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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69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9화
논란을 비난하는 재미도 새로운 장작이 없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식상하고 질리기 마련이었다.
특히 이미 닷새간 차유진 논란에서 실컷 단물을 빨아먹고 지겨워지던 사람들은 새롭게 등장한 반전 요소와 사건에 흥분했다.
욕할 대상을 뺏는 것이 아니라, 새 대상을 공급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제작진 갑질 미쳤나 봐
-이런 인간들은 대체 어디서 찍어내는 거지 매번 튀어나오네 지들이 뭐라고 스탭한테 지랄이야
-망주사 임팩트ㅅㅂ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마피아 게임도 아니고 반전 뭐냐고
-스탭분 진짜 무서웠겠다 녹음해서 다행이야ㅠㅠ
이 제작진이 차유진 같은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화제성은 여전했다.
는 워낙 유명한 시리즈고, 특히 시즌 2가 워낙 획기적으로 망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작진의 이력이 드러난 것을 마치 비밀이 들통난 것처럼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새 대상을 더 편하게 비난하기 위해, 차유진을 피해자 포지션으로 돌려주었다.
차유진을 욕할 때 박문대에게 그랬듯이.
-이 미친 새끼들 때문에 차유진 괜히 욕 먹은 거 어떡함 나 같으면 정신병 걸렸음
-ㅊㅇㅈ 불쌍해서 말이 안 나오네 진짜
-동영상도 제작진이 유출한 건 아닌지 의심 듬 차유진이 저래서 밉보인 거 아님?
└와 ㅅㅂ
└이거면 진짜 소름…
제작진은 순조롭게 직전 차유진보다 더 끔찍한 인성의 소유자로 여론이 탈바꿈되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반전의 기미를 보이는 여론에, 제법 많은 팬과 사람들은 진한 탈력감을 느꼈다.
-일단 욕부터 박더니ㅋㅋㅋㅋ 인류애 박살
-그렇게 중립기어 박자고 해도 영상이 가장 확실한 증거라며? 아니잖아 조금만 기다려주지.. 조금만
└그땐 솔직히 너무 정황 확실하지 않았나 욕한 사람들 탓할 순 없지
└팬인 것 같은데 그냥 지금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게 마음 편할 듯 이 새끼들 안 변함..
상황을 납득할 수 없어도 별수 없었다. 지금 겨우 차유진이 승기를 잡은 이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차유진을 욕했던 것을 어떻게든 합리화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으니까.
그래서 이런 팬들도 입을 다물고, 사람들이 제작진을 비난하며 차유진의 이미지를 회복시켜 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차유진의 회복은 이 반동을 받아 쭉 기세를 타고 퍼졌다.
이 기색은 소속사가 슬그머니 입장문을 내며 더욱 심화했다.
[“제3자에게 피해가 갈까 봐”…T1 스타즈, 테스타 차유진 입장 밝혀]
-녹음 없는 줄 알고 그냥 입장 내면 스탭이 오해받아서 피해볼까봐 함부로 당장 말 못했던 거래
└ㅠㅠㅠㅠ아진짜 눈물 나네
-유진아 더 잘 되자 넌 너무 대단하고 멋진 앤데 왜 이렇게 억울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어 앞으론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진짜 대단하다 나 같으면 저렇게 못 기다려줬을 듯
-스탭분이 제보해줘서 다행이다 역시 주변인한테 잘해야
물론 행간에서 위화감을 눈치챈 사람도 있었다.
그것이 여론이 회복하는 상황에 대한 반발심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근데 차유진 왜 카메라를 눌러? 제작진이 굳이 카메라를 들고 스탭한테 저랬다고..? 흠
└다큐멘터리 촬영 중에 한 거겠지 어차피 본인들이 편집하니까 상관없었을 듯
└와 진짜 어떻게든 까려고 하네 녹취록 나와도 안 믿냐?
└망주사 스튜디오에서 알바 풀었나ㅋ
-녹취록이 있는데 5일 동안 뭐한 거지 그동안 녹취록 만들어서 언론에 넘긴 거 아닌가
└이분 티원 스타즈에게 고소장 받을 예정이라고 하심
물론 이쪽은 기운을 차리고 펄펄 날아다니기 시작한 차유진의 팬들에게 사정없이 깨졌다.
차유진 팬들은 지난 닷새간의 패배감을 해소라도 하는 것처럼 사방에 소식을 퍼뜨리고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아주사2 제작진들… 사람 인생 망치는 버릇을 못 버린 듯
-차유진은 갑질을 막아준 건데 졸지에 본인이 뒤집어쓴 거였네ㅉㅉ
-어쩐지 아무도 해명이 없더라니 해명하면 티원 식구인 아주사 출신 스튜디오가 X 되니까 그런 거야?ㅋㅋㅋ 환멸 오지고~
원래도 이런 일에 강한 구성원이 많았던 팬덤이 적극적으로 가세하자 여론은 급속히 돌아섰다.
그리고 그 급한 속도에 반발이 나올 즈음마다 기사와 정황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아주사2 제작진들 입장문 냈다]
