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4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48화
테스타의 신곡은 첫 무대부터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방영된 본토에서부터 볼까.
나는 우리가 출연한 미국 예능, ‘You got a chance’를 검색창에 넣었다.
그리고 뒤로 ‘대체 점퍼 입은 놈들 누구임’ 따위의 영어 문장이 자동 완성되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석적이군.’
미국 대중의 픽인 그 메이저 예능에서 했던 단 하나의 무대. 거기서 제대로 눈도장 찍었다는 뜻이다.
첫 번째 메이저 노출이 이래서 중요하다. 괜히 이 악물고 그 묘기를 다 집어넣은 게 아니란 말이지.
“왜 밴드가 아니냐는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는데? 우리 연주하는 연기 너무 잘했나 봐, 다 놀라시네~”
“그래도 영화에서 사용했던 효과음과 악기를 활용하여 브릿지에 장르적 유사점을 넣어준 것은 제대로 연결된 듯합니다.”
“오~ 그러네. 음악으로 위화감 느끼는 분은 별로 없다.”
“여기 사람이 청우 형 누구냐고 물어봐요. 저 정답 적어도 돼요?”
“참자, 유진아.”
영화의 이미지와 연결되며 여러 잡음과 호불호 발언이 나오는 것도 기껍다. 소중한 버즈량이다.
자연스럽게 뮤직비디오 유입량이 늘고, 글로벌 음원 사이트에서의 이용자 증가 폭이 도드라진다.
‘국내에선 더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의 노출 효과야.’
무대로 인지도 생길 때 반응 수순을 그대로 밟아나가는 중이다. 아무래도 이건 국내나 외국이나 비슷한가 보다.
-무슨 트레이닝을 받았기에 저게 가능한 거지? 케이팝은 트레이닝을 받는 게 맞지?
└그들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야 케이팝의 공장형 시스템의 수혜자-희생자가 아니라는 뜻이지!
…그 와중에 교묘하게 진실과 개소리를 섞어서 사이비식 영업글을 올리는 녀석들도 있지만 이것도 이용할 생각이니 넘어가고.
어쨌든 호평이 과반수라 국내에서도 제대로 뽕을 맞은 것 같다.
-개잘해
-이게 후보정 없는 라이브라는 게 말이 되냐 팬들 밥 안 먹어도 배 부르겠네 X나 멋있음
-대포 다음 덤블링하는 안무 대체 무슨 수로 하는 거야;;; 나였으면 벌써 목 부러졌다
원래는 노출되어도 ‘팬들이 영업하네’ 따위의 생각을 하며 클릭도 안 하고 넘겼을 사람도 기어코 보게 만드는 맛이 쏠쏠하다.
물론 클릭한 기대치를 충족할 만큼 무대가 잘 뽑히기도 했고.
이러니 무대 끝나고 폐 떨어질 것 같다며 머리 박던 멤버들도 태세를 전환했다.
“우리가 좀 잘하긴 했지. 와, 손가락까지 딱딱 맞더라고요?”
“으응, 다, 다들, 에너지도 좋고… 곡에 어울리는, 멋진 퍼포먼스였어.”
“맞아요! 저 너무 멋있었어요.”
이제 과거 시제를 올바르게 쓰게 된 차유진의 선언까지, 깔끔한 진실 확인과 수용의 과정이 끝났다.
‘앞으로도 계속 수정 없이 가겠군.’
나는 흡족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Tnet의 컴백쇼와 국내 음악방송 무대들은 국내 여론은 한 번 더 잡았다.
‘서브곡도 평 좋고.’
‘검은 고양이’를 이용한 근대 느와르 스릴러 컨셉을 열심히 발전시켜 뒀는데 폐기하기도 아깝지 않은가. 서브곡에 써먹었다.
액션이 넘치고 호전적인 느낌의 타이틀곡과 달리 우아한 맛이 있다며, 이번 컨셉에 아쉬워하던 사람들도 취향 따라 잘 골라잡게 만들었다.
물론 아쉬워하지 않아 하던 사람들도 좋아했다만.
