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28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8화
테스타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썸네일처럼 푸른 바다로 시작했다.
다만 시점이 달랐다.
바다 밖이 아니라, 바다 안이다.
심해에서 올라오던 티저로부터 이어지는 듯, 수면에 가까운 푸른 바다.
‘아, 이래서 티저가…?’
사람들이 깨닫는 것도 잠시.
이윽고 빛이 반짝이는 수면으로 튀어나온 시야가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아현아!]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화면이 돌아가자, 저기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반팔 반바지 차림의 이세진이다.
[자!]
곧, 허리까지 잠기는 바닷속에 들어온 젖은 인영이 손을 내밀었다.
[…….]
화면 뒤에서 뻗어 나온 하얀 손이 그 손을 잡았다.
[Take your STAR
별이 쏟아지는 날
파도를 차고 달려
하늘로 Run and Fly]
맑은 고음역의 노랫말이 홀로 울린 뒤.
춤을 추듯 반주가 밀려 들어온다.
박수 소리 같은 하이햇과 경쾌한 드럼, 아코디언 전자음이 섞여 시원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컷이 바뀌어 여름 한 철의 일상을 보내는 테스타가 나온다.
리드미컬한 차유진의 보컬이 치고 들어왔다.
[그래, 오늘이 좋겠어
햇빛이 얼굴을 붉혀도
바람이 식혀주니까
오늘 만나러 갈래]
사무실에 앉아있는 박문대, 노트북을 들고 과제를 하는 김래빈, 서빙 중인 차유진, 놀이공원 스탭인 이세진….
한 컷씩 지나가는 멤버들이 모여서 바다로 간다는 게 초반의 스토리였다.
클래식한 여름 노래 컨셉이었다.?
‘전형적이지만 먹히는 이유가 있지.’
초조하게 영상을 기다렸던 직장인 트윈 홈마는 클리셰에 약간 김이 빠졌지만, 안도하기도 했다.
VTIC과 직접 비교당할 일은 없어 보였으니까.
[맘은 바다처럼 밀려 와
추억이 모래처럼 쌓여 난?
그걸로 좋아?
Dip it in the Ocean]
영상에선 차례차례 여행길에 오른 테스타가 마지막으로 사무실의 박문대를 납치하듯 태웠다.
떨떠름한 것처럼 보이던 박문대가 희미한 미소를 짓고, 노란 버스가 바다를 향해 달렸다.
[Take your STAR
별이 쏟아지는 날
항해하는 하늘의 섬
우리는 Fly so far]
그리고 바닷가에 도착한 녀석들이 차에서 뛰쳐나와 선아현과 만나며, 다시 후렴이 들어온다.
바닷가에서 맨발 청바지에 흰 티 차림으로 들어가는 포인트 안무.
시원하고 날렵한, 보기 좋은 락킹을 응용한 안무다.
편하게 듣기도 좋고 보기도 즐겁다.
‘진짜 섬머 송이네.’
보던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의 멤버들은 데뷔 당시 했던 익숙한 머리 색이었다.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 선택들이 신나면서도 아련한 여름의 느낌을 살린다.
게다가 옷차림이 가볍고 바닷가 배경이라 섹시를 원하는 수요도 충분히 충족시킬 것 같았다….
‘건강하고 청량한 섹시인가.’
이온 음료 광고 같다며, 직장인은 이번엔 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화면 속에선 어느새 노을 지는 저녁이 찾아왔다.
멤버들의 안무 컷과, 바닷가에 앉아서 캠프파이어를 하는 컷이 교차한다.
[삶은 짧고 노래는 길어
서로를 비추는 mirror
속에서 난 다시 다짐해
오늘은 오늘로 좋다고]
듣기 좋은 랩 파트가 엇박으로 마무리되는 순간, 간주가 사라진다.
그리고 노래가 아닌 녹화된 화면의 소리가 스피커에 울린다.
[…….]
