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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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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74화
열등감과 경쟁심이 강한 놈이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가했다면, 초반에는 대처가 완벽하더라도 갈수록 본심이 새기 마련이다.
‘그런 심리를 일부러 부추기는 프로그램이니까.’
특히 첫 팀전이 진행될 때 즈음이면 이미 참가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첫 반응이 어떤지 확인하고 왔을 것이다.
정확한 순위는 몰라도, 조회수와 언급량으로 다들 안다.
‘자신이 상위권인 건 알겠지. 그리고 포지션에 위협이 될 참가자도.’
원래 가능성이 잘 보이면 더 집착하게 되는 법이다.
미리내가 말한 ‘못된 참가자’에 채서담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낮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어떤 참가자였는지 물어봐도….”
-어어, 근데 제가 편견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구체적으로 누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는 좀 그래요!
“그렇죠.”
나는 단조롭게 대답했다.
“저도 누굴 비방하는 목적으로 쓰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좀 걱정되는 게 있어서요. 거기도 데뷔하면 저희랑 같은 회사 소속이 되니까.”
-으~ 그건 좀 그렇긴 하죠!
“예.”
여기서 한 박자 쉰 다음에 묻는다.
“그러니까… 보신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못된 행동을 물어봐도 될까요.”
수화기 너머에서 거침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거야 뭐! 괜찮겠죠?
됐다.
“그럼요.”
-그렇죠! 제가 제일 신경 쓰인 건 일부러 말을 못 들은 척하는 거였어요!
“아, 무시했다는 건가요.”
이건 좀 1차원적인데.
-아뇨, 아뇨! 그러니까….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죠?
나한테 물어봐도 알 리가 있나.
그때였다.
-으엥?
-언니!
전화기 너머가 달리는 소리, 비명 같은 감탄사와 함께 시끄러워졌다.
“…?”
그리고 전화기를 틀어막은 듯 잠깐 소리가 없더니, 곧 목소리가 바뀌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미리내의 박민하입니다!
2위였다.
“예…. 안녕하세요, 민하 씨.”
-넵!!
급하게 바꿨는지 헉헉거린다. 이쪽도 연애 기류로 오해했나.
“ 새 시즌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 전화 드렸던 겁니다.”
-아, 궁금한 점 말씀 주시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저도 갔으니까요!
급하군.
“그랬군요. 아직 촬영하신 화가 안 나와서 정율기 씨만 출연하셨나 해서요.”
-아, 아하!
거짓말이다. 그냥 1위인 정율기 쪽이 대답 듣기가 편할 것 같아서였다.
-옙… 무슨 이야기가 궁금하십니까, 선배님!
나는 아까 내가 1위와 했던 대화를 적당히 줄여서 전달했다. 그러자 박민하가 숨을 들이켰다.
-아… 그거요.
“민하 씨도 보셨나 봐요.”
-으음, 네.
후배는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주저하며 말했다.
-언니가 말한 건… 누명 이야기에요.
오.
“누명이요.”
-예. 본인만 피해자처럼 보이게 하는 식이었거든요.
2위는 설명을 할수록 점점 침착해졌다.
-그러니까… 분명 카메라랑 마이크 없을 때 새로 바뀐 연습 시간을 전달받았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그런 건 들은 적 없다’는 식으로 허탈하게 말해서요.
“…!”
-저랑 언니가 뭐 좀 가지러 이동하다가 들었거든요. 저희 있는 줄 몰랐을 거예요.
참가자가 편집점을 알아서 창조하는 주체적인 광경이었겠군.
“그런 방식이면 당한 쪽이 반발이 심했을 것 같은데요. 거짓말이라고.”
