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244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44화
나타난 반투명한 팝업에서는 팡파르가 터지고 있었다.
[성공적 만남!]
당신은 ?관객 ‘400,000명’과의 만남에 성공했습니다!
!제한시간 : 충족 (성공)
!상태이상 : ‘관객이 아니면 죽음을’ 제거!
단 한 번의 온라인 무료 콘서트로, 관객 40만 명을 달성해야 하는 상태이상을 제거한 것이다.
그럴 만했다.
VTIC 등장 이후 투표수가 거의 30만에 육박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전광판에 카운트가 올라가는 것을 직접 봤다. 실시간 관객 리액션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인식될 줄 알았어.’
게다가 이 플랫폼은 가입하지 않아도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적당히 시간 때우려 본 사람들은 가입하지 않고 봤을 것이다.
VTIC의 해외 팬덤 중에도 플랫폼 미가입자가 많다고 하니, 분명 실제 관람 수치는… 어마어마했을 테지.
그중에 적극적으로 실시간 공연에 참여할 가입자만으로도 30만 명을 만든다는 건 테스타만으로는 아슬아슬했을 것이다.
“…….”
그러니까, VTIC을 끌어들인다는 기초 계획은 넉넉히 성공했다.
결과에서 내 예측과 좀 다른 값이 나오긴 했지만.
: ‘진실’ 확인 ☜ Click!
코인 선택지가 사라졌다.
‘이젠 기본값으로 줄 줄 알았는데.’
지난번의 코인은 변칙적인 선택지였다는 뜻이다.
‘…사고를 예측하고 준 건가.’
묘한 생각이 든다.
정확히는, 전 매니저가 헛짓거리를 저지를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이 시스템이 굳이 파악해서 방비했다는 것.
‘굳이 똑같은 ‘관객’ 상태이상이 수치만 불려서 다시 뜬 것도 여기서 아귀가 맞는 것 같은데.’
원래 ‘진실 확인’만 나와야 할 값에 코인이라는 값이 나오니,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한 번 더 같은 상태이상을 수행한 것 같지 않은가.
나는 당시 온갖 상태이상이 튀어나왔다 지직거리며 사라지던 상태창의 이상 현상을 떠올렸다.
‘분명 오류 같은 게 발생했어.’
이 말을 해석하자면… 상태창은 오류가 나더라도 어떻게든 나에게 코인을 쥐여 주기 위해 경로를 이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그동안 이 시스템에서 감성과 지성의 흔적을 발견한 적은 없다.
그런데 뽑기 확률 조작부터 시작해서 이… 호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큰 흐름은 뭘까.
“…….”
나는 빠르게 고민한 후, 결론을 냈다.
‘내가 상태이상을 클리어하길 바라나.’
어떻게든 내가 생존해서 이 정신 나간 상황을 클리어하도록 이 상태창이 구현된 게 아닌가 싶단 말이다.
왜냐하면 상태창이 없던 놈은 몇 번을….
“뭐 봐요?”
“…!!”
고개를 들자, 청려가 유심히 내 시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잠시 생각을 좀 했습니다.”
“그래요?”
놈은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더니, 눈을 돌려 내가 잠깐 쳐다본 허공 방향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상태창이 있는 자리를.
‘X발.’
나는 무심코 팝업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보일 리는 없는지, 놈은 별 동요 없이 웃고 있다.
그냥 내 시선을 읽은 것이다.
‘힐끗 봤는데 그걸 읽어?’
여러 번 살아본 짬이 어디 가진 않았는지 촉이 비상한 놈이긴 했다.
‘…원하는 건 얻었냐고 물었지.’
나는 쓸데없는 긴장감을 버리고 정석적인 답변을 내놨다.
“잘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공연이요.”
“그래요. 잘됐네요.”
청려는 적당히 내포한 의미를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오늘 즐거웠어요.”
“……저야말로.”
자신 있다는 거군.
나는 손을 내밀어서 놈과 악수했다. 장갑이 서늘했다.
“남은 공연도 힘내서 쭉쭉하길 바라요~”
“화이팅.”