불씨 튀는 소리. 바닷소리. 천이 스치는 소리.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아 있던 테스타는 서로 피식피식 웃으며 시선을 주고받더니, 곧 힐긋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야아아~!]
[휘익!]
바다로 뛰어든다.
“…??”
좀 갑작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인 입수.
풍덩.
물보라 튀는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화면을 채운다.
‘뭐야.’
인위적인 감동 씬인가 싶어 직장인이 식으려던 무렵.
웃으며 헤엄치던 선아현이 배영을 하듯 눕는 순간, 물밑에서 연보랏빛 무언가가 물방울을 비산시킨다.
둘로 갈라진….
“…!!”
-???
-꼬리?
-뭐야
실시간 댓글이 넘실거리고, 직장인은 화면을 다시 보았다.
또 다른 빛깔의 곡선이 수면 위로 살짝 드러났다 사라진다….
인어?
“아.”
어두워지는 바닷속에서, 비늘이 반짝이며 노을빛에 반사된다.
멤버들이 점점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 팔이 서로에게 물을 끼얹고, 수면 위 꼬리가 물을 튀긴다.
[하하!]
?
헐리우드 아동 영화보다는 독립영화 같은 필름 색감과 카메라 워크 탓에, 어쩐지 그 장면은 일종의 휴먼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이 갑자기 바닷속으로 잠수하는 순간.
[우우웅-]
짧게 화면은 환상적으로 바뀐다.
빛나는 꼬리, 물속에 들어가는 어느 순간 변한 색색의 머리칼이 화면에서 번뜩이며 연달아 컷으로 교차했다. 투명한 바닷속에서 작은 물고기 떼와 해초가 지나간다.
바다의 황홀경이다.
철썩!
그리고 다시 물 밖.
현실로 돌아온 어두컴컴한 해수욕장의 바다를 배경으로, 다 젖은 멤버들이 웃으며 하늘을 가리킨다.
피잉-!
불꽃놀이가 터졌다.?
노을이 다 진 남보랏빛 하늘로 터지는 노란 불꽃.
그리고 환호하는 바닷속 멤버들.
노래가 돌아온 것은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별처럼 반짝이는 Mood
함께 가줘 약속해
Make you fly
수평선 너머 끝 섬까지
오늘이 반짝일 테야]
전보다 무대 의상다운 장식을 걸친 멤버들이 바닷가에서 마지막 후렴을 화려한 군무로 채웠다.
로브의 천과 팔찌 장식들이 바닷가에 널린 미니 전구 줄 조명에 반사되었다.
화려한 엔딩이었다.
[…….]
뮤직비디오는 여름이 끝난 후, 선아현이 그들의 단체 사진을 하나 캐리어에 넣어 웃는 얼굴로 바닷가를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직장인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
직장인은 먼저 여러 가지 상황-VTIC과 성적 추이 비교, 팬들의 무대 반응 등-을 예상해보려고 했으나, 본능이 이겼다.
그녀는 약간 얼빠진 심정으로 영상을 다시 돌렸다.
‘뭐가… 복선이 많았던 것 같은데.’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SNS 타임라인은 무섭게 갱신되고 있었다.
* * *
테스타의 뮤직비디오는 티저 반응이 망했던 만큼 반사 이득을 보고 반동했다.
[청량 남돌 계보 다시 등장 응 테스타 말하는 거임]
[인어 컨셉 테스타 미쳤음]
[실시간 미친 듯이 뮤비 조회수 붙고 있는 아이돌]
[빛의 테스타 어둠의 브이틱 구도 성립ㄷㄷㄷ]
예상과 전혀 다른 컨셉인데, 그걸 한 번 더 꼬아서 마주친 기분 좋은 예외에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 정도면 퀄리티가 VTIC에 안 밀린다’는 생각도 들고, 직접적으로 비교되기보단 대조되는 둘의 컨셉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포지셔닝의 효과였다.