[암튼 스탭 착각임.jpg (feat. 입장문)]
[T1 드디어 갑질 스튜디오 손절한 듯]
그 작업이 서너 번 반복될 즈음엔, 이 논란도 천천히 식어서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차유진은 꼬리표를 뗐다.
* * *
나는 최신 기사를 확인했다.
다큐멘터리 논란과 관련된 새 기사에 달린 댓글들.
[“갑질 스튜디오” 문 닫나… 필름J 홈페이지 폐쇄 (21)]
몇십 개 수준으로 규모가 줄어든 데다 별거 없는 짧은 감정표출들이 대부분이다.
“음.”
나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끝났어. 넘어간 것 같다.”
“후!”
“으아아아….”
“다행이다 유진아….”
여기저기서 죽는소리를 내며 멤버들이 엎어졌다.
일이 무사히 정리되길 기다리며, 공연 컨디션을 위해 지금까지 인터넷 모니터링을 거의 안 했기 때문이었다.
늘 하던 그 분위기다.
‘당사자 아닌 놈들이 더 난리군.’
나는 자기 혼자 소파에 멀쩡히 앉아서 맥주를 까는 놈을 쳐다보았다.
탁.
차유진은 캔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형은 천재예요.”
말은 잘하는군.
아무래도 이번 증거 조작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나 보다.
“안마사분한테 감사해라. 난 그분 녹음 회사에 넘긴 것밖에 한 거 없다.”
[당연히 감사하죠!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절대 안 돼. 감사만 해.”
선물 준 걸 들켰다간 또 소설 쓰는 새끼들 튀어나온다.
그 스탭은 T1에서 알아서 이득 보게 챙길 테니, 마음만 보내는 게 서로에게 좋다.
“Umm, Okay.”
차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당히 공손히 내게 본인이 딴 맥주를 내밀었다.
“…?”
“알코올 없어요! 형 많이 마셔요! 많이 감사합니다.”
“…그래.”
다시 보니 정말 ‘0.0%’가 붙어 있다.
이젠 이놈까지 내 무알코올을 챙기는군. 나는 약간 떨떠름한 기분으로 맥주 캔을 들었다.
“문대문대! 짠부터!”
“자, 잠시만…! 나 아직 안 열어서….”
“…….”
거참.
나는 잠시 기다린 뒤, 기어코 캔을 내미는 놈들에게 내 맥주를 맞부딪쳐 줬다.
그제야 정신 차린 놈들이 신나게 건배하며 싱글벙글 웃는다.
“좋네~ 마음 편하니까 음식이 맛있다. 그렇지?”
“예! 이 호텔은 룸서비스 음식들이 참 맛깔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래. 지금 우리는 다 같이 호텔 방에 있다.
오늘이 주에 한 번씩 멤버가 같은 방에서 합숙하는 날이니까.
류청우가 제안했던 그거 말이다.
일본 투어가 마무리됐으니 뒤풀이 겸, 차유진 회생 기념 겸 오늘은 약간 분위기를 살렸다.
나는 널린 음식과 음료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원래는 투어를 추가로 더 잡을 예정이었던 것 같은데.’
회사는 도쿄 돔에서 한 번 더 앵콜을 하는 것을 계획했던 것 같다만, 차유진 논란과 겹치면서 몸 사리느라 없어졌다.
그래서 내일이면 귀국이다.
물론 쉬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앵콜 콘서트도 잘 마무리하자.”
“좋죠~”
앵콜 콘서트를 한국에서 곧 하게 될 것이다. 몇 주간 피로했을 국내 팬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돔 투어랑 논란 시기가 겹친 게 그나마 악운이 강한 거였나.’
일본 공연은 자료가 거의 안 나돌고, 기껏해야 감상문과 흐릿한 사진만 돌아서 차유진도 좀 더 편하게 공연했을 것이다.
기사가 새 공연 전에 터져서 다행일 뿐이었다.
나는 지난 투어의 공연들을 한번 점검했다.
‘음, 투어 자체는 이번에도 괜찮았지.’
본진의 맛이 특수한 건 사실이나, 국외는 또 국외 나름의 맛이 있었다.
‘현지 언어로 번역하거나, 그 동네 유명 곡을 부르는 게 꼭 하나씩 끼어 있어서 신선했단 말이지.’
나는 오랜만에 편하게 공연에만 신경을 쏟으며, 맥주를 즐겼다. …무알코올이지만.
그리고 다른 놈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유진이 그동안 힘들 텐데 공연도 다 소화하고, 수고 많았어. 관객분들이 다 즐기셨을 거야.”
“…고생했다.”
배세진까지 어색하게 차유진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알코올의 힘인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보다가, 눈이 마주친 놈들에게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다.
“문대도 고생 많았지.”
“…맞아. 너도 그… 대단했어.”
“…??”
옆에서 큰세진은 또 뜬금없이 폭소했다.
“야, 네가 제일 난리 쳐놓고는 표정이 왜 그래~”
“난리?”
“그래! 너 막 스마트폰 보다가 던지고, 소파 때리고 아주 화려했어~ 기억나지?”
“…….”
나는 잠시 내 전적을 회상했다.
‘맞네.’
그리고 신음했다.
“…짜증 나서 그런 거지.”
