰아쉰 류청우의 선창으로 인사를 한 뒤, 토크가 부드럽게 지어진다.
“오늘 이렇게, 연희대학교의 멋진 학생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기쁜데….”
그런데 류청우가 이쪽을 보고 갑자기 피식 웃는다.
‘뭐냐.’
그리고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댄다.
“…??”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야… 이 새끼까지 사람을 놀리네.
졸지에 모교에 온 소감을 말하게 된 나는 한숨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열정적이고 정말 좋아요. 역시 빨강보단 무조건 파랑이 멋진 색이죠.”
그리고 엄지를 든다.
‘이게 국룰이지.’
학교 대표색 언급하며 라이벌 학교보다 좋다고 하기.
어차피 다들 이러고 옆 동네 가면 태세 전환해서 빨강이 좋다고 말하는 거 다 안다.
으아아아악! 으가갸악!
호응 좋고.
류청우가 웃으며 마이크를 가져가 말한다.
“그래서 저희도 파랑이 빨강을 이기는 곡 준비했습니다.”
“저희와 댄서분들 움직임에 집중해서 즐겨주세요~ 다음 곡 갑니다!”
큰세진이 손을 흔들고 자리를 잡자, 바로 이번 타이틀의 전주가 흐른다.
나는 도입을 놓치지 않고 들어갔다.
“저기 애타게 부르는 소리,”
평소보다 시선을 많이 돌린다. 당장 보이는 카메라만 수십 대니까.
스마트폰 불빛 말이다.
“가장 먼저 나타난 선두!”
아아악!
고음 터질 때 리액션도 좋고.
나는 동작을 크게 쓰며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다음 곡, 그다음 곡까지도 기세는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도, 관객도.
“후우.”
“감사합니다!”
계약된 곡은 3곡이다. 하지만 시간이 괜찮으니 일단 앵콜을 하나 더 했다. 곡이 많아서 부담이 없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나 더?”
“해요! 우리 해요!”
다음 앵콜 곡은 영화 OST였던 .
걸어 다니면서 부를 수 있어서 체력 분배하기도 용이하고, 인지도도 좋아서 반응도 좋았다.
‘성공이군.’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번 학교 축제 이벤트로도 제대로 점수를 땄다는 것을.
요즘 들어 일이 착착 맞아떨어져서 그런가, 어쩐지 썩 부정적인 예감이 들지 않는단 말이지.
내가 아니어도 옆에서 흥분한 놈들이 내일 새벽 촬영이고 나발이고 또 다음 곡을 지른다.
“후욱, 저희 한 곡 더 할까요? 뭐 듣고 싶으신 거 있어요??”
피크닉! 피크닉!!
마법소년!
대중 픽 음원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우리는 피식피식 웃으며 소리를 들었다.
‘다 준비된 음원이군.’
좀 애를 태운 뒤에 적당히 함성 크기로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김래빈이 눈을 번쩍번쩍 빛낸다.
“저… 제가 한 말씀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어? 그럼!”
“아무래도 대학인 만큼, 새롭게 사회로 나가는 준비를 하시는 관객이시니 저희도 데뷔곡을 부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우와악!!
“…….”
이놈이 이렇게 말 잘하는 놈이었나?
“…저도 동의합니다!”
배세진 이놈도 이렇게 적극적이었나?
오늘 다들 흥분하긴 했나 보다. 어쨌든, 분위기상 그럼 정답은 하나다.
“그럼 그렇게 할까요?”
네!!
“좋습니다! ‘마법소년’, 노래 주세요.”
류청우의 힘찬 부름에, 무대 밑의 스텝들이 사인을 주고받는다.
이제 이대로 ‘마법소년’ 음원이 흘러나오면….
-오오오~ 오오오오~
“……!”
“어.”
그때, 우렁찬 남녀의 코러스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나온다.
유명 클래식 음악에서 멜로디를 따온, 살짝 저음질의 과장된 밴드 사운드.
절대 ‘마법소년’ 전주의 오르골 소리는 아니다.
바로 알았다.
‘잘못 틀었어.’
우리가 엔딩을 끝낸 다음에 할 응원용 음원을 먼저 틀어버린 것이다.
“……으음.”
한마디로 사고다.
‘그럴 수 있지.’
흔히 행사에서 발생할 만한 사고다.
