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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85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5화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예상과 정반대의 발언을 들었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그러니까 왜 사실관계가 하나도 안 맞는지 따지려는 게 아니라, 나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걱정해서 물어보는….
‘분위기 조성용인가.’
더 구체적인 해명을 듣기 위해 던지는 미끼 아닌가, 나는 류청우의 표정을 읽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 발상을 철회했다. 류청우의 얼굴은 깨끗했다.
그래, 그럴 놈이 아니지.
진짜 도움을 주고 싶다고 꺼낸 말이란 거다.
“……후.”
…얼떨떨했다.
‘이 상황에서 도움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류청우는 교통사고 때 나에게 대단히 빚을 졌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 부분은 특별히 고려를 안 했군.’
그러고 보니 전에 내 입으로 ‘고마워하라’고 정리해 놓기까지 했다.
나는 무인도 조난 예능 당시, 부채감에 시달리는 것 같던 류청우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요. 그럼 뭐, 제가 형 목숨 구해줬다고 치죠.
-…!
-앞으로도 많이 고마워하시면 됩니다. 필요하면 거침없이 부를 테니까 꼭 보답해 주시고.
류청우는 정말 그 말대로 행동한 것이다.
‘…이때도 등산 중이었지.’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말을 돌려받으니 좀 웃긴 일이었다.
“음.”
나는 난간에 팔을 걸치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리하고 보니… 더 묘한 기분이 든다. 의심 대신 도움의 손길이라.
‘희한하네.’
떨떠름했다. 그러나 나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일단… 감사합니다.”
“…….”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요. 화낼 만한 상황인데.”
“그건 아니야.”
류청우는 단호하게 대답하더니, 본인도 난간에 팔을 대고 편히 기댔다.
“네가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닌데 뭐 하러 화를 내.”
“…….”
내가 거짓말을 안 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건데.
나는 이상한 감상에 잠기려다가, 얼른 빠져나왔다.
대답할 건 아직 남아 있으니까.
“그리고 제 상황은 뭐, 사실 저도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힘들진 않습니다.”
나는 내 상황을 곱씹었다.
이 직업으로 성공도 했고, 상태이상도 없어졌고… 같이 사는 놈들도 다 괜찮은 녀석들이다.
괜찮게 살고 있다.
‘아니, 과분할 정도지.’
리스크 감당이야 이 직업의 숙명이다. 그리고 돌연사에 비교하면 맥락이라도 있다.
“어려운 건 다 지나갔거든요. 이제는 그냥… 사서 고생하는 중입니다. 형이 말씀하신 그 모순점들이 대체 왜 생겼는지 알아내 보려고요.”
그냥… 지금은 대체 왜 내가 이 몸에 들어와서 이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진상을 알아야 했다.
‘원인을 모르면 언제 이 상황이 또 급변할지 모르니까.’
류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류건우’ 행방이 필요한 거구나.”
이런 눈치가 또 좋군.
“그렇죠. 그러니까 형은 이미 도와주시고 있는 겁니다.”
류청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알았어. 그 부분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다른 건 없고?”
“괜찮….”
아, 하나 있나.
“이번에 대상을 꼭 타야 하는데, 그건 협조 좀 해주시죠.”
대상 타야 ‘박문대와 대화’ 미션 보상을 받을 수 있거든.
“뭐?”
류청우는 이제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이 되더니, 곧 편하게 웃었다.
“그건 우리 팀이 원래 목표로 해야 할 일이네.”
“그러게요.”