“왜 짜증이 났겠어? 어? 우리 멤버 유진이가 너무~ 걱정되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아니다. 이번엔 정말 무슨 짓을 해도 답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 열 받아서 그런 건데.
그러나 차유진과 어깨동무를 한 큰세진은 입이 찢어질 듯이 웃고 있다.
“아~ 우리 팀 진짜 분위기 좋아~”
“…….”
뭐,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이 정도로 이 그룹에 소속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감정은 언제나 영향력이 있는 법이다.
나는 결국 웃고 입을 열었다.
“그래. 걱정했지. 안 할 수 없잖아.”
“…!”
그리고 차유진을 보며 말했다.
“잘 버텼어. 고생했다.”
이놈이 탈주했으면 일이 배로 힘들었을 텐데, 의연한 놈이라 수습이 가능했으니까.
“…….”
차유진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대답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다른 놈들 말에도 대답이 없었던 것 같….’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차유진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
“유, 유진아?”
차유진은 또 대답하는 대신 이번엔 옆 사람의 머리통을 부여잡았다.
졸지에 습격받은 김래빈이 샴페인을 놓치고 기겁했다.
“야, 차유진!”
“으허헝!!”
그러나 선아현마저도 놈을 말리지 않았다.
…차유진이 이 일로 우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흠.”
김래빈도 결국 차유진의 상황을 보고 납득했다.
“헝….”
그렇게 차유진은 친구의 머리통을 부여잡은 채로 꽤 오랫동안 신나게 울어 재꼈다.
속 시원한 밤이었다.
* * *
다음 날 귀국 길.
김래빈은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 본인의 친구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겠다고 말했다.
“차유진이 자칫하면 그룹 활동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불안과 염려를 저도 이해합니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T1도 깔끔히 스튜디오 쪽을 버린 것이겠지. 그룹에 타격이 심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별 성과 없는 스튜디오 하나보다야 수익이 천문학적이며 영향력 있는 아이돌 그룹 하나 잘 보존하는 게 이득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한다고 해도, 시간이 좀 지나면 차유진에게 다시 어느 정도 화살이 돌아오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손부터 나간 건 싸하다
-차유진도 잘했다고 보긴 힘들지않나 충동적인 성격으로 보임
아마도… 이런 발언이 나올 것이다. 이런 논란은 한 번 생긴 이상 깨끗이 사라지진 않는다.
앞으로 차유진은 비슷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몇 배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불편한 일이지.’
게다가 제일 큰 문제는… 팬덤 내부 결속이 작살났다는 점이다.
그룹 자체를 좋아하는 팬 중 차유진을 욕했던 사람 대부분은 미안해하며 안도하거나,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좋은 컨텐츠 하나로 봉합될 정도의 긴장감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개인 팬덤 쪽이다.
‘이건… 자연 회복이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차유진 팬들 쪽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다른 멤버의 개인팬들에게서 사건 터지자마자 차유진을 탈퇴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꽤 나왔기 때문이다.
-몇 년이나 우리 애 성격 행동 다 봐놓고도 일 터지자마자 손절하는 거 보고 치가 떨림 입장문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그렇게 힘들었나?
-차유진 솔로하라고? 이 더러운 판에 있느니 차라리 솔로가 나을지도
-그냥 너무 착잡해.. 편들어 달라는 게 아니잖아 나서서 욕한 사람들은 너무 했던 게 맞잖아
-윾진이가 그동안 사고친 적이 없는 놈인데 얼마나 견제했으면 일 터졌다 싶으니까 바로 욕을 박냐ㅋㅋ
솔직히 여러 가지 악재가 빌드업되며 발생한 일이라 어느 한쪽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만, 같은 이유로 다들 골이 깊어진 것이다.
‘이건… 따로 작업해야겠는데.’
…아무래도 이번 한국 앵콜 콘서트를 빌드업해서 잘 써먹어야 할 것 같다. 여러 의미로.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9화

