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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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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14화
공시 7급.
내가 류건우로 살면서 막판에 3차 면접을 떨어진 바로 그 시험이다. 하다 보면 인생 몇 년을 갈아 넣게 되는 수험 생활이 바로 떠오르는군.
근데 이게 왜 뜬금없이 이 판국에 상태이상으로 뜨냔 말이다.
‘미쳤나.’
심지어 나한테 뜬 것도 아니다.
[보상 수령 중]
나한테는 아직도 저게 뜬다. 그러니까 저 괴상한 상태이상은… ‘박문대’의 공명이 부를 때만 뜨는 걸 봐선 저놈에게 귀속된 것 같은데.
‘그럼 스탯까지 줘야지 왜 스탯은 또 안 뜨고 지랄이냐.’
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쌍욕을 참으며 물었다.
“…언제 떴는데.”
[형이, 복권 산 날에 상태창을 부르시던 게 생각이 나서… 저도 다음 날 한 번 불러봤거든요…….]
“…….”
망할.
‘그게 보였냐.’
분위기상 말을 못 꺼낸 건지 이제야 물어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까 그 ‘보상 수령 중’은… 혹시 형도 이런 걸 하신 건가요??]
어, 비슷하다.
하지만 대답할 것도 없이, 공명은 그동안 못 했던 말을 쏟아놓는 것처럼 쉴 틈 없이 말을 계속한다.
[제가 오피스텔을 사긴 했는데 이걸 사는 게 맞았을까요…? 월세가 나았을까요? 그리고 진짜 이상한 일도 일어났는데….]
공시 못 붙으면 죽는 상태이상이 뜬 것 외에도, 지난 몇 개월간 내 몸으로 살던 ‘박문대’에겐 충격적인 일이 제법 많이 일어났나 보다.
그리고 끝판왕은 저거다.
-재상장! 아이돌 주식회사│문댕댕의 문대가또 모먼트☆
[저기! 저 맞죠??]
“…….”
본인 몸으로 웬 놈이 아이돌 서바이벌에 참가한 것 말이지.
‘역시 같은 시간선이었나….’
아무래도 여긴 내가 박문대 몸으로 살던 동일 세계의 과거가 맞는 것 같다. 나는 묵묵히 화면의 박문대 하이라이트를 견뎠다.
[어떻게든 연락해 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연락할 곳이 없더라구요….]
그래, 그렇겠지. 넌 스마트폰도 해지한 상태였으니까.
마침 닭발 먹방을 보자 복잡한 심경이 든다.
‘저 때… 저러고 살았었군.’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거 나다.”
[…?? 형, 지금 제가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요….]
“아니, 네가 생각한 게 맞아.”
나는 한숨을 참았다.
“나 네 몸으로 살았다.”
[어… 어어어??]
안 그래도 상태창 떠서 기겁한 놈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어쨌든 선행될 설명이긴 했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은 채로 천천히 내게 일어난 일을 읊기 시작했다.
어렵진 않았다. 요약이 쉽더라고.
잠시 후, 공명은 이렇게 외치게 된다.
[그, 그러니까… 형이 제 몸으로 아이돌을 했다구요!? 아이돌 못 하면 죽는다고 해서?]
어, 그거다.
공명이 미친 듯이 울렸다.
[어어어어쩐지! 저라고 하기엔 너무 멋있더라고요!]
“…….”
진심인가?
완곡하게 돌려 말할 줄 아는군. 나도 이맘때 내 방송 이미지를 안다. 또라이처럼 보인다고 해도 괜찮은데 말이다.
[그, 그럼 막 대상 타시려던 시점에서 갑자기 눈 떠보니 여기셨다는 거죠??]
“그래.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예…?]
나는 음울하게 말했다.
“내 사례를 봐라. 너 진짜 공시 못 붙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거야.”
[…!]
공명이 침을 삼킬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대충 비슷한 느낌이 났다.
[그, 그러네요.]
의외로 차분하군.
[사실… 혹시 몰라서 문제를 사다가 공부를 해봤는데요. 잘, 모르겠어요…….]
