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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30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0화
친구의 부탁으로 방청을 온 여성은 그럭저럭 시야가 좋은 중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좀 어색하네.’
혼자서 이런 관람을 하는 것이 처음인 여성이 머쓱해할 때, 옆자리의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누구 보러 오셨어요?”
“네? 어… 박문대?”
“아……. 네.”
슬로건을 한 손에 들고 있던 옆자리는 위아래로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곧 자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휙 고개를 돌렸다.
“…….”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괜히 와서 기분과 시간만 버리는 느낌에, 여성은 뚱한 상태로 첫 무대를 방청하기 시작했다.
“첫 무대는……. ‘롤링커플’의 입니다!”
MC의 우렁찬 소개와 함께, 활동 2번 끝에 망한 혼성 아이돌인 ‘롤링커플’의 무대가 스크린을 통해 잠시 상영되었다.
‘숨은 명곡이라 잘 모르는 방청객을 배려’, ‘원곡자에 대한 예우’라는 명분으로 하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뜨지 못한 옛 아이돌의 촌스러운 무대와 현 참가자들의 무대를 대비시키는 의도였다.
“그리고 이 무대를 재해석한 참가자들은… 하일준, 지태우, 이세진, 선아현, 최나훈, 석희강, 그리고 최원길입니다~ ‘기간틱’ 팀! 입장해 주세요!”
원곡의 무대화면이 뚝 꺼지더니, 참가자들의 프로필 사진이 MC의 호명에 따라 한 칸씩 스크린을 채웠다.
그리고 스크린이 서서히 꺼지며,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손바닥을 맞대면 느껴지는 Feel~
방긋 웃는 큰세진의 얼굴이 화면을 채웠다.
따단따-
그리고 빠른 비트의 일렉트로 하우스 반주와 함께 화려한 군무가 무대 위에 펼쳐졌다.
‘우와…….’
화면으로 볼 때와 달리, 현장에서는 안무의 공간감이 살아있는 탓에 더 박력 있게 느껴졌다.
아이돌 무대를 처음으로 직접 관람하는 여성에게는 약간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발라드 가수 말고 댄스 가수 콘서트도 좀 다녀볼 걸 그랬나?’
그녀는 무심코 후회하면서, 눈앞의 무대를 즐겁게 몰입해서 관람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무대가 끝난 뒤에 퇴장하는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낼 때 즈음에는 완전히 들뜬 상태였다.
‘이거 좀 재밌는데?’
무대 중간중간 준비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지루했지만, 방송 장비가 돌아가는 중에 연예인들의 무대를 보는 것은 색다른 맛이 있었다.
아쉬운 점은 참가자들에 따라 팀의 실력이 들쑥날쑥했다는 점이었다.
‘이 팀은 좀…… 그렇네.’
두 번째 팀은 아쉬웠고, 세 번째, 네 번째 팀은 꽤 재밌었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덕질’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각 무대에 대한 자세한 감상보다는 뭉뚱그린 느낌만 남아서 쓱쓱 잊어버렸다.
일단 지금까지는 첫 번째 팀이 가장 잘했다, 그 정도가 머리에 남은 감상이었다.
‘나가면서 가장 좋았던 두 팀에 투표하라고 했지?’
일단 한 자리에 첫 번째 팀을 넣어둔 채로, 그녀는 계속 무대를 관람했다.
그다음 팀들도 나름대로 컨셉이 있고 재밌었지만, 첫 팀만큼 큰 감흥은 없었다.
‘음, 약간 피곤하다.’
사실 후반 팀들의 실력이 전반보다 뒤떨어지진 않았다.
단지 계속 잘 모르는 곡을 연달아서 보고 있자니, 처음의 신선함이 사라지고 지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친구에게 부탁받은 참가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팀 아닌가?’
그녀는 스마트폰을 켜보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겨우 다음 팀 소개를 집중해서 들었다.
“이번 무대는… 밴드 ‘태양섬’의 입니다!”
그리고 스크린에 10년 전쯤 음악방송으로 보이는 영상이 떴다.
