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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6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화
[이번 참가자는 뛰어난 춤 실력으로 주목을 받은 참가자입니다.]
‘문대 7위도 아니다!’
그녀는 두 손을 불끈 쥐고 속으로 오만가지 비명을 질렀다.
그동안 투표… 아니, 주식을 매수해달라며 SNS에 끈질기게 영상과 글을 올렸던 보람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리고, 6위까지 지나, 5위.
[이 참가자… 톡톡 튀는 발상과 독특한 재능으로 주목받았었죠?]
마침내 MC가 박문대를 호명했다.
[5위, 박문대 참가자입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박문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미친미친, 이런 미친…….’
그녀는 넘치는 괴성을 참지 못하고 SNS에 글을 써 내렸다.
========================
[미친 문대 5위 아 문대야ㅠㅠ 진짜 너 잘될 줄 알았어 우리 문대 천재니까ㅠㅠㅠ 아이돌 해줘서 고마워 진짜ㅠㅠ]
========================
그리고 등록하지 않고 삭제했다.
이미 네임드 계정이 된 그녀의 SNS들이 괜한 트집 요소로 사용되면 안 된다는 실낱같은 이성이 등록을 막아준 것이다.
단상으로 올라간 박문대는 금갈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도록 꾸벅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인 뒤, 말을 시작했다.
[과분한 등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수해 주신 주주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정석적인 소감문이었으나, 단어 선택 때문인지 아이돌보다는 기업박람회가 생각났다.
SNS에서도 ‘문댕댕 사장님이세요?ㅋㅋ’같은 말이 난무할 무렵, MC가 미리 준비된 질문을 던졌다.
[닭발 PR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혹시 데뷔하게 된다면 어떤 먹방을 또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음… 스팀초벌대창?]
범상치 않은 정확한 제품명에 MC가 빵 터졌다.
[이유가 있나요?]
[시식했던 것 중에 닭발 다음으로 제일 맛있었습니다.]
박문대의 차분한 답변에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나왔다.
MC는 그것을 유머러스하게 포장해줬다.
[아, 이번에도 PPL 관련 상품! 아이돌 주식회사를 많이 생각해 주는 참가자입니다~ 이렇게 5위! 박문대 참가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문대는 그냥 희미하게 웃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자신의 등수에 맞는 자리로 올라갔다.
적당히 센스 있고, 괜한 논란의 여지를 주지 않는 소감 편집이었다.
시청 중이던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박문대의 태도에 대하여 이상한 여지를 주는 식의 편집이 은근히 끼어 있어서 걱정했던 것이다.
‘다른 참가자를 물었나 보네.’
아니나 다를까, 4위로 발표된 김래빈은 껄끄러운 편집을 받았다.
7위인 참가자와 팀전에서의 갈등이 부각됐었는데, 그것의 여파인 것 같았다.
어쨌든 그녀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나머지 발표를 시청했다.
사실, 막말로 누가 되든 상관이 없었다.
‘기왕이면 선아현이 선방했으면 좋겠다는 정도? 아, 그리고 차유진은 좀 망했으면 좋겠다.’
SNS 등지에서 차유진의 악성 팬들이 어찌나 문대를 멸칭으로 부르며 개소리들을 올려대는지, 열 받아서 고소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는 보통 소속사를 나와서 출연하는 참가자를 선호하는 터라, 소속사의 고소로 여론을 잠재우는 것이 전통적으로 힘든 구조였다.
‘심지어 문대는 일반인 출신이잖아…….’
혹시라도 검색하다가 상처받지 않았을지 걱정일 뿐이었다.
‘데뷔만 하면 소속사로 PDF를 있는 대로 따 보내야지.’
그녀는 굳은 결심을 하며, 관성적으로 방송을 봤다.
선아현은 3위였다.
“가, 가… 감사합니다. 흐윽,”
선아현은 펑펑 울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감동적인 BGM과 함께 눈시울을 붉히는 악토버 31의 몇몇 팀원들의 리액션 컷이 함께 잡혔다.
