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24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24화
나는 주먹을 쥐었다.
‘한동안 잘 부탁한다’는 말이 류건우 몸을 오래 안 쓰겠다는 뜻이 아닌가 짐작은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형 몸인데 미안하니 어쩌니 하는 윤리적 이야기일 줄 알았지, 당장 내년 여름에 뒈진다는 말이 여기서 왜 나오냐.
그것도 이유로 ‘내년 여름에 사람인 나는 죽었고 과거로 돌아와서’ 같은 설명이 튀어나와?
너만 과거로 돌아왔냐?
“원래 죽었던 놈들 그 시점 넘겨도 다 잘만 살았다는데 무슨 소리야.”
“형, 제가 죽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놈은 손을 저었다. 그리고 좀 침울하게 대답했다.
“그냥… 제가 사람으로 살았던 날짜가 지나면 계속 사람으로 있기 힘들다는 거죠.”
나는 순간 그 말을 해석했다.
그러니까…….
“상태창으로 돌아가는 건가.”
“…네.”
맞은편의 놈은 고개를 숙였다. 나는 침음을 참으며 물었다.
“왜 그렇게 되는데.”
“시스템이 아니라 제가, 그러니까 상태창이 형한테 미션을 주고 보상을 구현해서 그래요.”
그래. 내가 새 특성인 ‘미션 체질’을 이용해 ‘박문대와의 대화’를 보상으로 받아서 이놈이 구현된 것이긴 하다.
“그게 왜.”
“보셨잖아요. 과거로 돌아와도 전에 살던 삶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대로 있고 변하지 않아요. 그리고 과거 여행이 끝나면 고스란히 원래 살던 삶을 받는… 그런 거잖아요.”
“…….”
“저는 그렇게 작동하나 봐요. 그러니까, 마찬가지로 저도 사람 몸으로 사는 이 과거 여행이 끝나면 기존에 살던 삶을 돌려받는 거죠.”
놈은 침을 삼켰다.
“상태창으로요.”
“잠깐.”
나는 손을 들었다.
“그럼 지금 내가 상태창을 부르면, 상태창이 안 뜨는 건가? 넌 여기 있으니까.”
“아, 아뇨. 사람인 저는 여기 있고, 시스템 영향을 받은 부분은 거기 그대로 있어요. 뜰 거예요.”
“분리된 상태라는 거지.”
“네…….”
나는 시범 삼아 상태창을 불렀다.
[보상 수령 중]
진짜군.
‘그러고 보니 원래 몸으로 돌아와서도 따로 ‘보상 수령 완료’ 팝업 같은 건 안 떴어.’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박문대와의 대화’ 보상을 수령 중인 것과 다름없었다.
결국 이놈은 꼼수로 ‘보상 수령 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있는데, 그 한계가 내년 여름이라는 것이다.
‘후.’
나는 한숨을 참으며,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첫 번째 해결책을 떠올렸다. 전부터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발상이었다.
“내가 다시 미션을 걸어서 보상으로 지금과 비슷하게 받으면 되잖아.”
‘미션 체질’ 특성이 갑자기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 이번엔 이놈이 영구적으로 류건우 몸을 쓰는 쪽으로 보상을 걸고 미션을 받으면 그만 아닌가?
그러나 큰달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마 제가 도로 상태창이 될 쯤이면, 이런 식으로 다시 사람인 저를 분리해서 몸에 들어오긴 힘들 거예요.”
“왜.”
“시스템과 동화된 부분이 강해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게 다른 몸으로 옮겨가서도 무슨 영향을 주나 봐요.”
큰달은 침을 삼켰다.
“아마 돌아가면, 완전히 결합될 것 같아요.”
“…….”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맞은편의 놈은 씩 웃었다.
“근데 형, 저 정말 괜찮아요! 아직 몇 달이나 남았는데요. 그리고 상태창이 되더라도 형과 대화할 수 있게 노력…….”
“아니, 조용히 해봐.”
“네…?”
나는 턱을 문지르다가, 결론을 내렸다.
명쾌했다.
“시스템을 없애자.”
“…네? 잠깐만요.”