‘아, 이 노래.’
야구 좋아하는 친구와 갔던 야구장에서 들었던 응원가다.
‘원래는 이렇게 불렀었구나…….’
뭐랄까, 야구장에서처럼 신나지는 않았다. 그냥 굉장히 고음이 많고, 힘든 곡이구나 싶었다.
그녀는 열창하는 화면 속 보컬을 별 감흥 없이 흘려 보다가, MC의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 무대를 재해석한 참가자들입니다! 류청우, 이세진, 김유준, 박문대, 민정훈, 김래빈, 그리고 차유진!”
‘방금 박문대라고 했지?’
그녀는 황급히 스크린을 다시 응시했다. 스크린에서는 이번 참가자들의 프로필 사진이 떠올라 있었다.
‘아, 다들 아는 애들이다.’
유명한 참가자들이 많아서 마지막 팀이었구나.
그녀는 다시 올라오는 기대감에 자리를 고쳐앉았다. 주변에서 아까보다 몇 배는 커진 환호성이 귀를 찔렀다.
‘세상에, 진짜 인기 많네.’
“바로, ‘영웅가’ 팀! 지금 입장합니다~”
이름이 촌스럽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무대가 캄캄해졌다.
스크린 불빛도 사라진 검은 무대였다.
그 위로 한 줄기 푸른 스포트라이트가 꽂히는 순간.
검지를 총구처럼 하늘로 치켜들고 있는 참가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레이싱복 같은 패턴의 훤칠한 검은 점프슈트가 강렬한 푸른 조명을 흡수했다.
그 손에서는 빨간 핑거 슈트가 조명에 반들거렸다.
그리고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Yah, yah… Hero Time
[HERO TIME!]
순간, 같은 글자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끼이이익!
강렬한 베이스가 노골적인 글리치 소리와 함께 스피커를 찢기 시작했다.
무대의 모든 조명이 터지듯이 돌아왔다. 그리고 일곱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쭉쭉 뻗은 팔다리가 바닥을 치고 몸을 꺾으며 칼같이 정교한 군무가 펼쳐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패턴이 다른 검은 점프슈트 차림이었다.
가운데 위치한 차유진이 노래를 시작했다.
-타오르네 내 마음이
태양처럼 찬란하게
뒤에서 몸을 든 참가자가 이어받아 불렀다.
-저 멀리 하늘 높이 닿아
더 멀리 날아 잡을 수 있게
전형적인 밴드 사운드가 흘러야 할 반주 자리에는, 락킹한 느낌만 남은 채 무겁고 강렬한 덥스텝 사운드가 깔렸다.
WOB- WOB- WOB- WEEEB–!
BRMMMM–!
그리고 다시 군무.
한 손을 뻗는 참가자들이 마치 마샬아츠를 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무대를 쳐다보았다. 자기 파트에서 더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이 시선을 붙잡았다.
안무는 자잘한 움직임 없이 크고 확실한 동작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자칫 단조롭고 과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은, 눈 깜짝할 사이 바뀌는 동선 덕분에 그저 강력해졌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하나
타오르는 황홀한 열정
남색 헤어밴드를 한 류청우가 프리코러스를 불렀다.
무언가를 쏘는 것 같은 묘하고 멋진 안무가 섞여 있다 싶은 순간, 코러스가 터져 나왔다.
-날아가! 난 끝까지~
저 태양처럼 빛날 그 날까지!
앞으로 다리를 박차며 시원하게 고음을 뻗은 참가자의 머리색은 반짝거리는 금발이었다.
샛노란 광택의 초커가 마치 자신의 머리로 만든 것처럼 어울렸다.
그 높은음을 내면서, 참가자는 씩 웃고 있었다.
‘미친.’
쟤가 문대야? 여자는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사, 사진 너무 못 찍잖아……!’
친구가 자기가 찍었다며 보여준 사진에서는 안 저랬다!
저렇게 잘하고 귀여운 애는 그렇게 찍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미 형성된 낮은 기대치를 두들겨 패는 것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원래 취향 이기는 장사는 없는 법이었다.
‘내가 걔랑 취향이 비슷했구나…!’
그녀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을 때, 무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문대가 앉으며 비켜난 자리로 김래빈이 들어왔다.
