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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36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6화
영화 제작사는 테스타가 오퍼를 받아들이자마자 열흘 만에 미국으로 불렀다.
이미 촬영이 한창이었던 것 같다.
‘일정이 꽤 진행된 상태에서 우리가 끼어들긴 했나 본데.’
그런데 카메오 제안까지 줬다고?
이게 화해와 야망의 제스처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가능성도 더 열어둬야겠군.
‘물 먹이려는 용도일 수도 있겠어.’
마음의 준비라도 하라고 언급할까 했으나,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스쳐 지나가는 한 씬이라도 순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몇 시간 대기할 수도 있어. 괜히 그날 하루를 다 빼둔 게 아닐 거야.”
“오오.”
“물론 할리우드는 시스템이 다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우선순위에서 분명 밀릴 테니까 고려….”
배세진이 알아서 폭격처럼 현장 문제점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투어 중간에 리프레시를 위해 영화 카메오도 나가고~’ 하는 분위기는 덕분에 싹 가셨다. 다들 미팅 나가는 신입처럼 새 일감 맞이하는 각이 잡혔다.
그 와중에 배세진은 이제 와서 수습하려고도 하지만.
“…근데 좋을 수도 있어! 필름 연기도 확실히 매력이 있거든!”
효과는 미미했다.
“그렇겠죠.”
“저희가 잘 수행해 낼 수 있냐와는 또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만.”
“…나도 아이돌 했잖아! 너도 할 수 있어!”
“같은 사람의 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화하긴 힘들….”
“그렇죠~ 힘냅시다!”
“…??”
김래빈을 틀어막고 큰세진이 분위기를 수습했다.
‘잘 막았다.’
배세진은 끝까지 설득하고 싶던 눈치지만 뭐 이쯤하고.
나는 이놈들이 보내준 OST용 자료를 훑으며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영어다.
‘번역 안 해줄 줄 알긴 했다만.’
시간이 촉박하니까.
소속사가 요약 번역을 주긴 했다만 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 레이블 독립 끝나는 대로 정규직 전문 통역사부터 구해야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차유진과 선아현이 브리핑을 해서 다들 영화 내용을 잘 숙지했다는 거겠지.
요약해 보자면 이거다.
[지구가 반쯤 망한 뒤, 자연 발생한 워프 게이트를 통해 얼떨결에 우주로 나가 위험천만하고 신나는 모험을 하는 배달부의 이야기!]
SF 형식을 차용만 했지, 실제 스타일은 서부극과 히어로 영화를 섞은 것 같고.
‘그리고 이 지구 망한 스토리에 우주 체계가 식 게임 시리즈 세계관이군.’
나는 을 모니터링하며 몇 번 봤던 단어들과 신작 게임에 등장했던 호칭들을 확인했다.
‘영문이라 좀 헷갈리긴 하는데….’
“다, 단어 설명 필요하면, 내가 말해줘도….”
“그럼 고맙지.”
“으응!”
나는 비행기 옆자리 선아현의 설명을 들으며 짜임새를 맞춰갔다.
카메오로 우리가 무슨 역할을 하게 될지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음… 전에 콜라보했던 게임 스타팅 캐릭터들을 오마주해달라 이건가.’
전투씬에 잠깐 등장하는 모양이다. 딱히 준비해달라는 것도 없다. 대사가 하나뿐이더라고.
영화사가 세계관 판권을 사 가서 저작권 문제가 없으니 이럴 줄 알았다. 예상했던 시안이었기에 쉽게 작용과 부작용이 머릿속에 쭉 정리할 수 있었다.
“…흠.”
그리고 예측한다.
‘까딱하면 조롱감 될 것 같은데.’
지나치게 1차원적인 해석과 개입이지 않은가. 그리고 분장도 걱정이다.
‘주요 등장인물 중에 동북아시아인이 없어.’
그 판에 우리 7명이 한꺼번에 나와봤자 좋은 임팩트를 만들긴 어려운데, 위화감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 위치.
“흐음.”
“무, 문대야?”
“아, 시나리오집 좀 보려고.”
나는 우리의 등장 장면 관련 서류를 뒤로하고, 시나리오 요약본을 다시 꺼내 들었다.
뇌가 팽팽히 돌아갔다.
미국 도착 12시간 전이었다.
* * *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미국.
우리는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이동했다. 다행히 T1이 벌써 김칫국 마시며 언플을 때리진 않았는지 별일은 없었다.
그 후에 먼저 들어간 곳은… 다짜고짜 영화 촬영장이다.
재밌군.
“어… OST 미팅부터 안 하고요?”
“촬영장 스케줄을 바꿀 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완전히 시간 단위로 일정이 다 쪼개져 있다고 해요.”
확실히, 스케일과는 별개로 현장은 자기 할 일 알아서 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용히 부드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
“…소란스러울 줄 알았는데.”
배세진까지 약간 당황한 모양이었다. 잠시 현장 안내인으로 붙은 사람이 웃으며 한국어로 말했다.
“이런 전문 분업화가 할리우드만의 장점이죠.”
“아, 네.”
