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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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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51화
이 섬 조난 예능이 끝난 뒤, 추석 연휴가 보장된 건 좋은 일이었다. 써먹을 곳이 있으니까.
‘…‘진실 확인’을 그때 누를 생각이었는데.’
혹시 내 상태가 썩 좋지 않더라도 연휴 동안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득이었고, 명절이라 이놈들이 다 본가로 갈 것도 썩 괜찮았다.
‘혼자 깔끔히 정리할 수 있겠지.’
근데 이제 와서 뜬금없이 이건 무슨 제안이란 말인가.
‘명절에 직장동료를 집으로 불러?’
서로 불편해지려고 작정했나.
특히 류청우는, 어렸을 때 나처럼 명절마다 본가로 내려갈 확률이….
“…….”
‘됐다.’
거기까지… 쓸데없이 추측하지 말자. 의미 없는 짓이다.
터벅.
나는 천천히 산길을 걷다가, 그냥 대놓고 물었다.
“명절에 제가 가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괜찮아.”
류청우는 선선히 대답했다.
“평소랑 별로 다를 건 없어. 그냥 가족끼리 지내자고 이미 이야기했거든. 명절 음식이나 좀 하지 않을까?”
“…….”
내 침묵을 무엇으로 해석했는지, 류청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친척들 만나는 게 좀 불편해.”
“…!”
“그쪽으로 연락을 받았지.”
류청우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관련 기사까지 떴었으니까… 그 후로 부모님도 명절엔 안 가신다고 하셔.”
“…….”
그래. 작가가 친척 찬스를 썼었지.
괜히 기자들한테 먹잇감이 될까 봐 류청우의 부모님도 친척 교류를 자제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말을 골랐다.
“현명하시네요.”
“하하, 그런가. 아무튼, 그래서 집에는 나랑 부모님뿐이야. 동생은 친구들이랑 여행 간다고 하고. 아, 우리 강아지도 있구나.”
“…….”
“한번 생각해 봐. 너 혼자 숙소에 있는 건 아마 이번엔 힘들 것 같으니까.”
“예?”
류청우의 얼굴에서 쓴웃음이 가시고, 약간 장난기가 보인다.
“몰라? 멤버들도 회사도 너 휴가 때마다 이상한 일 생기니까 혼자 두면 안 된다고 하던데.”
“…….”
그건… 그럴 만하지.
나는 지난 휴가 때 내 전적을 떠올리며 할 말을 잃었다.
‘하필 그걸 다 털려서.’
나라도 팀원 중에 누가 휴가만 받으면 매번 맛이 가거나 개싸움에 휘말린다면 감시할 것이다.
혼자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보겠다만, 여의치 않다면….
‘그렇다면… 류청우네도 나쁘진 않나.’
이놈과 그리 친한 건 아니니, 오히려 방 하나 받고 적당히 지낼 수 있을 테니까.
류청우의 부모님을 보는 건 썩 쾌적한 시간은 아니겠다만, 참을 만은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부모님 사진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대가족 여행을 가거나 했을 때… 꼭 사진이나, 비디오를 남기는 사람이 있지 않나.
‘하다못해 단체 사진이라도 살펴볼 수 있다면.’
내가 어떻게 잘 말해보면, 여기에 ‘류건우’는 없더라도, 내 부모님이 계시는지는 확인할 수 있….
‘쓸데없는 소리.’
나는 생각을 털었다.
여기에… 부모님이 계셨다는 기록이 있더라도, 내가 지금 보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쓸데없이 동요만 커지겠지.
‘머릿속 개소리에 넘어가지 마라.’
나는 충동을 끊고 이를 악물었다. 빠드득 소리가 입안에서 울렸다.
문제는, 그게 옆 놈한테도 들렸다는 점이다.
“그렇게 불편해?”
“…!!”
“아니… 그럴 수도 있지. 모르는 어른들이랑 같이 지내는 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그 말을 하려던 게 아닐 텐데.
나는 맨 처음 놈의 뉘앙스를 이해했다.
‘본인이 불편하냐는 뜻이었잖아.’
류청우는 좀 씁쓸하기까지 한 기색이었으나, 곧 안색을 바꿔서 편안하게 말했다.
“음, 그래도 생각은 해봐.”
“…….”
여기서 이대로 넘어가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입을 열었다.
“형이 불편해서는 아닙니다. 꺼림칙한 것도 아니고.”
“……음.”
류청우는 걸어 내려가며 내 쪽을 빤히 보는 것 같더니, 쉽게 대답했다.
“그래.”
“아니, 거짓말이 아니라… 진짠데요.”
“알았다니까. 고마워.”
하나도 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
나는 발에 걸리는 돌을 찼다.
“그게 아니니까, 형이 이상한 부채감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