아닌가, 자포자기한 건가.
‘급한 대로 이것부터 설계해 줘야겠군….’
나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잘 들어. 일단 아까 그 홀로그램에 뜬 글부터 다시 봐.”
뜬 상태이상의 이름은 ‘합격을 못 하면 죽음을!’이지만, 설명을 잘 보면 탈출로가 보인다.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의 1차 필기시험에서 과락 없는 성적표를 받지 못할 시, 사망
바로 이 대목.
“합격이 아니라 과락이 기준이야.”
[…어어!]
“성적표에서 과목당 40점만 넘기면 돼.”
그리고 굳이 상태이상 뒤에 ‘(1)’을 붙인 걸 보니, 아마 이 상태이상이 끝은 아닐 것이다. 1차 합격은 다음 상태이상쯤 나오겠지.
당장은 ‘과락만 면하면 된다’는 논리에 설득력을 더해준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죽음의 마라톤이다.
“지금이 몇 월이지?”
“저, 4월이요….”
1차 시험이 7월이었지. 딱 3개월 남았군.
‘왜 이딴 게….’
누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 못 한 걸 한으로 삼았다고 이 지랄이란 말인가. 나는 이를 갈았다.
‘내가 볼 수 있으면 차라리 편하지.’
7급 PSAT은 한두 달만 재활하면 얼추 합격선까진 올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문제는 내가 몇 개월 만에 깬 것 같은데, 앞으로 계속 이 텀이면 시험은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 상태이상이 ‘박문대’에게 귀속된 게 확실하다면, 박문대는…….
“…….”
안 되겠군. 나는 선고했다.
“기숙학원 가는 게 낫겠는데.”
[네??]
시설이나 강사진에 따라 다르다만, 대충 월에 200쯤 박으면 다른 건 신경 안 쓰고 공부만 하게 해주는 고급 기숙학원이 있다.
남은 돈은 다 내가 아는 주가 관련 선물옵션에 박아놓고 들어가서 공부만 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어차피 다음 상태이상이 합격 조건으로 뜨면… 기숙학원이 제일 효율적인 선택이야.”
죽는 것보다야 기숙학원이 낫지 않나.
[다, 다음도 있어요??]
“그럴걸.”
[으으흡….]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지만 말이다.
만일 저 ‘박문대’의 기억이 중심이라면… 이야기했던 걸로 봐선 6년쯤은 과거로 돌아온 것 같으니 한 일곱 가지는 될 것이다.
‘지옥이군.’
붙은 다음에도 승진이나 인사고과가 그다음으로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겠다.
하지만 약간 틀어서… 내가 ‘박문대와의 대화’를 보상으로 걸어서, 없어졌던 놈이 내 몸에 들어와 살았던 것으로 ‘소급 적용’된 거라면?
‘그럼… 내가 대상을 탔던 때가 기준이지.’
그래도 다섯 가지 정도인가. 나는 한숨을 참았다.
물론 어떻게 적용이 될지 모르니 확신은 못 하겠다만, 중요한 건 개고생이라는 것이다.
상태이상이 7개 아니면 5개라니.
‘X발…….’
나는 한숨을 참으며 PC 앞에 앉았다. 그리고 페이지를 열어서 공무원 시험 강의부터 검색해 들어갔다.
[202X년 공무원 D-100 최단기 완성 올인원 패키지 OPEN!]
“일단 인강부터 끊고….”
아니, 잠깐.
눈앞에 뜬 광고 배너를 보자, 뭔가가 번뜩인다.
그래.
‘내가 이 연도 기출도 분명 풀었겠지…!’
내가 제일 공시에 집중했던 시기의 최신 기출이었다. 인강까지 들어가며 정리했던 기억이 분명 있다.
“…….”
나는 마우스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공명은 고해성사하듯이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형, 저… 고등학교 나오고 나서는 공부를 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아니, 괜찮아.”
[예??]
나는 이놈이 받아놓은 문제집의 PDF 파일을 바탕화면에서 불러냈다.
그리고 한번 훑어본 뒤 웃었다.
기억이 나더라고.
“뭐가 나올지 찍어줄 테니까, 그대로 공부해라.”
[…!!]
