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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90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90화
이번 주 음악 방송 특집 형식은 우리도 이미 몇 번 참여해 본 것이었다.
‘단체 KPOP 콘서트.’
Tnet은 반년마다 ‘TaKon’이란 글로벌 겨냥 콘서트를 했다.
뭐 몇십 개국에 생중계되면서 인프라는 제대로 안 받쳐주는 흔한 방송사의 횡포긴 한데, 어쨌든 겉은 번지르르하지.
이번에 VTIC까지 잡았으니 야심 차게 해보려는지 이틀로 나눠서 1, 2부 편성까지 하더라고.
그러고 테스타는… 뻔하지 않은가?
Tnet의 적자니, 양일 다 출연해야 한다.
다만 이젠 이 방송국의 아들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된 거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1일 차.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것은 이번 시즌 데뷔조였다. 듣기로는 우리 곡 커버 무대를 한다고 하더라.
힘차게 인사하는 놈들 사이로 히죽히죽 웃는 골드 2의 얼굴이 보인다.
아슬아슬하게 극적으로 1위 데뷔했다더니, 입이 찢어질 만도 하다.
“선배님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큰세진과 죽이 잘 맞고.
물론 주목할 놈은 여기가 아니다.
앞서 다 같이 대가리 박으며 인사할 때 조용히 묻어간 놈.
“…….”
채서담이 데뷔조에 끼어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선아현에게 헛짓거리했다가, 에서도 그 버릇 못 버리고 헛짓거리하다가 다 터진 그놈 말이다.
‘명줄도 질기네.’
놀랍게도 이 새끼는 후반부에서 편집으로 ‘죽을 둥 살 둥 노력하는 간절함’ 보정을 받아 10위로 데뷔했다.
그때서야 상대와 입을 맞췄는지 ‘모든 게 오해다’는 해명이 제대로 나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일반 시청자의 마음을 잡았다고 하는데….
-오해 같은 소리 하네 입만 산 기만자 새끼가 데뷔조에… 아 개빡쳐
-아이돌한테 연애와 간절이 공존 가능한 부분이었음?
-채서담빠들 진짜 지독하넼ㅋㅋㅋ 억지 서사 피디픽 안 받아요
뭐, 이런 이유로 같은 데뷔 조 팬들에겐 욕 좀 많이 먹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데뷔한 게 무조건 이득이지.’
논란으로 탈락하면 치고 올라갈 기회부터 차이가 나니까.
저게 나름 한 가닥이 있는 건지 우연인지 모르겠다만, 그래 봤자 별 소용은 없다.
선아현은 이제 거의 신경도 안 쓰니까.
“저, 오늘 화이팅입니다…! 응원, 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놈들 응원이나 하고 있다.
당사자가 그러다 보니 우리도 그냥 이 새끼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정도로 정리했다.
게다가 1위였던 채서담이 꺾이면서 이번 시즌의 기세 자체가 주춤했던 덕에, 이번 데뷔 조는… 흠, 프로듀싱을 잘해야겠는데.
‘그 본부장이?’
그다지 긴장은 안 되는군.
“너무 긴장하지 말고, 좋은 무대 하시길 바랍니다.”
“네!”
그러니 내가 지금 고려하는 건, 이 별로 안 반가운 만남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뿐이다.
‘써먹을 수 있으면 됐지.’
화제성 말이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갈라지는 순간, 큰세진이 슬쩍 말한다.
“쟤네랑 장소 바꾼 거지?”
“어.”
첫 번째 타이밍을 위한 타이머는 이미 세팅을 끝냈다.
“테스타 업!”
“예~”
리허설 무대에 오르자 코끝에 새벽 공기가 훅 불어온다.
야외무대의 전경.
원래라면 저 데뷔조가 오를 야외 공연장을, ‘예전 우리가 생각난다’라는 배려를 명목으로 바꾼 것이다.
‘마침 고맙다.’
덕분에 스토리가 잘 나오겠다.
나는 며칠 전부터 확인했던 일기예보를 떠올렸다.
공연 당일 강수확률은 70%였다.
* * *
“개X끼야!”
“아 시끄러!!”
김래빈의 팬은 동생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쓰던 키보드를 한번 주먹으로 갈긴 후였다.
