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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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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23화
류청우와 함께 류건우를 만나러 가는 박문대… 라.
“문대야, 혹시 많이 놀랐어? 괜찮아?”
“괜찮습니다.”
무슨 놈의 일이 순식간에 이 지경이 되는가. 나는 눈꺼풀을 떨지 않기 위해 눌렀다.
그러니까… 류청우가 이제 와서 류건우 행방을 찾았다. 그래, 이거부터.
“좀 놀라긴 했죠. 어떻게 갑자기 연락이 온 건지 궁금한데요.”
“그렇지? 나도 그랬어.”
아니, 네 이유와 내 이유는 다를 텐데. 하지만 어쨌든 류청우는 씩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큰집 손자 중에 한 분이 서울시 공무원 연수장에서 만나서 연락이 왔대.”
“…!”
“문중에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았나 봐.”
그건… 단순히 기억한 사람이 많았던 게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전 국가대표 금메달, 현 대상 아이돌, 류청우의 말에 껌벅 죽는 집안 어르신들이 온 사람 채근하며 수소문했다는 거 아니냐.
‘그럴 만도 하지.’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국뽕 치사량인데 더블 타이틀이니 눈 뒤집힐 만하지.
그러니 류건우 몸이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검거해 낸 것이다.
나는 상황과 별개로 논리는 납득했다. 그래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 차를 어떻게 돌리냐.’
저놈이 류건우 몸에 든 박문대와 나 사이의 괴상한 낌새를 눈치채는 날에는 정신병원 예약이다. 나는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하다못해 류청우가 그냥 날 류건우 앞에 드랍하고 차 돌려서 나가게 해야 할 텐데….
“미안해. 내가 괜히 신나서 서프라이즈로 했나 봐. 이런 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
알아서 변명을 만들어주는군. 나는 반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진중히 대답했다.
“음, 감사하긴 한데, 긴장도 되고 얼떨떨해서 제대로 대화할 수 있을지 좀 걱정은 됩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실컷 목숨값 이야기 나올 때 찾아달라고 그 지랄 해놓고 ‘마음이 바뀜, 안 만나고 싶어짐’ 같은 소릴 바로 지껄이는 건 멍청한 짓이지.
‘시간 들여서 살살 돌린다.’
그러나 류청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오늘 제외하면 한동안 만날 날은 만들기 힘들 텐데… 시상식 끝나면 투어잖아.”
망할.
“음…. 어떻게든 시간을 내봐야겠죠.”
류청우는 빙긋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면허가 있으니까… 잠깐 회사 몰래 태우고 나와주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
“문대 너 면허 없잖아.”
“……그렇죠. 감사합니다.”
미치겠다.
‘후…….’
이놈이 이미 알아버린 이상 입 싹 닦고 류건우를 따로 만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이놈이 자리까지 만들었는데 거절하고 연락처나 알아내서 내놓으라며 징징대는 건 감정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기껏 문중 뒤집어서 찾아줬더니 태세 전환했다고 생각하지.’
차라리 이대로 이 차에 타서 오늘 보는 게 제일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까지 든다. 나는 이것저것 경우의 수를 따져보았다.
그리고 결론 내렸다.
“많이 긴장되면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내가 회사에 말해서 따로 시간을….”