VTIC 놈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악수에 끼어들었다. 나름대로 이 기회로 친분이 깊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 쪽 몇 놈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고.
예를 들면, 기어코 편곡 프로그램을 알아낸 김래빈 말이다.
“선배님들 부디 편안한 귀갓길 되시길 바랍니다…! 많은 지도편달 감사합니다!”
“아이고 우리가 뭘 알려줬다고 그래~”
“해외 나가는 거긴 하지만 고마워요. 잘 들어갈게요!”
“넵!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무리는 그렇게 악수가 여러 번 오가며 훈훈하게 끝났다.
하긴, 싸운 것도 아니고 언제 다시 얼굴 볼지 모르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훈훈하게 안 끝날 것도 없다만.
문제가 있다면 우리끼리만 그렇다는 것이고, 팬덤은 또 다른 문제다.
‘인터넷은… 난리겠군.’
일단 둘 다 본전치기는 확실히 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최악의 경우라도 자선행사에서 둘이 기싸움 했다는 말 정도로 끝나면 좋겠는데 말이다.
“세진아, 전광판 투표 4분 남았다는데.”
“갈게!”
다음 투표 안내를 맡은 배세진이 복도를 질주한다. 눈엣가시 같던 VTIC이 사라지니 운신이 더 과격해졌군.
나는 대충 공연 반응을 예상해보다가,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어깨를 으쓱했다.
‘남은 무대나 마저 잘하자.’
입에서 가짜 피를 뿜으며 해야 하는 무대가 바로 다음이었다. 일단 퀄리티나 챙기자.
그리고 이 판단은 괜찮은 판단이었다는 게 곧 밝혀졌다.
* * *
테스타의 기부 콘서트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이번 콘서트 총 기부금액]
[!! 252,096,000 !!]
[뜨거운 참여와 따듯한 정에 감사드립니다.]
실시간 참여 기부금액은 1억 4천을 넘겼고, 실시간 최고 동시 접속자는 112만 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플랫폼은 일시적 서버 증설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며 식은땀을 닦았다.
대중 반응도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대박
-개꿀잼이었음 진짜ㅋㅋㅋ
-만원 기부했는데 진짜 기분 좋다 뭔가 좋은 공연도 보고 좋은 일도 한 느낌ㅠㅠ
-이런 거 자주 했으면 좋겠어
-테스타 진짜 애들 괜찮더라 걔네 인하트 없어? 팔로하고 싶은데ㅠ
일단 본 사람들은 다 즐거워했고, 위튜브에 무대들이 하나씩 올라올 것이란 소식에 더 좋아했다.
플랫폼에서 전체영상은 VOD로 파는 것도 큰 저항 없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개별 무대는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니까.
-그래 그 정도는 해야 먹고 살지
-테스타 고생했다~
-브이틱 진짜 멋있더라 두 그룹 우정 응원해용! *^^*
팬들은 전체영상에 들어간 깨알 같은 재밌는 점들을 다 보고 싶었기 때문에 구매율도 괜찮았다.
게다가 하나 더, SNS에 소식이 떴다.
[테스타가 관객분들이 기부해주신 만큼 함께 기부합니다! (사진)]
[모금된 금액은 다 함께 의 이름으로 안전히 전달될 예정입니다.]
바로 관객이 손수 넣은 기부액만큼 테스타가 금액을 더 추가한 것이다.
사진 속 테스타는 막 공연을 끝냈는지 땀에 젖은 얼굴들로, 황급히 마크로 휘갈겨 적은 듯한 금액 판을 들고 웃고 있었다.
‘왜 관객 돈으로 너희가 공제받냐’ 등의 말을 무마할, 나무랄 곳 없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아니, 사실 추가 기부는 그럴 필요까진 없어 보일 만큼 약간 과하게 ‘착한’ 행위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결정의 이유가 있었다.
아이돌에 관심이 깊은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VTIC과 테스타를 두고 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대에 대한 칭찬이었다.
