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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54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54화
눈앞의 팝업에선 여전히 반짝이와 꽃가루가 떨어진다.
그러나 그 광경이 얼마나 초현실적이든 말든, 팝업 안의 내용이 문제였다. 이렇게 끝이라고?
‘이게 뭐야.’
뒤통수를 후려 맞은 것 같다.
물론 1년 주고 아이돌 못 되면 돌연사할 거라 위협당하는 미친 짓을 그만두고 싶긴 했지.
그러나 이런 방식, 이런 타이밍은… 지금 장난하나.
“너 뭐냐고 X발.”
다짜고짜 기억에도 없던 ‘박문대’와의 친분에, 기억에도 없던 공시 떨어진 이후의 삶에, 마지막엔 정신 나간 짓을 저지르는 것까지 보여주더니.
아무 설명도 과정도 없이 무슨 손절하는 것처럼 마음대로 끝내고 있다.
“그럼 왜 보여준 건데.”
그 망할 ‘진실 확인’만 아니었어도 그럭저럭 내 성공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계속 살았을 것 아닌가.
뭐, ‘류건우’는 이미 한번 삶을 포기했으니, 그 삶은 신경 쓰지 말라 이거냐?
박문대로 그냥 잘살아보라고?
“그럼 원래 있던 놈은 어디로 간 건데.”
원래 박문대는 대체 어디 갔냔 말이다. 그리고 내가 확인한 류청우의 비디오 속 ‘류건우’는 뭔데.
‘진실 확인’이고 나발이고 뭐 하나 명확해진 것이 없다. 그리고 뭐 하나 납득가지 않았다.
하지만 팝업의 변화는 없었다.
“……후.”
그래.
멍청하게 홀로그램에 대고 소리 지르지 말고, 일단 상황 파악부터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팝업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했다.
우선, 처음 뜬 칭호부터.
[칭호 : 성공한 자 (아이돌)]
-당신은 성공했습니다.
: 상태이상 발생 영구 제거
“…….”
갑자기 또 ‘상태이상’이 떠서 사람 돌아버리게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었군.
그러나 이걸 보장하는 놈도 그 ‘상태이상’을 띄우는 시스템이란 점에서 썩 신뢰할 순 없다. 패스.
그리고… 보상 탭에 칭호 외의 다른 하나.
영구적 상태창
앞으로도 내가 나와 다른 놈들의 상태를 스탯화하여 확인할 수 있다는 거겠지.
“……음.”
나는 팔짱을 꼈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머리가 다시 식었다.
이상했으니까.
‘내가 너무 유리하지 않나.’
나한테 나쁠 게 없었다. 업계에서 이렇게 유용한 능력이 없을 것이다. 여차하면 기획사를 차려도 실패하지 않을 필승 능력이지.
이런… 초자연적 보상을 나한테 남기고 끝낸다라.
아무런 사전 고지도 없이?
“…….”
빡쳐서 손절이니 뭐니 했으나, 이건… 손절이라기보단 서비스 종료에 가까운 것 같다.
이 시스템은 그냥 내가 배당받은 상태이상을 다 끝냈으니 짐 뺀 것이다.
내 궁금증이나 이 사태의 원인을 설명해줄 이유는 없으니까.
“…망할.”
모르겠다.
나는 허탈하게 팝업을 보다가, 그냥 누웠다.
그래 X발, 어쨌든 상태이상은 졸업이다. 마음대로 살아도 돌연사할 일은 사라졌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씁쓸한 뒷맛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잠들 수 있었다.
망할 축하 팝업은 아침까지 떠 있었다.
* * *
머리가 복잡하니 손을 움직이는 것이 그나마 편했다.
“괜찮다니까!”
“저도 괜찮습니다.”
나는 해물파전과 동그랑땡을 부쳤다. 그리고 예정에도 없던 양념 갈비까지 했다. 내가 사 온 고기 중에 마침 생갈비가 있더라고.
집주인 모자는 안절부절못했으나, 막상 시식을 진행한 뒤에는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맛 괜찮나요.”
“……응.”
“참 맛있긴 한데, 아휴, 그래도 손님한테….”
손님이라.
그러고 보니, 배세진과 달리 나는 아직 숙소 외에 따로 부동산을 구매한 적은 없다.
다른 멤버들이야 원래 집이 있으니 살 필요가 없겠지만, 이제 나는… 집을 좀 보러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몸으로 계속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합리적인 계획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썩 내키지 않았다.
‘미치겠네.’
배부른 소리라는 걸 알아서 더 기가 막힌다.
“고마워, 잘 먹었어.”
“설거지 생각 말고 얼른 TV 보고 있어~”
그래도 식사는 괜찮았다. 명절 식사로도 적당했고.
그리고 멍하니 TV를 보고 있을 때 즈음, 스마트폰이 울렸다.
[류청우 형]
“…!”
‘류건우’에 대해서 문중에 알아보겠다고 했었지.
‘빠른데.’
나는 즉시 전화를 받았다.
“형.”
-아, 문대야. 빨리 받았네.