-아 올여름 케이팝 꿀잼이네ㅋㅋ
-잡덕에겐 최고의 시간
-이야 어떻게 둘 다 이렇게 곡을 잘 뽑았냐 K-팝 뽕 찬다
-이거 나중에 한 십년은 추억팔이 할 수 있는 거 아니야?ㅋㅋㅋㅋ
그리고 팬들은 당장 뮤직비디오 떡밥을 소화하기 바빴다.
-복근… 이게 현실이라니
-아니 정말 여름 최고다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여름
-바다로 뛰어드는데 와 실루엣 와 어깨가 우와 (GIF 파일)
-애들 다 운동했나 봐 자신감이 넘쳨ㅋㅋㅋㅋㅋ?
-예 압도적 감사입니다. 불만? 죽어라
영상미나 노출, 비주얼 요소도 미친 듯이 소비되었지만, 그것에 더해서 스토리도 한몫했다.
마치 아주 거대한 설정의 핵심 한 컷만 보여준 것처럼, 자세히 뜯어보니 상당히 의미심장한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아 그래서 티저가 그랬구나 인어 시점이라ㅠㅠㅠ
└헐
└그렇네 인어가 심해에서 올라온 거 맞는 듯 아현이만 육지 생활 안 해보고 처음 나온 거였나 봐
└미쳤다 그래서 큰세가 마중 나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악 이 설정 변태들아!
게다가 뮤직비디오 공개 다음 날 푼 테스타의 컨셉 포토들은 뮤직비디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암시해서, 팬들을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번 컨포 애들 육지에서 직업같은데 아현이만 여행객이야 역시 회오리감자님 가설이 맞는 듯(팝콘
-육지에서 사서로 일하는 인어? 완전 배세진과 찰떡 아닙니까 햄찌 합성을 멈추고 안경이나 보세요 (캡처)
-청우야 혹시 경찰 네가 직접 고른 거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 고맙다…
-미친미친 이거 인어 컨포 맞잖아 손에 주얼리 장식 낀 이거 이렇게 보면 물갈퀴 모양임ㅠㅠㅠ (빨간 표시 선을 덧댄 컨셉 포토)
팬들은 아쉬운 부분이 없었기에 과반수가 대만족 상태였다. 그리고 도저히 테스타가 일정을 미루지 못한 것도 이해했다.
-이건 무조건 한여름에 해야지
여름 인어 컨셉이니까!
물론 팬이 아니라면, 이런 요소들의 시작점인 뮤직비디오의 인어 컨셉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한 치만 잘못해도 유치하고 매니악해질 감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컨텐츠를 완벽히 뽑아내도 ‘한 치’의 기준은 각자 달랐기에, 약간의 호불호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테스타 같이 가장 큰 경쟁자와 동시에 발매한 상황에서는 말이다.?
VTIC의 세련된 호러와 비교하자면 테스타의 인어가 날것처럼 느껴진다며, 일부러 분탕을 치는 사람이 시간마다 나왔다.
-아 진짜 너무 나갔네
-남자 인어 안사요
-촬영하면서 현타오지게 왔을 듯 흑역사 갱신 아니냐고ㅋㅋㅋㅋㅋㅋ
-인어 등장하는 순간 피 식는 느낌
-해외고 국내고 반응 개좋은데 여기만 찐따처럼 이러고 있구나 어휴
하루에도 몇 번씩 ‘인어 컨셉’에 대해 호불호 싸움이 붙었다.
하지만 사실 성적과는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일반 대중은 뮤직비디오보다는 노래 한 번, 무대 한 번 접하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그리고 테스타의 이번 곡은 누가 들어도 상쾌한 이지리스닝에, 안무도 과하지 않게 따라 하고 싶어지는 경쾌함으로 무장했다.?
‘깊게 파면 매니악하게, 옅게 즐기면 대중적이게.’
어떻게든 양쪽 장점을 다 극대화시켜 보겠다는 철저한 계산식에 의해 완성된 구조였다.