보랏빛 렌즈가 든 고글이 빗장뼈 부근에서 흔들렸다.
-Rising like a star
Shining like the sun
‘어?’
원곡에서 계속 후렴의 고음이 나와야 할 부분에, 대신 랩이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남은 후렴구 멜로디가 사라지진 않았다.
대신 마치 샘플러처럼 신디사이저로 처리되어, 힙한 덥스텝 반주 위에 쨍한 소리로 더해졌다.
그 위로 랩이 얹어지니, 앞선 고음의 기세가 죽지 않았다. 도리어 듣기 편해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 부분의 가사가 올드했기에, 영어로 직역한 랩 가사가 차라리 곡을 더 현대적으로 만들었다.
-날아가네! 이 순간~
여긴 태양처럼 타오르는, 시간!
-Take your wings
and fly up
Let’s catch up
to the moon!
‘와…….’
원곡을 잘 모르던 여성은 그냥 ‘이쪽이 더 낫다.’ 정도의 감상만을 느꼈지만, 그래도 다른 팀보다 훨씬 편곡이 좋다는 것은 확실히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무대가 멋있었다.
마지막 후렴이 나올 즈음에 그녀는 거의 홀린 채로 무대를 향해 등받이에서 몸을 숙이고 있었다.
-날아가! 저 끝까지~
이번에는 박문대와 김래빈이 각각 대형의 끝에서 주고받는 것처럼 후렴을 불렀다.
마치 일체형처럼 움직이는 안무가 파동처럼 보였다.
청보라 레이저 빛 아래에서 검은 점프슈트는 마치 SF 코믹스 캐릭터같은 느낌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초고음의 마지막 후렴 마디.
-네 세상을 구하리!
“허어어억.”
그녀는 육성으로 나오려는 신음을 삼켰다.
하얀 핀포인트 조명 속에서 고개를 드는 박문대는 진짜 당장이라도 세상을 구할 것 같았다.
아니, 일단 자신은 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무대에서는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와 함께 백 텀블링을 하며 차유진이 튀어나왔다.
허공을 가른 몸은 마치 액션 영화 속 시퀀스처럼 무대 바닥으로 착지했다.
툭.
아주 상징적인, 슈퍼히어로 랜딩이었다.
탑 라인 남은 반주 위로, 글리치 섞인 안내방송 같은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Thank you for flying Hero Air today…….
무대 위의 소년들은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리고 동시에 한 손 엄지를 들어 올린 채, 곡이 끝났다.
그 순간, 그녀는 주변이 엄청난 소음에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아아아악!!”
“으아아으악!!!”
무대에 집중하느라 무의식중에 무시했던 온갖 환호와 비명이 귀를 울렸다.
더 신기했던 것은, 그녀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쳤어!! 미쳤다!!”
아까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옆자리 사람도 거의 자리에서 튀어나갈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손에 든 슬로건은 이미 다 구겨진 채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탓에 본연의 역할을 전혀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씩 웃는 박문대, 초고음을 쭉 미는 박문대, 뒤로 도는 박문대가 끝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동시에 눈앞에서 퇴장하는 박문대의 모습을 한 컷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생각했다.
‘투표!! 투표를 해야 돼!’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를 확신했다.
‘무조건 1위!! 무조건 1위다!’
이 팀이 승자였다!
* * *
무대가 전부 끝난 뒤, 방청객들이 나간 텅 빈 관객석 앞에서는 곧바로 등수 발표가 시작되었다.
팀마다 일렬로 선 참가자들을 앞에 두고, MC는 다음 순위를 발표했다.
“3위는… 을 재해석한 ‘영웅가’ 팀입니다!”
“헐?”
“야 말도 안 돼.”
MC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이럴 줄 알았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0화

