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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86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6화
“정리부터 할까요?”
“그러자.”
“넵!”
큰세진은 회의실 한 편의 화이트보드에 논제를 적기 시작했다.
자정 넘은 시간에 급하게 시작된 긴급회의였다.
[테스타 컴백 날짜]
바로 VTIC과 절묘하게 겹치게 생긴 컴백 예정이다.
‘원래 이런 건 소속사가 알아서 정하고 이 정도 연차 아이돌에겐 권한 없는 게 보통이긴 한데….’
여러 사정을 거치며 정신 차리니 우리가 다 관여하고 있군.
뭐, 의도했던 바고, 이러는 편이 마음도 편하다. 남이 결정해 줬다가 우리 앨범이 망하면 미칠 노릇이 될 테니까.
“우선… 지금 저희 컴백 일자는 여기죠.”
큰세진이 날짜로 긴 선을 그은 다음, 7월 눈금의 앞부분에 표기했다.
7월 5일 월요일. 기존 컴백 날짜로 잡았던 날이다.
“음악 방송에 일주일 치를, 7월 월간 차트에 한 달 성적을, 3분기 수상에 7, 8, 9월 성적을 전부 넣을 수 있는 선택이었죠! 이야~ 누가 골랐는지 보기 좋죠?”
회사고 멤버들이고 만장일치로 동의한 날짜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VTIC 쪽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 같은데.”
“…!”
당연히 그러지 않겠는가. 굳이 7월이라면 가장 효율 좋은 선택을 했겠지.
선아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그럼… 똑같은 날짜를 고르셨을까…?”
“아마 기준이 빌보드일 테니까 약간은 다를 거야.”
빌보드에 풀 반영되는 요일은…. 큰세진이 이미 화이트보드에 적고 있다.
[VTIC 선배님 컴백 날짜]
[빌보드는 금요일!]
“금요일! 이러면 7월 2일 금요일이시겠네~”
“흠.”
우리 컴백과 딱 3일 차이다.
7월 2일과 7월 5일.
큰세진이 날짜 선에 찍은 두 점은 더럽게 가까워 보였다. 여기저기서 다른 놈들이 진지한 얼굴로 화이트보드를 응시했다.
물론 한 놈은 빼고.
“문제 있어요? 우리 VTIC 선배님 만나기 싫어요?”
차유진이다.
물론 바로 다음 순간에 차유진을 일대일 마크하는 놈이 튀어나왔다.
“차유진, 그런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야! 상대적 점유율로 계산되는 많은 평가항목에서 두 팀이 모두 손해를 보는 걸 말씀하시는 거야!”
김래빈이 이번 컴백 준비하면서야 깨달은 계산법을 의기양양하게 자랑한다.
‘안 지 한 달도 안 된 걸 알차게 써먹는군.’
저 말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자면, 둘 다 아무리 많이 팔아봤자 같은 기간이니까 퍼센트로 보면 파이 하나를 나눠 먹게 된다는 거다.
‘임팩트도 단기 성적도 손해야.’
하지만 차유진은 시큰둥했다.
“아니야! 우리 지난번에 1위 했어! 문제없어요. 우리는 우리 무대 하면 돼요!”
“지난번?”
“Our debut album!”
아, 그 몇 주 질질 끌어서 음원 존버로 1위 타냈던 데뷔 앨범.
‘사실 그건 VTIC이 투어로 빠진 빈집털이나 다름없는 거 아닌가.’
사실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잘 풀린 거였다. 보통은 그렇게 안 흘러갔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여기저기서 반박이 나온다.
“그건 운이 좋았던 거잖아.”
“에이, 맞아요. 나오자마자 1위 한 게 아니니까 솔직히 좀 다르지~”
거기에 류청우가 부드럽게 차유진을 타이른다.
“래빈이 말은 굳이 너무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다는 뜻일 거야. 선배님도 우리도 서로 불편하잖아.”
이 정도면 내가 입 열 필요는 없겠군.
“우우…….”
차유진은 마지못해 다수결 결과에 승복했다.
‘그럼 차유진을 제외하면… 다들 바꾸고 싶다는 건가.’
나는 면면을 둘러보다가 생각을 정리했다.
가능한 방법.
“우선 컴백을 앞당기는 건 힘듭니다. 뮤직비디오 일정도 있고요.”
“맞아, 저희 티저도 따로 뽑잖아요. 아무리 당겨도 일주일 정도가 한계일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걸 당겨 봤자 음악 방송 한 주 챙기면 VTIC이 밀고 들어와서 끝이다.
“그래. 그러니까 주로 고려할 건 뒤로 미루는 건데….”
류청우가 신중히 말을 덧붙였다.
“회사에선 8월이나 9월을 말하시더라.”
“으음.”
연말까지 한 달 이상 손해 보는 건가.
‘안 그래도 VTIC을 성적으로 이기긴 힘들어서 위험할 것 같은데.’
그래도 더 큰 리스크를 피한다는 측면에선 안정적인 선택이다. 최소한 음악 방송 1위는 2~3주쯤 챙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곤란했다.
‘대상까지의 루트에 흠이 가는 선택은 피해야 하는데.’
여기서 음악 방송 1위보단 대상에 더 이득이 될 만한 날짜를 고르고 싶단 말이다.
하지만 이건…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발언할 수 있다.
‘보통은 여기서 그냥 8월 고르고 끝낸다.’
