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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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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8화
명제를 만들어보자.
이번 테스타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가 망한 뒤 스튜디오를 세탁하고 나온 놈들이다.
그리고 계약 위반 동영상을 유리한 지점만 자른 후, 빼돌리려다 유출까지 시켰다.
“…….”
이 X발 새… 진정하자.
정리하니 더 어처구니가 없군.
‘피드백할 놈이 필요해.’
머리에 열이 올라서 추리가 비약될 수 있으니, 사고의 밸런스를 유지해야겠다.
나는 지금 가장 차갑게 사고할 수 있는 놈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줘 보았다.
“…어쩐지.”
추리를 들은 큰세진의 얼굴에서 유들유들한 기색이 싹 지워졌다. 이제야 납득이 간다는 표정이다.
“교양치고는 스토리 빼려던 게 과하더라.”
“그래.”
진짜 교양 인력과 섞여서 다큐멘터리적 광기로 오인했다. 그건 예능용이 맞았다.
덕분에 테스타 다큐멘터리가 재미는 있었다만, 일을 이렇게 진창에 처박았으니 그것도 본인들이 감당해야지.
‘밥그릇을 박살 내줘야 하는데.’
다신 예능이든 예능탈 쓴 연예인 교양이든 이 새끼들이 하는 꼴을 볼 생각은 없다.
뭘 하면 좋을까.
우선 가장 편하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T1에 알리는 게 어때.”
“음, 아주사2 제작진인 건 회사도 진작 알고 있지 않았겠어? 이제 보니까 본인들 라인이라 우리 다큐멘터리도 맡긴 것 같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걸 말하려는 게 아니야.”
“그럼?”
“정황에 의혹을 심어주려는 거지.”
이 사건의 시각을 약간만 바꾸면 회사가 민감해할 문장이 되니까.
‘소속 가수 민감한 영상을 일부러 따로 떠서 타사에 팔거나 딜 보려던 것 같아요.’
치명적인 배신에 대한 의심이다.
그것도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고의적으로 이득을 보려는 시도로.
골드 1의 소속사 산업스파이 때도 증명되었듯이, 대기업일수록 본인들이 호구 잡혔다는 생각이 들면 격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그렇게 호구 잡힌 기분이 들게 해주면 그만이야.’
나는 빠르게 해당 사항을 설명한 뒤, 뒷말을 붙였다.
“키워줬더니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해서 더 화낼 것 같단 말이지.”
로 박살 난 놈들 구제해 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눈이 뒤집혔다고 생각하도록 살살 부추기자.
‘뭐, 틀린 말도 아니지 않나.’
그럼 본사가 알아서 이 제작진 새끼들이 다신 메이저 업계에 발 못 붙이게 손절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 의구심만으로도 괘씸하고 찝찝하니까. 영세한 스튜디오 하나 없어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깔끔하고 강력한 사회적 절망이다.
“…….”
큰세진은 턱을 문지르는 것 같더니, 곧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통할 것 같긴 하다? 문대가 워낙 말을 잘하잖아.”
“그런데.”
“그렇지. ‘그런데’…, 그게 우리 상황에 득 될 건 없지 않나? 그냥 복수니까.”
“…….”
큰세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배세진 형님 같은 분은 그럭저럭 좋아하실 것 같긴 한데… 이렇게 하면 우리가 아니라 회사 손에 넘어가고 끝이야.”
“…그렇지.”
배세진이 좋아할지는 썩 모르겠다만, 어쨌든 후반부는 맞다.
이 방법을 쓰면 부작용이 있다.
‘이걸로 끝내야 해.’
차유진의 공개적인 해명에 이놈들을 또 직접 거론하긴 힘들다.
T1의 압력은 당연히 대중에게 부당한 갑질로 보일 테니까.
그리고 그건 차유진의 논란과 색이 겹친다.
-차유진 갑질한 걸 가지고 엉뚱한 다큐 제작진에게 또 갑질ㅋㅋㅋ
-그 회사에 그 아이돌 와우네
이런 소리가 나오며 역효과가 나겠지.
물밑으로 조용히 처리해야만 이놈들의 커리어를 아무 옹호 없이 순조롭게 끝장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