그리고 이 계산식에 실수가 없었는지, 테스타는 쭉쭉 성적을 뽑았다.
-와우 딱 반나절만에 50만장 나감ㅋㅋㅋㅋ 자체 기록 ㅊㅋㅊㅋ
-24hits 진입 72위… VTIC이랑 거의 비슷함 설마 국내 팬덤 따라잡았나?ㄷㄷㄷ
-테스타가 음원 유지력은 더 좋지? 금방 치고 올라와서 역전하겠네
└닥쳐 조용히 해
└티카 발작하네ㅋㅋ
└응 러뷰어임 니들 까질에 우리 애들 이용하지마라
혼란과 흥분이 뒤섞여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SNS들은 투기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목요일. 첫 음악 방송 날 전에는 이미 테스타가 음원 차트에서 VTIC을 몇 계단 뒤에서 쫓아오고 있었다.
-음방 나오면 진짜 뒤집힐 수도 있겠다
-비교되고 나락 갈 수도 있지 않아?ㅠ 어느 쪽이든 존잼
-브이틱 초동이 200만장이던데 이런 넘사벽이 뒤집히면 넘 억울할 듯ㅠ 둘이 기싸움 오지겠지?ㅋ
-이 천박한 새끼들 신경 쓰지 말고 두 그룹 모두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울나라 아이돌 화이팅
둘 모두에게 희소식은 장르가 겹치지 않았기에, 둘 중 하나가 비교우위로 대중에게 선택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둘은 서로의 파이를 대놓고 뺏지 않고 겉으로는 둘 다 승자처럼 여유롭게, 물밑에선 서로 견제하며 치열히 성적을 쌓아갔다.
물론 VTIC은 첫 주 성적부터 말도 안 되게 좋았으나, 테스타의 기세가 워낙 좋고 도전자에게 주어지는 이미지 어드벤티지로 구도는 슬쩍 굳어졌다.
-테스타 바로 티넷 음방 나오지?
-이번 주부터 둘 활동 겹치네요?
-얘들아 팝콘 챙겨라
-전 둘 다 좋은 사람♡ 본방사수해야징
그리고 마침내, 둘이 함께 출연하는 첫 번째 음악 프로그램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8화
테스타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썸네일처럼 푸른 바다로 시작했다.
다만 시점이 달랐다.
바다 밖이 아니라, 바다 안이다.
심해에서 올라오던 티저로부터 이어지는 듯, 수면에 가까운 푸른 바다.
‘아, 이래서 티저가…?’
사람들이 깨닫는 것도 잠시.
이윽고 빛이 반짝이는 수면으로 튀어나온 시야가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화면이 돌아가자, 저기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반팔 반바지 차림의 이세진이다.
곧, 허리까지 잠기는 바닷속에 들어온 젖은 인영이 손을 내밀었다.
화면 뒤에서 뻗어 나온 하얀 손이 그 손을 잡았다.
별이 쏟아지는 날
파도를 차고 달려
하늘로 Run and Fly]
맑은 고음역의 노랫말이 홀로 울린 뒤.
춤을 추듯 반주가 밀려 들어온다.
박수 소리 같은 하이햇과 경쾌한 드럼, 아코디언 전자음이 섞여 시원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컷이 바뀌어 여름 한 철의 일상을 보내는 테스타가 나온다.
리드미컬한 차유진의 보컬이 치고 들어왔다.
햇빛이 얼굴을 붉혀도
바람이 식혀주니까
오늘 만나러 갈래]
사무실에 앉아있는 박문대, 노트북을 들고 과제를 하는 김래빈, 서빙 중인 차유진, 놀이공원 스탭인 이세진….
한 컷씩 지나가는 멤버들이 모여서 바다로 간다는 게 초반의 스토리였다.
클래식한 여름 노래 컨셉이었다.?
‘전형적이지만 먹히는 이유가 있지.’