VTIC이 예고도 없이 깜짝 등장하여 워낙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덕에, 순간 인기글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인터넷을 장악했다.
[9년 차 아이돌 커버 수준]
[1군 위엄 제대로 보여준 아이돌]
[VTIC ? 행차]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테스타 원곡보다도 좋다’, 혹은 ‘그래도 테스타가 낫다’는 직접 비교의 뉘앙스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이어서 테스타가 나오며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와 테스타 좋다
-이런 느낌 좋아ㅋㅋㅋ
-둘 다 진짜 잘한다 기획도 좋고
-메보… 하…. 이 맛이지ㅠㅠ
테스타는 VTIC의 곡을 신선하게 소화하면서도 정면 대결의 뉘앙스를 없애고 ‘연결된 세트리스트’의 느낌을 더 살린 것이다.
덕분에 비교로 타오르려던 분위기는 좀 잦아들었으나, 대신 서로 감정이 상한 팬들과 그걸 이용하려는 어그로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나만 쎄한가 테스타 구식 라디오에서 나오는 브이틱 노래 끄는 연출이나 이런 거 노리고 한 것 같은…
└그 노래 따라 부른 건 언급 안하는 치졸함ㅋㅋ 누가 봐도 리스펙이었구만
└80년대 컨셉이라 애들이 입은 옷도 구식인데 무슨 소리지
└팬들 왜 이렇게 입막음질이야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데
└어 나는 니가 어그로라고 느꼈음
-솔직히 무대 스케일만 보면 브이틱이 더 컸지 근데 좀ㅋㅋㅋ 넘 이겨먹으려는 것 같아서 불편했어
└그냥 했으면 성의 없다고 불편하다고 하셨을 분
└미안해 우리 애들이 무대를 너무 잘해서 테스타 팬들 마음이 많이 상했겠다ㅠㅠ
└앞으로는 후배들 창피하지 않게 실력 보여주지 말고 자제해달라고 팬싸에서 말해볼게!
└와 개살벌ㅋㅋㅋㅋㅋㅋ
└제발 그만해 다 잘했는데 왜 이래 제발..
물밑에서는 테스타의 의도, VTIC의 의도에 관한 온갖 과한 해석과 말도 안 되는 추측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체급 큰 두 팬덤을 싸움 붙이고 싶어 하는 분위기와, 그걸 무마하려는 분위기가 팽팽히 맞섰다.
안 그래도 서로를 의식하던 두 팬덤은 무대는 좋아하면서도 상대를 극도로 짜증스럽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아 개빡치네!!”
여기도 하나, 기사 댓글에서 VTIC의 팬과 싸우다가 열받은 대학생 하나가 씩씩대고 있었다.
박문대를 자신의 2순위에 올리는 것을 인정한 김래빈의 팬이었다.
-감당도 못 할 거면서 게스트로 부른 쪽만 안 됐지..ㅠㅠ
└엥 게스트로 온 쪽이 괜히 손해보지 않았나 댄서 다 깔고도 좀 밀리던데
└눈 없어? 누가 봐도 게스트쪽이 잘하던데;
“다 티 난다 새끼야.”
김래빈의 팬은 ‘티카 새끼들은 왜 이렇게 추잡스럽냐’고 이를 악물고 댓글을 달았다.
└게스트가 막 튀려고 하니까 어그로는 어쩔 수 없지ㅠ 그것까지 자연스럽게 공연 일부로 소화한 쪽이 대단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이런 ‘실력’적 측면에 대해서 댓글을 달고 있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이걸로 분위기 좀 바뀌긴 했어.’
사실 테스타의 최근 이미지는 ‘안타까운 피해자’에 가까웠다. 활동하는 것도 ‘멋지다’보다는 ‘장하다’는 댓글이 달릴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아이돌로서의 테스타보다 그 사고의 이야깃거리가 너무 컸다.
그리고, 그건 VTIC도 마찬가지였다.
사회면에 나온 메보와 불쌍한 남은 멤버들, 혹은 의심스러운 하락세 그룹의 이미지는 달라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사회면으로 얻은 이미지들이 이번 화제로 휙 날아간 것이다.