“시스템이 없어지면 너랑 동화했다는 시스템 일부도 사라질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니, 그것도 추측…….”
“애초에 없애려고 했어. 이 시스템이라는 건 너무 변수를 많이 만들어. 가뜩이나 고려할 거 많은 업곈데 활동하는 데 방해가 되잖아.”
“무슨 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시스템을 없애요!?”
기껏 합리적인 결론을 내놨는데 이놈은 왜 기겁하는 거지.
심지어는 뭐가 떠오른 건지 테이블을 친다.
“헉, 그러고 보니 형 그런 이야기도 하셨었죠! 그 회귀자들이랑!”
“회귀자?”
“과거로 돌아온 사람들이요!”
아무렇지 않게 전문 명칭을 사용하는군. 어쨌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부터 시스템은 추적하고 있었어. 너도 상태창 상태로 봤을 텐데.”
“그게… 그게요!”
맞은편의 놈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형… 아니, 안 그래도 상태창일 때부터 그건 진짜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 같은데…….”
“뭐가.”
“시스템은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아요, 형…….”
큰달은 진지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순간 시스템한테 무슨 동정심이라도 생겼나 했으나, 나는 놈의 눈에서 익숙한 감정을 읽었다.
두려움이었다.
“그거… 진짜 좀 이상해요. 이게 무슨 판타지나 SF 영화도 아니고, 이상하다니까요? 무슨 AI 같기도 하고, 귀신 같기도 하고….”
“너도 영향 주고받았다면서.”
“그러니까 잘 알고 하는 소리죠!”
자기비하 아니냐는 뜻이었는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사실 제가 영향을 줬다고 해도 뭘 어떻게 준 건지도 모르겠고… 형은 시스템을 정신 기생체라고 표현했잖아요. 진짜 그런 것 같다고요……. 엄청 강한 슈퍼컴퓨터 기생체 같은….”
“…….”
“그냥… 형, 그런 건 안 하면 안 될까요? 저 좀 무서워요.”
나는 심사숙고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음, 고려해 볼게.”
“그거 무시하시겠다는 뜻이죠?!”
상태창으로 보던 짬밥 어디 안 갔군. 나는 놈의 기대대로 그 말을 무시했다. 놈은 좌절했다.
“진짜… 위험하단 말이에요. 안 돼요, 진짜…….”
“그보다 하나만 묻자.”
“…네?”
나는 담담히 물었다.
“이 ‘보상 수령 중’ 창 대신 원래 상태창 기능을 사용하는 게 가능할까. 다른 사람 스탯 확인하거나 특성 쓰는 그런 거 말이야.”
맞은편의 놈이 눈을 끔벅거린다.
“그건… 어떻게 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요.”
“그래?”
“네. 그런 건 좀 해봤거든요. 상태창에 ‘접속’해서 조작하면….”
놈은 순간 좌절도 잊고선 빠져들어, 집중이라도 하는 것처럼 표정이 없어졌다.
해킹이라도 시도하는 것 같았다.
나는 혹시 몰라 상태창을 내리고 놈을 기다렸다.
“…….”
그리고 잠시 후, 표정이 돌아온 놈은 밝게 입을 열었다.
“형, 저 이거는…!”
그 순간이었다.
똑똑.
“…!”
방문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부드럽게 레스토랑 룸의 문이 열린다. 큰달은 당장 자리에 주저앉았다.
“…….”
“아, 이야기 나누고 계셨나 봐요.”
나갔던 류청우가 돌아왔다.
나는 당장 놈의 얼굴을 체크했다. 평온하다.
‘들었나?’
방금 ‘류건우’가 ‘박문대’를 형이라고 부르는 것 말이다.
일단 큰달이 쓸데없는 소리를 더 하지 않으면 내가….
“네, 네! 오셨네요.”
너 입 열 거면 정색하지 마라. 아니, 그렇다고 어색하게 웃지도 말고.
“알던 사람 만나는 게 오랜만이라… 말이 잘 안 나오더라구요. 하하, 하하하…….”
아니다. 이 정도 되니 정말 사회성을 공부로 치환한 채 몇 년 보낸 장수생 합격자처럼 보인다.
