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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55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55화
500일 내로 대상을 못 타면 상태창이 사라지는 미친 딜을 받아들인 후.
남은 명절 휴가는 그냥 평화롭게 흘러갔다.
사실 숙소로 며칠 일찍 돌아가서, 다음 앨범을 위해 대중음악의 글로벌 동향과 국내 트랜드를 대대적으로 분석해 보려 했으나….
정신 차려보니 명절 음식을 생산하고 있었다.
“……?”
“어머, 문대는 송편을 참 예쁘게 빚네~ 우리 세진이는 만두가 따로 없다?”
“엄마!”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진실 확인’부터 미션까지 대가리를 터지게 쓴 영향이 좀 있는 모양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게 당기더라고.
그래서 그냥 이라고 쓰고 라고 읽는 예능이나 모니터링하며 시간을 보냈다.
[차유진 : 워어어어우!]
[류청우 : 얘들아, 발 조심!]
“굉장히 스펙타클하게 편집하셨네요.”
“…그러게.”
장비를 착착 준비한 뒤, 언덕에 올라 헬리콥터로 물자를 받는 모습은 어쩐지 열정적인 스포츠 경기나 탐험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보상처럼 주어지는 포식.
[냠냠냠]
[즐겨요, 누려요 테스타…☆]
그냥 무작정 힐링하는 것보다 도리어 그림이 좋았다. 보급이 달려 고생하며 일한 것과 대조되며 더 좋아 보여서 그런가.
‘마지막까지 반응이 괜찮았겠어.’
그리고 슬쩍 확인한 인터넷 반응은 정말 그랬다.
-개노잼 부둥부둥 예능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알찼음
-애들 힐링하는데 내가 다 힐링됨 애들아 푹 쉬어ㅠㅠ
-이거 정규로 계속했으면 좋겠어 조난 설정 세트장에서 탈출하면 보상 주는 느낌으로?? 꼭 테스타 아니어도 재밌었을 포맷이네ㅋㅋ
└애초에 테스타가 아니었으면.. 조난되자마자 촬영이 끊겼을 것..
└ㄹㅇ솔직히 테스타여서 가능했다 이건ㅋㅋㅋ 리얼함이 한몫함
└?? 테스타 팬인 건 알겠는데 다른 아이돌이나 방송인들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ㅠㅠ
└님이 테스타를 무시하는데여
이 정도 기 싸움까지 나온다는 건 정말 흥했다는 뜻이다.
‘재밌다는 여론은 못 누르니까 테스타 덕이 아니라는 쪽을 미는군.’
좋은 일이었다.
다만 예상 밖이었던 것은, 이 파급력이 국내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떡 파는 것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대놓고 미국을 노리겠다고 지랄하던 본부장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었던 그 예능도 아니고, 이런 국내 파일럿이 흥할 줄은 몰랐다.
[TeSTAR in a deserted island and… DISASTER? (경악하는 이모티콘)]
방송사에서 올려준 방송 요약 클립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불어나더니, 며칠 안 가서 영어 번역 제목과 자막까지 제공되기 시작했다.
조난과 럭셔리한 휴가.
원초적으로 재밌는 구성이라 이해하기 편해서 그런가, 해외 팬들이 적극적으로 위튜브 리액션 채널들에 요약본을 추천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테스타의 조난 예능에 압도당한 미국인들!]
[이게 바로 케이팝 아이돌의 예능이다! 폭발하는 재미에 깜짝 놀라는 해외 위튜버들의 반응 (한글 자막)]
자연스럽게 번역 국뽕 채널에도 유입되며 새로운 컨텐츠가 만들어지는 나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좀 많이 오글거리긴 했다만.
[위튜버 : 오 X발 세상에, 지금 쟤들 허리케인 속에 갇힌 거야?? 무인도에서??]
[위튜버 : 아니, 나는 케이팝 아이돌 리얼 버라이어티라길래 달콤하고 귀여운 내용일 줄 알았는데 말야….]
[위튜버 : 맙소사! 쟤네 놀라는 것 좀 봐ㅋㅋㅋ]
[(보자마자 그냥 자동으로 입덕하시는 중~ 환영합니다.)]
이런 자막을 추가하는 것도 셀링 포인트 중 하나겠다만, 보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음.”
“…뭐 보는데.”
“아, 저희 예능 해외 반응이요.”
“그…! 너도 봤어?”
배세진이 눈을 번쩍인다. 본인의 몸치 탈출기를 찾아보던 녀석답게 이런 쪽에 조예가 깊은가 보군.
“아, 이 사람 말고… 영상 잘 고르는 사람 있는데. 잠시만.”
배세진은 TV에서 위튜브를 틀어서, 본인의 구독 채널 중 하나에 들어갔다. 생각보다도 본격적으로 위튜브 생활을 즐기고 있나 보다.
그리고 배세진이 재생한 영상은 제법 괜찮았다.
[안녕하세요, 케이팝 만세입니다.]
