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30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02화
테스타 편.
워낙 최근 인지도가 좋아서 다들 한 번쯤은 클립으로라도 본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사람들은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그림이 있었다.
-티홀릭 아재들 테스타 엄청 놀려먹겠네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애들 엄청 귀여울 것 같아ㅠㅠ
-편하게 잘 놀다 와!
웃긴 티홀릭. 그리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게스트의 생생한 리액션!
게스트를 부를 때 이 프로그램은 주로 티홀릭의 웃긴 행동과 그에 대한 게스트들의 리액션을 웃음 요소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사이를 능수능란하게 게스트가 출연한 목적인 홍보로 때워주는 것이 호평의 이유기도 했다.
게스트의 팬과 티홀릭의 팬이 모두 상부상조하며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그림!
그러나 이번 테스타의 화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M세대여 Z세대의 매운맛을 보아라!]
[차유진 : 저 호랑이예요!]
[하진태 : 그렇구나. 우리 차유진 친구는 호랑이구나.]
[0X년생의 호랑이 발언에 정신을 못 차리는 그들]
티홀릭은 초반 자기소개 때부터 사정없이 밀리더니, 기어코 본인들의 리액션으로 분량을 채우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다 테스타 Z세대 광기ㅋㅋㅋ
절묘한 편집은 모든 것을 세대 격차로 해석하며 가장 웃긴 대화와 리액션만을 싹싹 긁어모았다.
평소 이 예능과는 색다른 맛이었으나, 웃긴 건 분명했다.
‘테스타 애들이 진짜 개성이 넘치긴 하지!’
대학원생은 선공개에 이어 본편 초반을 보면서도 몇 번이나 폭소했다.
그 와중에 티홀릭의 안식처는 오로지 문대뿐인 것 같은 것도 괜히 뿌듯했다.
[박문대 : 그럼 한 소절만….]
박문대는 미친 듯이 폭주하는 두 막내의 고삐를 잡고선, 차분하게 해야 할 일을 풀어나갔다.
투어를 홍보하고, 티홀릭과의 연관성을 언급하고, 곡도 한 곡 부르고….
박문대의 팬들은 기특해하며 그 광경을 앓았다.
-문대 연상미 무슨 일이야
-사실 우리 애가 따지자면 막내 라인이거든요 완전 막내라인 대장이에요ㅠㅠ
-문댕댕 다 컸구나
정말 예능에 출연한 아이돌 리더의 정석이었다! 결국 화면에서 폭주하던 세대 갈등은 서서히 잡혔다.
게다가 본 게임에 들어가자 티홀릭은 다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입 모양으로 단어를 읽는 미니 게임을 이긴 그들이 쉬운 주장을 잡았다가, 역으로 ‘설득당해야 하는’ 룰을 깨닫고 망연자실하기까지.
[10억 받기 VS 조난 당하기]
[MC 김막내 : 자자, 상대의 주장을 잘 활용해서 ‘왜 내가 설득당했는지’ 확실히 대답해 주세요~]
예능에서 기대할 법한 웃긴 반전이 알차게 들어있었다!
“아하하학!!”
차유진과 김래빈이 미니 게임에서 망했을 때도 웃겼는데, 심지어 그게 잘한 일이라니!
화면의 차유진도 자신의 멤버들에게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차유진 : 우리 좋아요! 김래빈! 잘 졌어!]
[김래빈 : 네 입 모양이 너무 빠르고 부정확해서 진 거니까, 사실 이 이득은 네가 불러온 거야!]
[칭찬해 주는 거 맞지 얘들아…?]
그 깨알 같은 리액션들이 티홀릭의 절망과 맞물리자 더 웃겼다.
그리고 박문대는 또 깔끔히 상황을 정리했다.
[박문대 : 다들 잘했어. 여기서부턴 우리가 이겨서 잘해보자.]
[차유진 : Go TeSTAR!]
[김래빈 : 옙!]
-유치원 선생님 같은데욬ㅋㅋㅋ
-이 컷만 자르면 스포츠 경기인 줄 알겠다
-박문대가 어른스럽네
채널 앱에서 시청자들은 한바탕 웃은 뒤, 훈훈하게 팀 분위기를 칭찬했다.
동시에 저렇게 침착한 박문대가 티홀릭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어떻게 당황할지 기대하기도 했다.