나는 그쪽으로 대세가 굳기 전에 말을 꺼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때였다.
“그런데 난 그렇게까지 미루고 싶진 않아.”
“…!”
류청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짜요?”
“왜, 왜?”
“당장은 쉽게 음악방송 1위 하긴 좋겠지만, 길게 보면 우리가 계획했던 관점대로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놈은 시원하게 웃었다.
“올해 대상 도전해 봐야지.”
설마.
‘저거….’
“오오~ 형!”
“멋진 포부이십니다.”
“저도 그거 좋아요!”
저런 발언을 별로 안 하는 놈이 지른 말이라 호응이 괜찮았다.
그리고 나는 놈과 눈이 마주친 뒤 확신했다.
‘제대로 밀어주는군.’
대상을 타야 한다는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좋아.’
그럼 확실히 나도 말 꺼내기 수월하긴 했다.
“그럼 최대한 우리 기존 스케줄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예상 성적을 분석해 보죠.”
나는 큰세진이 선점한 화이트보드 대신 종이 위에 펜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일단 음반은 VTIC 선배님이 텀도 우리보다 짧고, 리패키지니 극적으로 상승하진 않을 겁니다.”
연차도 연차라는 말은 굳이 안 붙여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전작 기준 193만 장으로 잡아보자.”
무시무시한 수치군.
“네. 그리고 우리는….”
테스타 초동도 잘 잡으면 130만 정도까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도 미친 판매량이다.
‘백만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격차가 있다.
“…130만 정도로 끊으면, 음반은 따라가기 어렵겠죠.”
“음.”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런데 음원은 저희가 더 잘 나오는 편입니다.”
“아, 맞아.”
테스타가 다른 남자 아이돌보다 유리한 지점이었다. 대중성.
컨셉추얼한 컨셉을 고수하면서도 이지리스닝 곡을 꼭 두 번에 한 번은 발표하고, 잘 나가는 단독 예능을 몇 번이나 잡은 덕이다.
‘물론 스타트를 ‘아주사’로 끊은 덕이 크다는 것도 부정 못 하지.‘
어쨌든, 그래서 음원은 장기 성적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대형 가수가 안 붙는다면, 우리랑 VTIC 선배님들이 같이 나온 때 초동 빠지고 2주 차부터는….”
어, 잠깐.
이렇게 가면….
“…!”
“문대 왜?”
나는 내가 적어둔 내용을 쭉 훑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렇구나.’
데뷔 때 하도 동시 발매에 시달렸던 것에 매몰돼서 안 보였던 지점이 보였다.
지금 우리는… 데뷔를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거의 무의식중에 답을 뱉었다.
“VTIC 꼬리 물고 들어가죠.”
“어, 어어?”
“딱 한 주만 미루면 됩니다. 그러면….”
배세진이 끼어들었다.
“잠깐, 그럼 우리 데뷔 때랑 똑같잖아.”
그게 포인트다.
“아뇨. 사건은 똑같아도 상황이 달라졌죠.”
나는 배세진 쪽으로 종이를 돌렸다.
“VTIC 초동 끝나고 2주 차 물량, 이제 이건 우리 초동이 무조건 이겨요.”
“…!”
“음원차트도… 일단 진입하고 안정되면 그래프가 비슷하게 빠질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약간 더 높게.”
나는 종이에 비교를 적었다.
[음반]
VTIC (2주 차) < 테스타 (1주 차)
[음원]
VTIC (2주 차) ? 테스타 (1주 차)
(기존 그래프상 선전 예상)
그냥 봐도 음악 방송에선 이길 것 같다.
‘이건 방송 점수로도 못 뒤집어.’
우린 월요일 날 컴백해서 그때부터 라디오 홍보를 때릴 거니까!
SNS 언급량이나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첫 주니 안 밀린다.
이젠 우리도 1군이거든.
“데뷔 때 구도가 그대로 재현되는데, 이번엔 우리가 첫 주는 무조건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이미지 이득이다.
“그리고 3주 차부터 엎치락뒤치락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아예 밀리지만 않으면 무조건 이득이에요.”
큰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우리가 이렇게 성장해서 이젠 VTIC 선배님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 그렇게 보인다는 거지?”
“그렇지.”
1월 영린과의 동시 발매에 이어서 체급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번엔 아예 동종업계의 대상 급이랑 동시 발매해서 비빌 수 있다는 거니까.
‘여기에 데뷔 때와 스토리적 비교까지 더해지면, 서사적으로도 좋아서 분명 화제성이 붙는다.’
