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26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2화
처음 테스타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이 예상하던 무대 스타일은 이랬다.
-무용스타일 간질간질한 거?
-청량 스윗일 듯 청바지 흰티나 교복ㅠㅠ
-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피크닉 때 그 느낌
그리고 지금 펼쳐지는 무대는 정확히… 그 반대였다.
검은 무대 위, 형광색 LED 조명과 흰 스포트라이트에 검은 의상이 번뜩였다.
도입부, 센터로 들어오는 멤버마다 쓰고 있던 인형탈을 거칠게 무대 한편으로 집어 던지며 잘난 얼굴을 드러냈다.
휙.
인형탈에 달린 눈알의 윤기가 움직이는 스포트라이트에 번들거렸다.
[Good luck! 어서 들어와
오늘을 밟아 더 빨리
뛰어 hurry up
불사르는 거인
불사의 밤]
품에 딱 맞는 라이더 재킷과 가죽 바지를 입은 일곱 명은 어두운 무대를 가로지르며 미끄러지듯 짜릿한 안무를 엮었다.
동작과 부딪힘 사이로 배경의 LED 야광 도료가 비산할 때마다 위압감 넘치는 워커 부츠가 박자를 가른다.
심지어 벗은 인형탈을 안무처럼 워커로 차버리는 멤버도 있었다. 이세진의 파트였다.
힘과 여유가 못된 느낌을 주었다.
첫 타자였던 박문대뿐만이 아니라, 멤버들이 탈을 벗을 때마다 그 속에서 화려한 색상이 튀어나왔다.
검은 의상과 대비되는 강렬한 색상이었다.
[튀어 오르는 치기
피스톤 마디마디
터져 달구는 엔진]
곡은 극저음, 혹은 고음 멜로디와 랩이라는 극단적인 요소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훅과 구성이 좋아서 첫 귀에도 잘 붙었다.
[달려 더 빠르게
하늘을 갈라
이건 밤을 넘는 곡예]
그리고 프리코러스의 드롭 직전까지 고조되던, 몰아치는 질주감은 늘어지는 감탄사와 함께 얼굴이 바뀐다.
[Yeaaaaah-]
잦아드는 반주와 목소리 다음, 짧은 정적을 깨는 것은… 휘파람이다.
[휘-휘휘 휘-익!]
그리고 모두가 한 사람처럼 움직이는 후렴의 아이코닉한 안무.
곡에 잘 달라붙는 리프 멜로디가 중독성과 리듬감을 살린다.
휘파람 같은 소리와 잔박까지 다 쪼개어 쓰는, 장난기 어린 마임 같은 안무가 잘 어우러졌다.
[Jump off]
센터에서 홀로 검은 머리인 차유진이 씩 웃었다.
평소 염색 요원이던 멤버 홀로 새카만 흑발이라는 점이 도리어 눈에 띄었다.
게다가 눈에는 형형한 주홍빛 컬러렌즈를 끼워뒀다.
[낙하산은 필요 없어
그냥 뛰어
들어간다 Come in]
단단한 부츠가 매끄러운 바닥을 긁으며 내는 소리가 마이크에까지 들어갔다.
휘파람 멜로디는 빠르고 쾌활했으나, 단조의 음을 써서 어딘지 불안하고 악동스럽게 느껴졌다.
[이 밤에 한밤에
그냥 깨어
들어간다 Come in]
비명 같은 사이렌은 멜로디를 타고 비트가 되었다.
[Like a drill
Warning Warning Emergency]
마치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멤버들의 팔과 다리를 타 넘고 절묘한 포징을 한 뒤 떨어지는 안무는 강렬했다.
호불호가 갈릴 것 없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용 퍼포먼스 수준이었다.
[That’s ma thrill, Ha!]
폭주하듯이 달려 도착한 엔딩.
어느새 새 인형탈을 가지고 나온 댄서들은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의 센터인 선아현에게 인형탈을 퍼포먼스처럼 씌웠다.