퍽!
브이틱의 팬들과 설전… 아니, 손가락전을 벌인 결과였다.
‘해외 선점한 걸로 연명하면서 유세는 오지게 떨어요!!’
기부 콘서트 때부터 이어진 그녀의 전투력은 끝도 없이 상승 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좀 진정할 때긴 했다.
“야, 너 이거 본다며?”
“어. 비켜.”
누나라고 부르라며 말씨를 고칠 것도 없이, 그녀는 남동생을 밀어내고 소파에 앉았다.
TV에서는 TaKon이 라이브로 송출 중이었다.
[NEXT STAGE]
[TeSTAR]
저놈의 다음 무대가 벌써 몇 번째 예고인지 모르겠다만, 슬슬 나올 때가 되긴 했을 것이다. 이제 방송 시간도 거의 끝이니까!
그리고 정말로 테스타 인트로 VCR이 화면에 흘러나온다.
“좋았……??”
하지만, 그녀는 멀리서부터 카메라에 잡혀 오는 공연장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어처구니가 없어서였다.
“…이거 뭐야?”
“왜?”
왜긴.
‘이놈들 왜 야외무대에 서 있어?’
TaKon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빠른 정비를 위해 두 가지 무대를 번갈아 쓴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연장 구조 문제로 그 무대가 야외와 실내로 나뉘었다.
그러면 보통은 어떻게 되느냐?
연공 서열순으로 실내에 들어오고, 인기가 굉장히 좋은 팀은 연차가 덜 찼어도 실내로 불러주는 식이다.
그래서 당연히 테스타도 실내일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놈들이 야외무대에 서 있었다.
그것도 소나기가 쏟아지는 저녁에!
‘대우 왜 이래, X발!’
1군을 자기들 라인이랍시고 이틀 연속 부른 것도 인질이 따로 없다고 투덜거렸던 그녀로서는 머리에 열이 안 뻗칠 수 없었다.
참고로 이번 데뷔조가 실내라는 걸 이미 목격한 팬들로 넘치는 SNS엔 거의 지옥 같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VTIC의 팬과 싸우느라 몰랐던 것이 그녀에겐 차라리 약이었다.
이미 충분히 분노했으니까!
…그래도 테스타가 클로즈업되는 순간, 김래빈의 팬은 순간 분노를 잊었다.
‘누구 아이돌인지 잘나긴 했네.’
테스타는 어디 한 구석 흠잡을 곳 없이 잘 나왔다.
‘김래빈 은장 로브 미쳤나.’
뮤직비디오 의상을 응용했는지, 흰 셔츠 위에 화려한 로브 가디건을 걸친 모습이 물에 젖어 촉촉….
“…?”
물이… 머리에 떨어져?
‘뚜껑 어디 갔어.’
야외무대라고는 해도 방수된 가림막 정도는 해준단 말이다.
아니, 일기예보에서 뻔히 비 온다고 했으니 당연히 지금까지의 무대들도 준비한 가림막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없다.
‘어쩐지 비가 너무 눈에 들어오더라니…!’
“이 미친놈들이…!”
그녀는 거의 욕을 뱉을 뻔했으나, 그보다 먼저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바람에 반사적으로 거기에 집중해 버렸다.
리드미컬하고 벅찬 곡의 시작, 발을 튕기는 테스타.
[Take your STAR
별이 쏟아지는 날]
청량한 소리가 쏟아진다.
테스타는 비에 젖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빗방울에 부딪히자 새로운 맛이 튀어나온다.
‘어?’
저녁이 되어 조명이 강해지자, 발과 팔을 감산 액세서리와 로브에 맺힌 물방울에서 반사된 빛이 반짝인다.
휘익.
유독 팔다리를 튕기거나 도는 움직임이 많은 안무 덕인지, 튀는 물까지 무대의 일부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뛰는 발걸음마다 물방울이 장식처럼 튀었다.
그 밑은… 맨발이다.
‘…!’
다리가 길… 아니, 그보다….
‘물이 고여 있잖아??’
직전 실내 무대를 할 때부터 위의 가림막을 떼어놓았던 건지, 바닥에 꽤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
‘너무 위험….’
그러나 맨발인 덕인지 테스타는 미끄러지지 않는다.
대신 마른 땅에서 할 때처럼 깔끔하고 보기 즐겁게 무대가 펼쳐졌다.
아니, 오히려 더 좋게 보이기도 했다.
‘무슨….’
맨발로 밟을 때마다 발끝이 반쯤 잠겼다가 빠져나온다. 그리고 물의 고리가 함께 튀어 오른다.
특히 후렴에 들어오자, 포인트 안무의 스텝에 맞춰 오르는 게 일품이다.
[우리는 Fly so far]