이 앞뒤 없는 소리에도 이유를 안 물어보는 건… 아마 농담 겸 대화를 궤도로 돌리기 위해 한 말이라고 착각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오해해도 딱히 설명할 말이 없긴 하지.’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 자체에서 묘한 해방감이 있었다.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빠졌다.
“좋아. 더 열심히 할게.”
“감사합니다.”
나는 놈과 피식피식 웃다가 도로 풍경이나 쳐다보았다. 사람 없는 산 중턱은 고요했다.
“좀 덥긴 한데 날씨 좋다.”
“예.”
쾌적함보다 더위가 더 컸지만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류청우는 이후로도 자세한 사정과 연유를 더 묻진 않았다.
다만 하산하면서 하나를 확인했을 뿐이다.
“류건우 씨 사정이 너랑 일치하는 건… 우연은 아니지?”
“…예.”
“그래.”
그게 전부였다. 그 말로 이 화제는 끝났다.
‘안 답답하나.’
나 같으면 이해가 되든 안 되든 내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 아는 걸 다 털라고 지랄을 했을 텐데, 놀라운 평정심이었다.
류청우는 그 대신 ‘지금은 아니라고 했지만, 앞으로도 도움 필요한 일 생기면 편하게 말해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문대야, 말 좀 편하게 할까?”
하산해서 숙소로 돌아가던 도중, 운전 중이던 류청우가 꺼낸 말이다.
“생각해 보니까 내가 아직도 선수촌에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딱딱하게 예의 지키라고 했나 싶네.”
“아뇨. 그러실 수 있죠.”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군.
“아예 말 놓는 건 오히려 사람들한테 안 좋게 보였을걸요. 괜히 논란 생길 수도 있고요.”
데뷔하자마자 그랬다간… 음, 박곰머 1위라고 리더 무시하냐면서 살벌하게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류청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음, 그런가. 그럼 이렇게 할까? 존대만 쓰고, 너무 격식은 차리지 말자. ‘요’만 붙여도 될 것 같아.”
“…….”
굳이?
그러나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짐작 가는 구석이 있긴 했다.
나는 결국 피식 웃고 대답했다.
“그러든가요. 형.”
“하하.”
돌아가는 차 안에는 특별히 음악을 틀어놓진 않았지만, 정적이 신경 쓰이진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내 고민이 해결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썸머 패키지 논란이 재현되는 일은 없겠군.’
나는 그렇게 새 룸메이트에 적응했다.
그러나 원래 고민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고민이 생기는 법이다.
* * *
류청우와의 대화 이후, 미친 듯이 빡빡한 컴백 준비 스케줄을 다시 소화하던 새벽.
[VTIC 신청려 선배님 : 운동 안 해요?]
뜬금없는 연락이 왔다.
‘이놈은 왜 쓸데없이 문자질….’
[VTIC 신청려 선배님 : (강아지 사진)]
“…….”
나는 눈에 익은 아파트의 산책로를 신나게 걷는 개 한 마리의 사진을 확인했다.
개도 눈에 익은 놈이다. 정확히는 새벽에 안개 속에서 조깅하다 만난 그놈.
‘그러고 보니, 그 후로 한 번도 그쪽으론 산책을 안 나갔지.’
내가 말하고도 안 믿기는데, 등산하느라 깜박했다.
나는 장식을 달지 않은 한 손으로 대충 답장을 입력했다.
[다른 운동으로 바꿨습니다]
[VTIC 신청려 선배님 : 그렇구나. 안 보여서 연락해 봤어요. 나도 오늘로 끝이라]
이제 이 새끼 만날 걱정 안 하고 새벽 산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군. 희소식이지만 컴백 준비라 바빠서 어차피 못 나갈….
‘잠깐, 이 새끼도 그쪽에 못 나온다는 거지?’
그렇다는 건….
나는 몇 가지 가능성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을 직구로 던졌다.
[컴백 준비하십니까?]
변화구가 돌아왔다.
[VTIC 신청려 선배님 : 앨범 준비는 언제나 하고 있죠^^]
‘X발.’
이 새끼들 이제 컴백하네. 이렇게 말 돌리는 걸 보니 뻔하다.
‘텀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올해 우리가 1월. 이놈들이 2월에 컴백 했었다.
지금이 5월 말인데… 그럼 이 새끼 뉘앙스 봐서는 VTIC이 6월쯤 컴백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4개월 텀이고… 저 체급에 리패키지를 내긴 딱이긴 하군.’
보통 리패키지를 내면 전 앨범에 비해서 판매량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직전 정규 앨범에 한두 곡만 추가해서 나오는 앨범이라 구매 메리트도 적고, 텀도 짧아서 소비자들이 돈을 많이 쓰긴 부담스러우니까.
