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4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41화
“문대문대, 인삼주 매진이래.”
“…….”
나는 SNS에 인기글로 공유되는 인삼 담금주 키트 판매자의 글을 확인했다.
-감히 기대한 적도 없던 성원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테스타 박문대 님의 이름으로 수익 일부를 기부하겠습니다. (절하는 이모티콘)
그렇다.
별의별곡 사태는 인터넷에서 완전히 밈이 됐다. 늦지 않은 타이밍에 유쾌하게 수습한 효과는 굉장했다.
딱히 취향 안 가리고 웃기는 반전 상황에, 대처까지 적절했다 보니 대놓고 온갖 곳으로 퍼진 것이다.
게다가 알아볼수록 웃기는 요소가 나온다고 하더라.
-지금 보니 계정명부터 나 테스타 부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네 ㅅㅂㅋㅋㅋㅋㅋㅋ별의별곡ㅋㅋㅋ
-공부하느라 계약 못 한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했던 그들의 과거.jpg (이미지)
-공장놈들이 컨택했을 때 얘들도 비명 지르고 있었을 듯 삼고초려로 강제 데뷔
별의별곡이 127 섹션의 보스 테마곡을 정식 편곡한 것도 재조명받으며, 당시 우리 심정을 짐작해 이미지 파일로 재구성한 유머글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다들 신났군.’
덕분에 쓸데없는 논란 방어도 한 방에 끝났다.
-잘 짜여진 한 편의 바이럴 같은 건 나뿐?ㅎ
└대상 아이돌 테스타 대가리 오지게 박는 영상이나 보고 와라 (링크)
└짜고 해서 터트릴 생각이었으면 쓸데없이 공부한단 거짓말을 왜 함 X나 누가 봐도 실수임ㅋㅋㅋㅋ
재밌는 판 깨지 말라 이거다.
욕했다가 태세 전환을 이미 한 번 했는데, 또 욕하는 방향으로 태세 전환하는 건 피곤하고 재미없거든.
물론 팬 중에는 실컷 욕 박아놓고 태세 전환하는 놈들에게 환멸이나 분노를 느끼는 사람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빠르게 분위기가 반전되었다는 것에서 크게 안도하느라 다들 테러당한 음원 별점 복구에 더 신경 쓰는 분위기다.
‘표절이 워낙 큰 건이긴 했지.’
나는 재생산되는 밈을 어디까지 부추기다 끊어야 선 넘지 않을까 고민했다.
“오~ 이거 재밌네. 래빈이가 이거 따라 하는 글 올려보는 건 어때?”
“괜찮겠지.”
일단 분위기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한 번 정도는 우리가 밈에 직접 호응하는 건 통과시켰고.
‘적정선에서 딱 마무리되게 하면 좋겠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국내 민심 잡은 뒤, 미국 갈 때 에피소드로나 삼아버릴 생각이었다.
토크쇼에서 이야기하기 딱 좋지 않은가. 영화랑도 관련되어 있고.
그러나 그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당사자가 쓰기도 전에 웬 외국 놈들이 이걸 먼저 선점했거든.
“……?”
1차는 미국의 게임 위튜버였다.
애초에 별의별곡 편곡 계정은 게임 팬인 이 위튜버에 의해서 게이머들에게 알려진 계정이었다.
그놈이 또 조회수 달달하게 빨아먹을 소재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KPOP 보이밴드는 모든 곳에 있다… 날 속였어!]
이 제목으로 어그로를 끈 뒤, 클릭한 KPOP 팬들의 심기에 거스르지 않는 감탄과 환호 리액션으로 끝내는 것 말이다.
[오 미친 맙소사. 이 편곡 채널 주인이 케이팝 밴드인데 코스믹 거너의 그 밴드라고?]
[그리고, 그리고 이 게임 콜라보레이션 트레일러 영상도 걔들인 거지? 배우가 아니라?]
[어떻게 배우가 아닐 수 있어!]
[자기들 곡을 직접 쓴다고? 그럼 그 영화 사운드트랙도 얘들이 쓴 거네? 그렇겠지, 애초에! 편곡 채널이! 쟤들 거니까!]
경악한 것처럼 이마를 짚고 하는 말 하나하나가 아주 KPOP 팬덤과 국뽕 중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절묘했다.
그 와중에 워낙 미국 구독자 많은 놈이다 보니, 해당 게임 세계관에 관심이 생긴 라임스톤 영화 팬층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진 모양이고.
