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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04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04화
“으하하하학!!”
큰세진이 거실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스마트 TV의 거대한 화면에서 망토를 휘두르는 다 큰 세 놈이 보였다.
[♡마법의 Heart bullet!♡]
“…….”
벌칙 무대의 위튜브 편집본이었다.
거실 한복판에서 아동용 애니메이션 커버 무대를 재생하는 건 사실상 공개 처형이다.
“꺼라.”
차유진이 튀어나와서 멱살 잡기 전에.
“아 왜~ 프로의식 돋보이고 너무 좋은데?”
그러나 큰세진은 실실 웃었다.
“세진이도 한 프로의식 하는데 어휴, 참여를 못 해서 너무 아쉽네~”
“너 정글 갔다 왔잖아.”
다른 놈들이 망토 입고 재롱떨고 있을 때 단독광고 찍고 예능 출연한 놈이 혓바닥 긴 것 좀 봐라.
물론 이놈이면 정말 아쉬워하고도 남을 놈이다만.
“그러니까 말이야, 한 2주만 텀 있었으면 어떻게든 시간 냈을 텐데….”
큰세진이 아깝다는 눈초리로 슬쩍 TV를 보는 게 느껴진다.
“반응이 진짜 좋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테스타 막내즈 과몰입ㅋㅋㅋㅋ]
[Z세대에게 속수무책 당하는 M세대 아이돌ㅋㅋㅋㅋ]
[박문대 소나무 인증 방송.jpg]
[진짜 미친 것 같은 오늘자 티쇼비 테스타]
토론부터 쌓아온 캐릭터가 벌칙까지 빵 터지면서 완전히 버즈량을 잡아먹었다.
‘우리 거야.’
이건 프로그램 덕이 아니라 출연자 때문에 발생한 화제성, 즉 테스타의 이미지에 귀속될 것이라 목표 달성이라고 볼 순 있다만….
“이거 봐, 문대문대 혹시 마법소녀 보는 게 취미냐는데?”
“보겠냐.”
“으하하학!!”
…이 나이 먹고 저 짓을 했다는 게 좀, 그렇긴 하군.
‘팝콘은 X발 다들 춰보기라도 했지.’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나자, 무대 자체에 감탄하거나 중독된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잘 만들긴 했으니까.’
무대까지 우스꽝스러웠으면 흑역사행이었는데, 예능인이 아닌 가수 이미지도 성공적으로 굳힌 점은 만족스럽다.
-음원 주세요
-이걸 정식음원으로 안 내는 건 90년대생의 추억을 농락하는 일이다 진짴ㅋㅋㅋㅋ
-박문대 덕분에 원키로 했네 역시 메보 소중해
나나 차유진의 무대 활약에 대한 칭찬도 보였으나, 역시 능력치에 대한 주된 주목은 김래빈이 받았다.
벌칙 영상 끝에 쿠키로 인터뷰가 삽입되었는데, 김래빈이 편곡 과정을 대단히 솔직하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문대 형님께서 (편집) 뜻깊고 좋은 곡을 추천해 주셔서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좋은 기회 감사합니다.]
[(편집) 총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5시간 만에 20년 묵은 애니메이션 주제가 편곡을 뽑아 버린다?
-와 편곡 김래빈 단독ㄷㄷㄷ
-그 와중에 박문대가 추천ㅋㅋ 넌 정말 진심이었구나
-그냥 천상계네 하루 만에 편곡 뚝딱
테스타에 적당히 관심이 있어 예능이나 보러 들어왔다 얻어걸린 사람들 반응도 컸지만, 팬들까지도 좀 놀란 것 같더라.
-김래빈 대체 무슨 일임 마이리틀중세토끼 대천재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면 인간이 아님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토끼니까
└ㅋㅋㅋㅋㅋㅋㅋ
-래빈이 그냥 아이돌을 해도 괜찮은 걸까? 역시 나라를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오래된 아동용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그것도 마법소녀 주제가라 쉽게 우스꽝스러워질 만한 곡을 홀로 다듬는 솜씨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공동 프로듀싱이 대다수여서 김래빈의 역량이 좀 평가절하된 감이 있지.’
“래빈아 이것 봐라~ 너 천재래!”
“과분한 칭찬에 정말 감사하지만 더 노력하여 정진하겠습니다!”
김래빈이 무슨 전자동 로봇처럼 순식간에 대답했다.
표정이 비장한 걸 보니 아무래도 이놈도 인터넷 반응을 봤는지 또 기합이 과하게 들어간 모양이다.
‘뭐, 언제나 잘하는 놈이니까.’
사실 반응이 과한 게 아니었다. 김래빈의 능력 분포는 이 업계에선 치트키 수준이다.
특히 스탯으로 표기되지 않은 작곡 관련 능력은 발군이다. 심지어 특성 ‘마에스트로(S)’를 달고 있어서 속도까지 빠르지.
오더 내려오는 대로 쭉쭉 뽑아내는 실적이라니.
‘현대사회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원상 아닌가.’
눈치가 좀 없다만… 우직하고 성실하니 그것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새삼 운이 좋았군.’
출연 때야 데뷔가 급한 데다 그 뒤로도 줄줄 ‘상태이상’이 달려 있는 미친 미래를 몰라서 개개인의 장기적 가치를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뷔하고 보니, 서바이벌로 이렇게 구색 다 맞고 능력 좋은 조합은 거의 기적이다.
