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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79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79화
심리 테스트하러 가서 좀비 탈출을 하게 된 지 5분 경과 시점.
“머리 조심.”
“후.”
우리는 환풍구 통로를 기어가는 중이다.
중간중간 미리 설치된 카메라가 있는 걸 봐서는 이 루트가 맞는 것 같다.
‘동선 괜찮네.’
일부러 남아 있던 제작진이 환풍구를 가리게 해서 찾기 어려워 보이는 효과를 준다.
하지만 사실은 돌발 사태에 제작진을 찾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니, 스토리 연결점이 좋단 말이지.
‘분위기도 괜찮아.’
클리셰지만, 환풍구 안이 컴컴하고 분위기가 으스스해 집중하기 좋다.
끄으으으으-
끄르륵! 끼익!
벽 너머로 이런 소리도 들리고.
“헐.”
“와, 소리.”
“이거 좀비 확실해요!”
‘몰입 못 하는 놈은 없군,’
나는 긴장한 놈들을 체크한 후,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기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코너를 돌고 나니 양 갈래 길이 나타났다. 맨 앞에서 가던 류청우가 멈췄다.
“저희 찢어져야 할까….”
“쉿.”
그리고 한쪽 통로의 모서리로 붙으며, 다른 놈들을 뒤로 붙게 만든다.
“헙.”
심상치 않은 제스처에 다른 놈들이 바짝 벽으로 붙었다.
그 순간.
“끼에에에엑!”
“으헙.”
김래빈이 황급히 큰세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맞은편에 보이는 또 다른 환풍구에 좀비가 들러붙어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양복이 피와 상처 분장으로 상당히 살벌하다.
‘열연하시는군.’
제작진이 어느 정도 투자를 해서 연기자를 더 고용한 모양이다. 제법 실감이 난…, 잠깐.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투둑.
“…!”
그리고 좀비가 매달린 환풍구 팬이… 떨어져 나간다.
팅, 팅, 티디디디딩….
부품이 튀어 발치에 닿기도 전.
“To the right! 옆! 옆!”
“우와악!”
차유진이 번개같이 다른 방향의 통로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손과 머리로 멤버들을 잡아당기고 민다.
‘양몰이 하냐?’
그러나 효과는 확실했다. 순식간에 옆 통로를 네발로 질주한 놈들은 반대편 환풍구에 도달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뒤편의 좀비가 방해물을 박살 내고 튀어나오려는 진동이 요란하게 통로를 울렸다.
콰과과광!!
“으아아악!”
“이, 일단 열게요!”
비명을 지르는 김래빈의 옆에서 선아현이 손을 뻗어서 환풍구 옆을 당겼다.
쉽게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앞은 어둠이다. 조명이 켜지지 않은 공간으로 연결된 것이다.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여기서 좀비 소리는 안 들립니다.”
류청우가 바로 말을 받았다.
“들어가자. 앞사람부터 조심히!”
“네!”
한 명씩 환풍구를 빠져나간다.
나는 환풍구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서, 먼저 내려간 놈들이 다른 놈들을 부축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 류청우와 거의 동시에 나왔다.
그리고 환풍구를 닫았다.
쾅!
그러나 밀려 나온다. 큰세진이 침착하게 외쳤다.
“이거 고정이 안 돼요! 고정할 만한 거 있는지 체크 좀!”
“잠깐, 잠깐! 이거 밀어놓으면….”
배세진이 자신이 선 곳 주변의 어두운 무언가를 가리켰다. 김래빈이 달려가서 외친다.
“캐비닛입니다!”
“옮겨!”
그리고 만일을 위해 환풍구를 잡고 있는 셋과 캐비닛을 옮기는 넷으로 바로 인원이 분산되었다.
하지만 여유 시간은 없었다.
쿵.
…환풍구를 잡은 손으로 진동이 전해진다.
“…….”
“열었네.”
좀비가 환풍구를 박살 내고 통로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나는 코너를 돌아 모습을 드러낸 좀비를 확인했다.
“지금 저기.”
“야, 온다!”
식은땀이 날 만큼 분위기가 조성된다.
‘속도 조절해서 오고 있겠지?’
PPL까지 넣은 연구소에서 하는 짓인데 설마 해답 수행까지 최소한의 시간도 안 주진 않을 것 아닌가.
