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3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3화
이세진도 나름대로 박문대의 ‘비밀’에 대해 추측해 봤었다.
그리고 그중엔 비현실적이지만 제법 말은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었다.
‘혹시 박문대의 사촌 형인가?’
사실 자신이 아는 박문대는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인데, 상황상 어린 동생의 신분을 쓰고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이었다.
물론 그 이유를 떠올리자면 얼토당토않은 수준까지 추리가 흐지부지되어서 금방 그만두곤 했지만 말이다.
‘말해준다고 했으니까.’
그 말을 듣는 도중에 그간 박문대의 위화감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본인에게 인정받았지 않은가.
그래도 한동안 별 추측을 다 했던 탓에, 한 번은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까지 불쑥 추리가 튄 적도 있었다.
기억상실증에, 결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는 모습에, 여론을 조정하는 모습까지 딱 맞아떨어졌으니까.
물론 그 즉시 웃고 넘겼지만 말이다.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웬 간첩이야?’
그런데 지금 박문대는 그보다 더 비현실적인 말을 했다.
-나는 박문대가 아니며 과거로 돌아왔다.
사이비 교주나 할 만한 발언이었다.
식은땀이 다 났다.
‘뭐지?’
꿈… 꿈이 보통 이렇지 않나.
이세진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뒤로 돌려서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 망할.’
…아팠다.
그 와중에 박문대는 말을 계속했다.
“…나는 원래 류건우라는 공시생이었어.”
“…….”
“네가 어제 본 화상 통화는 그 몸이랑 했던 거고. 원래 박문대가 지금 거기 들어가 있거든.”
이세진은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 그래?”
‘그래’는 무슨 얼어 죽을 ‘그래’란 말인가.
좀 제대로 된 생각을 해서 반응을 해야 하는데, 이건 순 입에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이세진은 가만히 선 채로 박문대가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려 애썼….
“그래. 원하면 지금이라도 화상 통화를 다시 걸어줄 수도 있는데. 확인해 볼까.”
미치겠다.
“…음.”
이세진은 그만 혼미해졌다. 이젠 말도 턱 막혔다.
그 순간, 얼빠진 자신을 보고 있던 박문대가 쓴웃음을 지었다.
“못 믿겠지.”
“…!”
“뭐… 그럴 줄 알았다.”
박문대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말을 계속 미뤘던 거고. 특별히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거든. 다 증언뿐이야.”
그러나 상대의 보디랭귀지는 다른 말을 했다.
그의 친구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
이세진은 정신이 다 아찔해졌다. 그리고 모순적이지만, 동시에 감전되거나 얼음이라도 문 것처럼 정신이 확 깨어났다.
자신이 아는 박문대가 이런 상황에서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할 사람인가?
‘아니.’
절대 아니었다.
갈비뼈에 금이 가도 천연덕스럽게 콘서트를 했던 녀석이, 꿈자리가 뒤숭숭한지 잠을 못 자면서도 꼬박꼬박 스케줄을 처리했던 녀석이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여전히 박문대만큼 치열히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뭘 착각한 게 아니라면, 자신의 친구는 지금 진심이었다.
“정신병이라고 의심할 줄은 알았어. 그러니까….”
“아니.”
“…….”
이세진은 다리를 옮겨서 걸어갔다.
그리고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박문대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 들을 테니까, 천천히 말해봐.”
“…!”
그러자 짧은 놀라움을 지나, 박문대의 얼굴에 희미한 표현이 지나갔다.
웃음.
짧은 안도였다.
“그럴까.”
그리고 박문대의 말은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그럼…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박문대로 깨어난 건 몇 달 전이었어.”
그때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이세진도 잘 아는 이야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관점에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에 참가해서 승승장구했던 박문대의 참가 사정.
물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었다.
“아이돌을 못 하면 죽는다고 해서 말이야.”
“으음.”
무슨 지시 같은 게 허공에 뜬다고 하는데, 정말로 정신병 증상이 떠올라서 이세진은 꽉 입을 다물었다.
‘그게… 조현병이었던가?’
