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2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22화
며칠 후.
올해 첫 시상식을 주최한 음원사의 공식 위튜브 채널에 테스타의 무대 클립이 올라왔다.
바로 올해 첫 대상 직후에 했던 그 무대다.
[휘-익!]
콘서트의 무대를 응용한 간이 수중 장치에서 물과 빛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화려한 안무가 뒷받침한다.
콘서트를 본 팬들이 ‘저거 멋지지? 저것보다 콘서트가 더 좋았어’라고 신나서 영업할 만한 무대를 만들려다 보니 저렇게 됐다.
당연히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랭크되었고.
[(RMA) 테스타(TeSTAR) | Intro + 약속(Promise) Live Performance]
물론 VTIC의 퍼포먼스도 같이 랭크되어 있었다만, 그놈들이 망토를 흔들든 배를 타든 알게 뭐냐.
간만에 했던 내 무대가 워낙 인상 깊어서 뇌 용량을 다 잡아먹었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개판 안 친 게 다행이었지.’
아슬아슬하게 몸이 기억해 내서 살았다. 하마터면 대상 첫 이후 무대에서 안무 실수할뻔했다.
‘거기서부턴 뇌절이다.’
희한하게도 내 수상 소감 반응이 예상보다 말도 안 되게 좋았다만… 무대까지 그랬다간 ‘감격해서 그랬다’ 같은 변명은 끝이다.
프로의식이 있냐 없냐로 간단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신 남은 것은… 쓸데없이 강렬한 클로즈업 몇 컷뿐이었다.
[항해하는 하늘의 섬
우리는 Fly so far!]
“Oh~ 문대 형 Smile~”
“…….”
인정한다. 내가 좀 흥분했다.
아까 추천 동영상으로 뜨던 댓글 모음 썸네일부터 가관이었다.
-문댕댕 행복 100%ㅋㅋㅋㅋㅋㅋ
-나 알아 산책 나온 갱얼쥐가 저런 표정이야
-티벳 농도 제로 하이퍼 순수 강아지 상태
나는 입 찢어지게 웃고 있는 내 클로즈업을 보다가, 말없이 화면을 껐다.
“What the…! 저 보고 있어요!”
양치질하다가 튀어나온 놈이 보고 있던 것처럼 말하지 말아라.
나는 화면을 마법소녀 커버 무대로 바꾸었고, 차유진은 도망쳤다.
“형 너무해요!”
억울하면 다음엔 먼저 리모컨을 잡으면 된다.
나는 차유진이 화장실로 돌아간 것을 보고 화면을 끄려다가, 무심코 마법소녀 공연 뒷배경에 서 있는 티홀릭 놈들을 발견했다.
[날아가는 마법의 Heart bullet!]
눈에 초점이 없다. 저놈들의 압도당한 표정이 병맛 분위기 조성에 아주 제격이었지.
‘그러고 보니 저놈들도 대상 축하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은데.’
나는 스마트폰을 열고 내용을 살폈다.
시상 당일 집에 귀가하자마자 스마트폰이 방전될 만큼 메시지와 전화를 관리하던 큰세진 놈만큼은 아니다만, 나도 제법 받긴 했거든.
대상 수상 이후에 영린부터 예능에서 한 번 본 예능인에게까지 별사람에게서 연락이 다 왔으니, 저놈들도 분명 보냈을….
[테스타는 들어라 우리도 대상 트로피가 두당 하나씩 챙길 만큼은 있다 계속 선배로 대우해 주길 바란다]
[제발요]
[물론 실제로 챙기진 못했다 회사 사장실에 있을 것이다]
“…….”
이 새끼들 이거 보내겠다고 새로 단체메시지방까지 팠냐.
게다가 자기들 예능 SNS에 캡처에서 올려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개인 메시지까지 와 있다.
‘열심히도 산다.’
괜히 전성기 다 끝나도록 예능 루트로 오래 해 먹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올려도 상관없으나 논란 일어나면 알아서 해라’를 정중히 돌려서 답장을 보냈다.