“하, 할 수 있, 있을 거라고… 새, 생각 못 했는데. 다, 다… 팀원들 덕분에, 덕분입니다. 그, 그리고 투, 투표…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 합니다.”
MC가 ‘투표가 아니라 주식!’이라고 입 모양으로 벙긋댔다.
하지만 정신이 없어서 보지 못하는 선아현의 교차편집이 감동 속에서 소소한 웃음을 챙겼다.
선아현은 훌쩍거리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고, 그 과정에서 박문대를 포함한 악토버 31 팀원들의 훈훈한 상호작용이 잠시 조명되었다.
인터넷 상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제작진들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후 1, 2위는 모두의 예상대로 차유진과 류청우가 후보에 올라, 경합 끝에 차유진이 1위로 발표되는 것으로 끝났다.
“정말 좋아요!”
‘차라리 류청우가 나았겠어!’
신나서는 해맑게 수상소감을 하는 차유진이 은근히 얄밉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플을 달 만큼 바보는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냥 박문대의 5위에 기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참가자가 49위로 발표되며 순위 발표식은 싱겁게 끝났다.
잠시 악토버 31들이 모여 선아현을 놀리며 웃는 훈훈한 장면을 마지막으로 박문대의 분량도 끝이었다.
‘아쉽다.’
그녀와 같은 팬의 입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했다. 좀 더 많이 보고 싶었다.
다음에는 부디 출근길을 찍으러 갈 수 있기를 바라며, 그녀는 박문대의 선방을 염원했다.
아마 저 순위 발표식이 끝난 이후로 쭉 다음 팀전을 위한 촬영이 이어졌을 것이다.
‘큰세진이나 선아현, 둘 중 하나 정도는 또 같은 팀이지 않을까?’
그녀는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며, 마음 깊이 바랐다.
‘누구든, 문대가 마음 편하게 멋진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 * *
골 깨질 것 같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
“아! 박문대 참가자를 지목했습니다!”
MC의 신난 목소리와 참가자들의 놀란 감탄사가 사방에서 울렸다.
“헐!”
“문대 형?”
77명에서 49명으로 줄었는데도 여전히 귀 따가운 크기였다.
놀랐냐? 나도 놀랐다.
저놈이 왜 날 지목했지?
“이렇게 박문대 참가자는… 김래빈 참가자의 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순위발표식 다음에 곧바로 2차 팀전 촬영을 진행하는 것까지는 나도 예상한 일과였다.
-이번 팀은… 제비뽑기로 정해집니다!
-제가 뽑은 7명의 참가자가 리더가 되어, 퀴즈를 맞춰서 팀원을 뽑아가는 겁니다!
이런 룰도 한 번쯤은 나올 줄 알았다.
근데 얘가 날 뽑을 줄은 몰랐네.
김래빈.
차유진과 같은 기획사 출신의 참가자로, 현재 4위. 내가 알기로는 최종 2위까지 간다.
참고로 나랑은 인사도 해본 적 없다.
“그럼 박문대 참가자,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
나는 터벅터벅 걸어서 김래빈의 옆에 섰다.
‘다짜고짜 왜 뽑았냐고 물어볼 순 없지.’
그랬다간 무슨 편집이 들어갈지 모른다. 일단은 거래처 직원을 만난 것처럼 서로 고개나 꾸벅거리자.
“잘 부탁합니다.”
“예.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살벌한 인상답지 않게 고개 인사는 잘한다.
‘불순한 의도는 아니었나 보군. ’
요즘 10대가 선호할 것 같은 잘생긴 양아치상에 삼백안이라 편견이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럼 정말로 박문대가 쓸 만해 보여서 골랐다는 건가.’
김래빈은 랩을 하는 참가자였으니 파트상 메인보컬 포지션을 견제하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긴 했다.
애초에 나도 낮은 순위 참가자가 날 골랐다면, 그냥 메인보컬 뽑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 김래빈의 전 팀에 원래 메인보컬 포지션으로 데뷔할 참가자가 있었다.
근데 굳이 걸렀다?
‘아, 지난번 팀원이 불편하다 이거군.’
생각해 보니, 거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김래빈의 전 팀이 바로 개인 1위 보상 때문에 분위기가 박살 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음. 지난 방송분이 생각나는군.
-일부러 이런 파트 준 거 아니야?
-아닙니다. 모두가 가장 알맞게 소화하여 무대에서 최대치를 보여줄 수 있도록…….