-그들이 그들 스스로를 표절해? 굉장히 웃긴 사건이었네 lol 알려줘서 고마워
-사실 난 좀 덕통 당한 것 같아 뭐부터 보면 될까? 😀
-자꾸 케이팝을 모든 설명에 붙이는 것 좀 그만해. 테스타는 그 틀에 맞춰지지 않은 고유하고 멋진 그룹이야!
그래. 아예 기존 케이팝에 편견이나 반감이 있던 사람이 이건 예외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기까지 한다.
‘오프닝으론 나쁘지 않군.’
저 예외 같은 소리가 좀 더 나오면 역으로 공격감이 되겠지만 그럴 수위까진 아직 안 갔으니 패스.
그러니 여기서 끝났다면 훈훈한 밑밥이 깔려서 도리어 에피소드로 써먹기 좋았을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 놈이다.
“박문대! 이것 좀 봐.”
“…?”
나는 배세진이 내민 위튜브 영상을 확인했다.
웬 토크쇼 장면이다.
[제이슨! 혹시 다른 곳에서 말하지 않은, 아주 희귀하고, 독특한 촬영장 일화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하하!]
[안 들려주시면 전 여기서 쓰러지고 모든 스탭들이 당신을 범인으로 증언할 겁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어디 보자… 추가 촬영 진행 중에 아주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요, 바로 외국 스타의 카메오 등장이었죠!]
당시 술집 씬에 출연했던 영화 조연 배우가 먼저 미국 방송 나와서 입을 턴 것이다.
“이 사람 기억나?”
“Nope! 아니요!”
“아니, 말 한 번 안 해보신 분이 정말 천연덕스럽게도 이야기하시네.”
아마 토크쇼에서 돌려막을 에피소드도 떨어졌고, 본래도 SNS에서 KPOP 언급도 좀 했던 인간이라 이러는 모양이다.
[무슨 라이브 공연장인 것처럼 그 작은 무대 세트장에서 ‘진짜’ 공연을 해서. 와, 전 막 그랬죠. ‘역시 KPOP 밴드는 퍼포먼스가 죽여줘!’]
[그런데 그다음엔 연기를 하는데 무슨 진짜 잘나가는 일류 연기자인 것처럼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다음엔 자기들이 운영하는 비밀 편곡 계정이 있다는 것도 밝혀지고요?]
[대체 무슨 밴드가 그래요! 뭐 특수훈련이라도 받았나??]
이놈은 특별히 우리를 본 적도 없으면서 스탭에게 들은 소리를 잘 짜 맞춰서 진짜처럼 이야기했다.
“그래도 소개는 잘해주시네.”
“그러게요.”
이것도 일종의 편견이 아닌가 싶다만, 어쨌든 동양의 은둔 절대고수라도 설명하듯이 이야기하는 꼴이 미국인들에게도 재밌게 들렸나 보다.
‘애초에 내용이 웃기기도 하고.’
[사인을 받아뒀어야 했는데, 순식간에 사라져서 못 받았죠. 부디 다음 시리즈에서도 봤으면 좋겠네요.]
미국 황금시간대 토크쇼에 인기 영화의 출연진 입으로 나온 이 이야기는 파장이 꽤 컸다.
영화에 나온 그 미친 밴드의 정체가 은근히 궁금하면서도 굳이 알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제법 인상적으로 이 말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테스타의 밴드 퍼포먼스, 표절 해프닝 영상, 그리고 우리의 게임 콜라보 트레일러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X나 믿기지가 않네 그러니까 그 간지 터지는 블랙홀을 나흘 만에 작곡했다고?
-서브컬쳐의 화신 같은 밴드네
-영어 곡 더 없을까? 🙁
└그들은 모국어로도 좋은 곡을 많이 만들었어 (링크)
-이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서바이벌 프로그램 생존자 그룹이라는 게 정말 어울린다
덕분에 우리는 기묘한 4차원 외국 천재 이미지로 미국에 친근히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듯싶었다.
‘안 어울려.’
하지만 잘 이용해 먹을 생각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것도 클라이맥스는 아니었다. 멤버들을 다 입 벌어지게 만든 최종 결과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이, 이거, 이거…!”
선아현이 내민 빌보드200 앨범차트.
[2. Special Edition / new!]
“…!”
해당 영화 앨범이 2위로 등장했다.
비록 가수가 있을 자리엔 테스타가 아니라 Soundtrack이 떠 있지만,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쾌거였다.