“아뇨. 가는 동안 잘 진정해 보겠습니다.”
“음, 그래.”
일 키우지 말자. 회사에 이야기하는 순간 관계자나 기자한테 새어나갈 수도 있고, 그러면 정말 개판 된다.
‘가뜩이나 박문대 과거사에 관심 있는 인간들이 많은 판이야.’
류건우는 일반인이지만 류청우와 친척이다. 금전 사정이나 가정환경 캐는 놈이 안 나올 거라곤 장담 못 하지.
“…….”
그래, X발. 결정했다. 지금 간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나는 씩 웃기 위해 애썼다. 여기서 표정이 쓰레기 같으면 더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좀 놀랍고 심장이 뛰네요.”
여러 의미로 말이다.
“하하. 알았어. 시간도 좀 있으니까 천천히 가볼게.”
나는 류건우와의 만남 전에 이놈을 제거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내려주시고 가셔도 괜찮다’는 투로 중도 탈락을 유도해 보았지만….
“음, 돌아가는 길은 어떻게 하게?”
그대로 입을 다물게 되었다.
회사에 말 들어가는 게 싫다면 매니저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콜택시 타면 목격담만 생기겠고.
‘어느 쪽이든 그것보단 차라리 류청우가 보안상 낫겠군…….’
포기하자 거짓말처럼 편하다. 할 일이나 하자.
나는 ‘큰달’ 후보 번호 두세 가지를 두고 적던 문자를 지웠다. 혹시 전화 교환할 때 기록이 남은 걸 류청우가 발견하면 안 되니까.
‘일단 번호만 교환하는 시늉만 하고 빨리 헤어져야겠어.’
나는 시나리오를 몇 가지 짰으나 어쩐지 뒷골이 당기는 게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슬슬 현실적인 의문점도 떠오르고.
“그런데… 그분과 약속이 잡힌 건가요.”
“응?”
류청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연락을 받았어. 같이 연수원 다니는 친척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잠깐 얼굴 좀 볼 수 있냐’고 하니까 오케이하셨다는데?”
뭐라고?
* * *
잠시 후, 서울 외곽의 연수원.
막 오늘의 연수가 끝난 사람들이 문에서 쏟아져 나왔다.
발령 문제로 서울만 급하게 연수가 잡힌 탓에 합숙 일정은 없고 출퇴근 일정만 수행하는 중이다…라는 데 붙지도 못했던 내가 알 바는 아니고.
중요한 건 정말 ‘류건우’가 그 옆 레스토랑 룸에 나와 있었다는 점이다.
‘이 새끼가.’
놀랍다. ‘널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허술한 말에 낚일 리가 없다고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잘 낚인 게 맞네.
“어, 음, 안녕하세요.”
저 반응을 보니 안에 든 게 ‘큰달’도 맞군. 나는 식은땀을 죽죽 흘릴 것 같은 놈의 말투를 들으며 확신했다.
열 받긴 한데,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심상 세계에서 본 이후로, 왠지 이 놈을 실제로 보면 비슷한 위화감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던 것이다.
도리어 이놈이 직접 류건우의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마, 동생이 있다면 이런 기분이겠지.
“저 보러 오신 거예요…?”
그래, 새끼야. 대체 사지 멀쩡하면서 연락은 없고 이런 수상쩍은 약속에는 튀어나온 이유 좀 알자.
…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나는 일단 침착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형.”
“예, 예?”
“저 기억하시죠. 형이 도와주셨던 ‘박문대’입니다.”
말 좀 맞춰라. 좀.
큰달은 나와 류청우를 빠르게 보더니, 곧 느낌표라도 머리 위에 띄운 것 같은 꼴로 대답했다.
“아, 아아~ 문대… 구나!”
“…예.”
망했다. 이놈은 연기에 재능이 없다.
그러나 류청우는 좀 의아한 기색이면서도, 당황해서 그러는 건가 싶었는지 웃으며 인사부터 박았다.