세대교체 신호탄이라고 SNS와 기사가 쏟아질 테지.
그걸 노리는 것이다.
‘어차피 올해 음반에선 VTIC을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해. 음원에는 영린이 있고.’
그렇다면 애초에 밸런스가 장점인 우리가 도전해 볼 만한 대상 항목은 하나다.
[올해의 가수상]
올해 ‘대세’였던 가수라 시상식이 ‘여론상’ 챙겨주는 그림으로 간다.
‘음원, 음반 모두 성적이 최상위니 다른 말도 안 나올 거야.’
도박수였으나, 해볼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VTIC 팬분들은 진짜~ 싫어하실 텐데, 알지?”
“그, 그럴까?”
“아무래도 그렇지?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 것 같잖아~”
그게 바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이런 양강 구도의 화제성은 반드시 반발과 피로를 동반한다.
“으응, 패, 팬분들도 힘들어하실 것 같아….”
“음.”
사실 성적이 내 예상대로 VTIC과 나오면 상관없을 것이다. 뽕맛이 피로보다 강할 테니까.
‘팬덤 결합에도 좋지 않나?’
슬슬 새 시즌도 끝날 시점이었다. 다시 내부분열이 날 타이밍에 딱 VTIC을 외부의 적으로 지정해주는 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리고 생각이 여기까지 왔을 때, 예상 못 한 지원 사격이 들어왔다.
“우리가 잘하면 OK예요! 걱정 필요 없어요. 형, 우리 잘해요! 팬분들 좋아해요!”
바로 차유진이다.
이놈은 일단 일정 안 미루고 빨리 활동할 수 있다는 것에 무작정 오케이를 외치는 것 같긴 하다만….
“우리 어떻죠? 형, 우리 잘하죠?”
“으응. 우, 우리 잘하지…!”
“That’s what I say!”
밀어붙이는 것에는 저만한 놈이 없긴 했다. 나는 차유진이 어느새 선아현을 찬성파로 못 박아버리는 광경을 구경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는 안 되지.’
모두 생각해본 다음에 동의해야 했다. 컴백한 이후에 괜히 분열 소지를 줄 순 없다.
“제 생각을 말한 거지만, 동의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각자 좀 생각해본 다음에 거수해 보는 건 어떨까요.”
“괜찮네.”
나는 다수결 투표를 제안했고, 멤버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 잠시 후.
“…….”
“오, 만장일치~”
놀랍게도 반대표 하나 없이 합의가 끝났다.
‘이게 된다고?’
설득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그리고 반대 의견일 줄 알았던 놈들이 하나씩 입을 열어 이유를 피력한다.
“미, 미리 겁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팬분들께는, 우리가 잘하면 되는 게 맞는 것 같아…!”
“컨셉상 여름 끝에 나오면 이 곡의 매력을 완전히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문대 형, 탁월한 판단이십니다.”
마지막은 배세진.
“…생각해 보니까, 다른 그룹이 나온다고 우리 일정을 미루는 건 싸우지도 않고 지는 것 같잖아.”
“…….”
그러냐.
배세진은 살짝 눈을 피했다. 류청우가 웃으며 말을 끝마쳤다.
“네 말 들어서 손해 봤던 적은 없으니까 그러는 거야.”
“…….”
이거 참, 나는 목 뒤를 문지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대로 가는 걸로 할까요.”
“좋아!”
우리는 그렇게 컴백 날짜를 잠정 합의했다.
다만, 머릿속에 의문이 있긴 했다.
청려의 염색모와 비밀 엄수.
‘대체 VTIC은 뭘 가지고 오는 거지?’
그리고 이건, 알고 싶지 않아도 곧 알게 될 것이었다.
바로 2주 후에 VTIC이 첫 번째 티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 * *
[7월 가요계 대격변… 초대형 남자 아이돌 그룹이 왕좌를 노린다.]
테스타까지 7월 컴백 소식을 밝히며 한 차례 SNS가 뒤집힌 6월 중순.
박문대와 이세진의 트윈 홈을 운영하는 직장인은 조사 겸, 가장 큰 경쟁 세력의 행적도 틈틈이 확인 중이었다.
-꾸역꾸역 같은 달에 기어들어오네ㅋㅋㅋㅋㅋㅋㅋ
-5년살이라 재계약까지 한 우리 애들 보고 돌아버린듯
‘뻔하네.’
VTIC의 익명 팬사이트를 확인한 직장인은 피곤한 한 달이 되겠다고 혀를 찼다.
‘대체 왜 7월에 못 나와서 안달이지.’
다들 무슨 대단한 썸머 송을 준비하기에 이러냔 말이다.
‘어차피 팬덤 장산데 시즌 송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좋은 건 스케줄 겹친 VTIC 데이터 팔아서 얻을 부수익 뿐이라며, 직장인은 계산기나 두드리기로 했다.
‘이 회사고 저 회사고 감 다 떨어진 것 같다. 아니, 티원은 원래 감이 없었고.’
그리고 그날, VTIC의 티저가 떴다.
[VTIC ? ‘H.E.L.P’ Official M/V Teaser]
“…!!”
직장인의 머릿속은 느낌표로 가득 차게 된다.
‘이건….’
분명 여름 특수긴 했다.
다만, 노리는 키워드가 남달랐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6화

