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Đăng Nhập Đăng Ký

Ra Mắt Hay Ra Đi Raw - C282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2화
[◀◀◀]
영상에선 류청우와의 개인 면담을 해설하는 상담사의 인자한 얼굴이 리플레이된다.
[상담사 :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성향이 강하신데, 포용력 있는 리더의 포지션에 계신 점이 인상적이고요.]
여기까진 아까와 똑같은 문구다. 다만, 그 뒤에 새로운 문구가 붙었다.
[상담사 : 그럼 리더가 아닌 류청우 씨는 어떨까요?]
[상담사 : 본인의 독립적 성향을 좀 더 펼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실까.]
그리고 다시 바뀌는 화면.
[개인 면담 후]
[청우에게 갑자기 전달된 의문의 편지]
[류청우 : 음? 뭔가요?]
[류청우 : …?? 좀비?]
류청우가 그룹 면담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좀비 사태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채팅창이 또 한 번 비명으로 가득 찼다.
그가 맡은 역할은 좀비 바이러스를 이 연구소에 반입한 세력이었다.
목표는 전원 좀비화, 혹은 폭파!
[상담사 : 그룹원들과 대치되는 포지션에 있을 때, 리더의 역할을 벗어났을 때 류청우 선생님은 평소와 얼마나 다르실지.]
상담사의 목소리를 BGM 삼아,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류청우의 행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환풍구에서 일부러 좀비와 멤버들이 대치하도록, 움직이지 않고 멤버들을 통로의 뒤로 물린 행동.
그리고 어두운 방 안으로 빠져나왔을 때, 혼자 다니며 스파이에 대한 힌트를 제거한다.
[류청우 : (카메라에 손을 한 번 흔든다)]
시체용 마네킹에 먼저 접근해서, 총 반대편 손에 있던 쪽지를 제거하는 류청우의 모습에 팬들이 울부짖었다.
쪽지의 내용은 ‘손님 중에 배신자가 있다’였다.
[류청우 : 잘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더라구요.]
레이저 건을 일부러 남용하는 류청우. 그리고 좀비를 쏠지 말지 토론을 유도한다.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기 위해서.
마지막은 무언가 눈치챈 것 같이 뛰쳐나가는 박문대를 보다가, 멤버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류청우다.
[류청우 : 내가 문대 따라가 볼게. 총 있으니까.]
[김래빈 : 알겠습니다!]
류청우는 건물 붕괴 효과가 나는 복도를 뚫고, 바로 엄청난 속도로 뛰어서 박문대를 따라잡았다.
[류청우 : 박문대!]
그 모든 컷을 보여준 후, 장면은 다시 빨려들 듯이 모여서 현재로 돌아온다.
총을 겨눈 류청우.
굳은 박문대.
-아아아아아아악
-이대로 류청우 대승리임??
-아 대박 상상도 못했네 청우 왜이렇게 잘햌ㅋㅋㅋ
-흐흐흐륵 빌런미 청우 최고..
-문대 어떡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잠시 후 장면에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게 된다.
[박문대 : 잘됐네요. 사람한테도 통한다니까.]
박문대가 똑같이 레이저 건을 꺼내든 순간, 렉으로 채팅창이 멈췄다.
“와아씨!”
대학원생도 비명을 질렀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지하철에서 영상을 보던 중이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쏠렸으나, 그걸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인터뷰 장면이 교차한다.
[박문대 : 처음 마네킹 손에 있던 걸 다시 보니까… 딱 한 발 남았더라구요.]
[박문대 : 일단 제가 챙겼어요. 만일의 경우에 청우 형을 줄 생각이었는데… 어쨌든 청우 형한테 쓰게 되긴 하네요.]
‘미친!’
가운 속 통행증도 추리하더니, 이런 것까지 챙겨 놨다니!
‘문대 이런 예능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실시간 채팅창은 입을 모아 비슷한 소리를 외마디 비명을 동원해 단어로 뱉고 있었다.
그리고 대치 중인 두 사람의 대화와 류청우의 상황 브리핑.