그러나 환풍구 통로 끝에서 드드득 거리며 온몸을 비틀고 오는 좀비는 상당히… 아니, X나 빠르다.
‘망할.’
벌써 코앞이잖아.
혹시 모르니, 나는 환풍구 옆을 잡은 두 손에 체중을 실었다.
촬영 중이라고 열연해 주는 건 고마운데 좀 조절 좀….
“비켜요!!”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었다. 류청우가 같은 방향으로 물러난 그 자리로 철제 가구가 차고 들어온다.
쾅!
캐비닛이다. 거대한 가구가 환풍구를 반 이상 가리고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좀비가 환풍구에 몸을 박았다.
“캬아악!”
쿵!
성인 남성 넷이서야 옮긴 캐비닛은 뭐가 제법 많이 차 있는지, 좀비는 뚫지 못했다.
“아으!”
그러나 제일 앞에 있던 차유진은 미는 힘 때문에 거의 환풍구의 좀비와 부딪힐 뻔했다.
“…!”
“캬악!”
나와 류청우가 반사적으로 차유진을 당겼다. 놈은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났다.
“괜찮아?”
“No problem. 피해요!”
차유진은 멀쩡한 얼굴로 웃었다. 특수분장용 피도 안 묻은 것 같다.
“후, 다행이다. 유진이 묶어놔야 하는 줄 알았네~”
“하하!”
큰세진의 농담에 몇 놈이 그제야 웃었다. 생각보다 살벌한 상황에 과몰입했던 게 좀 풀린 모양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정신 차리자마자 성토가 빗발쳤다.
여행시켜 준다고 해놓고 알바시킨 호떡 장사 이상의 낚시였으니 이해한다.
“와, 근데 진짜… 이런 상황이 될 줄이야! 제작진분들 진짜!”
“전 정말 예상도 못 했습니다….”.
“…어쩐지 들어올 때 무슨 동의서를 작성하더라. 검사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는데.”
“쉿!”
그 사이로 차유진이 진지하게 입에 손가락을 댄다.
“밖에 또 좀비 있어요! 여기 보는 거 먼저 해요!”
신났구만.
눈이 번쩍거리는 게 재미 들린 것이 분명했다.
“그래, 유진이 말이 맞아. 여기가 어딘지 확인부터 하자. 어두우니까 2인 1조로 하고… 내가 혼자 다닐게.”
“알겠습니다, 리더님~!”
촬영 중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놈들은 빠르게 탐색을 재개했다.
‘어차피 편집 들어갈 테니 좀 더 이야기해도 재밌었을 것 같다만.’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환풍구에서 좀비를 거쳐 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존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형, 제가 밤눈이 어두워 시야가 좁지만 시키시는 대로 움직이는 일은 언제든 가능하니 말씀만 해주시면….”
“그래. 문제 생기면 말할 테니까 걱정 말고.”
“예!”
‘이 난리를 부리는데 좀비 연기자가 안 오는 걸 보면 일단 밀폐된 방….’
나는 마침 근처에 있던 김래빈을 뒤에 달고 빠르게 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벽에 손이 닿은 순간.
“……!”
특유의 결이 느껴졌다.
…목재.
나는 손을 멈췄다.
‘어둡고 밀폐된, 낯선 목재 공간….’
“…….”
좀, 기분이 가라앉는데.
“형? 혹시 그쪽 벽에서 수상쩍은 액체라도….”
나는 손을 다시 움직였다.
“아니, 깨끗해. 조심하느라 느려졌다.”
“그렇군요!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좀비가 어디서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래. 이건 과민한 반응이었다.
‘촬영이야.’
좀비 바이러스 같은 설정이 붙은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예능이다.
어차피 다 분장한 사람들인 건 뻔히 보이니 밀폐고 뭐고 상관없….
“잠깐, 이거.”
“예?”
기계적으로 벽을 더듬던 내 손이, 목재보다 더 차가운 무언가를 찾았다.
“벽에… 금속 상자 같은 게 달려 있는데, 좀 커.”
“…!”
수상쩍은 박스다.
“문대 뭐 찾았어?”
“어, 잠시만.”
“제가 이쪽을 확인하겠습니다!”
옆으로 지나가 금속 상자의 다른 면을 확인한 김래빈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반대편에 잠금 같은 게 있습니다! 열까요?”
“어? 잠깐! 얘들아, 기다려 봐!”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서 찾은 건지 손전등을 들고 큰세진과 선아현이 다가왔다.
“이러면 되겠지?”