그 외의 자잘한 것들은 적당히 예의 차리는 선에서 답장해놓으면 문제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아니, 문대문대가 왜 벌칙 무대를… 오, 티홀릭 선배님~”
이런 데에 제일 눈치 빠른 놈이 스마트폰에 대가리를 들이민다.
‘이 새끼 점점 프라이버시가 없어지는데.’
하지만 굳이 화면을 가리진 않았다. 티홀릭 상대야 일이나 다름없는 건이니까.
그러나 이놈의 본론은 이게 아니었나 보다. 큰세진은 히죽 웃더니 소파에 앉았다.
“역시 티홀릭 선배님~ 카톡도 한방이 있네! 음, 그런데 혹시 다른 선배님은 뭐라셔?”
누구냐고 되물을 것도 없군. 첫 번째 올해의 가수상을 아슬아슬하게 놓친 선배님을 말하는 것이다.
VTIC 말이다.
그러니 이놈이 궁금해할 만도 했다.
‘온갖 상에 출연까지 반응 보내놓고 여기서는 입 다물고 있으면 그게 더 웃기지.’
물론 VTIC은 피날레에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긴 했다.
그리고 아마 이후 시상식 절반 정도에서는 올해의 가수상도 우리를 밀고 받을 것 같다.
‘그래도 쭉 하다가 뺏기면 기분 X 같을 텐데.’
더는 일방적으로 친근한 메시지를 보내는 짓은 안 할지도 모른다.
“너한텐 뭐라고 왔는데.”
“그냥 축하한다고 하시지 뭐. 근데 우리도 뉘앙스라는 걸 알아볼 수 있잖아, 또~ 그래서 그냥 다른 멤버들한테는 어떻게 보내셨나 해서!”
어련하겠냐.
견제하는 티가 나는지 궁금하단 뜻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정리를 위해서 켜놓은 메시지창들을 하나씩 내렸다.
그리고 결국 VTIC 멤버의 메시지를 발견했다.
“…!”
그러나… 그 내용은 축하가 아니었다.
[VTIC 신청려 선배님 : 이제 할 말이 생겼나요?]
아, 이거.
‘분위기 파악했네.’
11월부터 이야기하더니, 내 대상 때 소감 보고 무슨 감이라도 잡은 것 같았다.
‘이 새끼, 계속 대기하고 있었군.’
그때, 옆에서 조용히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할 말?”
그렇군. 내가 청려랑 사이가 더럽게 나쁘다고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건 거의 시비나 다름없이 보인다.
‘할 말 있냐고 기 싸움 거는 걸로 봤겠어.’
물론 사이가 더러웠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변명은 편하게 나온다.
“아, 대상 문제로 또 싸울 뻔해서.”
“뭐??”
“다른 건 아니고 그냥 말싸움인데. 조금 있다가 통화로 판정승 나오겠지.”
나는 손을 저었다.
“이 새끼 나한테 못 이겨. 녹음본이 있으니까.”
“……문대 대단하네. 대단해.”
큰세진이 질린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 그대로 화제를 돌리면….
“줘 봐. 세진 형님이 듣고 누가 이겼는지 말해줄게.”
어쭈.
“전화할 때는 예의 차려서 말하니까 걱정 마. 지난번 같은 사건은 안 난다.”
채서담의 녹음 사태를 기억한다면 이놈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러나 큰세진은 눈을 찌푸렸다.
“누가 그거 걱정한대? 아니, 그것도 걱정은 되는데… 음, 박문대 요새 이상하단 말이야.”
“…….”
음.
“안무도 잊어버린 것 같고, 파트 부를 때도 묘~하게 딴짓하다가 와서 감 도로 잡는 느낌인데….”
설마.
내가 조용히 입을 다문 가운데, 큰세진은 문장을 마무리했다.
“역시 몰래몰래 국정원 임무라도 하고 왔어?”
“…….”
상상력 봐라.
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놈을 쳐다보았으나, 큰세진은 그냥 싱글벙글 웃고 있다.