명절에 직장동료 부르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않은가.
아마 평상시의 이놈이었다면, 썩 친해 보이는 동갑내기 놈들 집이나 가보라고 권유했을 것이다.
‘이렇게 자기 집 설명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대신 말이지.’
그런데 굳이 이러는 건… 이놈 머리에 ‘박문대한테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딱 박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하나겠다.
“전 사고에서 형 대신 다친 게 아닙니다. 그냥 운이 더럽게 없던 거죠.”
차에서 이놈 대신 철근 맞은 거 말이다.
류청우는 잠시 말이 없었으나, 곧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맞다니까요. 시트 위치상….”
“문대야, 나도 눈 있어. 네가 날 밀치는 걸 봤다고. …너 그걸로 죽을 뻔했어. 그리고 후유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
류청우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나는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뒀어. 죽을 뻔한 것도 아니었다는데.”
“…….”
그래, 나도 그걸 봤었다.
나는 ‘진실 확인’에서 봤던 놈의 사고 장면을 반사적으로 떠올렸다. 팔 작살 나고 엉엉 울던 놈을.
‘…어쩌면, 그게 나한테도 영향을 줬을지 모르지.’
거기까지는 사실이다.
류청우의 사고 다음 장면을 머리에서 뭉개며, 나는 조용히 놈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넌… 이미 후유증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야. 예전이었으면 이 정도 등산은 그렇게 숨이 차지도 않았을걸.”
“…….”
“크게 다치고, 너무 오래 누워 있던 게 컨디션에 준 거겠지.”
아닌데.
야, 그건… 바쿠스 없어서 그런 건데.
‘다음 뽑기에서 도로 뽑을 거야, 새끼야.’
그리고 넥타르 써서 다른 후유증도 없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복했는데 무슨.
그냥 내가 벌크업이나 좀 하면 끝나는 문제라고.
‘식은땀이 다 나네.’
그러나 이런 웹소설 설정을 모르는 민간인 류청우는 미간을 누르고 있었다.
“나 대신 그렇게 된 거나 다름없지. 그런데 어떻게 내가 미안하지 않을 수 있겠어.”
“…….”
그래. 아무튼 류청우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양궁도 그만두고 힘든 시기를 보낸 덕에, 그걸 대신 처맞은 내게 부채감이 엄청났나 보다.
“후우.”
뭐, 우연히 철근에 배때기를 가져다 댔다는 건 더는 안 통할 것 같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럼 뭐, 제가 형 목숨 구해줬다고 치죠.”
“…!”
“앞으로도 많이 고마워하시면 됩니다. 필요하면 거침없이 부를 테니까 꼭 보답해 주시고.”
고마워하지 말라고 하는 게 더 불편하겠구나 싶으니, 그냥 이놈이 덜 미안해할 때까지 잘 써먹기나 하자.
“아, 체력은 운동으로 커버할 거니까 괜찮습니다.”
“…….”
류청우는 잠시 얼빠진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 이런 태세 전환이 순식간에 나올 줄은 몰랐나 보다.
하지만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웃지 마라, 정든다.
류청우가 시원스럽게 말하는 게 들렸다.
“알았어, 보답할게.”
“예.”
공기가 좀 가벼워졌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하산을 계속하다가,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명절에 형 집은 안 갈 겁니다. 저한테 제일 관심 없을 집으로 갈 건데요.”
“그래, 잘 쉬어.”
나는 깔끔하게 대답하는 류청우를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반드시 다른 놈 집에 가야 한다면, 제일 조용할 곳으로 가야지.
물론 내가 바라는 조용한 명절 휴가와 정반대되는 난리가, 이 예능이 방영된 밖에서는 일어나고 있었다.
* * *
-완전 대박!! 테스타 최고!
“…감사합니다.”
나는 호들갑을 떠는 제작진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들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완전히 이해했다.
‘프로그램이 생각보다도 잘됐군.’
3화의 시청률 성적표가 6.1%까지 나온 것이다.
‘케이블에서 하는 아이돌 예능이 이 정도면 규격 외지.’
CVN의 간판 정규 예능만큼 높은 수치였다.
섬에서 먹은 냉동 닭의 PPL을 나중에 땄는데, 그것도 판매량이 치솟았다고 하니 얼마나 반응이 좋은지는 뻔했다.
기사회생하다 못해 대성공이 뜬 제작진들의 목소리가 그렇게 밝을 수 없었다.
-저희 시즌 2 너무 하고 싶다니까요!