사실 왜곡이나 과장이 없고, 본인이 번역한 위튜버가 누군지 백스토리도 잘 챙겨놨다. 억지스럽게 뽕 채우려는 자막도 없고.
“재밌는데요.”
“…큼! 그렇지.”
다 비슷하게 숙연한 제목과 채널명 속에서 용케 이런 걸 찾았다 싶다. 이건 키워드로 찾을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나는 그 후 제법 오랜 시간 동안 해당 채널에서 영상을 봤다. 생각 없이 보기 좋으니까.
다만, 그 과정에서 묘한 패턴을 발견했다.
‘흐름이 있군.’
가령, 이번 예능으로 테스타를 처음 접한 외국인이 있다면, 보통 테스타의 본업인 음악 영상 추천을 댓글에 부탁한다.
[혹시 내가 또 봐야 할 이들의 영상이 있다면, 댓글에 추천해줘. 구독도 잊지 말고!]
그럼 KPOP 팬들이 우르르 가서 추천글을 달아놓는데, 주로 이다.
-세상에 당신이 테스타를 리뷰하다니!(폭소 이모티콘)
-그들의 진정한 재능은 예능이 아니라 무대야 제발 이 뮤직비디오부터 봐줘! (링크)
-‘Spring Out’은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이야. 그의 반응이 너무 기다려지는걸. (생일 고깔을 쓴 이모티콘)
자본을 쏟은 조선 스팀펑크의 맛이다. 별다른 호불호 없이 블록버스터 영화 감성이라 잘 먹히나 보더라고.
‘애초에 그걸 노리고 만들긴 했다만.’
해외 반응을 목적으로 한 것을 정말 해외 팬들이 알차게 써먹는 걸 보니 보람은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반응이 좋으면, 다음에는 ‘행차’를 내민다.
-두 곡은 일종의 시리즈로 연결되어있어! 분명히 네 취향일 것이라 장담해?
멤버들의 솔로곡이 전부 포함된 티저부터 보도록 한 뒤에야 본편을 보게 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또 비슷한 걸 추천해달라고 하면 게임 콜라보 트레일러 영상을 알려주고….’
같은 세계관인 ‘Better me’를 거쳐, 결국 ‘마법 소년’으로 오는 것이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면 다들 ‘러뷰어’를 자청하게 되는 마법의 서클이었다.
[안녕 구독자 여러분!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요즘 이 케이팝 빅스타인 테스타에 완전히 빠져 있어! 그냥, 그냥 러뷰어라니까!]
[오늘은 그들의 가장 최신곡인 ‘Nightmare’를 리액션할 거야. 1, 2, 3 재생!]
케이팝 리액션이 제법 조회수가 나오는 사업이라 과장하는 위튜버들이 다수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일이었다.
‘1군들은 대부분 이런 루트가 있지.’
가령 VTIC도 그런 루트가 보였다. 주로 으로 시작하는.
아무튼, 내 예상보다도 테스타가 글로벌 위튜브 흐름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테스타의 극복, 그리고 비상]
번역하자면 이런 뜻인 영어 제목의 비슷한 영업 동영상들이 심상치 않게 대단위 조회수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
제일 조회수가 많은 하나를 확인해 봤다.
[맏형 중 하나이자 리더인 류청우는 원래 한국의 양궁 국가대표로, 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의 금메달리스트였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인한 치명적인 후유증 탓에 성년이 되는 해,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게 되었다.]
이 영상은 테스타가 어떤 백스토리를 가지고 잔인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데뷔했는지, 그리고 이후 엄청난 성적을 냈는지 요약해 놨다.
또, 최근의 끔찍한 교통사고로부터도 어떻게 회복하고 기부 콘서트를 했는지를 알려주는 영상이었다.
한마디로 드라마틱한 성공담이었단 뜻이다.
‘미국인 입맛인가 보군….’
자수성가와 굴곡진 스토리의 맛이 사골처럼 진했다.
[테스타의 가장 연장자인 배세진은 한국에서 대단히 유명한 영화에 출연했던 아역배우였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 아동 샤먼을 연기해 엄청난 연기력으로 영화제에서 수상을….]
“허…….”
옆에서 배세진이 굿을 하는 어린 자신을 보고 얼굴을 가렸다.
“자랑스럽지 않으신가요.”
“장난해?? 완전 못 하는데.”
아무래도 성장하며 눈높이도 높아진 탓에 흑역사로 보이는 모양이다.
어쨌든, 다소 과장은 있어도 잘 만든 영상임은 확실했다.
게다가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뉴스와 교차 편집해서 당시의 팬덤 느낌을 잘 재현했다.
“음.”