[류청우 : 문대야. 그런데 이렇게 대치만 하고 있어도 어차피 ID 카드는 못 쓰는 거 아니야?]
“헙!”
그렇게 박문대가 준비한 비장의 한수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류청우가 이길 것 같았지만, 곧 힘의 균형은 무너진다.
뒷문에 있어야 할 멤버들이 환풍구에서 우르르 쏟아졌기 때문이다.
-와 진짜
-개스펙타클해
-ㅋㅋㅋㅋ대유잼 그룹
-ㄹㅇ대본 아님?
[차유진 : 제가 맞았어요! 여기 있어요!]
뒷문에 멍하니 남아 있던 멤버들도 차유진의 보챔과 이세진의 동조, 배세진의 추리에 등이 밀려 바로 움직인 것이다.
만일을 위해 뒷문에 남아 있자고 홀로 외롭게 주장했던 김래빈만이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상황을 쳐다볼 뿐이었다.
[김래빈 : 그런 사태가 일어날 줄은 감히 짐작도 못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풀이 죽어 허망한 표정을 짓는 김래빈은 솔직히 웃기고 귀여웠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대치 장면.
류청우는 인원수가 밀리며 구도가 변하자, 순순히 총을 내리고 항복했다.
[류청우 : 이건 안 되겠네. 항복할게.]
[차유진 : 와아아아우!]
제작진은 몇 번의 절묘한 타이밍으로 상황이 계속 뒤집히더니, 결국 좋게 풀리는 것을 쉴 틈 없이 편집해놨다.
그래서 류청우의 시원한 항복은 아쉬움 대신 훈훈한 상쾌함을 폭발적으로 터뜨렸다.
-아 드디어 나간다1!!
-얘들아 진짜 대단하다ㅠㅠ
-내가 탈출하는 것 같음
[박문대 : 솔직히 청우 형이 더럽게 나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텐데, 인성 문제로 그렇게 못 하신 것 같습니다.]
[박문대 : 물론 좋은 쪽으로요.]
뒷문으로 달려가는 멤버들 사이, 박문대의 부드러운 멘트까지 훈훈하게 삽입되었다.
-레전드다
-아니 이게 자컨에서 나올 퀄리티인가
-스릴 반전 코믹 감동까지 잡아? 대체 뭐야?
-그냥 정식 예능으로 해도 되겠어
-테스타 서로를 향한 믿음과 신뢰… 빌런은 제작진뿐이야.
[이세진 : 어허! 스파이는 빠릿빠릿 걸으시지요!]
[류청우 : 하하, 알겠습니다.]
멤버들과 함께 가는 류청우는 실없이 웃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전문가의 분석 코멘트가 시작된 것은 이 탈출 직전의 질주 때였다.
[과연, 재난 탈출 과정에서 관찰된 테스타의 유형은?]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했다는 ‘롤플레잉 분류법’에 대한 설명이 잠시 지나간 후, 각 멤버들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먼저 이번 화의 반전인 류청우.
[상담사 : 예상대로 단독 행동에서도 불안함 없이 침착하면서 도전적인 행동을 보여주시는데요. 이 모습이 참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상담사 : 하지만 류청우 선생님은 윤리와 도덕 기준이 굉장히 높고 잔꾀를 선호하지 않으시네요.]
뛰는 류청우의 얼굴 클로즈업 뒤로 그의 인터뷰와 회상이 깔린다.
박문대를 쫓아간 장면이다.
여기 작은 반전이 또 있었다.
[류청우 : 거기서 문대를 쫓아간 건 특별히… 저지하고 그럴 생각이었던 건 아니고요.]
[류청우 : 혼자 가면 위험할 것 같아서 붙었어요. 벽에서 막 연기도 나고 해서.]
류청우의 마지막 행동은 그냥 선행이었던 것이다.
물론 박문대의 이상 반응을 본 탓도 있었으나, 제작진은 이미 그 분량은 깔끔히 들어낸 상태였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박문대가 정중히 ‘자신은 화재 상황에 오감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걸 상당히 불편해한다’라고 전달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기겁하며 사과 후 편집본에서 더 주의하겠다고 따로 연락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떼어놔도, 이 진실은 충분히 가슴 따듯해지는 편집이었다.
[류청우 / 인도적 탐험가]
[미래를 개척하는 기개를 갖춘 주체적, 인간 친화적 유형]
류청우의 유형이 그의 얼굴 옆에 검증 마크처럼 딱 떠올랐다.
박문대가 그렇게 바랐던, 보기 편한 유형 분류였다.
이어서 멤버들도 각자의 평가가 붙었다.
[김래빈 / 윤리적 치료사]
[차유진 / 파괴적 탐험가]
[배세진 / 윤리적 투사]
[이세진 / 합리적 전략가]
[선아현 / 인도적 투사]