-난 둘 다 조아 사랑해 젠틀맨부터 요원까지 한 활동에 코드 다 하는 테스타의 갓성비
-고맙다 얘들아 진수성찬이네 (우걱우걱
이러니 모니터링할 때마다 멤버 놈들 얼굴에 아주 광이 돈다.
“이번 무대도 반응 다 좋아.”
“이야, 피로가 싹 가시네요.”
현실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반응 중에서 가장 좋은 결과.
화제성 좋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답게 다사다난한 몇 년을 보낸 테스타로서는 드물게도 끓는 물도 얼음물도 아닌 따스한 환경이다.
사회면에 튀어나온 기사에도 베스트 댓글을 내려도 그저 좋은 말만 달린다.
-국위선양이란 이런 것이다 한국만의 고유한 해태 스타일~ 정의의 사도 해태를 전파하는 멋진 테스타~
안 그래도 관종의 업계에서 이건 거의 마약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돌 희망편 같은 이 모습을 꿈꾸며 다들 아이돌로 진로를 잡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이쯤에 맞춰서 드디어 우리의 독립 레이블까지 활동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테스타 레이블, ‘ORBIT’의 시작… “아티스트 계발 역량 발휘할 것”]
류청우가 기사를 보고 싱긋 웃었다.
“궤도라는 뜻이었지?”
“네.”
내가 지었다. 본의는 아니었다.
‘이 새끼들이 쓸데없이 거창한 이름 붙이려고 하잖아.’
처음에 회사가 내놓은 게 슈퍼노바였단 말이다.
‘왜 소속사 이름으로 어그로를 끌려고 하냐.’
소속사 내부 레이블이니 굳이 더 튈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내 선에서 정리한 것이다.
“행성 궤도 같은 느낌이라 딱 좋은 것 같아. 다시 들어도 잘 지었네.”
“…감사합니다.”
어쨌든 팬들은 좋아했다.
물론 주식하는 사람들도 그랬고.
-할리우드 영화부터 이 친구들 행보 아주 괜찮군요 기대치 안 줄입니다
-테스타 아주 훌륭해요 14층에서 탑승하길 잘했네요 연말까지 가지고 있을 예정^^
주말 내내 연일 해외의 반응을 번역한 좋은 소식들이 들리고, 팬들은 넘치는 컨텐츠에 즐거워한다.
그리고 대중은 다음 주 목요일에야 윤곽이 드러날 빌보드 차트를 기대하며 김칫국을 원샷했다.
-아니 무슨 미국 예능 하나 나왔다고 벌써부터..
-근데 이번에도 커리어하이일 것 같긴한데 아무튼 방심하지 말고 노동해라 노동!
-뭐야 테스타 번역 계정 왜 이렇게 많이 생김
그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본인들 역시 기대하게 되자 팬들은 행복, 기대, 걱정, 혼란으로 미친 듯이 글을 쏟아냈다.
그중에는 당연히 우리의 행보에 대한 것도 있었다.
-음방 돌고나면 미국가겠지
-ㅇㅇ간다고 기사 뜸 미국에서 러브콜 꽤 온 듯
-ㅋ온갖 어그로 끌면서 라임스톤에 빌붙으려고 하더니 진짜 이 악물고 미국 가려고 애쓰네
└응 뭐라고? 느그돌은 끼워팔기로 엉덩이 들이밀었는데도 망했는데 킹스타는 현지 반응 오져서 열폭하고 싶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죽하면 어그로가 힘을 못 쓴다.
배세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호의적이기만 한 건 처음이야.”
“그러게요.”
국민 호감. 국민 아이돌로 금방이라도 자리 잡을 것 같은 이 분위기.
뮤직비디오 공개 때도 그렇게 분위기가 좋더니, 벌써 공개 후 1주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했다.
누구라도 이 상황이라면 ‘꽃길만 걷고 있다’며 고개를 주억거릴 상황.
“응. 정말 좋다.”
“네, 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놈들의 얼굴에는 해피엔딩 맞은 사람 특유의 편안한 미소가 떠 있진 않다.
그럼 어떻냐고?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흐를 것 같은 표정들이다.