“훌륭하십니다!”
그리고 손전등에 의존해서 금속 상자의 잠금을 푼 순간.
지이잉!
상자가 저절로 열린다.
그리고 파란 레이저가 상자에서 쏘아져 올라온다.
“어엉?”
“피해!”
창문 비슷한 것을 찾았다며 망을 보려던 배세진과 차유진까지 소리를 지른다.
“엎드려!”
나는 일단 옆의 놈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직후.
달칵.
시야가 훤해진다.
“…??”
고개를 들자, 눈을 찌르는 빛이 느껴졌다. 방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나 원 참.
“괜찮다.”
“예, 예?”
나는 떨떠름히 옆 놈의 등을 두드려 일어나게 했다.
그리고 눈앞의 박스가 어디 달려 있던 건지를 확인했다.
거대한 고동색 장식장이었다. 그 너머로 깔끔히 페인트 마감된 벽이 보였다.
‘가구였냐.’
내가 만진 것은 벽이 아니라 목재 가구였던 것이다.
…여긴 목재 별장이 아니라, 그냥 사무실 공간이다.
“하.”
헛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옆에서는 다른 의미로 헛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불이, 켜지는 거였구나….”
“우리 너무 웃겼겠는데?”
“구, 구성의 박진감이 대단합니다.”
“…대체 무슨 원리지?”
배세진이 상자를 만졌다. 큰세진이 크게 웃으며 손을 비볐다.
“아, 전등을 레이저로 켤… 우아아악!”
“왜?”
큰세진이 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구석에 사람시체처럼 보이는 게 쓰러져 있다.
이런 X발!
“헐!”
“으어어!”
“얘들아, 마네킹이야.”
…정정하겠다. 시체 역할로 보이는 마네킹 한 구였다.
“이게 뭐지?”
마네킹은 보안 인력으로 보이는 제복 차림이었는데, 손에는 총과 전기충격기를 합쳐놓은 것 같은 묘한 물건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총구가 자신의 머리를 향하고 있다.
‘마네킹이 시체 대타인 것처럼, 이게 권총 대타인가….’
나는 당장 그것을 비틀어서 조심스럽게 빼냈다. 그리고 살펴보았다.
‘음.’
총구가 유리로 막혀 있다. 이건….
“레이저 건 같은데.”
“예?”
나는 아까 파란 레이저가 튀어나왔던 금속 상자를 떠올렸다.
“아까 상자에서 본 것과 이 끝쪽 형태가 유사하고 무늬도 비슷해.”
“오, 문대 똑똑해~”.
“잠시만요. 죄, 죄송합니다….”
“…아현이 용감해~”
그 와중에 선아현은 아예 마네킹을 뒤집더니 마네킹 품속에 있던 상자와 이용 설명서를 찾아냈다.
상자 속에 있던 것은 내가 든 것과 똑같은 총기 한 점, 그리고… 실탄이 들어 있을 것처럼 생긴 보라색 실린더 네 개다.
“아, 여기 이 마네킹분이 적은 것 같은 글도 추가되어 있네.”
큰세진은 순식간에 이용 설명서를 읽고 요약을 도출했다.
이 연구소에 잘못 반입된 좀비 바이러스가 유출되고, 좀비에게 통하는 건 바이러스가 반입될 때 함께 들어온 이 무기뿐.
그리고 본인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탈출이 불가능하니, 레이저건을 쓴다… 는 내용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헐, 이걸로 좀비 잡을 수 있다는데요?”
“오.”
큰세진이 보라색 실린더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게 충전 배터리인데… 한번 충전에 3번 쓸 수 있다네요!”
“음. 그래?”
류청우는 레이저 건을 집어 들더니, 환풍구에 매달린 양복 좀비를 겨누었다.
정확히는 캐비닛 옆으로 보이는 좀비의 한쪽 팔을.
그리고 빠르게 한 발.
지이잉!
“키약!”
레이저를 쏘니 좀비의 한쪽 팔이 마비되는 것처럼 굳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오!”
“음, 좋아.”
류청우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총을 털었다.
그리고 평온하게 말했다.
“미안한데 캐비닛 좀 약간만 당겨 줄래? 머리를 쏠게.”
“……예.”
아무래도 이후부터는 좀비 탈출물이 아니라 좀비 슈팅물로 장르가 변경될 것 같다
* * *
예측은 반만 맞았다.
지이잉- 탕!
나는 복도에서 질주해 오던 좀비가 레이저 건에 맞아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류청우의 솜씨다. 참고로 비슷한 장면을 일곱 번쯤 더 보았다.
“와.”
“형 대박!”
“하하.”
저 감탄도 여덟 번째군. 묶어서 편집된 컷이 나온다에 내 머리 색을 걸 수 있다.
