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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30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0화
테스타의 글로벌 투어.
뮤지컬을 응용한 서울 콘서트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핵심 파트와 무대 장치는 쏙쏙 잘 빼내서 넣었다.
‘확실히 기획이나 AR 쪽 실무진들은 일을 잘해.’
이제 레이블로 출범해서 그런지 노동력이 더 출중해졌다. 탈출의 맛을 느끼는 것 같았다.
참고로, 레이블 대표는 기획팀장이 꿰찼다. 쓸데없는 짓 안 하는 보신주의인데 감각은 좋은 경력자라 딱 적임자다.
‘유명인도 아니니 문제 생겨도 괜히 개인이 화살받이 될 일도 없고.’
이 과정에서 가당찮은 소리도 들었지만.
-대표는 문대가 하는 건 어떨까?
-예? 형이 하실래요?
-하하, 미안.
연차가 10년은 더 묵어야 할 만한 발상을 내놓은 놈이 있더라고.
‘아이돌이 직접 레이블 대표라니.’
꼬투리 잡힐 일이 무궁무진하군. 차라리 회사를 세워서 사장을 하라고 해라. 나는 한숨을 참았다.
어쨌든, 각설하고… 투어 첫 공연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날 숨 쉬게 해!]
마지막 앵콜곡이 끝나는 순간, 땀과 물에 푹 젖어서 무대 뒤로 내려올 때까지 한참이나 함성이 들렸다.
와아아아!
쿵!
철제 계단을 신나게 뛰어내린 차유진이 크게 웃었다.
“정말 재밌어요! 콘서트가 최고예요!”
“마, 맞아…!”
“무대 번쩍번쩍 빛나서 더 좋아요. 이건 꼭 많이 해야 해요!”
광선검 휘두르는 게 진짜 재밌었나 보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냥 머리의 물기나 털어냈다.
대신 수건으로 배를 닦던 배세진이 어설프게 입을 열었다.
“확실히… 콘서트는 매력이 있어.”
“형!”
데뷔 전엔 매번 체력과 긴장 때문에 죽을상만 하던 놈이 이젠 저런 소리도 하는군.
‘둘이 룸메가 되면서 영향을 받았나.’
차유진은 배세진과 어깨동무를 한 후 더 신나서 외쳤다.
“일주일 쉬지 마요, 괜찮아요! 또 해요! 리허설도 많이 하고!”
그러냐?
“우리 일주일 안 쉬어.”
“Ah??”
나는 수건을 어깨에 걸쳤다.
“캠프 해야지.”
“…….”
“…….”
“예!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왔습니다!”
워커홀릭인 놈만 신났군.
아니, 잠깐. 너희 다 일하는 거 좋아하지 않았냐?
“일하기 싫냐.”
“…! 아, 아니야…!”
그럼 뭐냐.
그때, 선아현의 말에 이어서 배세진이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보통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서.”
“…….”
“그래, 박문대가 의미심장하게 말하니까 다 겁먹은 거잖아~ 문대문대 탓이… 왁!”
시끄럽다.
나는 큰세진의 등을 갈겼다. 그리고 손에 들러붙는 물기에 바로 후회했다.
그 꼴을 흐뭇한 눈으로 보던 류청우가 입을 열었다.
“음, 그럼 내일 오사카 콘서트 끝나고 뒤풀이 대신 캠프인 건가?”
“아아….”
분위기가 흐물흐물 녹아내리는군.
그러나 캠프 대신 뒤풀이를 하겠다고 반대 의견을 내는 놈은 없다.
…설마 정말 겁먹은 건가?
‘너무 일방적으로 말했나.’
그러고 보니 의견 수집을 제대로 안 했군. 나는 목 뒤를 문지르며 고개를 저었다.
“뒤풀이는… 해야죠.”
“…!”
나는 힘을 빼고 웃었다.
“간만에 콘서튼데 기념은 해야죠. 대상 받고도 바빠서 제대로 못 했으니까.”
“박문대….”
“으응, 그, 그렇지…!”
오래 부려먹… 아니, 함께 일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니까.
나는 훈훈한 분위기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이동하자.”
“넵~”
곧 테스타는 스텝과 리더의 지시에 따라 아직 끊기지 않은 함성을 들으며 백스테이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놈들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자리에서 떴다. 그러자 큰세진이 내 옆에 붙었다.
“문대문대, 농담인 거 알지? 다들 네 의견 들었을 때 언제나 결과가 좋았으니까 따라오는 거야.”
“…….”
“네가 밀어붙여서 그러는 거 아니고, 응?”
“알았어.”
“그렇지~”
나는 빙긋 웃는 큰세진을 새삼스레 보았다. 확실히… 눈치 빠른 것 이상으로 심계가 깊은 놈이었다.
그래서 더 확신하게 된단 말이지.
‘분명 기다리고 있다.’
내가 내 사정을 털어놓을 때까지 말이다. 지금까지 느낀 위화감을 나름대로 분석까지 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 캠프 때 타이밍을 봐야 하나.’
일단 일을 하다가, 이놈이 완전히 녹초가 돼서 비판적인 사고력을 상실했을 때쯤 여러 영화나 드라마를 예시로 들면서….
“우리 꼭 다음 앨범도 잘하자.”
그래. 너도 그게 우선일 줄 알았다.
‘일단 일이나 잘하자.’
다음 날 콘서트도 놀랍도록 좋은 컨디션에서 작은 부상 하나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적절하고 기분 좋은 수준의 뒤풀이도 잘 끝났다.
적절한 바탕이었다.