“매일 연습하고 스케줄 하는데 그럴 시간이 어딨어.”
“새벽? 어, 잠깐. 청우 형이 또 아침형 인간이니까 진짜 되겠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문대가 래빈이 새벽에 작곡하는 것도 잡아냈잖아. 혹시~? 집 나가다가 본 거야?”
이 새끼 장난하나.
그러나 입을 개소리를 나불거리면서도, 이놈 얼굴에는 본인이 개소리를 한다는 자각이 있다.
뭐 있는 건 아는데, 장난으로 무마해 주겠단 뜻이군.
“…….”
나는 한숨을 참으며 말했다.
“말할 수 있게 되면 하겠다고 했잖아.”
“…!”
“심각한 건 아니고, 다 잘 해결되고 있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만 국정원도 아니다. 그냥 개인 사정이야. 테스타엔 문제없어.”
“…나도 알아.”
큰세진은 한숨을 쉬더니, 곧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 우리 일이 많았잖아. 그래서 혹시 너 곤란한 상황인데 말 못 하나 싶어서 해봤어.”
솔직한 진심 같군.
나는 짧게 고민했으나, 곧 똑같이 솔직히 대답했다.
“곤란하면 이야기할게.”
“진짜지?”
그래.
큰세진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 쓴웃음을 지웠다. 그리고 내 어깨를 툭 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오케이. 믿는다, 문대문대~”
놈은 그렇게 때마침 나온 차유진을 끌고 주방으로 갔다.
“후.”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거 약발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홧김에 떠들고 믿어달라는 건 미친 짓이다. 괜히 지금까지 입 닥치고 있던 게 아니지.
‘한 그룹으로 오래 잘 가니까 이런 일도 있군.’
뭘 숨기기가 어렵다. 특히 눈치 빠른 놈들에게는.
심지어 어느 정도는… 그냥 말해 버리고 싶어져서 말이다.
‘다른 수는 없나.’
이건 차후 대책을 따로 세워보고, 당장은 할 일부터 한다.
나는 베란다로 나가서, 전화를 걸었다.
[VTIC 신청려 선배님]
꽤 긴 통화음이 간 뒤에야 연결음은 끊겼다. 그리고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음… 후배님.
자다 깬 건가? 안 되겠군.
나는 당장 녹음용 대사를 쳤다.
“선배님 주무시는 걸 제가 깨운 건가요. 죄송합니다.”
-아뇨. 새벽 스케줄이 있어서… 음.
청려는 짧게 침묵하더니, 곧 멀쩡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몇십 년 짬밥 괜히 먹은 게 아니군. 불규칙한 생활 패턴에 완전히 적응한 모양이다.
-그래서 연락한 이유가?
말투에서 기대가 느껴졌다. 나는 덤덤히 대답했다.
“‘할 말’이 생겼습니다. 메시지 주신 대로.”
-아, 드디어.
청려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어때요? 잘 돌아온 것 같은데.
“멀쩡합니다. 아무 이상 없고. 대상도 잘 받았죠.”
-그래요. 첫 대상 축하해요. 지금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는 못 즐길 거라는 뜻이군.
나는 ‘선배님이야말로 부디 그러셨으면 좋겠다’ 따위의 반박을 떠올렸다가, 지웠다.
그럴 시간이 아니었다. 대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그때 전화 주시기로 했던 건은 어떻게 됐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류건우’ 몸쪽에도 이놈이 확인 전화를 하기로 했었으니까.
-아… 그 사람.
청려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 휴대폰으로 몇 번 연락은 해봤죠. 그런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매번 그러던데요.
“…….”
뭐?
“그럼 근황은?”
-네? 하하. 후배님. 제가 그런 일을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전화를 안 받는다는 것뿐이에요.
“…….”
이 망할….
-바로 다음 날이 출국 스케줄이었거든요. 콘서트 하는데 국내 일을 알아볼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예.”
그래. 합리적인 발언이긴 하군.
하지만 자기 혼자 오피스텔 주소까지 캐낸 놈 입으로 들으니 왠지 당한 것 같단 말이지.