기숙학원은 내년에 가도 될 것 같다. 올해는 내가 유형을 다 찍어줄 테니, 과락은 면할 것이다.
…물론 이놈에게 기본적인 독해력이 있다는 가정하에서지만.
‘없으면 끝이다.’
참고로, 놀라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 * *
[그러니까, 3번이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
[이야아!!]
한바퀴 돌려본 결과, 이놈 머리가 괜찮았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인 이해력 자체가 좋다. 고등학교에 계속 다녔으면 분명 수능은 괜찮게 봤겠거니 싶은 정도.
‘암기력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어차피 PSAT은 암기 시험은 아니니까 상관없어.’
거기에 내 기억 속 기출까지 합쳐졌으니 1차 과락은 무난히 넘기겠다는 뜻이다.
나는 체크를 다 끝낸 문제집을 탁 쳤다. 비슷한 유형을 전부 찾아다가 체크했다.
“이대로 3개월 하면 괜찮겠어.”
[저, 정말요?]
“그래.”
죽도록 매달리면 과락은 면하게 될 것이다.
[…….]
공명은 머뭇거리는 것 같았으나, 곧 아까보다 떨리는 낮은 파동으로 웅웅거렸다.
[그, 사실 이건 편법이잖아요. 형이 공부한 걸 제가 받는 거니까…….]
못 붙으면 죽게 생겼는데 그런 윤리적 고려까지 할 정신이 있다는 게 놀라웠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놈에게서 묘하게 감격에 젖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말 기뻐요. 감사합니다…….]
“…상부상조하는 거지.”
나도 네 몸으로 아이돌이 됐으니까 말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공명이 약간 흥분한 것처럼 튄다.
[그! 그러면 저희 그거 볼까요? 나온 형이요!]
“…….”
꼭, 그래야겠냐.
하지만 거의 10시간 내내 공부만 했으니 뭐라도 하나 쥐어주는 게 좋긴 하겠지.
‘본인이 TV 나오니까 재밌는 건가.’
나는 군말 없이 PC 화면을 바꿔 위튜브에 접속해….
-지금 난리 난 박문대의 과거, 생리대 논란?
“…!”
순간 소파를 뜯을 뻔했으나, 곧 가라앉았다.
내가 본 건 최신 동영상 추천이었다. 를 자진하차하려고 했던 그 사건.
‘그게 오늘이었군.’
그러고 보니 날짜가 딱 맞아떨어졌다. 나는 침음을 흘렸다.
어차피 새벽이 되면 당사자가 등판해서 해결될 문제였다. 이제 와서 내가 새삼 다른 감정 느낄 필요는 없지.
다만 이놈이 문제다.
[저, 저거…… 제가…….]
“아닌 거 알아. 다 정리되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다.”
‘박문대’는 대단히 충격받을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개인사가 대중적으로 까발려지는 것은 열받는 일일 것이다.
…무서울 수도 있고.
“……미안하다. 네 동의 없이 서바이벌에 나가서 이렇게 된 거겠지.”
돌연사 피하려고 했다지만, 당사자한텐 그런 건 알 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공명은 기겁했다.
[아, 아니에요! 저도… 형 몸에 들어와서 이렇게까지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공명이 불안하게 떨렸다.
[근데… 저 때문에 형이 데뷔 못 하면 어떻게 해요….]
“한다니까.”
이미 하고 왔는데 무슨 소리냐.
그러나 이놈은 무슨 생각인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식사 준비를 시작할 때 즈음에야 갑자기 다시 웅웅대기 시작했다.
[저… 저 연락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뭐가.
[번호는 기억 못 했지만… 저한테 그 친구 이메일 주소가 있어요!]
“…!”
[조모임 때문에 몇 번 메일을 했었는데… 분명 남아있을 거예요.]
그렇군.
둘은 사이가 썩 괜찮았던 것 같으니, 그 정도 흔적은 남아 있을 법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나?
어차피 오늘 새벽이면 눈치채고 해명 글을 올려줄 것이다. 괜히 수상쩍은 짓은 하지 않는 편이….