대신 두 그룹은 모두 본업으로 뜨거워졌다.
이 그룹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마다 ‘누가 더 잘했는지’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돌적인 의미로 핫해진 것이다.
이 모든 갈등이 지극히 인기 있는 1군 아이돌들스러웠다.
‘그건 좀 재밌긴 한데….’
└ㅋㅋㅋㅋ러뷰어 티 너무 낸다~
“X새끼가!!”
김래빈의 팬은 즉시 자신의 말을 취소하고 그 밑에 말을 달았다.
‘아 님 티카였음? 팬 몰이 여전하네 안 부끄럽나ㅉㅉ’
그리고 느꼈다.
‘이거 뭐 하나만 잘못 걸리면 제대로 한판 한다.’
지금 두 팬덤은 서로가 거슬리기 짝이 없을 것이다.
분명 어딘가에서는 상대 그룹에 대한 지저분한 루머를 캐려고 혈안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김래빈의 팬은 직감했다.
‘아 골 아파지겠네!’
그녀가 혀를 차는 순간.
디리링!
[안녕하세요, 저는 문대…]
“…!?”
SNS에 알림이 떴다. 테스타의 계정이다.
“야 박문대!”
김래빈의 팬은 키보드 배틀을 내팽겨치고 당장 알림을 클릭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문대 (이모티콘)
즐거운 콘서트였습니다. 멋진 사진이 많아서 제가 찍은 사진도 조금 공유해 봅니다.
관람해 주신 러뷰어들, 그리고 모든 관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
글 밑에 첨부된 사진들은… VTIC이다.
“야!!”
그녀는 소리를 빽 질렀다.
‘이러면 지는 것 같잖아! VTIC이 먼저 올릴 때까지 기다려…….’
그리고 즉시 진정했다. 다음 글로 박문대가 테스타 자신들의 사진도 한꺼번에 풀었기 때문이다.
“김래빈 잘생겼네.”
그녀는 무대용 붕대를 감은 김래빈이 어설프게 윙크하는 사진을 잘 저장했다.
‘음, 그래. 오히려 VTIC이 후배보다도 도량 없는 치졸한 놈들이 되겠어.’
그녀는 더없이 냉정하게 VTIC의 사진을 훑고 지나갔다.
‘아, 박문대 짜증 나게 얘네 사진도 엄청 잘 찍어놨네!’
특히 청려의 독사진은 몇몇 홈마보다도 나은 것 같았다!
물론 덕분에 VTIC의 팬들에게 ‘일부러 못 나온 사진 올린 것 같다’는 꼬투리를 주지 않을 수 있었지만.
‘자기 셀카나 좀 더 올려주지.’
그녀는 괜히 투덜거리면서도, 각종 팬들의 손에서 보정된 사진들을 또 저장할 일이 기대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많은 팬에게서 벌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내 아이돌이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해’라는 명제가 통용되는 시대는 아니었으나, 분위기 환기 정도의 효과는 있었다.
‘거봐, 좋은 행사 멋진 무대 초 치지 말라고!’를 외치는 사람들의 의견에 힘과 감정이 실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밑에서도 마지못한 인정까지 나왔다.
-곰머가 뭘 알긴함
-음습댕이 내 편일 땐 든든해
-사진ㄱㅅㄱㅅ
인터넷은 떡밥을 먹느라 잠시 휴전기에 들어갔다.
게다가 테스타 공식 계정에는 공지도 떴다.
바로 이번 공연의 떡밥. ‘버려진 선택지’들에 대해서.
[테스타의 다른 선택이 궁금한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9월 마지막 주 수요일 밤 11시. CVN에 채널 고정!]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테스타의 새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까지 겸하는 것이 분명했다!
“…일 잘하네.”
소속사가 X같이 무능했던 것이지, 그놈들이 납작 엎드리고 그룹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니 이렇게 잘 돌아갈 수가 없다.
김래빈의 개인팬은 드물게 할 말을 잃고 떡밥과 박문대가 찍은 사진을 번갈아 보았다.