초조하게 영상을 기다렸던 직장인 트윈 홈마는 클리셰에 약간 김이 빠졌지만, 안도하기도 했다.
VTIC과 직접 비교당할 일은 없어 보였으니까.
추억이 모래처럼 쌓여 난?
그걸로 좋아?
Dip it in the Ocean]
영상에선 차례차례 여행길에 오른 테스타가 마지막으로 사무실의 박문대를 납치하듯 태웠다.
떨떠름한 것처럼 보이던 박문대가 희미한 미소를 짓고, 노란 버스가 바다를 향해 달렸다.
별이 쏟아지는 날
항해하는 하늘의 섬
우리는 Fly so far]
그리고 바닷가에 도착한 녀석들이 차에서 뛰쳐나와 선아현과 만나며, 다시 후렴이 들어온다.
바닷가에서 맨발 청바지에 흰 티 차림으로 들어가는 포인트 안무.
시원하고 날렵한, 보기 좋은 락킹을 응용한 안무다.
편하게 듣기도 좋고 보기도 즐겁다.
‘진짜 섬머 송이네.’
보던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의 멤버들은 데뷔 당시 했던 익숙한 머리 색이었다.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 선택들이 신나면서도 아련한 여름의 느낌을 살린다.
게다가 옷차림이 가볍고 바닷가 배경이라 섹시를 원하는 수요도 충분히 충족시킬 것 같았다….
‘건강하고 청량한 섹시인가.’
이온 음료 광고 같다며, 직장인은 이번엔 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화면 속에선 어느새 노을 지는 저녁이 찾아왔다.
멤버들의 안무 컷과, 바닷가에 앉아서 캠프파이어를 하는 컷이 교차한다.
서로를 비추는 mirror
속에서 난 다시 다짐해
오늘은 오늘로 좋다고]
듣기 좋은 랩 파트가 엇박으로 마무리되는 순간, 간주가 사라진다.
그리고 노래가 아닌 녹화된 화면의 소리가 스피커에 울린다.
불씨 튀는 소리. 바닷소리. 천이 스치는 소리.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아 있던 테스타는 서로 피식피식 웃으며 시선을 주고받더니, 곧 힐긋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바다로 뛰어든다.
“…??”
좀 갑작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인 입수.
풍덩.
물보라 튀는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화면을 채운다.
‘뭐야.’
인위적인 감동 씬인가 싶어 직장인이 식으려던 무렵.
웃으며 헤엄치던 선아현이 배영을 하듯 눕는 순간, 물밑에서 연보랏빛 무언가가 물방울을 비산시킨다.
둘로 갈라진….
“…!!”
-???
-꼬리?
-뭐야
실시간 댓글이 넘실거리고, 직장인은 화면을 다시 보았다.
또 다른 빛깔의 곡선이 수면 위로 살짝 드러났다 사라진다….
인어?
“아.”
어두워지는 바닷속에서, 비늘이 반짝이며 노을빛에 반사된다.
멤버들이 점점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 팔이 서로에게 물을 끼얹고, 수면 위 꼬리가 물을 튀긴다.
?
헐리우드 아동 영화보다는 독립영화 같은 필름 색감과 카메라 워크 탓에, 어쩐지 그 장면은 일종의 휴먼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이 갑자기 바닷속으로 잠수하는 순간.
짧게 화면은 환상적으로 바뀐다.
빛나는 꼬리, 물속에 들어가는 어느 순간 변한 색색의 머리칼이 화면에서 번뜩이며 연달아 컷으로 교차했다. 투명한 바닷속에서 작은 물고기 떼와 해초가 지나간다.
바다의 황홀경이다.
철썩!
그리고 다시 물 밖.
현실로 돌아온 어두컴컴한 해수욕장의 바다를 배경으로, 다 젖은 멤버들이 웃으며 하늘을 가리킨다.
피잉-!
불꽃놀이가 터졌다.?