누구 하나 유형이 겹치지 않았다.
우연인지 아니면 연구소에서 좀 더 극적인 느낌을 위해 살짝 데이터를 편한 대로 해석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인상적으로 보이긴 했다.
‘음, 4X4로 16가지 유형이구나.’
대학원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꽤 흥미롭게 해당 이야기를 보았다.
이론이 그렇게 탄탄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각 멤버의 행적에 맞춰서 딱딱 설명하는 게 꽤 재밌었다. 랩실 동료 중에는 게거품 물고 화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그리고 그녀가 기다리던 박문대는 활약상 덕인지 맨 마지막이었다.
[상담사 : 이번 탈출을 살펴보니, 박문대 선생님은 완벽주의자 성향도 있지만 동시에 위험을 무릅 쓰고 도전하고 싶은 욕구도 크네요?]
총을 챙기는 동작, 화장실에서 제일 먼저 튀어 나가서 좀비가 뛰쳐나오는지 확인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전력으로 역주행하는 박문대의 모습이 짧게 지나갔다.
[상담사 : 무리하지 않게 스스로를 제어하는 훈련을 조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참 명철하고 자신감 있는 분입니다.]
뒷문에 도착해 ID 카드를 꺼내 드는 박문대의 웃는 얼굴 옆으로 유형이 찍힌다.
[박문대 / 파괴적 전략가]
[효율과 전력 질주의 화신, 나무보다 숲을 보는 두뇌 유형]
‘멋있어!’
분홍 머리로 귀여움도 잡았으면서 이렇게 멋짐이 철철 흐르는 게 바로 자신의 최애였다!
‘피로가 싹 가시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화면을 응시했다.
[우와아!]
잠깐 유형이 표기되며 멈추었던 화면은 다시 흘러, 마침내 뒷문이 개방되고 테스타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여준다.
해가 진 저녁, 보기만 해도 상쾌한 얼굴인 테스타가 나와서 ‘성공’과 ‘대박’을 부르짖는다.
[배세진 :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차유진 : 최고! 우리 또 해요!]
[이세진 : 재밌었습니다~]
‘나도 재밌었어!’
대학원생은 웃으며 흐뭇하게 그것을 쳐다보았다. 멋진 엔딩이었다!
그리고 영상이 마무리되나 싶은 순간.
화면이 변했다.
[테스타 : 오오오~]
야외 대신, 안락한 실내에서 테이블에 앉은 멤버들이 튀어나왔다.
멤버들은 열심히 박수하고 있었다.
“…??”
[이세진 : 영상을 재밌게 보셨나요, 시청자님!]
[선아현 : 저희도, 방금 1화를 다 보았습니다…!]
[류청우 : 그리고 본론을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류청우가 씩 웃었다. 차유진이 끼어들었다.
[차유진 : 룸메이트요!]
“아 맞다, 룸메이트!”
어느새 슬그머니 잊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걸 설명해주는 추가 촬영분인 것 같았다! 대학원생은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박문대 : 지금 저희의 방을 발표해 주신다고 합니다.]
[PD : 예 여러분~]
순식간에 튀어나온 PD의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스탭과 멤버들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PD : 여러분이 받으신 유형 기억하시나요?]
[테스타 : 예!]
테스타는 지금 전달받았는지, 손에 든 쪽지를 들며 자신의 유형과 설명을 카메라에 한 번 보여주었다.
[PD : 우리 소통관계연구소에서 그 유형에 맞춰서 딱! 서로 보완이 되는 분들끼리 룸메이트를 짝지어주셨어요!]
[PPL 주신 광고주님은 우리가 되는 마법]
“오~”
대학원생은 두근거리며 영상을 보았다. 이렇게 하려고 그 유형을 나눈 거였구나!
‘그래서 대체 누군데?’
[이세진 : 아, 전 누구랑 쓰든 좋은데! 빨리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PD : 자, 공개합니다!]
독방을 기원하는 배세진과 태평한 이세진이 교차하는 가운데 PD가 화이트보드를 공개했다.
[배세진, 차유진]
[류청우, 박문대]
[선아현, 김래빈]
[이세진]
깔끔한 공개였다.
“…??”
그리고 화면 밖과 안은 모두 의문으로 가득 찼다.