그러나 류청우는 실린더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딱 두 발만 남아서… 음, 곧 탈출이었으면 좋겠는데.”
“으윽, 그러게요.”
저것도 아낀 것이다.
놈은 놀랍도록 레이저 건을 원샷 원킬용으로만 썼다. 하지만 애초에 남은 게 10발뿐인 상황에서 펑펑 쓸 여력은 없었다.
‘초반에 그 환풍구 놈을 쏘지 말 걸 그랬나.’
그래도 이미 쓴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마를 눌렀다.
‘애초에 연구소는 총을 그룹원 사이 갈등 요소로 넣은 걸 테니까.’
동선이 주로 협동을 통한 은밀한 이동이 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쏴 죽이는 시간이 더 걸릴 정도였으니, 두 발 남은 걸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잘 만들었어.’
루트는 쫄깃했다.
좀비가 칸마다 갇혀 있는 화장실에서 개인 상담실로, BGM 소름 끼치는 놀이방에서 복도로… 꽤 잘 만든 코스긴 했으나, 문제가 있었다.
“휴!”
“와, 2시간 빡센데요??”
다 끝내고 보니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아까 데스크에서 입수한 지도에 따르면 뒷문은 이 복도 끝이었고, 느낌상 저게 끝일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도 분명 트릭이 있을 거란 말이지.’
그런데 배세진의 손목시계로 확인하니, 남은 시간은 10분도 안 된다.
‘탈출해야 마지막 그림이 산다.’
아슬아슬하게 나와야 딱 좋은 마무리일 것이다.
“얼른 가죠.”
“전방 잘 보면서 가자, 좀비 있으면 내 어깨를 치고.”
“넵!”
우리는 조심스럽게 뒷문으로 향하는, 불이 깜박거리는 음침한 복도를 지나갔으나…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오.”
“이대로 끝인가 봅니다.”
“좋아요! 우리 성공이에요!”
‘이건 심심한데.’
나는 내심 혀를 찼으나, 뒷문을 당기는 차유진을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삐-익.
대신 붉은 빛이 초인종 액정에 떴다.
[통행증을 대주세요.]
“…….”
“헐.”
마지막 트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통행증?”
멤버들은 잠시 얼빠진 표정으로 뒷문을 보았으나, 곧바로 빠른 토의가 오갔다.
“제작진분들은?”
“아니, 그런 거 받거나 제출하신 적 없어.”
“와.”
“데스크로 가봐야 하나?”
10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너무 막연한 트릭이 나오자, 멤버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초조할 만하다. 나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젖혔다.
‘…분명 힌트가 있을 텐데.’
이게 마지막 탈출이니, 우리가 여기까지 오면서 경험한 것 중에 결정적 힌트가 나올 것이다.
그래야 구성이 깔끔하고, 탈출했을 때 개운하니까.
‘분명 아이디어가 필요한 걸로….’
-허를 찌르는 발상을 자주 생각해 내시는 모습이 그룹에 꼭 필요한 아이디어 뱅크 역할처럼 보여요.
“…!”
잠깐.
나는 고개를 원상 복구했다.
‘…알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진해온 복도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무, 문대야?”
“잠시만!”
설명할 시간이 없다.
‘9분.’
빠듯하다.
나는 일단 달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직선으로 생각하면 생각보다 경로가 짧다.
‘그 방까지 루트에 좀비는 없으니까, 이대로 가면….’
탈출할 수 있다!
나는 복도를 더 빠르게 질주했다.
그때였다.
-우두둑.
달리던 복도 너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다.
-피이익.
그리고 벽 틈과 모서리부터 어두운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연달아 그 연기를 보여주던 복도에서 깜박이던 불빛이 드문드문 꺼진다. 맞은편은 이제 캄캄하다.
‘암전 상태….’
달려서 복도의 끝에 도달했다.
연기가 훅 끼쳐온다.
‘타는 냄새….’
연기 나는 어두운 밀폐 공간에 혼자 서 있다.
“…….”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식은땀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79화