그리고 그사이, 똑같이 인형탈을 쓴 멤버들이 엔딩의 대형을 갖춘다.
인형탈을 쓴 목을 목각인형처럼 삐딱하게 꺾는, 강렬하면서도 익살맞은 구석이 있는 동작이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브레이크가 걸린 바이크 같은 소리가 음을 타고 무대에 감돌았다.
조명이 뚝 꺼진다.
[Drill]
그렇게 무대가 끝났다.
그러나 관람객의 반응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 *
-와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스타! 테스타1 테스타! 테스타!
-ㅋㅋㅋㅋㅋㅋ미쳤네
현장의 관객석부터 인터넷의 실시간 중계글들까지, 온갖 곳에서 비명과 감탄, 헛웃음이 넘나들었다.
무대엔 아무런 고상한 해석이나 의미도 없었다.
WOW 포인트를 향한 노림수만 가득한 미친 퍼포먼스와 곡에 사람들은 흥분했다.
그러라고 만든 활동곡이었으니까.
-너무 좋아 ㅅㅂ역시 테스타는 무대 보는 맛이짘ㅋㅋㅋㅋ
-이집 반전 잘하네
-박문대 랩 뭐야 아니 다들 머리색 뭐임 개좋앜ㅋㅋㅋ
-인형탈 벗을 때 약간 소름 돋음 좀 쪽팔린데 지리더라ㅋ
강렬하고 재밌는 퍼포먼스, 약간의 매니악한 요소까지 개성으로 소화할 대중성, 팬들이 좋아하는 의외성, 세 가지 덕목을 두루 갖춘 무대였다.
좀 진정한 팬들은 신나게 무대를 뜯어보며 밤까지 새 활동의 맛을 즐겼다.
영린과의 동발로 한차례 식었던 팬덤의 분위기는 뜨겁게 다시 달아올랐다.
이렇게 기분 좋고 적절한 반전이 없었으니까!
-머리색 정리해 봄
00:26 박문대 핑크 / 00:38 이세진 애쉬블론드/ 00:51 김래빈 은발 / 01:02 선아현 연보라….
-배세진 파란 머리 넘 좋아 인간여름쿨 개찰떡ㅠㅠ
-청우 염색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무슨 북부대공이 따로 없음 회색 완전 대존잘 늑대탈 박제하자 매 버려 늑대로 간다
-선공개 곡이랑 반주 비교해봤는데 겹치는 곳 꽤 있다 가사도 그렇고 뭔가 더 연관점 있는 듯?
-빨리 음원 내놔 물 들어올 때 노 안 젓냐고 회사야
그리고 그 즐거운 시간이 다 끝나기도 전. 테스타는 그날 자정에 즉시 새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테스타(TeSTAR) ‘Drill (밤)’ Official MV]
-헐
-아니 이게 무슨 일이얔ㅋㅋ
-벌써요??
-미친 음원도 다 풀었넼ㅋㅋㅋㅋ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드디어 하는 거임?
무대로 터진 화제성은 뮤직비디오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렇게 버즈량이 다시 한번 폭발했다.
뮤직비디오는 시원하게 영상미와 군무의 매력만을 극히 순도 높게 뽑아냈다.
폭죽과 야광으로 번뜩이는 야간 개장 놀이공원 안, 직원들의 과장된 코스튬을 입은 멤버들은 사격과 곡예 안무를 계속했다.
인형탈을 쓴 채, 사이렌이 울리는 와일드한 모토사이클을 타고 요정의 광장 속을 달리기도 했다.
-환상 놀이공원 낮 / 밤 컨셉이네
-그렇지 역시 아이돌 뮤직비디오는 군무 보는 맛이지
끼가 출중한 멤버들이 하는 덕에 머쓱하지 않고 그저 매력적인 박력이 넘쳤다. 약간 오싹하고 희한해서 재밌고, 무엇보다 눈이 즐거운 그림이었다.