-예. 그러니까 그냥… 뒤에 ‘그래, 너는 말했는데 내가 기억 못 하는 수도 있겠다. 못 들어서 미안하다’라고 저자세로 말하더라고요.
“…….”
-그래서 저희가 봤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게 돼서….
머리 좋군.
주장하는 상대방을 바보로 만드는 짓이었다. 편집 각을 충분히 고려한 행위다.
그렇다면….
“당한 쪽은 순위가 높지 않았죠. 친구가 많은 타입도 아니었겠고.”
다음 순위 발표식에서 바로 판에서 차단당할 수 있도록 말이다. 트러블의 방지다.
-…예. 음.
“혹시 당한 분 포지션이?”
-댄스요.
나는 일부러 쉬지 않고 바로 다음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걸 한 사람은 분명 데뷔권일 것 같은데요.”
-…! 그, 그럴, 음.
“아, 민감한 거라면 대답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방심했는지 반응이 정제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그 반응만으로도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방송 타면 무조건 나오겠지만.
‘댄스 포지션에 현재 확실한 데뷔권.’
채서담을 포함해 두세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선아현한테 들은 사례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생각하자면….
‘사실상 채서담이라고 봐도 무방하겠군.’
역시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놈이었다.
팀 내에서 본인과 파트 경쟁이 될만한 같은 포지션. 순위도 낮고 대인관계 능력도 협소해 만만한 참가자를 제물로 쓴 것이다.
그리고 제작진들의 편집 스타일을 고려해서는… 놈의 계획 그대로 당한 쪽의 열폭으로 처리될 것 같다.
‘이러면 탈락한 후에 저격도 힘들어.’
‘내가 기억 못 하는 걸 수도 있다’고 이미 그 자리에서 져주는 척 방어해버렸지 않나.
이미지가 고정된 상태에서는 탈락자의 1위에 대한 열폭으로 보일 뿐이니까.
‘…안됐군.’
당한 쪽은 구명 방법이 딱히 없다.
나는 혀를 찼으나, 사실 내게는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본인 인성을 어김없이 여기서도 발휘해주고 있다는 것 아닌가. 꼬리를 잡기 쉬울 것 같다.
실제로 미리내도 한번 잡았지 않은가.
‘우리가 직접 하긴 어렵겠고….’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이 통화를 이용해야겠군.
“…혹시, 이번 시즌 관련 스케줄이 더 있으신가요.”
-예? 예. 저희가 곡을 드리는 거라서, 아마 한 번쯤 더 갈 것 같습니다! 그… 2차 팀 확정되고 중간 평가쯤에요.
“그럼 그때, 연습생들 분위기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꼴깍.
전화기 너머에서 침 삼키는 소리가 났다.
-이,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방금 설명해 주신 걸 들으니까… 감이 워낙 안 좋아서요. 혹시 더 심한 짓을 한다면 차후 데뷔해서 같은 소속사가 되더라도 좀 거리를 둘까 합니다.”
-아. 음, 알겠습니다!
2위는 한결 마음이 놓인 것 같았다.
그리고 ‘시도해 보겠지만 제게 너무 큰 기대는 제발 말아주시라’는 말을 몇 번이나 덧붙인 후에야 정중한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슬슬 무작정 ‘열심히 하겠다’는 말 외에 자기 보신적 말을 덧붙이는 걸 보니, 이쪽도 신입 시절이 끝나가는군.
-안녕히 주무십시오 선배님!
“예, 민하 씨도요. 늦은 시간에 실례 많았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음.”
상황은 괜찮았다.
이 새끼가 대가리는 돌아가는 것 같다만, 점차 놈이 신중하지 못한 짓을 저지를 게 눈에 보이거든.
‘나라면 무조건 사렸을 텐데.’
1위라는 걸 모르던 시점이니 ‘굳히기’보단 ‘상승세를 이어가기’에 집착했다는 건 알겠다.
그리고 이제 1위를 했으니… 슬슬 방심하고 있으려나.
“…….”
아무래도 재밌는 걸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니, 끈을 하나 더 만들어둬야겠군.
마침 지금은 첫 번째 순위발표식 전, 촬영을 쉬는 타임이다.