“허어억.”
“와, 어, 와…. 이거 예상은 했지만 대박인데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가 맡은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은 빌보드 Hot100에 따로 차트인하기까지 했다.
[9. Black hole / new!]
“으아악!”
무려 9위.
물론 몇 년에 한 번씩 영화 OST가 빌보드 1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듣기는 했으나, 그래도 여기서 한 자릿수가 나올 줄은 몰랐다.
‘이게 되네.’
“형! 김래빈 기절해요!”
“안 했어…. 하지만 긴 숙고 없이 나흘 만에 제작했으며 샘플 중복 사용이라는 실수까지 저지른 곡이 받아도 괜찮은 등수인지에 대해…….”
“OK 김래빈 멀쩡해요.”
난리 났군. 그리고 그럴 만한 성과다.
나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놈들 사이에서 류청우에게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이거 금요일 발매도 아니었죠?”
“그래. 아니었어.”
특히 일주일 치 성적 풀 반영이 아닌데도 이 등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쾌거였다.
나는 분석 점수를 확인했다.
‘온에어 점수도 괜찮군.’
알지도 못하는 그룹의 곡이지만 라디오 여기저기서 틀어준 모양이다. 과연 메이저 영화 만세다.
진입장벽이 누그러진 미국 시장은 그야말로 꿀덩어리, 꿀 자체였다.
작전 성공이었다.
“좋아.”
“가, 감사 글이라도 올릴까…?”
“그러자~! 빌보드 글 공유도 하고!”
나는 신난 놈들을 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세와 분위기가 죽기 전에….
“그리고 다음 앨범 작업해야지.”
“아.”
이렇게 물이 터질 듯이 밀려들어 오는데 보트에 모터를 달지 못할망정 노도 늦으면 곤란하지 않은가.
‘라임스톤으로 잡은 이미지가 빠지기 전에 다음 앨범으로 알 박기 간다.’
나는 목을 꺾었다. 옆에서 류청우가 온화하게 말을 얹었다.
“그래. 지난번 캠프 때 우리가 상의했던 것보다도 정말 결과가 좋아. 다들 정말 고생 많았고… 우리 앨범도 잘 만들어보자.”
놈들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진짜 성적이 나오니 더 동기부여가 되긴 하나 보군.
“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화 OST에 새롭게 관심 가져주신 분들뿐 아니라 기존 리스너분들께서도 즐겁게 듣고 보실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좋아! 테스타 화이팅합시다~”
“음, 그럼 식사하고 바로 시작할까?”
성취감에 고조된 놈들이 신나서 제 발로 괴악한 캠프 일정을 수험생처럼 쭉 짜낸다. 좋은 자세다.
그리고 좀… 고맙기도 하고.
나는 이들 중 나만 가진 사정을 떠올리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케이팝 레코드 경신’ 미션 달성.
‘…여유 일자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어.’
본인 말에 따르면, 큰달이 류건우 몸에 붙어 있을 수 있는 건 8월까지다.
이제 여유 기간은 4달뿐이었다. 그 안에 미션을 달성해야 한다.
계획대로만 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만….
[형 저 블랙홀 너무 잘 듣고 있어요 정말ㅠㅠ 근데 혹시 이거 차유진 님 생각하시면서 만든 건가요? 블랙홀이라 괜히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 와중에 당사자는 재촉도 질문도 없이 사는 게 영 떨떠름하긴 하군.
아예 희망도 안 가졌다 이건가. 나는 혀를 찼다.
‘무조건 더 살게 만든다.’
“자, 우리 밥 먹고 바로 각자 노트북 가지고 나옵시다~”
그리하여 미국 투어 전 한 주, 나는 이 7일을 온전히 다 써서 타이틀곡과 컨셉 작업에 매달리기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계획과 실행이 언제나 일치하진 않는 법이라 문제였지.
* * *
나흘간은 별 특이사항 없이 강행군이 이어졌다.
“커피는 이제 금지.”
“문대문대 빨리 이 형 좀 설득해 봐.”
“포기해.”
컨셉은 거의 윤곽이 나왔고, 뮤직비디오 시놉과 앨범 디자인도 다 뽑혔다. 사실상 타이틀만 제대로 작업하면 되는 상태였다.
다 스마트폰까지 떼어놓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10분 휴식!”
“예이~”
평일 오전. 짧은 휴식이 주어지자 나는 간만에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혹시 다른 소식 있나.’