심리 테스트하러 가서 좀비 탈출을 하게 된 지 5분 경과 시점.

“머리 조심.”

“후.”

우리는 환풍구 통로를 기어가는 중이다.

중간중간 미리 설치된 카메라가 있는 걸 봐서는 이 루트가 맞는 것 같다.

‘동선 괜찮네.’

일부러 남아 있던 제작진이 환풍구를 가리게 해서 찾기 어려워 보이는 효과를 준다.

하지만 사실은 돌발 사태에 제작진을 찾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니, 스토리 연결점이 좋단 말이지.

‘분위기도 괜찮아.’

클리셰지만, 환풍구 안이 컴컴하고 분위기가 으스스해 집중하기 좋다.

끄으으으으-

끄르륵! 끼익!

벽 너머로 이런 소리도 들리고.

“헐.”

“와, 소리.”

“이거 좀비 확실해요!”

‘몰입 못 하는 놈은 없군,’

나는 긴장한 놈들을 체크한 후,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기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코너를 돌고 나니 양 갈래 길이 나타났다. 맨 앞에서 가던 류청우가 멈췄다.

“저희 찢어져야 할까….”

“쉿.”

그리고 한쪽 통로의 모서리로 붙으며, 다른 놈들을 뒤로 붙게 만든다.

“헙.”

심상치 않은 제스처에 다른 놈들이 바짝 벽으로 붙었다.

그 순간.

“끼에에에엑!”

“으헙.”

김래빈이 황급히 큰세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맞은편에 보이는 또 다른 환풍구에 좀비가 들러붙어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양복이 피와 상처 분장으로 상당히 살벌하다.

‘열연하시는군.’

제작진이 어느 정도 투자를 해서 연기자를 더 고용한 모양이다. 제법 실감이 난…, 잠깐.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투둑.

“…!”

그리고 좀비가 매달린 환풍구 팬이… 떨어져 나간다.

팅, 팅, 티디디디딩….

부품이 튀어 발치에 닿기도 전.

“To the right! 옆! 옆!”

“우와악!”

차유진이 번개같이 다른 방향의 통로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손과 머리로 멤버들을 잡아당기고 민다.

‘양몰이 하냐?’

그러나 효과는 확실했다. 순식간에 옆 통로를 네발로 질주한 놈들은 반대편 환풍구에 도달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뒤편의 좀비가 방해물을 박살 내고 튀어나오려는 진동이 요란하게 통로를 울렸다.

콰과과광!!

“으아아악!”

“이, 일단 열게요!”

비명을 지르는 김래빈의 옆에서 선아현이 손을 뻗어서 환풍구 옆을 당겼다.

쉽게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앞은 어둠이다. 조명이 켜지지 않은 공간으로 연결된 것이다.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여기서 좀비 소리는 안 들립니다.”

류청우가 바로 말을 받았다.

“들어가자. 앞사람부터 조심히!”

“네!”

한 명씩 환풍구를 빠져나간다.

나는 환풍구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서, 먼저 내려간 놈들이 다른 놈들을 부축하는 것을 확인한 뒤에 류청우와 거의 동시에 나왔다.

그리고 환풍구를 닫았다.

쾅!

그러나 밀려 나온다. 큰세진이 침착하게 외쳤다.

“이거 고정이 안 돼요! 고정할 만한 거 있는지 체크 좀!”

“잠깐, 잠깐! 이거 밀어놓으면….”

배세진이 자신이 선 곳 주변의 어두운 무언가를 가리켰다. 김래빈이 달려가서 외친다.

“캐비닛입니다!”

“옮겨!”

그리고 만일을 위해 환풍구를 잡고 있는 셋과 캐비닛을 옮기는 넷으로 바로 인원이 분산되었다.

하지만 여유 시간은 없었다.

쿵.

…환풍구를 잡은 손으로 진동이 전해진다.

“…….”

“열었네.”

좀비가 환풍구를 박살 내고 통로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나는 코너를 돌아 모습을 드러낸 좀비를 확인했다.

“지금 저기.”

“야, 온다!”

식은땀이 날 만큼 분위기가 조성된다.

‘속도 조절해서 오고 있겠지?’

PPL까지 넣은 연구소에서 하는 짓인데 설마 해답 수행까지 최소한의 시간도 안 주진 않을 것 아닌가.

그러나 환풍구 통로 끝에서 드드득 거리며 온몸을 비틀고 오는 좀비는 상당히… 아니, X나 빠르다.