속된 말로 ‘야 이거 어쩌지’.
예정된 X됨을 생각할 때 나오는 그 얼굴 말이다.
원인은… 슬슬 때가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조금 있으면 이걸 우리 손으로 박살 내는 거지?”
“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즐겨둘 수 있을 때 즐겨둬라.”
“으응….”
스마트폰에 도로 코를 박은 놈들이 여론의 단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안 가서 쓴맛 담당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 * *
빌보드 차트 순위가 나오기도 한참 전.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기사가 떴다.
[테스타, 미국의 인기 예능 출연… 대세행보 이어가나]
여기까지는 다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해서 클릭한다.
‘아, 또 미국 예능 나오는구나’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기사를 정독하면 테스타가 출연한다는 예능의 정체가 뭔지 알게 된다.
[Don’t mess it up]
한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이라 고개를 기웃할 수 있지만, 아는 사람이 증언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 이거 너무 B급 감성에 별론데 막 이상한 챌린지 같은 거 시키는 거라 별론데….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주고 망치게 하거나, 괴롭히고 반응 보는 류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B급.
-이거 잘 나가는 애들 나오는 프로그램 아니야 왜 이런데 나오려고 하지?
-영화랑 첫 무대로 잡은 상위 클래스 이미지 다 까먹기 딱인데… 아…
그런데 테스타가 출연하는 건 이 안에서도 한 코너일 뿐이다.
게다가 보통 10팀이 한 코너를 구성하고, 출연 시간은 그 10팀을 통틀어 17분뿐.
‘악수 중 악수로 보이기 딱 좋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과 동 시간대에 제법 교양있는 유명 토크쇼가 방영된다.
그리고 VTIC을 필두로 하여 글로벌 인지도 있는 그룹들은 대부분 그 프로그램에서 퍼포먼스했다.
즉, 우리는 거기 출연할 수도 있는데 거절하고 이 B급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분위기를 짐작하겠지.
-돌았나
-여길 대체 왜 나와 나 이해가 안 되는데
-ㅋㅋㅋㅋㅋ답답해 뒤지것네
심지어 KPOP 아이돌이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애초에 이전 제작진 중 하나가 외국인 혐오 발언까지 했다 잘린 프로그램으로, 로컬 중에서도 로컬적인 색채가 강하다.
우리 대우가 좋을 리가 없다는 뜻이다.
-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소식이 인터넷을 한번 쭉 돌고 난 뒤에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음, 조용한데?”
“네.”
어떻게 되긴, 아무 소식도 없었던 것처럼 무시당하고 있다.
‘그럴 줄 알았다.’
여기서 이걸 테스타의 쪽팔린 착오라고 인정하면 대리만족감이 사라지고 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본인이 즐기던 국뽕 맛에 안 맞으니 다들 못 본 척 일부러 언급을 안 하려 드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팬분들도 조용한 편이야.”
그건 또 다른 이유다.
‘전략상 참는 거지.’
테스타 최근 기세가 너무 좋아서 더 열받는데, 동시에 그 기세에 초를 치고 싶지 않아서 쉬쉬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잡힌 스케줄, 그것도 미국 예능 스케줄을 대체도 없는데 난리 쳐서 취소시키는 것은 아무 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테스타의 버즈량이 훅 꺼지며 달아오르던 칭찬과 반응도 촛불처럼 꺼졌다.
남은 건 국뽕 채널들의 없는 것만 못한 정신 승리형 옹호 영상뿐인 상황.
“…….”
“…….”
드물게 대중 마음을 상하게 하고도 욕 바가지로 안 먹는 상황이지만, 차라리 욕먹는 게 더 속 편할 수도 있다.
저기 봐라, 이 출연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미 아는 배세진까지 서글픈 얼굴로 업로드가 멈춘 해외 반응 번역 채널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
“형.”
“알아. 필요한 일은 맞는데!”
그래. 다 상의된 내용이라니까.
KPOP은 더 이상 미국에서도 낯선 장르가 아니고, 서브 컬쳐로 팬층이 확고한 장르다.
이게 이득도 분명 크지만 결국 보던 사람만 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단 말이지.