류청우의 목소리 뒤에서 희미하게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전화의 본론이다.
-네가 봤던 그 ‘류건우’라는 분 말인데.
“예.”
-음, 대학 이후로는 특별히 연락이 없으시대.
“…….”
오.
류청우는 연락처라도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투였으나, 이미 충분히 큰 단서였다.
‘여기 ‘류건우’가 최소한 대학까지는 갔다는 거로군.‘
나는 팔짱을 꼈다.
이건… 원래 내 행적이 맞긴 한데.
몇몇 친척 집에 신세 지던 고등학교 이후로는 아예 이쪽은 발길을 끊었다. 연락해 봤자 쓸데없는 생각만 나니까.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아쉽지?
“아뇨. 그래도 실존하는 사람이라니까 개운합니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해요.”
-전화 한 통 한 건데 뭐.
류청우는 약간 농담조로 덧붙였다.
-살려준 보답하려면 더 잘해야지.
“…….”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면야.
나는 굳이 정정해 주는 걸 포기하고, 그냥 명절 이야기나 좀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 노선을 바로 정했다.
“뭐 해?”
“노트북 좀 쓰려고요.”
이제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봐야겠지.
나는 이 몸에 들어오자마자 이미 나, ‘류건우’에 대해 쭉 확인했었다.
내가 쓰던 각종 포털 사이트 계정, 전화번호, 학교 계정까지 확인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반대로 간다.
‘살아 있던 게 아니라, 죽은 계정의 흔적이 있나.’
내가 이미 삭제했거나 휴면으로 돌아갔을 계정과 흔적을 알아보는 것이다.
‘내가 삭제한… 직캠용 계정의 데이터와 영상들은 남아 있었지.’
‘gun1234’의 영상들.
영린의 비 오는 날 레전드 직캠 같은 것들 말이다.
거기서 착안한 것이다.
나는 당장 검색 엔진의 고급 검색 기능을 켜서, 검색 일자를 조정했다.
과거로.
“……흠.”
그렇게 두세 시간 이상의 검색과 탐색 후.
나는 결론을 내렸다.
‘있다.’
‘류건우’가 과거에 썼던 계정과 기록은 다 남아 있다.
가령 새내기 때 사진 관련 카페에 남겼던 질문 글 같은 것들.
내가 인터넷에 글이나 흔적을 남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지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있다는 것을 안 상태로 찾아보니 확실했다.
없어진 건 실시간으로 살아 있던 인터넷 계정과 전화번호, 흔적들뿐이다.
그러니까, ‘류건우’는… 인터넷과 현실 세계를 포함한 모든 장소에서, 내가 ‘박문대’의 몸에 들어온 순간을 기점으로 사라진 것이다.
‘증발했네.’
그렇다. 초자연적 증발이었다.
“…후.”
나는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정리했다.
나는 사실, 처음 내가 이 몸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런 추측을 했다.
여긴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며, 류건우는 없다고.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살던 과거가 맞아.’
류청우의 비디오에서 본, 인터넷에서 찾은, 이 류건우는 내가 맞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나는 과거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작용으로 류건우가 아닌 박문대가 되었고, ‘류건우’는 사라졌다.
‘왜 그렇게 된 건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왜 과거로 사람들이 돌아오는 건지 매커니즘을 모르는데.
하다못해 내 전에 과거로 돌아왔던 청려도 이유를 몰랐다.
“…….”
‘방법이 없나?’
정말 이대로 뭐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로 그냥 집이나 살면서 정착 준비나 해야 하나.
묘한 탈력감에, 접은 노트북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스마트폰이 울렸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집어 들어 확인했다.
메시지가 수십 통 떠 있었다.
‘제법 많이 쌓였군.’
겨우 세 시간쯤 안 본 건데 말이다. 나는 명절 특수로 활발해진 단체 메시지방 위, 새로 온 메시지부터 확인했다.
선아현이었다.
[선아현 : 문대야 잘 지내고 있니? 부모님께서 연락하시려다가 혹시 네가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고 하셔서 내가 대표로 연락하게 되었어.]