“…다들 걱정했지.”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멤버가 퇴원한 순간, 그들은 놀라운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장기 입원 아동을 위한 온라인 기부 콘서트였다.]
그리고 기부 콘서트는… 음, 사실 이 사람들 입장에선 테스타가 외국인이라 심적 거리감이 있을 테니, ‘선한 영향력’에 초점이 가도 큰 상관은 없다만.
원래 다른 나라 연예인은 좀 꺼림칙한 일이 터져도 ‘문화 차이’라는 합리화가 한번 가림막이 되어주지 않나.
‘그래도 이미지는 파악해야겠는데.’
나는 혹시 몰라 모바일로 댓글까지 한번 체크 해봤다.
-이 동영상의 전 매니저를 반드시 사형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그는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
-세상에 한밤중에, 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협박을 했다고? 세상에 없어야만 하는 악한 종자야
“…….”
댓글창은 기부 콘서트고 나발이고 금방이라도 전 매니저를 화형시킬 기세였다. 남의 나라말인데도 흉흉함이 느껴진다.
‘역시 빡침은 만국 공용정서인가.’
어쨌든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강력 범죄자가 본인의 범죄 때문에 욕먹는 거니까.
특별히 절절한 사연이 있는 놈도 아니라 동정할 것도 없다.
‘물론 이게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먹었을 것 같다만.’
게다가 앞날이 캄캄한 놈이었다.
어마어마한 여론의 분노를 맞은 전 매니저에게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가 적용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목이 쏠렸으며 뒷배가 없고 대기업을 적으로 돌린 케이스답게, 형사 재판을 말아먹었다.
“그러고 보니까 전 매니저한테 17년 구형됐다고 했죠.”
이게 감형되지 않고 고스란히 처맞았더라. 아마 항소한 2심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배세진은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 그런 놈은 17년이 아니라 평생 거기서 살다 죽어야 하는데.”
“…….”
아니… 어차피 출소해도 제대로 못 살걸.
이미 매니저 일하면서 온갖 팬들에게 사진이 얻어걸린 적이 있던 덕에,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놈의 얼굴이 나온다.
아마 다른 케이스들처럼 대충 감옥에서 삼사 년쯤 살고 나왔어도 국내에서 정상적인 일을 하고 사는 건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 보니, 해외에서도 살기 어려울 것 같다.
전 매니저의 얼굴이 대놓고 뜨는 테스타 영업 동영상이 조회수 800만 뷰가 뜨는데 뭐.
‘테스타가 더 뜰수록 출소 후에 살기 힘들겠군.’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앞으로 얼굴 볼 일 없을 사람 같은데 편하게 생각하시죠.”
“…그래. 휴일이잖아.”
배세진이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녀석의 어머니가 흐뭇한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그래, 보기 좋은 광경이다.
‘일하기 전에 많이 쉬어둬라.’
휴가 끝나자마자 이번 앨범 준비를 제대로 할 생각이니 말이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이 테스타 입덕 알고리즘 늪에 빠진 팬층이 원하는 게 뭘까.
‘잘 빠진 곡이지.’
그래. 깊은 세계관도 좋고 이지리스닝과 음악성도 좋다만, 그것보다 좀 더 원초적 접근을 해야겠다.
빡세고 멋진 안무, 영상미 죽이는 강렬한 뮤직비디오, 그리고 신나고 비싼 사운드.
그냥 다른 생각 없이 보고 들으면서 재밌는 것들 말이다.
바이럴처럼 퍼지는 글로벌 기세를 굳히는 데에는 그것만 한 특효약이 없다.
‘한마디로 돈을 물처럼 쏟아야 한다는 건데.’
그거야 이 회사 윗분들이 유일하게 잘하는 구석이었으니 문제는 없다.
다만 어떻게든 숟가락 얹으려는 이놈들이 전체적 그림에 방해되는 걸 어르고 달래는 건 더는 안 되겠다.
‘시간 낭비야.’
소송용으로 모은 자료를 넘겨준 배세진에게 했던 말도 마침 지켜야 해서 말이다.
-다른 방향으로 소송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나 생각 중인데요.
가뜩이나 전 매니저에게 모든 주목을 다 넘기고 슬쩍 빠져나가려다 들켜서 X 될 뻔한 회사인데 뭐.
‘한번 뵈러 가야지.’
나는 본부장과 즐거운 미팅을 계획하며, 남은 연휴를 보냈다.
그리고 연휴가 끝나는 첫날, 바로 놈과 면담을 잡았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55화