‘잠깐.’
…설마.
나는 황급히 과거를 회상했다.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좋아진다고?
그때도 이상하긴 했다. 이렇게 빨리 모든 일이 마법같이 해결될 리가 없다고 생각은 했지.
그리고 지금이, 그때와 동일한 시간선이라면….
“…….”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메일 쓰는데.”
[…! 저, 저기 즐겨찾기예요…!]
나는 놈의 말에 따라 꽤 장문의 메일을 그 친구에게 남겼다.
걱정과 안부, 사과, 그리고 미안함이 담긴 간곡한 요청글이었다.
더 효과적으로 첨삭을 할 수도 있었겠으나 굳이 손대진 않았다. 그냥 부적절한 발언이 없는지만 확인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다시 읽으며, 직감적으로 이 친구가 이 메일을 읽은 후 해명글을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휘가 겹쳐.’
단어 선택이 영향을 받았다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결국, 이 메일 덕에 해명글이 올라온 것이다.
[이렇게 보내보고 싶은데요….]
“…그래.”
나는 메일 전송을 누르며, 희한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때의 생각이 맞았다. 갑자기 상황이 좋아지진 않는다.
다만 누군가 구체적으로 일해줬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호의는 호의가 맞았다.
그날 밤, 나는 낯선 침대에 누우며 인정했다.
“고맙다. 메일 보내줘서.”
[아니에요. 당연한 일인데요….]
감사 인사 들어놓고선 공명은 도리어 우울하게 울렸다.
[이상한 일에 휘말리시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3달 만에 7급 봐야 하는 너만 하겠냐?”
[으으흡.]
그래. 너나 걱정해라. 나는 쓴웃음을 지은 뒤 스마트폰을 던졌다.
[저, 형. 잠드시면 혹시….]
“그래서 나도 안 자보려고 한다.”
[아… 네!]
공명이 좀 가벼워졌다. 아무래도 또 내가 몇 개월쯤 안 깰까 봐 겁먹은 모양이다.
“패턴을 보니까 분명 다시 돌아올 것 같으니, 혹시 없어져도 걱정하지 말고 시험 준비나 잘하고 있고.”
[……예.]
나는 시계를 보며, 놈과 별 의미 없는 잡담을 했다.
시계는 착실히 움직였다.
-11시 55분.
그리고 분침이 12시를 가리키는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잠이 들었다.
* * *
“…!”
눈을 다시 떴을 때는 또다시 아침이었다.
‘하루가 넘어가면 무조건 잠드는 건가.’
잠 안 자는 걸로 버티는 건 안 되겠군. 나는 내심 혀를 찼다.
그러자 지난 아침과 비슷한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 형! 형 왔어요??]
“그래.”
옷차림이 민소매인 걸 보아하니 또 시간이 한참 지났나 보군. 나는 한숨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짜고짜 공명이 쏟아졌다.
[저 시험 봤어요! 붙진 못했는데요…, 과락은 없었어요!]
굳이 말 안 해줘도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는 걸 보니 그런 것 같긴 했다만.
“그래. 잘했다.”
[…! 네!]
공명은 기쁜 것 같았으나, 곧 침착해졌다.
[근데 또 상태이상이 떠서…. 아, 그 전에, 그, 오늘은 일정이 있었는데…….]
“일정?”
[저기, 스마트폰 알람에 표시되어 있는데요…….]
어쩐지 소리가 작아지는군. 직접 언급도 안 하려고 하고.
‘설마 아직도 기숙학원 등록 안 하고 놀고 있다고 혼낼 줄 알았나?’
그게 상태이상보다 급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알람명을 확인했다.
-테스타 축제 출연 오후 2:30
“……?”
[저… 거기 가면 안 될까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듣고 싶어졌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14화

