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Đăng Nhập Đăng Ký

Ra Mắt Hay Ra Đi Raw - C287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7화
브이틱의 티저는 불길한 사이렌 소리와 고풍스러운 네발 욕조로 시작했다.
위이이잉-
‘음?’
티저를 보던 직장인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며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사이렌 소리는 천천히 잦아들고, 그 자리를 욕조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채운다.
톡-.
톡-.
검은 욕조만이 존재하는 하얀 대리석 타일 속의 화면.
그 안에 사이렌이 사라지고 물방울 소리만 남은 순간.
달칵.
이미지가 지나간다.
빨간 촛불,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대는 묵언의 표시, 낡은 책, 바이러스 구조, 핏방울, 불길한 표식.
톡-.
그리고 마지막은… 욕조로 들어가는 남성의 발이다.
어마어마한 속도감과 상징성.
그 회상 같은 이미지 컷들이 끝나고, 짧게 정적과 검은 화면이 숨을 고르게 해주려나 싶은 찰나.
우아하고 부드러운 현악기 소리가 화면을 채운다.
[우- 우우우- 우우우우우]
허밍 같은 아카펠라.
동시에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방금 봤던 그 욕조의 컷이었으나….
“…!”
욕조는 어느새 반쯤 부서진 채 허공으로 솟아 있었다. 쥐어짜 내듯 몸체를 잡아챈 단단한 형체는 욕조를 올리고 있었다.
강렬히 조각된 검녹색 두족류의 여덟 촉수였다.
카메라가 위태로운 욕조 안을 비춘다.
그 속에 누워, 목까지 물에 잠겨 있는 인영이 있었다.
은발의 청려였다. 화면 불빛 탓인지, 반사광이 녹색으로 보였다.
‘염색??’
관람자가 더 생각을 진행하기도 전.
청려가 눈을 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잊어버려도 된다는
이해가 필요한 이 순간]
단조의 멜로디가 부드럽게 화면을 감싸며, 부서진 천장에서부터 욕조 위로 빛이 흘러 내려온다.
청려의 나른한 얼굴 위로도 빛이 쏟아진다.
‘얼굴 봐라.’
약간 감동까지 느껴지는 컷에 직장인이 반사적인 감탄을 느낄 무렵.
다른 세 멤버의 컷이 서서히 흘러가듯 화면에 등장했다.
[우- 우우우- 우우우우우]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앞에서 검지를 입가에 대고 있는 채율, 어두운 복도 위에서 촛불을 든 신오, 그리고 숲속에서 검은 로브를 머리 위로 쓰는 주단.
그리고 다시 돌아온 욕조 속 물에 잠긴 청려의 화면.
머리까지 물속에 잠기도록 눕는 우아한 컷과 속삭이는 저음으로 마지막 구절이 끝난다.
[Blow out the candle right]
팟.
텅 빈 욕조가 홀로 허공에서부터 떨어진다.
“…!”
옥죄고 지탱하던 두족류의 다리는 흔적도 없다. 바닥에 부딪혀 산산이 조각나기 직전.
그 순간에서 화면은 멈춘다.
그리고 불길한 검은 글자가 그 위에 새겨진다.
[He got a Permission to Explore my Land]
문장은 대문자 이니셜만 모여 재정렬하며, 타이틀이 된다.
[H. E. L. P.]
그리고 마지막 글자가 뒤집히는 순간.
[H. E. L. L.]
욕조가 박살 나는 소리가 검은 화면에 울렸다.
“…….”
그렇게 영상은 끝났다.
“아.”
직장인은 잠시 육성으로 반응하려다가, 의식적으로 멈췄다.
그러나 이미 뇌는 알고 있었다. 갱신되는 실시간 반응을 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OMG is it real?
-미미미미친 얘들아
-아니 무슨
-올해도 브이틱 다 해먹네
VTIC이 자신의 팬들이 환장할 컨셉만 싹싹 발라온 미친 타이틀을 들고 왔다는 걸.
심지어 여름에 딱 맞을 서늘한 호러 감각까지 곁들여서.
“…잘 벌겠네.”
직장인은 견적을 내다가 현타가 왔다.
그리고 본인이 잡은 아이돌에게 묻고 싶어졌다.
상승세가 꺾일 만한 슬럼프 앨범이 지금 나오지만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너희 대체 왜 이 판국에 시즌송을 가지고 왔냐.’
* * *
“…….”
나는 SNS를 훑었다.
-호흡곤란 올 뻔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어 착장 노래 컨셉 제발 이대로 가자