근데 X발 왜 이렇게 이 안이 마음에 안 드냐.
큰세진 말대로다.
나는 소파 팔걸이를 후려쳤다.
“그 점이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 너 그럴 줄 알았다.”
이 제작진 새끼들이 부당한 압력에 판 접었다고 정신 승리할 그림이 보이니까 짜증 나는데.
게다가 이건 내가 굳이 안 꺼내도 이미 T1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단 말이다.
거기도 머리가 있으면 유사한 추리를 하지 않았겠는가.
‘그 판에 그냥 바람 좀 불어넣는 거지, 뭐 대단찮은 발상은 아니야.’
그리고… 이 지랄을 해도 차유진에게 실질적으로 득 될 게 없는 것도, 맞다.
‘망할.’
나는 소파 머리에 대가리를 박았다. 더 X 되게 만들어야 하는데.
“워워, 문대야 얼음물 가져다줄까?”
“아니.”
생각하자.
이 새끼들도 충분히 조지면서 차유진에게도 득이 되는 길은 없나?
그리고 무심코 말했다.
“…덮어씌울 수 없나.”
차유진 대신 이 새끼들을 인터넷 희생양으로 던져줄 방법은 없냐고.
큰세진의 목소리가 오묘해졌다.
“어휴, 그럼 최고긴 한데… 음.”
비현실적인 개소리란 뜻이군.
맞다. 출신이란 정도는 ‘어쩌라고’로 끝난다. 여론몰이하느라 애쓴다고 하겠지.
머리가 차가워진다.
그래. 쓸데없는 망상은 그만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자.
제작진 X 되게 만드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검증하긴 했으니 일단 킵한다.
‘그리고 그나마 차유진에게 득이 되는 길은….’
…여러 번 생각했지만, 지금 당장은 없다.
그러니까 좀 더 멀리 보고서라도 생각하자.
사람들이 차유진 갑질 이야기가 식상하고 지겨워질 때쯤, 차유진 팬들이 위안이라도 받고 남아 있을 만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차유진 평소 행실에 대해 떠들어줄 사람.’
필요한 건… 목격자다.
“증언을 모으자고 해야겠어.”
“증언? 아, 유진이 착한 애다~ 이런?”
“어. 나중에라도 먹히게.”
“…그래. 지금으로선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뻔하지만, 지금 타이밍 잘 잡아서 빠르게 터뜨리면, 시간이 좀 지나고 그나마 먹힐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다.
큰세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착잡하다는 뜻인가.
‘정신 승리는 내가 하고 있는 것 같군….’
나는 혀를 차며 소파 위로 스마트폰을 던졌다. 큰세진이 등을 두드린다.
“문대문대, 고생했어.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래.”
…맥주가 당겼다.
* * *
그렇게 나흘이 지났다.
그리고 예상대로, 시간이 흘렀다고 여론이 반전되는 일은 없었다.
다른 건수가 안 나오니 첫날보다야 잠잠했으나, 지금도 심심하면 차유진의 과거 영상을 꺼내와서 ‘이제 보니 싸하다’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놈들은 깔렸다.
계획대로 테스타가 자주 가는 샵이나 같이 일했던 관계자들에게서 주어 없는, 혹은 의미심장한 차유진의 옹호글들이 올라오긴 했다.
하지만 ‘회사가 애쓴다’는 비웃음으로 대부분 밀렸다.
‘이대로 차유진이 콘서트에 나오면….’
모르겠다. 차유진이 멀쩡해 보여도 욕먹고 멘탈이 나가 보여도 구설수가 될 것이다.
“후.”
나는 스마트폰을 내렸다. 머리가 지근거렸다.
그때였다.
“문대 씨, 죄송한데 전화 좀.”
“…? 예.”
작업실 구석에 앉아 있던 매니저가 본인의 스마트폰을 가져와서 넘겼다.
‘이렇게 연락할 만한 사람은 없는데.’
피로 속에서도 의아해할 무렵, 매니저가 작게 말했다.
“그… 미리내 멤버 분이던데요.”
“…!”
순간, 연락의 이유에 대한 몇 가지 추리가 머리를 스쳤다.
설마.
나는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전화 바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지난번에 대화했던 목소리다.
‘아주사 2위로 데뷔한 후배였나.’
간만이다만 안부 인사로 시간을 소모하기엔 상황이 급했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용건이 있어서 전화 주신 것 같은데, 맞을까요.”
-네? 예!! 그… 사실 부탁을 받아서요.
추리가 현실에 가까워진다.
나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미리내 콘서트 스탭분이 부탁하신 겁니까?”