-티벳여우 드디어 나오나요ㅋㅋㅋ
-얘 나름 똑똑한 것 같던데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됨
-이성적인 게스트일수록 더 당황함 내가 봤음ㅋㅋㅋㅋ
그리고 이 기대치는 티홀릭이 깐족거리며 게임을 끌고 가는 동안에는, 금방 충족될 것만 같았다.
박문대가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박문대 : 저희 팀원들은 10억보다 조난을 고를 것 같습니다.]
박문대는 진지한 얼굴로 개소리를 했다.
“…??”
대학원생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했다.
그러나 박문대는 미친 듯이 폭주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뻔뻔한 얼굴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건 방금 전 티홀릭의 개그용 뻔뻔함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의 진지함이었다.
왜냐하면, 이기려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지는 쪽 주장을 밀어주고 있었으니까!
그 진정한 심정을 대변하듯, 자막까지 달렸다.
[박문대 : 지금 이 한 코너만의 문제로 신념을 내려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광기]
-X발 박문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티벳문대 얼굴이 이렇게 나와?
-이게 무슨 개소리야~~~~~
심지어 테스타 멤버들이 하나씩 동조하는 장면은 개그나 다름없었다. 대화 한 번으로 설득이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납득이 된다고?]
게다가 박문대의 논리구조 자체는 간결하고 알아듣기 편했다.
경험상 조난이 더 뜻깊었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설득력 있어서 더 킹받네
-알겠습니다 조난이 최고 결코 조난 반드시 조난
그리고 여기에 티홀릭이 휘말려서 반박하며 상황이 평소와 완전히 반대로 뒤집혀 버렸다.
사실 테스타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 확 뒤집는 것이 맞건만, 예상 못 한 개소리에 휘말려 들며 리액션적인 반박부터 나온 것이다.
[마틴 : 여러분! 우리 제발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봅시다…. 조난이 좋다는 게 말이 돼??]
[김래빈 : 이 주장을 현실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더 말이 됩니다. 앞서 문대 형께서 말씀하셨듯이, 저희가 조난 당해 봤자 현대문명 속입니다!]
그리고 쭉 스쳐 지나가는 자료화면.
테스타의 섬 조난 예능 컷들이다.
[경험자의 주장]
[얻은 것 : 예능 대박, 다음 앨범 타이틀, 돈, 명성, 깨달음]
[☆와, 조난이 10억보다 좋다!☆]
[솔깃한데요…? by 제작진]
제작진이 승복해버린 순간, 시청자들도 인정했다.
-이건 주장이 잘못했다
-ㅅㅂ 애들 진짜 좋았나봨ㅋㅋㅋㅋ
-오 테스타 섬 예능에서 끝내주는 조난을 경험했나 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톡홀름 증후군 아니냐 조난과 사랑에 빠진 거지
물론, 자료화면을 보지 못한 화면의 티홀릭은 굴하지 않고 열심히 다른 논리를 폈다.
중요 쟁점은 ‘그래도 위험할 수 있다!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였다.
하지만 박문대는 슬픈 눈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을 뿐이다.
[박문대 : 그건… 조난이 아니라 슬픈 사고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진태 : 조난도 사고야아아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태 목에 핏대 선닼ㅋㅋㅋㅋㅋ
티홀릭은 분명 설득당해야 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자신들이 어떻게든 지려고 노력 중인 이 상황에 혼란스러워했다.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빨려 들어가는 우주와 은하 배경을 편집해 넣은 제작진들은 흔들리는 자막도 거창히 넣었다.
[Z세대… 무섭다!]
-묶지 말아주세요
-아니다 문대가 문대가또한 것뿐이다
-팝콘닭발좌 어디 안 갔구나 초심이 살아있어
그리고 대학원생은 깨달았다.
‘문대… 4차원 캐릭터였지.’
최근에 멋지고 센스있는 모습만 느라 잊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이돌은 첫 등장부터 을 춘 비범한 성격이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티홀릭의 마지막 반발은 진지하고 논리적인 접근으로까지 발전해 버렸다.
[마틴 : 하지만! 그건 테스타의 경우잖아요! 우리 팀은 아닌데? 아닐 텐데? 우린 조난 싫어요!]
그러나 차유진이 해맑게 물었다.
[차유진 : 선배님 조난 당했어요?]