물론 이세진은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고 그간 알아볼 생각도 없었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곧 그 인상을 누그러트릴 수 있었다.
박문대는 어딜 봐도 피해망상에 시달리거나 정신이 오락가락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박문대에게 그런 의심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경청만 했다.
가벼운 맞장구와 함께.
“그래.”
“음, 그렇구나.”
심지어 이런 농담까지 했다.
“그럼 나랑 아현이랑 친해진 것도 그것 때문이야? 미래에 잘나가서?”
물론 뼈가 있었지만.
박문대는 그때는 약간 편한 얼굴로 자신을 보며 피식 웃었다.
“친해질 생각도 없었는데 묶어서 취급하던 놈이 무슨.”
박문대는 공시생이었던 자신이 얼추 들어본 데뷔자 일부에 이세진이나 선아현은 없었다고 했다.
“아.”
이런 상황에서 할 생각은 아니지만, 조금 유쾌했다.
결국 무엇이 진실이든, 자신의 담배 합성 사진을 해결한 건 정말로 박문대의 순수한 호의였다는 뜻이니까.
‘웃기네 진짜.’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결국 몰입해서 이런 거나 따지고 있었다.
그사이, 박문대의 이야기는 데뷔를 지나 테스타 활동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중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 도리어 퍼즐 빈자리 하나를 딱 맞춘 것 같은 내용도 있었다.
“내 전에 과거로 돌아온 놈이야.”
“…!”
VTIC 청려.
“……청려가.”
“선배님은 안 붙이기로 했나 보지.”
“이 판에 무슨 선배야. 진짜….”
결국 그놈은 진짜 미친놈이었다는 것이다.
박문대는 적당히 청려가 과거로 돌아온 것만을 알려줬다. 그리고 미래 지식을 알기 위해 자신을 협박한 정도로 뭉뚱그렸지만, 이세진은 행간을 읽었다.
청려의 비상식성을.
‘…사이코패스 아니야?’
혹시 박문대가 미래 지식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홧김에 진짜 죽이려 했던 것 아닌가.
등골에 소름이 올랐다.
하지만 박문대의 태도는 기이할 만큼 유했다.
“지금은 그럭저럭 정신 차렸으니까 걱정 말고.”
단순히 ‘신고하면 우리도 손해니 넘어가자’는 투가 아니었다.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보이는 박문대 특유의 관용.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 이거지.’
이세진은 짧게 치고 올라오는 반감을 눌렀다.
사실 지금도 자신의 현실감은 허용치를 훌쩍 넘은 지 오래니, 따지는 대신 넘어가야 할 순간이었다.
게다가 다음 폭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청우 형 말인데… 내 친척이더라.”
“…!”
“같은 풍산 류씨야. 생각보다 촌수가 가깝더라고.”
또 다른 퍼즐을 맞추는 듯, 상황은 더 선명해졌다.
왜 박문대가 류청우를 꺼렸고, 최근 룸메이트가 된 후에는 급속히 친해졌는지.
그리고 둘이 외출했을 때.
“…류건우를 만나러 나간 거였지.”
“…….”
박문대는 자신의 부모님과 류청우의 사고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것만으로도 구조는 충분히 완성되었다.
‘그래서 청우 형이….’
묘하게 최근 박문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던 건가.
모든 정황이 들어맞았다.
결국 이세진은 ‘들켰다’는 박문대의 변명을 심정적으로 인정했다.
게다가 박문대는 그다음 사람에 대한 설명도 챙겼다.
“배세진 형은 마침 그때가 추석이라 안 거야. 내가 그 형 집에 있었잖아. 자세한 사정은 전혀 몰라.”
“…….”
거기까지 가니, 이제 이세진은 약한 부끄러움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별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그가 지금까지 들은 박문대 설명은 귀를 의심할 만큼 비현실적이었으나 고뇌로부터 나온 깔끔함이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기 위해 얼마나 초조했을지 이세진은 쉽게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러지 말걸.’
그는 솔직히 중얼거렸다.
“…미안해. 재촉해서.”
박문대는 피식 웃었다.