-그러니까 내가 이거밖에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네.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개인전 보상이 발표된 후엔 아예 멱살까지 잡은 놈이 나왔다고 들었다.
‘그 살벌함은 방송에서도 아주 잘 살렸지.’
덕분에 방송 편집본에서 좋은 의미로 살아남은 건 차유진뿐이었다.
그 팀 메인보컬은 특별히 분량은 없었다만, 찝찝하니 서로 손절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다.
그리고 남은 보컬 중에 가장 검증된 박문대를 골랐다면 말 되지.
‘그래도 첫 번째로 고른 건 좀 이상하긴 한데.’
당장 신경 쓸 사항은 아니니 넘기자.
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상황을 파악했다.
“다음 퀴즈입니다~ ‘박’으로 시작하는 단어 다섯 개!”
“박물관, 박수, 박쥐, 박혁거세, 박고지.”
김래빈은 곧바로 손을 들더니 빠르게 정답을 맞혔다. 기세가 비장했다.
“와우! 김래빈 참가자, 연속 정답입니다!”
“아아아!”
“이거 랩하는 사람한테 너무 유리한 거 아니에요?”
방송생태를 파악한 참가자들의 풍성한 리액션과 함께, 김래빈은 곧바로 다음 참가자를 지목했다.
“차유진… 참가자 지목하겠습니다.”
전 팀이었어도 그 와중에 1위는 챙겨가는군.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의외로 현명했다.
지난 팀전 양상만 보면 이세진보다도 사회성 말아먹은 것처럼 보였는데, 역시 소문과 편집의 힘이었나.
다만 이대로 팀원이 구성되면 나한테 어떤 영향이 올지 모르겠다.
‘1차랑 너무 달라질 것 같은데.’
“잘 뽑았다!”
“응.”
지목당하자마자 얼른 달려온 차유진이 김래빈에게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 이어서 나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같이하네요!”
“네… 그렇네요.”
“무대 잘하니까요!”
“예. 잘 부탁해요.”
이거 언제까지 이렇게 대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색하군.
웃긴 건 나만 어색한 것 같다는 점이다. 차유진은 자기 혼자만 무슨 맥락을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다.
벌써 앞으로의 의사소통이 대충 예상 가는걸.
그 와중에도 김래빈은 거침없이 팀원을 뽑고 있었다. 타율이 제법이라 빠르게 팀원이 채워졌다.
“류청우 참가자.”
“민정훈 참가자.”
그리고 나는 슬슬 찝찝해졌다.
라인업이 과하게 좋았다. 여기서 ‘좋다’는 의미가 뭐냐면, 등수가 높았다는 뜻이다.
모든 팀원이 15위 안이었다. 무슨 편집이 나올지 후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벌써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러면 천상계 수준으로 잘하지 않고서야 답이 없는데?’
심지어 나만 그림이 좀 이상해졌다.
같이할 참가자를 뽑는 최초 7명 중에 최원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아현 형!”
“큰세진, 아, 이세진 형!”
최원길은 선아현부터 시작해서, 1차 팀전에서 같은 팀이었던 팀원들을 거의 복원해 놨다.
물론 나는 제외였다. 김래빈이 먼저 뽑아갔으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음, 그 여지가 있어도 안 뽑았을 것 같긴 하군.’
하지만 김래빈이 먼저 뽑아간 악토버 31 출신은 한 명 더 있었다.
“이세진, 아역배우 출신 이세진A 참가자! 김래빈 참가자의 팀에 합류합니다~”
이세진은 그다지 좋지 못한 안색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1차에서 큰세진과 골드 1, 2의 미친 사회생활 덕분에 터지지 않았던 불발탄이 김래빈의 팀에 합류했다는 뜻이다.
“…….”
이세진은 또 왜 뽑았을까.
설마 남은 사람 중에 가장 등수가 높아서 뽑은 건가.
아직 선택 못 받고 남은 인원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니, 마침 최원길의 팀이 보였다.
“문대~”
눈이 마주치자 큰세진과 골드 1, 2가 무슨 콩트라도 하는 것처럼 슬픈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당황한 표정의 선아현은 안절부절못하며 손을 흔들었다.
“…….”
이… 줄을 잘못 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은 대체 뭘까.
등골이 싸했다. 아무래도 초자연적인 도움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상태창.’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6화

