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29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97화
“형들 나빠요. 저 속였어요.”
“에이~ 유진이 왜 그래!”
차유진은 리허설 때 레이저 난리 통을 보고 대단히 충격을 받은 것 같더니, 합동 공연 본무대를 보고 나자 대화 보이콧을 선언했다.
사유는 ‘어떻게 나를 빼놓고 이런 무대를 할 수 있느냐’다.
‘그래 봤자 30분 갔다만.’
막상 테스타의 무대 끝나고 나니 도로 기분이 좋아졌는지 슬슬 저렇게 입을 열고 있다.
나는 수건을 머리에서 걷어내며 말했다.
“다음에 너 레이저 독무 줄 테니까 쌍검처럼 휘둘러라.”
“Oh!! …Umm, 오늘 하면 더 좋았어요!”
“오늘은 하루만 하는 거잖아. 우리 단독 콘서트 때 하면 몇 달은 할 수 있지. 그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렇지~ 여러 번 하는 게 더 좋지!”
“그건 맞아요!”
“그럼 기다리는 편이 더 이득인 게 맞네.”
“OK, Got it! 형 나 안 속였어요.”
이제 이 정도는 쉽군.
나는 차유진의 말을 몇 번 받아준 뒤 계속 걸었다.
몸은 보통 콘서트 끝날 때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가볍다.
‘이제 5곡 정도는 그렇게 힘들지도 않군.’
단독 콘서트에 비교하면 거의 날로 먹는 수준이다. 아마 참여한 다른 그룹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테스타 선배님!”
그리고 대기 중인 카메라와 신인 그룹을 쳐다보았다.
‘이 머리 얍삽하게 잘 쓴 놈들도 그렇고.’
“정말 멋있었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야말로 감사했어요~ 데뷔 화이팅!”
데뷔조와는 이렇게 엔딩 비하인드컷에서 정식으로 한 번 더 인사했다.
아마 나중에 Tnet 위튜브로 풀리겠지.
나는 고개를 꾸벅거리는 놈들을 보며 생각했다.
‘안전한 선택을 했어.’
곡의 유명세에 기대어 상황을 돌파하는 건 상황을 뒤엎을 묘수는 아니다. 누가 봐도 안전한 선택이니 꼬투리는 잡히겠지.
다만 직접적인 비교와 조롱을 피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주제 파악을 하는 것이다.
‘또는… 이미 그러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를 알아서 극도로 조심했다던가.’
나는 카메라가 꺼지고 판이 정리되는 즉시, 한 놈을 불러냈다.
“희승아.”
골드 2.
“네넵?”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옙!”
신인 놈들 사이에서 ‘진짜 친한가 봐!’ 따위의 소리가 잠깐 오가더니, 골드 2는 희희낙락하며 내 뒤를 따라왔다.
큰세진이 작게 물었다.
“희승이 뭐 잘못한 거 아니지?”
“아니야.”
나는 가볍게 부정했다.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하고선 손을 흔들었다. 아마 적당히 공연 이야기나 하려거니 짐작한 것 같군.
그러나 나는 골드 2를 주차장에 댄 밴까지 데려왔다.
“…?”
“타자.”
이쯤 오니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걸 깨달았는지 골드 2가 자진해서 머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 실수했나!’가 눈에 보이는군.
‘실수… 라고 해야 하나.’
나는 차 문을 닫은 다음, 놈에게 캔 음료를 하나 던져줬다.
“아, 감사합니다.”
골드 2는 얼른 받아서 음료를 땄다. 나는 놈이 음료를 입에 가져다 대기 전까지 잠시 대기했다.
그리고 적당한 타이밍.
‘…내가 이 대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만.’
그 미친놈도 아니고. 나는 한숨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넌 몇 년 도에서 돌아왔냐.”
“…!! 쿨럭,”
골드 2는 간신히 음료를 뿜지 않았다.
안됐다만 그 반응만으로도 대답이나 다름없었다.