[김래빈 : 방 배정엔 아무런 불만도 없습니다만, 비슷한 유형끼리 배정해 주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배세진 : 그러게!]
유형이 하나도 안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PD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PD: 에이, 비슷한 게 아니라, ‘보완이 되는’ 성격이요!]
[!!!!]
[PD: 생각해 보세요, 다른 성격이어야 보완이 되는 거지!]
[류청우 : 맙소사.]
그리고 본인들이 또 낚였다는 걸 깨달은 멤버들 사이에서 잠시 소란이 있었으나, 곧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 룸메이트와 인사를 나누었다.
웃음을 애써 참는 모습이 예능다웠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이세진 : PD님? 저는요??]
[PD : 이세진 씨는… 단독 행동을 한 번쯤 경험해 보라는 의미로 독방 추천!]
[이세진 : 으아아!]
인싸 이세진의 엄살 가득한 고통이 큰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대학원생은 그 모습에 웃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 관심을 쏟았다.
‘오, 좋다. 리더와 같은 방이네!’
바로 박문대의 룸메이트다.
[류청우, 박문대]
‘괜찮은데?’
둘 다 잘 지낼 것 같다며, 대학원생은 편하게 생각을 끝냈다.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ㅋㅋㅋ분위기 끝내주겠네
-집 들어가자마자 자기들끼리 바꿀 듯
이 새 룸메이트 배정 때문에 물밑에서는 몇 마디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물밑이었다.
새 시즌을 적으로 삼아 뭉친 팬덤은 아직 콩가루로 전락하지 않았으니까.
전반적인 반응은 대학원생처럼 매우 좋았다.
[반전 오졌던 테스타 좀비 탈출 (스포 포함)]
테스타의 공백기는 그렇게 하락세 없이 폼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좋든 싫든, 물밑의 예측과 달리 이미 그들은 방을 바꿨다.
* * *
[큰세진 : 문대문대 나 심심해 독방 너무 슬프다 정말ㅠ]
‘웃기는 놈.’
독방 걸리고 캐릭터 잘 뽑혔다며 은근히 좋아하던 놈이 혓바닥은 길어가지고.
[그럼 거실로 나와]
나는 빠르게 답장을 하고 화면을 끄려 했으나, 놈이 먼저였다.
드르륵.
[큰세진 : ㄴㄴ 박문대가 놀러와야 함ㅎ 정답 정해짐]
“…….”
바쁘다 새끼야.
[운동 감]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진짜 나갈 생각이니까.
‘몸을 더 만들어야 해.’
이번 공백기 자체 예능도 분위기 좋으니, 컴백까지 바짝 준비를 당겨야 했다.
‘걱정되는 부분은… 없고.’
PPL을 줬던 연구소의 유형이 무슨 작은 저작권 논란에 휩싸이긴 했으나, 우리랑 엮이진 않았으니 상관없다.
‘무슨 보드게임의 인성 분류법과 비슷하다던데.’
이건 됐고, 오히려 신경 쓰이는 건 다른 부분이다.
“운동하러 가?”
이놈이랑 룸메이트라는 게 말이지.
“음, 예.”
나는 류청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처럼 꺼려지진 않았으나, 아예 편하냐고 물어보면….
‘좀 그렇지.’
사실 룸메이트 예능은 예능으로 두고 싹 바꿔 쓰자는 의견도 나오긴 했으나, 금방 스스로 철회했다.
‘위험 부담이 커.’
들켜서 불화설 나오는 것보다야 좀 신경 쓰는 게 낫지 않은가. 그리고 이젠 불편한 건 아니니, 지내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나는 룸메이트에게 좀 더 협조적으로 대답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엔 안 하던 별 의미 없는 설명을 덧붙여볼까.
“그런데 갈 만한 곳이 드물어서 잠깐 고민 중입니다.”
산책로를 가기엔 사람이 많고, 운동 시설을 가기에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냥 회사나 가야 하나.’
내가 다시 고민에 빠지려던 순간이었다.
“아, 그럼 같이 가자. 마침 나도 운동 가려고 했는데.”
“…?”
류청우가 빙긋 웃으며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이 있어.”
…음,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든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2화