대형 사이사이로 물이 솟는다. 그리고 로브가 펄럭이며, 다시 물방울을 튀긴다.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의 청량함보다 화려함이 압도하는 무대.
물에 젖어 더 보기 좋은 의상과 머리로 그 모든 것을 해내니, 그건 이미 잘 기획된 수중 공연이나 다름없었다.
‘아.’
그리고 그녀는 벼락같이 깨달았다.
로브의 장식 색과 팔다리 액세서리의 원석 색이… 그 뮤직비디오에 나온 꼬리지느러미의 색이다.
흐르는 물속에서 인어 상징물을 걸치고 하는 퍼포먼스.
‘일부러 이렇게 했다고?’
그 컨셉을 위해 맨발로 비 오는 날 뛰어다니며 무대를 기획했다고? 뚜껑도 날리고?
말도 안 된다. 하지만 TV 속 테스타의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라 물음표와 느낌표가 머릿속에 난무했다.
[수평선 너머 끝 섬까지
오늘이 반짝일 테야]
선아현의 아크로바틱이 깔끔한 세로의 물방울 포물선을 그리며 엔딩이 다가온다.
그 뒤를 받치고 있는 멤버들 덕에 조마조마해 보이는 대신 감탄부터 나왔다. 눈에 확 들어오는 안무다.
그리고 맨 끝에 허밍하며 앉는 동작은… 그 대신 서로 어깨동무하며 뒤로 돈다.
[Umm]
비가 내리는 하늘을 마지막 베이스에 맞춰 올려다보는 것으로 엔딩.
그렇게 무대는 끝났다.
“…….”
[뚜둣뚜루~ 국물이 일품!]
광고로 화면이 변했다. 하지만 김래빈의 팬은 계속 소파에 앉아 있다.
남동생이 발로 그녀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야, 잘하는데?”
“…….”
너무 좋고 너무 모르겠다.
아니, 이건 잘하는데 수준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그러니까, 이게 얼마나 기가 막힌,
“아 진짜!”
김래빈의 팬은 당장 SNS를 잡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내야 했다!
* * *
“으!”
“차유진! 발 괜찮아?”
“OK! 괜찮아!”
차유진이 발밑에 붙어 있던 투명한 돌기형 보호대를 뜯어냈다.
스탭이 도와줘도 따끔한 건 마찬가지니 자기 손으로 뜯어버린 모양이다.
저게 뭐냐고? 고무 합성소재로 만든 미끄럼 방지 장비다.
‘맨발로 그 물 고인 대리석 바닥을 뛰어다니는 건 자살행위지.’
저걸 주문 제작한 건 컴백하기도 전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내 발에 있던 것도 떼어냈다.
“아, 아프지 않아…?”
“어. 괜찮은데.”
접착제가 좀 따끔거리긴 했으나, 후유증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기회를 방금 잡았다.
“저 알아요. 우리 방금 굉장히 잘했어요!”
“어우, 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유진 씨~”
“히히.”
“부디 시청자분들께서 즐기시고 흡족히 마음으로 좋은 기분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어. 좋아야 해.”
배세진이 단호하게 말한다. 뭐, 스탯 차이로 완성까지 제일 고생한 놈이니 저런 발언을 할 권리가 있긴 하지.
나는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확인해 볼까.
나는 대기실에 복귀하자마자 수건을 덮어쓰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관련 커뮤니티는… 벌써 반응이 왔군.
[방금 폭우 속 공연한 아이돌]
[레전드 찍은 테이콘 무대]
[테스타 방금 무대 위험하다 VS 멋지다 어느 쪽이야?]
[테스타 아찔한 장면]
난리다.
아마 SNS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는데 예상대로였다.
미친 듯이 글이 쏟아지고 ‘폭우’ ‘테스타 무슨’이 트렌드로 올라오고 있었다.
-미미ㅣ미친거 아니야?
-이거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
-다 떠나서 우리 애들 천재다 진짜;;
-내 눈이 이상한 건가 이게 일반 무대보다 좋아보여 아 이럼 안 되는데
아니, 그 말이 맞다. 보기 좋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물을 함께 상정하고 만든 안무니까.’
정확히는, 복사뼈 높이까지 물이 차 있는 무대 세트에서 소화하는 것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의뢰한 안무다.