‘한두 놈 정도는 양아치 새끼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이제 티홀릭과 직접 붙어서 안 밀렸으니 하반기 화제성도 안정적이다.
이대로 연말 시상식 시즌까지 잘 관리만 하면 되겠지.
류청우가 웃으며 덕담을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이번 활동도 곧 끝이네. 다들 고생 많았어.”
“그러게요.”
국내 스케줄은 광고, 행사도 새롭게 잡히는 일정 없이 마무리 단계다.
남은 건 콘서트와 다음 앨범 준비 정도. 깔끔한 성공이었다.
“이제 콘서트용 음원 편곡도 우리 래빈이가 멋지게 해주겠네~”
“기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근사한 곡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분위기는 괜찮았다. 당장 급한 문제도 없고, 결과물을 발표해 고평가를 받은 직후에 누릴 수 있는 성공의 여운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TV 화면을 돌렸다.
‘딱 긴장 풀고 즐길 타이밍이지.’
큰 건들은 다 지나갔으니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 중엔 이 타이밍을 썩 누리지 못하는 놈도 있었다.
그놈 입장에선 ‘큰 건수’가 아직 산재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 *
얼마 후, 국내 마지막 행사가 끝난 뒤 며칠 간의 짧은 휴식기.
똑똑.
“문대야. 혹시 래빈이, 봤어…?”
“음.”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들어온 선아현이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내용은 뜬금없군.’
김래빈의 행방이라니. 나는 만들던 기획서에서 눈을 떼고 대답했다.
“아니. 왜?”
“아, 그… 요, 요새 방에 잘, 안 들어와서.”
“…….”
설명을 들어도 여전히 뜬금없다.
일단 선아현은 김래빈과 룸메이트였다. 둘 다 방에 잘 붙어 있는 타입이라 아마 자주 얼굴을 볼 수밖에 없을 텐데, 방에 안 들어온다는 것부터 희한했다.
그놈이 외출이 잦을 성격은 아닌데 말이지.
“나도 오늘 본 적 없는데, 한번 물어볼까.”
“아, 그, 그래야겠다. 잠시만…!”
“아니, 잠깐.”
내 손에 스마트폰이 있는데 굳이?
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선아현을 저지하고 내 폰으로 메시지를 넣었다.
[어디 있어]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
보통 5초 내로 깍듯한 답장이 오는 놈인데.
“흠.”
“다, 답장이 없어…?”
“그러네.”
나는 전화를 걸었다.
뚜-
“…….”
하지만 이놈, 전화도 안 받는다.
‘뭐지.’
휴대폰을 두고 어디 숙소 내부의 베란다에라도 있을 가능성은 있다만… 숙소에 있는 게 아니라면 외출했다는 건데.
‘김래빈이 외출하는 걸 본 사람이 있나?’
나는 곧바로 거실에 나가서 다른 놈들에게 김래빈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차유진과 큰세진은 외출. 남은 건 류청우와 배세진이다.
“래빈이? 그러고 보니 오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거실에 있던 류청우는 마찬가지로 의아한 것 같았다.
그리고 배세진.
이놈은 눈을 피했다.
“오늘… 방에서 나간 적이 없어서.”
“…….”
“그, 무슨 일인데??”
“…김래빈이 안 보여서요.”
나는 어쨌든 상황을 이해했다. 김래빈은 소식 없이 증발한 거 다름없었다.
이건… 아무리 휴식기라도 이상한데. 차유진이면 모를까 그놈이 인사도 없이 나가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전화도 안 받는다고 했지.”
“예. 회사에 한번 연락해 볼까 하는데요.”
나는 선아현에게 마지막으로 체크했다.
“김래빈 혹시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지?”
“어제, 저녁에 보고 쭉 못 봐서….”
“잘 때는?”
“내가, 일찍 자서… 모, 모르겠어. 미안해. 룸메이트인데.”
“사과할 건 아니야.”
“그래! 미안할 건 아니지!”
나는 배세진에게 위로를 맡기고, 회사에 전화하기 위해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때였다.
[김래빈]
“…!”
본인에게 전화가 왔다.
“어, 어…!”
“래빈이야?”
“예.”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 쏟아졌다.
-부재중 확인하여 연락드렸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다. 그것보다 지금 어딘데.”
-예? 아, 잠시 회사 녹음실에 나왔습니다!
류청우가 조용히 말을 얹었다.
“래빈아. 휴일이라도 연락은 하고 가. 오늘 널 본 사람이 없어서 다들 걱정했어.”
-오늘….
잠깐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뭐지?