“정리부터 할까요?”

“그러자.”

“넵!”

큰세진은 회의실 한 편의 화이트보드에 논제를 적기 시작했다.

자정 넘은 시간에 급하게 시작된 긴급회의였다.

바로 VTIC과 절묘하게 겹치게 생긴 컴백 예정이다.

‘원래 이런 건 소속사가 알아서 정하고 이 정도 연차 아이돌에겐 권한 없는 게 보통이긴 한데….’

여러 사정을 거치며 정신 차리니 우리가 다 관여하고 있군.

뭐, 의도했던 바고, 이러는 편이 마음도 편하다. 남이 결정해 줬다가 우리 앨범이 망하면 미칠 노릇이 될 테니까.

“우선… 지금 저희 컴백 일자는 여기죠.”

큰세진이 날짜로 긴 선을 그은 다음, 7월 눈금의 앞부분에 표기했다.

7월 5일 월요일. 기존 컴백 날짜로 잡았던 날이다.

“음악 방송에 일주일 치를, 7월 월간 차트에 한 달 성적을, 3분기 수상에 7, 8, 9월 성적을 전부 넣을 수 있는 선택이었죠! 이야~ 누가 골랐는지 보기 좋죠?”

회사고 멤버들이고 만장일치로 동의한 날짜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VTIC 쪽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 같은데.”

“…!”

당연히 그러지 않겠는가. 굳이 7월이라면 가장 효율 좋은 선택을 했겠지.

선아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그럼… 똑같은 날짜를 고르셨을까…?”

“아마 기준이 빌보드일 테니까 약간은 다를 거야.”

빌보드에 풀 반영되는 요일은…. 큰세진이 이미 화이트보드에 적고 있다.

“금요일! 이러면 7월 2일 금요일이시겠네~”

“흠.”

우리 컴백과 딱 3일 차이다.

7월 2일과 7월 5일.

큰세진이 날짜 선에 찍은 두 점은 더럽게 가까워 보였다. 여기저기서 다른 놈들이 진지한 얼굴로 화이트보드를 응시했다.