논란을 비난하는 재미도 새로운 장작이 없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식상하고 질리기 마련이었다.

특히 이미 닷새간 차유진 논란에서 실컷 단물을 빨아먹고 지겨워지던 사람들은 새롭게 등장한 반전 요소와 사건에 흥분했다.

욕할 대상을 뺏는 것이 아니라, 새 대상을 공급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제작진 갑질 미쳤나 봐

-이런 인간들은 대체 어디서 찍어내는 거지 매번 튀어나오네 지들이 뭐라고 스탭한테 지랄이야

-망주사 임팩트ㅅㅂ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마피아 게임도 아니고 반전 뭐냐고

-스탭분 진짜 무서웠겠다 녹음해서 다행이야ㅠㅠ

이 제작진이 차유진 같은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화제성은 여전했다.

는 워낙 유명한 시리즈고, 특히 시즌 2가 워낙 획기적으로 망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제작진의 이력이 드러난 것을 마치 비밀이 들통난 것처럼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새 대상을 더 편하게 비난하기 위해, 차유진을 피해자 포지션으로 돌려주었다.

차유진을 욕할 때 박문대에게 그랬듯이.

-이 미친 새끼들 때문에 차유진 괜히 욕 먹은 거 어떡함 나 같으면 정신병 걸렸음

-ㅊㅇㅈ 불쌍해서 말이 안 나오네 진짜

-동영상도 제작진이 유출한 건 아닌지 의심 듬 차유진이 저래서 밉보인 거 아님?

└와 ㅅㅂ

└이거면 진짜 소름…

제작진은 순조롭게 직전 차유진보다 더 끔찍한 인성의 소유자로 여론이 탈바꿈되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반전의 기미를 보이는 여론에, 제법 많은 팬과 사람들은 진한 탈력감을 느꼈다.