공시 7급.

내가 류건우로 살면서 막판에 3차 면접을 떨어진 바로 그 시험이다. 하다 보면 인생 몇 년을 갈아 넣게 되는 수험 생활이 바로 떠오르는군.

근데 이게 왜 뜬금없이 이 판국에 상태이상으로 뜨냔 말이다.

‘미쳤나.’

심지어 나한테 뜬 것도 아니다.

나한테는 아직도 저게 뜬다. 그러니까 저 괴상한 상태이상은… ‘박문대’의 공명이 부를 때만 뜨는 걸 봐선 저놈에게 귀속된 것 같은데.

‘그럼 스탯까지 줘야지 왜 스탯은 또 안 뜨고 지랄이냐.’

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쌍욕을 참으며 물었다.

“…언제 떴는데.”

“…….”

망할.

‘그게 보였냐.’

분위기상 말을 못 꺼낸 건지 이제야 물어보고 있다.

어, 비슷하다.

하지만 대답할 것도 없이, 공명은 그동안 못 했던 말을 쏟아놓는 것처럼 쉴 틈 없이 말을 계속한다.

공시 못 붙으면 죽는 상태이상이 뜬 것 외에도, 지난 몇 개월간 내 몸으로 살던 ‘박문대’에겐 충격적인 일이 제법 많이 일어났나 보다.

그리고 끝판왕은 저거다.

-재상장! 아이돌 주식회사│문댕댕의 문대가또 모먼트☆

“…….”

본인 몸으로 웬 놈이 아이돌 서바이벌에 참가한 것 말이지.

‘역시 같은 시간선이었나….’

아무래도 여긴 내가 박문대 몸으로 살던 동일 세계의 과거가 맞는 것 같다. 나는 묵묵히 화면의 박문대 하이라이트를 견뎠다.

그래, 그렇겠지. 넌 스마트폰도 해지한 상태였으니까.

마침 닭발 먹방을 보자 복잡한 심경이 든다.

‘저 때… 저러고 살았었군.’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거 나다.”

“아니, 네가 생각한 게 맞아.”

나는 한숨을 참았다.

“나 네 몸으로 살았다.”

안 그래도 상태창 떠서 기겁한 놈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어쨌든 선행될 설명이긴 했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은 채로 천천히 내게 일어난 일을 읊기 시작했다.

어렵진 않았다. 요약이 쉽더라고.

잠시 후, 공명은 이렇게 외치게 된다.

어, 그거다.

공명이 미친 듯이 울렸다.

“…….”

진심인가?

완곡하게 돌려 말할 줄 아는군. 나도 이맘때 내 방송 이미지를 안다. 또라이처럼 보인다고 해도 괜찮은데 말이다.

“그래.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나는 음울하게 말했다.

“내 사례를 봐라. 너 진짜 공시 못 붙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거야.”

공명이 침을 삼킬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대충 비슷한 느낌이 났다.

의외로 차분하군.

아닌가, 자포자기한 건가.

‘급한 대로 이것부터 설계해 줘야겠군….’

나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잘 들어. 일단 아까 그 홀로그램에 뜬 글부터 다시 봐.”

뜬 상태이상의 이름은 ‘합격을 못 하면 죽음을!’이지만, 설명을 잘 보면 탈출로가 보인다.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의 1차 필기시험에서 과락 없는 성적표를 받지 못할 시, 사망

바로 이 대목.

“합격이 아니라 과락이 기준이야.”

“성적표에서 과목당 40점만 넘기면 돼.”

그리고 굳이 상태이상 뒤에 ‘(1)’을 붙인 걸 보니, 아마 이 상태이상이 끝은 아닐 것이다. 1차 합격은 다음 상태이상쯤 나오겠지.

당장은 ‘과락만 면하면 된다’는 논리에 설득력을 더해준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죽음의 마라톤이다.

“지금이 몇 월이지?”

“저, 4월이요….”

1차 시험이 7월이었지. 딱 3개월 남았군.

‘왜 이딴 게….’

누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 못 한 걸 한으로 삼았다고 이 지랄이란 말인가. 나는 이를 갈았다.

‘내가 볼 수 있으면 차라리 편하지.’

7급 PSAT은 한두 달만 재활하면 얼추 합격선까진 올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문제는 내가 몇 개월 만에 깬 것 같은데, 앞으로 계속 이 텀이면 시험은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 상태이상이 ‘박문대’에게 귀속된 게 확실하다면, 박문대는…….

“…….”

안 되겠군. 나는 선고했다.

“기숙학원 가는 게 낫겠는데.”

시설이나 강사진에 따라 다르다만, 대충 월에 200쯤 박으면 다른 건 신경 안 쓰고 공부만 하게 해주는 고급 기숙학원이 있다.

남은 돈은 다 내가 아는 주가 관련 선물옵션에 박아놓고 들어가서 공부만 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어차피 다음 상태이상이 합격 조건으로 뜨면… 기숙학원이 제일 효율적인 선택이야.”