다만, 이 모든 일을 계획한 당사자는 평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모니터링에 열중하는 중은 아니었다.
“선택은 해야 하니까.”
“…그렇죠.”
“소송인지, 다음 활동인지.”
대신, 그는 리더와 다음 행보에 관한 백분 토론에 돌입해 있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44화
나타난 반투명한 팝업에서는 팡파르가 터지고 있었다.
당신은 ?관객 ‘400,000명’과의 만남에 성공했습니다!
!제한시간 : 충족 (성공)
!상태이상 : ‘관객이 아니면 죽음을’ 제거!
단 한 번의 온라인 무료 콘서트로, 관객 40만 명을 달성해야 하는 상태이상을 제거한 것이다.
그럴 만했다.
VTIC 등장 이후 투표수가 거의 30만에 육박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전광판에 카운트가 올라가는 것을 직접 봤다. 실시간 관객 리액션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인식될 줄 알았어.’
게다가 이 플랫폼은 가입하지 않아도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적당히 시간 때우려 본 사람들은 가입하지 않고 봤을 것이다.
VTIC의 해외 팬덤 중에도 플랫폼 미가입자가 많다고 하니, 분명 실제 관람 수치는… 어마어마했을 테지.
그중에 적극적으로 실시간 공연에 참여할 가입자만으로도 30만 명을 만든다는 건 테스타만으로는 아슬아슬했을 것이다.
“…….”
그러니까, VTIC을 끌어들인다는 기초 계획은 넉넉히 성공했다.
결과에서 내 예측과 좀 다른 값이 나오긴 했지만.
: ‘진실’ 확인 ☜ Click!
코인 선택지가 사라졌다.
‘이젠 기본값으로 줄 줄 알았는데.’
지난번의 코인은 변칙적인 선택지였다는 뜻이다.
‘…사고를 예측하고 준 건가.’
묘한 생각이 든다.
정확히는, 전 매니저가 헛짓거리를 저지를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이 시스템이 굳이 파악해서 방비했다는 것.
‘굳이 똑같은 ‘관객’ 상태이상이 수치만 불려서 다시 뜬 것도 여기서 아귀가 맞는 것 같은데.’
원래 ‘진실 확인’만 나와야 할 값에 코인이라는 값이 나오니,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한 번 더 같은 상태이상을 수행한 것 같지 않은가.
나는 당시 온갖 상태이상이 튀어나왔다 지직거리며 사라지던 상태창의 이상 현상을 떠올렸다.
‘분명 오류 같은 게 발생했어.’
이 말을 해석하자면… 상태창은 오류가 나더라도 어떻게든 나에게 코인을 쥐여 주기 위해 경로를 이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왜?’
그동안 이 시스템에서 감성과 지성의 흔적을 발견한 적은 없다.
그런데 뽑기 확률 조작부터 시작해서 이… 호의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큰 흐름은 뭘까.
“…….”
나는 빠르게 고민한 후, 결론을 냈다.
‘내가 상태이상을 클리어하길 바라나.’
어떻게든 내가 생존해서 이 정신 나간 상황을 클리어하도록 이 상태창이 구현된 게 아닌가 싶단 말이다.
왜냐하면 상태창이 없던 놈은 몇 번을….
“뭐 봐요?”
“…!!”
고개를 들자, 청려가 유심히 내 시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잠시 생각을 좀 했습니다.”
“그래요?”
놈은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더니, 눈을 돌려 내가 잠깐 쳐다본 허공 방향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상태창이 있는 자리를.
‘X발.’
나는 무심코 팝업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보일 리는 없는지, 놈은 별 동요 없이 웃고 있다.
그냥 내 시선을 읽은 것이다.
‘힐끗 봤는데 그걸 읽어?’
여러 번 살아본 짬이 어디 가진 않았는지 촉이 비상한 놈이긴 했다.
‘…원하는 건 얻었냐고 물었지.’
나는 쓸데없는 긴장감을 버리고 정석적인 답변을 내놨다.
“잘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공연이요.”