“넌 그럴 만했지. 말 꺼낸 게 언젠데.”
그 후로도 박문대의 경험은 쭉 입을 통해 정리되었다.
실제로 박문대는 굳이 말할 필요 없는 코마 속 백일몽이나 몇몇 진실확인을 생략했지만, 그래도 내용은 방대했다.
그리고 박문대는 시종일관 진지했고, 이세진이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 얼버무리는 것 없이 진솔히 대답해 주려 애쓰는 게 보였다.
흔히 허풍을 떨거나 거짓말할 때 보이는… 쓸데없는 디테일에 집착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증상도 없었다.
“…….”
덕분에, 이세진은 어느새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완전히 몰두해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어느새 가장 최근의 사건까지 흘러갔다.
류건우의 몸으로 짧게 돌아갔던 박문대.
“…그렇게, 나는 대상을 타고 있는 시점으로 돌아와서 수상 소감을 하게 됐지. 내가 춤을 갑자기 잊어버린 건 그것 때문이고.”
그렇게 마지막을 정리했을 한 박문대는 후련한 듯이 말을 끝마쳤다.
“이게… 내 ‘사정’이야.”
“…….”
이세진은 박문대를 보았다.
그리고 일어나서 물을 가져왔다. 박문대는 사양하지 않고 페트병을 받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박문대가 거의 물 반 통을 비울 때까지 이세진은 말없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어때?’
어떻긴. 혼란스러워 죽겠다.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이렇게까지 비현실적일 수 있나 싶은 사정이다.
‘드라마도 이 정도까진 아니겠어.’
말하는 이의 태도 때문에 몰입했지만, 머리는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박문대의 말대로 눈에 보이는 증거도 없는 상황.
하지만….
“이제 알겠다. 내가 이런 말 못 믿을 것 같아서 미룬 거지?”
“…….”
“확실히 문대가 날 잘 안다니까. 근데… 이것도 알지 그랬어.”
이세진은 씩 웃었다.
“내가 문대 말은 또 잘 믿잖아~”
“……!”
이세진이 성공적으로 데뷔해서 잘 나가는 1군 아이돌로, 몇만 명 앞에서 콘서트하며 투어하고 있다는 건 어디 현실적인가?
아마 나오기 반년 전 자신이 미래를 알았다면, 알려준 상대를 내심 비웃고 가망이 안 보이는 현실을 곱씹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했지 않은가.
‘얘랑 같이했어.’
어쩌면 이세진에게는 그게 더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계속 그랬잖아. 그러니까 이것도 똑같이 할게. 나 믿는다, 박문대.”
“…….”
이세진은 농담처럼 덧붙였다.
“또 네 말 믿으면 언제나 결과 좋잖아. 멤버들도 다 그런다니까? 박문대가 좀 잘했어야지.”
그 순간, 박문대가 웃었다.
“…고맙다.”
박문대는 남은 물 반 통을 마저 비웠다.
페트병을 잡은 손이 얕게 떨리는 걸 이세진은 모른 척했다.
대신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듣고서도 납득하고 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잠은 다 잤다.’
오늘 밤 내내 온갖 생각과 추리가 다 들 것 같았지만, 이세진은 티 내지 않았다.
그러자 박문대 쪽에서 본인의 온갖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들으면서 알았겠지만.”
페트병을 구긴 그의 친구는 머뭇거리다가 중얼거렸다.
“난 원래 아이돌을 하려던 게 아니야.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만.”
대체 얘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박문대 바보야?”
“뭐?”
“너 아이돌 하는 거 그렇게 좋아하면서 무슨 ‘원래 하려던 거 아닌데~’ 같은 소리를 해.”
“…!”
“여기 뭐 처음부터 아이돌 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어딨다고… 살려고 한 거면 양호해, 양호해.”
박문대는 답지 않게 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그것보다 호칭은 어떻게 해. 너 건우라고 불러줘? 건우건우?”
박문대가 일부러 질색하라고 한 것답게, 실제로 박문대는 좀 진저리를 쳤다.
분위기가 좀 가벼워졌다.
“됐어. 이 상태로 산 게 몇 년인데.”