그렇게 시작하는 선아현의 장문은 자신의 명절 안부를 시작으로 빙 돌아 차후 이 그룹의 활동까지 이르렀다.
선아현다운 내용이었다.
[문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원래 하던 대로만 해도 분명 좋은 앨범을…….]
그런데, 이 부분이 어쩐지 걸렸다.
“내가 원래 하던 대로….”
그냥 덕담에 붙는 표현이라는 건 알았다만, 이유 없이 다시 읽게 되었다.
마치 무언가 떠오를 단서처럼….
“…!!”
그래. 알겠다.
[신경 써줘서 고마워. 너도 추석 잘 보내고 숙소에서 보자.]
나는 돌아오는 답장을 확인한 뒤, 바로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벽을 보고, 생각했다.
-내가 원래 하던 대로.
다른 잡생각은 다 집어치우고.
침착하게. 내가 이 망할 상태창을 경험하며 얻은 지식만 조합해 보자.
첫 번째는, 혼수상태에서 겪은 백일몽.
‘거기선 시스템이고 상태창이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어.’
-Enjoy your daydream :)-
이딴 거만 떴지, 순 먹통이었다. 업적도 전혀 달성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뽑기는 가능했다.’
미리 얻은 뒤 삭제하지 않은 팝업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백일몽에서처럼 시스템에서 반응이 없는 지금.
내가 만일을 위해 보관해 둔 하나의 팝업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전설 특성 뽑기 ☜ Click!]
이것.
온라인 기부 콘서트를 끝나고, 공연 업적을 갱신하면서 얻은 뽑기.
딱 하나 있다.
그리고 백일몽에서도 뽑기는 할 수 있었으니, 지금도 돌릴 수 있을 것이란 걸 이미 내가 안다.
‘두 번째는….’
나에게만 뜨는 이 상태창이, 내 성공에 호의적이라는 점이다.
청려는 상태창이 없었다. 아마 청려가 만났다는, 미래에서 왔다는 노인도 그랬겠지.
나만 이걸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특히 이 점이 드러나는 게 뽑기다.’
무슨 확률 조작이라도 하는 건지, 항상 내가 필요할 것을 내놓았다.
다만 아닌 경우도 있다.
‘탐닉의 시간이나 바쿠스는 다르게 뽑았어.’
그것들은 내가 이 ‘필요’ 매커니즘을 파악한 뒤, 뽑기를 앞에 두고 강렬히 바라며 뽑은 것이다.
즉, 구체적으로 강렬히 바라면, 원하는 것을 받아갈 수도 있다.
나는 이 점에 주목했다.
핑그르르르-
룰렛 머신의 그림이 돌아간다.
나는 바랐다.
‘내가 원하는 건….’
하나다.
‘상태이상의 보상과 비슷한 효과!’
룰렛에서 팡파르가 터졌다.
아마도 내가 볼 수 있는 마지막 룰렛 효과일 것이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칸.
[특성 : ‘미션 체질(S)’ 획득!]
[특성: 미션 체질(S)]
-도전하는 당신을 위한 등가교환
: ‘미션’ 수행 가능
됐다.
나는 벽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눈앞에서는 새로운 팝업이 떠오르고 있었다.
[미션 발생!]
목표 : 대상
미션 기한 : D-___
보상 : ______
페널티 : ______
나는 고개를 들어 홀로그램을 보았다.
‘특성’이라 그런지, ‘상태이상’에 비할 바 없이 자유도가 높았다.
“좋아.”
나는 일단 기한을 채웠다. 500일.
[D-365을 초과 시 페널티가 강화됩니다.]
당장 올해가 3달 남았는데 대상을 띄워놓고 장난하나. 다음.
‘중요한 건 보상이다.’
‘진실’이나 ‘이유’ 같은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넣을 수 없다. 매번 뒤통수 맞았던 걸 생각해라.
하지만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이유와 과정에 대한 설명’ 같이 구체적인 건 또 넣을 수 없다. 칸 초과로 못 적더라.
‘웃기네.’
나는 픽 웃으며 팔짱을 꼈다.
그렇다면 뭐, 또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지 않나.
이 모든 사태에 대해서 질의응답이 가능할 후보자.
행방을 알 수 없는 놈.
“박문대와의… 대화.”
어떻게 할 거냐.
보상 : 박문대와의 대화
항목은 정상적으로 입력되었다.
그리고 자동으로 페널티까지 채워졌다.
페널티 : 상태창 삭제
“오.”
상태창을 걸어?
나는 잠시 보상 탭의 내용을 삭제하고 ‘춤 EX’ 따위를 넣어보았다.
페널티는 춤 스탯 하락이었다.
‘역시 동등한 걸 요구하는데.’
그렇다면, ‘박문대와의 대화’는 미션 실패 시 ‘상태창 삭제’를 요구할 정도로 강렬한 보상이라는 뜻이다.
“됐네.”
증거가 따로 없다.
나는 다시 보상을 ‘박문대와의 대화’로 돌려놓았다.
확인을 누르자, 낯선 팝업이 떴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 / N]
“그래.”
받고 가자.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54화