그리고 몇 마디 설명을 듣고 조감독과 인사를 한 후에는… 무작정 트레일러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
“으음.”
이쯤 되자 다들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멤버들 사이에서도 쓴웃음이 오갔다.
“방치네.”
“그러게.”
담요나 먹을 걸 꽤 잘 챙겨주기는 한다만, 하다못해 분장도 아직 시작을 안 했다.
우리 매니저와 관계자들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은데.
‘예상대로 흘러가나.’
제대로 체킹이 안 된 모양이었다. 1군 된 이후로 한국에서 받아본 적 없는 덤 취급이다. 이것도 재밌군.
“매니저님이 고생하시겠네~”
“소통이 잘 안 되나 보다. 내가 한번 나갔다 올까?”
몇 녀석들이 나름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나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였다.
옆자리의 차유진이 허리를 찌른다.
“…?”
뭐냐.
쳐다보자 놈은 불퉁하게 중얼거렸다.
“이거 보통 아니에요!”
“그럼?”
“나쁜 짓이에요.”
차유진은 이어서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
‘못 들은 척하기.’
“…!”
[꽤 고전적인 방법이에요.]
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쪽 스탭을 고의가 아닌 것처럼 무시하고 있다는 건가.’
이건 재미 선을 넘었는데.
나는 팔짱을 꼈다.
“근거는?”
[할리우드에선 기본적으로 배우가 최고라고요. 그런데 이 대우를 봐요. 저쪽은 우리를 배우가 아니라 완전히 엑스트라나 소품 취급하는 거라니까요.]
“…….”
그럴싸하군.
아까 보니 시간 스케줄을 그렇게 신경 쓰던데, 우린 계약서에 특약도 없고 시간을 넉넉히 잡아놨으니 이 정도는 홀대해도 된다 이건가.
“왜, 유진이 무슨 일이야?”
“음.”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뭐, 나더러 번역하라 이거냐.
나는 현실만 짧게 이야기했다.
“이 사람들 일부러 우리 막판의 막판까지 미뤄뒀다가 찍게 해줄 생각인 것 같다는데요.”
“…아.”
“어휴.”
분위기상 대충 짐작은 했는지 다들 한숨부터 쉰다.
류청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배세진이 말대로네.”
“…아니야. 난 한국에서 찍었던 걸 생각하면서 말한 건데, 여긴…… 사정이 달라 보여.”
배세진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일부러 이러는 거라면… 괴롭힘이잖아.”
그리고 김래빈은 경악했다.
“…! 이게 그 인종차별입니까?”
그래. 그거다.
“뭐, 급하게 끼어든 것도 있고… 외국인에, 인종이나 인지도도 한몫했겠지.”
스케줄 다 정해진 마당에 갑자기 튀어나온 일감을 어떻게 대우해 줄지는 원래 힘에 달려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저놈들의 인식 속에서 우린 별 힘이 없어 보인다는 거고.
“…….”
나는 목을 꺾으며 다른 놈들을 확인했다.
격분하는 놈은 없군.
하기야 우리도 100만 장 팔기 전까지는 어디서 이런 대우 아예 안 받아본 것도 아니고.
“ 때 생각나네.”
“와, 맞아요.”
결정적으로 어지간한 경험은 데뷔 프로그램보다 약해서 말이다.
데뷔 전부터 수라장을 헤쳐온 놈들답게 차분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저녁에 미팅이라니까 미팅부터 하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할까요.”
나는 말 꺼낸 놈에게 물어보았다.
“어때.”
[여기서 빠지면 일정 넘어갔다고 너희가 거부해서 못 찍은 거다, 이렇게 계약 위반으로 끝날걸요?]
“그, 그렇겠구나.”
“네!”
선아현부터 바로 납득했다. 그렇다면 외국물 먹은 두 놈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건데.
“흐으음.”
“아, 난감하네.”
열받은 것과 별개로 일 좋아하는 놈들답게 펑크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군.
“문대문대는 어떻게 생각해?”
나야 뭐.
나는 팔짱을 꼈다.
“저는… 계약 위반해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
“뭐, 카메오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나는 굳은 얼굴의 배세진을 보았다.
“형은 할리우드 진출이 무산되면 굉장히 아쉽겠지만….”
“야!”
배세진이 발끈했다. 순간 분위기가 가벼워졌으나, 녀석은 곧 침착해졌다.
“나도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 굳이 촬영하고 싶지 않아. 나 혼자 이름도 아니고 그룹 이름 달고 하는 거니까.”
“형…….”
요 며칠 저놈이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아닌 척 설렜다는 걸 아는 놈들에게서 자동으로 리액션이 터진다.
“맞아. 세진이가 나오기엔 너무 작은 역할이긴 해.”
“그건 아니고!”
나는 피식 웃었다.
“농담이었어요. 사실 계약 위반까지는 안 갈 것 같은데요.”
“…?”
“왜, 왜?”
“얘네 웬만해선 OST 못 포기할 거거든요.”
“…!”
“그거까지 파투내진 않으려고 저녁 미팅에선 꽤 우호적으로 나올 것 같은데.”
그 완성본을 듣고 빼겠다고 하면 그 새끼들이 X신이지.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과 그쪽 인력이 아예 분업화되어서 여기 대우가 이렇다고 해도, 이제 OST 담당자들은 절대 장난질 못 한다.