물론 한 놈은 빼고.

“문제 있어요? 우리 VTIC 선배님 만나기 싫어요?”

차유진이다.

물론 바로 다음 순간에 차유진을 일대일 마크하는 놈이 튀어나왔다.

“차유진, 그런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야! 상대적 점유율로 계산되는 많은 평가항목에서 두 팀이 모두 손해를 보는 걸 말씀하시는 거야!”

김래빈이 이번 컴백 준비하면서야 깨달은 계산법을 의기양양하게 자랑한다.

‘안 지 한 달도 안 된 걸 알차게 써먹는군.’

저 말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자면, 둘 다 아무리 많이 팔아봤자 같은 기간이니까 퍼센트로 보면 파이 하나를 나눠 먹게 된다는 거다.

‘임팩트도 단기 성적도 손해야.’

하지만 차유진은 시큰둥했다.

“아니야! 우리 지난번에 1위 했어! 문제없어요. 우리는 우리 무대 하면 돼요!”

“지난번?”

“Our debut album!”

아, 그 몇 주 질질 끌어서 음원 존버로 1위 타냈던 데뷔 앨범.

‘사실 그건 VTIC이 투어로 빠진 빈집털이나 다름없는 거 아닌가.’

사실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잘 풀린 거였다. 보통은 그렇게 안 흘러갔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여기저기서 반박이 나온다.

“그건 운이 좋았던 거잖아.”

“에이, 맞아요. 나오자마자 1위 한 게 아니니까 솔직히 좀 다르지~”

거기에 류청우가 부드럽게 차유진을 타이른다.

“래빈이 말은 굳이 너무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다는 뜻일 거야. 선배님도 우리도 서로 불편하잖아.”

이 정도면 내가 입 열 필요는 없겠군.

“우우…….”

차유진은 마지못해 다수결 결과에 승복했다.

‘그럼 차유진을 제외하면… 다들 바꾸고 싶다는 건가.’

나는 면면을 둘러보다가 생각을 정리했다.

가능한 방법.

“우선 컴백을 앞당기는 건 힘듭니다. 뮤직비디오 일정도 있고요.”

“맞아, 저희 티저도 따로 뽑잖아요. 아무리 당겨도 일주일 정도가 한계일 것 같은데요?”

그리고 그걸 당겨 봤자 음악 방송 한 주 챙기면 VTIC이 밀고 들어와서 끝이다.

“그래. 그러니까 주로 고려할 건 뒤로 미루는 건데….”

류청우가 신중히 말을 덧붙였다.

“회사에선 8월이나 9월을 말하시더라.”

“으음.”

연말까지 한 달 이상 손해 보는 건가.

‘안 그래도 VTIC을 성적으로 이기긴 힘들어서 위험할 것 같은데.’

그래도 더 큰 리스크를 피한다는 측면에선 안정적인 선택이다. 최소한 음악 방송 1위는 2~3주쯤 챙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곤란했다.

‘대상까지의 루트에 흠이 가는 선택은 피해야 하는데.’

여기서 음악 방송 1위보단 대상에 더 이득이 될 만한 날짜를 고르고 싶단 말이다.

하지만 이건…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발언할 수 있다.

‘보통은 여기서 그냥 8월 고르고 끝낸다.’

나는 그쪽으로 대세가 굳기 전에 말을 꺼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때였다.

“그런데 난 그렇게까지 미루고 싶진 않아.”

“…!”

류청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짜요?”

“왜, 왜?”

“당장은 쉽게 음악방송 1위 하긴 좋겠지만, 길게 보면 우리가 계획했던 관점대로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놈은 시원하게 웃었다.

“올해 대상 도전해 봐야지.”

설마.

‘저거….’

“오오~ 형!”

“멋진 포부이십니다.”

“저도 그거 좋아요!”

저런 발언을 별로 안 하는 놈이 지른 말이라 호응이 괜찮았다.

그리고 나는 놈과 눈이 마주친 뒤 확신했다.

‘제대로 밀어주는군.’

대상을 타야 한다는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좋아.’

그럼 확실히 나도 말 꺼내기 수월하긴 했다.

“그럼 최대한 우리 기존 스케줄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예상 성적을 분석해 보죠.”