-…!! 예, 예? 아니, 그….
그리고 결국 내가 원하던 답이 나왔다.
-넵. 정확한 판단이십니다…!
“…….”
미리내의 콘서트 스탭.
테스타는 미국에서 같이 일했던 스탭들을 일본에 다 데려오진 않았다. 일본 공연은 현지 스탭의 비중이 큰 경향이 있으니까.
대신 그 스탭들은 본부장이 추진하는 미리내의 소규모 미국 투어에 붙었다.
그러니까, 지금 후배가 말하는 저 스탭은….
‘우리가 다큐멘터리 찍을 때는 테스타와 일했을 확률이, 높다.’
후배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그… 저희 근육 봐주시는 언니가, 선배님들 콘서트 때도 근무하셨다고 하는데요. 어, 관계자 증언 구하신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래.
-이건 정말, 그 신변 보장을 꼭! 꼭 조건으로 드리고 싶다는 말씀인데….
“당연히 그래야죠.”
-네네…!
후배가 침을 삼키는 소리 다음에, 본론이 나왔다.
-그 언니가… 녹음을 하셨다고 해서요.
X발.
나는 스마트폰을 있는 힘껏 쥐었다.
‘안마사면…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차유진 긁을 때 옆에 있던 스탭이다!’
됐다. 됐다! 이걸 증거로 들이밀면 옹호 여론이 절반은 될….
-선배님?
…아니, 진정하자. 확인이 먼저다. 나는 평정을 되찾았다.
“어떤 녹음인가요.”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지랄하는 내용이 녹음됐다고 말해라.
-어… 그러니까…….
후배는 긴가민가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상도 못 한 내용을.
-그, 차유진 선배님이 언니를 보호해 주셨다는데요.
…뭐??
* * *
녹음을 제보한 스탭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그림을 뽑기 위해 테스타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자들에게서도 인터뷰를 따려고 했다.
그리고 그중엔 이 스탭도 있었다.
-근데 언니는 신체 상태 같은 건 민감한 문제니까 안 되겠다고 거절했나 봐요.
‘인터뷰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본인에게 받아오라고 했는데,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차유진 태도상 그게 불가능한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스탭에게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재요청하거나, 실수로 말을 흘리는 상황을 종용한 것이다.
상당히 스트레스였겠지만, 도움을 요청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 일단 참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안 통하니까… 몇몇 사람이 막 비아냥거리면서 위협적으로 굴었나 봐요.
그걸 차유진이 목격했는데, 바로 와서 도와줬다는 것이다.
-굉장히 단호하셨대요.
그리고 평소 직업 특성상 헛짓해 보려는 새끼들이 많아서 상시 녹음을 했는데, 그것도 녹음이 됐다고 한다.
-정말 고마웠던 거라 많이 고민하다가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동시에, 녹취에 민감한 업계니 밝히는 것까지 고민이 많았던 거고.’
그래도 차유진의 행동력에 감동했고, 현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결국 제보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팔짱을 꼈다.
“…라고 하시는데.”
“오, 기억나요!”
차유진은 해맑게 대답했다.
“기억이 난다고.”
“네! 큰 카메라 사람이 스탭 겁줬어요. 싫다고 하는데 말 안 들었어요! 저 그래서 그만! 하고 말했… 으악! 김래빈 미쳤어??”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이야기를 했어야지!”
아무도 차유진을 때리는 김래빈을 말리지 않았다. 그러자 차유진은 억울하다는 뜻이 외치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요! 그걸 말한다고 사람들이 다 저를 믿는 거예요? 이건 제가 카메라 막은 거랑은 다른 화제잖아요!]
순진한 새끼.
“같은 화제로 만들면 그만이야.”
“What??”
“보기나 해라.”