한번 크게 물리기도 했고….
“김래빈이 워낙 잘 만들었잖아요.”
내가 설명문으로 무슨 정치질을 했든 간에, 사실 완성본이 좋아서 통했던 거거든.
“오우….”
“역시 래빈이야, 천재지.”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정진하겠습니다.”
그래. 숨은 쉬고 말해라.
분위기는 그렇게 정리되었다. 사실 결론이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큰세진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럼… 우리 나가요?”
멤버들은 서로 몇 번 고개를 돌아보더니, 곧 선아현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자.”
“OK~”
그 순간 차유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트레일러를 박차고 나갔다.
“…!?”
이게 뭔 일인지 돌아보는 놈들은 무시한다.
“매니저부터 찾자.”
“넵.”
그리고 우리는 뭐든 미팅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다는 말로 차단하며, 정말로 회사 스탭들을 챙겨서 촬영장을 이탈했다.
스탭들이 말리는 시늉만 하고 따라 나오더라.
‘고생 좀 했나 본데.’
“여차하면 우리도 정신적 충격 때문에 투어 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손해 배상 청구할 거라고 말하죠.”
“좋아.”
덕분에 다들 전투력이 상승했군.
심지어 배세진은 호텔에 들어가면서도 씩씩거렸다.
“우리가 그런… 무례함을 참을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그렇죠.”
게다가 말이다.
사실, 촬영장에 처음 안내하는 순간부터 미팅까지 촬영 빼고 질질 끌자고 설득할 계획이었는데.
‘도리어 도와주는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계획을 실행도 안 했는데 알아서 원활히 진행되어주고 있다.
‘고맙다, 텃세야.’
그렇게 우리는 첫날 카메오 촬영을 탈주했다.
테스타 그룹생 처음 있는 스케줄 펑크였다.
* * *
그리고 그날 밤 미팅 자리.
놀랍게도 영화 제작 쪽 총괄 프로듀서가 나왔다.
‘드문데.’
실무진 제일 윗대가리가 겨우 OST 작업에 나올 줄이야.
“감독이 나오는 게… 맞지 않나?”
“이 동네에선 감독 권한이 그렇게 안 크다는데요. 다 분업화된 거 보셨죠.”
“그렇구나.”
우리끼리 숙덕이는 것까지 통역사가 번역을 안 해서 다행이군.
이후 T1에서 파견 나온 직원을 대동한 채로 상투적인 인사말과 서론이 짧게 오간 뒤.
통역은 조심스럽게 프로듀서의 말을 전달했다.
“혹시 촬영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왜 찍지 않으셨는지 물어보시는데요.”
아, 이것 때문에 프로듀서가 나왔나.
촬영장 이탈한 뒤에 T1에 보고가 들어간 것 같더니, 또 윗사람들끼리 뭐가 있었나 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설명도 못 듣고 무기한 대기해서요. 트레일러가 춥던데 목이라도 상해서 투어를 못 하면 안 되잖아요.”
여기서 영어를 쓰면 어휘가 한정이 되는 데다 맞춰주는 느낌이겠지. 그럴 생각은 없다.
이 말을 통역이 번역해주자, 프로듀서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온 말이 이거다.
“음… 일이 이렇게 되어서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하시고요, 하지만 촬영장 스케줄을 다시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좀 더 그들의 시간을 존중해 주셨다면 좋았겠다고….”
“…!”
어쭈.
배세진부터 발끈했다.
“아니, 우리는 그런 게 아니라….”
“형, 형, 잠깐.”
그래. 우리가 의뢰 때 키워드 몇 개로 장난질 당한 것 때문에 빡쳐서, 애꿎은 카메오 촬영에 화풀이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군.
분위기가 싸늘해질 때였다.
갑자기 정중한 영어가 빗발쳤다.
[아무 지시 없이 무작정 대기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절대 아니지요. 그리고 저희 직원분들의 말도 조감독님께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데, 존중은 상호 관계여야 하지 않습니까?]
“…!”
선아현이 장문의 영어를 쭉 뱉은 것이다.
놈의 얼굴은 창백했으나 시선은 단호했다.
그리고 아무와도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큰세진이 감탄했다.
‘아현이 진짜 열받았나 봐.’
‘그러게.’
나는 입을 다물었다. 프로듀서는 좀 당황한 눈치였으나, 선아현의 말에 화가 난 것 같진 않았다.
도리어 그제야 머리가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통역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상호 간 오해가 있던 모양이라고 하시네요. 현장에서도 여러분의 시간을 좀 더 존중하겠다고 하십니다.”
“…네.”
선아현은 입을 다물었다. 썩 만족했다는 얼굴은 아니었으나, 나는 놈의 등을 살짝 쳤다.
‘잘했다.’
이 정도면 분위기 조성은 됐다. 선아현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카메오 촬영은 다른 날 다른 씬에 다시 진행해 볼까요.”
“…!”
양보하는 척 되는 선까지 탈탈 털어 먹어주마.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6화