죽는 것보다야 기숙학원이 낫지 않나.

“그럴걸.”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지만 말이다.

만일 저 ‘박문대’의 기억이 중심이라면… 이야기했던 걸로 봐선 6년쯤은 과거로 돌아온 것 같으니 한 일곱 가지는 될 것이다.

‘지옥이군.’

붙은 다음에도 승진이나 인사고과가 그다음으로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겠다.

하지만 약간 틀어서… 내가 ‘박문대와의 대화’를 보상으로 걸어서, 없어졌던 놈이 내 몸에 들어와 살았던 것으로 ‘소급 적용’된 거라면?

‘그럼… 내가 대상을 탔던 때가 기준이지.’

그래도 다섯 가지 정도인가. 나는 한숨을 참았다.

물론 어떻게 적용이 될지 모르니 확신은 못 하겠다만, 중요한 건 개고생이라는 것이다.

상태이상이 7개 아니면 5개라니.

‘X발…….’

나는 한숨을 참으며 PC 앞에 앉았다. 그리고 페이지를 열어서 공무원 시험 강의부터 검색해 들어갔다.

“일단 인강부터 끊고….”

아니, 잠깐.

눈앞에 뜬 광고 배너를 보자, 뭔가가 번뜩인다.

그래.

‘내가 이 연도 기출도 분명 풀었겠지…!’

내가 제일 공시에 집중했던 시기의 최신 기출이었다. 인강까지 들어가며 정리했던 기억이 분명 있다.

“…….”

나는 마우스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공명은 고해성사하듯이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괜찮아.”

나는 이놈이 받아놓은 문제집의 PDF 파일을 바탕화면에서 불러냈다.

그리고 한번 훑어본 뒤 웃었다.

기억이 나더라고.

“뭐가 나올지 찍어줄 테니까, 그대로 공부해라.”

기숙학원은 내년에 가도 될 것 같다. 올해는 내가 유형을 다 찍어줄 테니, 과락은 면할 것이다.

…물론 이놈에게 기본적인 독해력이 있다는 가정하에서지만.

‘없으면 끝이다.’

참고로, 놀라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 * *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답.”

한바퀴 돌려본 결과, 이놈 머리가 괜찮았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인 이해력 자체가 좋다. 고등학교에 계속 다녔으면 분명 수능은 괜찮게 봤겠거니 싶은 정도.

‘암기력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어차피 PSAT은 암기 시험은 아니니까 상관없어.’

거기에 내 기억 속 기출까지 합쳐졌으니 1차 과락은 무난히 넘기겠다는 뜻이다.

나는 체크를 다 끝낸 문제집을 탁 쳤다. 비슷한 유형을 전부 찾아다가 체크했다.

“이대로 3개월 하면 괜찮겠어.”

“그래.”

죽도록 매달리면 과락은 면하게 될 것이다.

공명은 머뭇거리는 것 같았으나, 곧 아까보다 떨리는 낮은 파동으로 웅웅거렸다.

못 붙으면 죽게 생겼는데 그런 윤리적 고려까지 할 정신이 있다는 게 놀라웠지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놈에게서 묘하게 감격에 젖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상부상조하는 거지.”

나도 네 몸으로 아이돌이 됐으니까 말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공명이 약간 흥분한 것처럼 튄다.

“…….”

꼭, 그래야겠냐.

하지만 거의 10시간 내내 공부만 했으니 뭐라도 하나 쥐어주는 게 좋긴 하겠지.

‘본인이 TV 나오니까 재밌는 건가.’

나는 군말 없이 PC 화면을 바꿔 위튜브에 접속해….

-지금 난리 난 박문대의 과거, 생리대 논란?

“…!”

순간 소파를 뜯을 뻔했으나, 곧 가라앉았다.

내가 본 건 최신 동영상 추천이었다. 를 자진하차하려고 했던 그 사건.

‘그게 오늘이었군.’

그러고 보니 날짜가 딱 맞아떨어졌다. 나는 침음을 흘렸다.

어차피 새벽이 되면 당사자가 등판해서 해결될 문제였다. 이제 와서 내가 새삼 다른 감정 느낄 필요는 없지.