[마틴 : 아, 아니요]
[차유진 : 그럼 진짜 싫은지 몰라요! 해봐야 알아요!]
[!!!!]
박문대는 입을 떡 벌린 상대팀에게 깍지를 낀 채 차분히 말했다.
[박문대 : 차라리 같은 직종인 데다 직접 경험해 본 후배의 증언을 신뢰해 보시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차유진 : 맞아요. 경험 중요해요!]
[김래빈 : 과연 지혜로운 말씀이십니다.]
-지혜 같은 소리하네 진짴ㅋㅋㅋㅋㅋㅋㅋ
채팅이 교차하며, 화면의 멍청해 보이는 티홀릭 멤버의 얼굴 위로 거대한 도장 자막이 찍혔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
그렇게 티홀릭은 껍데기뿐인 승리를 얻게 되었다….
[MC 김막내 : 자자, 이제 정리할 시간입니다~ 여러분, 설득된 이유를 준비하셨나요?]
결국 티홀릭은 자신의 입으로 개소리를 선언했다.
[하진태 : 조난은… 우리가 아이돌이라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성장과 금전적 이득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진태 : 그러니까… 조난은! 단순한 10억보다 내년 우리 목표로 삼을 만하다! 으아악!]
[MC 김막내 : 오케이~ 아주 설득력 있네요!]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제작진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 폭소로 인한 것이었다.
[하진태 : 웃지마 이 사람들아!! 이게 웃겨?? 우리 내년에 조난을 목표로 삼게 생겼다고!]
그 와중에 테스타 셋은 고개를 꾸벅거렸다.
[박문대 : 비록 졌지만 잘 싸웠다고 생각합니다.]
[마틴 : 뭔 소리예요, 지려고 최선을 다했으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온화한 테스타 멤버들의 얼굴을 카메라가 하나씩 잡아주는 것은 콩트가 따로 없었다.
“아, 진짜!!”
대학원생은 깔깔 웃었다!
박문대는 그제야 표정을 슬쩍 풀고, ‘즐거웠습니다’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예능이라는 표시에, 김래빈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충격을 받는 것이 한 번 더 웃음을 준 후….
다음 코너가 왔다.
[게임에서 이기면 홍보가, 지면 벌칙이 주어진다.]
[과연, 테스타에게 주어진 벌칙은??]
지금까지 벌칙은 주로 우스꽝스러운 밈 재현이나 개그용 무대였다.
대학원생은 함박웃음을 띄운 채 두근거리며 벌칙 판을 응시했다.
핑핑 돌아가던 벌칙 판은, 천천히 기세를 늦추더니….
[!!!!]
충격적인 벌칙을 공개했다!
* * *
“아~ 오늘 촬영 잘됐다.”
“고생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두 놈과 함께 꾸벅꾸벅 티홀릭 놈들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이놈들은 카메라가 꺼진 순간, 분위기에 휘말리던 것이 거짓말처럼 침착해졌다.
‘역시 예능용이었나.’
서로에게 막말을 폭포수처럼 터뜨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냥 오래 본 직장동료 같은 태세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저게 비결일 수도 있겠군.’
그때, 촬영 중에 제일 핏대 세우며 열심히 떠들던 놈 하나가 슬쩍 말을 붙였다.
“말 잘하던데, 혹시 예능 쪽 관심 많아요?”
“…?”
라인 섭외인가. 나는 깔끔히 대답했다.
“예능 좋죠. 음, 그런데 소속사 정책상 앨범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아아~”
놈은 단번에 이해했다. 그리고 물을 마시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건 선배로서 하는 조언인데… 그룹이 음악 활동만 하면서 오래오래 잘되긴 어려워요. 좀 아이러니하지만 오래 그룹 하려면 각자가 잘돼야 하더라고요.”
“음.”
“사람들이~ 빨리 질리고 마음이 한결같지가 않아.”
경험담인가.
마침 내 옆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김래빈이 챙겨온 티홀릭의 앨범을 조심스럽게 내밀고 사인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에이~ 이런 걸 가지고 뭘. 뭐 다른 거 필요한 건 없고?”
“그, 그럼! 오랫동안 그룹 활동을 지속해 온 원동력에 대한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래빈은 눈을 반짝였고, 티홀릭 멤버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너무 서로에게 기대하지 말자?”