앨범이 여름과 바다 컨셉이란 특수성을 살리고 싶었거든.
‘콘서트에서 쓸 용도였지.’
그걸 여기다 때려 박은 것이다.
그리고 보통 잘 고려한 요소 하나가 더 추가되면 더 재밌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반응이 올 줄 알았어.’
2~3주 묵으며 슬슬 버즈량이 안정될 타이밍에 터지면 분명 효과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게다가 더 인상적으로 만들어줄 요소도 추가했다.
‘이 상황.’
지금 이게 기획인지 기상 상태로 인한 돌발 상황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말이 나올 것이다.
벌써 시작되었다.
-와 대처능력 좋다
-분명 기획임
-기획이면 벌써 광고 오지게 때렸음 내가 보기엔 사고 수습임ㅋㅋ
-애초에 왜 테스타가 야외무대로 왔겠어 당연히 스페셜 스테이지지 바보들하고 말이 안 통하네 진짜
-일기 예보를 예측해서 소나기에 맞춰 무대를..? 너무 무리수 추측 아닌지.
계속 이야기해서 무대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군.
‘위튜브의 사이버 렉카가 물 때 즈음이 적당하겠어.’
나는 논란의 소지 덕에 더욱 빠르게 퍼지는 동영상을 확인하고 회사와 통화를 시작했다.
* * *
테스타의 폭우 속 무대는 각종 추측과 감탄 속에서 그 주 끝의 핫 트렌드로 떠올랐다.
VTIC과의 대결과 잘 빠진 곡 등으로 테스타의 이번 활동을 알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람들은 더욱 쉽게 흥미를 느끼고 무서운 속도로 달라붙었다.
단순히 무대 잘한 게 아니라, 독특한 이 상황에 자기 의견을 한 마디씩 보탤 수 있으니까!
결국 안전 문제로까지 번지며 여러 의미로 불이 붙었으나, 논란이 공식적으로 떠오르기 전 기사로 공식 입장이 깔끔히 발표되었다.
[테스타의 폭우 속 공연? “사고 아닌 양보”]
[TaKon(테이콘)의 아찔한 폭우 무대… 즉석으로 만든 자연의 세트장]
테스타가 직속 후배의 첫 합동 콘서트 무대를 배려해 리허설 당일 무대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상 상황을 알아차린 뒤에 이벤트 삼아 구성을 바꿨다는 것, 안전에 유의하며 장비를 착용했다는 것까지.
소속사의 꼼꼼한 검수를 받은 기사들은 쭉쭉 연예 기사 메인으로 오며 테스타의 무대를 광고했다.
전후 사정이 바뀐 걸 빼면 깔끔한 진실이다.
그리고 테스타는 자신들이 그 당시 신었던 미끄럼 방지 방호구를 SNS에 올리며 신나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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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이가 이거 신고 발레하는데 넘 멋졌어요 우리 다 따라함ㅋㅋ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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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넷 애들을 미담 방패로 쓰나 했는데 진실이었다니
-콘서트에서 대체 뭘 보여주려고 했던 거야 얘들아 나 이번엔 꼭 갈게 표 잡을게!!
-♡♡♡♡
-이렇게 아이돌에 진심인 아이돌 처음임;
빠르게 나왔기에 테스타의 진실성이 훼손될 일도 없고, 돌발 상황은 맞기에 위상이 낮아질 일도 없는 설명.
그러나 이미 퍼진 동영상은 쭉쭉 탄력을 받고 위튜브 인기 동영상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칭찬하는 사람들, 트집 잡는 사람들, 이번 일을 소재로 어그로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물이 있고 없고를 비교하며 댄스 챌린지를 다시 찍어 올리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화제성에 한몫하며 테스타의 음원 등수를 올려주었다.
덕분에 청려는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
테스타에게 국내는 내주게 되겠다는, 계산을.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90화