나는 멤버들을 대동하고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스탭의 녹음본은 이미 확보된 상태였다.
* * *
차유진 동영상 유출 후 닷새.
인터넷에서 차유진은 이미 너덜너덜하게 뜯기고 추락한 상태였다.
그리고 충분히 씹어 단물이 빠진 논란을 두고, 사람들은 추가적인 즐거움을 찾았다.
바로 이 동영상의 출처였다.
-빼박 스탭 유출임ㅋㅋㅋ
└나도 이렇게 생각함 차유진 지랄 맞음에 이 갈다가 폭로한 듯
-야 얼마나 갑질이 심했으면 고소를 무릅쓰고 유출을 했을까 불쌍함
-여기서 소속사가 고소공지 딱 때리면 그린 것처럼 전형적인 갑질 논란이네 차유진이 이렇게 갈 줄이야ㅉㅉ
게다가 소속사는 아직도 대응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침묵을 사실상 시인으로 보았다.
-할 말이 없으니까 입 다물고 있네ㅋㅋㅋ
-이건 부정을 못 해서 대응을 못 하는 거임
-차라리 합성이라고 해보지ㅉㅉ
관계자들이 올리는 애매한 옹호글들은 짧고 강렬한 그 동영상보다 너무나 임팩트가 약했다.
더는 논할 가치도 없이, 차유진의 논란이 그대로 이미지로 고착화하려던 순간.
-이거 차유진 이야기 같은데 (링크)
그제야 기사가 떴다.
그러나 초점은 차유진이 아니었다.
[테스타 다큐멘터리 촬영 논란… 콘서트 스탭 녹취록 공개]
[또 방송 甲질? 테스타 다큐멘터리 제작진 녹취록 재구성]
바로 테스타 다큐멘터리 제작진에 대한 고발기사였다.
연예인들의 사생활 침해로 유명하지만, 그렇기에 자료는 더 사실적이라고 인식이 은연중에 퍼진 언론사였다.
========================
[(단독) 테스타 콘서트 스탭이 녹음본을 제보한 이유… “방송국이 만든 괴물”]
202X년 1월. 테스타가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투어의 비하인드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사진)
다큐멘터리 속 테스타 멤버들은 간절하고 진솔했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의 촬영 과정은 진솔했을까?
얼마 전, 메일을 통해 한 스탭의 녹음본이 제보되었다.
…….
========================
기사는 그들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얼마나 강압적으로 나왔는지, 더욱이 눈치 볼 것 없는 스탭들에겐 얼마나 경우 없이 굴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
제작진 : 말을 잘 못 알아들으시나? 왜 이렇게 대답을 못 하세요?
스탭A : …….
제작진 : 좋다, 나쁘다 한마디도 안 해. 진짜 비협조적이네. 그림 잘 안 나오면 OO 씨 잘못도 있는 거예요. 알죠?
========================
그리고 후반에 본색을 드러냈다.
바로 차유진의 동영상과 해당 녹취록을 엮은 것이다. 본래 여기에서 파생된 동영상이 아니었지만, 마치 그렇게 보이도록 묘사를 곁들여서.
========================
제작진 : 말 안 들리냐고요. 이게….
차유진 : (달려와 카메라를 누르며) 그만해요!
========================
편집의 마법이었다.
그러나 설령 제작진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짜깁기라는 걸 증명할 수 없었다.
녹음본은 원본이 있고, 촬영 데이터는 원본은 없으니까.
게다가 기사는 차유진을 더 언급하는 대신, 철저히 ‘얼마나 갑질이 심했으면, 아티스트가 달려와서 막았겠는가’의 논조를 유지했다.
옹호가 아닌 고발을 위한 기사로 보일 수 있도록.
========================
기자는 자체 조사 결과, 해당 제작진이 본래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아닌 예능 제작팀이던 것을 확인했다.
바로 의…….
========================
그리고 마무리로 그들이 과한 자극성과 무리수로 망한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며, 메시지를 확실히 했다.
이놈들은 충분히 그림 뽑겠다고 사람 괴롭힐 놈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제작진은 욕할 명분이 충분하다.’
저격이나 다름없었다.
차유진이 맞은 폭탄을 만든 놈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누군가의 강력한 의지였다.
-미친 아주사2 제작진;;;
-소름 돋네 ㅅㅂ
그리고 그 의지는 통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8화

