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3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9화
슬슬 테스타 투어도 미국 몇 주만을 남겨둔 4월 중순.
“우리 영화관 또 가요!”
“시간 없어.”
“그럼 만들어요!”
오늘따라 끈질기군.
나는 작곡 캠프에서까지 영화 보자고 노래를 부르는 차유진을 쳐다보았다.
이놈 때문에 투어 가는 도시마다 야밤에 도둑질하듯이 를 보러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목격담도 꽤 떴지.’
하도 가서 슬슬 예측샷을 노린 사람들이 노리고 찾아오자 중단했는데, 무슨 금단 증상이라도 온 것처럼 저러고 있다.
“차유진, 몇 초 안 되는 출연 장면을 재관람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형들의 수면 시간을 뺏는 행위는 좋지 않….”
“내 목소리는 길게 나와! 그리고 우리 멋졌어!”
“하하, 그러게. 엔딩 크레딧에서 우리 곡이 들리니까 신기하더라.”
그래, 설마 우리 곡을 메인 테마곡으로 채택까지 할 줄은 몰랐다.
모르긴 몰라도 지난번에 프로듀서가 직접 자리에 나온 것은 상상 이상으로 곡이 마음에 든 탓도 있었나 보지.
‘그 새끼들이 기어코 돈은 더 안 쳐줬지만.’
홍보료로 써먹었다고 치자. 일단 작곡가 본인이 굉장히 신난 상태니까.
“예! 저도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래.”
“난 안 신기했다? 래빈이 곡 진짜 좋았잖아~”
일등 공신에게 다시 한번 감탄이 쏟아졌다. 차유진마저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래빈 곡도 멋졌어.”
김래빈이 엄숙히 고개를 끄덕였다.
“급하게 제작하느라 다소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촬영 이후 피드백과 함께 보완했으니 결국 부끄럽지 않은 수준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했어.”
“GOOD~”
드물게 둘이 안 싸우고 의견이 일치하는군.
“바, 반응이 굉장히 좋아. 미국에서도… 기사가 뜨고.”
“오~ 진짜?”
선아현은 드물게 서치까지 시도했나보다. 색다른 일을 했더니 별 결과가 다 나온다.
녀석이 내민 기사를 번역했다.
“이번 라임스톤 영화의, 주요 삽입곡을 작곡한 것은 KPOP 소년밴드로…, 그 인상적인 카메오 출연자의 정체가, 대중을 놀라게 하고 있다, 고 해.”
“오오~”
기사야 별거로도 다 뜨니 감탄은 이르지만, 실제로 미국 쪽 익명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뒤져보니 알음알음 글이 올라오고 있긴 했다.
‘일단 워낙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고.’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운이 좋았지.
어쨌든 그 잘나가는 영화에서 눈도장을 잘 찍어둔 덕에, 벌써 우리도 글이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저화질로 유출되어서 떠돌아다니는 테스타 카메오 장면까지 첨부해서 말이다.
재밌는 점은 카메오라는 것도 몰랐는지, ‘조연인 줄 알았는데 다시 등장하지 않아 당황했다’는 말이 많았다.
-그 미친 밴드가 나중에 다시 등장할 줄 알았는데 아쉬워 🙁 그래도 엔딩 크레딧의 곡은 그들이 연주하던 게 맞지?
└카메오야 정체는 케이팝 밴드
└맙소사
그러다 보니 이젠 아예 이놈들이 누구인지 정체를 정리한 글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나는 ‘의 미친 밴드의 정체’라는 제목의 인기글에 달리던 댓글들을 떠올렸다.
-*이게* 케이팝이라고?
-내 고정관념이 문제인 거야, 아니면 이 자식들이 예외인 거야?
└둘 다야 (울면서 웃는 이모티콘)
-테스타는 내가 본 가장 재능 있는 케이팝 그룹 중 하나라서 난 놀라지 않았어
└맞아! 내가 확신하는데 이 곡도 그들의 멤버-래빈의 것일걸? 그는 카메오 중 붉은 성게 같은 키보드를 가진 소년이야 🙂
└역시 케이팝 팬들이 튀어나오는군lol
그리고 좀 더 나가면 우리가 미국에서 호떡을 팔던 예능까지 말미에 추천으로 붙어 있는 경우도 잦다.
즉, 해외 반응도 기대 이상으로 준수.
“정말 전체적으로 반응이 좋네요.”