-티저 사기가 아닐 거라는 굳은 믿음 브이틱이 만듬 지켜줘야함
-이 연차면 관리 소홀 매너리즘에 쩌드는 거 아니냐? 어림도 없지ㅋ 아 브이틱은 프로 아이돌이라고~
VTIC 티저에 대한 반응들이다.
여론을 위해 무조건 좋다고 도배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감격한 팬들이 신나서 달리는 중이라는 게 보인다.
“흠.”
확실히 곡이 잘 빠지긴 했지.
호러 컨셉도 조악하지 않도록 극한까지 정제해서 두터운 레이어를 쌓아뒀다는 건 그냥 봐도 알겠다.
‘심지어 앞 앨범을 들었던 사람들이 보기엔 무슨 대단원처럼 보이게 해뒀나 본데.’
리패키지의 장점도 극한까지 살렸다.
이 곡 덕에 앞 앨범의 컨셉이 완전히 뒤집혀서 새롭게 해석할 여지를 주는 것 같더라고.
무슨 20세기 코스믹 호러 컨셉이라던데, 1차원적인 납량 특집이 아니라는 점까지 잘 먹힌 모양이다.
-전 앨범 브로드웨이랑 시기가 딱 맞네 크툴뤀ㅋㅋㅋㅋㅋㅋㅋ
-코스믹 호러 컨셉 10년 차 아이돌? 이런 거 2D에만 있는 거 아니었냐고
-해외팬들 미쳐 날뛰는 소리가 벌써 들림 걔들 이런 거 우리보다 좋아함ㅋㅋㅋㅋ
-오타쿠 같고 좋다 초심이 빛난다
여기에 안무 위주의 티저 2가 발표되는 순간, 여론이 한 번 더 상승기류를 탔다.
‘세련됐어.’
대중이 잘나가는 아이돌에게 기대할 만한 수요를 거의 모든 포인트에서 충족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카메라 워크, 댄서를 이용한 강렬한 진형, 군무, 과하게 실험적이지 않은 의상.
극한까지 컨셉추얼한 첫 번째 티저를 중화하는 대중성이 보인다.
‘보컬이 약할 줄 알았는데.’
이것도 음역대를 잘 조절해서 듣기 편한 수준으로 잘 뽑아놨다. 짬 그냥 먹은 게 아니라는 거지.
종합하자면… 팬들이 손뼉 치고 환호할 활동이다.
‘요행은 없다 이거군.’
나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염색한 청려를 봤을 때부터 짐작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혹시 막 나가면서 감 떨어지진 않을까 했는데, 도리어 덜 신중해지면서 더 곡이 재밌어졌다.
‘음.’
“문대야, 그만 보자~ 우리 거 보기도 바쁘다~”
“그래.”
나는 말리는 소리에 순순히 스마트폰 화면을 돌렸다.
“굿!”
동발하는 놈들 거 계속 보고 있어 봤자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마음만 복잡해진다는 거겠지.
하지만 사실, 난 썩 초조하진 않다.
‘안 겹쳐.’
후발주자가 되며 가장 경계했던 부분은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이놈들이 노린 컨셉 장르는 우리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다만, 이것과 관련해서 조목조목 깊게 생각한 녀석도 있던 모양이다.
이날 스케줄이 끝나고 배세진이 이런 말을 꺼냈기 때문이다.
“저기, 이거 괜찮은 거 맞아?”
“예?”
“우리 티저 말하는 거야. 느낌이 좀….”
“아아.”
티저만 두고 본다면…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확신해?”
“예. 오히려 이득이 될걸요. 무슨 반응이든 결국 화제성이니까.”
어차피 뒤집힐 여론이라면 판을 키워주는 빌드업일 뿐이다.
그리고 며칠 뒤, 우리의 첫 티저보다 이틀 먼저 VTIC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 * *
VTIC의 뮤직비디오는 티저의 느낌을 극대화한 뒤, 약간 더 애처롭고 섹시한 느낌을 섞은 수작이었다.
불길한 오컬트 요소가 전작 앨범의 화려하고 느긋한 브로드웨이 장면을 오마주하며 소름 돋는 컷을 연출해 긴장감을 살렸다.
무엇보다 유치하거나 분위기를 깨는 부분 없이 근사했다.
-이런 건 문화유산으로 물려줘야됨
-이런 표현밖에 할 수 없어서 통탄스럽습니다 VTIC은 신이다
-다 늙어서 무리수 두긴ㅉㅉ
└아직 군대도 안 간 애들한테 늙었다는 당신은… 혹시 그들의 팬?ㅎㅎ
└ㅋㅋㅋㅋㅋ주어가 보이네요!
-이 연차에 견제당하는 게 진짜 대단함 대체 어디까지 클 생각인 거짘ㅋㅋㅋ
쏟아지는 리액션 비디오와 호평, 팬들의 만족까지.
처음에 ‘곡이 피로하도록 화려하다’, ‘난해하다’던 반응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뒤집혔다. 음원이 유지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머글도 붙었네 대중성 염불 이제 안 통해서 어떡해ㅠ