당연히 직접적으로 세계관 요소로 보이는 것은 없었으나 아예 동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
[뮤직비디오 미쳤는데?]
드릴이랑 휠이랑 뮤직비디오 시간대별로 장면 다 연결됨
(링크) 여기 회전목마 앞, 관람차 앞, 거울 앞 다 같은 구도임
더 찾으면 더 나올 듯
=======================
-개소름
-이걸 이렇게 연결하다니
-미친미친 이글 보고 혹시했는데 드릴 간주 역재생하면 휠 후렴 멜로디 나옴 (파일)
└대박
└어쩐지 간주가 특이했어… 와..와..
└ㅠㅠㅠ아아아아 너무 재밌어 내 앨범 언제와 빨리 봐야하는데ㅠㅠ
다른 타이틀과 대칭으로 엮었기 때문이다.
낮의 청량함과 신비함이 밤의 과격함과 화려함으로 변하는 것은 꽤 쏠쏠한 재미였다.
그리고 테스타는 이 선공개한 타이틀을 아예 버림패로 쓸 생각은 없었다.
이틀 연속으로 진행되는 ToneA의 두 번째 날에는, ‘Wheel(낮)’의 무대도 한 것이다.
[휠을 돌려줘
다시 날아가도록]
놀이공원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대형 무대 장치에서 카메라 워크를 극한까지 이용한 아름답고 청량한 퍼포먼스였다.
본래라면 그럭저럭 좋았을 이 무대의 반응은, 먼저 공개된 ‘Drill(밤)’ 무대와의 대비로 인해 이목을 끌기까지 했다.
게다가 테스타의 평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테스타 진짜 스펙트럼 넓다 팬질 재밌을 듯
-와 원래 타이틀이 두 개면 느낌 다르게 하는 게 맞긴한뎈ㅋㅋ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다르니까 신기해
-역시 가수는 본업을 잘해야..
-오 음원 줄세우기 했네 자정 기습공개로 이러기도 힘든데..ㅊㅋㅊㅋ
음원 1등 외의 모든 화제성을 챙겨오는 테스타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다만, 이 일을 진두 기획한 장본인은 다소 아쉬운 뒷맛에 혀를 치고 있었다.
* * *
‘미션 클리어가 안 뜨는군.’
나는 여전히 카운트다운이 돌아가는 미션창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이번 ToneA에서 대상을 한 번 받았다. 올해의 아티스트상 말이다.
‘대상에 세 개 부문이라 가능했지.’
앨범은 VTIC이, 노래는 영린이 챙겨가는 가운데 우리도 하나 챙긴 것이다.
그나마도 VTIC 팬들은 회사 문제로 ‘뺏겼다’고 여기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신인상 수상 때와 비슷한 이치다.
‘대중이 대상감이라고 인정해야 하는군.’
한마디로 현 VTIC급의 원탑이어야 했다. 아직까지는 테스타가 도전자의 포지션이었다.
아직까지는.
‘올해는 치고받는 데까지는 가야지.’
어쩌면 이번 앨범으로 가능할지도 몰랐다.
팬들이 벼르고 있었는지 앨범 판매량이 엄청났다. 예약 판매만으로 이미 70만 장. ‘부름’ 때보다도 늘었다.
…앨범을 4종으로 한 뒤 예약 한정으로 스페셜 에디션까지 팔아치운 상술도 한몫했겠지만.
그래도 구성이 괜찮았으니 상도덕에 어긋나진 않을 것이다. 포토북에 블루레이 특전에 인형탈 모양에서 따온 키링까지 넣었으니까.
‘음원차트도 순조로워.’
무대를 활용한 어그로 전법이 제대로 먹혔는지, 선공개한 ‘Wheel’도 음원차트에서 역주행 중이었다.
이것도 영린을 넘지는 못했다만, 중요한 건 인식이다.
‘대세 같잖아.’