“그래요. 잘됐네요.”
청려는 적당히 내포한 의미를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오늘 즐거웠어요.”
“……저야말로.”
자신 있다는 거군.
나는 손을 내밀어서 놈과 악수했다. 장갑이 서늘했다.
“남은 공연도 힘내서 쭉쭉하길 바라요~”
“화이팅.”
VTIC 놈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악수에 끼어들었다. 나름대로 이 기회로 친분이 깊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 쪽 몇 놈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고.
예를 들면, 기어코 편곡 프로그램을 알아낸 김래빈 말이다.
“선배님들 부디 편안한 귀갓길 되시길 바랍니다…! 많은 지도편달 감사합니다!”
“아이고 우리가 뭘 알려줬다고 그래~”
“해외 나가는 거긴 하지만 고마워요. 잘 들어갈게요!”
“넵!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무리는 그렇게 악수가 여러 번 오가며 훈훈하게 끝났다.
하긴, 싸운 것도 아니고 언제 다시 얼굴 볼지 모르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훈훈하게 안 끝날 것도 없다만.
문제가 있다면 우리끼리만 그렇다는 것이고, 팬덤은 또 다른 문제다.
‘인터넷은… 난리겠군.’
일단 둘 다 본전치기는 확실히 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최악의 경우라도 자선행사에서 둘이 기싸움 했다는 말 정도로 끝나면 좋겠는데 말이다.
“세진아, 전광판 투표 4분 남았다는데.”
“갈게!”
다음 투표 안내를 맡은 배세진이 복도를 질주한다. 눈엣가시 같던 VTIC이 사라지니 운신이 더 과격해졌군.
나는 대충 공연 반응을 예상해보다가,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어깨를 으쓱했다.
‘남은 무대나 마저 잘하자.’
입에서 가짜 피를 뿜으며 해야 하는 무대가 바로 다음이었다. 일단 퀄리티나 챙기자.
그리고 이 판단은 괜찮은 판단이었다는 게 곧 밝혀졌다.
* * *
테스타의 기부 콘서트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실시간 참여 기부금액은 1억 4천을 넘겼고, 실시간 최고 동시 접속자는 112만 명을 넘기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플랫폼은 일시적 서버 증설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며 식은땀을 닦았다.
대중 반응도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대박
-개꿀잼이었음 진짜ㅋㅋㅋ
-만원 기부했는데 진짜 기분 좋다 뭔가 좋은 공연도 보고 좋은 일도 한 느낌ㅠㅠ
-이런 거 자주 했으면 좋겠어
-테스타 진짜 애들 괜찮더라 걔네 인하트 없어? 팔로하고 싶은데ㅠ
일단 본 사람들은 다 즐거워했고, 위튜브에 무대들이 하나씩 올라올 것이란 소식에 더 좋아했다.
플랫폼에서 전체영상은 VOD로 파는 것도 큰 저항 없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개별 무대는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니까.
-그래 그 정도는 해야 먹고 살지
-테스타 고생했다~
-브이틱 진짜 멋있더라 두 그룹 우정 응원해용! *^^*
팬들은 전체영상에 들어간 깨알 같은 재밌는 점들을 다 보고 싶었기 때문에 구매율도 괜찮았다.
게다가 하나 더, SNS에 소식이 떴다.
바로 관객이 손수 넣은 기부액만큼 테스타가 금액을 더 추가한 것이다.
사진 속 테스타는 막 공연을 끝냈는지 땀에 젖은 얼굴들로, 황급히 마크로 휘갈겨 적은 듯한 금액 판을 들고 웃고 있었다.
‘왜 관객 돈으로 너희가 공제받냐’ 등의 말을 무마할, 나무랄 곳 없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아니, 사실 추가 기부는 그럴 필요까진 없어 보일 만큼 약간 과하게 ‘착한’ 행위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결정의 이유가 있었다.
아이돌에 관심이 깊은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VTIC과 테스타를 두고 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대에 대한 칭찬이었다.
VTIC이 예고도 없이 깜짝 등장하여 워낙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덕에, 순간 인기글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인터넷을 장악했다.