-남돌이 이런 곡으로 차트에 붙어 있는 거 진짜 브이틱만 할 수 있는 일임
└삐빅! 테스타 나오면 삭제할 댓글입니다
└네? 어떻게든 대중성 있어보이고 싶어서 앨범마다 이지리스닝 꾸역꾸역 밀어넣는 그 그룹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적이 좋은 것은 부정적인 여론을 눈치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기대치를 배신하지 않다 못해 넘치도록 만족시켜 주는 VTIC 다운 타이틀에 그들의 팬들은 테스타의 컴백 소식에 더 거부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이 이렇게 딱 붙어서 활동을 발표하지만 않았어도, VTIC의 활동을 걱정 없이 즐겼을 테니까.
-무례+멍청 콤보 미친다 진짜
-한 주 반짝 1위하고 사라질 거임 걱정ㄴㄴ
-전략이 눈에 보여서 역겨운 것 같음ㅇㅇ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재밌어했다.
최상위 체급 남자 아이돌의 대격돌!
누가 이기든, VS 붙여서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 재밌지 않은가.
심지어 일부 발 빠른 기획사들은 인지도 부족한 아이돌의 컴백을 서둘렀다. 올해 음악 방송 시청률이 제일 높을 때는 필시 이때였으니까.
-테스타 티저 곧 나오겠지
-아 꿀잼ㅋㅋ
-브이틱에 묻혀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거 아님?ㅋㅋㅋ
└매일 이지랄 중인 걸 보면 그럴 일은 없을 듯
└ㅋㅋㅋㅋㅋㅅㅂ
그리고 드디어 테스타의 티저가 나왔을 때, 평소 티저 따위는 스킵했을 사람들까지 클릭하게 되었다.
VTIC과 비교하고 싶으니까!
다만 이때, 사실 사람들은 VTIC에게 이미 판정승을 준 상태였기에 좀 더 박한 마음으로 영상을 클릭했다.
달칵!
[TeSTAR(테스타) ‘약속’(Promise) Official Concept Teaser]
그리고 실제로 애매한 반응이 흐르기 시작했다.
-???
-흠
영상은 심해를 헤엄쳐서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 1인칭 시점의 짧은 탐험이었다.
느린 베이스와 메인 멜로디가 빠진 현악 반주가 울렸다.
영상이 어둡고, 잔잔하고 깊은 배경음이 깔리니… 묘하게 VTIC의 티저와 유사해 보이기까지 했다.
-체험형 VR 겜 같은데여
-으음
-신기하네.
-브이틱 생각나는 건 나뿐?ㅋㅋ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대놓고 혹평으로 SNS와 커뮤니티가 뒤덮였다.
VTIC과 비슷한 갈래 같았는데, 그만큼 인상적이진 않았으니까.
더 가혹한 평가와 조롱을 쏟고 싶어진 것이다.
-매번 듣던 그거네 오타쿠 같고 무난한 거
-응 브이틱 하위호환 티저만 봐도 느껴짐
-얘네도 이제 정형화된 거지 하던 것만 하고 투어 도는 거 막을 수 없는 흐름임 준비해
-곡 좋을 것 같긴 해~ 근데 컨셉 느낌이 똑같아ㅠ
-음 이래서 그룹 내 프로듀싱 멤 있는 거 별론데 이쯤 되면 감 떨어지더라 꼭.. 아쉽
팬들이 얼어붙을 만큼 잔인한 평가들이었다. 그 사이에는 분명 작정한 VTIC의 팬들도 섞여 있었겠으나, 어쨌든 대세 여론은 분명했다.
-견제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가는 게 맞다ㅇㅇ
-이러고 까보면 뒤집히는 거 한두 번 경험하나 우린 그냥 할 일 하면 됨
-사서 걱정할 필요 없어 진짜ㅠㅠ 그럴 시간에 스밍 준비나 하자
신나서 ‘테스타는 이미 망했다’ 같은 소리를 하는 익명 계정도 활개 치고 다니긴 했으나, 팬들 대다수는 묵묵히 다음 떡밥을 기다렸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테스타의 앨범 퀄리티가 별로였던 적은 없으니까!
그리고 일주일 뒤.
테스타의 진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뮤비 뜸
-또 호러?ㅋ
다만 사람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테스타 뮤직비디오의 썸네일은 푸른 파도가 치는 아름다운 하얀 모래사장이었다. 전형적으로 밝은 여름의 시즌송 느낌이 물씬 났다.
-???
-X나 밝은데??ㅋㅋㅋㅋㅋ
티저 사기였다!
아니, 이 순간은 다들 티저 사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다소 어리둥절해하며 영상을 클릭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7화