이번 앨범의 곡이 유명해질수록 1위를 했을 때의 반발이 작아진다.
영린보다 음원 점수가 부족해도 ‘그럴 만하니까’ 1위를 했다는 평판이 필요한 시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결과다.
벌써 비슷한 말이 나오고 있다.
-테스타 진작 드릴부터 공개하지 내가 다 아깝네
-음원도 공지 더 하고 공개했으면 줄세우기 더 높은 순위로 했을 듯.. 아쉽
-내 생각엔 홍보전략 실패임 드릴부터 밀고 후속으로 휠 깠으면 음원도 이겼다니까
└222이거다
전략의 성공이, 도리어 전략의 실패로 테스타가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대중 여론으로 더 빛나고 있다.
‘좋아.’
순조롭게 음방에서 1위 후 반발 여론을 잡을 수 있겠다. 나는 이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만족 안 해도 뭘 더 손 쓸 시간이 없기도 했고.
“형의 탈이 정말 귀여워요!”
“어, 너도.”
“저의 탈은 호랑이라 멋있어요!”
아니, 그건 줄무늬 고양이다. 나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는 차유진을 대충 넘기고, 대형을 잡았다.
이렇게 스케줄 사이 자투리 시간에도 막간을 이용해 안무 영상 등을 찍고, 아니면 연습이나 대본을 숙지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다 보셨나~?”
“그래. 반응은 좋아.”
나는 폰을 구석으로 치우며 긍정했다.
“혹시 곡도 다들 만족스러워하십니까? 두 타이틀곡 간에 유사점은 얼마나 발견하셨을지 궁금하군요!”
“잘 발견하시더라. 벌써 분석 글 올라온다.”
“…! 그렇습니까!”
“래빈이 좋겠네~”
나는 좋은 소식에 기분 좋게 염색모를 정리하며 탈을 쓰기 시작하는 큰세진과 김래빈을 보았다.
정확히는 둘의 색 옅은 머리를.
‘저건… 물이 덜 빠지겠군.’
다들 모근이 튼튼한지 아직 모발 상태가 괜찮았으나, 제일 중요한 건 땀을 염색한 색으로 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곱 명이 다 그러니 뭘 할 때마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 활동이 끝나기 전에 인형탈 안까지 염색될 것 같다.
‘관리하느라 다들 고생 좀 하겠어.’
한동안 욕실이 개판일 것 같았다. 그래도 의미 있는 도전이었으니, 다들 만족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그거면 됐지 않나. 한두 달만 참으면 될 일이다.
내 머리는… 음, 좀 정전기가 잘 일어나게 되긴 했다만.
[Hi]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나오는 곡에 맞추어 깔끔하게 안무를 수행했다.
그렇게 바쁘고 일 많은 시절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을 때, 새 스케줄 계획도 나왔다.
“오~ 봄 투어!”
“콘서트 드디어 하는구나.”
“기, 기대돼요…!”
바로 이번 연도 콘서트 투어다.
거기까진 이해했다. 작년도 취소했는데 슬슬 할 때가 됐지.
다만 규모가 문제였다.
“…돔 투어요.”
“예!”
일본에서는 3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공연장, 돔 투어가 잡혔다.
농담인 줄 알았다.
‘우리 체급에 아레나가 딱일 텐데?’
하지만 아니었다.
“도쿄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오사카로 6회….”
“오….”
이 새끼들 진짜 공연장을 잡아놨다.
…알아보니, 작년 4분기 재무제표를 보며 회사 윗분들이 손톱을 물어뜯은 모양이다.
투어 취소에 비활동기로 수익이 홀쭉해진 것이다.
그래서 본부장은 결단을 하나 내렸는데… 내년 테스타의 공연 수요를 과대하게 잡고 공연장을 잡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본 돔 투어였다.
‘음, 이거 안 될 텐데.’
우리가 돔 투어를 할 체급이 아니지 않나?
그러나….
“어, 매진인데요??”