500일 내로 대상을 못 타면 상태창이 사라지는 미친 딜을 받아들인 후.

남은 명절 휴가는 그냥 평화롭게 흘러갔다.

사실 숙소로 며칠 일찍 돌아가서, 다음 앨범을 위해 대중음악의 글로벌 동향과 국내 트랜드를 대대적으로 분석해 보려 했으나….

정신 차려보니 명절 음식을 생산하고 있었다.

“……?”

“어머, 문대는 송편을 참 예쁘게 빚네~ 우리 세진이는 만두가 따로 없다?”

“엄마!”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진실 확인’부터 미션까지 대가리를 터지게 쓴 영향이 좀 있는 모양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게 당기더라고.

그래서 그냥 이라고 쓰고 라고 읽는 예능이나 모니터링하며 시간을 보냈다.

“굉장히 스펙타클하게 편집하셨네요.”

“…그러게.”

장비를 착착 준비한 뒤, 언덕에 올라 헬리콥터로 물자를 받는 모습은 어쩐지 열정적인 스포츠 경기나 탐험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보상처럼 주어지는 포식.

그냥 무작정 힐링하는 것보다 도리어 그림이 좋았다. 보급이 달려 고생하며 일한 것과 대조되며 더 좋아 보여서 그런가.

‘마지막까지 반응이 괜찮았겠어.’

그리고 슬쩍 확인한 인터넷 반응은 정말 그랬다.

-개노잼 부둥부둥 예능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알찼음

-애들 힐링하는데 내가 다 힐링됨 애들아 푹 쉬어ㅠㅠ

-이거 정규로 계속했으면 좋겠어 조난 설정 세트장에서 탈출하면 보상 주는 느낌으로?? 꼭 테스타 아니어도 재밌었을 포맷이네ㅋㅋ

└애초에 테스타가 아니었으면.. 조난되자마자 촬영이 끊겼을 것..

└ㄹㅇ솔직히 테스타여서 가능했다 이건ㅋㅋㅋ 리얼함이 한몫함

└?? 테스타 팬인 건 알겠는데 다른 아이돌이나 방송인들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ㅠㅠ

└님이 테스타를 무시하는데여

이 정도 기 싸움까지 나온다는 건 정말 흥했다는 뜻이다.

‘재밌다는 여론은 못 누르니까 테스타 덕이 아니라는 쪽을 미는군.’

좋은 일이었다.

다만 예상 밖이었던 것은, 이 파급력이 국내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떡 파는 것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대놓고 미국을 노리겠다고 지랄하던 본부장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었던 그 예능도 아니고, 이런 국내 파일럿이 흥할 줄은 몰랐다.

방송사에서 올려준 방송 요약 클립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불어나더니, 며칠 안 가서 영어 번역 제목과 자막까지 제공되기 시작했다.

조난과 럭셔리한 휴가.

원초적으로 재밌는 구성이라 이해하기 편해서 그런가, 해외 팬들이 적극적으로 위튜브 리액션 채널들에 요약본을 추천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번역 국뽕 채널에도 유입되며 새로운 컨텐츠가 만들어지는 나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좀 많이 오글거리긴 했다만.

이런 자막을 추가하는 것도 셀링 포인트 중 하나겠다만, 보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음.”

“…뭐 보는데.”

“아, 저희 예능 해외 반응이요.”