눈앞의 팝업에선 여전히 반짝이와 꽃가루가 떨어진다.

그러나 그 광경이 얼마나 초현실적이든 말든, 팝업 안의 내용이 문제였다. 이렇게 끝이라고?

‘이게 뭐야.’

뒤통수를 후려 맞은 것 같다.

물론 1년 주고 아이돌 못 되면 돌연사할 거라 위협당하는 미친 짓을 그만두고 싶긴 했지.

그러나 이런 방식, 이런 타이밍은… 지금 장난하나.

“너 뭐냐고 X발.”

다짜고짜 기억에도 없던 ‘박문대’와의 친분에, 기억에도 없던 공시 떨어진 이후의 삶에, 마지막엔 정신 나간 짓을 저지르는 것까지 보여주더니.

아무 설명도 과정도 없이 무슨 손절하는 것처럼 마음대로 끝내고 있다.

“그럼 왜 보여준 건데.”

그 망할 ‘진실 확인’만 아니었어도 그럭저럭 내 성공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계속 살았을 것 아닌가.

뭐, ‘류건우’는 이미 한번 삶을 포기했으니, 그 삶은 신경 쓰지 말라 이거냐?

박문대로 그냥 잘살아보라고?

“그럼 원래 있던 놈은 어디로 간 건데.”

원래 박문대는 대체 어디 갔냔 말이다. 그리고 내가 확인한 류청우의 비디오 속 ‘류건우’는 뭔데.

‘진실 확인’이고 나발이고 뭐 하나 명확해진 것이 없다. 그리고 뭐 하나 납득가지 않았다.

하지만 팝업의 변화는 없었다.

“……후.”

그래.