이번 주 음악 방송 특집 형식은 우리도 이미 몇 번 참여해 본 것이었다.

‘단체 KPOP 콘서트.’

Tnet은 반년마다 ‘TaKon’이란 글로벌 겨냥 콘서트를 했다.

뭐 몇십 개국에 생중계되면서 인프라는 제대로 안 받쳐주는 흔한 방송사의 횡포긴 한데, 어쨌든 겉은 번지르르하지.

이번에 VTIC까지 잡았으니 야심 차게 해보려는지 이틀로 나눠서 1, 2부 편성까지 하더라고.

그러고 테스타는… 뻔하지 않은가?

Tnet의 적자니, 양일 다 출연해야 한다.

다만 이젠 이 방송국의 아들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된 거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1일 차.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것은 이번 시즌 데뷔조였다. 듣기로는 우리 곡 커버 무대를 한다고 하더라.

힘차게 인사하는 놈들 사이로 히죽히죽 웃는 골드 2의 얼굴이 보인다.

아슬아슬하게 극적으로 1위 데뷔했다더니, 입이 찢어질 만도 하다.

“선배님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큰세진과 죽이 잘 맞고.

물론 주목할 놈은 여기가 아니다.

앞서 다 같이 대가리 박으며 인사할 때 조용히 묻어간 놈.

“…….”

채서담이 데뷔조에 끼어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선아현에게 헛짓거리했다가, 에서도 그 버릇 못 버리고 헛짓거리하다가 다 터진 그놈 말이다.

‘명줄도 질기네.’

놀랍게도 이 새끼는 후반부에서 편집으로 ‘죽을 둥 살 둥 노력하는 간절함’ 보정을 받아 10위로 데뷔했다.

그때서야 상대와 입을 맞췄는지 ‘모든 게 오해다’는 해명이 제대로 나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일반 시청자의 마음을 잡았다고 하는데….

-오해 같은 소리 하네 입만 산 기만자 새끼가 데뷔조에… 아 개빡쳐

-아이돌한테 연애와 간절이 공존 가능한 부분이었음?

-채서담빠들 진짜 지독하넼ㅋㅋㅋ 억지 서사 피디픽 안 받아요

뭐, 이런 이유로 같은 데뷔 조 팬들에겐 욕 좀 많이 먹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데뷔한 게 무조건 이득이지.’

논란으로 탈락하면 치고 올라갈 기회부터 차이가 나니까.

저게 나름 한 가닥이 있는 건지 우연인지 모르겠다만, 그래 봤자 별 소용은 없다.

선아현은 이제 거의 신경도 안 쓰니까.

“저, 오늘 화이팅입니다…! 응원, 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놈들 응원이나 하고 있다.

당사자가 그러다 보니 우리도 그냥 이 새끼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정도로 정리했다.

게다가 1위였던 채서담이 꺾이면서 이번 시즌의 기세 자체가 주춤했던 덕에, 이번 데뷔 조는… 흠, 프로듀싱을 잘해야겠는데.

‘그 본부장이?’

그다지 긴장은 안 되는군.

“너무 긴장하지 말고, 좋은 무대 하시길 바랍니다.”

“네!”

그러니 내가 지금 고려하는 건, 이 별로 안 반가운 만남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뿐이다.

‘써먹을 수 있으면 됐지.’

화제성 말이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갈라지는 순간, 큰세진이 슬쩍 말한다.

“쟤네랑 장소 바꾼 거지?”

“어.”

첫 번째 타이밍을 위한 타이머는 이미 세팅을 끝냈다.

“테스타 업!”

“예~”

리허설 무대에 오르자 코끝에 새벽 공기가 훅 불어온다.

야외무대의 전경.

원래라면 저 데뷔조가 오를 야외 공연장을, ‘예전 우리가 생각난다’라는 배려를 명목으로 바꾼 것이다.

‘마침 고맙다.’

덕분에 스토리가 잘 나오겠다.