“저도 문대에게 많이 도움 주신 친척 형님이 계시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이렇게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직업상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계속 엉덩이 뭉개고 앉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놈이 류건우 친척에 박문대 합숙 동기라 앉아 있어도 딱히 책잡을 점도 없군.
‘도리어 내보내다 감정 상할 수도 있겠어.’
아마 본인이 충분히 분위기를 풀었다 싶으면 알아서 자리를 뜰 것이다. 그때까진 별수 없다.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그 꼴을 보았다.
“감사는요…!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제가 오히려 건우…. 흐, 흠.”
그리고 넌 이럴 줄 알았다. 나는 당장 화제를 바꿨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아, 그러자. 건우 형님께선 어떤 걸로… 아, 이렇게 불려도 괜찮을까요?”
“……네.”
망했다. 차나 마시고 빨리 나갈 생각이었는데 밥까지 시키고 있군.
코스요리를 주문하는 류청우를 보자 위가 쓰렸다. 벌써 커버할 길이 까마득했다.
‘망할.’
…그리고 한 시간 뒤.
전체를 다 먹고 메인 코스인 북경 오리를 입에 넣을 동안 내가 수습한 큰달의 발언은 다섯 번을 넘기게 된다.
“…….”
자체 신기록이다.
‘짐작은 했다만.’
이쯤 되면 관성이 생길 지경이다.
사실 큰달이 그렇게 부주의한 것도 아니었다. 류청우가 자꾸 분위기 풀겠다고 대화를 진행하는 통에 한 번씩 무심코 지칭이 잘못 나오는 거지.
가령 박문대와 류건우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설명할 때의 이야기다.
-아, 그때 정말, 밥을 사주면서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많은 조언을….
-형이 해주셨죠. 아직도 잘 기억납니다.
이런 식이다. 아슬아슬했지.
큰달은 자신의 입장과 뒤바뀐 우리의 몸을 최대한 의식해서 말하려 했지만, 4년간 공부만 한 놈이 밥 먹으면서 그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참고로 직전에 동파육 먹을 때가 제일 끝내줬다.
-그때 건우 형이… 어엇.
호칭을 실수했거든.
거짓말하지 않겠다. 여기서 나도 식은땀이 났다.
-…예. 제가 ‘건우 형이 많은 도움이 됐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죠.
-…….
솔직히 망한 줄 알았다.
하지만 류청우는 제법 부드럽게 대답했을 뿐이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잠시 후, 내게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공부만 오래 하셔서 말씀 너무 많이 하시는 게 좀 힘드신가 보다. 자제할게.’
‘…….’
류청우는 차에 이어서 또 한 번 알아서 변명을 만들어준 것이다. 남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성실한 인격자다운 면모였다.
‘그러게요. 얼른 마무리하죠.’
나는 얼른 그것을 받아먹으며 연명한 것이고.
그리고 마침내 식사류가 오기 직전인 지금.
“저 잠시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네!”
류청우가 자리를 떴다.
탁.
문이 닫히는 순간, 맞은편의 놈이 긴 한숨을 쉬는 게 보였다.
“휴…….”
고생했군.
나는 팔짱을 끼고 앞의 놈을 쳐다보았다. 놈은 자신의 실수를 아는지 시선을 아래로 보고 있다.
“…….”
“…….”
좋아. 주변 인기척은 없다.
나는 팔을 풀며 입을 열고 진정한 본론을 꺼냈다.
“왜 연락 안 했냐.”
사지 멀쩡해 보이는데 말이다. 혹시 다른 문제가 생긴 건가 싶어서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러나 맞은편의 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했는데요…! 저 했어요!”
뭐?
“아예 연락이 안 와서 내가 따로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무슨 소리야.”
“어어 저는 이게 그 연락인 줄 알고……. 아, 아니. 일단 저는….”