멍청하게 홀로그램에 대고 소리 지르지 말고, 일단 상황 파악부터다.

나는 심호흡을 한 뒤, 팝업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했다.

우선, 처음 뜬 칭호부터.

-당신은 성공했습니다.

: 상태이상 발생 영구 제거

“…….”

갑자기 또 ‘상태이상’이 떠서 사람 돌아버리게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었군.

그러나 이걸 보장하는 놈도 그 ‘상태이상’을 띄우는 시스템이란 점에서 썩 신뢰할 순 없다. 패스.

그리고… 보상 탭에 칭호 외의 다른 하나.

영구적 상태창

앞으로도 내가 나와 다른 놈들의 상태를 스탯화하여 확인할 수 있다는 거겠지.

“……음.”

나는 팔짱을 꼈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머리가 다시 식었다.

이상했으니까.

‘내가 너무 유리하지 않나.’

나한테 나쁠 게 없었다. 업계에서 이렇게 유용한 능력이 없을 것이다. 여차하면 기획사를 차려도 실패하지 않을 필승 능력이지.

이런… 초자연적 보상을 나한테 남기고 끝낸다라.

아무런 사전 고지도 없이?

“…….”

빡쳐서 손절이니 뭐니 했으나, 이건… 손절이라기보단 서비스 종료에 가까운 것 같다.

이 시스템은 그냥 내가 배당받은 상태이상을 다 끝냈으니 짐 뺀 것이다.

내 궁금증이나 이 사태의 원인을 설명해줄 이유는 없으니까.

“…망할.”

모르겠다.

나는 허탈하게 팝업을 보다가, 그냥 누웠다.

그래 X발, 어쨌든 상태이상은 졸업이다. 마음대로 살아도 돌연사할 일은 사라졌으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 씁쓸한 뒷맛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잠들 수 있었다.

망할 축하 팝업은 아침까지 떠 있었다.

* * *

머리가 복잡하니 손을 움직이는 것이 그나마 편했다.

“괜찮다니까!”

“저도 괜찮습니다.”

나는 해물파전과 동그랑땡을 부쳤다. 그리고 예정에도 없던 양념 갈비까지 했다. 내가 사 온 고기 중에 마침 생갈비가 있더라고.

집주인 모자는 안절부절못했으나, 막상 시식을 진행한 뒤에는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맛 괜찮나요.”

“……응.”

“참 맛있긴 한데, 아휴, 그래도 손님한테….”

손님이라.

그러고 보니, 배세진과 달리 나는 아직 숙소 외에 따로 부동산을 구매한 적은 없다.

다른 멤버들이야 원래 집이 있으니 살 필요가 없겠지만, 이제 나는… 집을 좀 보러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몸으로 계속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합리적인 계획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썩 내키지 않았다.

‘미치겠네.’

배부른 소리라는 걸 알아서 더 기가 막힌다.

“고마워, 잘 먹었어.”

“설거지 생각 말고 얼른 TV 보고 있어~”

그래도 식사는 괜찮았다. 명절 식사로도 적당했고.

그리고 멍하니 TV를 보고 있을 때 즈음, 스마트폰이 울렸다.

“…!”

‘류건우’에 대해서 문중에 알아보겠다고 했었지.

‘빠른데.’

나는 즉시 전화를 받았다.

“형.”

-아, 문대야. 빨리 받았네.

류청우의 목소리 뒤에서 희미하게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전화의 본론이다.

-네가 봤던 그 ‘류건우’라는 분 말인데.

“예.”

-음, 대학 이후로는 특별히 연락이 없으시대.

“…….”

오.

류청우는 연락처라도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투였으나, 이미 충분히 큰 단서였다.

‘여기 ‘류건우’가 최소한 대학까지는 갔다는 거로군.‘

나는 팔짱을 꼈다.

이건… 원래 내 행적이 맞긴 한데.

몇몇 친척 집에 신세 지던 고등학교 이후로는 아예 이쪽은 발길을 끊었다. 연락해 봤자 쓸데없는 생각만 나니까.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아쉽지?