‘후.’
나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왜 내가 이 새끼한테 당장 ‘류건우’ 몸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했는가.
아직도 원래의 박문대… 그러니까, ‘큰달’에게는 따로 문자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걸 받겠다고 수신인 제한을 풀어놨더니 온갖 스팸과 스토커성 메시지만 줄줄 쏟아졌을 뿐이다.
‘음.’
본인이 연락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막 7급 붙은 상태니 할 일도 많을 것이고.
그래도 이놈은 당연히 연락을 할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대상을 받고도 며칠째 연락이 없다.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그때… 그놈이 분명 그렇게 말했지.’
-그럼… 한동안 잘 쓰겠습니다.
왜 기간을 한정 지었지?
물론 나는 놈의 오피스텔 주소를 알고 있었다. 여차하면 찾아가면 그만이다.
‘물론 그전에 쓸 만한 방법도 있고.’
일단 전화를 끊는다.
“알겠습니다. 그럼 마저 잘 주무시길 바랍니다.”
-잠깐만요. 그게 끝인가?
“예?”
이건 또 무슨 소리냐.
-감상 같은 걸 들려줄 줄 알았는데.
…약간 섭섭하다는 투인 것 같은데. 이 새끼가… 섭섭?
“…….”
소름 끼치게 안 어울리긴 하다만… 그래, 나름대로… 류건우의 몸일 때 조언을 듣긴 했지.
부정할 순 없겠다. 이놈도 이제 관계자다.
나는 결국 뒷말을 붙였다.
“전화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다음에 시간 맞춰서 보죠.”
-음… 그렇네요. 좋아요.
내가 이 새끼랑 한가하게 친목 약속이나 잡을 날이 올 줄은 몰랐군.
나는 떨떠름한 심정으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화면을 끄지는 않았다.
대신 곧바로 화면을 조작해서, 다시 ‘문자’ 아이콘을 눌렀다.
그리고 새 문자 메시지 작성란을 열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류건우’의 번호는 대충이라도 외워뒀다.
연락은 내 쪽에서 하면 그만이다.
‘헷갈리는 번호 두세 개 다 넣고 이놈만 반응하게 내용 쓰면 되겠지.’
내가 기억하던 번호를 넣고, ‘큰달님 왜 연락이 없으세요ㅠ 저 11월에 마지막으로 뵀던….’까지 쓴 순간이었다.
“문대야!”
“…!”
나는 큰세진을 교훈 삼아 일단 스마트폰을 닫았다.
고개를 돌리니 류청우가 복도에서 걸어왔는지 베란다 문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지금 바쁘니? 아니면 잠깐 회사 좀 같이 갈 수 있을까 해서.”
평소보다 덜 차분하다. 무슨 급한 소식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쉬는 시간에 이걸 거절하면 수상해 보이겠군.
“네.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일단 가면서 이야기해 줄게.”
류청우가 베란다 문을 열고 나를 재촉했다. 이것도 드문 일이다.
‘진짜 급한가 본데.’
나는 떨떠름하게 외투를 주워입고 놈을 따라서 현관문을 나섰다. 차에 타면 적던 문자를 계속 적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앞자리에 앉아서 류청우가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걸 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형.”
“응?”
“거기 회사 아니지 않나요.”
“아. 잠깐.”
차가 출발했다. 류청우가 운전하는 차는 지하 주차장을 벗어나서 단지를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그리고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류청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문대야. 네가 찾아봐 달라고 했던 분 말이야.”
“…?”
지금 때마침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는….
“문중에서 찾았다고 연락이 왔어.”
“…!”
“류건우 씨 말이야.”
뭐?
류청우가 살짝 목소리를 낮췄다.
“7급 공무원이라고 하시더라. 아마 시험공부 하시느라 행적이 묘연했던 것 같아.”
“…….”
“지금 합격하시고 연락이 닿았나 봐.”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가까스로 입을 뗐다.
“설마 지금….”
류청우가 씩 웃었다.