영상에선 류청우와의 개인 면담을 해설하는 상담사의 인자한 얼굴이 리플레이된다.

여기까진 아까와 똑같은 문구다. 다만, 그 뒤에 새로운 문구가 붙었다.

그리고 다시 바뀌는 화면.

류청우가 그룹 면담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좀비 사태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채팅창이 또 한 번 비명으로 가득 찼다.

그가 맡은 역할은 좀비 바이러스를 이 연구소에 반입한 세력이었다.

목표는 전원 좀비화, 혹은 폭파!

상담사의 목소리를 BGM 삼아,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류청우의 행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환풍구에서 일부러 좀비와 멤버들이 대치하도록, 움직이지 않고 멤버들을 통로의 뒤로 물린 행동.

그리고 어두운 방 안으로 빠져나왔을 때, 혼자 다니며 스파이에 대한 힌트를 제거한다.

시체용 마네킹에 먼저 접근해서, 총 반대편 손에 있던 쪽지를 제거하는 류청우의 모습에 팬들이 울부짖었다.

쪽지의 내용은 ‘손님 중에 배신자가 있다’였다.

레이저 건을 일부러 남용하는 류청우. 그리고 좀비를 쏠지 말지 토론을 유도한다.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기 위해서.

마지막은 무언가 눈치챈 것 같이 뛰쳐나가는 박문대를 보다가, 멤버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류청우다.

류청우는 건물 붕괴 효과가 나는 복도를 뚫고, 바로 엄청난 속도로 뛰어서 박문대를 따라잡았다.

그 모든 컷을 보여준 후, 장면은 다시 빨려들 듯이 모여서 현재로 돌아온다.

총을 겨눈 류청우.

굳은 박문대.

-아아아아아아악

-이대로 류청우 대승리임??

-아 대박 상상도 못했네 청우 왜이렇게 잘햌ㅋㅋㅋ

-흐흐흐륵 빌런미 청우 최고..

-문대 어떡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잠시 후 장면에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게 된다.

박문대가 똑같이 레이저 건을 꺼내든 순간, 렉으로 채팅창이 멈췄다.

“와아씨!”

대학원생도 비명을 질렀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지하철에서 영상을 보던 중이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쏠렸으나, 그걸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인터뷰 장면이 교차한다.

‘미친!’

가운 속 통행증도 추리하더니, 이런 것까지 챙겨 놨다니!

‘문대 이런 예능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실시간 채팅창은 입을 모아 비슷한 소리를 외마디 비명을 동원해 단어로 뱉고 있었다.

그리고 대치 중인 두 사람의 대화와 류청우의 상황 브리핑.

“헙!”

그렇게 박문대가 준비한 비장의 한수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류청우가 이길 것 같았지만, 곧 힘의 균형은 무너진다.

뒷문에 있어야 할 멤버들이 환풍구에서 우르르 쏟아졌기 때문이다.

-와 진짜

-개스펙타클해

-ㅋㅋㅋㅋ대유잼 그룹

-ㄹㅇ대본 아님?

뒷문에 멍하니 남아 있던 멤버들도 차유진의 보챔과 이세진의 동조, 배세진의 추리에 등이 밀려 바로 움직인 것이다.

만일을 위해 뒷문에 남아 있자고 홀로 외롭게 주장했던 김래빈만이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상황을 쳐다볼 뿐이었다.