‘그걸 피하려고 라임스톤 영화랑 합작까지 한 거고.’
그러니 이 판에 그냥 평탄하게 남들 다 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라임스톤을 키운 파이를 다 먹을 수 없다.
배세진은 눈빛이 돌아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계획대로 잘하면 돼.”
“그렇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차유진의 어깨를 쳤다.
“얘가 다 정리했잖아요. 본토 사람이.”
“맞아요. 저 믿어요! 제가 잘해요!”
“아니, 믿는다니까!”
나는 둘이 떠들게 놔두고, 마찬가지로 모니터링을 하다가 멈춘 선아현을 돌아보았다.
이번 활동에 공을 많이 들인 만큼, 확 식은 분위기를 신경 쓸 것 같아서였… 으나 놈이 번쩍 엄지를 든다…?
“나, 나는 당연히 믿어…!”
“…어. 고맙다.”
“으응!”
그래, 음. 그렇다면 됐고…….
‘마지막 점검.’
나는 어깨를 풀며, 아직도 온건한 지난 첫 무대의 베스트 댓글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내 이야기가 꽤 많다.
-누워있다가 박문대 도입 들어가는 순간 정자세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봐진짜
-AR도 이정도면 너무 티 난다고 숨소리 넣었을 텐데 양심 없다 비겁하게 성대로 승부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문대 투쁠 등급 메보 지렸다; 살살 녹는데
거참 스탯 찍은 보람이 있는 반응이군.
나는 내 상태창을 떠올렸다.
‘S+’가 떠 있을… 가창 스탯을.
그렇다. 나는 남은 스탯 한 포인트를 보컬에 추가했다.
B+인 춤에 넣으면 A-로 알파벳이 바뀌는데, 왜 안 그랬냐고?
내가 각종 능력치 등급 놈들을 실물로 보고 비교하며 확신했기 때문이다.
‘S+ 등급이 완성형이다.’라고.
가령 드디어 이번 앨범 들어서 끼 스탯이 S+에 진입한 놈이 있다.
[이름 : 차유진]
끼 : S+
이 자식은 이제 길거리에서 아무 곡에 맞춰서 내레이션만 시켜도 사람들이 쳐다볼 것이다. 전에는 좀 제멋대로인 감이 있던 튀는 느낌까지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리고… 다른 스탯이 S+인 놈이, 다른 그룹에 하나 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름 : 청려 (신재현)]
춤 : S+
청려.
놈의 춤 S+ 등급의 지향점은 완벽히 KPOP 군무 센터에 최적화된 이상이다.
의도하는 느낌을 정확한 힘과 뉘앙스로, ‘이상적으로’ 구현할 때 나오는 박력과 힘.
아마 어중떠중한 C, D 등급 놈들 모아다가 옆에 세워둬도 그럴싸해 보일 것이다.
사실 EX 등급이라는 건 무슨 전설 속 위인 수준일 것 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S+가 사람이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최종 단계라는 거겠지.
그러니 ‘내 노래가 안 통할’ 경우의 수를 완전히 차단하려면, 가창을 S+로 등급을 올리는 게 최고였다.
‘놓칠 수 없지.’
그리고… 굳이 춤을 안 올린 건 이유가 하나 더 있긴 했다.
…내가 운영하는 건 솔로가 아니라 그룹이니까.
‘춤은 잘 추는 놈들이 워낙 많아.’
내가 댄스 브레이크 센터를 할 것도 아닌데, 당장은 B+ 정도로도 이 팀의 군무를 완성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내가 잘하는 걸 더 튀게 잘해야 해.’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한 치라도 더 높은 질로 소화하는 게 팀의 질에는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 말고 다른 놈들도 다 그렇게 했고.
나는 제법 만족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니터링을 멈춘 놈들이 제법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어쨌든, S+가 된 보컬을 한 번 더 써먹을 타이밍이었다.
이 촬영은 무조건 잘 끝내고 성과를 낸….
“와~ 여기 제작진 중에 누가 우리 회사가 직접 컨택해서 자발적으로 출연하는 거라고 올렸나 봐. 이야~ 대단하다 진짜.”