그러나 거기에는 소식 대신, 웬 부재중 통화가 여럿 찍혀 있다.
[VTIC 신청려 선배님]
“…?”
‘뭐야.’
뜬금없어서 더 불길했다.
나는 잠깐 갈등하다가, 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순식간에 연결되었다. 이놈도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나 보군.
“선배님.”
-후배님.
대답하는 목소리는 별 이상 없이 차분했다.
그러나 다음 말은 내용이 별로 차분하지 않았다.
-잠깐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뭐?
“무슨 문을요.”
-현관.
“…….”
설마.
나는 부정하면서도, 일단 멤버들이 흩어져서 휴식 중인 거실을 지나 숙소의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체인을 걸어놓은 상태로 문을 열었다. 그 틈으로 바깥이 보였다.
“……!”
“…….”
전화기를 들고 있는, 별 표정 없는 면상.
진짜 청려다.
‘돌았나?’
이 새끼가 다짜고짜 남의 숙소에 찾아온 것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41화
“문대문대, 인삼주 매진이래.”
“…….”
나는 SNS에 인기글로 공유되는 인삼 담금주 키트 판매자의 글을 확인했다.
-감히 기대한 적도 없던 성원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테스타 박문대 님의 이름으로 수익 일부를 기부하겠습니다. (절하는 이모티콘)
그렇다.
별의별곡 사태는 인터넷에서 완전히 밈이 됐다. 늦지 않은 타이밍에 유쾌하게 수습한 효과는 굉장했다.
딱히 취향 안 가리고 웃기는 반전 상황에, 대처까지 적절했다 보니 대놓고 온갖 곳으로 퍼진 것이다.
게다가 알아볼수록 웃기는 요소가 나온다고 하더라.
-지금 보니 계정명부터 나 테스타 부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네 ㅅㅂㅋㅋㅋㅋㅋㅋ별의별곡ㅋㅋㅋ
-공부하느라 계약 못 한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했던 그들의 과거.jpg (이미지)
-공장놈들이 컨택했을 때 얘들도 비명 지르고 있었을 듯 삼고초려로 강제 데뷔
별의별곡이 127 섹션의 보스 테마곡을 정식 편곡한 것도 재조명받으며, 당시 우리 심정을 짐작해 이미지 파일로 재구성한 유머글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다들 신났군.’
덕분에 쓸데없는 논란 방어도 한 방에 끝났다.
-잘 짜여진 한 편의 바이럴 같은 건 나뿐?ㅎ
└대상 아이돌 테스타 대가리 오지게 박는 영상이나 보고 와라 (링크)
└짜고 해서 터트릴 생각이었으면 쓸데없이 공부한단 거짓말을 왜 함 X나 누가 봐도 실수임ㅋㅋㅋㅋ
재밌는 판 깨지 말라 이거다.
욕했다가 태세 전환을 이미 한 번 했는데, 또 욕하는 방향으로 태세 전환하는 건 피곤하고 재미없거든.
물론 팬 중에는 실컷 욕 박아놓고 태세 전환하는 놈들에게 환멸이나 분노를 느끼는 사람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빠르게 분위기가 반전되었다는 것에서 크게 안도하느라 다들 테러당한 음원 별점 복구에 더 신경 쓰는 분위기다.
‘표절이 워낙 큰 건이긴 했지.’
나는 재생산되는 밈을 어디까지 부추기다 끊어야 선 넘지 않을까 고민했다.
“오~ 이거 재밌네. 래빈이가 이거 따라 하는 글 올려보는 건 어때?”
“괜찮겠지.”
일단 분위기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한 번 정도는 우리가 밈에 직접 호응하는 건 통과시켰고.
‘적정선에서 딱 마무리되게 하면 좋겠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국내 민심 잡은 뒤, 미국 갈 때 에피소드로나 삼아버릴 생각이었다.
토크쇼에서 이야기하기 딱 좋지 않은가. 영화랑도 관련되어 있고.
그러나 그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당사자가 쓰기도 전에 웬 외국 놈들이 이걸 먼저 선점했거든.
“……?”
1차는 미국의 게임 위튜버였다.
애초에 별의별곡 편곡 계정은 게임 팬인 이 위튜버에 의해서 게이머들에게 알려진 계정이었다.
그놈이 또 조회수 달달하게 빨아먹을 소재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 제목으로 어그로를 끈 뒤, 클릭한 KPOP 팬들의 심기에 거스르지 않는 감탄과 환호 리액션으로 끝내는 것 말이다.