“어, 어어….”
나는 캔 음료를 하나 더 꺼내 손에서 쥐었다 펴며 말했다.
“너무 대놓고 말하던데.”
처음부터 정황이 독특하긴 했다.
‘전 시즌 참가자가 1위를 하는 케이스는 드물어.’
특히 그 오디션이 흥행에 성공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제작진이든 시청자든 신선한 그 시즌만의 얼굴을 선호하게 되니까.
‘하지만 이놈은 결국 1위로 데뷔했지.’
게다가 이 과정에서 기존 1위인 채서담을 보내 버릴 때, 태도가 너무 태연했다.
-아…. 아, 어쩐지 좀 이상하더라.
이 정도로 리액션이 끝난 뒤, 우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는 게 좀 의외였지.
‘대응도 그 나이치고 지나치게 능숙했고.’
그래서 다음에 만나자마자 상태창부터 확인했다.
그때, 맨 밑 칸에 있던 것이 이것이다.
[!상태이상 : 바운스 백]
-진짜 내가 아이돌하고 만다!
: 기간 내로 팀이 화합하지 못할 시, ‘실패’.
구조에서 바로 느낌이 오지 않는가.
이건 청려의 ‘교정’이나, 내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과 비슷한 류의 상태이상이라는 것이.
그리고 채서담을 처리하면서 이놈이 했던 말들.
-후… 아니, 어떻게 이번에도 저 형이 데뷔를….
이 뒤에 급하게 얼버무린 것까지. 여기서 심증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골드 2, 권희승은 미래에서 돌아왔다.
아마도 내 다음 타자로.
“채서담이 ‘이번에도’ 데뷔를 했다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으로 네 행동이 너무 티가 나서.”
“…….”
물론 권희승은 순순히 시인할 정신머리는 없어 보인다. 그럴 만도 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신뢰다. 이놈 입장에선 나에게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이야기할 이유가 하등 없다.
‘내 쪽에서도 미끼를 던져야 해.’
나는 이놈에게 캐내야 할 정보가 있었다. 감수해야겠지.
‘이 정도는 주고 시작한다.’
달칵.
나는 캔 음료를 열며 중얼거렸다.
“나도 미래에서 왔거든.”
“허어업.”
폐 튀어나오는 거 아니냐.
골드 2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나를 쳐다보았다.
“…….”
“…….”
그렇게 꽤 긴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놈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형 너무 잘하신다 했어요.”
통했나.
“어, 그래.”
“와, 전 저만 그런 줄 알고 진짜 이게 혹시 예지몽이었나? 그러면서 있었거든요.”
상당히 답답했는지 골드 2에게서 말이 쏟아진다.
“역시 다른 사람도 돌아왔던 거죠? 나만 그런 게 아니네. 드라마 보면 보통 그러긴 하더라구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만, 일단 놔두고 좀 맞장구를 쳐줄까.
정황도 파악할 겸 말이다.
“그래. 그럼… 넌 활동하다가 뭐가 안 풀려서 돌아온 건가?”
그러나 권희승은 땀을 삐질삐질 흘릴 것 같은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어, 저, 저… 아이돌 아니었는데요.”
…뭐?
* * *
“…모델이었다고.”
“예엡.”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서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골드 2는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는 말을 하더니 계속 녹차를 들이켜는 중이다.
“크…. 그, 모델 하면서 이런저런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진짜 제가 길을 잘못 들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음.”
“그래서 이번에는 모델 때려치우고 다시 나온 거였어요.”
이번 시즌을 열심히 봐둬서 자신이 있었다며, 골드 2는 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채서담은….”
“아! 그 형 어차피 데뷔하자마자 연애설에 인성 논란으로 난리 나잖아요. 그래서 아무~ 죄책감 없이, 보내드렸죠!”
역시 그랬군.
나는 내 미래에 대해서 한번 물어보려다가, 일단 이놈이 좀 더 떠들 수 있게 내버려 두었다.