문제는 지금 7초쯤 지났는데 아직도 소리가 안 꺼졌다는 점이지.
‘밑에서 난리가 났나 본데.’
우리가 여기서 당황해서 다 같이 얼어붙는 순간 앵콜 분위기를 조지는 것이다.
지금 스마트폰이 쫙 깔렸는데 안 되지.
‘손이라도 흔들고 있자.’
즐기는 척해라.
나는 눈치껏 주변 놈들이 웃으며 리듬을 타는 것을 보다가, 나도 비슷한 행동을 하기 위해 양손을 들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럴 거면 차라리….’
이러면 되지 않나?
나는 앞으로 나가서, 바닥에 내려놓은 핸드 마이크를 들었다.
“…?”
그리고 코러스에 맞추어 입을 열었다.
[일어나는 기상! 나아가는 초상! 우우우우우~ 우리의 목소리!]
“…!”
구식 응원가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오오오!
‘이건 안 잊어버렸지.’
이 철에 도서관 갈 때마다 길에 틀어놔서 말이다.
‘그리고 가사는 시에서 따왔고.’
사실 가사 틀려도 된다. 호응만 끌어낼 수 있다면 말이다.
[목소리! 목소리! 목소리!]
나는 떼창에 맞추어, 과하지 않게 노래를 부르며 멤버들과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1절 후렴을 지날 때쯤 드디어 음악이 꺼진다.
와아아!!
“감사합니다.”
다행이었다. 내가 2절은 모르거든.
그리고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웃긴 건 멤버들도 그러고 있다는 점이다만.
“앵콜 응원 잘 들었습니다~”
“멋지다!”
…뭐. 괜찮은 순발력이었던 것 같다.
* * *
“대박!”
“훌륭한 애드리브셨습니다, 형!”
귀갓길, 야밤에 숙소에 들어오면서 멤버들이 한마디씩 더 얹었다. 사실 배경지식으로 비빈 거라 좀 양심에 찔리긴 하군.
배세진이 작게 중얼거린다.
“트로트도 잘 알더니….”
“…….”
그렇게 이해해도… 아니, 별로 틀린 게 없다는 점이 희한한 일인가.
그리고 사정 아는 놈은 사람들이 적당히 자기 방으로 흩어질 때 즈음에야 내 옆을 찔렀다.
“문대문대!”
그만해라.
“설마 너도 저런 행사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막 배워둔 거야? 응원가를?”
그럴 리가 있냐.
“새내기 때 모아두고 저것만 가르치는 오티가 있어.”
“진짜??”
“어.”
큰세진이 폭소했다.
“야.”
“미, 미안! 아니, 상상해서… 아, 흠.”
그리고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류청우까지 소리를 낸다.
“큼!”
“…….”
저 새끼도 아닌 척 계속 사람을 맥여.
‘마음대로 해라.’
어쨌든 수습하면서 한 건 올렸으니 잘 됐지.
“아~ 문대 덕에 우리 또 인기 동영상 올라오겠네~”
그리고 큰세진은 아예 구석으로 빠져나가던 선아현까지 붙잡았다.
“아현아, 들었어? 문대 이거 따로 배웠대.”
“…….”
그러나 선아현은 돌아보지 않았다.
“…음, 아현아?”
“…으응, 들, 들었…….”
선아현은 이번에도 돌아보지 않았으나 대답은 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어깨가 들썩인다.
‘지금….’
느낌이 이상한데.
내가 말을 걸려던 순간이었다.
선아현이 비틀거렸다.
“……!”
“아현아.”
“……욱.”
숨 참는 소리. 혹은 헐떡이는 소리.
‘…과호흡?’
그리고 선아현은, 순식간에 그대로 비틀거리며 뛰었다.
“…!!”
쾅!
현관 화장실로.
“선아현!”
나는 반사적으로 따라붙어서 문고리를 잡았다.
쿵!
…잠겼다.
왜?
옆에서 같이 달려온 놈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현아? 선아현! 너 괜찮아?”
욱, 욱, 하는 구역질 소리만 울렸다.
“문대야 비켜. 부수자.”
“Watch out.”
어디선가 뛰어온 차유진이 문에 몸을 무섭게 박찬다.
쾅! 쾅!
팅….
그리고 문고리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문을 열자, 세면대에 얼굴을 처박은 선아현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머리부터 푹 젖어있다.