“그래. 우리가 서바이벌 출신이라 그렇지 요샌 다들 예명 쓰는데 뭐. 박문대도 네 이름이야.”
“…….”
“그렇지 문대문대?”
“…그래.”
이세진은 씩 웃고 말았다.
사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자신에 대해 정말 하나도 들은 게 없냐고 물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불쑥 일었으나 참았다.
‘좋진 않았겠지.’
박문대가 없었으면 자신은 분명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자진 하차했을 것이고… 혹시 박문대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해도 썩 좋은 소식은 아니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말해줘서.”
“…….”
“솔직히 문대 ‘이 세상엔 나에게만 보이는 글자가 있다~’ 그런 말 하려니까 아찔했지? 완전 창피해하는 게 눈에 다 보인… 왑!”
“시끄러워.”
“하하!”
박문대의 손을 피하며, 큰세진은 시원하게 웃었다.
그날, 박문대와 이세진은 콘서트 컨디션을 위해 자러 가기 전까지 꽤 긴 대화를 나눴다.
“그럼 원래 몇 살이었어?”
“…돌아오기 직전엔 29살.”
“오~ 형이라도 불러줄까? 형님?”
“됐어.”
“와… 그렇지. 역시 프로 아이돌이야 연장자 대우보단 역시 어린 게 최고… 왁! 이번엔 피했다!”
“칫.”
대부분 시답잖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은 적 없던 개인적 이야기가 은근히 풀리는 것은 묘한 느낌이었다.
“…문대문대 완전 명문대 출신이잖아! 안 아까워?”
“안 아까워. 돈도 아니고.”
박문대는 편안해 보였다.
그래서 이세진은 친구에게 쓸데없는 일로 화를 낸 것을 더 후회하지 않아도 되었다.
술 한 방울 없었지만, 대화는 잘 흘러가서 깊은 토대를 만들며 마무리되었다.
새롭게 층을 쌓은 신뢰였다.
그리고 다음 날.
어제와 달리 거치적거리는 거북함 없이 올라간 무대에서 이세진은 본래의 감각을 회복했다.
‘좋아, 좋아!’
그는 차유진과 선아현을 양쪽에 끼고 근사한 애드립을 선보인 뒤, 화려한 앵콜을 끝내고 흥얼거리며 내려왔다.
그리고 박문대를 찾으려던 순간.
“화해 잘했나 보구나.”
“…!”
이세진은 자신의 어깨를 잠깐 두드린 그룹의 리더를 돌아보았다.
류청우는 작게 웃고 있었다.
‘티 났구나.’
이세진은 즉각 머리를 숙였다.
“형 정말 죄송합니다! 요 며칠 제가 좀 그랬죠?”
“아냐. 멀쩡했어. 그냥 직접 봤으니까… 혹시 둘이 힘들지 않을까 오지랖 좀 부려본 거야.”
“…….”
오지랖?
그러고 보니, 갑자기 어젯밤에 다음 날 집합 시간이 세 시간쯤 늦춰졌다.
스케줄 조정 때문인 줄 알았는데.
“설마 집합 시간 늦춘 게….”
“응, 뭐… 체력도 회복할 겸 다들 그랬지.”
둘이 편히 대화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우리 같은 그룹이잖아. 이런 건 당연히 서로 맞춰야 오래 가지. 다들 바로 그러자고 했어.”
류청우는 웃었다. 이세진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이 그룹이 가능한 최대수명까지 잘 유지되도록 정성은 다하는 것에 자신만큼 진심인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탓이다.
‘…아무리 그래도, 연차 차면 개인 활동으로 다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좀 자만한 생각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이세진은 인정했다.
그사이에 류청우의 말이 이어졌다.
“세진이, 배세진이가 먼저 건의했던 거야. 둘 걱정을 많이 했거든.”
“…….”
“잘 해결됐다니까 다행이다. 아, 저기 있네.”
류청우의 턱짓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철골 구조물 옆에서 수건을 든 박문대와 대화 중인 배세진이 보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3화
이세진도 나름대로 박문대의 ‘비밀’에 대해 추측해 봤었다.