‘문대 7위도 아니다!’

그녀는 두 손을 불끈 쥐고 속으로 오만가지 비명을 질렀다.

그동안 투표… 아니, 주식을 매수해달라며 SNS에 끈질기게 영상과 글을 올렸던 보람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리고, 6위까지 지나, 5위.

마침내 MC가 박문대를 호명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박문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미친미친, 이런 미친…….’

그녀는 넘치는 괴성을 참지 못하고 SNS에 글을 써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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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등록하지 않고 삭제했다.

이미 네임드 계정이 된 그녀의 SNS들이 괜한 트집 요소로 사용되면 안 된다는 실낱같은 이성이 등록을 막아준 것이다.

단상으로 올라간 박문대는 금갈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도록 꾸벅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인 뒤,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정석적인 소감문이었으나, 단어 선택 때문인지 아이돌보다는 기업박람회가 생각났다.

SNS에서도 ‘문댕댕 사장님이세요?ㅋㅋ’같은 말이 난무할 무렵, MC가 미리 준비된 질문을 던졌다.

범상치 않은 정확한 제품명에 MC가 빵 터졌다.

박문대의 차분한 답변에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나왔다.

MC는 그것을 유머러스하게 포장해줬다.

박문대는 그냥 희미하게 웃고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자신의 등수에 맞는 자리로 올라갔다.

적당히 센스 있고, 괜한 논란의 여지를 주지 않는 소감 편집이었다.

시청 중이던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박문대의 태도에 대하여 이상한 여지를 주는 식의 편집이 은근히 끼어 있어서 걱정했던 것이다.

‘다른 참가자를 물었나 보네.’

아니나 다를까, 4위로 발표된 김래빈은 껄끄러운 편집을 받았다.

7위인 참가자와 팀전에서의 갈등이 부각됐었는데, 그것의 여파인 것 같았다.

어쨌든 그녀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나머지 발표를 시청했다.

사실, 막말로 누가 되든 상관이 없었다.

‘기왕이면 선아현이 선방했으면 좋겠다는 정도? 아, 그리고 차유진은 좀 망했으면 좋겠다.’

SNS 등지에서 차유진의 악성 팬들이 어찌나 문대를 멸칭으로 부르며 개소리들을 올려대는지, 열 받아서 고소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는 보통 소속사를 나와서 출연하는 참가자를 선호하는 터라, 소속사의 고소로 여론을 잠재우는 것이 전통적으로 힘든 구조였다.

‘심지어 문대는 일반인 출신이잖아…….’

혹시라도 검색하다가 상처받지 않았을지 걱정일 뿐이었다.

‘데뷔만 하면 소속사로 PDF를 있는 대로 따 보내야지.’

그녀는 굳은 결심을 하며, 관성적으로 방송을 봤다.

선아현은 3위였다.

“가, 가… 감사합니다. 흐윽,”

선아현은 펑펑 울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감동적인 BGM과 함께 눈시울을 붉히는 악토버 31의 몇몇 팀원들의 리액션 컷이 함께 잡혔다.

“하, 할 수 있, 있을 거라고… 새, 생각 못 했는데. 다, 다… 팀원들 덕분에, 덕분입니다. 그, 그리고 투, 투표…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 합니다.”

MC가 ‘투표가 아니라 주식!’이라고 입 모양으로 벙긋댔다.

하지만 정신이 없어서 보지 못하는 선아현의 교차편집이 감동 속에서 소소한 웃음을 챙겼다.

선아현은 훌쩍거리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고, 그 과정에서 박문대를 포함한 악토버 31 팀원들의 훈훈한 상호작용이 잠시 조명되었다.