“그러게.”
그리고 여기, 아닌 척 이 모든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는 놈도 있고.
김래빈과 함께 쌍두마차 형태로 이 반응을 끌어온 장본인 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형이 워낙 연기를 잘하시긴 했죠.”
“…흐흠.”
배세진이다.
주변에서 이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이젠 좀 쑥스러워하고 마는군. 처음에는 별 기겁을 다 하더니.
차유진이 환호했다.
“맞아요! 정말로 완벽해요!”
“사실 완벽하진 않았어. 최대한 분장과 상황에 맞게 대사 해석하긴 했는데 발음 문제도 있고… 아무튼! 고맙다고! 그, 네가 발음 많이 도와줬잖아.”
“알아요!”
배세진은 그쯤 멈추고 순순히 시인했다. 여기서 본인이 정색하면 분위기가 머쓱해진다는 걸 드디어 의식하기 시작했나 보군.
아마 하도 좋은 평을 많이 본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나는 개봉 하루 만에 쏟아지던 호의적인 반응들을 떠올렸다.
-그냥 그쪽 배우인 줄 알았음
-미쳤네
-배세진 뭐야 배세진 뭐냐고 3초만에 만인을 사로잡는 할리우드 명품 카메오 연기 실화냐
사실, 내가 봐도 놀라웠다.
‘현장에서 질문을 많이 하더라니.’
배세진은 차유진을 통역으로 쓰면서까지 대본과 상황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것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마지막에 끝내면서 한 애드립도 한 컷에 통과됐지.’
애초에 카메오 대사는 유머성으로 하는 욕설과 시비 한 줄뿐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한마디 하는 게 더 재밌지 않겠냐’는 생각에 즉석에서 상의해서 나온 대사가 바로 저 애드립이었다.
-또 들으러 와.
후반 전투씬에서 우리 곡이 다시 나오는 걸 알아서 넣은 말장난이었다.
설마 엔딩 크레딧에 보컬까지 붙은 완곡까지 나와서 회수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만큼 연기나 끼와 관련된 놈의 능력치는 거의 압도적인 긍정 평가를 쓸어올 만큼 수준급이었다.
물론 덕분에 이간질하는 놈들도 나오긴 했다만.
-왜 아이돌 하는 건지 모르겠네 연기하는 게 서로 좋지 않나 테스타는 무대 퀄리티 올라가고 배세진은 잘하는 거 해서 좋고
└ㅋㅋㅋㅋㅋ말투 봐 응 아냐
└세진이 X나 프로아이돌 대깜찍 햄찌임 탈퇴 염불 안 받아요~
이 정도야 너무 뻔해서 그룹 팬들이 다들 준비된 자세로 틀어막긴 했다.
다만 그냥 영화 보고 온 일반 사람들이나 시네필 사이에서도 심상치 않게 이런 반응이 나왔다는 게 문제긴 하다.
-진짜 카메오만 하기엔 너무 아깝다 빨리 필모 쌓아줘
-20대 남배우 기근인데 역시 믿을 건 아역배우 출신인가
연차 차면 당연히 배세진이 연기로 완전히 커리어를 돌릴 거라는 예측과 기대 말이다.
‘아무래도 아직도 아이돌보단 배우를 더 쳐주긴 하지.’
직업 수명과 특성 문제인가. 나는 짧게 생각하다가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그만뒀다.
‘일단은 즐기게 놔둘까.’
지금은 테스타가 대상을 타며 그룹 위상을 쭉 올려놓은 직후라 여론이 무너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 중이다.
애초에 이번 영화도 테스타가 OST로 참여했기 때문에 배세진도 그 일원으로 출연한 거니까.
배세진이 ‘당장’ 그룹 활동 때려치우고 연기를 시작할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란 뜻이다.
‘그래도 개인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활동도 병행하려면, 지금부터 신경 써야 한다.’
그때 가서 이놈들이 어떤 걸 우선시할지야 모르겠지만… 일단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는 게 안전하니까.
‘그룹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서 성과를 잘 내놓는 게 좋지.’
그리고 이번 영화 작업에서 아직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 그걸 도와주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지.
마침 비슷한 화제가 또 멤버들 사이에서도 돌아왔다.
“으음~ 형, 우리 OST는 언제쯤 완곡이 공개될지 혹시 따로 이야기 없었어요?”
우리가 부른 이 영화의 OST.
‘Black hole’.