“좋죠.”
당연히 방송국 내부 윗분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듣기로는 우리 다음으로 올 땜빵용 파일럿 프로그램을 몰아내고 대신 비하인드 스페셜화를 편성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뭐,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촬영 운이 좋았던 측면이 크다만.’
사고가 빵빵 터지는 데다가 예측이 안 되니 흥미진진해서 재밌었겠지. 솔직히 그 맛을 다시 살리긴 어려울 테니 다음 시즌은… 모르겠는데.
‘그래도 말은 잘해주는 걸로 할까.’
이 제작진이 약속을 지키긴 했다.
조난 타임 끝나자마자 남은 제작비 다 거덜 내서 럭셔리한 휴가를 만들어주긴 했으니까.
그때 먹은 대게가 인당 세 마리는 될 것이다. 음, 차유진은 다섯 마리.
“저희도 스케줄 가능하면 다시 출연하고 싶어요. 정말 즐거웠습니다.”
-에이~ 고마워요. 문대 씨!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신나서 멤버 전원에게 전화를 돌려대는 PD와의 대화를 거기서 마무리했다.
“PD야?”
“예.”
“계속 전화하네.”
배세진이 툴툴거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기분 좋으신가 보죠. 프로그램이 잘돼서.”
“그건… 그렇지.”
배세진은 암울하게 중얼거렸다.
“…그 꼴이 다 나가긴 했지만.”
“…….”
그래. 아주… 개그맨이 따로 없었지.
나와 배세진은 2, 3화에서 했던 뻘짓들이 하나하나 강조되어서 방송을 탔던 것을 떠올리며, 잠시 차 안에서 침묵했다.
‘팬사인회가 두렵군….’
그 고요함은 잠시 후, 운전대에서 나온 말로 깨졌다.
“세진 씨, 여기 맞으시죠?”
“아, 네! 이 아파트요.”
배세진이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고 안색을 회복한 건 순식간이었다.
‘대출 안 낀 자가 아파트의 위력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저기 맨 위층이야!”
배세진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어머니 집에 계신댔어.”
“네.”
그렇다.
나는 이번 연휴, 배세진의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들어보니 아무 데도 안 가고 조용히 어머니와 보낼 계획이라고 하더라고.
명분도 좋았다.
-그, 집들이라고 생각하고 오든가!
-그러죠 뭐.
-…?!
-초대 감사합니다.
배세진은 그렇게 본진을 털렸다는 이야기다.
‘빈말이었다면 좀 미안한데.’
혹시 몰라서 과일이랑 고기를 좀 비싼 놈으로 사 오긴 했다.
여차하면 보여주기용으로 하루 이틀만 있다가 빠질 생각이니, 괜찮겠지.
“어서 와요~ 여기가 문대구나!”
“안녕하세요.”
“들어와요, 들어와~”
배세진의 어머니는 부드러운 인상의 밝은 분이셨다.
“안 그래도 방금 너희 예능 또 봤다? 어휴, 우리 애기들 정말 고생 많았네….”
그래. 배세진은 외동일 텐데, 하나뿐인 자식이 섬 가서 개고생하는 꼴을 보는 게 썩 유쾌하진 않았….
“그래도 너무 재밌더라!”
“……음, 예.”
뭐, 즐거움도 드렸다니 그건 다행이군.
어쨌든, 배세진은 짐작했던 대로 제법 어머니와 화목한 모양이었다.
“문대가 참 실물도 훤칠하네. 우리 애가 그 프로그램 나올 때부터 문대 이야기를 많이 했어.”
“내, 내가 언제요!”
“뭘, 노래 엄~청 잘하는 동생 있다며~”
“으으윽!”
배세진은 수치로 고통받으며 침몰했다. 배세진의 어머니는 깔깔 웃으며 그런 아들을 꼭 껴안았다.
“…….”
뭐, 보기 좋은 모자지간이다.
잠시 후, 충격에서 회복한 배세진은 어머니에게 등짝을 도닥거려진 뒤에 비척비척 일어섰다.
“…방 보여줄게.”
“예. 감사합니다.”
굳이 놀리진 말자.
나는 얌전히 내가 묵을 방을 소개받고, 그 김에 집까지 살피게 되었다.
“벽지는 내가 골랐어. 하늘색.”
“보기 좋네요. 깔끔하고.”
“…큼, 괜찮긴 하지. 아, 여기 이 수납장도 이렇게 하면!”
“오.”
본인이 마련한 집이라는 것이 대단히 뿌듯했는지, 배세진도 후반에 가서는 완전히 살아났다.
그리고 내가 사 온 과일을 먹으며 시간을 좀 보낸 뒤 저녁.
“잘 먹겠습니다.”
“차린 건 별로 없는데 많이 먹어요~”
저녁은 녹두전과 불고기 잡채였다. 어머니 혼자 준비해 놓을 걸 걱정한 배세진이 미리 맛집에다 배달을 맡겼다고.
‘명절 느낌은 나는군.’
어쨌든, 썩 괜찮은 시간이었다는 걸 부정할 순 없겠다.
“내가…!”
“됐고 그릇 주세요.”
나는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배세진에게 설거지를 강탈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야 내 방으로 돌아왔다.
탁.
“후.”
침대에 앉아, 나는 팔짱을 꼈다.
여기저기 연락할 곳이 있어서 밤까지 혼자 있겠다고 했으니, 여유도 충분하다.
“상태창.”
때가 됐다.
‘진실 확인’을 누를 적기가.
※주의※
이번 화는 우울증과 죽음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51화