명제를 만들어보자.

이번 테스타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가 망한 뒤 스튜디오를 세탁하고 나온 놈들이다.

그리고 계약 위반 동영상을 유리한 지점만 자른 후, 빼돌리려다 유출까지 시켰다.

“…….”

이 X발 새… 진정하자.

정리하니 더 어처구니가 없군.

‘피드백할 놈이 필요해.’

머리에 열이 올라서 추리가 비약될 수 있으니, 사고의 밸런스를 유지해야겠다.

나는 지금 가장 차갑게 사고할 수 있는 놈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줘 보았다.

“…어쩐지.”

추리를 들은 큰세진의 얼굴에서 유들유들한 기색이 싹 지워졌다. 이제야 납득이 간다는 표정이다.

“교양치고는 스토리 빼려던 게 과하더라.”

“그래.”

진짜 교양 인력과 섞여서 다큐멘터리적 광기로 오인했다. 그건 예능용이 맞았다.

덕분에 테스타 다큐멘터리가 재미는 있었다만, 일을 이렇게 진창에 처박았으니 그것도 본인들이 감당해야지.

‘밥그릇을 박살 내줘야 하는데.’

다신 예능이든 예능탈 쓴 연예인 교양이든 이 새끼들이 하는 꼴을 볼 생각은 없다.

뭘 하면 좋을까.

우선 가장 편하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T1에 알리는 게 어때.”

“음, 아주사2 제작진인 건 회사도 진작 알고 있지 않았겠어? 이제 보니까 본인들 라인이라 우리 다큐멘터리도 맡긴 것 같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걸 말하려는 게 아니야.”

“그럼?”

“정황에 의혹을 심어주려는 거지.”

이 사건의 시각을 약간만 바꾸면 회사가 민감해할 문장이 되니까.

‘소속 가수 민감한 영상을 일부러 따로 떠서 타사에 팔거나 딜 보려던 것 같아요.’

치명적인 배신에 대한 의심이다.

그것도 실수가 아니라 다분히 고의적으로 이득을 보려는 시도로.

골드 1의 소속사 산업스파이 때도 증명되었듯이, 대기업일수록 본인들이 호구 잡혔다는 생각이 들면 격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 그렇게 호구 잡힌 기분이 들게 해주면 그만이야.’

나는 빠르게 해당 사항을 설명한 뒤, 뒷말을 붙였다.

“키워줬더니 뒤통수 맞았다고 생각해서 더 화낼 것 같단 말이지.”

로 박살 난 놈들 구제해 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눈이 뒤집혔다고 생각하도록 살살 부추기자.

‘뭐, 틀린 말도 아니지 않나.’

그럼 본사가 알아서 이 제작진 새끼들이 다신 메이저 업계에 발 못 붙이게 손절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겠지. 의구심만으로도 괘씸하고 찝찝하니까. 영세한 스튜디오 하나 없어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깔끔하고 강력한 사회적 절망이다.

“…….”

큰세진은 턱을 문지르는 것 같더니, 곧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통할 것 같긴 하다? 문대가 워낙 말을 잘하잖아.”

“그런데.”

“그렇지. ‘그런데’…, 그게 우리 상황에 득 될 건 없지 않나? 그냥 복수니까.”

“…….”

큰세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배세진 형님 같은 분은 그럭저럭 좋아하실 것 같긴 한데… 이렇게 하면 우리가 아니라 회사 손에 넘어가고 끝이야.”

“…그렇지.”

배세진이 좋아할지는 썩 모르겠다만, 어쨌든 후반부는 맞다.

이 방법을 쓰면 부작용이 있다.

‘이걸로 끝내야 해.’

차유진의 공개적인 해명에 이놈들을 또 직접 거론하긴 힘들다.

T1의 압력은 당연히 대중에게 부당한 갑질로 보일 테니까.

그리고 그건 차유진의 논란과 색이 겹친다.