친구의 부탁으로 방청을 온 여성은 그럭저럭 시야가 좋은 중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좀 어색하네.’

혼자서 이런 관람을 하는 것이 처음인 여성이 머쓱해할 때, 옆자리의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누구 보러 오셨어요?”

“네? 어… 박문대?”

“아……. 네.”

슬로건을 한 손에 들고 있던 옆자리는 위아래로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곧 자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휙 고개를 돌렸다.

“…….”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괜히 와서 기분과 시간만 버리는 느낌에, 여성은 뚱한 상태로 첫 무대를 방청하기 시작했다.

“첫 무대는……. ‘롤링커플’의 입니다!”

MC의 우렁찬 소개와 함께, 활동 2번 끝에 망한 혼성 아이돌인 ‘롤링커플’의 무대가 스크린을 통해 잠시 상영되었다.

‘숨은 명곡이라 잘 모르는 방청객을 배려’, ‘원곡자에 대한 예우’라는 명분으로 하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뜨지 못한 옛 아이돌의 촌스러운 무대와 현 참가자들의 무대를 대비시키는 의도였다.

“그리고 이 무대를 재해석한 참가자들은… 하일준, 지태우, 이세진, 선아현, 최나훈, 석희강, 그리고 최원길입니다~ ‘기간틱’ 팀! 입장해 주세요!”

원곡의 무대화면이 뚝 꺼지더니, 참가자들의 프로필 사진이 MC의 호명에 따라 한 칸씩 스크린을 채웠다.

그리고 스크린이 서서히 꺼지며,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손바닥을 맞대면 느껴지는 Feel~

방긋 웃는 큰세진의 얼굴이 화면을 채웠다.

따단따-

그리고 빠른 비트의 일렉트로 하우스 반주와 함께 화려한 군무가 무대 위에 펼쳐졌다.

‘우와…….’

화면으로 볼 때와 달리, 현장에서는 안무의 공간감이 살아있는 탓에 더 박력 있게 느껴졌다.

아이돌 무대를 처음으로 직접 관람하는 여성에게는 약간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발라드 가수 말고 댄스 가수 콘서트도 좀 다녀볼 걸 그랬나?’

그녀는 무심코 후회하면서, 눈앞의 무대를 즐겁게 몰입해서 관람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무대가 끝난 뒤에 퇴장하는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낼 때 즈음에는 완전히 들뜬 상태였다.

‘이거 좀 재밌는데?’

무대 중간중간 준비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지루했지만, 방송 장비가 돌아가는 중에 연예인들의 무대를 보는 것은 색다른 맛이 있었다.

아쉬운 점은 참가자들에 따라 팀의 실력이 들쑥날쑥했다는 점이었다.

‘이 팀은 좀…… 그렇네.’

두 번째 팀은 아쉬웠고, 세 번째, 네 번째 팀은 꽤 재밌었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덕질’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각 무대에 대한 자세한 감상보다는 뭉뚱그린 느낌만 남아서 쓱쓱 잊어버렸다.

일단 지금까지는 첫 번째 팀이 가장 잘했다, 그 정도가 머리에 남은 감상이었다.

‘나가면서 가장 좋았던 두 팀에 투표하라고 했지?’

일단 한 자리에 첫 번째 팀을 넣어둔 채로, 그녀는 계속 무대를 관람했다.

그다음 팀들도 나름대로 컨셉이 있고 재밌었지만, 첫 팀만큼 큰 감흥은 없었다.

‘음, 약간 피곤하다.’

사실 후반 팀들의 실력이 전반보다 뒤떨어지진 않았다.

단지 계속 잘 모르는 곡을 연달아서 보고 있자니, 처음의 신선함이 사라지고 지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친구에게 부탁받은 참가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팀 아닌가?’

그녀는 스마트폰을 켜보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겨우 다음 팀 소개를 집중해서 들었다.

“이번 무대는… 밴드 ‘태양섬’의 입니다!”

그리고 스크린에 10년 전쯤 음악방송으로 보이는 영상이 떴다.