“…??”
놀랍게도 됐다.
이번 앨범이 일본에서도 반응이 좋았는지, 거짓말처럼 본부장의 작년도 무리수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건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뭐야.’
시초는 차유진이 낸 홍보 의견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2화
처음 테스타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이 예상하던 무대 스타일은 이랬다.
-무용스타일 간질간질한 거?
-청량 스윗일 듯 청바지 흰티나 교복ㅠㅠ
-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 피크닉 때 그 느낌
그리고 지금 펼쳐지는 무대는 정확히… 그 반대였다.
검은 무대 위, 형광색 LED 조명과 흰 스포트라이트에 검은 의상이 번뜩였다.
도입부, 센터로 들어오는 멤버마다 쓰고 있던 인형탈을 거칠게 무대 한편으로 집어 던지며 잘난 얼굴을 드러냈다.
휙.
인형탈에 달린 눈알의 윤기가 움직이는 스포트라이트에 번들거렸다.
오늘을 밟아 더 빨리
뛰어 hurry up
불사르는 거인
불사의 밤]
품에 딱 맞는 라이더 재킷과 가죽 바지를 입은 일곱 명은 어두운 무대를 가로지르며 미끄러지듯 짜릿한 안무를 엮었다.
동작과 부딪힘 사이로 배경의 LED 야광 도료가 비산할 때마다 위압감 넘치는 워커 부츠가 박자를 가른다.
심지어 벗은 인형탈을 안무처럼 워커로 차버리는 멤버도 있었다. 이세진의 파트였다.
힘과 여유가 못된 느낌을 주었다.
첫 타자였던 박문대뿐만이 아니라, 멤버들이 탈을 벗을 때마다 그 속에서 화려한 색상이 튀어나왔다.
검은 의상과 대비되는 강렬한 색상이었다.
피스톤 마디마디
터져 달구는 엔진]
곡은 극저음, 혹은 고음 멜로디와 랩이라는 극단적인 요소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훅과 구성이 좋아서 첫 귀에도 잘 붙었다.
하늘을 갈라
이건 밤을 넘는 곡예]
그리고 프리코러스의 드롭 직전까지 고조되던, 몰아치는 질주감은 늘어지는 감탄사와 함께 얼굴이 바뀐다.
잦아드는 반주와 목소리 다음, 짧은 정적을 깨는 것은… 휘파람이다.
그리고 모두가 한 사람처럼 움직이는 후렴의 아이코닉한 안무.
곡에 잘 달라붙는 리프 멜로디가 중독성과 리듬감을 살린다.
휘파람 같은 소리와 잔박까지 다 쪼개어 쓰는, 장난기 어린 마임 같은 안무가 잘 어우러졌다.
센터에서 홀로 검은 머리인 차유진이 씩 웃었다.
평소 염색 요원이던 멤버 홀로 새카만 흑발이라는 점이 도리어 눈에 띄었다.
게다가 눈에는 형형한 주홍빛 컬러렌즈를 끼워뒀다.
그냥 뛰어
들어간다 Come in]
단단한 부츠가 매끄러운 바닥을 긁으며 내는 소리가 마이크에까지 들어갔다.
휘파람 멜로디는 빠르고 쾌활했으나, 단조의 음을 써서 어딘지 불안하고 악동스럽게 느껴졌다.
그냥 깨어
들어간다 Come in]
비명 같은 사이렌은 멜로디를 타고 비트가 되었다.
Warning Warning Emergency]
마치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멤버들의 팔과 다리를 타 넘고 절묘한 포징을 한 뒤 떨어지는 안무는 강렬했다.
호불호가 갈릴 것 없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용 퍼포먼스 수준이었다.
폭주하듯이 달려 도착한 엔딩.
어느새 새 인형탈을 가지고 나온 댄서들은 마지막 댄스 브레이크의 센터인 선아현에게 인형탈을 퍼포먼스처럼 씌웠다.