브이틱의 티저는 불길한 사이렌 소리와 고풍스러운 네발 욕조로 시작했다.

위이이잉-

‘음?’

티저를 보던 직장인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며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사이렌 소리는 천천히 잦아들고, 그 자리를 욕조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채운다.

톡-.

톡-.

검은 욕조만이 존재하는 하얀 대리석 타일 속의 화면.

그 안에 사이렌이 사라지고 물방울 소리만 남은 순간.

달칵.

이미지가 지나간다.

빨간 촛불,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대는 묵언의 표시, 낡은 책, 바이러스 구조, 핏방울, 불길한 표식.

톡-.

그리고 마지막은… 욕조로 들어가는 남성의 발이다.

어마어마한 속도감과 상징성.

그 회상 같은 이미지 컷들이 끝나고, 짧게 정적과 검은 화면이 숨을 고르게 해주려나 싶은 찰나.

우아하고 부드러운 현악기 소리가 화면을 채운다.

허밍 같은 아카펠라.

동시에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방금 봤던 그 욕조의 컷이었으나….

“…!”

욕조는 어느새 반쯤 부서진 채 허공으로 솟아 있었다. 쥐어짜 내듯 몸체를 잡아챈 단단한 형체는 욕조를 올리고 있었다.

강렬히 조각된 검녹색 두족류의 여덟 촉수였다.

카메라가 위태로운 욕조 안을 비춘다.

그 속에 누워, 목까지 물에 잠겨 있는 인영이 있었다.

은발의 청려였다. 화면 불빛 탓인지, 반사광이 녹색으로 보였다.

‘염색??’

관람자가 더 생각을 진행하기도 전.

청려가 눈을 떴다.

잊어버려도 된다는

이해가 필요한 이 순간]

단조의 멜로디가 부드럽게 화면을 감싸며, 부서진 천장에서부터 욕조 위로 빛이 흘러 내려온다.