영화 제작사는 테스타가 오퍼를 받아들이자마자 열흘 만에 미국으로 불렀다.

이미 촬영이 한창이었던 것 같다.

‘일정이 꽤 진행된 상태에서 우리가 끼어들긴 했나 본데.’

그런데 카메오 제안까지 줬다고?

이게 화해와 야망의 제스처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가능성도 더 열어둬야겠군.

‘물 먹이려는 용도일 수도 있겠어.’

마음의 준비라도 하라고 언급할까 했으나,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스쳐 지나가는 한 씬이라도 순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몇 시간 대기할 수도 있어. 괜히 그날 하루를 다 빼둔 게 아닐 거야.”

“오오.”

“물론 할리우드는 시스템이 다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우선순위에서 분명 밀릴 테니까 고려….”

배세진이 알아서 폭격처럼 현장 문제점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투어 중간에 리프레시를 위해 영화 카메오도 나가고~’ 하는 분위기는 덕분에 싹 가셨다. 다들 미팅 나가는 신입처럼 새 일감 맞이하는 각이 잡혔다.

그 와중에 배세진은 이제 와서 수습하려고도 하지만.

“…근데 좋을 수도 있어! 필름 연기도 확실히 매력이 있거든!”

효과는 미미했다.

“그렇겠죠.”

“저희가 잘 수행해 낼 수 있냐와는 또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만.”

“…나도 아이돌 했잖아! 너도 할 수 있어!”

“같은 사람의 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화하긴 힘들….”

“그렇죠~ 힘냅시다!”

“…??”

김래빈을 틀어막고 큰세진이 분위기를 수습했다.

‘잘 막았다.’

배세진은 끝까지 설득하고 싶던 눈치지만 뭐 이쯤하고.

나는 이놈들이 보내준 OST용 자료를 훑으며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영어다.