이 섬 조난 예능이 끝난 뒤, 추석 연휴가 보장된 건 좋은 일이었다. 써먹을 곳이 있으니까.

‘…‘진실 확인’을 그때 누를 생각이었는데.’

혹시 내 상태가 썩 좋지 않더라도 연휴 동안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득이었고, 명절이라 이놈들이 다 본가로 갈 것도 썩 괜찮았다.

‘혼자 깔끔히 정리할 수 있겠지.’

근데 이제 와서 뜬금없이 이건 무슨 제안이란 말인가.

‘명절에 직장동료를 집으로 불러?’

서로 불편해지려고 작정했나.

특히 류청우는, 어렸을 때 나처럼 명절마다 본가로 내려갈 확률이….

“…….”

‘됐다.’

거기까지… 쓸데없이 추측하지 말자. 의미 없는 짓이다.

터벅.

나는 천천히 산길을 걷다가, 그냥 대놓고 물었다.

“명절에 제가 가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괜찮아.”

류청우는 선선히 대답했다.

“평소랑 별로 다를 건 없어. 그냥 가족끼리 지내자고 이미 이야기했거든. 명절 음식이나 좀 하지 않을까?”

“…….”

내 침묵을 무엇으로 해석했는지, 류청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친척들 만나는 게 좀 불편해.”

“…!”

“그쪽으로 연락을 받았지.”

류청우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관련 기사까지 떴었으니까… 그 후로 부모님도 명절엔 안 가신다고 하셔.”

“…….”

그래. 작가가 친척 찬스를 썼었지.

괜히 기자들한테 먹잇감이 될까 봐 류청우의 부모님도 친척 교류를 자제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말을 골랐다.

“현명하시네요.”

“하하, 그런가. 아무튼, 그래서 집에는 나랑 부모님뿐이야. 동생은 친구들이랑 여행 간다고 하고. 아, 우리 강아지도 있구나.”

“…….”

“한번 생각해 봐. 너 혼자 숙소에 있는 건 아마 이번엔 힘들 것 같으니까.”

“예?”

류청우의 얼굴에서 쓴웃음이 가시고, 약간 장난기가 보인다.