하지만 4개월이면 충분하다.
‘이 정도 텀이면 손해가 거의 없어.’
거의 신인의 일반 활동 수준 텀이고, VTIC 앨범 퀄리티가 워낙 정평 나 있으니까 살 사람들은 다 살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짜놓은 건….
‘연간 성적에서 손해 안 보겠다 이거야.’
안 아쉽다 싶은 마지노선이 3분기 초 컴백이니까, 올해 초부터 계획하고 들어왔을 것이다.
‘반년 치 성적은 넣어야겠다는 거지.’
동시에 이번 리패키지에 자신이 있다는 거다.
“…….”
빡세겠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랑 계획을 똑같이 잡았어.’
우리도 정확히 같은 이유로 올여름 컴백을 노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문대 씨 지금 바로 샷 들어갈게요!”
“네.”
나는 일단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스탭을 따라갔다. 하지만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앞에 살짝 비스듬하게… 네, 좋습니다.”
그리고 앨범 컨셉 포토 촬영을 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이대로 달은 겹치지 말아라.’
우리도 마지노선이 7월이라서 말이다. 기왕이면 최소한 한 달씩 사이좋게 먹도록 6월에 예정대로 컴백해라.
하지만 얼마 후, 회사의 비상연락망으로 온 긴급 소식은 내 희망과는 정반대였다.
“…7월이라고요.”
-예. 아…….
넘겨받은 류청우의 전화기 너머로 쌍욕을 참는 기획팀 직원의 씨근거림이 들렸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내가 청려와 문자 했던 날 바로 이틀 뒤인 지금, 기사로 VTIC 7월 전격 컴백 소식이 쭉 깔렸다고 한다.
[“KPOP 제왕” VTIC 7월 컴백… 앨범 예약 초읽기]
카더라도 없이 밀봉해 놨다가 터뜨린 것이다.
“…….”
그래. 좀 좋게 생각해 주자면… 그래도 대충 한 달 반 이상 기간을 두고 일찍 터뜨린 것이기도 했다.
체급 되는 놈들 잡아먹히기 싫으면 알아서 피하라는 뜻이기도 하겠지.
‘얼얼하네.’
우리 회사 밀봉 솜씨야 극악일 테니, 우리 컴백 스케줄은 이미 T1 쪽 통해서 다 빠져나간 상태일 텐데.
‘그럼 정말 너희가 9월로 미루든 계급장 떼고 한번 붙든 하자 이건가?’
이런 위험한 짓을 청려가 한다고?
“저희가 7월 컴백인 걸 그쪽도 아는 상태죠?”
-…아뇨. 아마 6월로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처음에 기사가 그렇게 나갔으니까….
“…….”
그렇군.
아무래도 T1에서 주식 관련 프레젠테이션 및 기사를 풀면서 테스타 활동 계획을 언급할 때, 당시 예정 월이던 6~7월 중 6월로 발표했던 것 같다.
‘6월은 2분기라 PPT 구성할 때 체감이 달랐던 거야.’
흔히 써먹는 눈속임이었다.
그리고 VTIC 소속사인 LeTi 쪽에서 우리가 6월인 줄 알았다고 생각하고 잡았다면, 아마 VTIC 컴백은… 7월 말일 것이다.
더 안 좋다. 진짜 겹칠 수도 있다.
“일단 알겠습니다.”
나는 차가운 머리로 전화를 끊고 류청우에게 반납했다. 어차피 지금 또 스케줄 이동 중이라 더 통화할 수도 없었다.
“형, 여기.”
“그래.”
그리고 이 말뜻이 뭐냐면, 멤버들이 내 옆에서 통화 내용을 같이 듣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VTIC 선배님들이랑 또 겹치는 거지?”
“어.”
“후.”
큰세진이 한숨을 쉬며 쓰게 웃었다. 다른 놈들도 긴장한 기색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만했다. 데뷔 때 동시 발매했던 악몽의 재현이니까.
그때 어찌어찌 존버해서 1위를 하긴 했다만, 마음고생 했던 걸 생각하면 사람이 보통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Umm~ OK!”
아, 저놈 제외하고.
그리고 배세진은 도리어 답답하다는 투로 끼어들었다.
“그렇게 부담스러우면 좀 연기해도 되는 거 아니야? 8월 말도 괜찮잖아.”
“그 정도까지 가면… 연말 성적에서 손해를 볼 것 같아서요.”
3분기 초를 넘기면 연말의 음원 점수를 너무 손해 본다.
그러면 음반 대상만 주력으로 노릴 수 있는데, 그건… 이미 VTIC에게 밀린다.
“…….”
결단이 필요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5화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예상과 정반대의 발언을 들었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그러니까 왜 사실관계가 하나도 안 맞는지 따지려는 게 아니라, 나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걱정해서 물어보는….