인터넷 상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제작진들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후 1, 2위는 모두의 예상대로 차유진과 류청우가 후보에 올라, 경합 끝에 차유진이 1위로 발표되는 것으로 끝났다.

“정말 좋아요!”

‘차라리 류청우가 나았겠어!’

신나서는 해맑게 수상소감을 하는 차유진이 은근히 얄밉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플을 달 만큼 바보는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냥 박문대의 5위에 기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참가자가 49위로 발표되며 순위 발표식은 싱겁게 끝났다.

잠시 악토버 31들이 모여 선아현을 놀리며 웃는 훈훈한 장면을 마지막으로 박문대의 분량도 끝이었다.

‘아쉽다.’

그녀와 같은 팬의 입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했다. 좀 더 많이 보고 싶었다.

다음에는 부디 출근길을 찍으러 갈 수 있기를 바라며, 그녀는 박문대의 선방을 염원했다.

아마 저 순위 발표식이 끝난 이후로 쭉 다음 팀전을 위한 촬영이 이어졌을 것이다.

‘큰세진이나 선아현, 둘 중 하나 정도는 또 같은 팀이지 않을까?’

그녀는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며, 마음 깊이 바랐다.

‘누구든, 문대가 마음 편하게 멋진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 * *

골 깨질 것 같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

“아! 박문대 참가자를 지목했습니다!”

MC의 신난 목소리와 참가자들의 놀란 감탄사가 사방에서 울렸다.

“헐!”

“문대 형?”

77명에서 49명으로 줄었는데도 여전히 귀 따가운 크기였다.

놀랐냐? 나도 놀랐다.

저놈이 왜 날 지목했지?

“이렇게 박문대 참가자는… 김래빈 참가자의 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순위발표식 다음에 곧바로 2차 팀전 촬영을 진행하는 것까지는 나도 예상한 일과였다.

-이번 팀은… 제비뽑기로 정해집니다!

-제가 뽑은 7명의 참가자가 리더가 되어, 퀴즈를 맞춰서 팀원을 뽑아가는 겁니다!

이런 룰도 한 번쯤은 나올 줄 알았다.

근데 얘가 날 뽑을 줄은 몰랐네.

김래빈.

차유진과 같은 기획사 출신의 참가자로, 현재 4위. 내가 알기로는 최종 2위까지 간다.

참고로 나랑은 인사도 해본 적 없다.

“그럼 박문대 참가자,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

나는 터벅터벅 걸어서 김래빈의 옆에 섰다.

‘다짜고짜 왜 뽑았냐고 물어볼 순 없지.’

그랬다간 무슨 편집이 들어갈지 모른다. 일단은 거래처 직원을 만난 것처럼 서로 고개나 꾸벅거리자.

“잘 부탁합니다.”

“예.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살벌한 인상답지 않게 고개 인사는 잘한다.

‘불순한 의도는 아니었나 보군. ’

요즘 10대가 선호할 것 같은 잘생긴 양아치상에 삼백안이라 편견이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럼 정말로 박문대가 쓸 만해 보여서 골랐다는 건가.’

김래빈은 랩을 하는 참가자였으니 파트상 메인보컬 포지션을 견제하지 않아도 이상할 게 없긴 했다.

애초에 나도 낮은 순위 참가자가 날 골랐다면, 그냥 메인보컬 뽑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 김래빈의 전 팀에 원래 메인보컬 포지션으로 데뷔할 참가자가 있었다.

근데 굳이 걸렀다?

‘아, 지난번 팀원이 불편하다 이거군.’

생각해 보니, 거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김래빈의 전 팀이 바로 개인 1위 보상 때문에 분위기가 박살 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음. 지난 방송분이 생각나는군.

-일부러 이런 파트 준 거 아니야?

-아닙니다. 모두가 가장 알맞게 소화하여 무대에서 최대치를 보여줄 수 있도록…….

-그러니까 내가 이거밖에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네.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개인전 보상이 발표된 후엔 아예 멱살까지 잡은 놈이 나왔다고 들었다.

‘그 살벌함은 방송에서도 아주 잘 살렸지.’