“맞아. 그래서 지금 우리가 그분을 만나러 가는 중이야.”
“…!!”
“아무래도 내가 차가 있기도 하고, 직접 뵙고도 싶…… 문대야?”
아… 망할.
졸지에 류청우와 류건우 몸에 든 박문대를 같이 만나게 생겼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22화
며칠 후.
올해 첫 시상식을 주최한 음원사의 공식 위튜브 채널에 테스타의 무대 클립이 올라왔다.
바로 올해 첫 대상 직후에 했던 그 무대다.
콘서트의 무대를 응용한 간이 수중 장치에서 물과 빛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화려한 안무가 뒷받침한다.
콘서트를 본 팬들이 ‘저거 멋지지? 저것보다 콘서트가 더 좋았어’라고 신나서 영업할 만한 무대를 만들려다 보니 저렇게 됐다.
당연히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랭크되었고.
물론 VTIC의 퍼포먼스도 같이 랭크되어 있었다만, 그놈들이 망토를 흔들든 배를 타든 알게 뭐냐.
간만에 했던 내 무대가 워낙 인상 깊어서 뇌 용량을 다 잡아먹었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개판 안 친 게 다행이었지.’
아슬아슬하게 몸이 기억해 내서 살았다. 하마터면 대상 첫 이후 무대에서 안무 실수할뻔했다.
‘거기서부턴 뇌절이다.’
희한하게도 내 수상 소감 반응이 예상보다 말도 안 되게 좋았다만… 무대까지 그랬다간 ‘감격해서 그랬다’ 같은 변명은 끝이다.
프로의식이 있냐 없냐로 간단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신 남은 것은… 쓸데없이 강렬한 클로즈업 몇 컷뿐이었다.
우리는 Fly so far!]
“Oh~ 문대 형 Smile~”
“…….”
인정한다. 내가 좀 흥분했다.
아까 추천 동영상으로 뜨던 댓글 모음 썸네일부터 가관이었다.
-문댕댕 행복 100%ㅋㅋㅋㅋㅋㅋ
-나 알아 산책 나온 갱얼쥐가 저런 표정이야
-티벳 농도 제로 하이퍼 순수 강아지 상태
나는 입 찢어지게 웃고 있는 내 클로즈업을 보다가, 말없이 화면을 껐다.
“What the…! 저 보고 있어요!”
양치질하다가 튀어나온 놈이 보고 있던 것처럼 말하지 말아라.
나는 화면을 마법소녀 커버 무대로 바꾸었고, 차유진은 도망쳤다.
“형 너무해요!”
억울하면 다음엔 먼저 리모컨을 잡으면 된다.
나는 차유진이 화장실로 돌아간 것을 보고 화면을 끄려다가, 무심코 마법소녀 공연 뒷배경에 서 있는 티홀릭 놈들을 발견했다.
눈에 초점이 없다. 저놈들의 압도당한 표정이 병맛 분위기 조성에 아주 제격이었지.
‘그러고 보니 저놈들도 대상 축하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은데.’
나는 스마트폰을 열고 내용을 살폈다.
시상 당일 집에 귀가하자마자 스마트폰이 방전될 만큼 메시지와 전화를 관리하던 큰세진 놈만큼은 아니다만, 나도 제법 받긴 했거든.
대상 수상 이후에 영린부터 예능에서 한 번 본 예능인에게까지 별사람에게서 연락이 다 왔으니, 저놈들도 분명 보냈을….
“…….”
이 새끼들 이거 보내겠다고 새로 단체메시지방까지 팠냐.
게다가 자기들 예능 SNS에 캡처에서 올려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개인 메시지까지 와 있다.
‘열심히도 산다.’
괜히 전성기 다 끝나도록 예능 루트로 오래 해 먹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올려도 상관없으나 논란 일어나면 알아서 해라’를 정중히 돌려서 답장을 보냈다.
그 외의 자잘한 것들은 적당히 예의 차리는 선에서 답장해놓으면 문제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아니, 문대문대가 왜 벌칙 무대를… 오, 티홀릭 선배님~”
이런 데에 제일 눈치 빠른 놈이 스마트폰에 대가리를 들이민다.