덕분에 다들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다음날 캠프에 참석했다.
“룸서비스 시킬까?”
“매니저님께서 저희의 작곡 캠프용 노트북들을 챙겨주셨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다들 얼굴 때깔이 좋군. 열정도 넘치고.
나는 이놈들이 신나서 음식과 자리를 세팅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도리어 적절히 돕다가, 긴장을 풀었을 때쯤 치고 나갔다.
스위트룸 거실. 나는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는 놈들을 앞에 두고 프롬프터를 켰다.
[테스타가 나아갈 방향]
“아현아현 저것 좀 봐 발표 자료도 준비했어, 완전 진심이야.”
“으으응….”
그러면 일인데 진심이지 장난이겠냐?
“우선 현 상황에 대해 분석한 결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차유진이 먹고 있던 팝콘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다들 아시겠지만, 테스타는 올해 5가지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오오.”
“하지만 지금 봐야 하는 건 여기가 아닙니다.”
“예?”
나는 화면을 바꿨다.
[러뷰어의 분포]
[-> 대상?인기상 투표 풀]
“인기상의 투표 결과입니다.”
나는 손을 뻗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저희는 세 곳의 시상식에서 인기상을 수상했습니다. 공통점이 뭘까요?”
“몰라요! 알려주세요!”
당당하군.
“해외 투표를 막은 곳들입니다. 온전히 국내 팬분들의 화력은 테스타가 올해 컴백한 가수 중에 두 손가락 안에 드는 거죠.”
“와.”
“문대야,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났니?”
“인터넷이요.”
나는 입을 벌리는 놈들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해외 KPOP 팬분들이 투표에 참전하는 순간 뒤집힙니다.”
“…무조건 VTIC 선배님들이 이기는구나.”
“그렇죠.”
나는 투표 순위로 그래프를 바꿨다. 테스타가 3위나 4위인 투표 결과 캡처 예시까지 한두 개 나온다.
“심지어 다른 대형 소속사의 아이돌에게 밀리기도 합니다.”
“흠.”
“저희는 아직도 확실히 해외가 약합니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끌고 왔다.
“그러니까, 다음 앨범은 글로벌 겨냥으로 제대로 활동해 보고 싶은데, 다들 어떠실까요.”
“…….”
멤버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거나, 발표 자료 화면을 쳐다보았다.
적극적인 찬성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이 본진인 차유진까지도 말이다.
나는 내심 웃었다.
‘그래야지.’
이런 나이브한 말에 넘어오는 놈이 있으면 안 된다.
대신 반박이 들어왔다.
“국내에서 잘하면 해외 분들도 알아주시지 않을까? 억지로 진출하려다 잘 안 된 사례도 우리 많이 찾아봤었잖아.”
맞다. 실제로 우리도 그걸 생각해서 지금까지 굳이 해외 활동에 목매지 않았던 것이고.
“이미 대상까지 탔으니 국내 사정 알아주실 분은 알아주셨을 것 같아서요. 해외 노출도를 높여서 조금 더 어필해도 될 시점 아닐까요.”
“음… 그래.”
류청우는 나름대로 납득한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놈이 치고 들어왔다.
“그런데 반대로 국내 팬분들이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아서 좀 그래~”
큰세진이다.
“물론 우리가 W앱도 많이 하고 자체 컨텐츠도 많이 보여드릴 거지만, 솔직히 거리감 있잖아~ 대상 받고 바로 그러긴 의리 없어 보일 수도 있고!”
나는 팔짱을 끼며 웃었다.
“그래.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가는 놈들이 해외 친화적으로 노선을 바꾸면 사대주의 같지.”
“에이,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만 서운한 마음을 우리가 알고 배려는 해야 한다! 이거지. 문대도 다 알면서~”
정확한 지적이었다.
“맞는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초청받아서 가는 형태인 편이 딱 좋은데.”
“초청?”
“네. 미국에서 우릴 부르는 거죠. 그러면 딱 간 보면서 노출도 높이고 올 수 있어요.”
“가, 간을….”
우리가 미국 진출에 목매고 안달복달하는 게 아니라, 그쪽에서 부르니까 가서 한번 활동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 말이다.
나는 답을 말하는 대신 조건만 뱉었다.
“대놓고 KPOP 관련 분야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거긴 이미 VTIC 선배님들이 다 잡아놔서.”
“그러면서도 저희를 부른 게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화제성도 있어서 써먹을 만하고.”
줄줄 나오는 말에 점점 멤버들의 얼굴이 멍해진다. 그래, 까다로우니 천천히 생각해 봐라.
하지만 내가 입을 다무는 순간, 바로 손을 든 놈이 있었다.