청려의 나른한 얼굴 위로도 빛이 쏟아진다.

‘얼굴 봐라.’

약간 감동까지 느껴지는 컷에 직장인이 반사적인 감탄을 느낄 무렵.

다른 세 멤버의 컷이 서서히 흘러가듯 화면에 등장했다.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앞에서 검지를 입가에 대고 있는 채율, 어두운 복도 위에서 촛불을 든 신오, 그리고 숲속에서 검은 로브를 머리 위로 쓰는 주단.

그리고 다시 돌아온 욕조 속 물에 잠긴 청려의 화면.

머리까지 물속에 잠기도록 눕는 우아한 컷과 속삭이는 저음으로 마지막 구절이 끝난다.

팟.

텅 빈 욕조가 홀로 허공에서부터 떨어진다.

“…!”

옥죄고 지탱하던 두족류의 다리는 흔적도 없다. 바닥에 부딪혀 산산이 조각나기 직전.

그 순간에서 화면은 멈춘다.

그리고 불길한 검은 글자가 그 위에 새겨진다.

문장은 대문자 이니셜만 모여 재정렬하며, 타이틀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글자가 뒤집히는 순간.

욕조가 박살 나는 소리가 검은 화면에 울렸다.

“…….”

그렇게 영상은 끝났다.

“아.”

직장인은 잠시 육성으로 반응하려다가, 의식적으로 멈췄다.

그러나 이미 뇌는 알고 있었다. 갱신되는 실시간 반응을 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OMG is it real?

-미미미미친 얘들아

-아니 무슨

-올해도 브이틱 다 해먹네

VTIC이 자신의 팬들이 환장할 컨셉만 싹싹 발라온 미친 타이틀을 들고 왔다는 걸.

심지어 여름에 딱 맞을 서늘한 호러 감각까지 곁들여서.

“…잘 벌겠네.”

직장인은 견적을 내다가 현타가 왔다.

그리고 본인이 잡은 아이돌에게 묻고 싶어졌다.

상승세가 꺾일 만한 슬럼프 앨범이 지금 나오지만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너희 대체 왜 이 판국에 시즌송을 가지고 왔냐.’

* * *

“…….”

나는 SNS를 훑었다.

-호흡곤란 올 뻔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어 착장 노래 컨셉 제발 이대로 가자

-티저 사기가 아닐 거라는 굳은 믿음 브이틱이 만듬 지켜줘야함

-이 연차면 관리 소홀 매너리즘에 쩌드는 거 아니냐? 어림도 없지ㅋ 아 브이틱은 프로 아이돌이라고~

VTIC 티저에 대한 반응들이다.

여론을 위해 무조건 좋다고 도배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감격한 팬들이 신나서 달리는 중이라는 게 보인다.

“흠.”

확실히 곡이 잘 빠지긴 했지.

호러 컨셉도 조악하지 않도록 극한까지 정제해서 두터운 레이어를 쌓아뒀다는 건 그냥 봐도 알겠다.

‘심지어 앞 앨범을 들었던 사람들이 보기엔 무슨 대단원처럼 보이게 해뒀나 본데.’

리패키지의 장점도 극한까지 살렸다.

이 곡 덕에 앞 앨범의 컨셉이 완전히 뒤집혀서 새롭게 해석할 여지를 주는 것 같더라고.

무슨 20세기 코스믹 호러 컨셉이라던데, 1차원적인 납량 특집이 아니라는 점까지 잘 먹힌 모양이다.

-전 앨범 브로드웨이랑 시기가 딱 맞네 크툴뤀ㅋㅋㅋㅋㅋㅋㅋ

-코스믹 호러 컨셉 10년 차 아이돌? 이런 거 2D에만 있는 거 아니었냐고

-해외팬들 미쳐 날뛰는 소리가 벌써 들림 걔들 이런 거 우리보다 좋아함ㅋㅋㅋㅋ

-오타쿠 같고 좋다 초심이 빛난다

여기에 안무 위주의 티저 2가 발표되는 순간, 여론이 한 번 더 상승기류를 탔다.