나는 잠시 고민한 후, 문자를 한 통 넣었다.
[방송 봤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 응원할게]
상대는 골드 2 권희승이다.
* * *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 보니, 골드 2가 바로 답장을 해놓았다.
[형ㅠㅠ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부담되실까 봐 연락 못 했어요!]
[저 열심히 할게요 꼭 무대에서 뵙겠습니다! (하트 날리는 이모티콘)]
가끔 안부는 주고받은 덕에 ‘뜰 것 같으니 갑자기 연락했다’는 뉘앙스로 느껴지진 않았나 보다.
그리고 그 망할 프로그램 다시 나온 것 치곤 꽤 희망차고 씩씩해 보였다. 이놈은 그럴 만했다.
‘이번에 플래티넘 받았지.’
골드 2는 골드를 탈출했다.
게다가 편집점을 잘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원래 서바이벌 두 번째 참가는 대박 아니면 쪽박인 경우가 많은데, 대박을 낸 것이다.
-희승이 X나 정변의 아이콘이 따로 없음
-역시 나이가 깡패지 얘 아직도 어려 대박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받은 첫 순위가 3위다.
기존 팬층이 있다고 해도 선방이고, 거기에 방송이 시작된 후에도 식지 않았다는 점에서 데뷔 가능성은 상당하다.
‘그리고 골드 2의 포지션을 굳이 따지자면 댄스에 가까워.’
그게 무슨 뜻이냐면… ‘채서담’이 찍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여차하면 견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말이다.
“문대문대, 웬 문자?”
“골…, 권희승한테 하는 중.”
“음.”
“간밤에 재밌는 소리를 들어서.”
나는 미리내와의 통화 내역을 말했다. 그리고 몇 가지 추리를 덧붙였다.
“아~ 알겠다. 오케이.”
큰세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켰다.
[큰세진 : 다들 잘 살아계시나용 (눈 굴리는 이모티콘)]
[큰세진 : 이번 아주사 1차 팀전 하던데 그거 보니까 우리 팀 생각이 막 나지 않나요ㅋㅋ 크 제 안에선 완전… 전설의 레전드 무대!]
놈은 1차 팀전 당시 팀이었던 ‘악토버 31’의 단톡방을 잠깐 활성화했다.
그리고 며칠 공을 들여서 골드 2에게서 적극적인 답변과 참여를 끌어냈다.
[큰세진 : 희승 씨 어떤가요 다시 한번 전설의 레전드 무대 보여주고 계신가요 (초롱초롱한 이모티콘)]
[권희승 : ㅋㅋㅋ아 형 몰라여!! (부끄러워하는 이모티콘)]
배세진은 갑자기 울리는 단체메시지방에 당황했다.
“쟤는 이걸… 왜?”
“ 이번 시즌 염탐이요.”
“염탐? …아! 그놈. 알았어.”
배세진은 급격히 협조적이 됐다.
그리고 본인도 뭐라도 써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큰세진 : 오늘 저녁은 사과를 먹으며 본방 시청 예정입니다. 사과에서 매운맛 날 것 같지 않나요ㅋㅋㅋ]
[권희승 : ㅋㅋㅋㅋ백프롭니다]
[배세진 형 : 그래서 사과는 저녁보단 아침에 먹는 게 좋아]
갑자기 메시지가 끊긴 후, 2분 뒤에야 답장이 왔다.
[골든에이지 하일준 형 : ㅋㅋ세진이 여전하네!]
“…….”
쿵.
배세진은 머리를 박은 뒤 소파에 처박혔다.
뭐, 다들 그러려니 하니 너무 수치스러워하진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어쨌든, 긴장감을 낮추고 편안히 만드는 덴 한몫했으니 자기 할 일은 제대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몇 주 후에 때가 왔다.
[바뀐 연습 시간을 고지받지 못했다는 채서담 참가자]
[얼어붙은 팀 분위기]
[채서담 : …아니, 죄송해요. 제가 못 들었을 거예요. 죄송합니다.]
[이호윤 : 아니, 그게 아니라 (편집) 그러니까 제가 분명 말을 했어요!]
[채서담 : 네, 말씀하셨는데 제가 잘못 기억한 것 같습니다….]
‘그 장면’이 드디어 방송을 탄 것이다.
“와, 대단하네.”
“그러게.”
멤버들은 선아현이 방에서 펀치니들을 하는 틈을 타서 거실에서 해당화를 시청 중이다.
이미 관련 사정은 다 이야기해 뒀다.
[Q : 억울한 점은?]
[채서담 : 어쩔 수 없죠. 팀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으니까… 괜찮아요.]
절묘한 위치에 나오는 채서담의 인터뷰까지 전형적인 의 편집 맛이다.