‘망할.’

벌써 코앞이잖아.

혹시 모르니, 나는 환풍구 옆을 잡은 두 손에 체중을 실었다.

촬영 중이라고 열연해 주는 건 고마운데 좀 조절 좀….

“비켜요!!”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었다. 류청우가 같은 방향으로 물러난 그 자리로 철제 가구가 차고 들어온다.

쾅!

캐비닛이다. 거대한 가구가 환풍구를 반 이상 가리고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좀비가 환풍구에 몸을 박았다.

“캬아악!”

쿵!

성인 남성 넷이서야 옮긴 캐비닛은 뭐가 제법 많이 차 있는지, 좀비는 뚫지 못했다.

“아으!”

그러나 제일 앞에 있던 차유진은 미는 힘 때문에 거의 환풍구의 좀비와 부딪힐 뻔했다.

“…!”

“캬악!”

나와 류청우가 반사적으로 차유진을 당겼다. 놈은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났다.

“괜찮아?”

“No problem. 피해요!”

차유진은 멀쩡한 얼굴로 웃었다. 특수분장용 피도 안 묻은 것 같다.

“후, 다행이다. 유진이 묶어놔야 하는 줄 알았네~”

“하하!”

큰세진의 농담에 몇 놈이 그제야 웃었다. 생각보다 살벌한 상황에 과몰입했던 게 좀 풀린 모양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정신 차리자마자 성토가 빗발쳤다.

여행시켜 준다고 해놓고 알바시킨 호떡 장사 이상의 낚시였으니 이해한다.

“와, 근데 진짜… 이런 상황이 될 줄이야! 제작진분들 진짜!”

“전 정말 예상도 못 했습니다….”.

“…어쩐지 들어올 때 무슨 동의서를 작성하더라. 검사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는데.”

“쉿!”

그 사이로 차유진이 진지하게 입에 손가락을 댄다.

“밖에 또 좀비 있어요! 여기 보는 거 먼저 해요!”

신났구만.

눈이 번쩍거리는 게 재미 들린 것이 분명했다.

“그래, 유진이 말이 맞아. 여기가 어딘지 확인부터 하자. 어두우니까 2인 1조로 하고… 내가 혼자 다닐게.”

“알겠습니다, 리더님~!”

촬영 중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놈들은 빠르게 탐색을 재개했다.

‘어차피 편집 들어갈 테니 좀 더 이야기해도 재밌었을 것 같다만.’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환풍구에서 좀비를 거쳐 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존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형, 제가 밤눈이 어두워 시야가 좁지만 시키시는 대로 움직이는 일은 언제든 가능하니 말씀만 해주시면….”

“그래. 문제 생기면 말할 테니까 걱정 말고.”

“예!”

‘이 난리를 부리는데 좀비 연기자가 안 오는 걸 보면 일단 밀폐된 방….’

나는 마침 근처에 있던 김래빈을 뒤에 달고 빠르게 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벽에 손이 닿은 순간.

“……!”

특유의 결이 느껴졌다.

…목재.

나는 손을 멈췄다.

‘어둡고 밀폐된, 낯선 목재 공간….’

“…….”

좀, 기분이 가라앉는데.

“형? 혹시 그쪽 벽에서 수상쩍은 액체라도….”

나는 손을 다시 움직였다.

“아니, 깨끗해. 조심하느라 느려졌다.”

“그렇군요!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좀비가 어디서 나타날지 모릅니다!”

그래. 이건 과민한 반응이었다.

‘촬영이야.’

좀비 바이러스 같은 설정이 붙은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예능이다.

어차피 다 분장한 사람들인 건 뻔히 보이니 밀폐고 뭐고 상관없….

“잠깐, 이거.”

“예?”

기계적으로 벽을 더듬던 내 손이, 목재보다 더 차가운 무언가를 찾았다.

“벽에… 금속 상자 같은 게 달려 있는데, 좀 커.”

“…!”

수상쩍은 박스다.

“문대 뭐 찾았어?”

“어, 잠시만.”

“제가 이쪽을 확인하겠습니다!”

옆으로 지나가 금속 상자의 다른 면을 확인한 김래빈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반대편에 잠금 같은 게 있습니다! 열까요?”

“어? 잠깐! 얘들아, 기다려 봐!”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서 찾은 건지 손전등을 들고 큰세진과 선아현이 다가왔다.