‘오.’
김래빈이다.
“제 의견을 말씀드려도….”
“당연히 되지. 말해.”
“예! 최근 저희와 연이 있으면서 미국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는 분야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내심 웃었다. 정답이 나올 것 같았거든.
“어딘데.”
“의 회사, ‘폐허공장’분들입니다.”
“…!”
“이번에 새로 내신 게임도 미국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그 세계관으로 영화가 제작된다고 하니, 저희가 그 영화의 OST 참여에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 영화??”
물론 여기저기서 반대가 쏟아졌다.
“으음~ 거기랑 또 하긴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괜히 ‘별의별곡’ 계정을 따로 만든 게 아니잖아.”
당연하지만, 그 게임 회사랑 또 엮이는 건 완전히 뇌절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큰세진의 이 발언에 놀랍게도 배세진이 지원사격을 넣는다.
“그래! 그리고 그 회사도 T1이 가지고 있어. 너무 회사 내부에서 작당한 것 같잖아…!”
사실 회사 작당이 아니면 무슨 수로 우리 쪽에서 먼저 컨택하겠냐만, 이미지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긴 했지.
‘자화자찬으로 언론플레이 판정이 나면 그때부터 우스갯거리가 될 뿐이니까.’
그러나 김래빈은 의견을 철회하지 않았다.
대신 정보를 더 풀었다.
“…! 그럴 수도 있군요. 하지만 제가 확인한 바로 영화는 T1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작한다고 합니다.”
“어디?”
”할리우드 제작입니다.”
“…!”
“별의별곡 계정을 운영하며 댓글에서 본 소식입니다. ‘라임스톤’사에서 맡았다고 게이머분들께서 다들 기대하고 계셨습니다.”
“Limestone??”
차유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거기 히어로 영화 제작사예요! [미치도록 유명한!]”
그렇다. IP 사업으로 악명 높은 애니메이션 기업 산하의 히어로 영화 라인이다.
완전히 미국기업인.
나는 입을 뗐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인 T1을 통해 컨택은 빠르게 할 수 있으면서, 사실상 미국 회사에서 부른 것처럼 보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영화 제작사가 유명한 IP를 가진 다른 대기업이니, 게임과 너무 엮이며 서로 지겨운 느낌이 생기는 것도 환기되고.
“네! 괜찮으십니까?”
괜찮냐고?
최고였다.
‘후보 1번을 바로 잡아냈군.’
역시 이놈이 눈치와는 별개로 이런 감각은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재밌는 걸 잘 고르는 감각 말이다.
“마음에 든다.”
“…!”
“다들 어떠신지 궁금한데요.”
“전 좋아요!”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찬성표가 꽤 선선히 나온다.
걱정하던 부분이 많이 해소된 데다가 신선한 도전이라 흥미를 느낀 놈들이 많은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큰세진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요, 열심히 해봅시다~”
“음, 그럼 결론이 나왔네.”
우리는 서브컬처의 정수 같은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 OST 참여를 노리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산발적인 박수가 나왔다.
“레, 레이블 대표님 되실 분께 연락드려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는 거죠…?”
“맞아.”
“와.”
“저 그 게임 괜찮았어요. 영화는 잘 만들면 좋아요.”
배세진은 떨떠름히 중얼거렸다.
“그런데, 안 받아주면…?”
“So what? Limestone 손해예요.”
“…그런가.”
대상 가수면서 왜 이렇게 쫄았냐며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분위기가 좀 가벼워졌다.
‘좋아.’
타이밍 좋군.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 타이틀도 게임 원작 기반 히어로 영화로 유입된 분들이 재밌어할 만한 느낌이면 좋겠네요.”
“그렇지.”
“굉장히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음, 좋아.”
나는 웃었다.
“그럼 지금부터 그쪽에 잘 먹히면서 너무 노린 것 같지 않으며, 테스타의 색을 잘 표현할 컨셉을 뽑아봅시다. 실시.”
“…….”
“실시….”
그렇게 브레인스토밍이 난무하는 KPOP 지옥 캠프가 시작되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취미용 작곡 캠프와 달리, 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가 도드라졌다는 것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0화