큰달은 대단히 억울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형 수상하시는 거 보고 바로 문자 했는데요….”
“…….”
잠깐. 나는 한번 확인 작업을 거쳤다.
“생방송을 보고 바로?”
“네…. 답장이 없으셔서, 바쁘신가 싶어서 기다렸어요.”
야.
“내가… 시상식이 끝나고 연락하랬지.”
“네??”
그게 그거 아니냐는 멍한 표정이다. 나는 골치를 누르며 말했다.
“내 번호부에 없는 번호는 전체 차단인데, 시상식에서 일하는 중에는 스마트폰 볼 시간이 없어서 설정을 못 바꾸잖아.”
“…! 으허헙.”
이놈 문자는 수상과 동시에 온 수많은 다른 문자들처럼 걸러진 것이다.
큰달은 대가리를 박았다.
“죄송합니다…!”
“됐다.”
이유까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은 내 탓이었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이런 자리 만들면 더 상세하게 물어보고.”
무슨 배짱으로 이런 수상쩍은 말을 수락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맞은편의 놈은 풀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저는 이게 형이 저한테 보내는 사인 같은 건 줄 알았거든요.”
“사인?”
“007처럼요. 같은 ‘류’씨라서 이렇게 저렇게 연락하신 게 아닌가 했어요……. 멤버분 중에 류청우 씨도 있으니까…….”
“…….”
상상력은 진짜 풍부한 놈이다. 그런데 의외로 핵심을 꿰뚫고 있긴 해서 웃기기도 하고.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이번에는 맞았지. 앞으로는 조심하라는 뜻이야.”
“예…!”
류건우 얼굴로 뿌듯한 표정이 되니 희한한 기분이 들긴 한다. 예상보다도 더 나 같지 않아서 말이다.
‘안에 든 놈이 누군가에 따라 이렇게 인상이 달라지는 건가.’
나는 떨떠름하게 그것을 인정한 다음, 화제를 넘겼다.
가장 급한 주제다.
“그리고 지금 제일 신경 쓸 건 혹시라도 안 들키게 말조심하는 거야.”
“으흡. 네….”
본인도 답답했는지 고개를 숙인다.
“사실 이 상황은 류청우한테 내 몸 행방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내 탓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계속 커버해 볼 테니까.”
다만 대답을 길게 하는 것을 피하며, ‘연수받느라 피곤하다’는 식으로 답변을 짧게 짧게 끊으라고 설명했다.
놈은 성의 성심껏 고개를 끄덕였다. 잘 숙지한 것 같군.
나는 스스로에게도 과제를 부여했다.
“우리 과거 이야기만 화제로 안 나오게 이제부턴 주제를 잘 다뤄볼게.”
맞은편 놈이 눈을 빛냈다.
“아, 그럼 차라리 테스타 이야기를 할까요?”
“그래도 괜찮지.”
“흠흠, 그거면 진짜 데뷔 때 이야기부터 쭉 할 수 있어요.”
나 참.
약간 긴장이 풀렸는지, 놈은 어깨를 약간 늘어뜨렸다. 나는 평온해진 룸 분위기에서 남은 북경 오리 몇 점을 양보했다.
“먹으면서 천천히 대답해라.”
“네!”
하지만 분위가 진정된 것과 별개로, 데뷔 이야기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생각이 있다.
우리 데뷔곡인 마법소년 티저의 풍경이 베란다 창에 펼쳐진, 그 심상 세계의 경험.
거기서 마음에 걸리던 놈의 발언.
“…….”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말인데.”
“네!”
“…저번에 그 몸으론 ‘한동안’ 잘 부탁드린다고 했지. 혹시 그 몸에서 금방 나올 생각이야?”
“…….”
“그럴 필요 없어.”
지금까지 당혹과 기쁨 같은 표정을 잘 드러내던 얼굴이 살짝 경직된다. 대신 약간 덜 인간적으로까지 보이는, 기묘한 표정이 얼굴에 떠오른다.
심상 세계에서 봤던 그 느낌이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놈의 답변은 망설임 없이 나왔다.
“필요가 있어요.”
뭐?
“근데 형, 제 생각은 아니에요.”
“…그럼.”
“제가… 사람으로 산 마지막 날짜가 정해져 있잖아요.”
이놈이 난간에서 떨어지면서 시스템에 소원을 빈 날.
“그게 내년 여름이에요.”
“…….”
“그러니까, 제가 이 몸을 쓸 수 있는 날짜는… 내년 여름까지예요.”
이런 X발.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23화