“혹시 치명적인 기억력의 문제로 정말 기억을 못 하셨을 확률은….”
“아니야. 저건 그냥 못된 놈이야.”
배세진이 표정을 굳히고 화면을 노려보았다. 느낌이 왔나 보군.
어쨌든, 방송은 그대로 쭉 진행되었다.
[우승팀은… ‘체인저!’]
[우와아악!!]
[생존 추첨권을 받게 되십니다! 그리고… 부상으로 Tnet의 글로벌 음악 방송, 에 출연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채서담이 소속된 팀이 우승하며 끝났다.
“이제는 아예 생존권도 랜덤으로 추첨해서 주는구나.”
“그러게요.”
사람 피 말리게 하는 놈들이다. 물론 이런 감상을 생각할 시간에 당장 해야 할 일이 있긴 하지만.
‘미리내에게 들은 놈이 채서담인 게 확정됐으니까.’
나는 프로그램이 끝나며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놈들을 따라, 큰세진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논의한 건을 시행할 때였다.
“내가 한다?”
“그래.”
이런 건 나보다 저놈이 낫겠지.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한 다음 통화를 걸었다.
골드 2에게.
“녹음은?”
“못 할걸? 얘 사과폰 쓰거든.”
좋아.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는 깔끔히 연결되었다.
“어, 희승아. 혹시 몰라서 통화하는데…. 사실 내가 이야기를 좀 들었거든.”
-네?
큰세진은 미리내에게 들은 말을 잘 가공해서 설명했다. 물론 출처는 적당히 다른 스탭으로 바꿨다.
물론 어투는 비방이 아니라 골드 2에 대한 걱정이다.
“…해서. 그런데 오늘 본방 보니까 그… 진짜 그 장면이 나와서 설마 싶더라고.”
-…….
골드 2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곧 전화기 너머에서 길고 긴 탄식 소리가 들렸다.
-아…. 아, 어쩐지 좀 이상하더라.
그렇지.
“마음에 걸리는 점 있었어?”
-네! 저희 단톡에서… 아, 암튼! 순위 나오고 난 뒤로 저한테 태도가 좀 이상해졌었거든요.
“설마 너 견제하나?”
-그러니까요! 이제 알겠네…. 근데 인성이 이럴 줄은! 아, 왜 저한텐 이런 상황이 계속 생길까요?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골드 2는 우는소리를 했다.
그러고 보니 골드 2는 지난 시즌에서 최원길에게 남다른 견제와 무시를 당했었다. 그래서 이게 더 와닿는 모양이다.
큰세진은 부드럽게 말을 틀었다.
“일단 저분도 데뷔하시면 너랑 같은 그룹이잖아. 그래서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라고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전화해 봤다!”
-으으…. 네, 형! 고마워요 진짜…. 어휴 내 인생 으휴.
골드 2는 투덜거리며 한숨을 푹푹 쉬더니 끊었다.
툭.
큰세진은 스마트폰을 내리며 웃었다.
“밑밥 괜찮지.”
“좋아.”
이 정도면 골드 2가 만일의 경우 조력자로 합류할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하이파이브를 요구하는 놈에게 한번 손바닥을 쳐주고 나왔다.
달칵.
그리고 내 방으로 들어갈 때였다.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완성한 러그를 정리하던 선아현이, 조용히 물었다.
“저기… 아, 아주사 본 거지?”
“…!”
소리가 들렸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아현은 차분히 이야기했다.
“괘, 괜찮아. 나도 다음에는… 앉아서 같이 보고 싶어.”
“…그래.”
선아현은 약간 창백한 얼굴이었으나, 웃으며 정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이렇게 있을 순 없으니까… 나아지고 싶어.”
“알았어.”
나는 놈의 등을 툭 쳤다.
‘짧은 영상부터 보여주면 되겠지.’
그러나 생각보다 이 ‘도전’의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며칠 후.
“안녕하세요, 선배님!”
테스타는 카메라를 잔뜩 대동한 이번 시즌 참가자들과 방송국 복도에서 마주치게 되었으니까.
우승팀의 특권인 음악 방송 출연이었다.
‘X발.’
당연하지만 이 중에는 그놈도 있다.
“안녕하십니까.”
채서담.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74화