‘분위기 조성용인가.’

더 구체적인 해명을 듣기 위해 던지는 미끼 아닌가, 나는 류청우의 표정을 읽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 발상을 철회했다. 류청우의 얼굴은 깨끗했다.

그래, 그럴 놈이 아니지.

진짜 도움을 주고 싶다고 꺼낸 말이란 거다.

“……후.”

…얼떨떨했다.

‘이 상황에서 도움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아무래도 류청우는 교통사고 때 나에게 대단히 빚을 졌다는 생각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던 모양이다.

‘그 부분은 특별히 고려를 안 했군.’

그러고 보니 전에 내 입으로 ‘고마워하라’고 정리해 놓기까지 했다.

나는 무인도 조난 예능 당시, 부채감에 시달리는 것 같던 류청우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요. 그럼 뭐, 제가 형 목숨 구해줬다고 치죠.

-…!

-앞으로도 많이 고마워하시면 됩니다. 필요하면 거침없이 부를 테니까 꼭 보답해 주시고.

류청우는 정말 그 말대로 행동한 것이다.

‘…이때도 등산 중이었지.’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말을 돌려받으니 좀 웃긴 일이었다.

“음.”

나는 난간에 팔을 걸치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리하고 보니… 더 묘한 기분이 든다. 의심 대신 도움의 손길이라.

‘희한하네.’

떨떠름했다. 그러나 나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일단… 감사합니다.”

“…….”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요. 화낼 만한 상황인데.”

“그건 아니야.”

류청우는 단호하게 대답하더니, 본인도 난간에 팔을 대고 편히 기댔다.

“네가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내가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닌데 뭐 하러 화를 내.”

“…….”

내가 거짓말을 안 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건데.

나는 이상한 감상에 잠기려다가, 얼른 빠져나왔다.

대답할 건 아직 남아 있으니까.

“그리고 제 상황은 뭐, 사실 저도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힘들진 않습니다.”

나는 내 상황을 곱씹었다.

이 직업으로 성공도 했고, 상태이상도 없어졌고… 같이 사는 놈들도 다 괜찮은 녀석들이다.

괜찮게 살고 있다.

‘아니, 과분할 정도지.’

리스크 감당이야 이 직업의 숙명이다. 그리고 돌연사에 비교하면 맥락이라도 있다.

“어려운 건 다 지나갔거든요. 이제는 그냥… 사서 고생하는 중입니다. 형이 말씀하신 그 모순점들이 대체 왜 생겼는지 알아내 보려고요.”

그냥… 지금은 대체 왜 내가 이 몸에 들어와서 이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진상을 알아야 했다.

‘원인을 모르면 언제 이 상황이 또 급변할지 모르니까.’

류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류건우’ 행방이 필요한 거구나.”

이런 눈치가 또 좋군.

“그렇죠. 그러니까 형은 이미 도와주시고 있는 겁니다.”

류청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알았어. 그 부분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다른 건 없고?”

“괜찮….”

아, 하나 있나.

“이번에 대상을 꼭 타야 하는데, 그건 협조 좀 해주시죠.”

대상 타야 ‘박문대와 대화’ 미션 보상을 받을 수 있거든.

“뭐?”

류청우는 이제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이 되더니, 곧 편하게 웃었다.

“그건 우리 팀이 원래 목표로 해야 할 일이네.”

“그러게요.”

이 앞뒤 없는 소리에도 이유를 안 물어보는 건… 아마 농담 겸 대화를 궤도로 돌리기 위해 한 말이라고 착각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오해해도 딱히 설명할 말이 없긴 하지.’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 자체에서 묘한 해방감이 있었다.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빠졌다.

“좋아. 더 열심히 할게.”

“감사합니다.”

나는 놈과 피식피식 웃다가 도로 풍경이나 쳐다보았다. 사람 없는 산 중턱은 고요했다.