“선아현 너 어디 아파?”
“구… 구급차를 호출하겠습니다!”
“잠깐, 지금 애 상태가….”
나는 화장실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세면대에 선 놈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려 했다.
어깨가 확 움츠러든다.
“…!”
그리고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미, 미안해… 문대야. 저, 정말 미안해…….”
“…!!”
왜…….
“…….”
“얘들아, 잠깐….”
등 뒤에서 류청우가 다른 놈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얼핏 들렸다.
그리고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서 있었다.
“…뭐가.”
그 한마디 했는데, 댐이 터진 것처럼 말이 터진다.
“바, 바로! 말했어야 하는데…. 못, 못 말했어, 그, 그렇게, 같이 있는 게 좋아서…. 아, 안심이 돼서…….”
“…….”
“너, 널 생각해서, 정말 널 위해서라면, 말했어야 하는데, 무, 문대야.”
선아현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치, 치료를 받아야 해. 사, 상담이랑…. 지금, 너, 너는 활동, 활동을 할 때가 아니야…. 저, 점점 심해지고 있고… 아니, 이렇게 말하면, 안, 안 되는…. 제, 제대로, 말해야….”
“…….”
“미, 미안…. 모, 못 믿고… 도, 도움도 안 되고….”
선아현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며, 놈이 또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백일몽.
거기서 초면인 내가 다짜고짜 레티로 데려왔을 때 선아현의 상태.
‘아.’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놈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A와 S가 교차하는 거창한 스탯 항목을 지나… 그 밑.
특이항목.
특성 : 근성(비활성화)
!상태이상 : 자아존중감 결핍
상태이상.
[자아존중감 결핍]
: 자신을 경멸합니다.
모든 능력치 두 단계 감소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제대로 X신 짓을 했다는 것을.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51화
와아아아!!
귀가 먹먹할 만큼 울리는 음악 소리와 환호.
바깥을 확인한 차유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와우, 여기 사람 엄청 많아요!”
“오~ 그러게. 진짜 박력 있어.”
관객이 많은 걸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지만, 확실히 다 같은 색을 맞춰 입은 또래가 떼창을 하며 뛰는 것은 장관이긴 했다.
빠르면 30분 내로 저 앞에 서서 공연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머리끝이 설 정도다.
“우리 차례는 3팀 뒤야. 몸 풀 시간은 충분하지?”
“넵!”
“예상 시간 내로 도착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맞아. 어휴 고생 많으셨습니다, 매니저 형님~”
매니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관계자와 이야기하기 위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기실로 조성된 공간에 앉아 목과 몸을 풀며 기다리는 거고.
‘이런 곳이 있었나.’
학교 다닐 때 워낙 축제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이런 공간이 있는 줄도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이런 곳은 들어올 일도 없었겠지.
‘어쨌든 공연이나 잘하면 된다.’
대학 축제도 사실 그냥 행사인데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대중성 척도로 써먹을 수 있어서 그런 건가.’
직캠도 꽤 유명세를 잘 타는 편이고 말이다.
사실 오늘 아침까지도 끈질기게 비공개 상태인 라인업을 보고 감탄했다.
‘이번에 추진한 게 누군진 몰라도 암표 안 만들겠다고 기를 썼군.’
물론 우리가 여기 오는 순간 밴 보고 다 들통난 것 같다만.
-테스타??? 테스타?
-이거 진짜 ㅌㅅㅌ 차 맞음?
└ㅇㅇ팬들이 맞대
-미쳤네 올해 라인업 뭐냐 테스타까지 불렀냐고
-실시간으로 표 가격 오르네 와우ㅋㅋㅋㅋㅋㅋ
동시에 이럴 돈 있으면 등록금이나 내려달라는 타당한 글도 올라왔으나, 우리 욕은 아니니 상관없다. 이제 졸업장도 없는데 내 알 반가.
그래도 돈값은 제대로 해야겠지.
“문대 형, 혹시 스트레칭 전 수분 섭취가 필요하십니까?”
“괜찮아.”
“나 줘!”
“차유진 네가 나보다 물에 더 가까이 앉아 있어!”
여전하군.
나는 싸우는 걸로 몸을 푸는 두 놈을 두고 마저 스트레칭을 계속했다.
참고로 내 옆에서도 선아현이 큰 근육부터 작은 근육 순으로 착실히 몸을 풀고 있다.