“어쩐지 형이 귀신같이 잘하시더라니! 저 진짜 와… 너무 안심돼요. 좋으면서도 막, 이게 무슨 일인가 불안했거든요.”
골드 2는 한결 편안한 표정이다.
“보통 원인이 막 지구가 멸망해서 사람들 과거로 보내고 그러던데, 설마 그런 걸까요??”
이놈, 확실히 내가 본인과 같은 시간대로 돌아왔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과거에 돌아온 건 지금이 처음.
상태창의 설명을 봐선, 이놈도 나처럼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건 또 케이스가 다른데.’
좀 더 알아봐야겠군.
“확인부터 하자. 넌 몇 년 돌아왔는데.”
“어… 그게 올해 말이니까, 음… 11개월은 되는 것 같은데요?”
“…….”
1년?
“완전 대박이죠? 하루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놈을 쳐다보았다.
그건… 거의 안 돌아온 거나 다름없는 거 아니냐.
“저 주식 샀잖아요. 진짜… 형은 뭐 사셨어요? 혹시 로또 사셨어요? 아, 필요 없으시겠구나.”
“음.”
일단 미래 지식은 글렀군. 나는 쓴웃음과 함께 본 목적으로 돌아왔다.
일단 이 정도면 밝혀도 되겠지.
“난 좀 이전에 돌아왔어. 이제 내가 돌아온 미래도 지나가서 과거가 됐고.”
“헐.”
지난번에 본 진실 확인에 따르면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는 거지만… 일단 그건 제외하고 논리를 연결해 보자.
“대박. 그럼 형 그동안 뭐 알아내신 거 있으세요?”
나는 의도적으로 턱을 문질렀다.
“그걸 추측 중이야. …괜찮으면, 넌 혹시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에 어떻게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지금까지 사례상… 민감한 질문일 확률이 높으니, 혹시 대답을 주저해도 이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놈 반응이 좀 색달랐다.
“어떻게? 아, 그… 좀 웃길 수도 있는데.”
골드 2는 식은땀이 난다는 얼굴로 민망하게 웃었다.
“뭔데 그래.”
“실수로 강에 떨어지면서 대교에 머리를 박었… 그래서 진짜 운수 더럽게 나쁘게….”
“…….”
“아, 아니! 이건 누구 도와주려다가! 저 혼자 멍청한 짓 한 게 아니구요!! 살신성인! 촬영하다가 사고가 있었거든요. 와, 진짜 환경 너무 열악하고….”
변명으로 시작하긴 했다만, 어쨌든 할 말이 있긴 했는지 골드 2는 울분을 터뜨렸다.
모델 일을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는지, 일만 하고 쉴 때는 집에 처박혀서 세상을 부정했다고 한다.
골드 2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그렇게 빠지면서 ‘내가 이 더러운 업계 다신 안 온다’, ‘역시 답은 아이돌이었다’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거든요? 그랬더니 정말 아이돌 할 수 있게 상황이….”
“…!”
잠깐.
“그럼 넌 지금… 원하는 대로 된 거지.”
“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골드 2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놈을 훑어보았다.
‘딱 한 번 과거로 돌아온 놈.’
그리고 원하는 건… ‘모델을 그만두고 아이돌을 하는 것’.
……각이 보이는데.
나는 마음에 걸리는 변수부터 꺼냈다.
“더 일찍 돌아왔으면, 나랑 같이 전 시즌에서 데뷔할 수도 있었을 텐데… 혹시 그건 어떻게 생각해.”
“어, 어….”
골드 2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문질렀다.
“저, 형님. 죄송한데 그건 좀….”
“…??”
“그 시즌 너무 개판에 열악해서 또 하긴 좀….”
“…….”
“아아! 그리고 솔직히 그 라인업에 데뷔할 자신도 없구요! 솔직히 사기였잖아요.”
…딱히 반박할 말은 없군.
‘어쨌든, 싫었다는 거야.’