나는 차라리 안심했다. 그리고 역시 류청우는 그냥 어색하게 마주 웃었을 뿐이다.
“아무래도 시험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아, 형님은 말씀 이미 충분히 잘하십니다.”
이놈 약간 측은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제, 제가요? 감사합니다. 사실 면접 붙은 것도 신기한데… 하, 하하.”
“형, 앉으시죠.”
“아, 그래.”
나는 당장 둘의 대화를 끊고 자리에 앉혔다. 밥이나 먹고 다 입 다물어라.
난 계획을 좀 정리할 테니까.
* * *
그 후로는 별문제 없이 각자 식사류로 시킨 면을 삼키며 테스타 이야기나 하게 되었다.
앨범부터 콘서트까지 제법 폭넓은 테스타 지식을 자랑하는 놈에게 류청우가 도리어 약간 당황하긴 했다만.
-정말 잘 아시네요. 혹시 시험공부하시는데 저희가 방해가 된 건 아닌지…….
-아뇨. 많은 힘 얻었습니다…….
훈훈하긴 확실히 훈훈했다.
더는 어색해하지 않는 놈을 보며 류청우가 ‘관심 있는 분야에만 말을 잘하시는 성격인가 보다’ 같은 진단을 내리는 건 피할 수 없었다만.
“오늘 감사했습니다.”
“저야말로 너무 감사했죠…!”
어쨌든 우리는 성공적으로 번호를 교환한 뒤 자리를 마감했다. 나는 헤어지며 놈과 살짝 눈인사를 했다.
‘자세한 건 통화로.’
‘콘서트 꼭 갈게요!’
별로 통한 것 같진 않다만 문자 하는 데엔 문제없으니 됐다.
게다가 막판에 저놈이 우리 둘 사인까지 챙겨가는 통에 류청우는 완전히 인상을 굳혀 버린 것 같았다.
차에 타서 시동을 걸며 이런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애들 사인도 챙겨올 걸 그랬네.”
“그러게요.”
됐다. 이 정도면 의심스러워도 정황상 대충 납득은 하겠군. 나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등받이에 기댔다.
지금부터 그놈이 류건우 몸에 계속 엉덩이 붙이고 있을 계획을 세워볼…….
“류건우 형님, 인상이 많이 변하신 것 같더라.”
나는 일단 생각을 멈췄다.
“……인상이요.”
설마 어릴 적의 날 만난 기억이라도 떠올린 건가. 일단 입 다물고 내 기억을 뒤지는데 설명이 이어진다.
“그 홈비디오에서 봤던 때랑 말이야. 너도 같이 봤잖아.”
“…그렇죠.”
아, 그거. 내가 류건우의 행방을 잡았던 류청우 집의 홈비디오.
나는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원래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당연히 변했을 것 같은데요.”
“맞아. 그렇지?”
류청우가 편하게 대꾸했다.
“그런데… 오히려 너랑 닮은 것 같아.”
“…!”
“비디오 속에 있던 사람은, 너랑 인상이 닮았거든.”
류청우가 살짝 나를 돌아보고, 다시 전면을 응시했다.
“생김새 말고, 표정이나 움직임 같은 거.”
“…….”
“그런 건 일부러 교정하지 않으면 잘 안 바뀌어. 나도 양궁하면서 자세나 걸음걸이를 많이 혼나면서 고쳐봐서 잘 알아.”
류청우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 태도에서 알았다.
이 새끼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변명하기엔 내가 타이밍을 좀 놓쳤다.
-전방 50M 앞 좌회전입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의 말이 울리고 난 다음에, 류청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정이 있죠?”
“…….”
“따로 캐낼 생각은 없어요. 음, 혹시라도 들켰나, 수습해야 하나 고민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지난번에 등산했을 때랑 다를 건 없어요.”
류청우는 약간 쑥스러운 투로 덧붙였다.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은 했지만요.”
“…….”
“그게 다예요.”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놈이 내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본인이 ‘너희 둘이 바뀐 상황을 눈치챘다’는 말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것을.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니, 말도 안 되게 수용적인 태도였다.