테스타의 글로벌 투어.

뮤지컬을 응용한 서울 콘서트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었지만 중요한 핵심 파트와 무대 장치는 쏙쏙 잘 빼내서 넣었다.

‘확실히 기획이나 AR 쪽 실무진들은 일을 잘해.’

이제 레이블로 출범해서 그런지 노동력이 더 출중해졌다. 탈출의 맛을 느끼는 것 같았다.

참고로, 레이블 대표는 기획팀장이 꿰찼다. 쓸데없는 짓 안 하는 보신주의인데 감각은 좋은 경력자라 딱 적임자다.

‘유명인도 아니니 문제 생겨도 괜히 개인이 화살받이 될 일도 없고.’

이 과정에서 가당찮은 소리도 들었지만.

-대표는 문대가 하는 건 어떨까?

-예? 형이 하실래요?

-하하, 미안.

연차가 10년은 더 묵어야 할 만한 발상을 내놓은 놈이 있더라고.

‘아이돌이 직접 레이블 대표라니.’

꼬투리 잡힐 일이 무궁무진하군. 차라리 회사를 세워서 사장을 하라고 해라. 나는 한숨을 참았다.

어쨌든, 각설하고… 투어 첫 공연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앵콜곡이 끝나는 순간, 땀과 물에 푹 젖어서 무대 뒤로 내려올 때까지 한참이나 함성이 들렸다.

와아아아!

쿵!

철제 계단을 신나게 뛰어내린 차유진이 크게 웃었다.

“정말 재밌어요! 콘서트가 최고예요!”

“마, 맞아…!”

“무대 번쩍번쩍 빛나서 더 좋아요. 이건 꼭 많이 해야 해요!”

광선검 휘두르는 게 진짜 재밌었나 보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냥 머리의 물기나 털어냈다.

대신 수건으로 배를 닦던 배세진이 어설프게 입을 열었다.

“확실히… 콘서트는 매력이 있어.”

“형!”

데뷔 전엔 매번 체력과 긴장 때문에 죽을상만 하던 놈이 이젠 저런 소리도 하는군.