나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정리한 명제를 던졌다.
“그럼 너는 네가 돌아온 시점이 가장… 네가 돌아오기 직전에 원했던 걸 이루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할까?”
“예? 어….”
골드 2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제가 다시 해보고 싶었던 부분만 딱 정리된 것 같아요.”
“…!”
확실했다. 나는 손가락을 깍지 꼈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시점으로 돌아온 거야.’
나는 ‘진실 확인’에서 봤던 청려의 시점을 떠올렸다.
놈의 독백을.
-내가 짰으면 이렇게 안 했어.
…그놈은, 아이돌을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어 했지.
어쩌면… ‘성공할 때까지 계속’.
그리고 데뷔하기 전 시점으로 돌아왔다.
‘알겠다.’
윤곽이 잡힌다.
시스템. 이 새끼는 그냥 과거로 사람을 튕기는 게 아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열망, 미련,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어쨌든 당사자의 바람이 반영된단 것이다.
이 가닥대로면 상태이상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나온 걸로 볼 수 있다. 당사자의 소원성취까지 방향성을 맞춰 패널티가 구성되어 있으니까.
‘딱 떨어져.’
다만 문제가 있다.
…바로 나다.
‘난 이런 걸 바란 기억이 없는데.’
내 앞뒤의 두 사례와 비교하니, 확실히 위화감이 느껴진단 말이지.
아무리 내가 술에 꼴았든 우울증에 맛이 갔든, 뜬금없이 남의 몸으로 아이돌이 되고 싶었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건 ‘박문대’의 바람인가?
대체 왜?
“…….”
우선은, 매커니즘 파악을 위해 세부 조건을 좀 더 탐색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더 자세한 걸 알기 위해서는 사례 대조가 필요할 텐데.
“형?”
“……음. 잠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투어 중이신가요]
잠시 후.
[VTIC 신청려 선배님 : 이동 중]
[VTIC 신청려 선배님 : 무슨 일이에요?]
결국 선택지는 하나다.
교차 검증해 보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97화
“형들 나빠요. 저 속였어요.”
“에이~ 유진이 왜 그래!”
차유진은 리허설 때 레이저 난리 통을 보고 대단히 충격을 받은 것 같더니, 합동 공연 본무대를 보고 나자 대화 보이콧을 선언했다.
사유는 ‘어떻게 나를 빼놓고 이런 무대를 할 수 있느냐’다.
‘그래 봤자 30분 갔다만.’
막상 테스타의 무대 끝나고 나니 도로 기분이 좋아졌는지 슬슬 저렇게 입을 열고 있다.
나는 수건을 머리에서 걷어내며 말했다.
“다음에 너 레이저 독무 줄 테니까 쌍검처럼 휘둘러라.”
“Oh!! …Umm, 오늘 하면 더 좋았어요!”
“오늘은 하루만 하는 거잖아. 우리 단독 콘서트 때 하면 몇 달은 할 수 있지. 그게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렇지~ 여러 번 하는 게 더 좋지!”
“그건 맞아요!”
“그럼 기다리는 편이 더 이득인 게 맞네.”
“OK, Got it! 형 나 안 속였어요.”
이제 이 정도는 쉽군.
나는 차유진의 말을 몇 번 받아준 뒤 계속 걸었다.
몸은 보통 콘서트 끝날 때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가볍다.
‘이제 5곡 정도는 그렇게 힘들지도 않군.’
단독 콘서트에 비교하면 거의 날로 먹는 수준이다. 아마 참여한 다른 그룹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테스타 선배님!”
그리고 대기 중인 카메라와 신인 그룹을 쳐다보았다.
‘이 머리 얍삽하게 잘 쓴 놈들도 그렇고.’
“정말 멋있었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야말로 감사했어요~ 데뷔 화이팅!”
데뷔조와는 이렇게 엔딩 비하인드컷에서 정식으로 한 번 더 인사했다.