‘이게… 말이 되나?’
정신병원 등록 권유가 아니라 암묵적 이해로 끝난다고.
나는 무심코 운전 중인 놈을 보았다.
평온을 가장한 묘한 긴장이 보이긴 하지만, 그보다 기반이 되는 감정이 보인다.
안정감이었다.
다른 말로 치환하자면, 신뢰.
“…….”
불이 바뀌고 잠시 차가 멈춰선 사이, 류청우는 좀 머쓱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음, 그래도 괜한 말이라 오히려 더 부담스러웠다면 죄송합니다. 그… 음, 제가 그럼 호칭을,”
나는 입을 열었다.
“형.”
“…?”
“그냥 말 놓으세요. 갑자기 존댓말 들으니까 기분 이상한데요.”
“…!”
류청우는 잠깐 놀란 얼굴이었으나, 결국 웃으며 핸들을 돌렸다.
“하하, 그럴까? 나도 좀 이상하더라.”
“예.”
나는 고민하다가, 짧게 덧붙였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뭘.”
류청우는 정면을 보며 작게 웃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아, 그래.
나는 약간 유쾌한 기분이 되어 입을 열었다.
“지금 하나 있습니다.”
“응?”
“조언을 듣고 싶은데요.”
사실 레스토랑 룸에서 후식이 서빙될 때 즈음, 다시 불러본 상태창은 ‘보상 수령 중’ 창이 팝업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리고 메인 창으로 기존 기능 사용이 가능했다.
‘좋아.’
큰달은 본인의 표현에 따르자면, ‘접속’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걸 돌려달라고 한 건 단순히 활동하면서 경쟁자들의 상태창을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려는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다른 하나를 쓰려는 거였지.
[특성 : 미션 체질 (S)]
이거 말이다.
그리고 내가 떠올린 ‘보상’ 후보군마다 하나같이 동일한 미션 내용이 떴다.
그게 이거다.
[미션 : KPOP 기록 경신]
“우리가 경신할 만한 KPOP 기록이 뭐가 있을까요.”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24화
나는 주먹을 쥐었다.
‘한동안 잘 부탁한다’는 말이 류건우 몸을 오래 안 쓰겠다는 뜻이 아닌가 짐작은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형 몸인데 미안하니 어쩌니 하는 윤리적 이야기일 줄 알았지, 당장 내년 여름에 뒈진다는 말이 여기서 왜 나오냐.
그것도 이유로 ‘내년 여름에 사람인 나는 죽었고 과거로 돌아와서’ 같은 설명이 튀어나와?
너만 과거로 돌아왔냐?
“원래 죽었던 놈들 그 시점 넘겨도 다 잘만 살았다는데 무슨 소리야.”
“형, 제가 죽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놈은 손을 저었다. 그리고 좀 침울하게 대답했다.
“그냥… 제가 사람으로 살았던 날짜가 지나면 계속 사람으로 있기 힘들다는 거죠.”
나는 순간 그 말을 해석했다.
그러니까…….
“상태창으로 돌아가는 건가.”
“…네.”
맞은편의 놈은 고개를 숙였다. 나는 침음을 참으며 물었다.
“왜 그렇게 되는데.”
“시스템이 아니라 제가, 그러니까 상태창이 형한테 미션을 주고 보상을 구현해서 그래요.”
그래. 내가 새 특성인 ‘미션 체질’을 이용해 ‘박문대와의 대화’를 보상으로 받아서 이놈이 구현된 것이긴 하다.
“그게 왜.”
“보셨잖아요. 과거로 돌아와도 전에 살던 삶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대로 있고 변하지 않아요. 그리고 과거 여행이 끝나면 고스란히 원래 살던 삶을 받는… 그런 거잖아요.”
“…….”
“저는 그렇게 작동하나 봐요. 그러니까, 마찬가지로 저도 사람 몸으로 사는 이 과거 여행이 끝나면 기존에 살던 삶을 돌려받는 거죠.”
놈은 침을 삼켰다.
“상태창으로요.”
“잠깐.”
나는 손을 들었다.