‘둘이 룸메가 되면서 영향을 받았나.’

차유진은 배세진과 어깨동무를 한 후 더 신나서 외쳤다.

“일주일 쉬지 마요, 괜찮아요! 또 해요! 리허설도 많이 하고!”

그러냐?

“우리 일주일 안 쉬어.”

“Ah??”

나는 수건을 어깨에 걸쳤다.

“캠프 해야지.”

“…….”

“…….”

“예!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왔습니다!”

워커홀릭인 놈만 신났군.

아니, 잠깐. 너희 다 일하는 거 좋아하지 않았냐?

“일하기 싫냐.”

“…! 아, 아니야…!”

그럼 뭐냐.

그때, 선아현의 말에 이어서 배세진이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보통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서.”

“…….”

“그래, 박문대가 의미심장하게 말하니까 다 겁먹은 거잖아~ 문대문대 탓이… 왁!”

시끄럽다.

나는 큰세진의 등을 갈겼다. 그리고 손에 들러붙는 물기에 바로 후회했다.

그 꼴을 흐뭇한 눈으로 보던 류청우가 입을 열었다.

“음, 그럼 내일 오사카 콘서트 끝나고 뒤풀이 대신 캠프인 건가?”

“아아….”

분위기가 흐물흐물 녹아내리는군.

그러나 캠프 대신 뒤풀이를 하겠다고 반대 의견을 내는 놈은 없다.

…설마 정말 겁먹은 건가?

‘너무 일방적으로 말했나.’

그러고 보니 의견 수집을 제대로 안 했군. 나는 목 뒤를 문지르며 고개를 저었다.

“뒤풀이는… 해야죠.”

“…!”

나는 힘을 빼고 웃었다.

“간만에 콘서튼데 기념은 해야죠. 대상 받고도 바빠서 제대로 못 했으니까.”

“박문대….”

“으응, 그, 그렇지…!”

오래 부려먹… 아니, 함께 일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니까.

나는 훈훈한 분위기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이동하자.”

“넵~”

곧 테스타는 스텝과 리더의 지시에 따라 아직 끊기지 않은 함성을 들으며 백스테이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놈들을 먼저 보내고 천천히 자리에서 떴다. 그러자 큰세진이 내 옆에 붙었다.

“문대문대, 농담인 거 알지? 다들 네 의견 들었을 때 언제나 결과가 좋았으니까 따라오는 거야.”

“…….”

“네가 밀어붙여서 그러는 거 아니고, 응?”

“알았어.”

“그렇지~”

나는 빙긋 웃는 큰세진을 새삼스레 보았다. 확실히… 눈치 빠른 것 이상으로 심계가 깊은 놈이었다.

그래서 더 확신하게 된단 말이지.

‘분명 기다리고 있다.’

내가 내 사정을 털어놓을 때까지 말이다. 지금까지 느낀 위화감을 나름대로 분석까지 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 캠프 때 타이밍을 봐야 하나.’

일단 일을 하다가, 이놈이 완전히 녹초가 돼서 비판적인 사고력을 상실했을 때쯤 여러 영화나 드라마를 예시로 들면서….

“우리 꼭 다음 앨범도 잘하자.”

그래. 너도 그게 우선일 줄 알았다.

‘일단 일이나 잘하자.’

다음 날 콘서트도 놀랍도록 좋은 컨디션에서 작은 부상 하나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적절하고 기분 좋은 수준의 뒤풀이도 잘 끝났다.

적절한 바탕이었다.

덕분에 다들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다음날 캠프에 참석했다.

“룸서비스 시킬까?”

“매니저님께서 저희의 작곡 캠프용 노트북들을 챙겨주셨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다들 얼굴 때깔이 좋군. 열정도 넘치고.

나는 이놈들이 신나서 음식과 자리를 세팅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도리어 적절히 돕다가, 긴장을 풀었을 때쯤 치고 나갔다.

스위트룸 거실. 나는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는 놈들을 앞에 두고 프롬프터를 켰다.

“아현아현 저것 좀 봐 발표 자료도 준비했어, 완전 진심이야.”