인터뷰에서 풀이 죽어 허망한 표정을 짓는 김래빈은 솔직히 웃기고 귀여웠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대치 장면.

류청우는 인원수가 밀리며 구도가 변하자, 순순히 총을 내리고 항복했다.

제작진은 몇 번의 절묘한 타이밍으로 상황이 계속 뒤집히더니, 결국 좋게 풀리는 것을 쉴 틈 없이 편집해놨다.

그래서 류청우의 시원한 항복은 아쉬움 대신 훈훈한 상쾌함을 폭발적으로 터뜨렸다.

-아 드디어 나간다1!!

-얘들아 진짜 대단하다ㅠㅠ

-내가 탈출하는 것 같음

뒷문으로 달려가는 멤버들 사이, 박문대의 부드러운 멘트까지 훈훈하게 삽입되었다.

-레전드다

-아니 이게 자컨에서 나올 퀄리티인가

-스릴 반전 코믹 감동까지 잡아? 대체 뭐야?

-그냥 정식 예능으로 해도 되겠어

-테스타 서로를 향한 믿음과 신뢰… 빌런은 제작진뿐이야.

멤버들과 함께 가는 류청우는 실없이 웃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전문가의 분석 코멘트가 시작된 것은 이 탈출 직전의 질주 때였다.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했다는 ‘롤플레잉 분류법’에 대한 설명이 잠시 지나간 후, 각 멤버들에 대한 평가가 나온다.

먼저 이번 화의 반전인 류청우.

뛰는 류청우의 얼굴 클로즈업 뒤로 그의 인터뷰와 회상이 깔린다.

박문대를 쫓아간 장면이다.

여기 작은 반전이 또 있었다.

류청우의 마지막 행동은 그냥 선행이었던 것이다.

물론 박문대의 이상 반응을 본 탓도 있었으나, 제작진은 이미 그 분량은 깔끔히 들어낸 상태였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박문대가 정중히 ‘자신은 화재 상황에 오감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걸 상당히 불편해한다’라고 전달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기겁하며 사과 후 편집본에서 더 주의하겠다고 따로 연락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떼어놔도, 이 진실은 충분히 가슴 따듯해지는 편집이었다.

류청우의 유형이 그의 얼굴 옆에 검증 마크처럼 딱 떠올랐다.

박문대가 그렇게 바랐던, 보기 편한 유형 분류였다.

이어서 멤버들도 각자의 평가가 붙었다.

누구 하나 유형이 겹치지 않았다.

우연인지 아니면 연구소에서 좀 더 극적인 느낌을 위해 살짝 데이터를 편한 대로 해석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인상적으로 보이긴 했다.

‘음, 4X4로 16가지 유형이구나.’

대학원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꽤 흥미롭게 해당 이야기를 보았다.

이론이 그렇게 탄탄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각 멤버의 행적에 맞춰서 딱딱 설명하는 게 꽤 재밌었다. 랩실 동료 중에는 게거품 물고 화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그리고 그녀가 기다리던 박문대는 활약상 덕인지 맨 마지막이었다.

총을 챙기는 동작, 화장실에서 제일 먼저 튀어 나가서 좀비가 뛰쳐나오는지 확인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전력으로 역주행하는 박문대의 모습이 짧게 지나갔다.

뒷문에 도착해 ID 카드를 꺼내 드는 박문대의 웃는 얼굴 옆으로 유형이 찍힌다.

‘멋있어!’

분홍 머리로 귀여움도 잡았으면서 이렇게 멋짐이 철철 흐르는 게 바로 자신의 최애였다!

‘피로가 싹 가시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화면을 응시했다.

잠깐 유형이 표기되며 멈추었던 화면은 다시 흘러, 마침내 뒷문이 개방되고 테스타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여준다.

해가 진 저녁, 보기만 해도 상쾌한 얼굴인 테스타가 나와서 ‘성공’과 ‘대박’을 부르짖는다.

‘나도 재밌었어!’

대학원생은 웃으며 흐뭇하게 그것을 쳐다보았다. 멋진 엔딩이었다!

그리고 영상이 마무리되나 싶은 순간.

화면이 변했다.

야외 대신, 안락한 실내에서 테이블에 앉은 멤버들이 튀어나왔다.