‘이 새끼 점점 프라이버시가 없어지는데.’
하지만 굳이 화면을 가리진 않았다. 티홀릭 상대야 일이나 다름없는 건이니까.
그러나 이놈의 본론은 이게 아니었나 보다. 큰세진은 히죽 웃더니 소파에 앉았다.
“역시 티홀릭 선배님~ 카톡도 한방이 있네! 음, 그런데 혹시 다른 선배님은 뭐라셔?”
누구냐고 되물을 것도 없군. 첫 번째 올해의 가수상을 아슬아슬하게 놓친 선배님을 말하는 것이다.
VTIC 말이다.
그러니 이놈이 궁금해할 만도 했다.
‘온갖 상에 출연까지 반응 보내놓고 여기서는 입 다물고 있으면 그게 더 웃기지.’
물론 VTIC은 피날레에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긴 했다.
그리고 아마 이후 시상식 절반 정도에서는 올해의 가수상도 우리를 밀고 받을 것 같다.
‘그래도 쭉 하다가 뺏기면 기분 X 같을 텐데.’
더는 일방적으로 친근한 메시지를 보내는 짓은 안 할지도 모른다.
“너한텐 뭐라고 왔는데.”
“그냥 축하한다고 하시지 뭐. 근데 우리도 뉘앙스라는 걸 알아볼 수 있잖아, 또~ 그래서 그냥 다른 멤버들한테는 어떻게 보내셨나 해서!”
어련하겠냐.
견제하는 티가 나는지 궁금하단 뜻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정리를 위해서 켜놓은 메시지창들을 하나씩 내렸다.
그리고 결국 VTIC 멤버의 메시지를 발견했다.
“…!”
그러나… 그 내용은 축하가 아니었다.
아, 이거.
‘분위기 파악했네.’
11월부터 이야기하더니, 내 대상 때 소감 보고 무슨 감이라도 잡은 것 같았다.
‘이 새끼, 계속 대기하고 있었군.’
그때, 옆에서 조용히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할 말?”
그렇군. 내가 청려랑 사이가 더럽게 나쁘다고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건 거의 시비나 다름없이 보인다.
‘할 말 있냐고 기 싸움 거는 걸로 봤겠어.’
물론 사이가 더러웠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변명은 편하게 나온다.
“아, 대상 문제로 또 싸울 뻔해서.”
“뭐??”
“다른 건 아니고 그냥 말싸움인데. 조금 있다가 통화로 판정승 나오겠지.”
나는 손을 저었다.
“이 새끼 나한테 못 이겨. 녹음본이 있으니까.”
“……문대 대단하네. 대단해.”
큰세진이 질린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 그대로 화제를 돌리면….
“줘 봐. 세진 형님이 듣고 누가 이겼는지 말해줄게.”
어쭈.
“전화할 때는 예의 차려서 말하니까 걱정 마. 지난번 같은 사건은 안 난다.”
채서담의 녹음 사태를 기억한다면 이놈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러나 큰세진은 눈을 찌푸렸다.
“누가 그거 걱정한대? 아니, 그것도 걱정은 되는데… 음, 박문대 요새 이상하단 말이야.”
“…….”
음.
“안무도 잊어버린 것 같고, 파트 부를 때도 묘~하게 딴짓하다가 와서 감 도로 잡는 느낌인데….”
설마.
내가 조용히 입을 다문 가운데, 큰세진은 문장을 마무리했다.
“역시 몰래몰래 국정원 임무라도 하고 왔어?”
“…….”
상상력 봐라.
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놈을 쳐다보았으나, 큰세진은 그냥 싱글벙글 웃고 있다.
“매일 연습하고 스케줄 하는데 그럴 시간이 어딨어.”
“새벽? 어, 잠깐. 청우 형이 또 아침형 인간이니까 진짜 되겠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문대가 래빈이 새벽에 작곡하는 것도 잡아냈잖아. 혹시~? 집 나가다가 본 거야?”