“이러면 되겠지?”

“훌륭하십니다!”

그리고 손전등에 의존해서 금속 상자의 잠금을 푼 순간.

지이잉!

상자가 저절로 열린다.

그리고 파란 레이저가 상자에서 쏘아져 올라온다.

“어엉?”

“피해!”

창문 비슷한 것을 찾았다며 망을 보려던 배세진과 차유진까지 소리를 지른다.

“엎드려!”

나는 일단 옆의 놈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직후.

달칵.

시야가 훤해진다.

“…??”

고개를 들자, 눈을 찌르는 빛이 느껴졌다. 방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나 원 참.

“괜찮다.”

“예, 예?”

나는 떨떠름히 옆 놈의 등을 두드려 일어나게 했다.

그리고 눈앞의 박스가 어디 달려 있던 건지를 확인했다.

거대한 고동색 장식장이었다. 그 너머로 깔끔히 페인트 마감된 벽이 보였다.

‘가구였냐.’

내가 만진 것은 벽이 아니라 목재 가구였던 것이다.

…여긴 목재 별장이 아니라, 그냥 사무실 공간이다.

“하.”

헛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옆에서는 다른 의미로 헛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불이, 켜지는 거였구나….”

“우리 너무 웃겼겠는데?”

“구, 구성의 박진감이 대단합니다.”

“…대체 무슨 원리지?”

배세진이 상자를 만졌다. 큰세진이 크게 웃으며 손을 비볐다.

“아, 전등을 레이저로 켤… 우아아악!”

“왜?”

큰세진이 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구석에 사람시체처럼 보이는 게 쓰러져 있다.

이런 X발!

“헐!”

“으어어!”

“얘들아, 마네킹이야.”

…정정하겠다. 시체 역할로 보이는 마네킹 한 구였다.

“이게 뭐지?”

마네킹은 보안 인력으로 보이는 제복 차림이었는데, 손에는 총과 전기충격기를 합쳐놓은 것 같은 묘한 물건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총구가 자신의 머리를 향하고 있다.

‘마네킹이 시체 대타인 것처럼, 이게 권총 대타인가….’

나는 당장 그것을 비틀어서 조심스럽게 빼냈다. 그리고 살펴보았다.

‘음.’

총구가 유리로 막혀 있다. 이건….

“레이저 건 같은데.”

“예?”

나는 아까 파란 레이저가 튀어나왔던 금속 상자를 떠올렸다.

“아까 상자에서 본 것과 이 끝쪽 형태가 유사하고 무늬도 비슷해.”

“오, 문대 똑똑해~”.

“잠시만요. 죄, 죄송합니다….”

“…아현이 용감해~”

그 와중에 선아현은 아예 마네킹을 뒤집더니 마네킹 품속에 있던 상자와 이용 설명서를 찾아냈다.

상자 속에 있던 것은 내가 든 것과 똑같은 총기 한 점, 그리고… 실탄이 들어 있을 것처럼 생긴 보라색 실린더 네 개다.

“아, 여기 이 마네킹분이 적은 것 같은 글도 추가되어 있네.”

큰세진은 순식간에 이용 설명서를 읽고 요약을 도출했다.

이 연구소에 잘못 반입된 좀비 바이러스가 유출되고, 좀비에게 통하는 건 바이러스가 반입될 때 함께 들어온 이 무기뿐.

그리고 본인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탈출이 불가능하니, 레이저건을 쓴다… 는 내용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헐, 이걸로 좀비 잡을 수 있다는데요?”

“오.”

큰세진이 보라색 실린더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게 충전 배터리인데… 한번 충전에 3번 쓸 수 있다네요!”

“음. 그래?”

류청우는 레이저 건을 집어 들더니, 환풍구에 매달린 양복 좀비를 겨누었다.

정확히는 캐비닛 옆으로 보이는 좀비의 한쪽 팔을.

그리고 빠르게 한 발.

지이잉!

“키약!”

레이저를 쏘니 좀비의 한쪽 팔이 마비되는 것처럼 굳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오!”

“음, 좋아.”

류청우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총을 털었다.

그리고 평온하게 말했다.

“미안한데 캐비닛 좀 약간만 당겨 줄래? 머리를 쏠게.”

“……예.”

아무래도 이후부터는 좀비 탈출물이 아니라 좀비 슈팅물로 장르가 변경될 것 같다

* * *

예측은 반만 맞았다.