멤버들은 열심히 박수하고 있었다.

“…??”

류청우가 씩 웃었다. 차유진이 끼어들었다.

“아 맞다, 룸메이트!”

어느새 슬그머니 잊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걸 설명해주는 추가 촬영분인 것 같았다! 대학원생은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순식간에 튀어나온 PD의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스탭과 멤버들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테스타는 지금 전달받았는지, 손에 든 쪽지를 들며 자신의 유형과 설명을 카메라에 한 번 보여주었다.

“오~”

대학원생은 두근거리며 영상을 보았다. 이렇게 하려고 그 유형을 나눈 거였구나!

‘그래서 대체 누군데?’

독방을 기원하는 배세진과 태평한 이세진이 교차하는 가운데 PD가 화이트보드를 공개했다.

깔끔한 공개였다.

“…??”

그리고 화면 밖과 안은 모두 의문으로 가득 찼다.

유형이 하나도 안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PD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본인들이 또 낚였다는 걸 깨달은 멤버들 사이에서 잠시 소란이 있었으나, 곧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 룸메이트와 인사를 나누었다.

웃음을 애써 참는 모습이 예능다웠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인싸 이세진의 엄살 가득한 고통이 큰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대학원생은 그 모습에 웃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 관심을 쏟았다.

‘오, 좋다. 리더와 같은 방이네!’

바로 박문대의 룸메이트다.

‘괜찮은데?’

둘 다 잘 지낼 것 같다며, 대학원생은 편하게 생각을 끝냈다.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ㅋㅋㅋ분위기 끝내주겠네

-집 들어가자마자 자기들끼리 바꿀 듯

이 새 룸메이트 배정 때문에 물밑에서는 몇 마디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물밑이었다.

새 시즌을 적으로 삼아 뭉친 팬덤은 아직 콩가루로 전락하지 않았으니까.

전반적인 반응은 대학원생처럼 매우 좋았다.

테스타의 공백기는 그렇게 하락세 없이 폼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좋든 싫든, 물밑의 예측과 달리 이미 그들은 방을 바꿨다.

* * *

‘웃기는 놈.’

독방 걸리고 캐릭터 잘 뽑혔다며 은근히 좋아하던 놈이 혓바닥은 길어가지고.

나는 빠르게 답장을 하고 화면을 끄려 했으나, 놈이 먼저였다.

드르륵.

“…….”

바쁘다 새끼야.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진짜 나갈 생각이니까.

‘몸을 더 만들어야 해.’

이번 공백기 자체 예능도 분위기 좋으니, 컴백까지 바짝 준비를 당겨야 했다.

‘걱정되는 부분은… 없고.’

PPL을 줬던 연구소의 유형이 무슨 작은 저작권 논란에 휩싸이긴 했으나, 우리랑 엮이진 않았으니 상관없다.

‘무슨 보드게임의 인성 분류법과 비슷하다던데.’

이건 됐고, 오히려 신경 쓰이는 건 다른 부분이다.

“운동하러 가?”

이놈이랑 룸메이트라는 게 말이지.

“음, 예.”

나는 류청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처럼 꺼려지진 않았으나, 아예 편하냐고 물어보면….

‘좀 그렇지.’

사실 룸메이트 예능은 예능으로 두고 싹 바꿔 쓰자는 의견도 나오긴 했으나, 금방 스스로 철회했다.

‘위험 부담이 커.’

들켜서 불화설 나오는 것보다야 좀 신경 쓰는 게 낫지 않은가. 그리고 이젠 불편한 건 아니니, 지내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나는 룸메이트에게 좀 더 협조적으로 대답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엔 안 하던 별 의미 없는 설명을 덧붙여볼까.

“그런데 갈 만한 곳이 드물어서 잠깐 고민 중입니다.”

산책로를 가기엔 사람이 많고, 운동 시설을 가기에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냥 회사나 가야 하나.’

내가 다시 고민에 빠지려던 순간이었다.

“아, 그럼 같이 가자. 마침 나도 운동 가려고 했는데.”

“…?”

류청우가 빙긋 웃으며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이 있어.”

…음,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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