그리고 그사이, 똑같이 인형탈을 쓴 멤버들이 엔딩의 대형을 갖춘다.
인형탈을 쓴 목을 목각인형처럼 삐딱하게 꺾는, 강렬하면서도 익살맞은 구석이 있는 동작이었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브레이크가 걸린 바이크 같은 소리가 음을 타고 무대에 감돌았다.
조명이 뚝 꺼진다.
그렇게 무대가 끝났다.
그러나 관람객의 반응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 *
-와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스타! 테스타1 테스타! 테스타!
-ㅋㅋㅋㅋㅋㅋ미쳤네
현장의 관객석부터 인터넷의 실시간 중계글들까지, 온갖 곳에서 비명과 감탄, 헛웃음이 넘나들었다.
무대엔 아무런 고상한 해석이나 의미도 없었다.
WOW 포인트를 향한 노림수만 가득한 미친 퍼포먼스와 곡에 사람들은 흥분했다.
그러라고 만든 활동곡이었으니까.
-너무 좋아 ㅅㅂ역시 테스타는 무대 보는 맛이짘ㅋㅋㅋㅋ
-이집 반전 잘하네
-박문대 랩 뭐야 아니 다들 머리색 뭐임 개좋앜ㅋㅋㅋ
-인형탈 벗을 때 약간 소름 돋음 좀 쪽팔린데 지리더라ㅋ
강렬하고 재밌는 퍼포먼스, 약간의 매니악한 요소까지 개성으로 소화할 대중성, 팬들이 좋아하는 의외성, 세 가지 덕목을 두루 갖춘 무대였다.
좀 진정한 팬들은 신나게 무대를 뜯어보며 밤까지 새 활동의 맛을 즐겼다.
영린과의 동발로 한차례 식었던 팬덤의 분위기는 뜨겁게 다시 달아올랐다.
이렇게 기분 좋고 적절한 반전이 없었으니까!
-머리색 정리해 봄
00:26 박문대 핑크 / 00:38 이세진 애쉬블론드/ 00:51 김래빈 은발 / 01:02 선아현 연보라….
-배세진 파란 머리 넘 좋아 인간여름쿨 개찰떡ㅠㅠ
-청우 염색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무슨 북부대공이 따로 없음 회색 완전 대존잘 늑대탈 박제하자 매 버려 늑대로 간다
-선공개 곡이랑 반주 비교해봤는데 겹치는 곳 꽤 있다 가사도 그렇고 뭔가 더 연관점 있는 듯?
-빨리 음원 내놔 물 들어올 때 노 안 젓냐고 회사야
그리고 그 즐거운 시간이 다 끝나기도 전. 테스타는 그날 자정에 즉시 새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헐
-아니 이게 무슨 일이얔ㅋㅋ
-벌써요??
-미친 음원도 다 풀었넼ㅋㅋㅋㅋ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드디어 하는 거임?
무대로 터진 화제성은 뮤직비디오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렇게 버즈량이 다시 한번 폭발했다.
뮤직비디오는 시원하게 영상미와 군무의 매력만을 극히 순도 높게 뽑아냈다.
폭죽과 야광으로 번뜩이는 야간 개장 놀이공원 안, 직원들의 과장된 코스튬을 입은 멤버들은 사격과 곡예 안무를 계속했다.
인형탈을 쓴 채, 사이렌이 울리는 와일드한 모토사이클을 타고 요정의 광장 속을 달리기도 했다.
-환상 놀이공원 낮 / 밤 컨셉이네
-그렇지 역시 아이돌 뮤직비디오는 군무 보는 맛이지
끼가 출중한 멤버들이 하는 덕에 머쓱하지 않고 그저 매력적인 박력이 넘쳤다. 약간 오싹하고 희한해서 재밌고, 무엇보다 눈이 즐거운 그림이었다.