‘아, 이 노래.’

야구 좋아하는 친구와 갔던 야구장에서 들었던 응원가다.

‘원래는 이렇게 불렀었구나…….’

뭐랄까, 야구장에서처럼 신나지는 않았다. 그냥 굉장히 고음이 많고, 힘든 곡이구나 싶었다.

그녀는 열창하는 화면 속 보컬을 별 감흥 없이 흘려 보다가, MC의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 무대를 재해석한 참가자들입니다! 류청우, 이세진, 김유준, 박문대, 민정훈, 김래빈, 그리고 차유진!”

‘방금 박문대라고 했지?’

그녀는 황급히 스크린을 다시 응시했다. 스크린에서는 이번 참가자들의 프로필 사진이 떠올라 있었다.

‘아, 다들 아는 애들이다.’

유명한 참가자들이 많아서 마지막 팀이었구나.

그녀는 다시 올라오는 기대감에 자리를 고쳐앉았다. 주변에서 아까보다 몇 배는 커진 환호성이 귀를 찔렀다.

‘세상에, 진짜 인기 많네.’

“바로, ‘영웅가’ 팀! 지금 입장합니다~”

이름이 촌스럽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무대가 캄캄해졌다.

스크린 불빛도 사라진 검은 무대였다.

그 위로 한 줄기 푸른 스포트라이트가 꽂히는 순간.

검지를 총구처럼 하늘로 치켜들고 있는 참가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레이싱복 같은 패턴의 훤칠한 검은 점프슈트가 강렬한 푸른 조명을 흡수했다.

그 손에서는 빨간 핑거 슈트가 조명에 반들거렸다.

그리고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Yah, yah… Hero Time

순간, 같은 글자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끼이이익!

강렬한 베이스가 노골적인 글리치 소리와 함께 스피커를 찢기 시작했다.

무대의 모든 조명이 터지듯이 돌아왔다. 그리고 일곱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쭉쭉 뻗은 팔다리가 바닥을 치고 몸을 꺾으며 칼같이 정교한 군무가 펼쳐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패턴이 다른 검은 점프슈트 차림이었다.

가운데 위치한 차유진이 노래를 시작했다.

-타오르네 내 마음이

태양처럼 찬란하게

뒤에서 몸을 든 참가자가 이어받아 불렀다.

-저 멀리 하늘 높이 닿아

더 멀리 날아 잡을 수 있게

전형적인 밴드 사운드가 흘러야 할 반주 자리에는, 락킹한 느낌만 남은 채 무겁고 강렬한 덥스텝 사운드가 깔렸다.

WOB- WOB- WOB- WEEEB–!

BRMMMM–!

그리고 다시 군무.

한 손을 뻗는 참가자들이 마치 마샬아츠를 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무대를 쳐다보았다. 자기 파트에서 더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이 시선을 붙잡았다.

안무는 자잘한 움직임 없이 크고 확실한 동작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자칫 단조롭고 과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은, 눈 깜짝할 사이 바뀌는 동선 덕분에 그저 강력해졌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하나

타오르는 황홀한 열정

남색 헤어밴드를 한 류청우가 프리코러스를 불렀다.

무언가를 쏘는 것 같은 묘하고 멋진 안무가 섞여 있다 싶은 순간, 코러스가 터져 나왔다.

-날아가! 난 끝까지~

저 태양처럼 빛날 그 날까지!

앞으로 다리를 박차며 시원하게 고음을 뻗은 참가자의 머리색은 반짝거리는 금발이었다.

샛노란 광택의 초커가 마치 자신의 머리로 만든 것처럼 어울렸다.

그 높은음을 내면서, 참가자는 씩 웃고 있었다.

‘미친.’

쟤가 문대야? 여자는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사, 사진 너무 못 찍잖아……!’

친구가 자기가 찍었다며 보여준 사진에서는 안 저랬다!

저렇게 잘하고 귀여운 애는 그렇게 찍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미 형성된 낮은 기대치를 두들겨 패는 것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원래 취향 이기는 장사는 없는 법이었다.