나는 며칠 전부터 확인했던 일기예보를 떠올렸다.

공연 당일 강수확률은 70%였다.

* * *

“개X끼야!”

“아 시끄러!!”

김래빈의 팬은 동생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쓰던 키보드를 한번 주먹으로 갈긴 후였다.

퍽!

브이틱의 팬들과 설전… 아니, 손가락전을 벌인 결과였다.

‘해외 선점한 걸로 연명하면서 유세는 오지게 떨어요!!’

기부 콘서트 때부터 이어진 그녀의 전투력은 끝도 없이 상승 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좀 진정할 때긴 했다.

“야, 너 이거 본다며?”

“어. 비켜.”

누나라고 부르라며 말씨를 고칠 것도 없이, 그녀는 남동생을 밀어내고 소파에 앉았다.

TV에서는 TaKon이 라이브로 송출 중이었다.

저놈의 다음 무대가 벌써 몇 번째 예고인지 모르겠다만, 슬슬 나올 때가 되긴 했을 것이다. 이제 방송 시간도 거의 끝이니까!

그리고 정말로 테스타 인트로 VCR이 화면에 흘러나온다.

“좋았……??”

하지만, 그녀는 멀리서부터 카메라에 잡혀 오는 공연장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어처구니가 없어서였다.

“…이거 뭐야?”

“왜?”

왜긴.

‘이놈들 왜 야외무대에 서 있어?’

TaKon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빠른 정비를 위해 두 가지 무대를 번갈아 쓴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연장 구조 문제로 그 무대가 야외와 실내로 나뉘었다.

그러면 보통은 어떻게 되느냐?

연공 서열순으로 실내에 들어오고, 인기가 굉장히 좋은 팀은 연차가 덜 찼어도 실내로 불러주는 식이다.

그래서 당연히 테스타도 실내일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놈들이 야외무대에 서 있었다.

그것도 소나기가 쏟아지는 저녁에!

‘대우 왜 이래, X발!’

1군을 자기들 라인이랍시고 이틀 연속 부른 것도 인질이 따로 없다고 투덜거렸던 그녀로서는 머리에 열이 안 뻗칠 수 없었다.

참고로 이번 데뷔조가 실내라는 걸 이미 목격한 팬들로 넘치는 SNS엔 거의 지옥 같은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VTIC의 팬과 싸우느라 몰랐던 것이 그녀에겐 차라리 약이었다.

이미 충분히 분노했으니까!

…그래도 테스타가 클로즈업되는 순간, 김래빈의 팬은 순간 분노를 잊었다.

‘누구 아이돌인지 잘나긴 했네.’

테스타는 어디 한 구석 흠잡을 곳 없이 잘 나왔다.

‘김래빈 은장 로브 미쳤나.’

뮤직비디오 의상을 응용했는지, 흰 셔츠 위에 화려한 로브 가디건을 걸친 모습이 물에 젖어 촉촉….

“…?”

물이… 머리에 떨어져?

‘뚜껑 어디 갔어.’

야외무대라고는 해도 방수된 가림막 정도는 해준단 말이다.

아니, 일기예보에서 뻔히 비 온다고 했으니 당연히 지금까지의 무대들도 준비한 가림막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없다.

‘어쩐지 비가 너무 눈에 들어오더라니…!’

“이 미친놈들이…!”

그녀는 거의 욕을 뱉을 뻔했으나, 그보다 먼저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바람에 반사적으로 거기에 집중해 버렸다.

리드미컬하고 벅찬 곡의 시작, 발을 튕기는 테스타.

별이 쏟아지는 날]

청량한 소리가 쏟아진다.

테스타는 비에 젖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빗방울에 부딪히자 새로운 맛이 튀어나온다.

‘어?’

저녁이 되어 조명이 강해지자, 발과 팔을 감산 액세서리와 로브에 맺힌 물방울에서 반사된 빛이 반짝인다.

휘익.

유독 팔다리를 튕기거나 도는 움직임이 많은 안무 덕인지, 튀는 물까지 무대의 일부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뛰는 발걸음마다 물방울이 장식처럼 튀었다.

그 밑은… 맨발이다.

‘…!’

다리가 길… 아니, 그보다….