“그럼 지금 내가 상태창을 부르면, 상태창이 안 뜨는 건가? 넌 여기 있으니까.”
“아, 아뇨. 사람인 저는 여기 있고, 시스템 영향을 받은 부분은 거기 그대로 있어요. 뜰 거예요.”
“분리된 상태라는 거지.”
“네…….”
나는 시범 삼아 상태창을 불렀다.
진짜군.
‘그러고 보니 원래 몸으로 돌아와서도 따로 ‘보상 수령 완료’ 팝업 같은 건 안 떴어.’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박문대와의 대화’ 보상을 수령 중인 것과 다름없었다.
결국 이놈은 꼼수로 ‘보상 수령 기간’을 최대한 늘리고 있는데, 그 한계가 내년 여름이라는 것이다.
‘후.’
나는 한숨을 참으며,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첫 번째 해결책을 떠올렸다. 전부터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발상이었다.
“내가 다시 미션을 걸어서 보상으로 지금과 비슷하게 받으면 되잖아.”
‘미션 체질’ 특성이 갑자기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 이번엔 이놈이 영구적으로 류건우 몸을 쓰는 쪽으로 보상을 걸고 미션을 받으면 그만 아닌가?
그러나 큰달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마 제가 도로 상태창이 될 쯤이면, 이런 식으로 다시 사람인 저를 분리해서 몸에 들어오긴 힘들 거예요.”
“왜.”
“시스템과 동화된 부분이 강해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게 다른 몸으로 옮겨가서도 무슨 영향을 주나 봐요.”
큰달은 침을 삼켰다.
“아마 돌아가면, 완전히 결합될 것 같아요.”
“…….”
나는 입을 다물었다. 맞은편의 놈은 씩 웃었다.
“근데 형, 저 정말 괜찮아요! 아직 몇 달이나 남았는데요. 그리고 상태창이 되더라도 형과 대화할 수 있게 노력…….”
“아니, 조용히 해봐.”
“네…?”
나는 턱을 문지르다가, 결론을 내렸다.
명쾌했다.
“시스템을 없애자.”
“…네? 잠깐만요.”
“시스템이 없어지면 너랑 동화했다는 시스템 일부도 사라질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니, 그것도 추측…….”
“애초에 없애려고 했어. 이 시스템이라는 건 너무 변수를 많이 만들어. 가뜩이나 고려할 거 많은 업곈데 활동하는 데 방해가 되잖아.”
“무슨 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시스템을 없애요!?”
기껏 합리적인 결론을 내놨는데 이놈은 왜 기겁하는 거지.
심지어는 뭐가 떠오른 건지 테이블을 친다.
“헉, 그러고 보니 형 그런 이야기도 하셨었죠! 그 회귀자들이랑!”
“회귀자?”
“과거로 돌아온 사람들이요!”
아무렇지 않게 전문 명칭을 사용하는군. 어쨌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부터 시스템은 추적하고 있었어. 너도 상태창 상태로 봤을 텐데.”
“그게… 그게요!”
맞은편의 놈은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형… 아니, 안 그래도 상태창일 때부터 그건 진짜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 같은데…….”
“뭐가.”
“시스템은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아요, 형…….”
큰달은 진지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순간 시스템한테 무슨 동정심이라도 생겼나 했으나, 나는 놈의 눈에서 익숙한 감정을 읽었다.
두려움이었다.
“그거… 진짜 좀 이상해요. 이게 무슨 판타지나 SF 영화도 아니고, 이상하다니까요? 무슨 AI 같기도 하고, 귀신 같기도 하고….”
“너도 영향 주고받았다면서.”
“그러니까 잘 알고 하는 소리죠!”
자기비하 아니냐는 뜻이었는데, 버럭 소리를 지른다.
“사실 제가 영향을 줬다고 해도 뭘 어떻게 준 건지도 모르겠고… 형은 시스템을 정신 기생체라고 표현했잖아요. 진짜 그런 것 같다고요……. 엄청 강한 슈퍼컴퓨터 기생체 같은….”
“…….”
“그냥… 형, 그런 건 안 하면 안 될까요? 저 좀 무서워요.”