노을이 다 진 남보랏빛 하늘로 터지는 노란 불꽃.
그리고 환호하는 바닷속 멤버들.
노래가 돌아온 것은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함께 가줘 약속해
Make you fly
수평선 너머 끝 섬까지
오늘이 반짝일 테야]
전보다 무대 의상다운 장식을 걸친 멤버들이 바닷가에서 마지막 후렴을 화려한 군무로 채웠다.
로브의 천과 팔찌 장식들이 바닷가에 널린 미니 전구 줄 조명에 반사되었다.
화려한 엔딩이었다.
뮤직비디오는 여름이 끝난 후, 선아현이 그들의 단체 사진을 하나 캐리어에 넣어 웃는 얼굴로 바닷가를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직장인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
직장인은 먼저 여러 가지 상황-VTIC과 성적 추이 비교, 팬들의 무대 반응 등-을 예상해보려고 했으나, 본능이 이겼다.
그녀는 약간 얼빠진 심정으로 영상을 다시 돌렸다.
‘뭐가… 복선이 많았던 것 같은데.’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SNS 타임라인은 무섭게 갱신되고 있었다.
* * *
테스타의 뮤직비디오는 티저 반응이 망했던 만큼 반사 이득을 보고 반동했다.
예상과 전혀 다른 컨셉인데, 그걸 한 번 더 꼬아서 마주친 기분 좋은 예외에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 정도면 퀄리티가 VTIC에 안 밀린다’는 생각도 들고, 직접적으로 비교되기보단 대조되는 둘의 컨셉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포지셔닝의 효과였다.
-아 올여름 케이팝 꿀잼이네ㅋㅋ
-잡덕에겐 최고의 시간
-이야 어떻게 둘 다 이렇게 곡을 잘 뽑았냐 K-팝 뽕 찬다
-이거 나중에 한 십년은 추억팔이 할 수 있는 거 아니야?ㅋㅋㅋㅋ
그리고 팬들은 당장 뮤직비디오 떡밥을 소화하기 바빴다.
-복근… 이게 현실이라니
-아니 정말 여름 최고다 정말 내 인생 최고의 여름
-바다로 뛰어드는데 와 실루엣 와 어깨가 우와 (GIF 파일)
-애들 다 운동했나 봐 자신감이 넘쳨ㅋㅋㅋㅋㅋ?
-예 압도적 감사입니다. 불만? 죽어라
영상미나 노출, 비주얼 요소도 미친 듯이 소비되었지만, 그것에 더해서 스토리도 한몫했다.
마치 아주 거대한 설정의 핵심 한 컷만 보여준 것처럼, 자세히 뜯어보니 상당히 의미심장한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아아아아 그래서 티저가 그랬구나 인어 시점이라ㅠㅠㅠ
└헐
└그렇네 인어가 심해에서 올라온 거 맞는 듯 아현이만 육지 생활 안 해보고 처음 나온 거였나 봐
└미쳤다 그래서 큰세가 마중 나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악 이 설정 변태들아!
게다가 뮤직비디오 공개 다음 날 푼 테스타의 컨셉 포토들은 뮤직비디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암시해서, 팬들을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번 컨포 애들 육지에서 직업같은데 아현이만 여행객이야 역시 회오리감자님 가설이 맞는 듯(팝콘
-육지에서 사서로 일하는 인어? 완전 배세진과 찰떡 아닙니까 햄찌 합성을 멈추고 안경이나 보세요 (캡처)
-청우야 혹시 경찰 네가 직접 고른 거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 고맙다…
-미친미친 이거 인어 컨포 맞잖아 손에 주얼리 장식 낀 이거 이렇게 보면 물갈퀴 모양임ㅠㅠㅠ (빨간 표시 선을 덧댄 컨셉 포토)
팬들은 아쉬운 부분이 없었기에 과반수가 대만족 상태였다. 그리고 도저히 테스타가 일정을 미루지 못한 것도 이해했다.