‘번역 안 해줄 줄 알긴 했다만.’

시간이 촉박하니까.

소속사가 요약 번역을 주긴 했다만 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 레이블 독립 끝나는 대로 정규직 전문 통역사부터 구해야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차유진과 선아현이 브리핑을 해서 다들 영화 내용을 잘 숙지했다는 거겠지.

요약해 보자면 이거다.

SF 형식을 차용만 했지, 실제 스타일은 서부극과 히어로 영화를 섞은 것 같고.

‘그리고 이 지구 망한 스토리에 우주 체계가 식 게임 시리즈 세계관이군.’

나는 을 모니터링하며 몇 번 봤던 단어들과 신작 게임에 등장했던 호칭들을 확인했다.

‘영문이라 좀 헷갈리긴 하는데….’

“다, 단어 설명 필요하면, 내가 말해줘도….”

“그럼 고맙지.”

“으응!”

나는 비행기 옆자리 선아현의 설명을 들으며 짜임새를 맞춰갔다.

카메오로 우리가 무슨 역할을 하게 될지도 한 번 더 확인하고.

‘음… 전에 콜라보했던 게임 스타팅 캐릭터들을 오마주해달라 이건가.’

전투씬에 잠깐 등장하는 모양이다. 딱히 준비해달라는 것도 없다. 대사가 하나뿐이더라고.

영화사가 세계관 판권을 사 가서 저작권 문제가 없으니 이럴 줄 알았다. 예상했던 시안이었기에 쉽게 작용과 부작용이 머릿속에 쭉 정리할 수 있었다.

“…흠.”

그리고 예측한다.

‘까딱하면 조롱감 될 것 같은데.’

지나치게 1차원적인 해석과 개입이지 않은가. 그리고 분장도 걱정이다.

‘주요 등장인물 중에 동북아시아인이 없어.’

그 판에 우리 7명이 한꺼번에 나와봤자 좋은 임팩트를 만들긴 어려운데, 위화감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 위치.

“흐음.”

“무, 문대야?”

“아, 시나리오집 좀 보려고.”

나는 우리의 등장 장면 관련 서류를 뒤로하고, 시나리오 요약본을 다시 꺼내 들었다.

뇌가 팽팽히 돌아갔다.

미국 도착 12시간 전이었다.

* * *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미국.

우리는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들어가서 이동했다. 다행히 T1이 벌써 김칫국 마시며 언플을 때리진 않았는지 별일은 없었다.

그 후에 먼저 들어간 곳은… 다짜고짜 영화 촬영장이다.

재밌군.

“어… OST 미팅부터 안 하고요?”

“촬영장 스케줄을 바꿀 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완전히 시간 단위로 일정이 다 쪼개져 있다고 해요.”

확실히, 스케일과는 별개로 현장은 자기 할 일 알아서 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용히 부드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

“…소란스러울 줄 알았는데.”

배세진까지 약간 당황한 모양이었다. 잠시 현장 안내인으로 붙은 사람이 웃으며 한국어로 말했다.

“이런 전문 분업화가 할리우드만의 장점이죠.”

“아, 네.”

그리고 몇 마디 설명을 듣고 조감독과 인사를 한 후에는… 무작정 트레일러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

“으음.”

이쯤 되자 다들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멤버들 사이에서도 쓴웃음이 오갔다.

“방치네.”

“그러게.”

담요나 먹을 걸 꽤 잘 챙겨주기는 한다만, 하다못해 분장도 아직 시작을 안 했다.

우리 매니저와 관계자들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은데.

‘예상대로 흘러가나.’

제대로 체킹이 안 된 모양이었다. 1군 된 이후로 한국에서 받아본 적 없는 덤 취급이다. 이것도 재밌군.

“매니저님이 고생하시겠네~”

“소통이 잘 안 되나 보다. 내가 한번 나갔다 올까?”

몇 녀석들이 나름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나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였다.

옆자리의 차유진이 허리를 찌른다.

“…?”

뭐냐.

쳐다보자 놈은 불퉁하게 중얼거렸다.

“이거 보통 아니에요!”

“그럼?”

“나쁜 짓이에요.”

차유진은 이어서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

‘못 들은 척하기.’

“…!”

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쪽 스탭을 고의가 아닌 것처럼 무시하고 있다는 건가.’