“…….”
저 개X끼들은 촬영 끝나고 보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48화
테스타의 신곡은 첫 무대부터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방영된 본토에서부터 볼까.
나는 우리가 출연한 미국 예능, ‘You got a chance’를 검색창에 넣었다.
그리고 뒤로 ‘대체 점퍼 입은 놈들 누구임’ 따위의 영어 문장이 자동 완성되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석적이군.’
미국 대중의 픽인 그 메이저 예능에서 했던 단 하나의 무대. 거기서 제대로 눈도장 찍었다는 뜻이다.
첫 번째 메이저 노출이 이래서 중요하다. 괜히 이 악물고 그 묘기를 다 집어넣은 게 아니란 말이지.
“왜 밴드가 아니냐는 댓글이 추천을 많이 받는데? 우리 연주하는 연기 너무 잘했나 봐, 다 놀라시네~”
“그래도 영화에서 사용했던 효과음과 악기를 활용하여 브릿지에 장르적 유사점을 넣어준 것은 제대로 연결된 듯합니다.”
“오~ 그러네. 음악으로 위화감 느끼는 분은 별로 없다.”
“여기 사람이 청우 형 누구냐고 물어봐요. 저 정답 적어도 돼요?”
“참자, 유진아.”
영화의 이미지와 연결되며 여러 잡음과 호불호 발언이 나오는 것도 기껍다. 소중한 버즈량이다.
자연스럽게 뮤직비디오 유입량이 늘고, 글로벌 음원 사이트에서의 이용자 증가 폭이 도드라진다.
‘국내에선 더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의 노출 효과야.’
무대로 인지도 생길 때 반응 수순을 그대로 밟아나가는 중이다. 아무래도 이건 국내나 외국이나 비슷한가 보다.
-무슨 트레이닝을 받았기에 저게 가능한 거지? 케이팝은 트레이닝을 받는 게 맞지?
└그들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야 케이팝의 공장형 시스템의 수혜자-희생자가 아니라는 뜻이지!
…그 와중에 교묘하게 진실과 개소리를 섞어서 사이비식 영업글을 올리는 녀석들도 있지만 이것도 이용할 생각이니 넘어가고.
어쨌든 호평이 과반수라 국내에서도 제대로 뽕을 맞은 것 같다.
-개잘해
-이게 후보정 없는 라이브라는 게 말이 되냐 팬들 밥 안 먹어도 배 부르겠네 X나 멋있음
-대포 다음 덤블링하는 안무 대체 무슨 수로 하는 거야;;; 나였으면 벌써 목 부러졌다
원래는 노출되어도 ‘팬들이 영업하네’ 따위의 생각을 하며 클릭도 안 하고 넘겼을 사람도 기어코 보게 만드는 맛이 쏠쏠하다.
물론 클릭한 기대치를 충족할 만큼 무대가 잘 뽑히기도 했고.
이러니 무대 끝나고 폐 떨어질 것 같다며 머리 박던 멤버들도 태세를 전환했다.
“우리가 좀 잘하긴 했지. 와, 손가락까지 딱딱 맞더라고요?”
“으응, 다, 다들, 에너지도 좋고… 곡에 어울리는, 멋진 퍼포먼스였어.”
“맞아요! 저 너무 멋있었어요.”
이제 과거 시제를 올바르게 쓰게 된 차유진의 선언까지, 깔끔한 진실 확인과 수용의 과정이 끝났다.
‘앞으로도 계속 수정 없이 가겠군.’
나는 흡족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Tnet의 컴백쇼와 국내 음악방송 무대들은 국내 여론은 한 번 더 잡았다.
‘서브곡도 평 좋고.’
‘검은 고양이’를 이용한 근대 느와르 스릴러 컨셉을 열심히 발전시켜 뒀는데 폐기하기도 아깝지 않은가. 서브곡에 써먹었다.
액션이 넘치고 호전적인 느낌의 타이틀곡과 달리 우아한 맛이 있다며, 이번 컨셉에 아쉬워하던 사람들도 취향 따라 잘 골라잡게 만들었다.