“좀 덥긴 한데 날씨 좋다.”

“예.”

쾌적함보다 더위가 더 컸지만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류청우는 이후로도 자세한 사정과 연유를 더 묻진 않았다.

다만 하산하면서 하나를 확인했을 뿐이다.

“류건우 씨 사정이 너랑 일치하는 건… 우연은 아니지?”

“…예.”

“그래.”

그게 전부였다. 그 말로 이 화제는 끝났다.

‘안 답답하나.’

나 같으면 이해가 되든 안 되든 내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 아는 걸 다 털라고 지랄을 했을 텐데, 놀라운 평정심이었다.

류청우는 그 대신 ‘지금은 아니라고 했지만, 앞으로도 도움 필요한 일 생기면 편하게 말해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문대야, 말 좀 편하게 할까?”

하산해서 숙소로 돌아가던 도중, 운전 중이던 류청우가 꺼낸 말이다.

“생각해 보니까 내가 아직도 선수촌에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딱딱하게 예의 지키라고 했나 싶네.”

“아뇨. 그러실 수 있죠.”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군.

“아예 말 놓는 건 오히려 사람들한테 안 좋게 보였을걸요. 괜히 논란 생길 수도 있고요.”

데뷔하자마자 그랬다간… 음, 박곰머 1위라고 리더 무시하냐면서 살벌하게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그러나 류청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음, 그런가. 그럼 이렇게 할까? 존대만 쓰고, 너무 격식은 차리지 말자. ‘요’만 붙여도 될 것 같아.”

“…….”

굳이?

그러나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짐작 가는 구석이 있긴 했다.

나는 결국 피식 웃고 대답했다.

“그러든가요. 형.”

“하하.”

돌아가는 차 안에는 특별히 음악을 틀어놓진 않았지만, 정적이 신경 쓰이진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내 고민이 해결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썸머 패키지 논란이 재현되는 일은 없겠군.’

나는 그렇게 새 룸메이트에 적응했다.

그러나 원래 고민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고민이 생기는 법이다.

* * *

류청우와의 대화 이후, 미친 듯이 빡빡한 컴백 준비 스케줄을 다시 소화하던 새벽.

뜬금없는 연락이 왔다.

‘이놈은 왜 쓸데없이 문자질….’

“…….”

나는 눈에 익은 아파트의 산책로를 신나게 걷는 개 한 마리의 사진을 확인했다.

개도 눈에 익은 놈이다. 정확히는 새벽에 안개 속에서 조깅하다 만난 그놈.

‘그러고 보니, 그 후로 한 번도 그쪽으론 산책을 안 나갔지.’

내가 말하고도 안 믿기는데, 등산하느라 깜박했다.

나는 장식을 달지 않은 한 손으로 대충 답장을 입력했다.

이제 이 새끼 만날 걱정 안 하고 새벽 산책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이군. 희소식이지만 컴백 준비라 바빠서 어차피 못 나갈….

‘잠깐, 이 새끼도 그쪽에 못 나온다는 거지?’

그렇다는 건….

나는 몇 가지 가능성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을 직구로 던졌다.

변화구가 돌아왔다.

‘X발.’

이 새끼들 이제 컴백하네. 이렇게 말 돌리는 걸 보니 뻔하다.

‘텀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올해 우리가 1월. 이놈들이 2월에 컴백 했었다.

지금이 5월 말인데… 그럼 이 새끼 뉘앙스 봐서는 VTIC이 6월쯤 컴백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4개월 텀이고… 저 체급에 리패키지를 내긴 딱이긴 하군.’

보통 리패키지를 내면 전 앨범에 비해서 판매량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직전 정규 앨범에 한두 곡만 추가해서 나오는 앨범이라 구매 메리트도 적고, 텀도 짧아서 소비자들이 돈을 많이 쓰긴 부담스러우니까.

하지만 4개월이면 충분하다.

‘이 정도 텀이면 손해가 거의 없어.’

거의 신인의 일반 활동 수준 텀이고, VTIC 앨범 퀄리티가 워낙 정평 나 있으니까 살 사람들은 다 살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짜놓은 건….

‘연간 성적에서 손해 안 보겠다 이거야.’