이건 재미 선을 넘었는데.

나는 팔짱을 꼈다.

“근거는?”

“…….”

그럴싸하군.

아까 보니 시간 스케줄을 그렇게 신경 쓰던데, 우린 계약서에 특약도 없고 시간을 넉넉히 잡아놨으니 이 정도는 홀대해도 된다 이건가.

“왜, 유진이 무슨 일이야?”

“음.”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뭐, 나더러 번역하라 이거냐.

나는 현실만 짧게 이야기했다.

“이 사람들 일부러 우리 막판의 막판까지 미뤄뒀다가 찍게 해줄 생각인 것 같다는데요.”

“…아.”

“어휴.”

분위기상 대충 짐작은 했는지 다들 한숨부터 쉰다.

류청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배세진이 말대로네.”

“…아니야. 난 한국에서 찍었던 걸 생각하면서 말한 건데, 여긴…… 사정이 달라 보여.”

배세진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일부러 이러는 거라면… 괴롭힘이잖아.”

그리고 김래빈은 경악했다.

“…! 이게 그 인종차별입니까?”

그래. 그거다.

“뭐, 급하게 끼어든 것도 있고… 외국인에, 인종이나 인지도도 한몫했겠지.”

스케줄 다 정해진 마당에 갑자기 튀어나온 일감을 어떻게 대우해 줄지는 원래 힘에 달려 있어서 말이다.

그리고 저놈들의 인식 속에서 우린 별 힘이 없어 보인다는 거고.

“…….”

나는 목을 꺾으며 다른 놈들을 확인했다.

격분하는 놈은 없군.

하기야 우리도 100만 장 팔기 전까지는 어디서 이런 대우 아예 안 받아본 것도 아니고.

“ 때 생각나네.”

“와, 맞아요.”

결정적으로 어지간한 경험은 데뷔 프로그램보다 약해서 말이다.

데뷔 전부터 수라장을 헤쳐온 놈들답게 차분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저녁에 미팅이라니까 미팅부터 하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할까요.”

나는 말 꺼낸 놈에게 물어보았다.

“어때.”

“그, 그렇겠구나.”

“네!”

선아현부터 바로 납득했다. 그렇다면 외국물 먹은 두 놈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건데.

“흐으음.”

“아, 난감하네.”

열받은 것과 별개로 일 좋아하는 놈들답게 펑크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군.

“문대문대는 어떻게 생각해?”

나야 뭐.

나는 팔짱을 꼈다.

“저는… 계약 위반해도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

“뭐, 카메오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나는 굳은 얼굴의 배세진을 보았다.

“형은 할리우드 진출이 무산되면 굉장히 아쉽겠지만….”

“야!”

배세진이 발끈했다. 순간 분위기가 가벼워졌으나, 녀석은 곧 침착해졌다.

“나도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 굳이 촬영하고 싶지 않아. 나 혼자 이름도 아니고 그룹 이름 달고 하는 거니까.”

“형…….”

요 며칠 저놈이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아닌 척 설렜다는 걸 아는 놈들에게서 자동으로 리액션이 터진다.

“맞아. 세진이가 나오기엔 너무 작은 역할이긴 해.”

“그건 아니고!”

나는 피식 웃었다.

“농담이었어요. 사실 계약 위반까지는 안 갈 것 같은데요.”

“…?”

“왜, 왜?”

“얘네 웬만해선 OST 못 포기할 거거든요.”

“…!”

“그거까지 파투내진 않으려고 저녁 미팅에선 꽤 우호적으로 나올 것 같은데.”

그 완성본을 듣고 빼겠다고 하면 그 새끼들이 X신이지.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과 그쪽 인력이 아예 분업화되어서 여기 대우가 이렇다고 해도, 이제 OST 담당자들은 절대 장난질 못 한다.

한번 크게 물리기도 했고….

“김래빈이 워낙 잘 만들었잖아요.”

내가 설명문으로 무슨 정치질을 했든 간에, 사실 완성본이 좋아서 통했던 거거든.

“오우….”

“역시 래빈이야, 천재지.”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정진하겠습니다.”

그래. 숨은 쉬고 말해라.

분위기는 그렇게 정리되었다. 사실 결론이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큰세진이 어깨를 으쓱한다.

“그럼… 우리 나가요?”