나는 심사숙고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음, 고려해 볼게.”
“그거 무시하시겠다는 뜻이죠?!”
상태창으로 보던 짬밥 어디 안 갔군. 나는 놈의 기대대로 그 말을 무시했다. 놈은 좌절했다.
“진짜… 위험하단 말이에요. 안 돼요, 진짜…….”
“그보다 하나만 묻자.”
“…네?”
나는 담담히 물었다.
“이 ‘보상 수령 중’ 창 대신 원래 상태창 기능을 사용하는 게 가능할까. 다른 사람 스탯 확인하거나 특성 쓰는 그런 거 말이야.”
맞은편의 놈이 눈을 끔벅거린다.
“그건… 어떻게 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요.”
“그래?”
“네. 그런 건 좀 해봤거든요. 상태창에 ‘접속’해서 조작하면….”
놈은 순간 좌절도 잊고선 빠져들어, 집중이라도 하는 것처럼 표정이 없어졌다.
해킹이라도 시도하는 것 같았다.
나는 혹시 몰라 상태창을 내리고 놈을 기다렸다.
“…….”
그리고 잠시 후, 표정이 돌아온 놈은 밝게 입을 열었다.
“형, 저 이거는…!”
그 순간이었다.
똑똑.
“…!”
방문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부드럽게 레스토랑 룸의 문이 열린다. 큰달은 당장 자리에 주저앉았다.
“…….”
“아, 이야기 나누고 계셨나 봐요.”
나갔던 류청우가 돌아왔다.
나는 당장 놈의 얼굴을 체크했다. 평온하다.
‘들었나?’
방금 ‘류건우’가 ‘박문대’를 형이라고 부르는 것 말이다.
일단 큰달이 쓸데없는 소리를 더 하지 않으면 내가….
“네, 네! 오셨네요.”
너 입 열 거면 정색하지 마라. 아니, 그렇다고 어색하게 웃지도 말고.
“알던 사람 만나는 게 오랜만이라… 말이 잘 안 나오더라구요. 하하, 하하하…….”
아니다. 이 정도 되니 정말 사회성을 공부로 치환한 채 몇 년 보낸 장수생 합격자처럼 보인다.
나는 차라리 안심했다. 그리고 역시 류청우는 그냥 어색하게 마주 웃었을 뿐이다.
“아무래도 시험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아, 형님은 말씀 이미 충분히 잘하십니다.”
이놈 약간 측은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제, 제가요? 감사합니다. 사실 면접 붙은 것도 신기한데… 하, 하하.”
“형, 앉으시죠.”
“아, 그래.”
나는 당장 둘의 대화를 끊고 자리에 앉혔다. 밥이나 먹고 다 입 다물어라.
난 계획을 좀 정리할 테니까.
* * *
그 후로는 별문제 없이 각자 식사류로 시킨 면을 삼키며 테스타 이야기나 하게 되었다.
앨범부터 콘서트까지 제법 폭넓은 테스타 지식을 자랑하는 놈에게 류청우가 도리어 약간 당황하긴 했다만.
-정말 잘 아시네요. 혹시 시험공부하시는데 저희가 방해가 된 건 아닌지…….
-아뇨. 많은 힘 얻었습니다…….
훈훈하긴 확실히 훈훈했다.
더는 어색해하지 않는 놈을 보며 류청우가 ‘관심 있는 분야에만 말을 잘하시는 성격인가 보다’ 같은 진단을 내리는 건 피할 수 없었다만.
“오늘 감사했습니다.”
“저야말로 너무 감사했죠…!”
어쨌든 우리는 성공적으로 번호를 교환한 뒤 자리를 마감했다. 나는 헤어지며 놈과 살짝 눈인사를 했다.
‘자세한 건 통화로.’
‘콘서트 꼭 갈게요!’
별로 통한 것 같진 않다만 문자 하는 데엔 문제없으니 됐다.
게다가 막판에 저놈이 우리 둘 사인까지 챙겨가는 통에 류청우는 완전히 인상을 굳혀 버린 것 같았다.
차에 타서 시동을 걸며 이런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애들 사인도 챙겨올 걸 그랬네.”