이건 정식음원이 나온 상태가 아닌데도 예고편에서 추출한 불법 음원까지 떠도는 중이었다. 구글에 영어로 자동 완성까지 되더라고.
하지만 우리도 음원 풀 권한은 없다.
“글쎄. 구체적 날짜는 전달 못 받았는데… 아마 영화사 스케줄에 맞춰서 공개되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우리 앨범이 아니라 그쪽 OST 앨범으로 수록될 거니까요.”
T1 입장에서도 계약이 그렇게 됐으니 별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이걸 노리기도 했고.
‘이쪽에 권한 있었으면 벌써 개봉 첫날에 신나서 풀어버렸을걸.’
이런 건 수요가 최고조일 때 풀어야 제맛인데 여론에 뽕 차서 그때까지 못 참았을 것이다. 확신한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다음 이유도 있다.
“라임스톤에서 알아서 할 겁니다.”
바로 ‘라임스톤’이란 타이틀이다.
미국의 유명 히어로 영화 시리즈.
‘이쪽 영화 OST로 발매되면 미국에서 엄청난 이득이야.’
낯선 외국, KPOP 가수의 이름이 아니라 친숙하고 멋진 라임스톤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순간 곡에 대한 진입장벽이 사라진다.
선입견과 편견의 제거.
최고의 보상이었다.
‘이러면 할 만하지.’
게다가 여기에 부스터를 달아줄 컨텐츠도 있고.
‘흐음.’
“미국 앨범이라니 그것 역시 신기합니다.”
“그, 그렇네. 영화곡도 처음이었고… 고생 많았어, 래빈아…!”
“아현 형께서도 원활한 소통지원과 퍼포먼스 지도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경험만으로도 즐거웠다’는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놈들을 보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투자수익 계산을 갈겼다.
그리고 며칠 후.
‘성원에 대한 감사’라는 명목으로, 라임스톤의 라벨을 달고 OST 음원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음원뿐만 아니라 짧은 동영상도 하나 세상에 풀렸다.
-이거 뭐지?
-헐 X발
바로 우리가 촬영장의 술집 세트에서 찍은 라이브 퍼포먼스다.
그래, 라임스톤 새끼들이 이거 VOD나 디렉터스컷이 아니라 홍보용으로 다 풀어버리기로 했더라고.
* * *
OST 음원과 공연 영상이 풀린 날.
잠깐 국내로 귀국하던 우리는 기내 WIFI를 이용해서 태블릿 PC로 해당 동영상을 관람했다.
“와.”
“편집이 확실히 다르네.”
무대에서 쓰는 카메라 워크랑 좀 다르게 영화의 일부란 느낌이 들도록 편집해 놓으니 낯선 맛이 일품이다.
[Black- hole!]
악기를 다루는 손과 발, 턱, 조명과 뒷모습이 네온사인과 닮은 색색의 조명 아래 예술적으로 잡힌다.
전위적인 옷차림과 배경, 반항적인 퍼포먼스, 음색 뚜렷한 보컬까지. 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그 밴드 퍼포먼스는 정말로 볼만했다.
괴상한 우주 악기에는 실제 비슷한 악기 다뤄본 놈들이 나눠 붙어서 그런지 자연스러웠고.
[Hit it like a comet!]
나는 마지막, 센터에서 차유진이 마이크를 던지는 것을 아래에서 위로 잡는 카메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공을 들였군.’
미국적 감성이 충만하지만, 워낙 영화 속 이 밴드의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런지 독특했다. 확고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건 내가 공연한 당사자라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22,938,704]
공개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몇천만 뷰가 넘어갔거든.
그 순간, 차유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 미국에서 인기 2위예요!”
“오오~”
“실시간 인기 동영상 순위 말이지?”
“맞아요!”
그렇게 이 조회수를 어디서 견인한 건지도 알았다. 목표 시장이다.
‘됐다.’
영화빨이든 뭐든 일단 퀄리티 좋은 퍼포먼스 영상 조회수가 쭉쭉 올라가는 건 나쁠 게 없다.
밴드가 아닌 걸 설명하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긴 하지만 그거야 어디 토크쇼에서 에피소드로 삼아버리면 그만이고.
‘인지도작 꿀인데.’
이걸 어떻게 극대화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진작 영상을 다 보고 반응을 모니터링하던 옆자리의 큰세진이 갑자기 어깨를 쳤다. 뭐냐.