멤버들은 서로 몇 번 고개를 돌아보더니, 곧 선아현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자.”

“OK~”

그 순간 차유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트레일러를 박차고 나갔다.

“…!?”

이게 뭔 일인지 돌아보는 놈들은 무시한다.

“매니저부터 찾자.”

“넵.”

그리고 우리는 뭐든 미팅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다는 말로 차단하며, 정말로 회사 스탭들을 챙겨서 촬영장을 이탈했다.

스탭들이 말리는 시늉만 하고 따라 나오더라.

‘고생 좀 했나 본데.’

“여차하면 우리도 정신적 충격 때문에 투어 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손해 배상 청구할 거라고 말하죠.”

“좋아.”

덕분에 다들 전투력이 상승했군.

심지어 배세진은 호텔에 들어가면서도 씩씩거렸다.

“우리가 그런… 무례함을 참을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그렇죠.”

게다가 말이다.

사실, 촬영장에 처음 안내하는 순간부터 미팅까지 촬영 빼고 질질 끌자고 설득할 계획이었는데.

‘도리어 도와주는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계획을 실행도 안 했는데 알아서 원활히 진행되어주고 있다.

‘고맙다, 텃세야.’

그렇게 우리는 첫날 카메오 촬영을 탈주했다.

테스타 그룹생 처음 있는 스케줄 펑크였다.

* * *

그리고 그날 밤 미팅 자리.

놀랍게도 영화 제작 쪽 총괄 프로듀서가 나왔다.

‘드문데.’

실무진 제일 윗대가리가 겨우 OST 작업에 나올 줄이야.

“감독이 나오는 게… 맞지 않나?”

“이 동네에선 감독 권한이 그렇게 안 크다는데요. 다 분업화된 거 보셨죠.”

“그렇구나.”

우리끼리 숙덕이는 것까지 통역사가 번역을 안 해서 다행이군.

이후 T1에서 파견 나온 직원을 대동한 채로 상투적인 인사말과 서론이 짧게 오간 뒤.

통역은 조심스럽게 프로듀서의 말을 전달했다.

“혹시 촬영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왜 찍지 않으셨는지 물어보시는데요.”

아, 이것 때문에 프로듀서가 나왔나.

촬영장 이탈한 뒤에 T1에 보고가 들어간 것 같더니, 또 윗사람들끼리 뭐가 있었나 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설명도 못 듣고 무기한 대기해서요. 트레일러가 춥던데 목이라도 상해서 투어를 못 하면 안 되잖아요.”

여기서 영어를 쓰면 어휘가 한정이 되는 데다 맞춰주는 느낌이겠지. 그럴 생각은 없다.

이 말을 통역이 번역해주자, 프로듀서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온 말이 이거다.

“음… 일이 이렇게 되어서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하시고요, 하지만 촬영장 스케줄을 다시 잡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좀 더 그들의 시간을 존중해 주셨다면 좋았겠다고….”

“…!”

어쭈.

배세진부터 발끈했다.

“아니, 우리는 그런 게 아니라….”

“형, 형, 잠깐.”

그래. 우리가 의뢰 때 키워드 몇 개로 장난질 당한 것 때문에 빡쳐서, 애꿎은 카메오 촬영에 화풀이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군.

분위기가 싸늘해질 때였다.

갑자기 정중한 영어가 빗발쳤다.

“…!”

선아현이 장문의 영어를 쭉 뱉은 것이다.

놈의 얼굴은 창백했으나 시선은 단호했다.

그리고 아무와도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큰세진이 감탄했다.

‘아현이 진짜 열받았나 봐.’

‘그러게.’

나는 입을 다물었다. 프로듀서는 좀 당황한 눈치였으나, 선아현의 말에 화가 난 것 같진 않았다.

도리어 그제야 머리가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통역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상호 간 오해가 있던 모양이라고 하시네요. 현장에서도 여러분의 시간을 좀 더 존중하겠다고 하십니다.”

“…네.”

선아현은 입을 다물었다. 썩 만족했다는 얼굴은 아니었으나, 나는 놈의 등을 살짝 쳤다.

‘잘했다.’

이 정도면 분위기 조성은 됐다. 선아현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카메오 촬영은 다른 날 다른 씬에 다시 진행해 볼까요.”

“…!”

양보하는 척 되는 선까지 탈탈 털어 먹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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