열등감과 경쟁심이 강한 놈이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가했다면, 초반에는 대처가 완벽하더라도 갈수록 본심이 새기 마련이다.

‘그런 심리를 일부러 부추기는 프로그램이니까.’

특히 첫 팀전이 진행될 때 즈음이면 이미 참가자들에 대한 대중들의 첫 반응이 어떤지 확인하고 왔을 것이다.

정확한 순위는 몰라도, 조회수와 언급량으로 다들 안다.

‘자신이 상위권인 건 알겠지. 그리고 포지션에 위협이 될 참가자도.’

원래 가능성이 잘 보이면 더 집착하게 되는 법이다.

미리내가 말한 ‘못된 참가자’에 채서담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낮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어떤 참가자였는지 물어봐도….”

-어어, 근데 제가 편견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구체적으로 누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는 좀 그래요!

“그렇죠.”

나는 단조롭게 대답했다.

“저도 누굴 비방하는 목적으로 쓰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좀 걱정되는 게 있어서요. 거기도 데뷔하면 저희랑 같은 회사 소속이 되니까.”

-으~ 그건 좀 그렇긴 하죠!

“예.”

여기서 한 박자 쉰 다음에 묻는다.

“그러니까… 보신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못된 행동을 물어봐도 될까요.”

수화기 너머에서 거침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거야 뭐! 괜찮겠죠?

됐다.

“그럼요.”

-그렇죠! 제가 제일 신경 쓰인 건 일부러 말을 못 들은 척하는 거였어요!

“아, 무시했다는 건가요.”

이건 좀 1차원적인데.

-아뇨, 아뇨! 그러니까….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죠?

나한테 물어봐도 알 리가 있나.

그때였다.

-으엥?

-언니!

전화기 너머가 달리는 소리, 비명 같은 감탄사와 함께 시끄러워졌다.

“…?”

그리고 전화기를 틀어막은 듯 잠깐 소리가 없더니, 곧 목소리가 바뀌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미리내의 박민하입니다!

2위였다.

“예…. 안녕하세요, 민하 씨.”

-넵!!

급하게 바꿨는지 헉헉거린다. 이쪽도 연애 기류로 오해했나.

“ 새 시즌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 전화 드렸던 겁니다.”

-아, 궁금한 점 말씀 주시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저도 갔으니까요!

급하군.

“그랬군요. 아직 촬영하신 화가 안 나와서 정율기 씨만 출연하셨나 해서요.”

-아, 아하!

거짓말이다. 그냥 1위인 정율기 쪽이 대답 듣기가 편할 것 같아서였다.

-옙… 무슨 이야기가 궁금하십니까, 선배님!

나는 아까 내가 1위와 했던 대화를 적당히 줄여서 전달했다. 그러자 박민하가 숨을 들이켰다.

-아… 그거요.

“민하 씨도 보셨나 봐요.”

-으음, 네.

후배는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주저하며 말했다.

-언니가 말한 건… 누명 이야기에요.

오.