수많은 댓글이 달리며, ‘테스타 원곡보다도 좋다’, 혹은 ‘그래도 테스타가 낫다’는 직접 비교의 뉘앙스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이어서 테스타가 나오며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와 테스타 좋다
-이런 느낌 좋아ㅋㅋㅋ
-둘 다 진짜 잘한다 기획도 좋고
-메보… 하…. 이 맛이지ㅠㅠ
테스타는 VTIC의 곡을 신선하게 소화하면서도 정면 대결의 뉘앙스를 없애고 ‘연결된 세트리스트’의 느낌을 더 살린 것이다.
덕분에 비교로 타오르려던 분위기는 좀 잦아들었으나, 대신 서로 감정이 상한 팬들과 그걸 이용하려는 어그로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나만 쎄한가 테스타 구식 라디오에서 나오는 브이틱 노래 끄는 연출이나 이런 거 노리고 한 것 같은…
└그 노래 따라 부른 건 언급 안하는 치졸함ㅋㅋ 누가 봐도 리스펙이었구만
└80년대 컨셉이라 애들이 입은 옷도 구식인데 무슨 소리지
└팬들 왜 이렇게 입막음질이야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데
└어 나는 니가 어그로라고 느꼈음
-솔직히 무대 스케일만 보면 브이틱이 더 컸지 근데 좀ㅋㅋㅋ 넘 이겨먹으려는 것 같아서 불편했어
└그냥 했으면 성의 없다고 불편하다고 하셨을 분
└미안해 우리 애들이 무대를 너무 잘해서 테스타 팬들 마음이 많이 상했겠다ㅠㅠ
└앞으로는 후배들 창피하지 않게 실력 보여주지 말고 자제해달라고 팬싸에서 말해볼게!
└와 개살벌ㅋㅋㅋㅋㅋㅋ
└제발 그만해 다 잘했는데 왜 이래 제발..
물밑에서는 테스타의 의도, VTIC의 의도에 관한 온갖 과한 해석과 말도 안 되는 추측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체급 큰 두 팬덤을 싸움 붙이고 싶어 하는 분위기와, 그걸 무마하려는 분위기가 팽팽히 맞섰다.
안 그래도 서로를 의식하던 두 팬덤은 무대는 좋아하면서도 상대를 극도로 짜증스럽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아 개빡치네!!”
여기도 하나, 기사 댓글에서 VTIC의 팬과 싸우다가 열받은 대학생 하나가 씩씩대고 있었다.
박문대를 자신의 2순위에 올리는 것을 인정한 김래빈의 팬이었다.
-감당도 못 할 거면서 게스트로 부른 쪽만 안 됐지..ㅠㅠ
└엥 게스트로 온 쪽이 괜히 손해보지 않았나 댄서 다 깔고도 좀 밀리던데
└눈 없어? 누가 봐도 게스트쪽이 잘하던데;
“다 티 난다 새끼야.”
김래빈의 팬은 ‘티카 새끼들은 왜 이렇게 추잡스럽냐’고 이를 악물고 댓글을 달았다.
└게스트가 막 튀려고 하니까 어그로는 어쩔 수 없지ㅠ 그것까지 자연스럽게 공연 일부로 소화한 쪽이 대단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이런 ‘실력’적 측면에 대해서 댓글을 달고 있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이걸로 분위기 좀 바뀌긴 했어.’
사실 테스타의 최근 이미지는 ‘안타까운 피해자’에 가까웠다. 활동하는 것도 ‘멋지다’보다는 ‘장하다’는 댓글이 달릴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아이돌로서의 테스타보다 그 사고의 이야깃거리가 너무 컸다.
그리고, 그건 VTIC도 마찬가지였다.
사회면에 나온 메보와 불쌍한 남은 멤버들, 혹은 의심스러운 하락세 그룹의 이미지는 달라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사회면으로 얻은 이미지들이 이번 화제로 휙 날아간 것이다.
대신 두 그룹은 모두 본업으로 뜨거워졌다.