“예…?”
“우리가 서로 마음이 맞아서 친구 하자고 한 게 아니라, 같은 팀으로 묶였기 때문에 가까운 사이란 걸 잊지 않으면 좀 편하지.”
제법 진지한 조언이었다.
‘옆의 놈이 네 친구는 아니니 안 맞아도 그러려니 하라는 뜻인가.’
김래빈이 차유진과 투닥거리는 걸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 모양이다.
그래도 아무래도 김래빈의 분위기 때문에 안 하던 소리가 튀어나왔는지, 티홀릭 멤버 스스로도 약간 당황한 눈치였다.
“그렇군요!”
그러나 김래빈은 이 말을 자체적으로 해석했다.
“그게 바로 가족과의 유사점이었습니다. 가족을 스스로 고를 수 없는 것과 비슷하군요.”
“…??”
“비록 친목을 목적으로 하여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연대감이 자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 그래요. 파이팅!”
티홀릭은 희한하다는 얼굴이었으나, 그동안 별 캐릭터를 다 만났는지 따지려 들진 않았다.
‘…웃긴 녀석.’
나는 피식 웃고, 내 앞의 예능 인맥 제안 비슷한 것을 한 놈을 도로 쳐다보았다.
“그래도 아직은 그룹 활동에 집중해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놈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소속사가 그렇다면 별수 없죠.”
나는 적당히 예의 바르게 대화를 마무리한 후, 싸인을 갈무리하던 김래빈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벌칙, 사흘 내로 준비할 수 있겠어?”
“문제없습니다.”
김래빈은 밝게 웃었다.
이번에 받을 벌칙은… M세대 유년기의 로망.
애니메이션 주제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02화
테스타 편.
워낙 최근 인지도가 좋아서 다들 한 번쯤은 클립으로라도 본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사람들은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그림이 있었다.
-티홀릭 아재들 테스타 엄청 놀려먹겠네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애들 엄청 귀여울 것 같아ㅠㅠ
-편하게 잘 놀다 와!
웃긴 티홀릭. 그리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게스트의 생생한 리액션!
게스트를 부를 때 이 프로그램은 주로 티홀릭의 웃긴 행동과 그에 대한 게스트들의 리액션을 웃음 요소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사이를 능수능란하게 게스트가 출연한 목적인 홍보로 때워주는 것이 호평의 이유기도 했다.
게스트의 팬과 티홀릭의 팬이 모두 상부상조하며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그림!
그러나 이번 테스타의 화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티홀릭은 초반 자기소개 때부터 사정없이 밀리더니, 기어코 본인들의 리액션으로 분량을 채우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다 테스타 Z세대 광기ㅋㅋㅋ
절묘한 편집은 모든 것을 세대 격차로 해석하며 가장 웃긴 대화와 리액션만을 싹싹 긁어모았다.
평소 이 예능과는 색다른 맛이었으나, 웃긴 건 분명했다.
‘테스타 애들이 진짜 개성이 넘치긴 하지!’
대학원생은 선공개에 이어 본편 초반을 보면서도 몇 번이나 폭소했다.
그 와중에 티홀릭의 안식처는 오로지 문대뿐인 것 같은 것도 괜히 뿌듯했다.
박문대는 미친 듯이 폭주하는 두 막내의 고삐를 잡고선, 차분하게 해야 할 일을 풀어나갔다.
투어를 홍보하고, 티홀릭과의 연관성을 언급하고, 곡도 한 곡 부르고….
박문대의 팬들은 기특해하며 그 광경을 앓았다.
-문대 연상미 무슨 일이야
-사실 우리 애가 따지자면 막내 라인이거든요 완전 막내라인 대장이에요ㅠㅠ
-문댕댕 다 컸구나
정말 예능에 출연한 아이돌 리더의 정석이었다! 결국 화면에서 폭주하던 세대 갈등은 서서히 잡혔다.
게다가 본 게임에 들어가자 티홀릭은 다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입 모양으로 단어를 읽는 미니 게임을 이긴 그들이 쉬운 주장을 잡았다가, 역으로 ‘설득당해야 하는’ 룰을 깨닫고 망연자실하기까지.
예능에서 기대할 법한 웃긴 반전이 알차게 들어있었다!
“아하하학!!”