“누명이요.”

-예. 본인만 피해자처럼 보이게 하는 식이었거든요.

2위는 설명을 할수록 점점 침착해졌다.

-그러니까… 분명 카메라랑 마이크 없을 때 새로 바뀐 연습 시간을 전달받았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그런 건 들은 적 없다’는 식으로 허탈하게 말해서요.

“…!”

-저랑 언니가 뭐 좀 가지러 이동하다가 들었거든요. 저희 있는 줄 몰랐을 거예요.

참가자가 편집점을 알아서 창조하는 주체적인 광경이었겠군.

“그런 방식이면 당한 쪽이 반발이 심했을 것 같은데요. 거짓말이라고.”

-예. 그러니까 그냥… 뒤에 ‘그래, 너는 말했는데 내가 기억 못 하는 수도 있겠다. 못 들어서 미안하다’라고 저자세로 말하더라고요.

“…….”

-그래서 저희가 봤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게 돼서….

머리 좋군.

주장하는 상대방을 바보로 만드는 짓이었다. 편집 각을 충분히 고려한 행위다.

그렇다면….

“당한 쪽은 순위가 높지 않았죠. 친구가 많은 타입도 아니었겠고.”

다음 순위 발표식에서 바로 판에서 차단당할 수 있도록 말이다. 트러블의 방지다.

-…예. 음.

“혹시 당한 분 포지션이?”

-댄스요.

나는 일부러 쉬지 않고 바로 다음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걸 한 사람은 분명 데뷔권일 것 같은데요.”

-…! 그, 그럴, 음.

“아, 민감한 거라면 대답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방심했는지 반응이 정제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그 반응만으로도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방송 타면 무조건 나오겠지만.

‘댄스 포지션에 현재 확실한 데뷔권.’

채서담을 포함해 두세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선아현한테 들은 사례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생각하자면….

‘사실상 채서담이라고 봐도 무방하겠군.’

역시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놈이었다.

팀 내에서 본인과 파트 경쟁이 될만한 같은 포지션. 순위도 낮고 대인관계 능력도 협소해 만만한 참가자를 제물로 쓴 것이다.

그리고 제작진들의 편집 스타일을 고려해서는… 놈의 계획 그대로 당한 쪽의 열폭으로 처리될 것 같다.

‘이러면 탈락한 후에 저격도 힘들어.’

‘내가 기억 못 하는 걸 수도 있다’고 이미 그 자리에서 져주는 척 방어해버렸지 않나.

이미지가 고정된 상태에서는 탈락자의 1위에 대한 열폭으로 보일 뿐이니까.

‘…안됐군.’

당한 쪽은 구명 방법이 딱히 없다.

나는 혀를 찼으나, 사실 내게는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본인 인성을 어김없이 여기서도 발휘해주고 있다는 것 아닌가. 꼬리를 잡기 쉬울 것 같다.

실제로 미리내도 한번 잡았지 않은가.

‘우리가 직접 하긴 어렵겠고….’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이 통화를 이용해야겠군.

“…혹시, 이번 시즌 관련 스케줄이 더 있으신가요.”

-예? 예. 저희가 곡을 드리는 거라서, 아마 한 번쯤 더 갈 것 같습니다! 그… 2차 팀 확정되고 중간 평가쯤에요.

“그럼 그때, 연습생들 분위기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꼴깍.

전화기 너머에서 침 삼키는 소리가 났다.

-이,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방금 설명해 주신 걸 들으니까… 감이 워낙 안 좋아서요. 혹시 더 심한 짓을 한다면 차후 데뷔해서 같은 소속사가 되더라도 좀 거리를 둘까 합니다.”

-아. 음, 알겠습니다!

2위는 한결 마음이 놓인 것 같았다.

그리고 ‘시도해 보겠지만 제게 너무 큰 기대는 제발 말아주시라’는 말을 몇 번이나 덧붙인 후에야 정중한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슬슬 무작정 ‘열심히 하겠다’는 말 외에 자기 보신적 말을 덧붙이는 걸 보니, 이쪽도 신입 시절이 끝나가는군.