아마 나중에 Tnet 위튜브로 풀리겠지.
나는 고개를 꾸벅거리는 놈들을 보며 생각했다.
‘안전한 선택을 했어.’
곡의 유명세에 기대어 상황을 돌파하는 건 상황을 뒤엎을 묘수는 아니다. 누가 봐도 안전한 선택이니 꼬투리는 잡히겠지.
다만 직접적인 비교와 조롱을 피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주제 파악을 하는 것이다.
‘또는… 이미 그러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를 알아서 극도로 조심했다던가.’
나는 카메라가 꺼지고 판이 정리되는 즉시, 한 놈을 불러냈다.
“희승아.”
골드 2.
“네넵?”
“잠깐 이야기 좀 할까.”
“옙!”
신인 놈들 사이에서 ‘진짜 친한가 봐!’ 따위의 소리가 잠깐 오가더니, 골드 2는 희희낙락하며 내 뒤를 따라왔다.
큰세진이 작게 물었다.
“희승이 뭐 잘못한 거 아니지?”
“아니야.”
나는 가볍게 부정했다.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하고선 손을 흔들었다. 아마 적당히 공연 이야기나 하려거니 짐작한 것 같군.
그러나 나는 골드 2를 주차장에 댄 밴까지 데려왔다.
“…?”
“타자.”
이쯤 오니 상황이 심상치 않은 걸 깨달았는지 골드 2가 자진해서 머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 실수했나!’가 눈에 보이는군.
‘실수… 라고 해야 하나.’
나는 차 문을 닫은 다음, 놈에게 캔 음료를 하나 던져줬다.
“아, 감사합니다.”
골드 2는 얼른 받아서 음료를 땄다. 나는 놈이 음료를 입에 가져다 대기 전까지 잠시 대기했다.
그리고 적당한 타이밍.
‘…내가 이 대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만.’
그 미친놈도 아니고. 나는 한숨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넌 몇 년 도에서 돌아왔냐.”
“…!! 쿨럭,”
골드 2는 간신히 음료를 뿜지 않았다.
안됐다만 그 반응만으로도 대답이나 다름없었다.
“어, 어어….”
나는 캔 음료를 하나 더 꺼내 손에서 쥐었다 펴며 말했다.
“너무 대놓고 말하던데.”
처음부터 정황이 독특하긴 했다.
‘전 시즌 참가자가 1위를 하는 케이스는 드물어.’
특히 그 오디션이 흥행에 성공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제작진이든 시청자든 신선한 그 시즌만의 얼굴을 선호하게 되니까.
‘하지만 이놈은 결국 1위로 데뷔했지.’
게다가 이 과정에서 기존 1위인 채서담을 보내 버릴 때, 태도가 너무 태연했다.
-아…. 아, 어쩐지 좀 이상하더라.
이 정도로 리액션이 끝난 뒤, 우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는 게 좀 의외였지.
‘대응도 그 나이치고 지나치게 능숙했고.’
그래서 다음에 만나자마자 상태창부터 확인했다.
그때, 맨 밑 칸에 있던 것이 이것이다.
-진짜 내가 아이돌하고 만다!
: 기간 내로 팀이 화합하지 못할 시, ‘실패’.
구조에서 바로 느낌이 오지 않는가.
이건 청려의 ‘교정’이나, 내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과 비슷한 류의 상태이상이라는 것이.
그리고 채서담을 처리하면서 이놈이 했던 말들.
-후… 아니, 어떻게 이번에도 저 형이 데뷔를….
이 뒤에 급하게 얼버무린 것까지. 여기서 심증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골드 2, 권희승은 미래에서 돌아왔다.
아마도 내 다음 타자로.
“채서담이 ‘이번에도’ 데뷔를 했다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으로 네 행동이 너무 티가 나서.”
“…….”
물론 권희승은 순순히 시인할 정신머리는 없어 보인다. 그럴 만도 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신뢰다. 이놈 입장에선 나에게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이야기할 이유가 하등 없다.