그리고 그중엔 비현실적이지만 제법 말은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었다.
‘혹시 박문대의 사촌 형인가?’
사실 자신이 아는 박문대는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인데, 상황상 어린 동생의 신분을 쓰고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이었다.
물론 그 이유를 떠올리자면 얼토당토않은 수준까지 추리가 흐지부지되어서 금방 그만두곤 했지만 말이다.
‘말해준다고 했으니까.’
그 말을 듣는 도중에 그간 박문대의 위화감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본인에게 인정받았지 않은가.
그래도 한동안 별 추측을 다 했던 탓에, 한 번은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까지 불쑥 추리가 튄 적도 있었다.
기억상실증에, 결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는 모습에, 여론을 조정하는 모습까지 딱 맞아떨어졌으니까.
물론 그 즉시 웃고 넘겼지만 말이다.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웬 간첩이야?’
그런데 지금 박문대는 그보다 더 비현실적인 말을 했다.
-나는 박문대가 아니며 과거로 돌아왔다.
사이비 교주나 할 만한 발언이었다.
식은땀이 다 났다.
‘뭐지?’
꿈… 꿈이 보통 이렇지 않나.
이세진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뒤로 돌려서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 망할.’
…아팠다.
그 와중에 박문대는 말을 계속했다.
“…나는 원래 류건우라는 공시생이었어.”
“…….”
“네가 어제 본 화상 통화는 그 몸이랑 했던 거고. 원래 박문대가 지금 거기 들어가 있거든.”
이세진은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 그래?”
‘그래’는 무슨 얼어 죽을 ‘그래’란 말인가.
좀 제대로 된 생각을 해서 반응을 해야 하는데, 이건 순 입에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이세진은 가만히 선 채로 박문대가 무슨 의도인지 파악하려 애썼….
“그래. 원하면 지금이라도 화상 통화를 다시 걸어줄 수도 있는데. 확인해 볼까.”
미치겠다.
“…음.”
이세진은 그만 혼미해졌다. 이젠 말도 턱 막혔다.
그 순간, 얼빠진 자신을 보고 있던 박문대가 쓴웃음을 지었다.
“못 믿겠지.”
“…!”
“뭐… 그럴 줄 알았다.”
박문대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말을 계속 미뤘던 거고. 특별히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거든. 다 증언뿐이야.”
그러나 상대의 보디랭귀지는 다른 말을 했다.
그의 친구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
이세진은 정신이 다 아찔해졌다. 그리고 모순적이지만, 동시에 감전되거나 얼음이라도 문 것처럼 정신이 확 깨어났다.
자신이 아는 박문대가 이런 상황에서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할 사람인가?
‘아니.’
절대 아니었다.
갈비뼈에 금이 가도 천연덕스럽게 콘서트를 했던 녀석이, 꿈자리가 뒤숭숭한지 잠을 못 자면서도 꼬박꼬박 스케줄을 처리했던 녀석이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여전히 박문대만큼 치열히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뭘 착각한 게 아니라면, 자신의 친구는 지금 진심이었다.
“정신병이라고 의심할 줄은 알았어. 그러니까….”
“아니.”
“…….”
이세진은 다리를 옮겨서 걸어갔다.
그리고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박문대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 들을 테니까, 천천히 말해봐.”
“…!”
그러자 짧은 놀라움을 지나, 박문대의 얼굴에 희미한 표현이 지나갔다.
웃음.
짧은 안도였다.
“그럴까.”
그리고 박문대의 말은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그럼…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박문대로 깨어난 건 몇 달 전이었어.”
그때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이세진도 잘 아는 이야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관점에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에 참가해서 승승장구했던 박문대의 참가 사정.
물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었다.
“아이돌을 못 하면 죽는다고 해서 말이야.”
“으음.”
무슨 지시 같은 게 허공에 뜬다고 하는데, 정말로 정신병 증상이 떠올라서 이세진은 꽉 입을 다물었다.
‘그게… 조현병이었던가?’