-안녕히 주무십시오 선배님!

“예, 민하 씨도요. 늦은 시간에 실례 많았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음.”

상황은 괜찮았다.

이 새끼가 대가리는 돌아가는 것 같다만, 점차 놈이 신중하지 못한 짓을 저지를 게 눈에 보이거든.

‘나라면 무조건 사렸을 텐데.’

1위라는 걸 모르던 시점이니 ‘굳히기’보단 ‘상승세를 이어가기’에 집착했다는 건 알겠다.

그리고 이제 1위를 했으니… 슬슬 방심하고 있으려나.

“…….”

아무래도 재밌는 걸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니, 끈을 하나 더 만들어둬야겠군.

마침 지금은 첫 번째 순위발표식 전, 촬영을 쉬는 타임이다.

나는 잠시 고민한 후, 문자를 한 통 넣었다.

상대는 골드 2 권희승이다.

* * *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 보니, 골드 2가 바로 답장을 해놓았다.

가끔 안부는 주고받은 덕에 ‘뜰 것 같으니 갑자기 연락했다’는 뉘앙스로 느껴지진 않았나 보다.

그리고 그 망할 프로그램 다시 나온 것 치곤 꽤 희망차고 씩씩해 보였다. 이놈은 그럴 만했다.

‘이번에 플래티넘 받았지.’

골드 2는 골드를 탈출했다.

게다가 편집점을 잘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원래 서바이벌 두 번째 참가는 대박 아니면 쪽박인 경우가 많은데, 대박을 낸 것이다.

-희승이 X나 정변의 아이콘이 따로 없음

-역시 나이가 깡패지 얘 아직도 어려 대박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받은 첫 순위가 3위다.

기존 팬층이 있다고 해도 선방이고, 거기에 방송이 시작된 후에도 식지 않았다는 점에서 데뷔 가능성은 상당하다.

‘그리고 골드 2의 포지션을 굳이 따지자면 댄스에 가까워.’

그게 무슨 뜻이냐면… ‘채서담’이 찍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여차하면 견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말이다.

“문대문대, 웬 문자?”

“골…, 권희승한테 하는 중.”

“음.”

“간밤에 재밌는 소리를 들어서.”

나는 미리내와의 통화 내역을 말했다. 그리고 몇 가지 추리를 덧붙였다.

“아~ 알겠다. 오케이.”

큰세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켰다.

놈은 1차 팀전 당시 팀이었던 ‘악토버 31’의 단톡방을 잠깐 활성화했다.

그리고 며칠 공을 들여서 골드 2에게서 적극적인 답변과 참여를 끌어냈다.

배세진은 갑자기 울리는 단체메시지방에 당황했다.

“쟤는 이걸… 왜?”

“ 이번 시즌 염탐이요.”

“염탐? …아! 그놈. 알았어.”

배세진은 급격히 협조적이 됐다.

그리고 본인도 뭐라도 써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갑자기 메시지가 끊긴 후, 2분 뒤에야 답장이 왔다.

“…….”

쿵.

배세진은 머리를 박은 뒤 소파에 처박혔다.

뭐, 다들 그러려니 하니 너무 수치스러워하진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어쨌든, 긴장감을 낮추고 편안히 만드는 덴 한몫했으니 자기 할 일은 제대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몇 주 후에 때가 왔다.

‘그 장면’이 드디어 방송을 탄 것이다.

“와, 대단하네.”

“그러게.”

멤버들은 선아현이 방에서 펀치니들을 하는 틈을 타서 거실에서 해당화를 시청 중이다.

이미 관련 사정은 다 이야기해 뒀다.

절묘한 위치에 나오는 채서담의 인터뷰까지 전형적인 의 편집 맛이다.

“혹시 치명적인 기억력의 문제로 정말 기억을 못 하셨을 확률은….”