‘내 쪽에서도 미끼를 던져야 해.’
나는 이놈에게 캐내야 할 정보가 있었다. 감수해야겠지.
‘이 정도는 주고 시작한다.’
달칵.
나는 캔 음료를 열며 중얼거렸다.
“나도 미래에서 왔거든.”
“허어업.”
폐 튀어나오는 거 아니냐.
골드 2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나를 쳐다보았다.
“…….”
“…….”
그렇게 꽤 긴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놈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형 너무 잘하신다 했어요.”
통했나.
“어, 그래.”
“와, 전 저만 그런 줄 알고 진짜 이게 혹시 예지몽이었나? 그러면서 있었거든요.”
상당히 답답했는지 골드 2에게서 말이 쏟아진다.
“역시 다른 사람도 돌아왔던 거죠? 나만 그런 게 아니네. 드라마 보면 보통 그러긴 하더라구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만, 일단 놔두고 좀 맞장구를 쳐줄까.
정황도 파악할 겸 말이다.
“그래. 그럼… 넌 활동하다가 뭐가 안 풀려서 돌아온 건가?”
그러나 권희승은 땀을 삐질삐질 흘릴 것 같은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어, 저, 저… 아이돌 아니었는데요.”
…뭐?
* * *
“…모델이었다고.”
“예엡.”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서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골드 2는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는 말을 하더니 계속 녹차를 들이켜는 중이다.
“크…. 그, 모델 하면서 이런저런 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진짜 제가 길을 잘못 들었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음.”
“그래서 이번에는 모델 때려치우고 다시 나온 거였어요.”
이번 시즌을 열심히 봐둬서 자신이 있었다며, 골드 2는 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채서담은….”
“아! 그 형 어차피 데뷔하자마자 연애설에 인성 논란으로 난리 나잖아요. 그래서 아무~ 죄책감 없이, 보내드렸죠!”
역시 그랬군.
나는 내 미래에 대해서 한번 물어보려다가, 일단 이놈이 좀 더 떠들 수 있게 내버려 두었다.
“어쩐지 형이 귀신같이 잘하시더라니! 저 진짜 와… 너무 안심돼요. 좋으면서도 막, 이게 무슨 일인가 불안했거든요.”
골드 2는 한결 편안한 표정이다.
“보통 원인이 막 지구가 멸망해서 사람들 과거로 보내고 그러던데, 설마 그런 걸까요??”
이놈, 확실히 내가 본인과 같은 시간대로 돌아왔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과거에 돌아온 건 지금이 처음.
상태창의 설명을 봐선, 이놈도 나처럼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건 또 케이스가 다른데.’
좀 더 알아봐야겠군.
“확인부터 하자. 넌 몇 년 돌아왔는데.”
“어… 그게 올해 말이니까, 음… 11개월은 되는 것 같은데요?”
“…….”
1년?
“완전 대박이죠? 하루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놈을 쳐다보았다.
그건… 거의 안 돌아온 거나 다름없는 거 아니냐.
“저 주식 샀잖아요. 진짜… 형은 뭐 사셨어요? 혹시 로또 사셨어요? 아, 필요 없으시겠구나.”
“음.”
일단 미래 지식은 글렀군. 나는 쓴웃음과 함께 본 목적으로 돌아왔다.
일단 이 정도면 밝혀도 되겠지.
“난 좀 이전에 돌아왔어. 이제 내가 돌아온 미래도 지나가서 과거가 됐고.”
“헐.”
지난번에 본 진실 확인에 따르면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는 거지만… 일단 그건 제외하고 논리를 연결해 보자.
“대박. 그럼 형 그동안 뭐 알아내신 거 있으세요?”
나는 의도적으로 턱을 문질렀다.
“그걸 추측 중이야. …괜찮으면, 넌 혹시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에 어떻게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지금까지 사례상… 민감한 질문일 확률이 높으니, 혹시 대답을 주저해도 이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놈 반응이 좀 색달랐다.