덕분에 방송 편집본에서 좋은 의미로 살아남은 건 차유진뿐이었다.

그 팀 메인보컬은 특별히 분량은 없었다만, 찝찝하니 서로 손절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다.

그리고 남은 보컬 중에 가장 검증된 박문대를 골랐다면 말 되지.

‘그래도 첫 번째로 고른 건 좀 이상하긴 한데.’

당장 신경 쓸 사항은 아니니 넘기자.

나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상황을 파악했다.

“다음 퀴즈입니다~ ‘박’으로 시작하는 단어 다섯 개!”

“박물관, 박수, 박쥐, 박혁거세, 박고지.”

김래빈은 곧바로 손을 들더니 빠르게 정답을 맞혔다. 기세가 비장했다.

“와우! 김래빈 참가자, 연속 정답입니다!”

“아아아!”

“이거 랩하는 사람한테 너무 유리한 거 아니에요?”

방송생태를 파악한 참가자들의 풍성한 리액션과 함께, 김래빈은 곧바로 다음 참가자를 지목했다.

“차유진… 참가자 지목하겠습니다.”

전 팀이었어도 그 와중에 1위는 챙겨가는군.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의외로 현명했다.

지난 팀전 양상만 보면 이세진보다도 사회성 말아먹은 것처럼 보였는데, 역시 소문과 편집의 힘이었나.

다만 이대로 팀원이 구성되면 나한테 어떤 영향이 올지 모르겠다.

‘1차랑 너무 달라질 것 같은데.’

“잘 뽑았다!”

“응.”

지목당하자마자 얼른 달려온 차유진이 김래빈에게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 이어서 나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같이하네요!”

“네… 그렇네요.”

“무대 잘하니까요!”

“예. 잘 부탁해요.”

이거 언제까지 이렇게 대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색하군.

웃긴 건 나만 어색한 것 같다는 점이다. 차유진은 자기 혼자만 무슨 맥락을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다.

벌써 앞으로의 의사소통이 대충 예상 가는걸.

그 와중에도 김래빈은 거침없이 팀원을 뽑고 있었다. 타율이 제법이라 빠르게 팀원이 채워졌다.

“류청우 참가자.”

“민정훈 참가자.”

그리고 나는 슬슬 찝찝해졌다.

라인업이 과하게 좋았다. 여기서 ‘좋다’는 의미가 뭐냐면, 등수가 높았다는 뜻이다.

모든 팀원이 15위 안이었다. 무슨 편집이 나올지 후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벌써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러면 천상계 수준으로 잘하지 않고서야 답이 없는데?’

심지어 나만 그림이 좀 이상해졌다.

같이할 참가자를 뽑는 최초 7명 중에 최원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아현 형!”

“큰세진, 아, 이세진 형!”

최원길은 선아현부터 시작해서, 1차 팀전에서 같은 팀이었던 팀원들을 거의 복원해 놨다.

물론 나는 제외였다. 김래빈이 먼저 뽑아갔으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음, 그 여지가 있어도 안 뽑았을 것 같긴 하군.’

하지만 김래빈이 먼저 뽑아간 악토버 31 출신은 한 명 더 있었다.

“이세진, 아역배우 출신 이세진A 참가자! 김래빈 참가자의 팀에 합류합니다~”

이세진은 그다지 좋지 못한 안색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1차에서 큰세진과 골드 1, 2의 미친 사회생활 덕분에 터지지 않았던 불발탄이 김래빈의 팀에 합류했다는 뜻이다.

“…….”

이세진은 또 왜 뽑았을까.

설마 남은 사람 중에 가장 등수가 높아서 뽑은 건가.

아직 선택 못 받고 남은 인원을 보다가 고개를 돌리니, 마침 최원길의 팀이 보였다.

“문대~”

눈이 마주치자 큰세진과 골드 1, 2가 무슨 콩트라도 하는 것처럼 슬픈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당황한 표정의 선아현은 안절부절못하며 손을 흔들었다.

“…….”

이… 줄을 잘못 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은 대체 뭘까.

등골이 싸했다. 아무래도 초자연적인 도움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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