류청우와 함께 류건우를 만나러 가는 박문대… 라.

“문대야, 혹시 많이 놀랐어? 괜찮아?”

“괜찮습니다.”

무슨 놈의 일이 순식간에 이 지경이 되는가. 나는 눈꺼풀을 떨지 않기 위해 눌렀다.

그러니까… 류청우가 이제 와서 류건우 행방을 찾았다. 그래, 이거부터.

“좀 놀라긴 했죠. 어떻게 갑자기 연락이 온 건지 궁금한데요.”

“그렇지? 나도 그랬어.”

아니, 네 이유와 내 이유는 다를 텐데. 하지만 어쨌든 류청우는 씩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큰집 손자 중에 한 분이 서울시 공무원 연수장에서 만나서 연락이 왔대.”

“…!”

“문중에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았나 봐.”

그건… 단순히 기억한 사람이 많았던 게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전 국가대표 금메달, 현 대상 아이돌, 류청우의 말에 껌벅 죽는 집안 어르신들이 온 사람 채근하며 수소문했다는 거 아니냐.

‘그럴 만도 하지.’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국뽕 치사량인데 더블 타이틀이니 눈 뒤집힐 만하지.

그러니 류건우 몸이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검거해 낸 것이다.

나는 상황과 별개로 논리는 납득했다. 그래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 차를 어떻게 돌리냐.’

저놈이 류건우 몸에 든 박문대와 나 사이의 괴상한 낌새를 눈치채는 날에는 정신병원 예약이다. 나는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하다못해 류청우가 그냥 날 류건우 앞에 드랍하고 차 돌려서 나가게 해야 할 텐데….

“미안해. 내가 괜히 신나서 서프라이즈로 했나 봐. 이런 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

알아서 변명을 만들어주는군. 나는 반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진중히 대답했다.

“음, 감사하긴 한데, 긴장도 되고 얼떨떨해서 제대로 대화할 수 있을지 좀 걱정은 됩니다. 오늘은 일단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실컷 목숨값 이야기 나올 때 찾아달라고 그 지랄 해놓고 ‘마음이 바뀜, 안 만나고 싶어짐’ 같은 소릴 바로 지껄이는 건 멍청한 짓이지.

‘시간 들여서 살살 돌린다.’

그러나 류청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오늘 제외하면 한동안 만날 날은 만들기 힘들 텐데… 시상식 끝나면 투어잖아.”

망할.

“음…. 어떻게든 시간을 내봐야겠죠.”

류청우는 빙긋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면허가 있으니까… 잠깐 회사 몰래 태우고 나와주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

“문대 너 면허 없잖아.”

“……그렇죠. 감사합니다.”

미치겠다.

‘후…….’

이놈이 이미 알아버린 이상 입 싹 닦고 류건우를 따로 만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이놈이 자리까지 만들었는데 거절하고 연락처나 알아내서 내놓으라며 징징대는 건 감정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기껏 문중 뒤집어서 찾아줬더니 태세 전환했다고 생각하지.’

차라리 이대로 이 차에 타서 오늘 보는 게 제일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까지 든다. 나는 이것저것 경우의 수를 따져보았다.

그리고 결론 내렸다.

“많이 긴장되면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내가 회사에 말해서 따로 시간을….”

“아뇨. 가는 동안 잘 진정해 보겠습니다.”

“음, 그래.”

일 키우지 말자. 회사에 이야기하는 순간 관계자나 기자한테 새어나갈 수도 있고, 그러면 정말 개판 된다.

‘가뜩이나 박문대 과거사에 관심 있는 인간들이 많은 판이야.’

류건우는 일반인이지만 류청우와 친척이다. 금전 사정이나 가정환경 캐는 놈이 안 나올 거라곤 장담 못 하지.

“…….”

그래, X발. 결정했다. 지금 간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나는 씩 웃기 위해 애썼다. 여기서 표정이 쓰레기 같으면 더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좀 놀랍고 심장이 뛰네요.”