물론 아쉬워하지 않아 하던 사람들도 좋아했다만.
-난 둘 다 조아 사랑해 젠틀맨부터 요원까지 한 활동에 코드 다 하는 테스타의 갓성비
-고맙다 얘들아 진수성찬이네 (우걱우걱
이러니 모니터링할 때마다 멤버 놈들 얼굴에 아주 광이 돈다.
“이번 무대도 반응 다 좋아.”
“이야, 피로가 싹 가시네요.”
현실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반응 중에서 가장 좋은 결과.
화제성 좋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답게 다사다난한 몇 년을 보낸 테스타로서는 드물게도 끓는 물도 얼음물도 아닌 따스한 환경이다.
사회면에 튀어나온 기사에도 베스트 댓글을 내려도 그저 좋은 말만 달린다.
-국위선양이란 이런 것이다 한국만의 고유한 해태 스타일~ 정의의 사도 해태를 전파하는 멋진 테스타~
안 그래도 관종의 업계에서 이건 거의 마약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돌 희망편 같은 이 모습을 꿈꾸며 다들 아이돌로 진로를 잡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이쯤에 맞춰서 드디어 우리의 독립 레이블까지 활동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류청우가 기사를 보고 싱긋 웃었다.
“궤도라는 뜻이었지?”
“네.”
내가 지었다. 본의는 아니었다.
‘이 새끼들이 쓸데없이 거창한 이름 붙이려고 하잖아.’
처음에 회사가 내놓은 게 슈퍼노바였단 말이다.
‘왜 소속사 이름으로 어그로를 끌려고 하냐.’
소속사 내부 레이블이니 굳이 더 튈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내 선에서 정리한 것이다.
“행성 궤도 같은 느낌이라 딱 좋은 것 같아. 다시 들어도 잘 지었네.”
“…감사합니다.”
어쨌든 팬들은 좋아했다.
물론 주식하는 사람들도 그랬고.
-할리우드 영화부터 이 친구들 행보 아주 괜찮군요 기대치 안 줄입니다
-테스타 아주 훌륭해요 14층에서 탑승하길 잘했네요 연말까지 가지고 있을 예정^^
주말 내내 연일 해외의 반응을 번역한 좋은 소식들이 들리고, 팬들은 넘치는 컨텐츠에 즐거워한다.
그리고 대중은 다음 주 목요일에야 윤곽이 드러날 빌보드 차트를 기대하며 김칫국을 원샷했다.
-아니 무슨 미국 예능 하나 나왔다고 벌써부터..
-근데 이번에도 커리어하이일 것 같긴한데 아무튼 방심하지 말고 노동해라 노동!
-뭐야 테스타 번역 계정 왜 이렇게 많이 생김
그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본인들 역시 기대하게 되자 팬들은 행복, 기대, 걱정, 혼란으로 미친 듯이 글을 쏟아냈다.
그중에는 당연히 우리의 행보에 대한 것도 있었다.
-음방 돌고나면 미국가겠지
-ㅇㅇ간다고 기사 뜸 미국에서 러브콜 꽤 온 듯
-ㅋ온갖 어그로 끌면서 라임스톤에 빌붙으려고 하더니 진짜 이 악물고 미국 가려고 애쓰네
└응 뭐라고? 느그돌은 끼워팔기로 엉덩이 들이밀었는데도 망했는데 킹스타는 현지 반응 오져서 열폭하고 싶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죽하면 어그로가 힘을 못 쓴다.
배세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호의적이기만 한 건 처음이야.”
“그러게요.”
국민 호감. 국민 아이돌로 금방이라도 자리 잡을 것 같은 이 분위기.
뮤직비디오 공개 때도 그렇게 분위기가 좋더니, 벌써 공개 후 1주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했다.
누구라도 이 상황이라면 ‘꽃길만 걷고 있다’며 고개를 주억거릴 상황.
“응. 정말 좋다.”
“네, 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놈들의 얼굴에는 해피엔딩 맞은 사람 특유의 편안한 미소가 떠 있진 않다.
그럼 어떻냐고?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흐를 것 같은 표정들이다.