‘물이 고여 있잖아??’

직전 실내 무대를 할 때부터 위의 가림막을 떼어놓았던 건지, 바닥에 꽤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

‘너무 위험….’

그러나 맨발인 덕인지 테스타는 미끄러지지 않는다.

대신 마른 땅에서 할 때처럼 깔끔하고 보기 즐겁게 무대가 펼쳐졌다.

아니, 오히려 더 좋게 보이기도 했다.

‘무슨….’

맨발로 밟을 때마다 발끝이 반쯤 잠겼다가 빠져나온다. 그리고 물의 고리가 함께 튀어 오른다.

특히 후렴에 들어오자, 포인트 안무의 스텝에 맞춰 오르는 게 일품이다.

대형 사이사이로 물이 솟는다. 그리고 로브가 펄럭이며, 다시 물방울을 튀긴다.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의 청량함보다 화려함이 압도하는 무대.

물에 젖어 더 보기 좋은 의상과 머리로 그 모든 것을 해내니, 그건 이미 잘 기획된 수중 공연이나 다름없었다.

‘아.’

그리고 그녀는 벼락같이 깨달았다.

로브의 장식 색과 팔다리 액세서리의 원석 색이… 그 뮤직비디오에 나온 꼬리지느러미의 색이다.

흐르는 물속에서 인어 상징물을 걸치고 하는 퍼포먼스.

‘일부러 이렇게 했다고?’

그 컨셉을 위해 맨발로 비 오는 날 뛰어다니며 무대를 기획했다고? 뚜껑도 날리고?

말도 안 된다. 하지만 TV 속 테스타의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라 물음표와 느낌표가 머릿속에 난무했다.

오늘이 반짝일 테야]

선아현의 아크로바틱이 깔끔한 세로의 물방울 포물선을 그리며 엔딩이 다가온다.

그 뒤를 받치고 있는 멤버들 덕에 조마조마해 보이는 대신 감탄부터 나왔다. 눈에 확 들어오는 안무다.

그리고 맨 끝에 허밍하며 앉는 동작은… 그 대신 서로 어깨동무하며 뒤로 돈다.

비가 내리는 하늘을 마지막 베이스에 맞춰 올려다보는 것으로 엔딩.

그렇게 무대는 끝났다.

“…….”

광고로 화면이 변했다. 하지만 김래빈의 팬은 계속 소파에 앉아 있다.

남동생이 발로 그녀의 허벅지를 툭툭 쳤다.

“야, 잘하는데?”

“…….”

너무 좋고 너무 모르겠다.

아니, 이건 잘하는데 수준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그러니까, 이게 얼마나 기가 막힌,

“아 진짜!”

김래빈의 팬은 당장 SNS를 잡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내야 했다!

* * *

“으!”

“차유진! 발 괜찮아?”

“OK! 괜찮아!”

차유진이 발밑에 붙어 있던 투명한 돌기형 보호대를 뜯어냈다.

스탭이 도와줘도 따끔한 건 마찬가지니 자기 손으로 뜯어버린 모양이다.

저게 뭐냐고? 고무 합성소재로 만든 미끄럼 방지 장비다.

‘맨발로 그 물 고인 대리석 바닥을 뛰어다니는 건 자살행위지.’

저걸 주문 제작한 건 컴백하기도 전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내 발에 있던 것도 떼어냈다.

“아, 아프지 않아…?”

“어. 괜찮은데.”

접착제가 좀 따끔거리긴 했으나, 후유증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기회를 방금 잡았다.

“저 알아요. 우리 방금 굉장히 잘했어요!”

“어우, 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유진 씨~”

“히히.”

“부디 시청자분들께서 즐기시고 흡족히 마음으로 좋은 기분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어. 좋아야 해.”

배세진이 단호하게 말한다. 뭐, 스탯 차이로 완성까지 제일 고생한 놈이니 저런 발언을 할 권리가 있긴 하지.

나는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확인해 볼까.

나는 대기실에 복귀하자마자 수건을 덮어쓰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관련 커뮤니티는… 벌써 반응이 왔군.

난리다.

아마 SNS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는데 예상대로였다.

미친 듯이 글이 쏟아지고 ‘폭우’ ‘테스타 무슨’이 트렌드로 올라오고 있었다.