여러 의미로 말이다.

“하하. 알았어. 시간도 좀 있으니까 천천히 가볼게.”

나는 류건우와의 만남 전에 이놈을 제거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내려주시고 가셔도 괜찮다’는 투로 중도 탈락을 유도해 보았지만….

“음, 돌아가는 길은 어떻게 하게?”

그대로 입을 다물게 되었다.

회사에 말 들어가는 게 싫다면 매니저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콜택시 타면 목격담만 생기겠고.

‘어느 쪽이든 그것보단 차라리 류청우가 보안상 낫겠군…….’

포기하자 거짓말처럼 편하다. 할 일이나 하자.

나는 ‘큰달’ 후보 번호 두세 가지를 두고 적던 문자를 지웠다. 혹시 전화 교환할 때 기록이 남은 걸 류청우가 발견하면 안 되니까.

‘일단 번호만 교환하는 시늉만 하고 빨리 헤어져야겠어.’

나는 시나리오를 몇 가지 짰으나 어쩐지 뒷골이 당기는 게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슬슬 현실적인 의문점도 떠오르고.

“그런데… 그분과 약속이 잡힌 건가요.”

“응?”

류청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연락을 받았어. 같이 연수원 다니는 친척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잠깐 얼굴 좀 볼 수 있냐’고 하니까 오케이하셨다는데?”

뭐라고?

* * *

잠시 후, 서울 외곽의 연수원.

막 오늘의 연수가 끝난 사람들이 문에서 쏟아져 나왔다.

발령 문제로 서울만 급하게 연수가 잡힌 탓에 합숙 일정은 없고 출퇴근 일정만 수행하는 중이다…라는 데 붙지도 못했던 내가 알 바는 아니고.

중요한 건 정말 ‘류건우’가 그 옆 레스토랑 룸에 나와 있었다는 점이다.

‘이 새끼가.’

놀랍다. ‘널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허술한 말에 낚일 리가 없다고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잘 낚인 게 맞네.

“어, 음, 안녕하세요.”

저 반응을 보니 안에 든 게 ‘큰달’도 맞군. 나는 식은땀을 죽죽 흘릴 것 같은 놈의 말투를 들으며 확신했다.

열 받긴 한데,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심상 세계에서 본 이후로, 왠지 이 놈을 실제로 보면 비슷한 위화감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던 것이다.

도리어 이놈이 직접 류건우의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마, 동생이 있다면 이런 기분이겠지.

“저 보러 오신 거예요…?”

그래, 새끼야. 대체 사지 멀쩡하면서 연락은 없고 이런 수상쩍은 약속에는 튀어나온 이유 좀 알자.

…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나는 일단 침착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형.”

“예, 예?”

“저 기억하시죠. 형이 도와주셨던 ‘박문대’입니다.”

말 좀 맞춰라. 좀.

큰달은 나와 류청우를 빠르게 보더니, 곧 느낌표라도 머리 위에 띄운 것 같은 꼴로 대답했다.

“아, 아아~ 문대… 구나!”

“…예.”

망했다. 이놈은 연기에 재능이 없다.

그러나 류청우는 좀 의아한 기색이면서도, 당황해서 그러는 건가 싶었는지 웃으며 인사부터 박았다.

“저도 문대에게 많이 도움 주신 친척 형님이 계시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이렇게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직업상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계속 엉덩이 뭉개고 앉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놈이 류건우 친척에 박문대 합숙 동기라 앉아 있어도 딱히 책잡을 점도 없군.

‘도리어 내보내다 감정 상할 수도 있겠어.’

아마 본인이 충분히 분위기를 풀었다 싶으면 알아서 자리를 뜰 것이다. 그때까진 별수 없다.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그 꼴을 보았다.

“감사는요…!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제가 오히려 건우…. 흐, 흠.”