“아뇨. 그래도 실존하는 사람이라니까 개운합니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해요.”

-전화 한 통 한 건데 뭐.

류청우는 약간 농담조로 덧붙였다.

-살려준 보답하려면 더 잘해야지.

“…….”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면야.

나는 굳이 정정해 주는 걸 포기하고, 그냥 명절 이야기나 좀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 노선을 바로 정했다.

“뭐 해?”

“노트북 좀 쓰려고요.”

이제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봐야겠지.

나는 이 몸에 들어오자마자 이미 나, ‘류건우’에 대해 쭉 확인했었다.

내가 쓰던 각종 포털 사이트 계정, 전화번호, 학교 계정까지 확인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반대로 간다.

‘살아 있던 게 아니라, 죽은 계정의 흔적이 있나.’

내가 이미 삭제했거나 휴면으로 돌아갔을 계정과 흔적을 알아보는 것이다.

‘내가 삭제한… 직캠용 계정의 데이터와 영상들은 남아 있었지.’

‘gun1234’의 영상들.

영린의 비 오는 날 레전드 직캠 같은 것들 말이다.

거기서 착안한 것이다.

나는 당장 검색 엔진의 고급 검색 기능을 켜서, 검색 일자를 조정했다.

과거로.

“……흠.”

그렇게 두세 시간 이상의 검색과 탐색 후.

나는 결론을 내렸다.

‘있다.’

‘류건우’가 과거에 썼던 계정과 기록은 다 남아 있다.

가령 새내기 때 사진 관련 카페에 남겼던 질문 글 같은 것들.

내가 인터넷에 글이나 흔적을 남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지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있다는 것을 안 상태로 찾아보니 확실했다.

없어진 건 실시간으로 살아 있던 인터넷 계정과 전화번호, 흔적들뿐이다.

그러니까, ‘류건우’는… 인터넷과 현실 세계를 포함한 모든 장소에서, 내가 ‘박문대’의 몸에 들어온 순간을 기점으로 사라진 것이다.

‘증발했네.’

그렇다. 초자연적 증발이었다.

“…후.”

나는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정리했다.

나는 사실, 처음 내가 이 몸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런 추측을 했다.

여긴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며, 류건우는 없다고.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살던 과거가 맞아.’

류청우의 비디오에서 본, 인터넷에서 찾은, 이 류건우는 내가 맞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나는 과거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작용으로 류건우가 아닌 박문대가 되었고, ‘류건우’는 사라졌다.

‘왜 그렇게 된 건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왜 과거로 사람들이 돌아오는 건지 매커니즘을 모르는데.

하다못해 내 전에 과거로 돌아왔던 청려도 이유를 몰랐다.

“…….”

‘방법이 없나?’

정말 이대로 뭐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로 그냥 집이나 살면서 정착 준비나 해야 하나.

묘한 탈력감에, 접은 노트북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스마트폰이 울렸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집어 들어 확인했다.

메시지가 수십 통 떠 있었다.

‘제법 많이 쌓였군.’

겨우 세 시간쯤 안 본 건데 말이다. 나는 명절 특수로 활발해진 단체 메시지방 위, 새로 온 메시지부터 확인했다.

선아현이었다.

그렇게 시작하는 선아현의 장문은 자신의 명절 안부를 시작으로 빙 돌아 차후 이 그룹의 활동까지 이르렀다.

선아현다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어쩐지 걸렸다.

“내가 원래 하던 대로….”

그냥 덕담에 붙는 표현이라는 건 알았다만, 이유 없이 다시 읽게 되었다.

마치 무언가 떠오를 단서처럼….

“…!!”

그래. 알겠다.

나는 돌아오는 답장을 확인한 뒤, 바로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벽을 보고, 생각했다.

-내가 원래 하던 대로.

다른 잡생각은 다 집어치우고.

침착하게. 내가 이 망할 상태창을 경험하며 얻은 지식만 조합해 보자.