물론 이세진은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고 그간 알아볼 생각도 없었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곧 그 인상을 누그러트릴 수 있었다.
박문대는 어딜 봐도 피해망상에 시달리거나 정신이 오락가락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박문대에게 그런 의심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경청만 했다.
가벼운 맞장구와 함께.
“그래.”
“음, 그렇구나.”
심지어 이런 농담까지 했다.
“그럼 나랑 아현이랑 친해진 것도 그것 때문이야? 미래에 잘나가서?”
물론 뼈가 있었지만.
박문대는 그때는 약간 편한 얼굴로 자신을 보며 피식 웃었다.
“친해질 생각도 없었는데 묶어서 취급하던 놈이 무슨.”
박문대는 공시생이었던 자신이 얼추 들어본 데뷔자 일부에 이세진이나 선아현은 없었다고 했다.
“아.”
이런 상황에서 할 생각은 아니지만, 조금 유쾌했다.
결국 무엇이 진실이든, 자신의 담배 합성 사진을 해결한 건 정말로 박문대의 순수한 호의였다는 뜻이니까.
‘웃기네 진짜.’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결국 몰입해서 이런 거나 따지고 있었다.
그사이, 박문대의 이야기는 데뷔를 지나 테스타 활동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중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 도리어 퍼즐 빈자리 하나를 딱 맞춘 것 같은 내용도 있었다.
“내 전에 과거로 돌아온 놈이야.”
“…!”
VTIC 청려.
“……청려가.”
“선배님은 안 붙이기로 했나 보지.”
“이 판에 무슨 선배야. 진짜….”
결국 그놈은 진짜 미친놈이었다는 것이다.
박문대는 적당히 청려가 과거로 돌아온 것만을 알려줬다. 그리고 미래 지식을 알기 위해 자신을 협박한 정도로 뭉뚱그렸지만, 이세진은 행간을 읽었다.
청려의 비상식성을.
‘…사이코패스 아니야?’
혹시 박문대가 미래 지식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홧김에 진짜 죽이려 했던 것 아닌가.
등골에 소름이 올랐다.
하지만 박문대의 태도는 기이할 만큼 유했다.
“지금은 그럭저럭 정신 차렸으니까 걱정 말고.”
단순히 ‘신고하면 우리도 손해니 넘어가자’는 투가 아니었다.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보이는 박문대 특유의 관용.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 이거지.’
이세진은 짧게 치고 올라오는 반감을 눌렀다.
사실 지금도 자신의 현실감은 허용치를 훌쩍 넘은 지 오래니, 따지는 대신 넘어가야 할 순간이었다.
게다가 다음 폭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청우 형 말인데… 내 친척이더라.”
“…!”
“같은 풍산 류씨야. 생각보다 촌수가 가깝더라고.”
또 다른 퍼즐을 맞추는 듯, 상황은 더 선명해졌다.
왜 박문대가 류청우를 꺼렸고, 최근 룸메이트가 된 후에는 급속히 친해졌는지.
그리고 둘이 외출했을 때.
“…류건우를 만나러 나간 거였지.”
“…….”
박문대는 자신의 부모님과 류청우의 사고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것만으로도 구조는 충분히 완성되었다.
‘그래서 청우 형이….’
묘하게 최근 박문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던 건가.
모든 정황이 들어맞았다.
결국 이세진은 ‘들켰다’는 박문대의 변명을 심정적으로 인정했다.
게다가 박문대는 그다음 사람에 대한 설명도 챙겼다.
“배세진 형은 마침 그때가 추석이라 안 거야. 내가 그 형 집에 있었잖아. 자세한 사정은 전혀 몰라.”
“…….”
거기까지 가니, 이제 이세진은 약한 부끄러움까지 느끼기 시작했다.
‘별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그가 지금까지 들은 박문대 설명은 귀를 의심할 만큼 비현실적이었으나 고뇌로부터 나온 깔끔함이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기 위해 얼마나 초조했을지 이세진은 쉽게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러지 말걸.’
그는 솔직히 중얼거렸다.
“…미안해. 재촉해서.”
박문대는 피식 웃었다.