차유진과 김래빈이 미니 게임에서 망했을 때도 웃겼는데, 심지어 그게 잘한 일이라니!
화면의 차유진도 자신의 멤버들에게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깨알 같은 리액션들이 티홀릭의 절망과 맞물리자 더 웃겼다.
그리고 박문대는 또 깔끔히 상황을 정리했다.
-유치원 선생님 같은데욬ㅋㅋㅋ
-이 컷만 자르면 스포츠 경기인 줄 알겠다
-박문대가 어른스럽네
채널 앱에서 시청자들은 한바탕 웃은 뒤, 훈훈하게 팀 분위기를 칭찬했다.
동시에 저렇게 침착한 박문대가 티홀릭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어떻게 당황할지 기대하기도 했다.
-티벳여우 드디어 나오나요ㅋㅋㅋ
-얘 나름 똑똑한 것 같던데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됨
-이성적인 게스트일수록 더 당황함 내가 봤음ㅋㅋㅋㅋ
그리고 이 기대치는 티홀릭이 깐족거리며 게임을 끌고 가는 동안에는, 금방 충족될 것만 같았다.
박문대가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박문대는 진지한 얼굴로 개소리를 했다.
“…??”
대학원생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했다.
그러나 박문대는 미친 듯이 폭주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뻔뻔한 얼굴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건 방금 전 티홀릭의 개그용 뻔뻔함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의 진지함이었다.
왜냐하면, 이기려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지는 쪽 주장을 밀어주고 있었으니까!
그 진정한 심정을 대변하듯, 자막까지 달렸다.
?[광기]
-X발 박문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티벳문대 얼굴이 이렇게 나와?
-이게 무슨 개소리야~~~~~
심지어 테스타 멤버들이 하나씩 동조하는 장면은 개그나 다름없었다. 대화 한 번으로 설득이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문대의 논리구조 자체는 간결하고 알아듣기 편했다.
경험상 조난이 더 뜻깊었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설득력 있어서 더 킹받네
-알겠습니다 조난이 최고 결코 조난 반드시 조난
그리고 여기에 티홀릭이 휘말려서 반박하며 상황이 평소와 완전히 반대로 뒤집혀 버렸다.
사실 테스타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 확 뒤집는 것이 맞건만, 예상 못 한 개소리에 휘말려 들며 리액션적인 반박부터 나온 것이다.
그리고 쭉 스쳐 지나가는 자료화면.
테스타의 섬 조난 예능 컷들이다.
제작진이 승복해버린 순간, 시청자들도 인정했다.
-이건 주장이 잘못했다
-ㅅㅂ 애들 진짜 좋았나봨ㅋㅋㅋㅋ
-오 테스타 섬 예능에서 끝내주는 조난을 경험했나 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톡홀름 증후군 아니냐 조난과 사랑에 빠진 거지
물론, 자료화면을 보지 못한 화면의 티홀릭은 굴하지 않고 열심히 다른 논리를 폈다.
중요 쟁점은 ‘그래도 위험할 수 있다!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였다.
하지만 박문대는 슬픈 눈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을 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태 목에 핏대 선닼ㅋㅋㅋㅋㅋ
티홀릭은 분명 설득당해야 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자신들이 어떻게든 지려고 노력 중인 이 상황에 혼란스러워했다.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빨려 들어가는 우주와 은하 배경을 편집해 넣은 제작진들은 흔들리는 자막도 거창히 넣었다.
-묶지 말아주세요
-아니다 문대가 문대가또한 것뿐이다
-팝콘닭발좌 어디 안 갔구나 초심이 살아있어
그리고 대학원생은 깨달았다.
‘문대… 4차원 캐릭터였지.’
최근에 멋지고 센스있는 모습만 느라 잊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이돌은 첫 등장부터 을 춘 비범한 성격이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티홀릭의 마지막 반발은 진지하고 논리적인 접근으로까지 발전해 버렸다.
그러나 차유진이 해맑게 물었다.
박문대는 입을 떡 벌린 상대팀에게 깍지를 낀 채 차분히 말했다.
-지혜 같은 소리하네 진짴ㅋㅋㅋㅋㅋㅋㅋ
채팅이 교차하며, 화면의 멍청해 보이는 티홀릭 멤버의 얼굴 위로 거대한 도장 자막이 찍혔다.