-일단 욕부터 박더니ㅋㅋㅋㅋ 인류애 박살

-그렇게 중립기어 박자고 해도 영상이 가장 확실한 증거라며? 아니잖아 조금만 기다려주지.. 조금만

└그땐 솔직히 너무 정황 확실하지 않았나 욕한 사람들 탓할 순 없지

└팬인 것 같은데 그냥 지금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게 마음 편할 듯 이 새끼들 안 변함..

상황을 납득할 수 없어도 별수 없었다. 지금 겨우 차유진이 승기를 잡은 이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차유진을 욕했던 것을 어떻게든 합리화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으니까.

그래서 이런 팬들도 입을 다물고, 사람들이 제작진을 비난하며 차유진의 이미지를 회복시켜 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차유진의 회복은 이 반동을 받아 쭉 기세를 타고 퍼졌다.

이 기색은 소속사가 슬그머니 입장문을 내며 더욱 심화했다.

-녹음 없는 줄 알고 그냥 입장 내면 스탭이 오해받아서 피해볼까봐 함부로 당장 말 못했던 거래

└ㅠㅠㅠㅠ아진짜 눈물 나네

-유진아 더 잘 되자 넌 너무 대단하고 멋진 앤데 왜 이렇게 억울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어 앞으론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진짜 대단하다 나 같으면 저렇게 못 기다려줬을 듯

-스탭분이 제보해줘서 다행이다 역시 주변인한테 잘해야

물론 행간에서 위화감을 눈치챈 사람도 있었다.

그것이 여론이 회복하는 상황에 대한 반발심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근데 차유진 왜 카메라를 눌러? 제작진이 굳이 카메라를 들고 스탭한테 저랬다고..? 흠

└다큐멘터리 촬영 중에 한 거겠지 어차피 본인들이 편집하니까 상관없었을 듯

└와 진짜 어떻게든 까려고 하네 녹취록 나와도 안 믿냐?

└망주사 스튜디오에서 알바 풀었나ㅋ

-녹취록이 있는데 5일 동안 뭐한 거지 그동안 녹취록 만들어서 언론에 넘긴 거 아닌가

└이분 티원 스타즈에게 고소장 받을 예정이라고 하심

물론 이쪽은 기운을 차리고 펄펄 날아다니기 시작한 차유진의 팬들에게 사정없이 깨졌다.

차유진 팬들은 지난 닷새간의 패배감을 해소라도 하는 것처럼 사방에 소식을 퍼뜨리고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아주사2 제작진들… 사람 인생 망치는 버릇을 못 버린 듯

-차유진은 갑질을 막아준 건데 졸지에 본인이 뒤집어쓴 거였네ㅉㅉ

-어쩐지 아무도 해명이 없더라니 해명하면 티원 식구인 아주사 출신 스튜디오가 X 되니까 그런 거야?ㅋㅋㅋ 환멸 오지고~

원래도 이런 일에 강한 구성원이 많았던 팬덤이 적극적으로 가세하자 여론은 급속히 돌아섰다.

그리고 그 급한 속도에 반발이 나올 즈음마다 기사와 정황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그 작업이 서너 번 반복될 즈음엔, 이 논란도 천천히 식어서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게 차유진은 꼬리표를 뗐다.

* * *

나는 최신 기사를 확인했다.

다큐멘터리 논란과 관련된 새 기사에 달린 댓글들.

몇십 개 수준으로 규모가 줄어든 데다 별거 없는 짧은 감정표출들이 대부분이다.

“음.”

나는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끝났어. 넘어간 것 같다.”

“후!”

“으아아아….”

“다행이다 유진아….”

여기저기서 죽는소리를 내며 멤버들이 엎어졌다.

일이 무사히 정리되길 기다리며, 공연 컨디션을 위해 지금까지 인터넷 모니터링을 거의 안 했기 때문이었다.

늘 하던 그 분위기다.

‘당사자 아닌 놈들이 더 난리군.’

나는 자기 혼자 소파에 멀쩡히 앉아서 맥주를 까는 놈을 쳐다보았다.