‘세련됐어.’

대중이 잘나가는 아이돌에게 기대할 만한 수요를 거의 모든 포인트에서 충족하고 있다.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카메라 워크, 댄서를 이용한 강렬한 진형, 군무, 과하게 실험적이지 않은 의상.

극한까지 컨셉추얼한 첫 번째 티저를 중화하는 대중성이 보인다.

‘보컬이 약할 줄 알았는데.’

이것도 음역대를 잘 조절해서 듣기 편한 수준으로 잘 뽑아놨다. 짬 그냥 먹은 게 아니라는 거지.

종합하자면… 팬들이 손뼉 치고 환호할 활동이다.

‘요행은 없다 이거군.’

나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염색한 청려를 봤을 때부터 짐작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혹시 막 나가면서 감 떨어지진 않을까 했는데, 도리어 덜 신중해지면서 더 곡이 재밌어졌다.

‘음.’

“문대야, 그만 보자~ 우리 거 보기도 바쁘다~”

“그래.”

나는 말리는 소리에 순순히 스마트폰 화면을 돌렸다.

“굿!”

동발하는 놈들 거 계속 보고 있어 봤자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마음만 복잡해진다는 거겠지.

하지만 사실, 난 썩 초조하진 않다.

‘안 겹쳐.’

후발주자가 되며 가장 경계했던 부분은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이놈들이 노린 컨셉 장르는 우리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다만, 이것과 관련해서 조목조목 깊게 생각한 녀석도 있던 모양이다.

이날 스케줄이 끝나고 배세진이 이런 말을 꺼냈기 때문이다.

“저기, 이거 괜찮은 거 맞아?”

“예?”

“우리 티저 말하는 거야. 느낌이 좀….”

“아아.”

티저만 두고 본다면…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확신해?”

“예. 오히려 이득이 될걸요. 무슨 반응이든 결국 화제성이니까.”

어차피 뒤집힐 여론이라면 판을 키워주는 빌드업일 뿐이다.

그리고 며칠 뒤, 우리의 첫 티저보다 이틀 먼저 VTIC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 * *

VTIC의 뮤직비디오는 티저의 느낌을 극대화한 뒤, 약간 더 애처롭고 섹시한 느낌을 섞은 수작이었다.

불길한 오컬트 요소가 전작 앨범의 화려하고 느긋한 브로드웨이 장면을 오마주하며 소름 돋는 컷을 연출해 긴장감을 살렸다.

무엇보다 유치하거나 분위기를 깨는 부분 없이 근사했다.

-이런 건 문화유산으로 물려줘야됨

-이런 표현밖에 할 수 없어서 통탄스럽습니다 VTIC은 신이다

-다 늙어서 무리수 두긴ㅉㅉ

└아직 군대도 안 간 애들한테 늙었다는 당신은… 혹시 그들의 팬?ㅎㅎ

└ㅋㅋㅋㅋㅋ주어가 보이네요!

-이 연차에 견제당하는 게 진짜 대단함 대체 어디까지 클 생각인 거짘ㅋㅋㅋ

쏟아지는 리액션 비디오와 호평, 팬들의 만족까지.

처음에 ‘곡이 피로하도록 화려하다’, ‘난해하다’던 반응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뒤집혔다. 음원이 유지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머글도 붙었네 대중성 염불 이제 안 통해서 어떡해ㅠ

-남돌이 이런 곡으로 차트에 붙어 있는 거 진짜 브이틱만 할 수 있는 일임

└삐빅! 테스타 나오면 삭제할 댓글입니다

└네? 어떻게든 대중성 있어보이고 싶어서 앨범마다 이지리스닝 꾸역꾸역 밀어넣는 그 그룹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적이 좋은 것은 부정적인 여론을 눈치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기대치를 배신하지 않다 못해 넘치도록 만족시켜 주는 VTIC 다운 타이틀에 그들의 팬들은 테스타의 컴백 소식에 더 거부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이 이렇게 딱 붙어서 활동을 발표하지만 않았어도, VTIC의 활동을 걱정 없이 즐겼을 테니까.