그러나 곧 힘찬 사과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그럴 것까진 없고…. 어쨌든 작업 잘하고 와.”
-예!
김래빈은 몇 가지 정중한 감사 표현을 한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
배세진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별일 아니었네.”
“그러게요.”
“래빈이가 작업하느라 연락을 깜박했나 보다.”
무슨 영감이라도 와서 뛰쳐나갔던 것 같다고,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끝인가.’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쓰던 기획서나 마무리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저녁.
안경을 쓴 김래빈은 들어오면서 고개부터 꾸벅거렸다.
“작업실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고 왔습니다. 오래간만에 긴 시간을 낼 수 있으니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심려를 끼쳐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아, 아니야. 혹시 불편한 점이 생긴 건가, 걱정이 들어서… 그, 그렇다면 꼭 이야기해 준다면 좋겠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저야말로 불편한 점 있다면 꼭 말씀 부탁드립니다!”
두 놈은 배려심 넘치는 말을 하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뭐, 됐나.’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스쳐 지나가려 했으나, 그 순간 가까이서 김래빈의 얼굴을 확인했다.
“…….”
저거… 너무 퀭한데?
안 그래도 인상이 썩 좋던 놈은 아니라 눈에 보인다.
‘흠.’
숙소에서도 자주 음원 작업하는 놈이다. 잠깐 곡 좀 만진 걸로 저렇게 되는 놈이 아닌…….
‘설마.’
나는 선아현과 대화를 마치고 가려던 놈을 잡았다.
“김래빈.”
“예?”
“너 밤샘 작업했냐.”
“……!”
“선아현이 어제 일찍 자서 못 본 게 아니라, 너 아예 숙소에 안 들어왔었지.”
“……그, 그게.”
누가 봐도 들켰다는 얼굴이다.
김래빈은 우물쭈물했지만, 곧 슬그머니 대답했다.
“그… 몰두하느라 시간이 이렇게까지 흐른 줄 모르고 보고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 못 하는 놈답게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뭐, 밤새우는 게 하루 이틀인 직업도 아니니 어련히 알아서 하겠다만, 지금은 굳이 그럴 시즌이 아니라는 게 찝찝하다.
“무슨 작업을 했는데.”
“콘서트 음원과 다음 앨범 준비를 했습니다!”
나는 떠보기 위해 말했다.
“굳이 안 그래도 괜찮아. 시간이 급한 게 아니니까.”
콘서트까지는 시간 여유가 꽤 된다. 다음 앨범은 더더욱 괜찮다.
“넌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이니까 굳이 철야까지 할 필요는….”
“그런 요령에 기댈 수 없습니다!”
“…!”
김래빈은 자신이 상대의 말을 자르고 말대꾸를 한 것에 스스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죄, 죄송합니다! 그, 이번에는 빠르지 못할 수도 있으니 좀 더 대비해 두고 싶습니다…….”
“…….”
역시 영감이 와서 미친 듯이 달린 게 아니라, 부담감 때문이었나.
“그래, 알았다. 그래도 무리하진 말고.”
“예….”
김래빈은 고개를 주억거린 뒤, 천천히 걸어서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선아현은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그것까지 쭉 지켜보았다.
얼굴을 보니 ‘걱정된다’라고 적혀 있다.
“신경 쓰이냐.”
“으응.”
선아현은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것 같았다.
“부, 부담이 심한 것 같아서…. 나도, 전에 저런 적이 있던 것 같아.”
“음, 그래.”
인터넷에서 다 자신이 천재라고 떠드니, 다음 결과물에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겠지.
매번 앨범을 내기 직전이면 온갖 가능한 결과를 다 생각하던 놈 아닌가.
‘그래도 지금까지 잘해온 놈이지.’
기우는 기우일 뿐이고, 또 시간이 흐르면 결과를 보고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다.
‘지금은 주변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해봤자 반박부터 생각난다.’
나는 일단 놈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제어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변수가 있었다.
며칠 후, 콘서트 편곡을 놓고 진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김래빈의 편곡이 최종 탈락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04화