“넌 그럴 만했지. 말 꺼낸 게 언젠데.”
그 후로도 박문대의 경험은 쭉 입을 통해 정리되었다.
실제로 박문대는 굳이 말할 필요 없는 코마 속 백일몽이나 몇몇 진실확인을 생략했지만, 그래도 내용은 방대했다.
그리고 박문대는 시종일관 진지했고, 이세진이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 얼버무리는 것 없이 진솔히 대답해 주려 애쓰는 게 보였다.
흔히 허풍을 떨거나 거짓말할 때 보이는… 쓸데없는 디테일에 집착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증상도 없었다.
“…….”
덕분에, 이세진은 어느새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완전히 몰두해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어느새 가장 최근의 사건까지 흘러갔다.
류건우의 몸으로 짧게 돌아갔던 박문대.
“…그렇게, 나는 대상을 타고 있는 시점으로 돌아와서 수상 소감을 하게 됐지. 내가 춤을 갑자기 잊어버린 건 그것 때문이고.”
그렇게 마지막을 정리했을 한 박문대는 후련한 듯이 말을 끝마쳤다.
“이게… 내 ‘사정’이야.”
“…….”
이세진은 박문대를 보았다.
그리고 일어나서 물을 가져왔다. 박문대는 사양하지 않고 페트병을 받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박문대가 거의 물 반 통을 비울 때까지 이세진은 말없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어때?’
어떻긴. 혼란스러워 죽겠다.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이렇게까지 비현실적일 수 있나 싶은 사정이다.
‘드라마도 이 정도까진 아니겠어.’
말하는 이의 태도 때문에 몰입했지만, 머리는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박문대의 말대로 눈에 보이는 증거도 없는 상황.
하지만….
“이제 알겠다. 내가 이런 말 못 믿을 것 같아서 미룬 거지?”
“…….”
“확실히 문대가 날 잘 안다니까. 근데… 이것도 알지 그랬어.”
이세진은 씩 웃었다.
“내가 문대 말은 또 잘 믿잖아~”
“……!”
이세진이 성공적으로 데뷔해서 잘 나가는 1군 아이돌로, 몇만 명 앞에서 콘서트하며 투어하고 있다는 건 어디 현실적인가?
아마 나오기 반년 전 자신이 미래를 알았다면, 알려준 상대를 내심 비웃고 가망이 안 보이는 현실을 곱씹기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했지 않은가.
‘얘랑 같이했어.’
어쩌면 이세진에게는 그게 더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계속 그랬잖아. 그러니까 이것도 똑같이 할게. 나 믿는다, 박문대.”
“…….”
이세진은 농담처럼 덧붙였다.
“또 네 말 믿으면 언제나 결과 좋잖아. 멤버들도 다 그런다니까? 박문대가 좀 잘했어야지.”
그 순간, 박문대가 웃었다.
“…고맙다.”
박문대는 남은 물 반 통을 마저 비웠다.
페트병을 잡은 손이 얕게 떨리는 걸 이세진은 모른 척했다.
대신 자신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듣고서도 납득하고 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잠은 다 잤다.’
오늘 밤 내내 온갖 생각과 추리가 다 들 것 같았지만, 이세진은 티 내지 않았다.
그러자 박문대 쪽에서 본인의 온갖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들으면서 알았겠지만.”
페트병을 구긴 그의 친구는 머뭇거리다가 중얼거렸다.
“난 원래 아이돌을 하려던 게 아니야.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만.”
대체 얘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박문대 바보야?”
“뭐?”
“너 아이돌 하는 거 그렇게 좋아하면서 무슨 ‘원래 하려던 거 아닌데~’ 같은 소리를 해.”
“…!”
“여기 뭐 처음부터 아이돌 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어딨다고… 살려고 한 거면 양호해, 양호해.”
박문대는 답지 않게 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그것보다 호칭은 어떻게 해. 너 건우라고 불러줘? 건우건우?”
박문대가 일부러 질색하라고 한 것답게, 실제로 박문대는 좀 진저리를 쳤다.
분위기가 좀 가벼워졌다.