“박문대.”
“왜.”
“이것 좀 봐봐.”
나는 놈이 내미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테스타 OST 표절 논란 비교]
“…!!”
표절?
나는 당장 앞자리 김래빈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러자 큰세진이 고개를 저으며 내 모가지를 당긴다.
“계속 읽어봐.”
“…….”
나는 일단 눈을 돌렸다. 그리고 글의 내용을 읽었…….
========================
테스타의 코스믹 거너 OST Black hole 브릿지 (1:30부터)
편곡 위튜버 ‘별의별곡’ 채널 Time running 편곡 (2:56부터)
판단은 알아서.
+참고로 별의별곡은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아마추어 아니고 공식 게임 테마곡에 참여한 적 있음
========================
“…??”
뭐야 이게.
왜 우리 편곡용 계정이 나오냐.
나는 당장 김래빈을 불러왔다. 그리고 김래빈에게 해당 글을 보여주었다.
“…??”
놈은 2분 전의 나와 똑같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리액션을 좀 더 기다려 보았다. 다행히도 김래빈은 곧 알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 그렇군요, 급하게 작업하느라 전에 제작해 둔 샘플 중 일부가 겹친 듯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같은 세계관이다 보니 급한 작업 도중 제가 인지하지 못하고 그만….”
그리고 이어진 놈의 설명을 종합하자면 이렇다.
‘기제작해 둔 비트와 샘플 중에 미친 듯이 골라서 OST 작업을 했는데, 아무래도 같은 세계관이다 보니 겹친 것 같다. 나의 불찰이다! 깊은 반성과 대책 세우기를 병행하겠다!’
“아니, 잠시만.”
나는 김래빈을 진정시켰다.
“…….”
“문대문대?”
나는 큰세진에게도 잠깐 멈추라는 제스처를 보인 뒤, 우선 ‘별의별곡’의 계정부터 들어가 보았다.
해당 동영상 댓글은 벌써 터져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주된 논조는 이거다.
-고소 결코 고소
-별곡아 힘내라 형 응원한다
-처음 들었는데 너무 좋은 곡이네요 정말 표절곡과 비교가 안 됩니다 화이팅!
“오.”
다들 신났군.
나는 턱을 문질렀다.
이건… 잘하면 써먹을 수 있겠는데.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9화
슬슬 테스타 투어도 미국 몇 주만을 남겨둔 4월 중순.
“우리 영화관 또 가요!”
“시간 없어.”
“그럼 만들어요!”
오늘따라 끈질기군.
나는 작곡 캠프에서까지 영화 보자고 노래를 부르는 차유진을 쳐다보았다.
이놈 때문에 투어 가는 도시마다 야밤에 도둑질하듯이 를 보러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목격담도 꽤 떴지.’
하도 가서 슬슬 예측샷을 노린 사람들이 노리고 찾아오자 중단했는데, 무슨 금단 증상이라도 온 것처럼 저러고 있다.
“차유진, 몇 초 안 되는 출연 장면을 재관람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형들의 수면 시간을 뺏는 행위는 좋지 않….”
“내 목소리는 길게 나와! 그리고 우리 멋졌어!”
“하하, 그러게. 엔딩 크레딧에서 우리 곡이 들리니까 신기하더라.”
그래, 설마 우리 곡을 메인 테마곡으로 채택까지 할 줄은 몰랐다.
모르긴 몰라도 지난번에 프로듀서가 직접 자리에 나온 것은 상상 이상으로 곡이 마음에 든 탓도 있었나 보지.
‘그 새끼들이 기어코 돈은 더 안 쳐줬지만.’
홍보료로 써먹었다고 치자. 일단 작곡가 본인이 굉장히 신난 상태니까.
“예! 저도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래.”
“난 안 신기했다? 래빈이 곡 진짜 좋았잖아~”
일등 공신에게 다시 한번 감탄이 쏟아졌다. 차유진마저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래빈 곡도 멋졌어.”
김래빈이 엄숙히 고개를 끄덕였다.
“급하게 제작하느라 다소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촬영 이후 피드백과 함께 보완했으니 결국 부끄럽지 않은 수준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했어.”
“GOOD~”
드물게 둘이 안 싸우고 의견이 일치하는군.
“바, 반응이 굉장히 좋아. 미국에서도… 기사가 뜨고.”
“오~ 진짜?”