매번 보던 것이다.
‘숨 쉬듯이 하는군.’
하기야 저걸 키가 반 토막일 시절부터 했을 테니 당연하다.
흠, 좀 배워둘 걸 그랬나.
“아현아.”
“으응?”
“그거 순서 한 번만 알려줄 수 있을까.”
“다, 당연히…!”
선아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렇게까지?’
어쩐지 에서 안무 배웠던 시절이 떠오르는데.
나는 반쯤 타의로 열심히 스트레칭 비법을 따라 했다. 선아현이 과하게 열심히 가르쳐 줬기 때문이다.
‘이놈은 선생을 해도 먹고 살았겠는데.’
“마지막은… 다시, 전신으로.”
“음.”
나는 마지막 동작을 깔끔하게 마쳤다.
이거 정말 괜찮은데? 앞으로도 이대로 해야겠다. 진작 알아낼 걸 그랬군.
“고맙다. 이거 좋네.”
“…….”
하지만 선아현은 한참 대답이 없더니, 갑자기 불쑥 입을 연다.
“저… 무, 문대야.”
“왜.”
“……아, 아니야.”
선아현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 오늘도, 같이 열심히 하자고, 말하고 싶어서.”
“…그래.”
그 이야기를 할 것 같진 않았는데.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역시 어색한가.’
내가 원래 본인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괜히.’
아니, 그만 생각하자.
일해야 하니, 일단은 일 생각만 한다. 나는 쓸데없는 추측을 그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합시다!”
그리고 잠시 후.
뛰어 올라간 야외무대는 벌써 열기로 뜨끈했다.
우아아아아아!!
이미 다 쉰 목으로 또 질러대는 함성과 무대 밑에서 덕지덕지 밀려오는 사람들. 그 뒤로 흔들리는 사람들의 물결.
야생적일 정도로 과하다.
‘이런 느낌이었던가.’
팬들이 아닌, 이렇게 대형 군집 공동체가 열정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것도 또 색다른 맛이다.
아니, 팬도 계시군.
박문대!!
나는 기어코 응원봉을 들고 있는 용감한 몇 사람을 보고 피식 웃었다.
올라오자마자 작년 대상곡인 ‘약속’부터 부르고 나니 분위기는 대단히 좋았다. 이래서 대중적인 곡이 있으면 행사가 쉽다.
‘떼창 듣는 맛도 있고.’
굳이 한쪽 인이어 내리고 들으면서 공연하는 놈까지 있을 정도니까.
그리고 약속의 마지막 반주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찢어지는 함성과 함께 똑바로 몸을 세웠다.
그리고 핸드 마이크가 전달된다.
“Take your star! 안녕하세요, 테스타입니다!”
우와아아악!!
숨을 몰아쉰 류청우의 선창으로 인사를 한 뒤, 토크가 부드럽게 지어진다.
“오늘 이렇게, 연희대학교의 멋진 학생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기쁜데….”
그런데 류청우가 이쪽을 보고 갑자기 피식 웃는다.
‘뭐냐.’
그리고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댄다.
“…??”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야… 이 새끼까지 사람을 놀리네.
졸지에 모교에 온 소감을 말하게 된 나는 한숨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열정적이고 정말 좋아요. 역시 빨강보단 무조건 파랑이 멋진 색이죠.”
그리고 엄지를 든다.
‘이게 국룰이지.’
학교 대표색 언급하며 라이벌 학교보다 좋다고 하기.
어차피 다들 이러고 옆 동네 가면 태세 전환해서 빨강이 좋다고 말하는 거 다 안다.
으아아아악! 으가갸악!
호응 좋고.
류청우가 웃으며 마이크를 가져가 말한다.
“그래서 저희도 파랑이 빨강을 이기는 곡 준비했습니다.”
“저희와 댄서분들 움직임에 집중해서 즐겨주세요~ 다음 곡 갑니다!”
큰세진이 손을 흔들고 자리를 잡자, 바로 이번 타이틀의 전주가 흐른다.
나는 도입을 놓치지 않고 들어갔다.
“저기 애타게 부르는 소리,”
평소보다 시선을 많이 돌린다. 당장 보이는 카메라만 수십 대니까.
스마트폰 불빛 말이다.
“가장 먼저 나타난 선두!”
아아악!
고음 터질 때 리액션도 좋고.