경악한 것처럼 이마를 짚고 하는 말 하나하나가 아주 KPOP 팬덤과 국뽕 중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절묘했다.
그 와중에 워낙 미국 구독자 많은 놈이다 보니, 해당 게임 세계관에 관심이 생긴 라임스톤 영화 팬층에게도 이 소식이 전해진 모양이고.
-그들이 그들 스스로를 표절해? 굉장히 웃긴 사건이었네 lol 알려줘서 고마워
-사실 난 좀 덕통 당한 것 같아 뭐부터 보면 될까? 😀
-자꾸 케이팝을 모든 설명에 붙이는 것 좀 그만해. 테스타는 그 틀에 맞춰지지 않은 고유하고 멋진 그룹이야!
그래. 아예 기존 케이팝에 편견이나 반감이 있던 사람이 이건 예외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기까지 한다.
‘오프닝으론 나쁘지 않군.’
저 예외 같은 소리가 좀 더 나오면 역으로 공격감이 되겠지만 그럴 수위까진 아직 안 갔으니 패스.
그러니 여기서 끝났다면 훈훈한 밑밥이 깔려서 도리어 에피소드로 써먹기 좋았을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 놈이다.
“박문대! 이것 좀 봐.”
“…?”
나는 배세진이 내민 위튜브 영상을 확인했다.
웬 토크쇼 장면이다.
당시 술집 씬에 출연했던 영화 조연 배우가 먼저 미국 방송 나와서 입을 턴 것이다.
“이 사람 기억나?”
“Nope! 아니요!”
“아니, 말 한 번 안 해보신 분이 정말 천연덕스럽게도 이야기하시네.”
아마 토크쇼에서 돌려막을 에피소드도 떨어졌고, 본래도 SNS에서 KPOP 언급도 좀 했던 인간이라 이러는 모양이다.
이놈은 특별히 우리를 본 적도 없으면서 스탭에게 들은 소리를 잘 짜 맞춰서 진짜처럼 이야기했다.
“그래도 소개는 잘해주시네.”
“그러게요.”
이것도 일종의 편견이 아닌가 싶다만, 어쨌든 동양의 은둔 절대고수라도 설명하듯이 이야기하는 꼴이 미국인들에게도 재밌게 들렸나 보다.
‘애초에 내용이 웃기기도 하고.’
미국 황금시간대 토크쇼에 인기 영화의 출연진 입으로 나온 이 이야기는 파장이 꽤 컸다.
영화에 나온 그 미친 밴드의 정체가 은근히 궁금하면서도 굳이 알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제법 인상적으로 이 말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사람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테스타의 밴드 퍼포먼스, 표절 해프닝 영상, 그리고 우리의 게임 콜라보 트레일러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X나 믿기지가 않네 그러니까 그 간지 터지는 블랙홀을 나흘 만에 작곡했다고?
-서브컬쳐의 화신 같은 밴드네
-영어 곡 더 없을까? 🙁
└그들은 모국어로도 좋은 곡을 많이 만들었어 (링크)
-이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서바이벌 프로그램 생존자 그룹이라는 게 정말 어울린다
덕분에 우리는 기묘한 4차원 외국 천재 이미지로 미국에 친근히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듯싶었다.
‘안 어울려.’
하지만 잘 이용해 먹을 생각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것도 클라이맥스는 아니었다. 멤버들을 다 입 벌어지게 만든 최종 결과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이, 이거, 이거…!”
선아현이 내민 빌보드200 앨범차트.
“…!”
해당 영화 앨범이 2위로 등장했다.
비록 가수가 있을 자리엔 테스타가 아니라 Soundtrack이 떠 있지만,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쾌거였다.
“허어억.”
“와, 어, 와…. 이거 예상은 했지만 대박인데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가 맡은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은 빌보드 Hot100에 따로 차트인하기까지 했다.
“으아악!”
무려 9위.
물론 몇 년에 한 번씩 영화 OST가 빌보드 1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듣기는 했으나, 그래도 여기서 한 자릿수가 나올 줄은 몰랐다.
‘이게 되네.’
“형! 김래빈 기절해요!”
“안 했어…. 하지만 긴 숙고 없이 나흘 만에 제작했으며 샘플 중복 사용이라는 실수까지 저지른 곡이 받아도 괜찮은 등수인지에 대해…….”
“OK 김래빈 멀쩡해요.”