선아현은 드물게 서치까지 시도했나보다. 색다른 일을 했더니 별 결과가 다 나온다.
녀석이 내민 기사를 번역했다.
“이번 라임스톤 영화의, 주요 삽입곡을 작곡한 것은 KPOP 소년밴드로…, 그 인상적인 카메오 출연자의 정체가, 대중을 놀라게 하고 있다, 고 해.”
“오오~”
기사야 별거로도 다 뜨니 감탄은 이르지만, 실제로 미국 쪽 익명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뒤져보니 알음알음 글이 올라오고 있긴 했다.
‘일단 워낙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고.’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운이 좋았지.
어쨌든 그 잘나가는 영화에서 눈도장을 잘 찍어둔 덕에, 벌써 우리도 글이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저화질로 유출되어서 떠돌아다니는 테스타 카메오 장면까지 첨부해서 말이다.
재밌는 점은 카메오라는 것도 몰랐는지, ‘조연인 줄 알았는데 다시 등장하지 않아 당황했다’는 말이 많았다.
-그 미친 밴드가 나중에 다시 등장할 줄 알았는데 아쉬워 🙁 그래도 엔딩 크레딧의 곡은 그들이 연주하던 게 맞지?
└카메오야 정체는 케이팝 밴드
└맙소사
그러다 보니 이젠 아예 이놈들이 누구인지 정체를 정리한 글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나는 ‘의 미친 밴드의 정체’라는 제목의 인기글에 달리던 댓글들을 떠올렸다.
-*이게* 케이팝이라고?
-내 고정관념이 문제인 거야, 아니면 이 자식들이 예외인 거야?
└둘 다야 (울면서 웃는 이모티콘)
-테스타는 내가 본 가장 재능 있는 케이팝 그룹 중 하나라서 난 놀라지 않았어
└맞아! 내가 확신하는데 이 곡도 그들의 멤버-래빈의 것일걸? 그는 카메오 중 붉은 성게 같은 키보드를 가진 소년이야 🙂
└역시 케이팝 팬들이 튀어나오는군lol
그리고 좀 더 나가면 우리가 미국에서 호떡을 팔던 예능까지 말미에 추천으로 붙어 있는 경우도 잦다.
즉, 해외 반응도 기대 이상으로 준수.
“정말 전체적으로 반응이 좋네요.”
“그러게.”
그리고 여기, 아닌 척 이 모든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는 놈도 있고.
김래빈과 함께 쌍두마차 형태로 이 반응을 끌어온 장본인 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형이 워낙 연기를 잘하시긴 했죠.”
“…흐흠.”
배세진이다.
주변에서 이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이젠 좀 쑥스러워하고 마는군. 처음에는 별 기겁을 다 하더니.
차유진이 환호했다.
“맞아요! 정말로 완벽해요!”
“사실 완벽하진 않았어. 최대한 분장과 상황에 맞게 대사 해석하긴 했는데 발음 문제도 있고… 아무튼! 고맙다고! 그, 네가 발음 많이 도와줬잖아.”
“알아요!”
배세진은 그쯤 멈추고 순순히 시인했다. 여기서 본인이 정색하면 분위기가 머쓱해진다는 걸 드디어 의식하기 시작했나 보군.
아마 하도 좋은 평을 많이 본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나는 개봉 하루 만에 쏟아지던 호의적인 반응들을 떠올렸다.
-그냥 그쪽 배우인 줄 알았음
-미쳤네
-배세진 뭐야 배세진 뭐냐고 3초만에 만인을 사로잡는 할리우드 명품 카메오 연기 실화냐
사실, 내가 봐도 놀라웠다.
‘현장에서 질문을 많이 하더라니.’
배세진은 차유진을 통역으로 쓰면서까지 대본과 상황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것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마지막에 끝내면서 한 애드립도 한 컷에 통과됐지.’
애초에 카메오 대사는 유머성으로 하는 욕설과 시비 한 줄뿐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한마디 하는 게 더 재밌지 않겠냐’는 생각에 즉석에서 상의해서 나온 대사가 바로 저 애드립이었다.
-또 들으러 와.
후반 전투씬에서 우리 곡이 다시 나오는 걸 알아서 넣은 말장난이었다.
설마 엔딩 크레딧에 보컬까지 붙은 완곡까지 나와서 회수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만큼 연기나 끼와 관련된 놈의 능력치는 거의 압도적인 긍정 평가를 쓸어올 만큼 수준급이었다.