지이잉- 탕!

나는 복도에서 질주해 오던 좀비가 레이저 건에 맞아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류청우의 솜씨다. 참고로 비슷한 장면을 일곱 번쯤 더 보았다.

“와.”

“형 대박!”

“하하.”

저 감탄도 여덟 번째군. 묶어서 편집된 컷이 나온다에 내 머리 색을 걸 수 있다.

그러나 류청우는 실린더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딱 두 발만 남아서… 음, 곧 탈출이었으면 좋겠는데.”

“으윽, 그러게요.”

저것도 아낀 것이다.

놈은 놀랍도록 레이저 건을 원샷 원킬용으로만 썼다. 하지만 애초에 남은 게 10발뿐인 상황에서 펑펑 쓸 여력은 없었다.

‘초반에 그 환풍구 놈을 쏘지 말 걸 그랬나.’

그래도 이미 쓴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마를 눌렀다.

‘애초에 연구소는 총을 그룹원 사이 갈등 요소로 넣은 걸 테니까.’

동선이 주로 협동을 통한 은밀한 이동이 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쏴 죽이는 시간이 더 걸릴 정도였으니, 두 발 남은 걸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잘 만들었어.’

루트는 쫄깃했다.

좀비가 칸마다 갇혀 있는 화장실에서 개인 상담실로, BGM 소름 끼치는 놀이방에서 복도로… 꽤 잘 만든 코스긴 했으나, 문제가 있었다.

“휴!”

“와, 2시간 빡센데요??”

다 끝내고 보니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아까 데스크에서 입수한 지도에 따르면 뒷문은 이 복도 끝이었고, 느낌상 저게 끝일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도 분명 트릭이 있을 거란 말이지.’

그런데 배세진의 손목시계로 확인하니, 남은 시간은 10분도 안 된다.

‘탈출해야 마지막 그림이 산다.’

아슬아슬하게 나와야 딱 좋은 마무리일 것이다.

“얼른 가죠.”

“전방 잘 보면서 가자, 좀비 있으면 내 어깨를 치고.”

“넵!”

우리는 조심스럽게 뒷문으로 향하는, 불이 깜박거리는 음침한 복도를 지나갔으나…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오.”

“이대로 끝인가 봅니다.”

“좋아요! 우리 성공이에요!”

‘이건 심심한데.’

나는 내심 혀를 찼으나, 뒷문을 당기는 차유진을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삐-익.

대신 붉은 빛이 초인종 액정에 떴다.

“…….”

“헐.”

마지막 트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통행증?”

멤버들은 잠시 얼빠진 표정으로 뒷문을 보았으나, 곧바로 빠른 토의가 오갔다.

“제작진분들은?”

“아니, 그런 거 받거나 제출하신 적 없어.”

“와.”

“데스크로 가봐야 하나?”

10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너무 막연한 트릭이 나오자, 멤버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초조할 만하다. 나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젖혔다.

‘…분명 힌트가 있을 텐데.’

이게 마지막 탈출이니, 우리가 여기까지 오면서 경험한 것 중에 결정적 힌트가 나올 것이다.

그래야 구성이 깔끔하고, 탈출했을 때 개운하니까.

‘분명 아이디어가 필요한 걸로….’

-허를 찌르는 발상을 자주 생각해 내시는 모습이 그룹에 꼭 필요한 아이디어 뱅크 역할처럼 보여요.

“…!”

잠깐.

나는 고개를 원상 복구했다.

‘…알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진해온 복도를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무, 문대야?”

“잠시만!”

설명할 시간이 없다.

‘9분.’

빠듯하다.

나는 일단 달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직선으로 생각하면 생각보다 경로가 짧다.

‘그 방까지 루트에 좀비는 없으니까, 이대로 가면….’

탈출할 수 있다!

나는 복도를 더 빠르게 질주했다.

그때였다.

-우두둑.

달리던 복도 너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다.

-피이익.

그리고 벽 틈과 모서리부터 어두운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연달아 그 연기를 보여주던 복도에서 깜박이던 불빛이 드문드문 꺼진다. 맞은편은 이제 캄캄하다.

‘암전 상태….’

달려서 복도의 끝에 도달했다.

연기가 훅 끼쳐온다.

‘타는 냄새….’

연기 나는 어두운 밀폐 공간에 혼자 서 있다.

“…….”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식은땀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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