나는 큰세진이 선점한 화이트보드 대신 종이 위에 펜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일단 음반은 VTIC 선배님이 텀도 우리보다 짧고, 리패키지니 극적으로 상승하진 않을 겁니다.”

연차도 연차라는 말은 굳이 안 붙여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 전작 기준 193만 장으로 잡아보자.”

무시무시한 수치군.

“네. 그리고 우리는….”

테스타 초동도 잘 잡으면 130만 정도까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도 미친 판매량이다.

‘백만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격차가 있다.

“…130만 정도로 끊으면, 음반은 따라가기 어렵겠죠.”

“음.”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런데 음원은 저희가 더 잘 나오는 편입니다.”

“아, 맞아.”

테스타가 다른 남자 아이돌보다 유리한 지점이었다. 대중성.

컨셉추얼한 컨셉을 고수하면서도 이지리스닝 곡을 꼭 두 번에 한 번은 발표하고, 잘 나가는 단독 예능을 몇 번이나 잡은 덕이다.

‘물론 스타트를 ‘아주사’로 끊은 덕이 크다는 것도 부정 못 하지.‘

어쨌든, 그래서 음원은 장기 성적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대형 가수가 안 붙는다면, 우리랑 VTIC 선배님들이 같이 나온 때 초동 빠지고 2주 차부터는….”

어, 잠깐.

이렇게 가면….

“…!”

“문대 왜?”

나는 내가 적어둔 내용을 쭉 훑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렇구나.’

데뷔 때 하도 동시 발매에 시달렸던 것에 매몰돼서 안 보였던 지점이 보였다.

지금 우리는… 데뷔를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거의 무의식중에 답을 뱉었다.

“VTIC 꼬리 물고 들어가죠.”

“어, 어어?”

“딱 한 주만 미루면 됩니다. 그러면….”

배세진이 끼어들었다.

“잠깐, 그럼 우리 데뷔 때랑 똑같잖아.”

그게 포인트다.

“아뇨. 사건은 똑같아도 상황이 달라졌죠.”

나는 배세진 쪽으로 종이를 돌렸다.

“VTIC 초동 끝나고 2주 차 물량, 이제 이건 우리 초동이 무조건 이겨요.”

“…!”

“음원차트도… 일단 진입하고 안정되면 그래프가 비슷하게 빠질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약간 더 높게.”

나는 종이에 비교를 적었다.

VTIC (2주 차) < 테스타 (1주 차)

VTIC (2주 차) ? 테스타 (1주 차)

(기존 그래프상 선전 예상)

그냥 봐도 음악 방송에선 이길 것 같다.

‘이건 방송 점수로도 못 뒤집어.’

우린 월요일 날 컴백해서 그때부터 라디오 홍보를 때릴 거니까!

SNS 언급량이나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첫 주니 안 밀린다.

이젠 우리도 1군이거든.

“데뷔 때 구도가 그대로 재현되는데, 이번엔 우리가 첫 주는 무조건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이미지 이득이다.

“그리고 3주 차부터 엎치락뒤치락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아예 밀리지만 않으면 무조건 이득이에요.”

큰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우리가 이렇게 성장해서 이젠 VTIC 선배님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 그렇게 보인다는 거지?”

“그렇지.”

1월 영린과의 동시 발매에 이어서 체급 굳히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번엔 아예 동종업계의 대상 급이랑 동시 발매해서 비빌 수 있다는 거니까.

‘여기에 데뷔 때와 스토리적 비교까지 더해지면, 서사적으로도 좋아서 분명 화제성이 붙는다.’

세대교체 신호탄이라고 SNS와 기사가 쏟아질 테지.

그걸 노리는 것이다.

‘어차피 올해 음반에선 VTIC을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해. 음원에는 영린이 있고.’

그렇다면 애초에 밸런스가 장점인 우리가 도전해 볼 만한 대상 항목은 하나다.

올해 ‘대세’였던 가수라 시상식이 ‘여론상’ 챙겨주는 그림으로 간다.

‘음원, 음반 모두 성적이 최상위니 다른 말도 안 나올 거야.’

도박수였으나, 해볼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VTIC 팬분들은 진짜~ 싫어하실 텐데, 알지?”

“그, 그럴까?”

“아무래도 그렇지? 이용당하는 기분이 들 것 같잖아~”

그게 바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었다.

이런 양강 구도의 화제성은 반드시 반발과 피로를 동반한다.