탁.

차유진은 캔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형은 천재예요.”

말은 잘하는군.

아무래도 이번 증거 조작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나 보다.

“안마사분한테 감사해라. 난 그분 녹음 회사에 넘긴 것밖에 한 거 없다.”

“절대 안 돼. 감사만 해.”

선물 준 걸 들켰다간 또 소설 쓰는 새끼들 튀어나온다.

그 스탭은 T1에서 알아서 이득 보게 챙길 테니, 마음만 보내는 게 서로에게 좋다.

“Umm, Okay.”

차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당히 공손히 내게 본인이 딴 맥주를 내밀었다.

“…?”

“알코올 없어요! 형 많이 마셔요! 많이 감사합니다.”

“…그래.”

다시 보니 정말 ‘0.0%’가 붙어 있다.

이젠 이놈까지 내 무알코올을 챙기는군. 나는 약간 떨떠름한 기분으로 맥주 캔을 들었다.

“문대문대! 짠부터!”

“자, 잠시만…! 나 아직 안 열어서….”

“…….”

거참.

나는 잠시 기다린 뒤, 기어코 캔을 내미는 놈들에게 내 맥주를 맞부딪쳐 줬다.

그제야 정신 차린 놈들이 신나게 건배하며 싱글벙글 웃는다.

“좋네~ 마음 편하니까 음식이 맛있다. 그렇지?”

“예! 이 호텔은 룸서비스 음식들이 참 맛깔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래. 지금 우리는 다 같이 호텔 방에 있다.

오늘이 주에 한 번씩 멤버가 같은 방에서 합숙하는 날이니까.

류청우가 제안했던 그거 말이다.

일본 투어가 마무리됐으니 뒤풀이 겸, 차유진 회생 기념 겸 오늘은 약간 분위기를 살렸다.

나는 널린 음식과 음료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원래는 투어를 추가로 더 잡을 예정이었던 것 같은데.’

회사는 도쿄 돔에서 한 번 더 앵콜을 하는 것을 계획했던 것 같다만, 차유진 논란과 겹치면서 몸 사리느라 없어졌다.

그래서 내일이면 귀국이다.

물론 쉬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앵콜 콘서트도 잘 마무리하자.”

“좋죠~”

앵콜 콘서트를 한국에서 곧 하게 될 것이다. 몇 주간 피로했을 국내 팬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돔 투어랑 논란 시기가 겹친 게 그나마 악운이 강한 거였나.’

일본 공연은 자료가 거의 안 나돌고, 기껏해야 감상문과 흐릿한 사진만 돌아서 차유진도 좀 더 편하게 공연했을 것이다.

기사가 새 공연 전에 터져서 다행일 뿐이었다.

나는 지난 투어의 공연들을 한번 점검했다.

‘음, 투어 자체는 이번에도 괜찮았지.’

본진의 맛이 특수한 건 사실이나, 국외는 또 국외 나름의 맛이 있었다.

‘현지 언어로 번역하거나, 그 동네 유명 곡을 부르는 게 꼭 하나씩 끼어 있어서 신선했단 말이지.’

나는 오랜만에 편하게 공연에만 신경을 쏟으며, 맥주를 즐겼다. …무알코올이지만.

그리고 다른 놈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유진이 그동안 힘들 텐데 공연도 다 소화하고, 수고 많았어. 관객분들이 다 즐기셨을 거야.”

“…고생했다.”

배세진까지 어색하게 차유진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알코올의 힘인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보다가, 눈이 마주친 놈들에게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다.

“문대도 고생 많았지.”

“…맞아. 너도 그… 대단했어.”

“…??”

옆에서 큰세진은 또 뜬금없이 폭소했다.

“야, 네가 제일 난리 쳐놓고는 표정이 왜 그래~”

“난리?”

“그래! 너 막 스마트폰 보다가 던지고, 소파 때리고 아주 화려했어~ 기억나지?”

“…….”

나는 잠시 내 전적을 회상했다.

‘맞네.’