물론 덕분에 이간질하는 놈들도 나오긴 했다만.
-왜 아이돌 하는 건지 모르겠네 연기하는 게 서로 좋지 않나 테스타는 무대 퀄리티 올라가고 배세진은 잘하는 거 해서 좋고
└ㅋㅋㅋㅋㅋ말투 봐 응 아냐
└세진이 X나 프로아이돌 대깜찍 햄찌임 탈퇴 염불 안 받아요~
이 정도야 너무 뻔해서 그룹 팬들이 다들 준비된 자세로 틀어막긴 했다.
다만 그냥 영화 보고 온 일반 사람들이나 시네필 사이에서도 심상치 않게 이런 반응이 나왔다는 게 문제긴 하다.
-진짜 카메오만 하기엔 너무 아깝다 빨리 필모 쌓아줘
-20대 남배우 기근인데 역시 믿을 건 아역배우 출신인가
연차 차면 당연히 배세진이 연기로 완전히 커리어를 돌릴 거라는 예측과 기대 말이다.
‘아무래도 아직도 아이돌보단 배우를 더 쳐주긴 하지.’
직업 수명과 특성 문제인가. 나는 짧게 생각하다가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그만뒀다.
‘일단은 즐기게 놔둘까.’
지금은 테스타가 대상을 타며 그룹 위상을 쭉 올려놓은 직후라 여론이 무너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 중이다.
애초에 이번 영화도 테스타가 OST로 참여했기 때문에 배세진도 그 일원으로 출연한 거니까.
배세진이 ‘당장’ 그룹 활동 때려치우고 연기를 시작할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란 뜻이다.
‘그래도 개인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활동도 병행하려면, 지금부터 신경 써야 한다.’
그때 가서 이놈들이 어떤 걸 우선시할지야 모르겠지만… 일단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는 게 안전하니까.
‘그룹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서 성과를 잘 내놓는 게 좋지.’
그리고 이번 영화 작업에서 아직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 그걸 도와주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지.
마침 비슷한 화제가 또 멤버들 사이에서도 돌아왔다.
“으음~ 형, 우리 OST는 언제쯤 완곡이 공개될지 혹시 따로 이야기 없었어요?”
우리가 부른 이 영화의 OST.
‘Black hole’.
이건 정식음원이 나온 상태가 아닌데도 예고편에서 추출한 불법 음원까지 떠도는 중이었다. 구글에 영어로 자동 완성까지 되더라고.
하지만 우리도 음원 풀 권한은 없다.
“글쎄. 구체적 날짜는 전달 못 받았는데… 아마 영화사 스케줄에 맞춰서 공개되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우리 앨범이 아니라 그쪽 OST 앨범으로 수록될 거니까요.”
T1 입장에서도 계약이 그렇게 됐으니 별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이걸 노리기도 했고.
‘이쪽에 권한 있었으면 벌써 개봉 첫날에 신나서 풀어버렸을걸.’
이런 건 수요가 최고조일 때 풀어야 제맛인데 여론에 뽕 차서 그때까지 못 참았을 것이다. 확신한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다음 이유도 있다.
“라임스톤에서 알아서 할 겁니다.”
바로 ‘라임스톤’이란 타이틀이다.
미국의 유명 히어로 영화 시리즈.
‘이쪽 영화 OST로 발매되면 미국에서 엄청난 이득이야.’
낯선 외국, KPOP 가수의 이름이 아니라 친숙하고 멋진 라임스톤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순간 곡에 대한 진입장벽이 사라진다.
선입견과 편견의 제거.
최고의 보상이었다.
‘이러면 할 만하지.’
게다가 여기에 부스터를 달아줄 컨텐츠도 있고.
‘흐음.’
“미국 앨범이라니 그것 역시 신기합니다.”
“그, 그렇네. 영화곡도 처음이었고… 고생 많았어, 래빈아…!”
“아현 형께서도 원활한 소통지원과 퍼포먼스 지도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경험만으로도 즐거웠다’는 식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놈들을 보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투자수익 계산을 갈겼다.
그리고 며칠 후.
‘성원에 대한 감사’라는 명목으로, 라임스톤의 라벨을 달고 OST 음원이 발매되었다.
그리고 음원뿐만 아니라 짧은 동영상도 하나 세상에 풀렸다.
-이거 뭐지?
-헐 X발
바로 우리가 촬영장의 술집 세트에서 찍은 라이브 퍼포먼스다.