그리고 넌 이럴 줄 알았다. 나는 당장 화제를 바꿨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아, 그러자. 건우 형님께선 어떤 걸로… 아, 이렇게 불려도 괜찮을까요?”

“……네.”

망했다. 차나 마시고 빨리 나갈 생각이었는데 밥까지 시키고 있군.

코스요리를 주문하는 류청우를 보자 위가 쓰렸다. 벌써 커버할 길이 까마득했다.

‘망할.’

…그리고 한 시간 뒤.

전체를 다 먹고 메인 코스인 북경 오리를 입에 넣을 동안 내가 수습한 큰달의 발언은 다섯 번을 넘기게 된다.

“…….”

자체 신기록이다.

‘짐작은 했다만.’

이쯤 되면 관성이 생길 지경이다.

사실 큰달이 그렇게 부주의한 것도 아니었다. 류청우가 자꾸 분위기 풀겠다고 대화를 진행하는 통에 한 번씩 무심코 지칭이 잘못 나오는 거지.

가령 박문대와 류건우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설명할 때의 이야기다.

-아, 그때 정말, 밥을 사주면서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많은 조언을….

-형이 해주셨죠. 아직도 잘 기억납니다.

이런 식이다. 아슬아슬했지.

큰달은 자신의 입장과 뒤바뀐 우리의 몸을 최대한 의식해서 말하려 했지만, 4년간 공부만 한 놈이 밥 먹으면서 그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참고로 직전에 동파육 먹을 때가 제일 끝내줬다.

-그때 건우 형이… 어엇.

호칭을 실수했거든.

거짓말하지 않겠다. 여기서 나도 식은땀이 났다.

-…예. 제가 ‘건우 형이 많은 도움이 됐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죠.

-…….

솔직히 망한 줄 알았다.

하지만 류청우는 제법 부드럽게 대답했을 뿐이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잠시 후, 내게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공부만 오래 하셔서 말씀 너무 많이 하시는 게 좀 힘드신가 보다. 자제할게.’

‘…….’

류청우는 차에 이어서 또 한 번 알아서 변명을 만들어준 것이다. 남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성실한 인격자다운 면모였다.

‘그러게요. 얼른 마무리하죠.’

나는 얼른 그것을 받아먹으며 연명한 것이고.

그리고 마침내 식사류가 오기 직전인 지금.

“저 잠시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네!”

류청우가 자리를 떴다.

탁.

문이 닫히는 순간, 맞은편의 놈이 긴 한숨을 쉬는 게 보였다.

“휴…….”

고생했군.

나는 팔짱을 끼고 앞의 놈을 쳐다보았다. 놈은 자신의 실수를 아는지 시선을 아래로 보고 있다.

“…….”

“…….”

좋아. 주변 인기척은 없다.

나는 팔을 풀며 입을 열고 진정한 본론을 꺼냈다.

“왜 연락 안 했냐.”

사지 멀쩡해 보이는데 말이다. 혹시 다른 문제가 생긴 건가 싶어서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러나 맞은편의 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했는데요…! 저 했어요!”

뭐?

“아예 연락이 안 와서 내가 따로 연락하려던 참이었는데 무슨 소리야.”

“어어 저는 이게 그 연락인 줄 알고……. 아, 아니. 일단 저는….”

큰달은 대단히 억울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형 수상하시는 거 보고 바로 문자 했는데요….”

“…….”

잠깐. 나는 한번 확인 작업을 거쳤다.

“생방송을 보고 바로?”

“네…. 답장이 없으셔서, 바쁘신가 싶어서 기다렸어요.”

야.

“내가… 시상식이 끝나고 연락하랬지.”

“네??”

그게 그거 아니냐는 멍한 표정이다. 나는 골치를 누르며 말했다.

“내 번호부에 없는 번호는 전체 차단인데, 시상식에서 일하는 중에는 스마트폰 볼 시간이 없어서 설정을 못 바꾸잖아.”