이 새끼 장난하나.
그러나 입을 개소리를 나불거리면서도, 이놈 얼굴에는 본인이 개소리를 한다는 자각이 있다.
뭐 있는 건 아는데, 장난으로 무마해 주겠단 뜻이군.
“…….”
나는 한숨을 참으며 말했다.
“말할 수 있게 되면 하겠다고 했잖아.”
“…!”
“심각한 건 아니고, 다 잘 해결되고 있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만 국정원도 아니다. 그냥 개인 사정이야. 테스타엔 문제없어.”
“…나도 알아.”
큰세진은 한숨을 쉬더니, 곧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 우리 일이 많았잖아. 그래서 혹시 너 곤란한 상황인데 말 못 하나 싶어서 해봤어.”
솔직한 진심 같군.
나는 짧게 고민했으나, 곧 똑같이 솔직히 대답했다.
“곤란하면 이야기할게.”
“진짜지?”
그래.
큰세진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 쓴웃음을 지웠다. 그리고 내 어깨를 툭 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오케이. 믿는다, 문대문대~”
놈은 그렇게 때마침 나온 차유진을 끌고 주방으로 갔다.
“후.”
나는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거 약발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홧김에 떠들고 믿어달라는 건 미친 짓이다. 괜히 지금까지 입 닥치고 있던 게 아니지.
‘한 그룹으로 오래 잘 가니까 이런 일도 있군.’
뭘 숨기기가 어렵다. 특히 눈치 빠른 놈들에게는.
심지어 어느 정도는… 그냥 말해 버리고 싶어져서 말이다.
‘다른 수는 없나.’
이건 차후 대책을 따로 세워보고, 당장은 할 일부터 한다.
나는 베란다로 나가서, 전화를 걸었다.
꽤 긴 통화음이 간 뒤에야 연결음은 끊겼다. 그리고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음… 후배님.
자다 깬 건가? 안 되겠군.
나는 당장 녹음용 대사를 쳤다.
“선배님 주무시는 걸 제가 깨운 건가요. 죄송합니다.”
-아뇨. 새벽 스케줄이 있어서… 음.
청려는 짧게 침묵하더니, 곧 멀쩡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아요.
몇십 년 짬밥 괜히 먹은 게 아니군. 불규칙한 생활 패턴에 완전히 적응한 모양이다.
-그래서 연락한 이유가?
말투에서 기대가 느껴졌다. 나는 덤덤히 대답했다.
“‘할 말’이 생겼습니다. 메시지 주신 대로.”
-아, 드디어.
청려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어때요? 잘 돌아온 것 같은데.
“멀쩡합니다. 아무 이상 없고. 대상도 잘 받았죠.”
-그래요. 첫 대상 축하해요. 지금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는 못 즐길 거라는 뜻이군.
나는 ‘선배님이야말로 부디 그러셨으면 좋겠다’ 따위의 반박을 떠올렸다가, 지웠다.
그럴 시간이 아니었다. 대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그때 전화 주시기로 했던 건은 어떻게 됐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류건우’ 몸쪽에도 이놈이 확인 전화를 하기로 했었으니까.
-아… 그 사람.
청려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 휴대폰으로 몇 번 연락은 해봤죠. 그런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매번 그러던데요.
“…….”
뭐?
“그럼 근황은?”
-네? 하하. 후배님. 제가 그런 일을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전화를 안 받는다는 것뿐이에요.
“…….”
이 망할….
-바로 다음 날이 출국 스케줄이었거든요. 콘서트 하는데 국내 일을 알아볼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예.”
그래. 합리적인 발언이긴 하군.
하지만 자기 혼자 오피스텔 주소까지 캐낸 놈 입으로 들으니 왠지 당한 것 같단 말이지.
‘후.’
나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왜 내가 이 새끼한테 당장 ‘류건우’ 몸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했는가.
아직도 원래의 박문대… 그러니까, ‘큰달’에게는 따로 문자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걸 받겠다고 수신인 제한을 풀어놨더니 온갖 스팸과 스토커성 메시지만 줄줄 쏟아졌을 뿐이다.