그래, 라임스톤 새끼들이 이거 VOD나 디렉터스컷이 아니라 홍보용으로 다 풀어버리기로 했더라고.
* * *
OST 음원과 공연 영상이 풀린 날.
잠깐 국내로 귀국하던 우리는 기내 WIFI를 이용해서 태블릿 PC로 해당 동영상을 관람했다.
“와.”
“편집이 확실히 다르네.”
무대에서 쓰는 카메라 워크랑 좀 다르게 영화의 일부란 느낌이 들도록 편집해 놓으니 낯선 맛이 일품이다.
악기를 다루는 손과 발, 턱, 조명과 뒷모습이 네온사인과 닮은 색색의 조명 아래 예술적으로 잡힌다.
전위적인 옷차림과 배경, 반항적인 퍼포먼스, 음색 뚜렷한 보컬까지. 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그 밴드 퍼포먼스는 정말로 볼만했다.
괴상한 우주 악기에는 실제 비슷한 악기 다뤄본 놈들이 나눠 붙어서 그런지 자연스러웠고.
나는 마지막, 센터에서 차유진이 마이크를 던지는 것을 아래에서 위로 잡는 카메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공을 들였군.’
미국적 감성이 충만하지만, 워낙 영화 속 이 밴드의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런지 독특했다. 확고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건 내가 공연한 당사자라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공개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몇천만 뷰가 넘어갔거든.
그 순간, 차유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 미국에서 인기 2위예요!”
“오오~”
“실시간 인기 동영상 순위 말이지?”
“맞아요!”
그렇게 이 조회수를 어디서 견인한 건지도 알았다. 목표 시장이다.
‘됐다.’
영화빨이든 뭐든 일단 퀄리티 좋은 퍼포먼스 영상 조회수가 쭉쭉 올라가는 건 나쁠 게 없다.
밴드가 아닌 걸 설명하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긴 하지만 그거야 어디 토크쇼에서 에피소드로 삼아버리면 그만이고.
‘인지도작 꿀인데.’
이걸 어떻게 극대화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진작 영상을 다 보고 반응을 모니터링하던 옆자리의 큰세진이 갑자기 어깨를 쳤다. 뭐냐.
“박문대.”
“왜.”
“이것 좀 봐봐.”
나는 놈이 내미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
표절?
나는 당장 앞자리 김래빈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러자 큰세진이 고개를 저으며 내 모가지를 당긴다.
“계속 읽어봐.”
“…….”
나는 일단 눈을 돌렸다. 그리고 글의 내용을 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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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타의 코스믹 거너 OST Black hole 브릿지 (1:30부터)
편곡 위튜버 ‘별의별곡’ 채널 Time running 편곡 (2:56부터)
판단은 알아서.
+참고로 별의별곡은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아마추어 아니고 공식 게임 테마곡에 참여한 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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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이게.
왜 우리 편곡용 계정이 나오냐.
나는 당장 김래빈을 불러왔다. 그리고 김래빈에게 해당 글을 보여주었다.
“…??”
놈은 2분 전의 나와 똑같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리액션을 좀 더 기다려 보았다. 다행히도 김래빈은 곧 알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 그렇군요, 급하게 작업하느라 전에 제작해 둔 샘플 중 일부가 겹친 듯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같은 세계관이다 보니 급한 작업 도중 제가 인지하지 못하고 그만….”
그리고 이어진 놈의 설명을 종합하자면 이렇다.
‘기제작해 둔 비트와 샘플 중에 미친 듯이 골라서 OST 작업을 했는데, 아무래도 같은 세계관이다 보니 겹친 것 같다. 나의 불찰이다! 깊은 반성과 대책 세우기를 병행하겠다!’
“아니, 잠시만.”
나는 김래빈을 진정시켰다.
“…….”
“문대문대?”
나는 큰세진에게도 잠깐 멈추라는 제스처를 보인 뒤, 우선 ‘별의별곡’의 계정부터 들어가 보았다.
해당 동영상 댓글은 벌써 터져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주된 논조는 이거다.
-고소 결코 고소
-별곡아 힘내라 형 응원한다
-처음 들었는데 너무 좋은 곡이네요 정말 표절곡과 비교가 안 됩니다 화이팅!
“오.”
다들 신났군.
나는 턱을 문질렀다.
이건… 잘하면 써먹을 수 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