“그러게요.”
됐다. 이 정도면 의심스러워도 정황상 대충 납득은 하겠군. 나는 어깨에서 힘을 빼고 등받이에 기댔다.
지금부터 그놈이 류건우 몸에 계속 엉덩이 붙이고 있을 계획을 세워볼…….
“류건우 형님, 인상이 많이 변하신 것 같더라.”
나는 일단 생각을 멈췄다.
“……인상이요.”
설마 어릴 적의 날 만난 기억이라도 떠올린 건가. 일단 입 다물고 내 기억을 뒤지는데 설명이 이어진다.
“그 홈비디오에서 봤던 때랑 말이야. 너도 같이 봤잖아.”
“…그렇죠.”
아, 그거. 내가 류건우의 행방을 잡았던 류청우 집의 홈비디오.
나는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원래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당연히 변했을 것 같은데요.”
“맞아. 그렇지?”
류청우가 편하게 대꾸했다.
“그런데… 오히려 너랑 닮은 것 같아.”
“…!”
“비디오 속에 있던 사람은, 너랑 인상이 닮았거든.”
류청우가 살짝 나를 돌아보고, 다시 전면을 응시했다.
“생김새 말고, 표정이나 움직임 같은 거.”
“…….”
“그런 건 일부러 교정하지 않으면 잘 안 바뀌어. 나도 양궁하면서 자세나 걸음걸이를 많이 혼나면서 고쳐봐서 잘 알아.”
류청우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 태도에서 알았다.
이 새끼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변명하기엔 내가 타이밍을 좀 놓쳤다.
-전방 50M 앞 좌회전입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의 말이 울리고 난 다음에, 류청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사정이 있죠?”
“…….”
“따로 캐낼 생각은 없어요. 음, 혹시라도 들켰나, 수습해야 하나 고민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지난번에 등산했을 때랑 다를 건 없어요.”
류청우는 약간 쑥스러운 투로 덧붙였다.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은 했지만요.”
“…….”
“그게 다예요.”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놈이 내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본인이 ‘너희 둘이 바뀐 상황을 눈치챘다’는 말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것을.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니, 말도 안 되게 수용적인 태도였다.
‘이게… 말이 되나?’
정신병원 등록 권유가 아니라 암묵적 이해로 끝난다고.
나는 무심코 운전 중인 놈을 보았다.
평온을 가장한 묘한 긴장이 보이긴 하지만, 그보다 기반이 되는 감정이 보인다.
안정감이었다.
다른 말로 치환하자면, 신뢰.
“…….”
불이 바뀌고 잠시 차가 멈춰선 사이, 류청우는 좀 머쓱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음, 그래도 괜한 말이라 오히려 더 부담스러웠다면 죄송합니다. 그… 음, 제가 그럼 호칭을,”
나는 입을 열었다.
“형.”
“…?”
“그냥 말 놓으세요. 갑자기 존댓말 들으니까 기분 이상한데요.”
“…!”
류청우는 잠깐 놀란 얼굴이었으나, 결국 웃으며 핸들을 돌렸다.
“하하, 그럴까? 나도 좀 이상하더라.”
“예.”
나는 고민하다가, 짧게 덧붙였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뭘.”
류청우는 정면을 보며 작게 웃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아, 그래.
나는 약간 유쾌한 기분이 되어 입을 열었다.
“지금 하나 있습니다.”
“응?”
“조언을 듣고 싶은데요.”
사실 레스토랑 룸에서 후식이 서빙될 때 즈음, 다시 불러본 상태창은 ‘보상 수령 중’ 창이 팝업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리고 메인 창으로 기존 기능 사용이 가능했다.
‘좋아.’
큰달은 본인의 표현에 따르자면, ‘접속’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걸 돌려달라고 한 건 단순히 활동하면서 경쟁자들의 상태창을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려는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 다른 하나를 쓰려는 거였지.
이거 말이다.
그리고 내가 떠올린 ‘보상’ 후보군마다 하나같이 동일한 미션 내용이 떴다.
그게 이거다.
“우리가 경신할 만한 KPOP 기록이 뭐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