나는 동작을 크게 쓰며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다음 곡, 그다음 곡까지도 기세는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도, 관객도.
“후우.”
“감사합니다!”
계약된 곡은 3곡이다. 하지만 시간이 괜찮으니 일단 앵콜을 하나 더 했다. 곡이 많아서 부담이 없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나 더?”
“해요! 우리 해요!”
다음 앵콜 곡은 영화 OST였던 .
걸어 다니면서 부를 수 있어서 체력 분배하기도 용이하고, 인지도도 좋아서 반응도 좋았다.
‘성공이군.’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번 학교 축제 이벤트로도 제대로 점수를 땄다는 것을.
요즘 들어 일이 착착 맞아떨어져서 그런가, 어쩐지 썩 부정적인 예감이 들지 않는단 말이지.
내가 아니어도 옆에서 흥분한 놈들이 내일 새벽 촬영이고 나발이고 또 다음 곡을 지른다.
“후욱, 저희 한 곡 더 할까요? 뭐 듣고 싶으신 거 있어요??”
피크닉! 피크닉!!
마법소년!
대중 픽 음원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우리는 피식피식 웃으며 소리를 들었다.
‘다 준비된 음원이군.’
좀 애를 태운 뒤에 적당히 함성 크기로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김래빈이 눈을 번쩍번쩍 빛낸다.
“저… 제가 한 말씀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어? 그럼!”
“아무래도 대학인 만큼, 새롭게 사회로 나가는 준비를 하시는 관객이시니 저희도 데뷔곡을 부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우와악!!
“…….”
이놈이 이렇게 말 잘하는 놈이었나?
“…저도 동의합니다!”
배세진 이놈도 이렇게 적극적이었나?
오늘 다들 흥분하긴 했나 보다. 어쨌든, 분위기상 그럼 정답은 하나다.
“그럼 그렇게 할까요?”
네!!
“좋습니다! ‘마법소년’, 노래 주세요.”
류청우의 힘찬 부름에, 무대 밑의 스텝들이 사인을 주고받는다.
이제 이대로 ‘마법소년’ 음원이 흘러나오면….
-오오오~ 오오오오~
“……!”
“어.”
그때, 우렁찬 남녀의 코러스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나온다.
유명 클래식 음악에서 멜로디를 따온, 살짝 저음질의 과장된 밴드 사운드.
절대 ‘마법소년’ 전주의 오르골 소리는 아니다.
바로 알았다.
‘잘못 틀었어.’
우리가 엔딩을 끝낸 다음에 할 응원용 음원을 먼저 틀어버린 것이다.
“……으음.”
한마디로 사고다.
‘그럴 수 있지.’
흔히 행사에서 발생할 만한 사고다.
문제는 지금 7초쯤 지났는데 아직도 소리가 안 꺼졌다는 점이지.
‘밑에서 난리가 났나 본데.’
우리가 여기서 당황해서 다 같이 얼어붙는 순간 앵콜 분위기를 조지는 것이다.
지금 스마트폰이 쫙 깔렸는데 안 되지.
‘손이라도 흔들고 있자.’
즐기는 척해라.
나는 눈치껏 주변 놈들이 웃으며 리듬을 타는 것을 보다가, 나도 비슷한 행동을 하기 위해 양손을 들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럴 거면 차라리….’
이러면 되지 않나?
나는 앞으로 나가서, 바닥에 내려놓은 핸드 마이크를 들었다.
“…?”
그리고 코러스에 맞추어 입을 열었다.
“…!”
구식 응원가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오오오!
‘이건 안 잊어버렸지.’
이 철에 도서관 갈 때마다 길에 틀어놔서 말이다.
‘그리고 가사는 시에서 따왔고.’
사실 가사 틀려도 된다. 호응만 끌어낼 수 있다면 말이다.
나는 떼창에 맞추어, 과하지 않게 노래를 부르며 멤버들과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1절 후렴을 지날 때쯤 드디어 음악이 꺼진다.
와아아!!
“감사합니다.”
다행이었다. 내가 2절은 모르거든.
그리고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웃긴 건 멤버들도 그러고 있다는 점이다만.
“앵콜 응원 잘 들었습니다~”
“멋지다!”
…뭐. 괜찮은 순발력이었던 것 같다.
* * *
“대박!”
“훌륭한 애드리브셨습니다, 형!”