“으으응….”

그러면 일인데 진심이지 장난이겠냐?

“우선 현 상황에 대해 분석한 결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차유진이 먹고 있던 팝콘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다들 아시겠지만, 테스타는 올해 5가지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오오.”

“하지만 지금 봐야 하는 건 여기가 아닙니다.”

“예?”

나는 화면을 바꿨다.

“인기상의 투표 결과입니다.”

나는 손을 뻗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저희는 세 곳의 시상식에서 인기상을 수상했습니다. 공통점이 뭘까요?”

“몰라요! 알려주세요!”

당당하군.

“해외 투표를 막은 곳들입니다. 온전히 국내 팬분들의 화력은 테스타가 올해 컴백한 가수 중에 두 손가락 안에 드는 거죠.”

“와.”

“문대야,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났니?”

“인터넷이요.”

나는 입을 벌리는 놈들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해외 KPOP 팬분들이 투표에 참전하는 순간 뒤집힙니다.”

“…무조건 VTIC 선배님들이 이기는구나.”

“그렇죠.”

나는 투표 순위로 그래프를 바꿨다. 테스타가 3위나 4위인 투표 결과 캡처 예시까지 한두 개 나온다.

“심지어 다른 대형 소속사의 아이돌에게 밀리기도 합니다.”

“흠.”

“저희는 아직도 확실히 해외가 약합니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끌고 왔다.

“그러니까, 다음 앨범은 글로벌 겨냥으로 제대로 활동해 보고 싶은데, 다들 어떠실까요.”

“…….”

멤버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거나, 발표 자료 화면을 쳐다보았다.

적극적인 찬성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미국이 본진인 차유진까지도 말이다.

나는 내심 웃었다.

‘그래야지.’

이런 나이브한 말에 넘어오는 놈이 있으면 안 된다.

대신 반박이 들어왔다.

“국내에서 잘하면 해외 분들도 알아주시지 않을까? 억지로 진출하려다 잘 안 된 사례도 우리 많이 찾아봤었잖아.”

맞다. 실제로 우리도 그걸 생각해서 지금까지 굳이 해외 활동에 목매지 않았던 것이고.

“이미 대상까지 탔으니 국내 사정 알아주실 분은 알아주셨을 것 같아서요. 해외 노출도를 높여서 조금 더 어필해도 될 시점 아닐까요.”

“음… 그래.”

류청우는 나름대로 납득한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놈이 치고 들어왔다.

“그런데 반대로 국내 팬분들이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아서 좀 그래~”

큰세진이다.

“물론 우리가 W앱도 많이 하고 자체 컨텐츠도 많이 보여드릴 거지만, 솔직히 거리감 있잖아~ 대상 받고 바로 그러긴 의리 없어 보일 수도 있고!”

나는 팔짱을 끼며 웃었다.

“그래.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가는 놈들이 해외 친화적으로 노선을 바꾸면 사대주의 같지.”

“에이,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만 서운한 마음을 우리가 알고 배려는 해야 한다! 이거지. 문대도 다 알면서~”

정확한 지적이었다.

“맞는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초청받아서 가는 형태인 편이 딱 좋은데.”

“초청?”

“네. 미국에서 우릴 부르는 거죠. 그러면 딱 간 보면서 노출도 높이고 올 수 있어요.”

“가, 간을….”

우리가 미국 진출에 목매고 안달복달하는 게 아니라, 그쪽에서 부르니까 가서 한번 활동이나 해볼까~ 하는 느낌 말이다.

나는 답을 말하는 대신 조건만 뱉었다.

“대놓고 KPOP 관련 분야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거긴 이미 VTIC 선배님들이 다 잡아놔서.”

“그러면서도 저희를 부른 게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화제성도 있어서 써먹을 만하고.”

줄줄 나오는 말에 점점 멤버들의 얼굴이 멍해진다. 그래, 까다로우니 천천히 생각해 봐라.

하지만 내가 입을 다무는 순간, 바로 손을 든 놈이 있었다.

‘오.’

김래빈이다.

“제 의견을 말씀드려도….”

“당연히 되지. 말해.”