-무례+멍청 콤보 미친다 진짜

-한 주 반짝 1위하고 사라질 거임 걱정ㄴㄴ

-전략이 눈에 보여서 역겨운 것 같음ㅇㅇ

그러나 일반 대중들은 재밌어했다.

최상위 체급 남자 아이돌의 대격돌!

누가 이기든, VS 붙여서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 재밌지 않은가.

심지어 일부 발 빠른 기획사들은 인지도 부족한 아이돌의 컴백을 서둘렀다. 올해 음악 방송 시청률이 제일 높을 때는 필시 이때였으니까.

-테스타 티저 곧 나오겠지

-아 꿀잼ㅋㅋ

-브이틱에 묻혀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거 아님?ㅋㅋㅋ

└매일 이지랄 중인 걸 보면 그럴 일은 없을 듯

└ㅋㅋㅋㅋㅋㅅㅂ

그리고 드디어 테스타의 티저가 나왔을 때, 평소 티저 따위는 스킵했을 사람들까지 클릭하게 되었다.

VTIC과 비교하고 싶으니까!

다만 이때, 사실 사람들은 VTIC에게 이미 판정승을 준 상태였기에 좀 더 박한 마음으로 영상을 클릭했다.

달칵!

그리고 실제로 애매한 반응이 흐르기 시작했다.

-???

-흠

영상은 심해를 헤엄쳐서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 1인칭 시점의 짧은 탐험이었다.

느린 베이스와 메인 멜로디가 빠진 현악 반주가 울렸다.

영상이 어둡고, 잔잔하고 깊은 배경음이 깔리니… 묘하게 VTIC의 티저와 유사해 보이기까지 했다.

-체험형 VR 겜 같은데여

-으음

-신기하네.

-브이틱 생각나는 건 나뿐?ㅋㅋ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대놓고 혹평으로 SNS와 커뮤니티가 뒤덮였다.

VTIC과 비슷한 갈래 같았는데, 그만큼 인상적이진 않았으니까.

더 가혹한 평가와 조롱을 쏟고 싶어진 것이다.

-매번 듣던 그거네 오타쿠 같고 무난한 거

-응 브이틱 하위호환 티저만 봐도 느껴짐

-얘네도 이제 정형화된 거지 하던 것만 하고 투어 도는 거 막을 수 없는 흐름임 준비해

-곡 좋을 것 같긴 해~ 근데 컨셉 느낌이 똑같아ㅠ

-음 이래서 그룹 내 프로듀싱 멤 있는 거 별론데 이쯤 되면 감 떨어지더라 꼭.. 아쉽

팬들이 얼어붙을 만큼 잔인한 평가들이었다. 그 사이에는 분명 작정한 VTIC의 팬들도 섞여 있었겠으나, 어쨌든 대세 여론은 분명했다.

-견제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가는 게 맞다ㅇㅇ

-이러고 까보면 뒤집히는 거 한두 번 경험하나 우린 그냥 할 일 하면 됨

-사서 걱정할 필요 없어 진짜ㅠㅠ 그럴 시간에 스밍 준비나 하자

신나서 ‘테스타는 이미 망했다’ 같은 소리를 하는 익명 계정도 활개 치고 다니긴 했으나, 팬들 대다수는 묵묵히 다음 떡밥을 기다렸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테스타의 앨범 퀄리티가 별로였던 적은 없으니까!

그리고 일주일 뒤.

테스타의 진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뮤비 뜸

-또 호러?ㅋ

다만 사람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테스타 뮤직비디오의 썸네일은 푸른 파도가 치는 아름다운 하얀 모래사장이었다. 전형적으로 밝은 여름의 시즌송 느낌이 물씬 났다.

-???

-X나 밝은데??ㅋㅋㅋㅋㅋ

티저 사기였다!

아니, 이 순간은 다들 티저 사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다소 어리둥절해하며 영상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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