-차유진 갑질한 걸 가지고 엉뚱한 다큐 제작진에게 또 갑질ㅋㅋㅋ

-그 회사에 그 아이돌 와우네

이런 소리가 나오며 역효과가 나겠지.

물밑으로 조용히 처리해야만 이놈들의 커리어를 아무 옹호 없이 순조롭게 끝장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

근데 X발 왜 이렇게 이 안이 마음에 안 드냐.

큰세진 말대로다.

나는 소파 팔걸이를 후려쳤다.

“그 점이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 너 그럴 줄 알았다.”

이 제작진 새끼들이 부당한 압력에 판 접었다고 정신 승리할 그림이 보이니까 짜증 나는데.

게다가 이건 내가 굳이 안 꺼내도 이미 T1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단 말이다.

거기도 머리가 있으면 유사한 추리를 하지 않았겠는가.

‘그 판에 그냥 바람 좀 불어넣는 거지, 뭐 대단찮은 발상은 아니야.’

그리고… 이 지랄을 해도 차유진에게 실질적으로 득 될 게 없는 것도, 맞다.

‘망할.’

나는 소파 머리에 대가리를 박았다. 더 X 되게 만들어야 하는데.

“워워, 문대야 얼음물 가져다줄까?”

“아니.”

생각하자.

이 새끼들도 충분히 조지면서 차유진에게도 득이 되는 길은 없나?

그리고 무심코 말했다.

“…덮어씌울 수 없나.”

차유진 대신 이 새끼들을 인터넷 희생양으로 던져줄 방법은 없냐고.

큰세진의 목소리가 오묘해졌다.

“어휴, 그럼 최고긴 한데… 음.”

비현실적인 개소리란 뜻이군.

맞다. 출신이란 정도는 ‘어쩌라고’로 끝난다. 여론몰이하느라 애쓴다고 하겠지.

머리가 차가워진다.

그래. 쓸데없는 망상은 그만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자.

제작진 X 되게 만드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검증하긴 했으니 일단 킵한다.

‘그리고 그나마 차유진에게 득이 되는 길은….’

…여러 번 생각했지만, 지금 당장은 없다.

그러니까 좀 더 멀리 보고서라도 생각하자.

사람들이 차유진 갑질 이야기가 식상하고 지겨워질 때쯤, 차유진 팬들이 위안이라도 받고 남아 있을 만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차유진 평소 행실에 대해 떠들어줄 사람.’

필요한 건… 목격자다.

“증언을 모으자고 해야겠어.”

“증언? 아, 유진이 착한 애다~ 이런?”

“어. 나중에라도 먹히게.”

“…그래. 지금으로선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뻔하지만, 지금 타이밍 잘 잡아서 빠르게 터뜨리면, 시간이 좀 지나고 그나마 먹힐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다.

큰세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착잡하다는 뜻인가.

‘정신 승리는 내가 하고 있는 것 같군….’

나는 혀를 차며 소파 위로 스마트폰을 던졌다. 큰세진이 등을 두드린다.

“문대문대, 고생했어.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래.”

…맥주가 당겼다.

* * *

그렇게 나흘이 지났다.

그리고 예상대로, 시간이 흘렀다고 여론이 반전되는 일은 없었다.

다른 건수가 안 나오니 첫날보다야 잠잠했으나, 지금도 심심하면 차유진의 과거 영상을 꺼내와서 ‘이제 보니 싸하다’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놈들은 깔렸다.

계획대로 테스타가 자주 가는 샵이나 같이 일했던 관계자들에게서 주어 없는, 혹은 의미심장한 차유진의 옹호글들이 올라오긴 했다.

하지만 ‘회사가 애쓴다’는 비웃음으로 대부분 밀렸다.

‘이대로 차유진이 콘서트에 나오면….’

모르겠다. 차유진이 멀쩡해 보여도 욕먹고 멘탈이 나가 보여도 구설수가 될 것이다.

“후.”

나는 스마트폰을 내렸다. 머리가 지근거렸다.

그때였다.

“문대 씨, 죄송한데 전화 좀.”

“…? 예.”

작업실 구석에 앉아 있던 매니저가 본인의 스마트폰을 가져와서 넘겼다.

‘이렇게 연락할 만한 사람은 없는데.’