그렇게 티홀릭은 껍데기뿐인 승리를 얻게 되었다….
결국 티홀릭은 자신의 입으로 개소리를 선언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제작진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 폭소로 인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 테스타 셋은 고개를 꾸벅거렸다.
온화한 테스타 멤버들의 얼굴을 카메라가 하나씩 잡아주는 것은 콩트가 따로 없었다.
“아, 진짜!!”
대학원생은 깔깔 웃었다!
박문대는 그제야 표정을 슬쩍 풀고, ‘즐거웠습니다’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예능이라는 표시에, 김래빈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충격을 받는 것이 한 번 더 웃음을 준 후….
다음 코너가 왔다.
지금까지 벌칙은 주로 우스꽝스러운 밈 재현이나 개그용 무대였다.
대학원생은 함박웃음을 띄운 채 두근거리며 벌칙 판을 응시했다.
핑핑 돌아가던 벌칙 판은, 천천히 기세를 늦추더니….
충격적인 벌칙을 공개했다!
* * *
“아~ 오늘 촬영 잘됐다.”
“고생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두 놈과 함께 꾸벅꾸벅 티홀릭 놈들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이놈들은 카메라가 꺼진 순간, 분위기에 휘말리던 것이 거짓말처럼 침착해졌다.
‘역시 예능용이었나.’
서로에게 막말을 폭포수처럼 터뜨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냥 오래 본 직장동료 같은 태세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저게 비결일 수도 있겠군.’
그때, 촬영 중에 제일 핏대 세우며 열심히 떠들던 놈 하나가 슬쩍 말을 붙였다.
“말 잘하던데, 혹시 예능 쪽 관심 많아요?”
“…?”
라인 섭외인가. 나는 깔끔히 대답했다.
“예능 좋죠. 음, 그런데 소속사 정책상 앨범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아아~”
놈은 단번에 이해했다. 그리고 물을 마시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건 선배로서 하는 조언인데… 그룹이 음악 활동만 하면서 오래오래 잘되긴 어려워요. 좀 아이러니하지만 오래 그룹 하려면 각자가 잘돼야 하더라고요.”
“음.”
“사람들이~ 빨리 질리고 마음이 한결같지가 않아.”
경험담인가.
마침 내 옆에서도 비슷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김래빈이 챙겨온 티홀릭의 앨범을 조심스럽게 내밀고 사인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에이~ 이런 걸 가지고 뭘. 뭐 다른 거 필요한 건 없고?”
“그, 그럼! 오랫동안 그룹 활동을 지속해 온 원동력에 대한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래빈은 눈을 반짝였고, 티홀릭 멤버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너무 서로에게 기대하지 말자?”
“예…?”
“우리가 서로 마음이 맞아서 친구 하자고 한 게 아니라, 같은 팀으로 묶였기 때문에 가까운 사이란 걸 잊지 않으면 좀 편하지.”
제법 진지한 조언이었다.
‘옆의 놈이 네 친구는 아니니 안 맞아도 그러려니 하라는 뜻인가.’
김래빈이 차유진과 투닥거리는 걸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 모양이다.
그래도 아무래도 김래빈의 분위기 때문에 안 하던 소리가 튀어나왔는지, 티홀릭 멤버 스스로도 약간 당황한 눈치였다.
“그렇군요!”
그러나 김래빈은 이 말을 자체적으로 해석했다.
“그게 바로 가족과의 유사점이었습니다. 가족을 스스로 고를 수 없는 것과 비슷하군요.”
“…??”
“비록 친목을 목적으로 하여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연대감이 자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 그래요. 파이팅!”
티홀릭은 희한하다는 얼굴이었으나, 그동안 별 캐릭터를 다 만났는지 따지려 들진 않았다.
‘…웃긴 녀석.’
나는 피식 웃고, 내 앞의 예능 인맥 제안 비슷한 것을 한 놈을 도로 쳐다보았다.
“그래도 아직은 그룹 활동에 집중해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놈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소속사가 그렇다면 별수 없죠.”
나는 적당히 예의 바르게 대화를 마무리한 후, 싸인을 갈무리하던 김래빈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벌칙, 사흘 내로 준비할 수 있겠어?”
“문제없습니다.”
김래빈은 밝게 웃었다.
이번에 받을 벌칙은… M세대 유년기의 로망.
애니메이션 주제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