안 아쉽다 싶은 마지노선이 3분기 초 컴백이니까, 올해 초부터 계획하고 들어왔을 것이다.

‘반년 치 성적은 넣어야겠다는 거지.’

동시에 이번 리패키지에 자신이 있다는 거다.

“…….”

빡세겠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랑 계획을 똑같이 잡았어.’

우리도 정확히 같은 이유로 올여름 컴백을 노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문대 씨 지금 바로 샷 들어갈게요!”

“네.”

나는 일단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스탭을 따라갔다. 하지만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앞에 살짝 비스듬하게… 네, 좋습니다.”

그리고 앨범 컨셉 포토 촬영을 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이대로 달은 겹치지 말아라.’

우리도 마지노선이 7월이라서 말이다. 기왕이면 최소한 한 달씩 사이좋게 먹도록 6월에 예정대로 컴백해라.

하지만 얼마 후, 회사의 비상연락망으로 온 긴급 소식은 내 희망과는 정반대였다.

“…7월이라고요.”

-예. 아…….

넘겨받은 류청우의 전화기 너머로 쌍욕을 참는 기획팀 직원의 씨근거림이 들렸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내가 청려와 문자 했던 날 바로 이틀 뒤인 지금, 기사로 VTIC 7월 전격 컴백 소식이 쭉 깔렸다고 한다.

카더라도 없이 밀봉해 놨다가 터뜨린 것이다.

“…….”

그래. 좀 좋게 생각해 주자면… 그래도 대충 한 달 반 이상 기간을 두고 일찍 터뜨린 것이기도 했다.

체급 되는 놈들 잡아먹히기 싫으면 알아서 피하라는 뜻이기도 하겠지.

‘얼얼하네.’

우리 회사 밀봉 솜씨야 극악일 테니, 우리 컴백 스케줄은 이미 T1 쪽 통해서 다 빠져나간 상태일 텐데.

‘그럼 정말 너희가 9월로 미루든 계급장 떼고 한번 붙든 하자 이건가?’

이런 위험한 짓을 청려가 한다고?

“저희가 7월 컴백인 걸 그쪽도 아는 상태죠?”

-…아뇨. 아마 6월로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처음에 기사가 그렇게 나갔으니까….

“…….”

그렇군.

아무래도 T1에서 주식 관련 프레젠테이션 및 기사를 풀면서 테스타 활동 계획을 언급할 때, 당시 예정 월이던 6~7월 중 6월로 발표했던 것 같다.

‘6월은 2분기라 PPT 구성할 때 체감이 달랐던 거야.’

흔히 써먹는 눈속임이었다.

그리고 VTIC 소속사인 LeTi 쪽에서 우리가 6월인 줄 알았다고 생각하고 잡았다면, 아마 VTIC 컴백은… 7월 말일 것이다.

더 안 좋다. 진짜 겹칠 수도 있다.

“일단 알겠습니다.”

나는 차가운 머리로 전화를 끊고 류청우에게 반납했다. 어차피 지금 또 스케줄 이동 중이라 더 통화할 수도 없었다.

“형, 여기.”

“그래.”

그리고 이 말뜻이 뭐냐면, 멤버들이 내 옆에서 통화 내용을 같이 듣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VTIC 선배님들이랑 또 겹치는 거지?”

“어.”

“후.”

큰세진이 한숨을 쉬며 쓰게 웃었다. 다른 놈들도 긴장한 기색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만했다. 데뷔 때 동시 발매했던 악몽의 재현이니까.

그때 어찌어찌 존버해서 1위를 하긴 했다만, 마음고생 했던 걸 생각하면 사람이 보통 막막해지기 마련이다.

“Umm~ OK!”

아, 저놈 제외하고.

그리고 배세진은 도리어 답답하다는 투로 끼어들었다.

“그렇게 부담스러우면 좀 연기해도 되는 거 아니야? 8월 말도 괜찮잖아.”

“그 정도까지 가면… 연말 성적에서 손해를 볼 것 같아서요.”

3분기 초를 넘기면 연말의 음원 점수를 너무 손해 본다.

그러면 음반 대상만 주력으로 노릴 수 있는데, 그건… 이미 VTIC에게 밀린다.

“…….”

결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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