“…! 으허헙.”

이놈 문자는 수상과 동시에 온 수많은 다른 문자들처럼 걸러진 것이다.

큰달은 대가리를 박았다.

“죄송합니다…!”

“됐다.”

이유까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은 내 탓이었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이런 자리 만들면 더 상세하게 물어보고.”

무슨 배짱으로 이런 수상쩍은 말을 수락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맞은편의 놈은 풀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저는 이게 형이 저한테 보내는 사인 같은 건 줄 알았거든요.”

“사인?”

“007처럼요. 같은 ‘류’씨라서 이렇게 저렇게 연락하신 게 아닌가 했어요……. 멤버분 중에 류청우 씨도 있으니까…….”

“…….”

상상력은 진짜 풍부한 놈이다. 그런데 의외로 핵심을 꿰뚫고 있긴 해서 웃기기도 하고.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이번에는 맞았지. 앞으로는 조심하라는 뜻이야.”

“예…!”

류건우 얼굴로 뿌듯한 표정이 되니 희한한 기분이 들긴 한다. 예상보다도 더 나 같지 않아서 말이다.

‘안에 든 놈이 누군가에 따라 이렇게 인상이 달라지는 건가.’

나는 떨떠름하게 그것을 인정한 다음, 화제를 넘겼다.

가장 급한 주제다.

“그리고 지금 제일 신경 쓸 건 혹시라도 안 들키게 말조심하는 거야.”

“으흡. 네….”

본인도 답답했는지 고개를 숙인다.

“사실 이 상황은 류청우한테 내 몸 행방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내 탓도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계속 커버해 볼 테니까.”

다만 대답을 길게 하는 것을 피하며, ‘연수받느라 피곤하다’는 식으로 답변을 짧게 짧게 끊으라고 설명했다.

놈은 성의 성심껏 고개를 끄덕였다. 잘 숙지한 것 같군.

나는 스스로에게도 과제를 부여했다.

“우리 과거 이야기만 화제로 안 나오게 이제부턴 주제를 잘 다뤄볼게.”

맞은편 놈이 눈을 빛냈다.

“아, 그럼 차라리 테스타 이야기를 할까요?”

“그래도 괜찮지.”

“흠흠, 그거면 진짜 데뷔 때 이야기부터 쭉 할 수 있어요.”

나 참.

약간 긴장이 풀렸는지, 놈은 어깨를 약간 늘어뜨렸다. 나는 평온해진 룸 분위기에서 남은 북경 오리 몇 점을 양보했다.

“먹으면서 천천히 대답해라.”

“네!”

하지만 분위가 진정된 것과 별개로, 데뷔 이야기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생각이 있다.

우리 데뷔곡인 마법소년 티저의 풍경이 베란다 창에 펼쳐진, 그 심상 세계의 경험.

거기서 마음에 걸리던 놈의 발언.

“…….”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말인데.”

“네!”

“…저번에 그 몸으론 ‘한동안’ 잘 부탁드린다고 했지. 혹시 그 몸에서 금방 나올 생각이야?”

“…….”

“그럴 필요 없어.”

지금까지 당혹과 기쁨 같은 표정을 잘 드러내던 얼굴이 살짝 경직된다. 대신 약간 덜 인간적으로까지 보이는, 기묘한 표정이 얼굴에 떠오른다.

심상 세계에서 봤던 그 느낌이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놈의 답변은 망설임 없이 나왔다.

“필요가 있어요.”

뭐?

“근데 형, 제 생각은 아니에요.”

“…그럼.”

“제가… 사람으로 산 마지막 날짜가 정해져 있잖아요.”

이놈이 난간에서 떨어지면서 시스템에 소원을 빈 날.

“그게 내년 여름이에요.”

“…….”

“그러니까, 제가 이 몸을 쓸 수 있는 날짜는… 내년 여름까지예요.”

이런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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