“몰라? 멤버들도 회사도 너 휴가 때마다 이상한 일 생기니까 혼자 두면 안 된다고 하던데.”

“…….”

그건… 그럴 만하지.

나는 지난 휴가 때 내 전적을 떠올리며 할 말을 잃었다.

‘하필 그걸 다 털려서.’

나라도 팀원 중에 누가 휴가만 받으면 매번 맛이 가거나 개싸움에 휘말린다면 감시할 것이다.

혼자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보겠다만, 여의치 않다면….

‘그렇다면… 류청우네도 나쁘진 않나.’

이놈과 그리 친한 건 아니니, 오히려 방 하나 받고 적당히 지낼 수 있을 테니까.

류청우의 부모님을 보는 건 썩 쾌적한 시간은 아니겠다만, 참을 만은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부모님 사진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대가족 여행을 가거나 했을 때… 꼭 사진이나, 비디오를 남기는 사람이 있지 않나.

‘하다못해 단체 사진이라도 살펴볼 수 있다면.’

내가 어떻게 잘 말해보면, 여기에 ‘류건우’는 없더라도, 내 부모님이 계시는지는 확인할 수 있….

‘쓸데없는 소리.’

나는 생각을 털었다.

여기에… 부모님이 계셨다는 기록이 있더라도, 내가 지금 보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쓸데없이 동요만 커지겠지.

‘머릿속 개소리에 넘어가지 마라.’

나는 충동을 끊고 이를 악물었다. 빠드득 소리가 입안에서 울렸다.

문제는, 그게 옆 놈한테도 들렸다는 점이다.

“그렇게 불편해?”

“…!!”

“아니… 그럴 수도 있지. 모르는 어른들이랑 같이 지내는 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그 말을 하려던 게 아닐 텐데.

나는 맨 처음 놈의 뉘앙스를 이해했다.

‘본인이 불편하냐는 뜻이었잖아.’

류청우는 좀 씁쓸하기까지 한 기색이었으나, 곧 안색을 바꿔서 편안하게 말했다.

“음, 그래도 생각은 해봐.”

“…….”

여기서 이대로 넘어가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입을 열었다.

“형이 불편해서는 아닙니다. 꺼림칙한 것도 아니고.”

“……음.”

류청우는 걸어 내려가며 내 쪽을 빤히 보는 것 같더니, 쉽게 대답했다.

“그래.”

“아니, 거짓말이 아니라… 진짠데요.”

“알았다니까. 고마워.”

하나도 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

나는 발에 걸리는 돌을 찼다.

“그게 아니니까, 형이 이상한 부채감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

명절에 직장동료 부르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않은가.

아마 평상시의 이놈이었다면, 썩 친해 보이는 동갑내기 놈들 집이나 가보라고 권유했을 것이다.

‘이렇게 자기 집 설명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대신 말이지.’

그런데 굳이 이러는 건… 이놈 머리에 ‘박문대한테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딱 박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하나겠다.

“전 사고에서 형 대신 다친 게 아닙니다. 그냥 운이 더럽게 없던 거죠.”

차에서 이놈 대신 철근 맞은 거 말이다.

류청우는 잠시 말이 없었으나, 곧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맞다니까요. 시트 위치상….”

“문대야, 나도 눈 있어. 네가 날 밀치는 걸 봤다고. …너 그걸로 죽을 뻔했어. 그리고 후유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

류청우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나는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뒀어. 죽을 뻔한 것도 아니었다는데.”

“…….”

그래, 나도 그걸 봤었다.

나는 ‘진실 확인’에서 봤던 놈의 사고 장면을 반사적으로 떠올렸다. 팔 작살 나고 엉엉 울던 놈을.

‘…어쩌면, 그게 나한테도 영향을 줬을지 모르지.’

거기까지는 사실이다.

류청우의 사고 다음 장면을 머리에서 뭉개며, 나는 조용히 놈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넌… 이미 후유증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야. 예전이었으면 이 정도 등산은 그렇게 숨이 차지도 않았을걸.”

“…….”

“크게 다치고, 너무 오래 누워 있던 게 컨디션에 준 거겠지.”

아닌데.

야, 그건… 바쿠스 없어서 그런 건데.