그리고 신음했다.

“…짜증 나서 그런 거지.”

“왜 짜증이 났겠어? 어? 우리 멤버 유진이가 너무~ 걱정되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아니다. 이번엔 정말 무슨 짓을 해도 답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 열 받아서 그런 건데.

그러나 차유진과 어깨동무를 한 큰세진은 입이 찢어질 듯이 웃고 있다.

“아~ 우리 팀 진짜 분위기 좋아~”

“…….”

뭐,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이 정도로 이 그룹에 소속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감정은 언제나 영향력이 있는 법이다.

나는 결국 웃고 입을 열었다.

“그래. 걱정했지. 안 할 수 없잖아.”

“…!”

그리고 차유진을 보며 말했다.

“잘 버텼어. 고생했다.”

이놈이 탈주했으면 일이 배로 힘들었을 텐데, 의연한 놈이라 수습이 가능했으니까.

“…….”

차유진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대답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다른 놈들 말에도 대답이 없었던 것 같….’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차유진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

“유, 유진아?”

차유진은 또 대답하는 대신 이번엔 옆 사람의 머리통을 부여잡았다.

졸지에 습격받은 김래빈이 샴페인을 놓치고 기겁했다.

“야, 차유진!”

“으허헝!!”

그러나 선아현마저도 놈을 말리지 않았다.

…차유진이 이 일로 우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흠.”

김래빈도 결국 차유진의 상황을 보고 납득했다.

“헝….”

그렇게 차유진은 친구의 머리통을 부여잡은 채로 꽤 오랫동안 신나게 울어 재꼈다.

속 시원한 밤이었다.

* * *

다음 날 귀국 길.

김래빈은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 본인의 친구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겠다고 말했다.

“차유진이 자칫하면 그룹 활동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불안과 염려를 저도 이해합니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T1도 깔끔히 스튜디오 쪽을 버린 것이겠지. 그룹에 타격이 심할 수도 있는 문제니까.

별 성과 없는 스튜디오 하나보다야 수익이 천문학적이며 영향력 있는 아이돌 그룹 하나 잘 보존하는 게 이득이었다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한다고 해도, 시간이 좀 지나면 차유진에게 다시 어느 정도 화살이 돌아오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손부터 나간 건 싸하다

-차유진도 잘했다고 보긴 힘들지않나 충동적인 성격으로 보임

아마도… 이런 발언이 나올 것이다. 이런 논란은 한 번 생긴 이상 깨끗이 사라지진 않는다.

앞으로 차유진은 비슷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몇 배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불편한 일이지.’

게다가 제일 큰 문제는… 팬덤 내부 결속이 작살났다는 점이다.

그룹 자체를 좋아하는 팬 중 차유진을 욕했던 사람 대부분은 미안해하며 안도하거나,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좋은 컨텐츠 하나로 봉합될 정도의 긴장감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개인 팬덤 쪽이다.

‘이건… 자연 회복이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차유진 팬들 쪽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다른 멤버의 개인팬들에게서 사건 터지자마자 차유진을 탈퇴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꽤 나왔기 때문이다.

-몇 년이나 우리 애 성격 행동 다 봐놓고도 일 터지자마자 손절하는 거 보고 치가 떨림 입장문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그렇게 힘들었나?

-차유진 솔로하라고? 이 더러운 판에 있느니 차라리 솔로가 나을지도

-그냥 너무 착잡해.. 편들어 달라는 게 아니잖아 나서서 욕한 사람들은 너무 했던 게 맞잖아

-윾진이가 그동안 사고친 적이 없는 놈인데 얼마나 견제했으면 일 터졌다 싶으니까 바로 욕을 박냐ㅋㅋ

솔직히 여러 가지 악재가 빌드업되며 발생한 일이라 어느 한쪽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만, 같은 이유로 다들 골이 깊어진 것이다.

‘이건… 따로 작업해야겠는데.’

…아무래도 이번 한국 앵콜 콘서트를 빌드업해서 잘 써먹어야 할 것 같다. 여러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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