피로 속에서도 의아해할 무렵, 매니저가 작게 말했다.

“그… 미리내 멤버 분이던데요.”

“…!”

순간, 연락의 이유에 대한 몇 가지 추리가 머리를 스쳤다.

설마.

나는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전화 바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지난번에 대화했던 목소리다.

‘아주사 2위로 데뷔한 후배였나.’

간만이다만 안부 인사로 시간을 소모하기엔 상황이 급했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용건이 있어서 전화 주신 것 같은데, 맞을까요.”

-네? 예!! 그… 사실 부탁을 받아서요.

추리가 현실에 가까워진다.

나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미리내 콘서트 스탭분이 부탁하신 겁니까?”

-…!! 예, 예? 아니, 그….

그리고 결국 내가 원하던 답이 나왔다.

-넵. 정확한 판단이십니다…!

“…….”

미리내의 콘서트 스탭.

테스타는 미국에서 같이 일했던 스탭들을 일본에 다 데려오진 않았다. 일본 공연은 현지 스탭의 비중이 큰 경향이 있으니까.

대신 그 스탭들은 본부장이 추진하는 미리내의 소규모 미국 투어에 붙었다.

그러니까, 지금 후배가 말하는 저 스탭은….

‘우리가 다큐멘터리 찍을 때는 테스타와 일했을 확률이, 높다.’

후배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그… 저희 근육 봐주시는 언니가, 선배님들 콘서트 때도 근무하셨다고 하는데요. 어, 관계자 증언 구하신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래.

-이건 정말, 그 신변 보장을 꼭! 꼭 조건으로 드리고 싶다는 말씀인데….

“당연히 그래야죠.”

-네네…!

후배가 침을 삼키는 소리 다음에, 본론이 나왔다.

-그 언니가… 녹음을 하셨다고 해서요.

X발.

나는 스마트폰을 있는 힘껏 쥐었다.

‘안마사면…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차유진 긁을 때 옆에 있던 스탭이다!’

됐다. 됐다! 이걸 증거로 들이밀면 옹호 여론이 절반은 될….

-선배님?

…아니, 진정하자. 확인이 먼저다. 나는 평정을 되찾았다.

“어떤 녹음인가요.”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지랄하는 내용이 녹음됐다고 말해라.

-어… 그러니까…….

후배는 긴가민가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상도 못 한 내용을.

-그, 차유진 선배님이 언니를 보호해 주셨다는데요.

…뭐??

* * *

녹음을 제보한 스탭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그림을 뽑기 위해 테스타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자들에게서도 인터뷰를 따려고 했다.

그리고 그중엔 이 스탭도 있었다.

-근데 언니는 신체 상태 같은 건 민감한 문제니까 안 되겠다고 거절했나 봐요.

‘인터뷰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본인에게 받아오라고 했는데,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차유진 태도상 그게 불가능한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스탭에게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재요청하거나, 실수로 말을 흘리는 상황을 종용한 것이다.

상당히 스트레스였겠지만, 도움을 요청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라 일단 참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안 통하니까… 몇몇 사람이 막 비아냥거리면서 위협적으로 굴었나 봐요.

그걸 차유진이 목격했는데, 바로 와서 도와줬다는 것이다.

-굉장히 단호하셨대요.

그리고 평소 직업 특성상 헛짓해 보려는 새끼들이 많아서 상시 녹음을 했는데, 그것도 녹음이 됐다고 한다.

-정말 고마웠던 거라 많이 고민하다가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동시에, 녹취에 민감한 업계니 밝히는 것까지 고민이 많았던 거고.’

그래도 차유진의 행동력에 감동했고, 현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서 결국 제보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팔짱을 꼈다.

“…라고 하시는데.”

“오, 기억나요!”

차유진은 해맑게 대답했다.

“기억이 난다고.”

“네! 큰 카메라 사람이 스탭 겁줬어요. 싫다고 하는데 말 안 들었어요! 저 그래서 그만! 하고 말했… 으악! 김래빈 미쳤어??”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이야기를 했어야지!”

아무도 차유진을 때리는 김래빈을 말리지 않았다. 그러자 차유진은 억울하다는 뜻이 외치기 시작했다.