‘내가 걔랑 취향이 비슷했구나…!’

그녀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을 때, 무대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문대가 앉으며 비켜난 자리로 김래빈이 들어왔다.

보랏빛 렌즈가 든 고글이 빗장뼈 부근에서 흔들렸다.

-Rising like a star

Shining like the sun

‘어?’

원곡에서 계속 후렴의 고음이 나와야 할 부분에, 대신 랩이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남은 후렴구 멜로디가 사라지진 않았다.

대신 마치 샘플러처럼 신디사이저로 처리되어, 힙한 덥스텝 반주 위에 쨍한 소리로 더해졌다.

그 위로 랩이 얹어지니, 앞선 고음의 기세가 죽지 않았다. 도리어 듣기 편해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 부분의 가사가 올드했기에, 영어로 직역한 랩 가사가 차라리 곡을 더 현대적으로 만들었다.

-날아가네! 이 순간~

여긴 태양처럼 타오르는, 시간!

-Take your wings

and fly up

Let’s catch up

to the moon!

‘와…….’

원곡을 잘 모르던 여성은 그냥 ‘이쪽이 더 낫다.’ 정도의 감상만을 느꼈지만, 그래도 다른 팀보다 훨씬 편곡이 좋다는 것은 확실히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무대가 멋있었다.

마지막 후렴이 나올 즈음에 그녀는 거의 홀린 채로 무대를 향해 등받이에서 몸을 숙이고 있었다.

-날아가! 저 끝까지~

이번에는 박문대와 김래빈이 각각 대형의 끝에서 주고받는 것처럼 후렴을 불렀다.

마치 일체형처럼 움직이는 안무가 파동처럼 보였다.

청보라 레이저 빛 아래에서 검은 점프슈트는 마치 SF 코믹스 캐릭터같은 느낌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초고음의 마지막 후렴 마디.

-네 세상을 구하리!

“허어어억.”

그녀는 육성으로 나오려는 신음을 삼켰다.

하얀 핀포인트 조명 속에서 고개를 드는 박문대는 진짜 당장이라도 세상을 구할 것 같았다.

아니, 일단 자신은 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무대에서는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와 함께 백 텀블링을 하며 차유진이 튀어나왔다.

허공을 가른 몸은 마치 액션 영화 속 시퀀스처럼 무대 바닥으로 착지했다.

툭.

아주 상징적인, 슈퍼히어로 랜딩이었다.

탑 라인 남은 반주 위로, 글리치 섞인 안내방송 같은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Thank you for flying Hero Air today…….

무대 위의 소년들은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리고 동시에 한 손 엄지를 들어 올린 채, 곡이 끝났다.

그 순간, 그녀는 주변이 엄청난 소음에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아아아악!!”

“으아아으악!!!”

무대에 집중하느라 무의식중에 무시했던 온갖 환호와 비명이 귀를 울렸다.

더 신기했던 것은, 그녀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쳤어!! 미쳤다!!”

아까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옆자리 사람도 거의 자리에서 튀어나갈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손에 든 슬로건은 이미 다 구겨진 채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탓에 본연의 역할을 전혀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씩 웃는 박문대, 초고음을 쭉 미는 박문대, 뒤로 도는 박문대가 끝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동시에 눈앞에서 퇴장하는 박문대의 모습을 한 컷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생각했다.

‘투표!! 투표를 해야 돼!’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를 확신했다.

‘무조건 1위!! 무조건 1위다!’

이 팀이 승자였다!

* * *

무대가 전부 끝난 뒤, 방청객들이 나간 텅 빈 관객석 앞에서는 곧바로 등수 발표가 시작되었다.

팀마다 일렬로 선 참가자들을 앞에 두고, MC는 다음 순위를 발표했다.

“3위는… 을 재해석한 ‘영웅가’ 팀입니다!”

“헐?”

“야 말도 안 돼.”

MC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나는 짜게 식은 눈으로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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