난리 났군. 그리고 그럴 만한 성과다.
나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놈들 사이에서 류청우에게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이거 금요일 발매도 아니었죠?”
“그래. 아니었어.”
특히 일주일 치 성적 풀 반영이 아닌데도 이 등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쾌거였다.
나는 분석 점수를 확인했다.
‘온에어 점수도 괜찮군.’
알지도 못하는 그룹의 곡이지만 라디오 여기저기서 틀어준 모양이다. 과연 메이저 영화 만세다.
진입장벽이 누그러진 미국 시장은 그야말로 꿀덩어리, 꿀 자체였다.
작전 성공이었다.
“좋아.”
“가, 감사 글이라도 올릴까…?”
“그러자~! 빌보드 글 공유도 하고!”
나는 신난 놈들을 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세와 분위기가 죽기 전에….
“그리고 다음 앨범 작업해야지.”
“아.”
이렇게 물이 터질 듯이 밀려들어 오는데 보트에 모터를 달지 못할망정 노도 늦으면 곤란하지 않은가.
‘라임스톤으로 잡은 이미지가 빠지기 전에 다음 앨범으로 알 박기 간다.’
나는 목을 꺾었다. 옆에서 류청우가 온화하게 말을 얹었다.
“그래. 지난번 캠프 때 우리가 상의했던 것보다도 정말 결과가 좋아. 다들 정말 고생 많았고… 우리 앨범도 잘 만들어보자.”
놈들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진짜 성적이 나오니 더 동기부여가 되긴 하나 보군.
“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화 OST에 새롭게 관심 가져주신 분들뿐 아니라 기존 리스너분들께서도 즐겁게 듣고 보실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좋아! 테스타 화이팅합시다~”
“음, 그럼 식사하고 바로 시작할까?”
성취감에 고조된 놈들이 신나서 제 발로 괴악한 캠프 일정을 수험생처럼 쭉 짜낸다. 좋은 자세다.
그리고 좀… 고맙기도 하고.
나는 이들 중 나만 가진 사정을 떠올리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케이팝 레코드 경신’ 미션 달성.
‘…여유 일자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어.’
본인 말에 따르면, 큰달이 류건우 몸에 붙어 있을 수 있는 건 8월까지다.
이제 여유 기간은 4달뿐이었다. 그 안에 미션을 달성해야 한다.
계획대로만 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만….
…그 와중에 당사자는 재촉도 질문도 없이 사는 게 영 떨떠름하긴 하군.
아예 희망도 안 가졌다 이건가. 나는 혀를 찼다.
‘무조건 더 살게 만든다.’
“자, 우리 밥 먹고 바로 각자 노트북 가지고 나옵시다~”
그리하여 미국 투어 전 한 주, 나는 이 7일을 온전히 다 써서 타이틀곡과 컨셉 작업에 매달리기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계획과 실행이 언제나 일치하진 않는 법이라 문제였지.
* * *
나흘간은 별 특이사항 없이 강행군이 이어졌다.
“커피는 이제 금지.”
“문대문대 빨리 이 형 좀 설득해 봐.”
“포기해.”
컨셉은 거의 윤곽이 나왔고, 뮤직비디오 시놉과 앨범 디자인도 다 뽑혔다. 사실상 타이틀만 제대로 작업하면 되는 상태였다.
다 스마트폰까지 떼어놓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10분 휴식!”
“예이~”
평일 오전. 짧은 휴식이 주어지자 나는 간만에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혹시 다른 소식 있나.’
그러나 거기에는 소식 대신, 웬 부재중 통화가 여럿 찍혀 있다.
“…?”
‘뭐야.’
뜬금없어서 더 불길했다.
나는 잠깐 갈등하다가, 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순식간에 연결되었다. 이놈도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나 보군.
“선배님.”
-후배님.
대답하는 목소리는 별 이상 없이 차분했다.
그러나 다음 말은 내용이 별로 차분하지 않았다.
-잠깐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뭐?
“무슨 문을요.”
-현관.
“…….”
설마.
나는 부정하면서도, 일단 멤버들이 흩어져서 휴식 중인 거실을 지나 숙소의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체인을 걸어놓은 상태로 문을 열었다. 그 틈으로 바깥이 보였다.
“……!”
“…….”
전화기를 들고 있는, 별 표정 없는 면상.
진짜 청려다.
‘돌았나?’
이 새끼가 다짜고짜 남의 숙소에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