다만 이놈이 문제다.

“아닌 거 알아. 다 정리되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다.”

‘박문대’는 대단히 충격받을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개인사가 대중적으로 까발려지는 것은 열받는 일일 것이다.

…무서울 수도 있고.

“……미안하다. 네 동의 없이 서바이벌에 나가서 이렇게 된 거겠지.”

돌연사 피하려고 했다지만, 당사자한텐 그런 건 알 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공명은 기겁했다.

공명이 불안하게 떨렸다.

“한다니까.”

이미 하고 왔는데 무슨 소리냐.

그러나 이놈은 무슨 생각인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식사 준비를 시작할 때 즈음에야 갑자기 다시 웅웅대기 시작했다.

뭐가.

“…!”

그렇군.

둘은 사이가 썩 괜찮았던 것 같으니, 그 정도 흔적은 남아 있을 법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나?

어차피 오늘 새벽이면 눈치채고 해명 글을 올려줄 것이다. 괜히 수상쩍은 짓은 하지 않는 편이….

‘잠깐.’

…설마.

나는 황급히 과거를 회상했다.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좋아진다고?

그때도 이상하긴 했다. 이렇게 빨리 모든 일이 마법같이 해결될 리가 없다고 생각은 했지.

그리고 지금이, 그때와 동일한 시간선이라면….

“…….”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메일 쓰는데.”

나는 놈의 말에 따라 꽤 장문의 메일을 그 친구에게 남겼다.

걱정과 안부, 사과, 그리고 미안함이 담긴 간곡한 요청글이었다.

더 효과적으로 첨삭을 할 수도 있었겠으나 굳이 손대진 않았다. 그냥 부적절한 발언이 없는지만 확인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다시 읽으며, 직감적으로 이 친구가 이 메일을 읽은 후 해명글을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휘가 겹쳐.’

단어 선택이 영향을 받았다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결국, 이 메일 덕에 해명글이 올라온 것이다.

“…그래.”

나는 메일 전송을 누르며, 희한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때의 생각이 맞았다. 갑자기 상황이 좋아지진 않는다.

다만 누군가 구체적으로 일해줬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호의는 호의가 맞았다.

그날 밤, 나는 낯선 침대에 누우며 인정했다.

“고맙다. 메일 보내줘서.”

감사 인사 들어놓고선 공명은 도리어 우울하게 울렸다.

“……3달 만에 7급 봐야 하는 너만 하겠냐?”

그래. 너나 걱정해라. 나는 쓴웃음을 지은 뒤 스마트폰을 던졌다.

“그래서 나도 안 자보려고 한다.”

공명이 좀 가벼워졌다. 아무래도 또 내가 몇 개월쯤 안 깰까 봐 겁먹은 모양이다.

“패턴을 보니까 분명 다시 돌아올 것 같으니, 혹시 없어져도 걱정하지 말고 시험 준비나 잘하고 있고.”

나는 시계를 보며, 놈과 별 의미 없는 잡담을 했다.

시계는 착실히 움직였다.

-11시 55분.

그리고 분침이 12시를 가리키는 순간….

나는 자연스럽게 잠이 들었다.

* * *

“…!”

눈을 다시 떴을 때는 또다시 아침이었다.

‘하루가 넘어가면 무조건 잠드는 건가.’

잠 안 자는 걸로 버티는 건 안 되겠군. 나는 내심 혀를 찼다.

그러자 지난 아침과 비슷한 비명이 들렸다.

“그래.”

옷차림이 민소매인 걸 보아하니 또 시간이 한참 지났나 보군. 나는 한숨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짜고짜 공명이 쏟아졌다.

굳이 말 안 해줘도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는 걸 보니 그런 것 같긴 했다만.

“그래. 잘했다.”

공명은 기쁜 것 같았으나, 곧 침착해졌다.

“일정?”

어쩐지 소리가 작아지는군. 직접 언급도 안 하려고 하고.

‘설마 아직도 기숙학원 등록 안 하고 놀고 있다고 혼낼 줄 알았나?’

그게 상태이상보다 급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알람명을 확인했다.

-테스타 축제 출연 오후 2:30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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