-미미ㅣ미친거 아니야?

-이거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

-다 떠나서 우리 애들 천재다 진짜;;

-내 눈이 이상한 건가 이게 일반 무대보다 좋아보여 아 이럼 안 되는데

아니, 그 말이 맞다. 보기 좋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물을 함께 상정하고 만든 안무니까.’

정확히는, 복사뼈 높이까지 물이 차 있는 무대 세트에서 소화하는 것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의뢰한 안무다.

앨범이 여름과 바다 컨셉이란 특수성을 살리고 싶었거든.

‘콘서트에서 쓸 용도였지.’

그걸 여기다 때려 박은 것이다.

그리고 보통 잘 고려한 요소 하나가 더 추가되면 더 재밌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반응이 올 줄 알았어.’

2~3주 묵으며 슬슬 버즈량이 안정될 타이밍에 터지면 분명 효과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게다가 더 인상적으로 만들어줄 요소도 추가했다.

‘이 상황.’

지금 이게 기획인지 기상 상태로 인한 돌발 상황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말이 나올 것이다.

벌써 시작되었다.

-와 대처능력 좋다

-분명 기획임

-기획이면 벌써 광고 오지게 때렸음 내가 보기엔 사고 수습임ㅋㅋ

-애초에 왜 테스타가 야외무대로 왔겠어 당연히 스페셜 스테이지지 바보들하고 말이 안 통하네 진짜

-일기 예보를 예측해서 소나기에 맞춰 무대를..? 너무 무리수 추측 아닌지.

계속 이야기해서 무대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군.

‘위튜브의 사이버 렉카가 물 때 즈음이 적당하겠어.’

나는 논란의 소지 덕에 더욱 빠르게 퍼지는 동영상을 확인하고 회사와 통화를 시작했다.

* * *

테스타의 폭우 속 무대는 각종 추측과 감탄 속에서 그 주 끝의 핫 트렌드로 떠올랐다.

VTIC과의 대결과 잘 빠진 곡 등으로 테스타의 이번 활동을 알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사람들은 더욱 쉽게 흥미를 느끼고 무서운 속도로 달라붙었다.

단순히 무대 잘한 게 아니라, 독특한 이 상황에 자기 의견을 한 마디씩 보탤 수 있으니까!

결국 안전 문제로까지 번지며 여러 의미로 불이 붙었으나, 논란이 공식적으로 떠오르기 전 기사로 공식 입장이 깔끔히 발표되었다.

테스타가 직속 후배의 첫 합동 콘서트 무대를 배려해 리허설 당일 무대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상 상황을 알아차린 뒤에 이벤트 삼아 구성을 바꿨다는 것, 안전에 유의하며 장비를 착용했다는 것까지.

소속사의 꼼꼼한 검수를 받은 기사들은 쭉쭉 연예 기사 메인으로 오며 테스타의 무대를 광고했다.

전후 사정이 바뀐 걸 빼면 깔끔한 진실이다.

그리고 테스타는 자신들이 그 당시 신었던 미끄럼 방지 방호구를 SNS에 올리며 신나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

아현이가 이거 신고 발레하는데 넘 멋졌어요 우리 다 따라함ㅋㅋ

(동영상)

=======================

-티넷 애들을 미담 방패로 쓰나 했는데 진실이었다니

-콘서트에서 대체 뭘 보여주려고 했던 거야 얘들아 나 이번엔 꼭 갈게 표 잡을게!!

-♡♡♡♡

-이렇게 아이돌에 진심인 아이돌 처음임;

빠르게 나왔기에 테스타의 진실성이 훼손될 일도 없고, 돌발 상황은 맞기에 위상이 낮아질 일도 없는 설명.

그러나 이미 퍼진 동영상은 쭉쭉 탄력을 받고 위튜브 인기 동영상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칭찬하는 사람들, 트집 잡는 사람들, 이번 일을 소재로 어그로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물이 있고 없고를 비교하며 댄스 챌린지를 다시 찍어 올리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화제성에 한몫하며 테스타의 음원 등수를 올려주었다.

덕분에 청려는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

테스타에게 국내는 내주게 되겠다는, 계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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