속된 말로 ‘야 이거 어쩌지’.
예정된 X됨을 생각할 때 나오는 그 얼굴 말이다.
원인은… 슬슬 때가 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근데 조금 있으면 이걸 우리 손으로 박살 내는 거지?”
“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즐겨둘 수 있을 때 즐겨둬라.”
“으응….”
스마트폰에 도로 코를 박은 놈들이 여론의 단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안 가서 쓴맛 담당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 * *
빌보드 차트 순위가 나오기도 한참 전.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기사가 떴다.
여기까지는 다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해서 클릭한다.
‘아, 또 미국 예능 나오는구나’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기사를 정독하면 테스타가 출연한다는 예능의 정체가 뭔지 알게 된다.
한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이라 고개를 기웃할 수 있지만, 아는 사람이 증언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 이거 너무 B급 감성에 별론데 막 이상한 챌린지 같은 거 시키는 거라 별론데….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주고 망치게 하거나, 괴롭히고 반응 보는 류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B급.
-이거 잘 나가는 애들 나오는 프로그램 아니야 왜 이런데 나오려고 하지?
-영화랑 첫 무대로 잡은 상위 클래스 이미지 다 까먹기 딱인데… 아…
그런데 테스타가 출연하는 건 이 안에서도 한 코너일 뿐이다.
게다가 보통 10팀이 한 코너를 구성하고, 출연 시간은 그 10팀을 통틀어 17분뿐.
‘악수 중 악수로 보이기 딱 좋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과 동 시간대에 제법 교양있는 유명 토크쇼가 방영된다.
그리고 VTIC을 필두로 하여 글로벌 인지도 있는 그룹들은 대부분 그 프로그램에서 퍼포먼스했다.
즉, 우리는 거기 출연할 수도 있는데 거절하고 이 B급 프로그램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분위기를 짐작하겠지.
-돌았나
-여길 대체 왜 나와 나 이해가 안 되는데
-ㅋㅋㅋㅋㅋ답답해 뒤지것네
심지어 KPOP 아이돌이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애초에 이전 제작진 중 하나가 외국인 혐오 발언까지 했다 잘린 프로그램으로, 로컬 중에서도 로컬적인 색채가 강하다.
우리 대우가 좋을 리가 없다는 뜻이다.
-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소식이 인터넷을 한번 쭉 돌고 난 뒤에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음, 조용한데?”
“네.”
어떻게 되긴, 아무 소식도 없었던 것처럼 무시당하고 있다.
‘그럴 줄 알았다.’
여기서 이걸 테스타의 쪽팔린 착오라고 인정하면 대리만족감이 사라지고 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본인이 즐기던 국뽕 맛에 안 맞으니 다들 못 본 척 일부러 언급을 안 하려 드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팬분들도 조용한 편이야.”
그건 또 다른 이유다.
‘전략상 참는 거지.’
테스타 최근 기세가 너무 좋아서 더 열받는데, 동시에 그 기세에 초를 치고 싶지 않아서 쉬쉬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잡힌 스케줄, 그것도 미국 예능 스케줄을 대체도 없는데 난리 쳐서 취소시키는 것은 아무 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테스타의 버즈량이 훅 꺼지며 달아오르던 칭찬과 반응도 촛불처럼 꺼졌다.
남은 건 국뽕 채널들의 없는 것만 못한 정신 승리형 옹호 영상뿐인 상황.
“…….”
“…….”
드물게 대중 마음을 상하게 하고도 욕 바가지로 안 먹는 상황이지만, 차라리 욕먹는 게 더 속 편할 수도 있다.
저기 봐라, 이 출연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미 아는 배세진까지 서글픈 얼굴로 업로드가 멈춘 해외 반응 번역 채널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
“형.”
“알아. 필요한 일은 맞는데!”
그래. 다 상의된 내용이라니까.
KPOP은 더 이상 미국에서도 낯선 장르가 아니고, 서브 컬쳐로 팬층이 확고한 장르다.
이게 이득도 분명 크지만 결국 보던 사람만 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단 말이지.
‘그걸 피하려고 라임스톤 영화랑 합작까지 한 거고.’