귀갓길, 야밤에 숙소에 들어오면서 멤버들이 한마디씩 더 얹었다. 사실 배경지식으로 비빈 거라 좀 양심에 찔리긴 하군.
배세진이 작게 중얼거린다.
“트로트도 잘 알더니….”
“…….”
그렇게 이해해도… 아니, 별로 틀린 게 없다는 점이 희한한 일인가.
그리고 사정 아는 놈은 사람들이 적당히 자기 방으로 흩어질 때 즈음에야 내 옆을 찔렀다.
“문대문대!”
그만해라.
“설마 너도 저런 행사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막 배워둔 거야? 응원가를?”
그럴 리가 있냐.
“새내기 때 모아두고 저것만 가르치는 오티가 있어.”
“진짜??”
“어.”
큰세진이 폭소했다.
“야.”
“미, 미안! 아니, 상상해서… 아, 흠.”
그리고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류청우까지 소리를 낸다.
“큼!”
“…….”
저 새끼도 아닌 척 계속 사람을 맥여.
‘마음대로 해라.’
어쨌든 수습하면서 한 건 올렸으니 잘 됐지.
“아~ 문대 덕에 우리 또 인기 동영상 올라오겠네~”
그리고 큰세진은 아예 구석으로 빠져나가던 선아현까지 붙잡았다.
“아현아, 들었어? 문대 이거 따로 배웠대.”
“…….”
그러나 선아현은 돌아보지 않았다.
“…음, 아현아?”
“…으응, 들, 들었…….”
선아현은 이번에도 돌아보지 않았으나 대답은 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어깨가 들썩인다.
‘지금….’
느낌이 이상한데.
내가 말을 걸려던 순간이었다.
선아현이 비틀거렸다.
“……!”
“아현아.”
“……욱.”
숨 참는 소리. 혹은 헐떡이는 소리.
‘…과호흡?’
그리고 선아현은, 순식간에 그대로 비틀거리며 뛰었다.
“…!!”
쾅!
현관 화장실로.
“선아현!”
나는 반사적으로 따라붙어서 문고리를 잡았다.
쿵!
…잠겼다.
왜?
옆에서 같이 달려온 놈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현아? 선아현! 너 괜찮아?”
욱, 욱, 하는 구역질 소리만 울렸다.
“문대야 비켜. 부수자.”
“Watch out.”
어디선가 뛰어온 차유진이 문에 몸을 무섭게 박찬다.
쾅! 쾅!
팅….
그리고 문고리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문을 열자, 세면대에 얼굴을 처박은 선아현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머리부터 푹 젖어있다.
“선아현 너 어디 아파?”
“구… 구급차를 호출하겠습니다!”
“잠깐, 지금 애 상태가….”
나는 화장실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세면대에 선 놈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려 했다.
어깨가 확 움츠러든다.
“…!”
그리고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미, 미안해… 문대야. 저, 정말 미안해…….”
“…!!”
왜…….
“…….”
“얘들아, 잠깐….”
등 뒤에서 류청우가 다른 놈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얼핏 들렸다.
그리고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서 있었다.
“…뭐가.”
그 한마디 했는데, 댐이 터진 것처럼 말이 터진다.
“바, 바로! 말했어야 하는데…. 못, 못 말했어, 그, 그렇게, 같이 있는 게 좋아서…. 아, 안심이 돼서…….”
“…….”
“너, 널 생각해서, 정말 널 위해서라면, 말했어야 하는데, 무, 문대야.”
선아현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치, 치료를 받아야 해. 사, 상담이랑…. 지금, 너, 너는 활동, 활동을 할 때가 아니야…. 저, 점점 심해지고 있고… 아니, 이렇게 말하면, 안, 안 되는…. 제, 제대로, 말해야….”
“…….”
“미, 미안…. 모, 못 믿고… 도, 도움도 안 되고….”
선아현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며, 놈이 또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백일몽.
거기서 초면인 내가 다짜고짜 레티로 데려왔을 때 선아현의 상태.
‘아.’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놈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A와 S가 교차하는 거창한 스탯 항목을 지나… 그 밑.
특이항목.
특성 : 근성(비활성화)
!상태이상 : 자아존중감 결핍
상태이상.
: 자신을 경멸합니다.
모든 능력치 두 단계 감소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제대로 X신 짓을 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