“으하하하학!!”

큰세진이 거실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스마트 TV의 거대한 화면에서 망토를 휘두르는 다 큰 세 놈이 보였다.

“…….”

벌칙 무대의 위튜브 편집본이었다.

거실 한복판에서 아동용 애니메이션 커버 무대를 재생하는 건 사실상 공개 처형이다.

“꺼라.”

차유진이 튀어나와서 멱살 잡기 전에.

“아 왜~ 프로의식 돋보이고 너무 좋은데?”

그러나 큰세진은 실실 웃었다.

“세진이도 한 프로의식 하는데 어휴, 참여를 못 해서 너무 아쉽네~”

“너 정글 갔다 왔잖아.”

다른 놈들이 망토 입고 재롱떨고 있을 때 단독광고 찍고 예능 출연한 놈이 혓바닥 긴 것 좀 봐라.

물론 이놈이면 정말 아쉬워하고도 남을 놈이다만.

“그러니까 말이야, 한 2주만 텀 있었으면 어떻게든 시간 냈을 텐데….”

큰세진이 아깝다는 눈초리로 슬쩍 TV를 보는 게 느껴진다.

“반응이 진짜 좋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토론부터 쌓아온 캐릭터가 벌칙까지 빵 터지면서 완전히 버즈량을 잡아먹었다.

‘우리 거야.’

이건 프로그램 덕이 아니라 출연자 때문에 발생한 화제성, 즉 테스타의 이미지에 귀속될 것이라 목표 달성이라고 볼 순 있다만….

“이거 봐, 문대문대 혹시 마법소녀 보는 게 취미냐는데?”

“보겠냐.”

“으하하학!!”