“그…! 너도 봤어?”

배세진이 눈을 번쩍인다. 본인의 몸치 탈출기를 찾아보던 녀석답게 이런 쪽에 조예가 깊은가 보군.

“아, 이 사람 말고… 영상 잘 고르는 사람 있는데. 잠시만.”

배세진은 TV에서 위튜브를 틀어서, 본인의 구독 채널 중 하나에 들어갔다. 생각보다도 본격적으로 위튜브 생활을 즐기고 있나 보다.

그리고 배세진이 재생한 영상은 제법 괜찮았다.

사실 왜곡이나 과장이 없고, 본인이 번역한 위튜버가 누군지 백스토리도 잘 챙겨놨다. 억지스럽게 뽕 채우려는 자막도 없고.

“재밌는데요.”

“…큼! 그렇지.”

다 비슷하게 숙연한 제목과 채널명 속에서 용케 이런 걸 찾았다 싶다. 이건 키워드로 찾을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나는 그 후 제법 오랜 시간 동안 해당 채널에서 영상을 봤다. 생각 없이 보기 좋으니까.

다만, 그 과정에서 묘한 패턴을 발견했다.

‘흐름이 있군.’

가령, 이번 예능으로 테스타를 처음 접한 외국인이 있다면, 보통 테스타의 본업인 음악 영상 추천을 댓글에 부탁한다.

그럼 KPOP 팬들이 우르르 가서 추천글을 달아놓는데, 주로 이다.

-세상에 당신이 테스타를 리뷰하다니!(폭소 이모티콘)

-그들의 진정한 재능은 예능이 아니라 무대야 제발 이 뮤직비디오부터 봐줘! (링크)

-‘Spring Out’은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이야. 그의 반응이 너무 기다려지는걸. (생일 고깔을 쓴 이모티콘)

자본을 쏟은 조선 스팀펑크의 맛이다. 별다른 호불호 없이 블록버스터 영화 감성이라 잘 먹히나 보더라고.

‘애초에 그걸 노리고 만들긴 했다만.’

해외 반응을 목적으로 한 것을 정말 해외 팬들이 알차게 써먹는 걸 보니 보람은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반응이 좋으면, 다음에는 ‘행차’를 내민다.

-두 곡은 일종의 시리즈로 연결되어있어! 분명히 네 취향일 것이라 장담해?

멤버들의 솔로곡이 전부 포함된 티저부터 보도록 한 뒤에야 본편을 보게 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또 비슷한 걸 추천해달라고 하면 게임 콜라보 트레일러 영상을 알려주고….’

같은 세계관인 ‘Better me’를 거쳐, 결국 ‘마법 소년’으로 오는 것이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나면 다들 ‘러뷰어’를 자청하게 되는 마법의 서클이었다.

케이팝 리액션이 제법 조회수가 나오는 사업이라 과장하는 위튜버들이 다수겠지만, 어쨌든 대단한 일이었다.

‘1군들은 대부분 이런 루트가 있지.’

가령 VTIC도 그런 루트가 보였다. 주로 으로 시작하는.

아무튼, 내 예상보다도 테스타가 글로벌 위튜브 흐름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번역하자면 이런 뜻인 영어 제목의 비슷한 영업 동영상들이 심상치 않게 대단위 조회수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

제일 조회수가 많은 하나를 확인해 봤다.

이 영상은 테스타가 어떤 백스토리를 가지고 잔인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데뷔했는지, 그리고 이후 엄청난 성적을 냈는지 요약해 놨다.

또, 최근의 끔찍한 교통사고로부터도 어떻게 회복하고 기부 콘서트를 했는지를 알려주는 영상이었다.

한마디로 드라마틱한 성공담이었단 뜻이다.

‘미국인 입맛인가 보군….’

자수성가와 굴곡진 스토리의 맛이 사골처럼 진했다.

“허…….”

옆에서 배세진이 굿을 하는 어린 자신을 보고 얼굴을 가렸다.

“자랑스럽지 않으신가요.”

“장난해?? 완전 못 하는데.”

아무래도 성장하며 눈높이도 높아진 탓에 흑역사로 보이는 모양이다.

어쨌든, 다소 과장은 있어도 잘 만든 영상임은 확실했다.

게다가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뉴스와 교차 편집해서 당시의 팬덤 느낌을 잘 재현했다.

“음.”