“됐어. 이 상태로 산 게 몇 년인데.”
“그래. 우리가 서바이벌 출신이라 그렇지 요샌 다들 예명 쓰는데 뭐. 박문대도 네 이름이야.”
“…….”
“그렇지 문대문대?”
“…그래.”
이세진은 씩 웃고 말았다.
사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자신에 대해 정말 하나도 들은 게 없냐고 물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불쑥 일었으나 참았다.
‘좋진 않았겠지.’
박문대가 없었으면 자신은 분명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자진 하차했을 것이고… 혹시 박문대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해도 썩 좋은 소식은 아니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말해줘서.”
“…….”
“솔직히 문대 ‘이 세상엔 나에게만 보이는 글자가 있다~’ 그런 말 하려니까 아찔했지? 완전 창피해하는 게 눈에 다 보인… 왑!”
“시끄러워.”
“하하!”
박문대의 손을 피하며, 큰세진은 시원하게 웃었다.
그날, 박문대와 이세진은 콘서트 컨디션을 위해 자러 가기 전까지 꽤 긴 대화를 나눴다.
“그럼 원래 몇 살이었어?”
“…돌아오기 직전엔 29살.”
“오~ 형이라도 불러줄까? 형님?”
“됐어.”
“와… 그렇지. 역시 프로 아이돌이야 연장자 대우보단 역시 어린 게 최고… 왁! 이번엔 피했다!”
“칫.”
대부분 시답잖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은 적 없던 개인적 이야기가 은근히 풀리는 것은 묘한 느낌이었다.
“…문대문대 완전 명문대 출신이잖아! 안 아까워?”
“안 아까워. 돈도 아니고.”
박문대는 편안해 보였다.
그래서 이세진은 친구에게 쓸데없는 일로 화를 낸 것을 더 후회하지 않아도 되었다.
술 한 방울 없었지만, 대화는 잘 흘러가서 깊은 토대를 만들며 마무리되었다.
새롭게 층을 쌓은 신뢰였다.
그리고 다음 날.
어제와 달리 거치적거리는 거북함 없이 올라간 무대에서 이세진은 본래의 감각을 회복했다.
‘좋아, 좋아!’
그는 차유진과 선아현을 양쪽에 끼고 근사한 애드립을 선보인 뒤, 화려한 앵콜을 끝내고 흥얼거리며 내려왔다.
그리고 박문대를 찾으려던 순간.
“화해 잘했나 보구나.”
“…!”
이세진은 자신의 어깨를 잠깐 두드린 그룹의 리더를 돌아보았다.
류청우는 작게 웃고 있었다.
‘티 났구나.’
이세진은 즉각 머리를 숙였다.
“형 정말 죄송합니다! 요 며칠 제가 좀 그랬죠?”
“아냐. 멀쩡했어. 그냥 직접 봤으니까… 혹시 둘이 힘들지 않을까 오지랖 좀 부려본 거야.”
“…….”
오지랖?
그러고 보니, 갑자기 어젯밤에 다음 날 집합 시간이 세 시간쯤 늦춰졌다.
스케줄 조정 때문인 줄 알았는데.
“설마 집합 시간 늦춘 게….”
“응, 뭐… 체력도 회복할 겸 다들 그랬지.”
둘이 편히 대화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우리 같은 그룹이잖아. 이런 건 당연히 서로 맞춰야 오래 가지. 다들 바로 그러자고 했어.”
류청우는 웃었다. 이세진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이 그룹이 가능한 최대수명까지 잘 유지되도록 정성은 다하는 것에 자신만큼 진심인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탓이다.
‘…아무리 그래도, 연차 차면 개인 활동으로 다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건… 좀 자만한 생각이었을 수도 있겠다고, 이세진은 인정했다.
그사이에 류청우의 말이 이어졌다.
“세진이, 배세진이가 먼저 건의했던 거야. 둘 걱정을 많이 했거든.”
“…….”
“잘 해결됐다니까 다행이다. 아, 저기 있네.”
류청우의 턱짓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철골 구조물 옆에서 수건을 든 박문대와 대화 중인 배세진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