‘음.’
본인이 연락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막 7급 붙은 상태니 할 일도 많을 것이고.
그래도 이놈은 당연히 연락을 할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대상을 받고도 며칠째 연락이 없다.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그때… 그놈이 분명 그렇게 말했지.’
-그럼… 한동안 잘 쓰겠습니다.
왜 기간을 한정 지었지?
물론 나는 놈의 오피스텔 주소를 알고 있었다. 여차하면 찾아가면 그만이다.
‘물론 그전에 쓸 만한 방법도 있고.’
일단 전화를 끊는다.
“알겠습니다. 그럼 마저 잘 주무시길 바랍니다.”
-잠깐만요. 그게 끝인가?
“예?”
이건 또 무슨 소리냐.
-감상 같은 걸 들려줄 줄 알았는데.
…약간 섭섭하다는 투인 것 같은데. 이 새끼가… 섭섭?
“…….”
소름 끼치게 안 어울리긴 하다만… 그래, 나름대로… 류건우의 몸일 때 조언을 듣긴 했지.
부정할 순 없겠다. 이놈도 이제 관계자다.
나는 결국 뒷말을 붙였다.
“전화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다음에 시간 맞춰서 보죠.”
-음… 그렇네요. 좋아요.
내가 이 새끼랑 한가하게 친목 약속이나 잡을 날이 올 줄은 몰랐군.
나는 떨떠름한 심정으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화면을 끄지는 않았다.
대신 곧바로 화면을 조작해서, 다시 ‘문자’ 아이콘을 눌렀다.
그리고 새 문자 메시지 작성란을 열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류건우’의 번호는 대충이라도 외워뒀다.
연락은 내 쪽에서 하면 그만이다.
‘헷갈리는 번호 두세 개 다 넣고 이놈만 반응하게 내용 쓰면 되겠지.’
내가 기억하던 번호를 넣고, ‘큰달님 왜 연락이 없으세요ㅠ 저 11월에 마지막으로 뵀던….’까지 쓴 순간이었다.
“문대야!”
“…!”
나는 큰세진을 교훈 삼아 일단 스마트폰을 닫았다.
고개를 돌리니 류청우가 복도에서 걸어왔는지 베란다 문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지금 바쁘니? 아니면 잠깐 회사 좀 같이 갈 수 있을까 해서.”
평소보다 덜 차분하다. 무슨 급한 소식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쉬는 시간에 이걸 거절하면 수상해 보이겠군.
“네.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일단 가면서 이야기해 줄게.”
류청우가 베란다 문을 열고 나를 재촉했다. 이것도 드문 일이다.
‘진짜 급한가 본데.’
나는 떨떠름하게 외투를 주워입고 놈을 따라서 현관문을 나섰다. 차에 타면 적던 문자를 계속 적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앞자리에 앉아서 류청우가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걸 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형.”
“응?”
“거기 회사 아니지 않나요.”
“아. 잠깐.”
차가 출발했다. 류청우가 운전하는 차는 지하 주차장을 벗어나서 단지를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그리고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류청우는 다시 입을 열었다.
“문대야. 네가 찾아봐 달라고 했던 분 말이야.”
“…?”
지금 때마침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는….
“문중에서 찾았다고 연락이 왔어.”
“…!”
“류건우 씨 말이야.”
뭐?
류청우가 살짝 목소리를 낮췄다.
“7급 공무원이라고 하시더라. 아마 시험공부 하시느라 행적이 묘연했던 것 같아.”
“…….”
“지금 합격하시고 연락이 닿았나 봐.”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가까스로 입을 뗐다.
“설마 지금….”
류청우가 씩 웃었다.
“맞아. 그래서 지금 우리가 그분을 만나러 가는 중이야.”
“…!!”
“아무래도 내가 차가 있기도 하고, 직접 뵙고도 싶…… 문대야?”
아… 망할.
졸지에 류청우와 류건우 몸에 든 박문대를 같이 만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