‘다음 뽑기에서 도로 뽑을 거야, 새끼야.’

그리고 넥타르 써서 다른 후유증도 없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복했는데 무슨.

그냥 내가 벌크업이나 좀 하면 끝나는 문제라고.

‘식은땀이 다 나네.’

그러나 이런 웹소설 설정을 모르는 민간인 류청우는 미간을 누르고 있었다.

“나 대신 그렇게 된 거나 다름없지. 그런데 어떻게 내가 미안하지 않을 수 있겠어.”

“…….”

그래. 아무튼 류청우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양궁도 그만두고 힘든 시기를 보낸 덕에, 그걸 대신 처맞은 내게 부채감이 엄청났나 보다.

“후우.”

뭐, 우연히 철근에 배때기를 가져다 댔다는 건 더는 안 통할 것 같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럼 뭐, 제가 형 목숨 구해줬다고 치죠.”

“…!”

“앞으로도 많이 고마워하시면 됩니다. 필요하면 거침없이 부를 테니까 꼭 보답해 주시고.”

고마워하지 말라고 하는 게 더 불편하겠구나 싶으니, 그냥 이놈이 덜 미안해할 때까지 잘 써먹기나 하자.

“아, 체력은 운동으로 커버할 거니까 괜찮습니다.”

“…….”

류청우는 잠시 얼빠진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 이런 태세 전환이 순식간에 나올 줄은 몰랐나 보다.

하지만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웃지 마라, 정든다.

류청우가 시원스럽게 말하는 게 들렸다.

“알았어, 보답할게.”

“예.”

공기가 좀 가벼워졌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하산을 계속하다가, 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명절에 형 집은 안 갈 겁니다. 저한테 제일 관심 없을 집으로 갈 건데요.”

“그래, 잘 쉬어.”

나는 깔끔하게 대답하는 류청우를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반드시 다른 놈 집에 가야 한다면, 제일 조용할 곳으로 가야지.

물론 내가 바라는 조용한 명절 휴가와 정반대되는 난리가, 이 예능이 방영된 밖에서는 일어나고 있었다.

* * *

-완전 대박!! 테스타 최고!

“…감사합니다.”

나는 호들갑을 떠는 제작진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들이 호들갑을 떠는 이유를 완전히 이해했다.

‘프로그램이 생각보다도 잘됐군.’

3화의 시청률 성적표가 6.1%까지 나온 것이다.

‘케이블에서 하는 아이돌 예능이 이 정도면 규격 외지.’

CVN의 간판 정규 예능만큼 높은 수치였다.

섬에서 먹은 냉동 닭의 PPL을 나중에 땄는데, 그것도 판매량이 치솟았다고 하니 얼마나 반응이 좋은지는 뻔했다.

기사회생하다 못해 대성공이 뜬 제작진들의 목소리가 그렇게 밝을 수 없었다.

-저희 시즌 2 너무 하고 싶다니까요!

“좋죠.”

당연히 방송국 내부 윗분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듣기로는 우리 다음으로 올 땜빵용 파일럿 프로그램을 몰아내고 대신 비하인드 스페셜화를 편성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뭐,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촬영 운이 좋았던 측면이 크다만.’

사고가 빵빵 터지는 데다가 예측이 안 되니 흥미진진해서 재밌었겠지. 솔직히 그 맛을 다시 살리긴 어려울 테니 다음 시즌은… 모르겠는데.

‘그래도 말은 잘해주는 걸로 할까.’

이 제작진이 약속을 지키긴 했다.

조난 타임 끝나자마자 남은 제작비 다 거덜 내서 럭셔리한 휴가를 만들어주긴 했으니까.

그때 먹은 대게가 인당 세 마리는 될 것이다. 음, 차유진은 다섯 마리.

“저희도 스케줄 가능하면 다시 출연하고 싶어요. 정말 즐거웠습니다.”

-에이~ 고마워요. 문대 씨!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신나서 멤버 전원에게 전화를 돌려대는 PD와의 대화를 거기서 마무리했다.

“PD야?”

“예.”

“계속 전화하네.”

배세진이 툴툴거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기분 좋으신가 보죠. 프로그램이 잘돼서.”

“그건… 그렇지.”

배세진은 암울하게 중얼거렸다.