순진한 새끼.

“같은 화제로 만들면 그만이야.”

“What??”

“보기나 해라.”

나는 멤버들을 대동하고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스탭의 녹음본은 이미 확보된 상태였다.

* * *

차유진 동영상 유출 후 닷새.

인터넷에서 차유진은 이미 너덜너덜하게 뜯기고 추락한 상태였다.

그리고 충분히 씹어 단물이 빠진 논란을 두고, 사람들은 추가적인 즐거움을 찾았다.

바로 이 동영상의 출처였다.

-빼박 스탭 유출임ㅋㅋㅋ

└나도 이렇게 생각함 차유진 지랄 맞음에 이 갈다가 폭로한 듯

-야 얼마나 갑질이 심했으면 고소를 무릅쓰고 유출을 했을까 불쌍함

-여기서 소속사가 고소공지 딱 때리면 그린 것처럼 전형적인 갑질 논란이네 차유진이 이렇게 갈 줄이야ㅉㅉ

게다가 소속사는 아직도 대응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침묵을 사실상 시인으로 보았다.

-할 말이 없으니까 입 다물고 있네ㅋㅋㅋ

-이건 부정을 못 해서 대응을 못 하는 거임

-차라리 합성이라고 해보지ㅉㅉ

관계자들이 올리는 애매한 옹호글들은 짧고 강렬한 그 동영상보다 너무나 임팩트가 약했다.

더는 논할 가치도 없이, 차유진의 논란이 그대로 이미지로 고착화하려던 순간.

-이거 차유진 이야기 같은데 (링크)

그제야 기사가 떴다.

그러나 초점은 차유진이 아니었다.

바로 테스타 다큐멘터리 제작진에 대한 고발기사였다.

연예인들의 사생활 침해로 유명하지만, 그렇기에 자료는 더 사실적이라고 인식이 은연중에 퍼진 언론사였다.

========================

202X년 1월. 테스타가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투어의 비하인드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사진)

다큐멘터리 속 테스타 멤버들은 간절하고 진솔했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의 촬영 과정은 진솔했을까?

얼마 전, 메일을 통해 한 스탭의 녹음본이 제보되었다.

…….

========================

기사는 그들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얼마나 강압적으로 나왔는지, 더욱이 눈치 볼 것 없는 스탭들에겐 얼마나 경우 없이 굴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

제작진 : 말을 잘 못 알아들으시나? 왜 이렇게 대답을 못 하세요?

스탭A : …….

제작진 : 좋다, 나쁘다 한마디도 안 해. 진짜 비협조적이네. 그림 잘 안 나오면 OO 씨 잘못도 있는 거예요. 알죠?

========================

그리고 후반에 본색을 드러냈다.

바로 차유진의 동영상과 해당 녹취록을 엮은 것이다. 본래 여기에서 파생된 동영상이 아니었지만, 마치 그렇게 보이도록 묘사를 곁들여서.

========================

제작진 : 말 안 들리냐고요. 이게….

차유진 : (달려와 카메라를 누르며) 그만해요!

========================

편집의 마법이었다.

그러나 설령 제작진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짜깁기라는 걸 증명할 수 없었다.

녹음본은 원본이 있고, 촬영 데이터는 원본은 없으니까.

게다가 기사는 차유진을 더 언급하는 대신, 철저히 ‘얼마나 갑질이 심했으면, 아티스트가 달려와서 막았겠는가’의 논조를 유지했다.

옹호가 아닌 고발을 위한 기사로 보일 수 있도록.

========================

기자는 자체 조사 결과, 해당 제작진이 본래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아닌 예능 제작팀이던 것을 확인했다.

바로 의…….

========================

그리고 마무리로 그들이 과한 자극성과 무리수로 망한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며, 메시지를 확실히 했다.

이놈들은 충분히 그림 뽑겠다고 사람 괴롭힐 놈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제작진은 욕할 명분이 충분하다.’

저격이나 다름없었다.

차유진이 맞은 폭탄을 만든 놈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누군가의 강력한 의지였다.

-미친 아주사2 제작진;;;

-소름 돋네 ㅅㅂ

그리고 그 의지는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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