…이 나이 먹고 저 짓을 했다는 게 좀, 그렇긴 하군.

‘팝콘은 X발 다들 춰보기라도 했지.’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나자, 무대 자체에 감탄하거나 중독된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잘 만들긴 했으니까.’

무대까지 우스꽝스러웠으면 흑역사행이었는데, 예능인이 아닌 가수 이미지도 성공적으로 굳힌 점은 만족스럽다.

-음원 주세요

-이걸 정식음원으로 안 내는 건 90년대생의 추억을 농락하는 일이다 진짴ㅋㅋㅋㅋ

-박문대 덕분에 원키로 했네 역시 메보 소중해

나나 차유진의 무대 활약에 대한 칭찬도 보였으나, 역시 능력치에 대한 주된 주목은 김래빈이 받았다.

벌칙 영상 끝에 쿠키로 인터뷰가 삽입되었는데, 김래빈이 편곡 과정을 대단히 솔직하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5시간 만에 20년 묵은 애니메이션 주제가 편곡을 뽑아 버린다?

-와 편곡 김래빈 단독ㄷㄷㄷ

-그 와중에 박문대가 추천ㅋㅋ 넌 정말 진심이었구나

-그냥 천상계네 하루 만에 편곡 뚝딱

테스타에 적당히 관심이 있어 예능이나 보러 들어왔다 얻어걸린 사람들 반응도 컸지만, 팬들까지도 좀 놀란 것 같더라.

-김래빈 대체 무슨 일임 마이리틀중세토끼 대천재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면 인간이 아님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토끼니까

└ㅋㅋㅋㅋㅋㅋㅋ

-래빈이 그냥 아이돌을 해도 괜찮은 걸까? 역시 나라를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오래된 아동용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그것도 마법소녀 주제가라 쉽게 우스꽝스러워질 만한 곡을 홀로 다듬는 솜씨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공동 프로듀싱이 대다수여서 김래빈의 역량이 좀 평가절하된 감이 있지.’

“래빈아 이것 봐라~ 너 천재래!”

“과분한 칭찬에 정말 감사하지만 더 노력하여 정진하겠습니다!”

김래빈이 무슨 전자동 로봇처럼 순식간에 대답했다.

표정이 비장한 걸 보니 아무래도 이놈도 인터넷 반응을 봤는지 또 기합이 과하게 들어간 모양이다.

‘뭐, 언제나 잘하는 놈이니까.’

사실 반응이 과한 게 아니었다. 김래빈의 능력 분포는 이 업계에선 치트키 수준이다.

특히 스탯으로 표기되지 않은 작곡 관련 능력은 발군이다. 심지어 특성 ‘마에스트로(S)’를 달고 있어서 속도까지 빠르지.

오더 내려오는 대로 쭉쭉 뽑아내는 실적이라니.

‘현대사회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원상 아닌가.’

눈치가 좀 없다만… 우직하고 성실하니 그것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새삼 운이 좋았군.’

출연 때야 데뷔가 급한 데다 그 뒤로도 줄줄 ‘상태이상’이 달려 있는 미친 미래를 몰라서 개개인의 장기적 가치를 평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데뷔하고 보니, 서바이벌로 이렇게 구색 다 맞고 능력 좋은 조합은 거의 기적이다.

‘한두 놈 정도는 양아치 새끼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이제 티홀릭과 직접 붙어서 안 밀렸으니 하반기 화제성도 안정적이다.

이대로 연말 시상식 시즌까지 잘 관리만 하면 되겠지.

류청우가 웃으며 덕담을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이번 활동도 곧 끝이네. 다들 고생 많았어.”

“그러게요.”

국내 스케줄은 광고, 행사도 새롭게 잡히는 일정 없이 마무리 단계다.

남은 건 콘서트와 다음 앨범 준비 정도. 깔끔한 성공이었다.