-이건 무조건 한여름에 해야지
여름 인어 컨셉이니까!
물론 팬이 아니라면, 이런 요소들의 시작점인 뮤직비디오의 인어 컨셉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한 치만 잘못해도 유치하고 매니악해질 감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컨텐츠를 완벽히 뽑아내도 ‘한 치’의 기준은 각자 달랐기에, 약간의 호불호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테스타 같이 가장 큰 경쟁자와 동시에 발매한 상황에서는 말이다.?
VTIC의 세련된 호러와 비교하자면 테스타의 인어가 날것처럼 느껴진다며, 일부러 분탕을 치는 사람이 시간마다 나왔다.
-아 진짜 너무 나갔네
-남자 인어 안사요
-촬영하면서 현타오지게 왔을 듯 흑역사 갱신 아니냐고ㅋㅋㅋㅋㅋㅋ
-인어 등장하는 순간 피 식는 느낌
-해외고 국내고 반응 개좋은데 여기만 찐따처럼 이러고 있구나 어휴
하루에도 몇 번씩 ‘인어 컨셉’에 대해 호불호 싸움이 붙었다.
하지만 사실 성적과는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일반 대중은 뮤직비디오보다는 노래 한 번, 무대 한 번 접하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그리고 테스타의 이번 곡은 누가 들어도 상쾌한 이지리스닝에, 안무도 과하지 않게 따라 하고 싶어지는 경쾌함으로 무장했다.?
‘깊게 파면 매니악하게, 옅게 즐기면 대중적이게.’
어떻게든 양쪽 장점을 다 극대화시켜 보겠다는 철저한 계산식에 의해 완성된 구조였다.
그리고 이 계산식에 실수가 없었는지, 테스타는 쭉쭉 성적을 뽑았다.
-와우 딱 반나절만에 50만장 나감ㅋㅋㅋㅋ 자체 기록 ㅊㅋㅊㅋ
-24hits 진입 72위… VTIC이랑 거의 비슷함 설마 국내 팬덤 따라잡았나?ㄷㄷㄷ
-테스타가 음원 유지력은 더 좋지? 금방 치고 올라와서 역전하겠네
└닥쳐 조용히 해
└티카 발작하네ㅋㅋ
└응 러뷰어임 니들 까질에 우리 애들 이용하지마라
혼란과 흥분이 뒤섞여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SNS들은 투기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목요일. 첫 음악 방송 날 전에는 이미 테스타가 음원 차트에서 VTIC을 몇 계단 뒤에서 쫓아오고 있었다.
-음방 나오면 진짜 뒤집힐 수도 있겠다
-비교되고 나락 갈 수도 있지 않아?ㅠ 어느 쪽이든 존잼
-브이틱 초동이 200만장이던데 이런 넘사벽이 뒤집히면 넘 억울할 듯ㅠ 둘이 기싸움 오지겠지?ㅋ
-이 천박한 새끼들 신경 쓰지 말고 두 그룹 모두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울나라 아이돌 화이팅
둘 모두에게 희소식은 장르가 겹치지 않았기에, 둘 중 하나가 비교우위로 대중에게 선택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둘은 서로의 파이를 대놓고 뺏지 않고 겉으로는 둘 다 승자처럼 여유롭게, 물밑에선 서로 견제하며 치열히 성적을 쌓아갔다.
물론 VTIC은 첫 주 성적부터 말도 안 되게 좋았으나, 테스타의 기세가 워낙 좋고 도전자에게 주어지는 이미지 어드벤티지로 구도는 슬쩍 굳어졌다.
-테스타 바로 티넷 음방 나오지?
-이번 주부터 둘 활동 겹치네요?
-얘들아 팝콘 챙겨라
-전 둘 다 좋은 사람♡ 본방사수해야징
그리고 마침내, 둘이 함께 출연하는 첫 번째 음악 프로그램 생방송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