“으응, 패, 팬분들도 힘들어하실 것 같아….”

“음.”

사실 성적이 내 예상대로 VTIC과 나오면 상관없을 것이다. 뽕맛이 피로보다 강할 테니까.

‘팬덤 결합에도 좋지 않나?’

슬슬 새 시즌도 끝날 시점이었다. 다시 내부분열이 날 타이밍에 딱 VTIC을 외부의 적으로 지정해주는 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리고 생각이 여기까지 왔을 때, 예상 못 한 지원 사격이 들어왔다.

“우리가 잘하면 OK예요! 걱정 필요 없어요. 형, 우리 잘해요! 팬분들 좋아해요!”

바로 차유진이다.

이놈은 일단 일정 안 미루고 빨리 활동할 수 있다는 것에 무작정 오케이를 외치는 것 같긴 하다만….

“우리 어떻죠? 형, 우리 잘하죠?”

“으응. 우, 우리 잘하지…!”

“That’s what I say!”

밀어붙이는 것에는 저만한 놈이 없긴 했다. 나는 차유진이 어느새 선아현을 찬성파로 못 박아버리는 광경을 구경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는 안 되지.’

모두 생각해본 다음에 동의해야 했다. 컴백한 이후에 괜히 분열 소지를 줄 순 없다.

“제 생각을 말한 거지만, 동의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각자 좀 생각해본 다음에 거수해 보는 건 어떨까요.”

“괜찮네.”

나는 다수결 투표를 제안했고, 멤버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 잠시 후.

“…….”

“오, 만장일치~”

놀랍게도 반대표 하나 없이 합의가 끝났다.

‘이게 된다고?’

설득이 필요할 줄 알았는데.

그리고 반대 의견일 줄 알았던 놈들이 하나씩 입을 열어 이유를 피력한다.

“미, 미리 겁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팬분들께는, 우리가 잘하면 되는 게 맞는 것 같아…!”

“컨셉상 여름 끝에 나오면 이 곡의 매력을 완전히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문대 형, 탁월한 판단이십니다.”

마지막은 배세진.

“…생각해 보니까, 다른 그룹이 나온다고 우리 일정을 미루는 건 싸우지도 않고 지는 것 같잖아.”

“…….”

그러냐.

배세진은 살짝 눈을 피했다. 류청우가 웃으며 말을 끝마쳤다.

“네 말 들어서 손해 봤던 적은 없으니까 그러는 거야.”

“…….”

이거 참, 나는 목 뒤를 문지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대로 가는 걸로 할까요.”

“좋아!”

우리는 그렇게 컴백 날짜를 잠정 합의했다.

다만, 머릿속에 의문이 있긴 했다.

청려의 염색모와 비밀 엄수.

‘대체 VTIC은 뭘 가지고 오는 거지?’

그리고 이건, 알고 싶지 않아도 곧 알게 될 것이었다.

바로 2주 후에 VTIC이 첫 번째 티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 * *

테스타까지 7월 컴백 소식을 밝히며 한 차례 SNS가 뒤집힌 6월 중순.

박문대와 이세진의 트윈 홈을 운영하는 직장인은 조사 겸, 가장 큰 경쟁 세력의 행적도 틈틈이 확인 중이었다.

-꾸역꾸역 같은 달에 기어들어오네ㅋㅋㅋㅋㅋㅋㅋ

-5년살이라 재계약까지 한 우리 애들 보고 돌아버린듯

‘뻔하네.’

VTIC의 익명 팬사이트를 확인한 직장인은 피곤한 한 달이 되겠다고 혀를 찼다.

‘대체 왜 7월에 못 나와서 안달이지.’

다들 무슨 대단한 썸머 송을 준비하기에 이러냔 말이다.

‘어차피 팬덤 장산데 시즌 송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좋은 건 스케줄 겹친 VTIC 데이터 팔아서 얻을 부수익 뿐이라며, 직장인은 계산기나 두드리기로 했다.

‘이 회사고 저 회사고 감 다 떨어진 것 같다. 아니, 티원은 원래 감이 없었고.’

그리고 그날, VTIC의 티저가 떴다.

“…!!”

직장인의 머릿속은 느낌표로 가득 차게 된다.

‘이건….’

분명 여름 특수긴 했다.

다만, 노리는 키워드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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