당연히 직접적으로 세계관 요소로 보이는 것은 없었으나 아예 동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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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이랑 휠이랑 뮤직비디오 시간대별로 장면 다 연결됨
(링크) 여기 회전목마 앞, 관람차 앞, 거울 앞 다 같은 구도임
더 찾으면 더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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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름
-이걸 이렇게 연결하다니
-미친미친 이글 보고 혹시했는데 드릴 간주 역재생하면 휠 후렴 멜로디 나옴 (파일)
└대박
└어쩐지 간주가 특이했어… 와..와..
└ㅠㅠㅠ아아아아 너무 재밌어 내 앨범 언제와 빨리 봐야하는데ㅠㅠ
다른 타이틀과 대칭으로 엮었기 때문이다.
낮의 청량함과 신비함이 밤의 과격함과 화려함으로 변하는 것은 꽤 쏠쏠한 재미였다.
그리고 테스타는 이 선공개한 타이틀을 아예 버림패로 쓸 생각은 없었다.
이틀 연속으로 진행되는 ToneA의 두 번째 날에는, ‘Wheel(낮)’의 무대도 한 것이다.
다시 날아가도록]
놀이공원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대형 무대 장치에서 카메라 워크를 극한까지 이용한 아름답고 청량한 퍼포먼스였다.
본래라면 그럭저럭 좋았을 이 무대의 반응은, 먼저 공개된 ‘Drill(밤)’ 무대와의 대비로 인해 이목을 끌기까지 했다.
게다가 테스타의 평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테스타 진짜 스펙트럼 넓다 팬질 재밌을 듯
-와 원래 타이틀이 두 개면 느낌 다르게 하는 게 맞긴한뎈ㅋㅋ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다르니까 신기해
-역시 가수는 본업을 잘해야..
-오 음원 줄세우기 했네 자정 기습공개로 이러기도 힘든데..ㅊㅋㅊㅋ
음원 1등 외의 모든 화제성을 챙겨오는 테스타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다만, 이 일을 진두 기획한 장본인은 다소 아쉬운 뒷맛에 혀를 치고 있었다.
* * *
‘미션 클리어가 안 뜨는군.’
나는 여전히 카운트다운이 돌아가는 미션창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이번 ToneA에서 대상을 한 번 받았다. 올해의 아티스트상 말이다.
‘대상에 세 개 부문이라 가능했지.’
앨범은 VTIC이, 노래는 영린이 챙겨가는 가운데 우리도 하나 챙긴 것이다.
그나마도 VTIC 팬들은 회사 문제로 ‘뺏겼다’고 여기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신인상 수상 때와 비슷한 이치다.
‘대중이 대상감이라고 인정해야 하는군.’
한마디로 현 VTIC급의 원탑이어야 했다. 아직까지는 테스타가 도전자의 포지션이었다.
아직까지는.
‘올해는 치고받는 데까지는 가야지.’
어쩌면 이번 앨범으로 가능할지도 몰랐다.
팬들이 벼르고 있었는지 앨범 판매량이 엄청났다. 예약 판매만으로 이미 70만 장. ‘부름’ 때보다도 늘었다.
…앨범을 4종으로 한 뒤 예약 한정으로 스페셜 에디션까지 팔아치운 상술도 한몫했겠지만.
그래도 구성이 괜찮았으니 상도덕에 어긋나진 않을 것이다. 포토북에 블루레이 특전에 인형탈 모양에서 따온 키링까지 넣었으니까.
‘음원차트도 순조로워.’
무대를 활용한 어그로 전법이 제대로 먹혔는지, 선공개한 ‘Wheel’도 음원차트에서 역주행 중이었다.
이것도 영린을 넘지는 못했다만, 중요한 건 인식이다.
‘대세 같잖아.’
이번 앨범의 곡이 유명해질수록 1위를 했을 때의 반발이 작아진다.
영린보다 음원 점수가 부족해도 ‘그럴 만하니까’ 1위를 했다는 평판이 필요한 시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결과다.