“아니야. 저건 그냥 못된 놈이야.”

배세진이 표정을 굳히고 화면을 노려보았다. 느낌이 왔나 보군.

어쨌든, 방송은 그대로 쭉 진행되었다.

그리고 채서담이 소속된 팀이 우승하며 끝났다.

“이제는 아예 생존권도 랜덤으로 추첨해서 주는구나.”

“그러게요.”

사람 피 말리게 하는 놈들이다. 물론 이런 감상을 생각할 시간에 당장 해야 할 일이 있긴 하지만.

‘미리내에게 들은 놈이 채서담인 게 확정됐으니까.’

나는 프로그램이 끝나며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놈들을 따라, 큰세진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논의한 건을 시행할 때였다.

“내가 한다?”

“그래.”

이런 건 나보다 저놈이 낫겠지. 큰세진은 어깨를 으쓱한 다음 통화를 걸었다.

골드 2에게.

“녹음은?”

“못 할걸? 얘 사과폰 쓰거든.”

좋아.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는 깔끔히 연결되었다.

“어, 희승아. 혹시 몰라서 통화하는데…. 사실 내가 이야기를 좀 들었거든.”

-네?

큰세진은 미리내에게 들은 말을 잘 가공해서 설명했다. 물론 출처는 적당히 다른 스탭으로 바꿨다.

물론 어투는 비방이 아니라 골드 2에 대한 걱정이다.

“…해서. 그런데 오늘 본방 보니까 그… 진짜 그 장면이 나와서 설마 싶더라고.”

-…….

골드 2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곧 전화기 너머에서 길고 긴 탄식 소리가 들렸다.

-아…. 아, 어쩐지 좀 이상하더라.

그렇지.

“마음에 걸리는 점 있었어?”

-네! 저희 단톡에서… 아, 암튼! 순위 나오고 난 뒤로 저한테 태도가 좀 이상해졌었거든요.

“설마 너 견제하나?”

-그러니까요! 이제 알겠네…. 근데 인성이 이럴 줄은! 아, 왜 저한텐 이런 상황이 계속 생길까요?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골드 2는 우는소리를 했다.

그러고 보니 골드 2는 지난 시즌에서 최원길에게 남다른 견제와 무시를 당했었다. 그래서 이게 더 와닿는 모양이다.

큰세진은 부드럽게 말을 틀었다.

“일단 저분도 데뷔하시면 너랑 같은 그룹이잖아. 그래서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라고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전화해 봤다!”

-으으…. 네, 형! 고마워요 진짜…. 어휴 내 인생 으휴.

골드 2는 투덜거리며 한숨을 푹푹 쉬더니 끊었다.

툭.

큰세진은 스마트폰을 내리며 웃었다.

“밑밥 괜찮지.”

“좋아.”

이 정도면 골드 2가 만일의 경우 조력자로 합류할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하이파이브를 요구하는 놈에게 한번 손바닥을 쳐주고 나왔다.

달칵.

그리고 내 방으로 들어갈 때였다.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완성한 러그를 정리하던 선아현이, 조용히 물었다.

“저기… 아, 아주사 본 거지?”

“…!”

소리가 들렸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아현은 차분히 이야기했다.

“괘, 괜찮아. 나도 다음에는… 앉아서 같이 보고 싶어.”

“…그래.”

선아현은 약간 창백한 얼굴이었으나, 웃으며 정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이렇게 있을 순 없으니까… 나아지고 싶어.”

“알았어.”

나는 놈의 등을 툭 쳤다.

‘짧은 영상부터 보여주면 되겠지.’

그러나 생각보다 이 ‘도전’의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며칠 후.

“안녕하세요, 선배님!”

테스타는 카메라를 잔뜩 대동한 이번 시즌 참가자들과 방송국 복도에서 마주치게 되었으니까.

우승팀의 특권인 음악 방송 출연이었다.

‘X발.’

당연하지만 이 중에는 그놈도 있다.

“안녕하십니까.”

채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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