“…그 꼴이 다 나가긴 했지만.”

“…….”

그래. 아주… 개그맨이 따로 없었지.

나와 배세진은 2, 3화에서 했던 뻘짓들이 하나하나 강조되어서 방송을 탔던 것을 떠올리며, 잠시 차 안에서 침묵했다.

‘팬사인회가 두렵군….’

그 고요함은 잠시 후, 운전대에서 나온 말로 깨졌다.

“세진 씨, 여기 맞으시죠?”

“아, 네! 이 아파트요.”

배세진이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고 안색을 회복한 건 순식간이었다.

‘대출 안 낀 자가 아파트의 위력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저기 맨 위층이야!”

배세진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어머니 집에 계신댔어.”

“네.”

그렇다.

나는 이번 연휴, 배세진의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들어보니 아무 데도 안 가고 조용히 어머니와 보낼 계획이라고 하더라고.

명분도 좋았다.

-그, 집들이라고 생각하고 오든가!

-그러죠 뭐.

-…?!

-초대 감사합니다.

배세진은 그렇게 본진을 털렸다는 이야기다.

‘빈말이었다면 좀 미안한데.’

혹시 몰라서 과일이랑 고기를 좀 비싼 놈으로 사 오긴 했다.

여차하면 보여주기용으로 하루 이틀만 있다가 빠질 생각이니, 괜찮겠지.

“어서 와요~ 여기가 문대구나!”

“안녕하세요.”

“들어와요, 들어와~”

배세진의 어머니는 부드러운 인상의 밝은 분이셨다.

“안 그래도 방금 너희 예능 또 봤다? 어휴, 우리 애기들 정말 고생 많았네….”

그래. 배세진은 외동일 텐데, 하나뿐인 자식이 섬 가서 개고생하는 꼴을 보는 게 썩 유쾌하진 않았….

“그래도 너무 재밌더라!”

“……음, 예.”

뭐, 즐거움도 드렸다니 그건 다행이군.

어쨌든, 배세진은 짐작했던 대로 제법 어머니와 화목한 모양이었다.

“문대가 참 실물도 훤칠하네. 우리 애가 그 프로그램 나올 때부터 문대 이야기를 많이 했어.”

“내, 내가 언제요!”

“뭘, 노래 엄~청 잘하는 동생 있다며~”

“으으윽!”

배세진은 수치로 고통받으며 침몰했다. 배세진의 어머니는 깔깔 웃으며 그런 아들을 꼭 껴안았다.

“…….”

뭐, 보기 좋은 모자지간이다.

잠시 후, 충격에서 회복한 배세진은 어머니에게 등짝을 도닥거려진 뒤에 비척비척 일어섰다.

“…방 보여줄게.”

“예. 감사합니다.”

굳이 놀리진 말자.

나는 얌전히 내가 묵을 방을 소개받고, 그 김에 집까지 살피게 되었다.

“벽지는 내가 골랐어. 하늘색.”

“보기 좋네요. 깔끔하고.”

“…큼, 괜찮긴 하지. 아, 여기 이 수납장도 이렇게 하면!”

“오.”

본인이 마련한 집이라는 것이 대단히 뿌듯했는지, 배세진도 후반에 가서는 완전히 살아났다.

그리고 내가 사 온 과일을 먹으며 시간을 좀 보낸 뒤 저녁.

“잘 먹겠습니다.”

“차린 건 별로 없는데 많이 먹어요~”

저녁은 녹두전과 불고기 잡채였다. 어머니 혼자 준비해 놓을 걸 걱정한 배세진이 미리 맛집에다 배달을 맡겼다고.

‘명절 느낌은 나는군.’

어쨌든, 썩 괜찮은 시간이었다는 걸 부정할 순 없겠다.

“내가…!”

“됐고 그릇 주세요.”

나는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배세진에게 설거지를 강탈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야 내 방으로 돌아왔다.

탁.

“후.”

침대에 앉아, 나는 팔짱을 꼈다.

여기저기 연락할 곳이 있어서 밤까지 혼자 있겠다고 했으니, 여유도 충분하다.

“상태창.”

때가 됐다.

‘진실 확인’을 누를 적기가.

※주의※

이번 화는 우울증과 죽음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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