“이제 콘서트용 음원 편곡도 우리 래빈이가 멋지게 해주겠네~”

“기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근사한 곡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분위기는 괜찮았다. 당장 급한 문제도 없고, 결과물을 발표해 고평가를 받은 직후에 누릴 수 있는 성공의 여운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TV 화면을 돌렸다.

‘딱 긴장 풀고 즐길 타이밍이지.’

큰 건들은 다 지나갔으니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 중엔 이 타이밍을 썩 누리지 못하는 놈도 있었다.

그놈 입장에선 ‘큰 건수’가 아직 산재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 *

얼마 후, 국내 마지막 행사가 끝난 뒤 며칠 간의 짧은 휴식기.

똑똑.

“문대야. 혹시 래빈이, 봤어…?”

“음.”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들어온 선아현이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내용은 뜬금없군.’

김래빈의 행방이라니. 나는 만들던 기획서에서 눈을 떼고 대답했다.

“아니. 왜?”

“아, 그… 요, 요새 방에 잘, 안 들어와서.”

“…….”

설명을 들어도 여전히 뜬금없다.

일단 선아현은 김래빈과 룸메이트였다. 둘 다 방에 잘 붙어 있는 타입이라 아마 자주 얼굴을 볼 수밖에 없을 텐데, 방에 안 들어온다는 것부터 희한했다.

그놈이 외출이 잦을 성격은 아닌데 말이지.

“나도 오늘 본 적 없는데, 한번 물어볼까.”

“아, 그, 그래야겠다. 잠시만…!”

“아니, 잠깐.”

내 손에 스마트폰이 있는데 굳이?

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선아현을 저지하고 내 폰으로 메시지를 넣었다.

그러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

보통 5초 내로 깍듯한 답장이 오는 놈인데.

“흠.”

“다, 답장이 없어…?”

“그러네.”

나는 전화를 걸었다.

뚜-

“…….”

하지만 이놈, 전화도 안 받는다.

‘뭐지.’

휴대폰을 두고 어디 숙소 내부의 베란다에라도 있을 가능성은 있다만… 숙소에 있는 게 아니라면 외출했다는 건데.

‘김래빈이 외출하는 걸 본 사람이 있나?’

나는 곧바로 거실에 나가서 다른 놈들에게 김래빈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차유진과 큰세진은 외출. 남은 건 류청우와 배세진이다.

“래빈이? 그러고 보니 오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거실에 있던 류청우는 마찬가지로 의아한 것 같았다.

그리고 배세진.

이놈은 눈을 피했다.

“오늘… 방에서 나간 적이 없어서.”

“…….”

“그, 무슨 일인데??”

“…김래빈이 안 보여서요.”

나는 어쨌든 상황을 이해했다. 김래빈은 소식 없이 증발한 거 다름없었다.

이건… 아무리 휴식기라도 이상한데. 차유진이면 모를까 그놈이 인사도 없이 나가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전화도 안 받는다고 했지.”

“예. 회사에 한번 연락해 볼까 하는데요.”

나는 선아현에게 마지막으로 체크했다.

“김래빈 혹시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지?”

“어제, 저녁에 보고 쭉 못 봐서….”

“잘 때는?”

“내가, 일찍 자서… 모, 모르겠어. 미안해. 룸메이트인데.”

“사과할 건 아니야.”

“그래! 미안할 건 아니지!”

나는 배세진에게 위로를 맡기고, 회사에 전화하기 위해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때였다.

“…!”

본인에게 전화가 왔다.

“어, 어…!”

“래빈이야?”

“예.”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 쏟아졌다.

-부재중 확인하여 연락드렸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다. 그것보다 지금 어딘데.”

-예? 아, 잠시 회사 녹음실에 나왔습니다!

류청우가 조용히 말을 얹었다.

“래빈아. 휴일이라도 연락은 하고 가. 오늘 널 본 사람이 없어서 다들 걱정했어.”

-오늘….

잠깐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뭐지?

그러나 곧 힘찬 사과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그럴 것까진 없고…. 어쨌든 작업 잘하고 와.”