벌써 비슷한 말이 나오고 있다.
-테스타 진작 드릴부터 공개하지 내가 다 아깝네
-음원도 공지 더 하고 공개했으면 줄세우기 더 높은 순위로 했을 듯.. 아쉽
-내 생각엔 홍보전략 실패임 드릴부터 밀고 후속으로 휠 깠으면 음원도 이겼다니까
└222이거다
전략의 성공이, 도리어 전략의 실패로 테스타가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대중 여론으로 더 빛나고 있다.
‘좋아.’
순조롭게 음방에서 1위 후 반발 여론을 잡을 수 있겠다. 나는 이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만족 안 해도 뭘 더 손 쓸 시간이 없기도 했고.
“형의 탈이 정말 귀여워요!”
“어, 너도.”
“저의 탈은 호랑이라 멋있어요!”
아니, 그건 줄무늬 고양이다. 나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는 차유진을 대충 넘기고, 대형을 잡았다.
이렇게 스케줄 사이 자투리 시간에도 막간을 이용해 안무 영상 등을 찍고, 아니면 연습이나 대본을 숙지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다 보셨나~?”
“그래. 반응은 좋아.”
나는 폰을 구석으로 치우며 긍정했다.
“혹시 곡도 다들 만족스러워하십니까? 두 타이틀곡 간에 유사점은 얼마나 발견하셨을지 궁금하군요!”
“잘 발견하시더라. 벌써 분석 글 올라온다.”
“…! 그렇습니까!”
“래빈이 좋겠네~”
나는 좋은 소식에 기분 좋게 염색모를 정리하며 탈을 쓰기 시작하는 큰세진과 김래빈을 보았다.
정확히는 둘의 색 옅은 머리를.
‘저건… 물이 덜 빠지겠군.’
다들 모근이 튼튼한지 아직 모발 상태가 괜찮았으나, 제일 중요한 건 땀을 염색한 색으로 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곱 명이 다 그러니 뭘 할 때마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 활동이 끝나기 전에 인형탈 안까지 염색될 것 같다.
‘관리하느라 다들 고생 좀 하겠어.’
한동안 욕실이 개판일 것 같았다. 그래도 의미 있는 도전이었으니, 다들 만족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그거면 됐지 않나. 한두 달만 참으면 될 일이다.
내 머리는… 음, 좀 정전기가 잘 일어나게 되긴 했다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나오는 곡에 맞추어 깔끔하게 안무를 수행했다.
그렇게 바쁘고 일 많은 시절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을 때, 새 스케줄 계획도 나왔다.
“오~ 봄 투어!”
“콘서트 드디어 하는구나.”
“기, 기대돼요…!”
바로 이번 연도 콘서트 투어다.
거기까진 이해했다. 작년도 취소했는데 슬슬 할 때가 됐지.
다만 규모가 문제였다.
“…돔 투어요.”
“예!”
일본에서는 3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공연장, 돔 투어가 잡혔다.
농담인 줄 알았다.
‘우리 체급에 아레나가 딱일 텐데?’
하지만 아니었다.
“도쿄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오사카로 6회….”
“오….”
이 새끼들 진짜 공연장을 잡아놨다.
…알아보니, 작년 4분기 재무제표를 보며 회사 윗분들이 손톱을 물어뜯은 모양이다.
투어 취소에 비활동기로 수익이 홀쭉해진 것이다.
그래서 본부장은 결단을 하나 내렸는데… 내년 테스타의 공연 수요를 과대하게 잡고 공연장을 잡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본 돔 투어였다.
‘음, 이거 안 될 텐데.’
우리가 돔 투어를 할 체급이 아니지 않나?
그러나….
“어, 매진인데요??”
“…??”
놀랍게도 됐다.
이번 앨범이 일본에서도 반응이 좋았는지, 거짓말처럼 본부장의 작년도 무리수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 건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었다.
‘이게 뭐야.’
시초는 차유진이 낸 홍보 의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