“예! 최근 저희와 연이 있으면서 미국에서 크게 인정받고 있는 분야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내심 웃었다. 정답이 나올 것 같았거든.

“어딘데.”

“의 회사, ‘폐허공장’분들입니다.”

“…!”

“이번에 새로 내신 게임도 미국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그 세계관으로 영화가 제작된다고 하니, 저희가 그 영화의 OST 참여에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 영화??”

물론 여기저기서 반대가 쏟아졌다.

“으음~ 거기랑 또 하긴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괜히 ‘별의별곡’ 계정을 따로 만든 게 아니잖아.”

당연하지만, 그 게임 회사랑 또 엮이는 건 완전히 뇌절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큰세진의 이 발언에 놀랍게도 배세진이 지원사격을 넣는다.

“그래! 그리고 그 회사도 T1이 가지고 있어. 너무 회사 내부에서 작당한 것 같잖아…!”

사실 회사 작당이 아니면 무슨 수로 우리 쪽에서 먼저 컨택하겠냐만, 이미지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긴 했지.

‘자화자찬으로 언론플레이 판정이 나면 그때부터 우스갯거리가 될 뿐이니까.’

그러나 김래빈은 의견을 철회하지 않았다.

대신 정보를 더 풀었다.

“…! 그럴 수도 있군요. 하지만 제가 확인한 바로 영화는 T1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작한다고 합니다.”

“어디?”

”할리우드 제작입니다.”

“…!”

“별의별곡 계정을 운영하며 댓글에서 본 소식입니다. ‘라임스톤’사에서 맡았다고 게이머분들께서 다들 기대하고 계셨습니다.”

“Limestone??”

차유진이 휘파람을 불었다.

“거기 히어로 영화 제작사예요! [미치도록 유명한!]”

그렇다. IP 사업으로 악명 높은 애니메이션 기업 산하의 히어로 영화 라인이다.

완전히 미국기업인.

나는 입을 뗐다.

“그러니까… 우리 회사인 T1을 통해 컨택은 빠르게 할 수 있으면서, 사실상 미국 회사에서 부른 것처럼 보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영화 제작사가 유명한 IP를 가진 다른 대기업이니, 게임과 너무 엮이며 서로 지겨운 느낌이 생기는 것도 환기되고.

“네! 괜찮으십니까?”

괜찮냐고?

최고였다.

‘후보 1번을 바로 잡아냈군.’

역시 이놈이 눈치와는 별개로 이런 감각은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재밌는 걸 잘 고르는 감각 말이다.

“마음에 든다.”

“…!”

“다들 어떠신지 궁금한데요.”

“전 좋아요!”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찬성표가 꽤 선선히 나온다.

걱정하던 부분이 많이 해소된 데다가 신선한 도전이라 흥미를 느낀 놈들이 많은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큰세진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요, 열심히 해봅시다~”

“음, 그럼 결론이 나왔네.”

우리는 서브컬처의 정수 같은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 OST 참여를 노리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산발적인 박수가 나왔다.

“레, 레이블 대표님 되실 분께 연락드려서…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는 거죠…?”

“맞아.”

“와.”

“저 그 게임 괜찮았어요. 영화는 잘 만들면 좋아요.”

배세진은 떨떠름히 중얼거렸다.

“그런데, 안 받아주면…?”

“So what? Limestone 손해예요.”

“…그런가.”

대상 가수면서 왜 이렇게 쫄았냐며 차유진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분위기가 좀 가벼워졌다.

‘좋아.’

타이밍 좋군.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 타이틀도 게임 원작 기반 히어로 영화로 유입된 분들이 재밌어할 만한 느낌이면 좋겠네요.”

“그렇지.”

“굉장히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음, 좋아.”

나는 웃었다.

“그럼 지금부터 그쪽에 잘 먹히면서 너무 노린 것 같지 않으며, 테스타의 색을 잘 표현할 컨셉을 뽑아봅시다. 실시.”

“…….”

“실시….”

그렇게 브레인스토밍이 난무하는 KPOP 지옥 캠프가 시작되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취미용 작곡 캠프와 달리, 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가 도드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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