-예!

김래빈은 몇 가지 정중한 감사 표현을 한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

배세진이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별일 아니었네.”

“그러게요.”

“래빈이가 작업하느라 연락을 깜박했나 보다.”

무슨 영감이라도 와서 뛰쳐나갔던 것 같다고,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끝인가.’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쓰던 기획서나 마무리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저녁.

안경을 쓴 김래빈은 들어오면서 고개부터 꾸벅거렸다.

“작업실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고 왔습니다. 오래간만에 긴 시간을 낼 수 있으니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심려를 끼쳐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아, 아니야. 혹시 불편한 점이 생긴 건가, 걱정이 들어서… 그, 그렇다면 꼭 이야기해 준다면 좋겠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저야말로 불편한 점 있다면 꼭 말씀 부탁드립니다!”

두 놈은 배려심 넘치는 말을 하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뭐, 됐나.’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스쳐 지나가려 했으나, 그 순간 가까이서 김래빈의 얼굴을 확인했다.

“…….”

저거… 너무 퀭한데?

안 그래도 인상이 썩 좋던 놈은 아니라 눈에 보인다.

‘흠.’

숙소에서도 자주 음원 작업하는 놈이다. 잠깐 곡 좀 만진 걸로 저렇게 되는 놈이 아닌…….

‘설마.’

나는 선아현과 대화를 마치고 가려던 놈을 잡았다.

“김래빈.”

“예?”

“너 밤샘 작업했냐.”

“……!”

“선아현이 어제 일찍 자서 못 본 게 아니라, 너 아예 숙소에 안 들어왔었지.”

“……그, 그게.”

누가 봐도 들켰다는 얼굴이다.

김래빈은 우물쭈물했지만, 곧 슬그머니 대답했다.

“그… 몰두하느라 시간이 이렇게까지 흐른 줄 모르고 보고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 못 하는 놈답게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뭐, 밤새우는 게 하루 이틀인 직업도 아니니 어련히 알아서 하겠다만, 지금은 굳이 그럴 시즌이 아니라는 게 찝찝하다.

“무슨 작업을 했는데.”

“콘서트 음원과 다음 앨범 준비를 했습니다!”

나는 떠보기 위해 말했다.

“굳이 안 그래도 괜찮아. 시간이 급한 게 아니니까.”

콘서트까지는 시간 여유가 꽤 된다. 다음 앨범은 더더욱 괜찮다.

“넌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이니까 굳이 철야까지 할 필요는….”

“그런 요령에 기댈 수 없습니다!”

“…!”

김래빈은 자신이 상대의 말을 자르고 말대꾸를 한 것에 스스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죄, 죄송합니다! 그, 이번에는 빠르지 못할 수도 있으니 좀 더 대비해 두고 싶습니다…….”

“…….”

역시 영감이 와서 미친 듯이 달린 게 아니라, 부담감 때문이었나.

“그래, 알았다. 그래도 무리하진 말고.”

“예….”

김래빈은 고개를 주억거린 뒤, 천천히 걸어서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선아현은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그것까지 쭉 지켜보았다.

얼굴을 보니 ‘걱정된다’라고 적혀 있다.

“신경 쓰이냐.”

“으응.”

선아현은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 것 같았다.

“부, 부담이 심한 것 같아서…. 나도, 전에 저런 적이 있던 것 같아.”

“음, 그래.”

인터넷에서 다 자신이 천재라고 떠드니, 다음 결과물에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겠지.

매번 앨범을 내기 직전이면 온갖 가능한 결과를 다 생각하던 놈 아닌가.

‘그래도 지금까지 잘해온 놈이지.’

기우는 기우일 뿐이고, 또 시간이 흐르면 결과를 보고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다.

‘지금은 주변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해봤자 반박부터 생각난다.’

나는 일단 놈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제어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변수가 있었다.

며칠 후, 콘서트 편곡을 놓고 진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김래빈의 편곡이 최종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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