“…다들 걱정했지.”

그리고 기부 콘서트는… 음, 사실 이 사람들 입장에선 테스타가 외국인이라 심적 거리감이 있을 테니, ‘선한 영향력’에 초점이 가도 큰 상관은 없다만.

원래 다른 나라 연예인은 좀 꺼림칙한 일이 터져도 ‘문화 차이’라는 합리화가 한번 가림막이 되어주지 않나.

‘그래도 이미지는 파악해야겠는데.’

나는 혹시 몰라 모바일로 댓글까지 한번 체크 해봤다.

-이 동영상의 전 매니저를 반드시 사형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그는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

-세상에 한밤중에, 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협박을 했다고? 세상에 없어야만 하는 악한 종자야

“…….”

댓글창은 기부 콘서트고 나발이고 금방이라도 전 매니저를 화형시킬 기세였다. 남의 나라말인데도 흉흉함이 느껴진다.

‘역시 빡침은 만국 공용정서인가.’

어쨌든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다. 강력 범죄자가 본인의 범죄 때문에 욕먹는 거니까.

특별히 절절한 사연이 있는 놈도 아니라 동정할 것도 없다.

‘물론 이게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먹었을 것 같다만.’

게다가 앞날이 캄캄한 놈이었다.

어마어마한 여론의 분노를 맞은 전 매니저에게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가 적용되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목이 쏠렸으며 뒷배가 없고 대기업을 적으로 돌린 케이스답게, 형사 재판을 말아먹었다.

“그러고 보니까 전 매니저한테 17년 구형됐다고 했죠.”

이게 감형되지 않고 고스란히 처맞았더라. 아마 항소한 2심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배세진은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 그런 놈은 17년이 아니라 평생 거기서 살다 죽어야 하는데.”

“…….”

아니… 어차피 출소해도 제대로 못 살걸.

이미 매니저 일하면서 온갖 팬들에게 사진이 얻어걸린 적이 있던 덕에,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놈의 얼굴이 나온다.

아마 다른 케이스들처럼 대충 감옥에서 삼사 년쯤 살고 나왔어도 국내에서 정상적인 일을 하고 사는 건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 보니, 해외에서도 살기 어려울 것 같다.

전 매니저의 얼굴이 대놓고 뜨는 테스타 영업 동영상이 조회수 800만 뷰가 뜨는데 뭐.

‘테스타가 더 뜰수록 출소 후에 살기 힘들겠군.’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앞으로 얼굴 볼 일 없을 사람 같은데 편하게 생각하시죠.”

“…그래. 휴일이잖아.”

배세진이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녀석의 어머니가 흐뭇한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그래, 보기 좋은 광경이다.

‘일하기 전에 많이 쉬어둬라.’

휴가 끝나자마자 이번 앨범 준비를 제대로 할 생각이니 말이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이 테스타 입덕 알고리즘 늪에 빠진 팬층이 원하는 게 뭘까.

‘잘 빠진 곡이지.’

그래. 깊은 세계관도 좋고 이지리스닝과 음악성도 좋다만, 그것보다 좀 더 원초적 접근을 해야겠다.

빡세고 멋진 안무, 영상미 죽이는 강렬한 뮤직비디오, 그리고 신나고 비싼 사운드.

그냥 다른 생각 없이 보고 들으면서 재밌는 것들 말이다.

바이럴처럼 퍼지는 글로벌 기세를 굳히는 데에는 그것만 한 특효약이 없다.

‘한마디로 돈을 물처럼 쏟아야 한다는 건데.’

그거야 이 회사 윗분들이 유일하게 잘하는 구석이었으니 문제는 없다.

다만 어떻게든 숟가락 얹으려는 이놈들이 전체적 그림에 방해되는 걸 어르고 달래는 건 더는 안 되겠다.

‘시간 낭비야.’

소송용으로 모은 자료를 넘겨준 배세진에게 했던 말도 마침 지켜야 해서 말이다.

-다른 방향으로 소송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나 생각 중인데요.

가뜩이나 전 매니저에게 모든 주목을 다 넘기고 슬쩍 빠져나가려다 들켜서 X 될 뻔한 회사인데 뭐.

‘한번 뵈러 가야지.’

나는 본부장과 즐거운 미팅을 계획하며, 남은 연휴를 보냈다.

그리고 연휴가 끝나는 첫날, 바로 놈과 면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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