그러니 이 판에 그냥 평탄하게 남들 다 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라임스톤을 키운 파이를 다 먹을 수 없다.
배세진은 눈빛이 돌아오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계획대로 잘하면 돼.”
“그렇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차유진의 어깨를 쳤다.
“얘가 다 정리했잖아요. 본토 사람이.”
“맞아요. 저 믿어요! 제가 잘해요!”
“아니, 믿는다니까!”
나는 둘이 떠들게 놔두고, 마찬가지로 모니터링을 하다가 멈춘 선아현을 돌아보았다.
이번 활동에 공을 많이 들인 만큼, 확 식은 분위기를 신경 쓸 것 같아서였… 으나 놈이 번쩍 엄지를 든다…?
“나, 나는 당연히 믿어…!”
“…어. 고맙다.”
“으응!”
그래, 음. 그렇다면 됐고…….
‘마지막 점검.’
나는 어깨를 풀며, 아직도 온건한 지난 첫 무대의 베스트 댓글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내 이야기가 꽤 많다.
-누워있다가 박문대 도입 들어가는 순간 정자세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봐진짜
-AR도 이정도면 너무 티 난다고 숨소리 넣었을 텐데 양심 없다 비겁하게 성대로 승부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문대 투쁠 등급 메보 지렸다; 살살 녹는데
거참 스탯 찍은 보람이 있는 반응이군.
나는 내 상태창을 떠올렸다.
‘S+’가 떠 있을… 가창 스탯을.
그렇다. 나는 남은 스탯 한 포인트를 보컬에 추가했다.
B+인 춤에 넣으면 A-로 알파벳이 바뀌는데, 왜 안 그랬냐고?
내가 각종 능력치 등급 놈들을 실물로 보고 비교하며 확신했기 때문이다.
‘S+ 등급이 완성형이다.’라고.
가령 드디어 이번 앨범 들어서 끼 스탯이 S+에 진입한 놈이 있다.
끼 : S+
이 자식은 이제 길거리에서 아무 곡에 맞춰서 내레이션만 시켜도 사람들이 쳐다볼 것이다. 전에는 좀 제멋대로인 감이 있던 튀는 느낌까지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리고… 다른 스탯이 S+인 놈이, 다른 그룹에 하나 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춤 : S+
청려.
놈의 춤 S+ 등급의 지향점은 완벽히 KPOP 군무 센터에 최적화된 이상이다.
의도하는 느낌을 정확한 힘과 뉘앙스로, ‘이상적으로’ 구현할 때 나오는 박력과 힘.
아마 어중떠중한 C, D 등급 놈들 모아다가 옆에 세워둬도 그럴싸해 보일 것이다.
사실 EX 등급이라는 건 무슨 전설 속 위인 수준일 것 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S+가 사람이 예술로 승화할 수 있는 최종 단계라는 거겠지.
그러니 ‘내 노래가 안 통할’ 경우의 수를 완전히 차단하려면, 가창을 S+로 등급을 올리는 게 최고였다.
‘놓칠 수 없지.’
그리고… 굳이 춤을 안 올린 건 이유가 하나 더 있긴 했다.
…내가 운영하는 건 솔로가 아니라 그룹이니까.
‘춤은 잘 추는 놈들이 워낙 많아.’
내가 댄스 브레이크 센터를 할 것도 아닌데, 당장은 B+ 정도로도 이 팀의 군무를 완성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내가 잘하는 걸 더 튀게 잘해야 해.’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한 치라도 더 높은 질로 소화하는 게 팀의 질에는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나 말고 다른 놈들도 다 그렇게 했고.
나는 제법 만족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니터링을 멈춘 놈들이 제법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어쨌든, S+가 된 보컬을 한 번 더 써먹을 타이밍이었다.
이 촬영은 무조건 잘 끝내고 성과를 낸….
“와~ 여기 제작진 중에 누가 우리 회사가 직접 컨택해서 자발적으로 출연하는 거라고 올렸나 봐. 이야~ 대단하다 진짜.”
“…….”
저 개X끼들은 촬영 끝나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