“어떻게? 아, 그… 좀 웃길 수도 있는데.”
골드 2는 식은땀이 난다는 얼굴로 민망하게 웃었다.
“뭔데 그래.”
“실수로 강에 떨어지면서 대교에 머리를 박었… 그래서 진짜 운수 더럽게 나쁘게….”
“…….”
“아, 아니! 이건 누구 도와주려다가! 저 혼자 멍청한 짓 한 게 아니구요!! 살신성인! 촬영하다가 사고가 있었거든요. 와, 진짜 환경 너무 열악하고….”
변명으로 시작하긴 했다만, 어쨌든 할 말이 있긴 했는지 골드 2는 울분을 터뜨렸다.
모델 일을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는지, 일만 하고 쉴 때는 집에 처박혀서 세상을 부정했다고 한다.
골드 2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그렇게 빠지면서 ‘내가 이 더러운 업계 다신 안 온다’, ‘역시 답은 아이돌이었다’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거든요? 그랬더니 정말 아이돌 할 수 있게 상황이….”
“…!”
잠깐.
“그럼 넌 지금… 원하는 대로 된 거지.”
“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골드 2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놈을 훑어보았다.
‘딱 한 번 과거로 돌아온 놈.’
그리고 원하는 건… ‘모델을 그만두고 아이돌을 하는 것’.
……각이 보이는데.
나는 마음에 걸리는 변수부터 꺼냈다.
“더 일찍 돌아왔으면, 나랑 같이 전 시즌에서 데뷔할 수도 있었을 텐데… 혹시 그건 어떻게 생각해.”
“어, 어….”
골드 2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문질렀다.
“저, 형님. 죄송한데 그건 좀….”
“…??”
“그 시즌 너무 개판에 열악해서 또 하긴 좀….”
“…….”
“아아! 그리고 솔직히 그 라인업에 데뷔할 자신도 없구요! 솔직히 사기였잖아요.”
…딱히 반박할 말은 없군.
‘어쨌든, 싫었다는 거야.’
나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정리한 명제를 던졌다.
“그럼 너는 네가 돌아온 시점이 가장… 네가 돌아오기 직전에 원했던 걸 이루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할까?”
“예? 어….”
골드 2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제가 다시 해보고 싶었던 부분만 딱 정리된 것 같아요.”
“…!”
확실했다. 나는 손가락을 깍지 꼈다.
‘자신이 가장 원하는 시점으로 돌아온 거야.’
나는 ‘진실 확인’에서 봤던 청려의 시점을 떠올렸다.
놈의 독백을.
-내가 짰으면 이렇게 안 했어.
…그놈은, 아이돌을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어 했지.
어쩌면… ‘성공할 때까지 계속’.
그리고 데뷔하기 전 시점으로 돌아왔다.
‘알겠다.’
윤곽이 잡힌다.
시스템. 이 새끼는 그냥 과거로 사람을 튕기는 게 아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열망, 미련,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어쨌든 당사자의 바람이 반영된단 것이다.
이 가닥대로면 상태이상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나온 걸로 볼 수 있다. 당사자의 소원성취까지 방향성을 맞춰 패널티가 구성되어 있으니까.
‘딱 떨어져.’
다만 문제가 있다.
…바로 나다.
‘난 이런 걸 바란 기억이 없는데.’
내 앞뒤의 두 사례와 비교하니, 확실히 위화감이 느껴진단 말이지.
아무리 내가 술에 꼴았든 우울증에 맛이 갔든, 뜬금없이 남의 몸으로 아이돌이 되고 싶었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건 ‘박문대’의 바람인가?
대체 왜?
“…….”
우선은, 매커니즘 파악을 위해 세부 조건을 좀 더 탐색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더 자세한 걸 알기 위해서는 사례 대조가 필요할 텐데.
“형?”
“……음. 잠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잠시 후.
결국 선택지는 하나다.
교차 검증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