이 그룹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마다 ‘누가 더 잘했는지’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돌적인 의미로 핫해진 것이다.
이 모든 갈등이 지극히 인기 있는 1군 아이돌들스러웠다.
‘그건 좀 재밌긴 한데….’
└ㅋㅋㅋㅋ러뷰어 티 너무 낸다~
“X새끼가!!”
김래빈의 팬은 즉시 자신의 말을 취소하고 그 밑에 말을 달았다.
‘아 님 티카였음? 팬 몰이 여전하네 안 부끄럽나ㅉㅉ’
그리고 느꼈다.
‘이거 뭐 하나만 잘못 걸리면 제대로 한판 한다.’
지금 두 팬덤은 서로가 거슬리기 짝이 없을 것이다.
분명 어딘가에서는 상대 그룹에 대한 지저분한 루머를 캐려고 혈안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김래빈의 팬은 직감했다.
‘아 골 아파지겠네!’
그녀가 혀를 차는 순간.
디리링!
“…!?”
SNS에 알림이 떴다. 테스타의 계정이다.
“야 박문대!”
김래빈의 팬은 키보드 배틀을 내팽겨치고 당장 알림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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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문대 (이모티콘)
즐거운 콘서트였습니다. 멋진 사진이 많아서 제가 찍은 사진도 조금 공유해 봅니다.
관람해 주신 러뷰어들, 그리고 모든 관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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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밑에 첨부된 사진들은… VTIC이다.
“야!!”
그녀는 소리를 빽 질렀다.
‘이러면 지는 것 같잖아! VTIC이 먼저 올릴 때까지 기다려…….’
그리고 즉시 진정했다. 다음 글로 박문대가 테스타 자신들의 사진도 한꺼번에 풀었기 때문이다.
“김래빈 잘생겼네.”
그녀는 무대용 붕대를 감은 김래빈이 어설프게 윙크하는 사진을 잘 저장했다.
‘음, 그래. 오히려 VTIC이 후배보다도 도량 없는 치졸한 놈들이 되겠어.’
그녀는 더없이 냉정하게 VTIC의 사진을 훑고 지나갔다.
‘아, 박문대 짜증 나게 얘네 사진도 엄청 잘 찍어놨네!’
특히 청려의 독사진은 몇몇 홈마보다도 나은 것 같았다!
물론 덕분에 VTIC의 팬들에게 ‘일부러 못 나온 사진 올린 것 같다’는 꼬투리를 주지 않을 수 있었지만.
‘자기 셀카나 좀 더 올려주지.’
그녀는 괜히 투덜거리면서도, 각종 팬들의 손에서 보정된 사진들을 또 저장할 일이 기대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많은 팬에게서 벌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내 아이돌이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해’라는 명제가 통용되는 시대는 아니었으나, 분위기 환기 정도의 효과는 있었다.
‘거봐, 좋은 행사 멋진 무대 초 치지 말라고!’를 외치는 사람들의 의견에 힘과 감정이 실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밑에서도 마지못한 인정까지 나왔다.
-곰머가 뭘 알긴함
-음습댕이 내 편일 땐 든든해
-사진ㄱㅅㄱㅅ
인터넷은 떡밥을 먹느라 잠시 휴전기에 들어갔다.
게다가 테스타 공식 계정에는 공지도 떴다.
바로 이번 공연의 떡밥. ‘버려진 선택지’들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테스타의 새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까지 겸하는 것이 분명했다!
“…일 잘하네.”
소속사가 X같이 무능했던 것이지, 그놈들이 납작 엎드리고 그룹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니 이렇게 잘 돌아갈 수가 없다.
김래빈의 개인팬은 드물게 할 말을 잃고 떡밥과 박문대가 찍은 사진을 번갈아 보았다.
다만, 이 모든 일을 계획한 당사자는 평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모니터링에 열중하는 중은 아니었다.
“선택은 해야 하니까.”
“…그렇죠.”
“소송인지, 다음 활동인지.”
대신, 그는 리더와 다음 행보에 관한 백분 토론에 돌입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