첫 번째는, 혼수상태에서 겪은 백일몽.

‘거기선 시스템이고 상태창이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어.’

-Enjoy your daydream :)-

이딴 거만 떴지, 순 먹통이었다. 업적도 전혀 달성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뽑기는 가능했다.’

미리 얻은 뒤 삭제하지 않은 팝업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백일몽에서처럼 시스템에서 반응이 없는 지금.

내가 만일을 위해 보관해 둔 하나의 팝업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이것.

온라인 기부 콘서트를 끝나고, 공연 업적을 갱신하면서 얻은 뽑기.

딱 하나 있다.

그리고 백일몽에서도 뽑기는 할 수 있었으니, 지금도 돌릴 수 있을 것이란 걸 이미 내가 안다.

‘두 번째는….’

나에게만 뜨는 이 상태창이, 내 성공에 호의적이라는 점이다.

청려는 상태창이 없었다. 아마 청려가 만났다는, 미래에서 왔다는 노인도 그랬겠지.

나만 이걸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특히 이 점이 드러나는 게 뽑기다.’

무슨 확률 조작이라도 하는 건지, 항상 내가 필요할 것을 내놓았다.

다만 아닌 경우도 있다.

‘탐닉의 시간이나 바쿠스는 다르게 뽑았어.’

그것들은 내가 이 ‘필요’ 매커니즘을 파악한 뒤, 뽑기를 앞에 두고 강렬히 바라며 뽑은 것이다.

즉, 구체적으로 강렬히 바라면, 원하는 것을 받아갈 수도 있다.

나는 이 점에 주목했다.

핑그르르르-

룰렛 머신의 그림이 돌아간다.

나는 바랐다.

‘내가 원하는 건….’

하나다.

‘상태이상의 보상과 비슷한 효과!’

룰렛에서 팡파르가 터졌다.

아마도 내가 볼 수 있는 마지막 룰렛 효과일 것이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칸.

-도전하는 당신을 위한 등가교환

: ‘미션’ 수행 가능

됐다.

나는 벽에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눈앞에서는 새로운 팝업이 떠오르고 있었다.

목표 : 대상

미션 기한 : D-___

보상 : ______

페널티 : ______

나는 고개를 들어 홀로그램을 보았다.

‘특성’이라 그런지, ‘상태이상’에 비할 바 없이 자유도가 높았다.

“좋아.”

나는 일단 기한을 채웠다. 500일.

당장 올해가 3달 남았는데 대상을 띄워놓고 장난하나. 다음.

‘중요한 건 보상이다.’

‘진실’이나 ‘이유’ 같은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넣을 수 없다. 매번 뒤통수 맞았던 걸 생각해라.

하지만 ‘내가 이 몸에 들어온 이유와 과정에 대한 설명’ 같이 구체적인 건 또 넣을 수 없다. 칸 초과로 못 적더라.

‘웃기네.’

나는 픽 웃으며 팔짱을 꼈다.

그렇다면 뭐, 또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지 않나.

이 모든 사태에 대해서 질의응답이 가능할 후보자.

행방을 알 수 없는 놈.

“박문대와의… 대화.”

어떻게 할 거냐.

보상 : 박문대와의 대화

항목은 정상적으로 입력되었다.

그리고 자동으로 페널티까지 채워졌다.

페널티 : 상태창 삭제

“오.”

상태창을 걸어?

나는 잠시 보상 탭의 내용을 삭제하고 ‘춤 EX’ 따위를 넣어보았다.

페널티는 춤 스탯 하락이었다.

‘역시 동등한 걸 요구하는데.’

그렇다면, ‘박문대와의 대화’는 미션 실패 시 ‘상태창 삭제’를 요구할 정도로 강렬한 보상이라는 뜻이다.

“됐네.”

증거가 따로 없다.

나는 다시 보상을 ‘박문대와의 대화’로 돌려놓았다.

확인을 누르자, 낯선 팝업이 떴다.

“그래.”

받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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