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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4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4화
슬슬 때가 됐다.
나는 방금까지 보고 있던 악토버 31의 무대 영상 댓글창을 껐다.
우선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결과를 말하자면…….
‘무서울 정도로 떡상했다…….’
정말로, 그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조회수부터 기사 댓글까지 수치가 3화에 방영된 다른 팀의 대여섯 배를 훌쩍 넘겼다.
류청우의 팀은 다른 의미로 버즈량이 올랐던데, 그거 반사이득도 좀 본 것 같았고.
어쨌든 여기서 삐끗하지만 않는다면, 순조롭게 2차까지는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다음 촬영이 더욱 중요했다. 편집의 위력을 실감했으니, 더 조심해야겠지.
그럼 다음 촬영에 도움이 될 것들을 살펴보자.
나는 검색창에 새로운 검색어를 넣었다.
[박문대 개인 직캠]
검색하자 ‘1일 전’으로 게시 날짜가 표시된 공식 동영상이 제일 먼저 떴다.
피드백을 객관적으로 살피기 위해 하루 동안 보지 않고 있었다.
그랬더니. 단위가 예상 이상이 되어 있다.
[조회수 : 32만]
내가 댄스가 강점이 아닌 참가자라는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으로 높은 수치였다.
하단에 뜬 연관 동영상의 다른 참가자들을 보았다.
“3만, 12만, 7천, 2만, 6만…… 흠.”
나보다 높은 수치가 몇 없었다. 아니, 애초에 5만을 넘기지 못한 참가자가 절반은 됐다.
조회수만 따지면 아마도 12인 안에는 거뜬히 들 것 같았다.
이미 무대가 공개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대단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실속이 더 중요하지.’
나는 동영상 댓글을 추천순 정렬해서 쭉 훑었다.
-박문대 자기 파트마다 표현력 좀 봐 완전 천재만재 아이돌이자나 아이돌하려고 태어났다고ㅠㅠ
-문댕댕 이런 컨셉도 찰떡이라니 놀랍다
-팝콘에 닭발에 이젠 호러까지 잡았다 박문대 그는 신인가
-브릿지 귀호강 감사합니다
-문대야 말랑달콤님 팬이라 선곡 걸렸을 때 혼자만 약간 설레한 거ㅋㅋㅋ 너무 귀여웠어!
마지막 댓글은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좋게 봐주신 것 같으니 칭찬이라고 생각하자.
그 외에도 칭찬글이 대부분이었다.
최신순으로 정렬하면 간혹 욕 댓글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뒤늦은 영어 댓글들에 밀려 곧 쓸려나가듯 사라졌다.
이번에는 SNS에 내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박문대’, 그리고 ‘문대’.
영상과 이미지가 첨부된 글들이 즉시 화면에 가득 찼다.
-문대 넘 귀여웡 (개인 직캠 움짤)
-어떻게 거기서 호러를 생각해 냈지ㅠㅠ 우리 문대 실력 인성 센스까지 삼위일체의 아이돌ㅠㅠ
-박문대 노래 잘하긴 하는데 그렇게 특출난지는 모르겠음 근데 얼굴은 내 취향임 (제작발표회 사진)
-문대는 문댕댕이애오 밥 잘 먹어오 예뻐해주새오♡ (강아지 먹방 합성 사진)
별의별 것에 대한 감상이 넘쳐서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얼굴, 목소리, 표정, 어깨, 먹는 동작…. 심지어 나도 몰랐던 내 버릇을 귀엽다고 좋아하는 글까지 나왔다.
나는 목 뒤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좀 민망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고맙기도 하고, 이상하게 의욕이 솟구치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물론, 이게 인터넷 여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디 보자, ‘문대’를 검색에 안 걸리게 변형했다면…….
“음.”
나는 길게 고민할 것 없이 검색어를 넣었다.
[곰머]
‘문’을 뒤집고 ‘대’를 유사 표기법으로 바꾼 간단한 변형식이었다.
일단 내가 데이터 팔던 때는 이게 거의 정석이었는데, 얼추 맞겠지.
예상대로 결과가 쏟아졌다.
-곰머 존못에 겨우 팝콘따리도 개못추는데 ㅅㅂ 편집 어디다 부벼ㅋㅋㅋ 개싫어 죽어죽어죽어
-솔직히 아주1사에서 괜찮은 메보감 없으니까 곰머 이악물고 밀어주는 듯? 소리가 너무;; 전형적으로 보정 먹인 깨끗함… 으휴
-곰머 맬렁스윗 팬이라는 것도 다 컨셉질 티 오지게 나던데요~
-않이 난 곰머 가슴 보고 싶다구 다음무대는 노출해야 돼
-일반인ㅋㅋㅋ 곰머가? 어디 좆소에서 연습생 생활하다 세탁했겠지~ 나 계정도 걸 수 있음 걔 보면 너무 작위적이라 못 봐줄 정도야
거를 타선이 없는 악플이 넘쳤다.
오,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충격적인걸.
가운데 좀 이상한 것이 껴 있었지만…. 아마 성희롱처럼 보일 수 있으니 검색에 안 걸리게 했나 보군.
흥미로운 건 악성글을 올리는 계정 중 꽤 많은 수가 프로필로 차유진의 사진을 골랐다는 점이었다.
아마 가장 인기가 많은 참가자라서 견제 겸 설정해 놓은 것이 아닐까 싶지만, 진짜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 같았다.
1차 팀전에서 무대를 같이한 참가자들을 묶어서 좋아하며, 다른 팀의 참가자를 공격하는 분위기 말이다.
뭐 전통적으로 이런 형태의 오디션 프로에서 항상 관찰되는 흐름이라서, 특별히 놀랍지는 않았다.
내가 데이터 팔 때 직접 경험해 본 일이기도 했으니까.
자기가 미는 오디션 참가자 데이터랑, 견제하는 참가자 데이터를 같이 사서 후자는 폐기해 버리려는 사람말이다.
그리고 말하자면, 차유진과 박문대는 반대 진영에 속하게 된 것 같았다.
‘팀전 무대가 극단적으로 잘 풀려서 떡상한 부작용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감수할 만한 일이었기에 넘겼다.
그보다는 악플에서 뽑아낼 만한 내용이 없는지 살펴봐야 했다.
‘일단 노래 이야기는 필요 없고.’
이건 객관적인 스탯이 존재하기 때문에 방송이 진행되면 계속 검증될 수밖에 없다.
그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게… 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다.
주로 작위적이고 재수없다는 말이나, 박문대의 외모를 비난하는 ‘그 정도 얼굴로 그 컨셉?ㅋㅋ’ 같은 반응이었다.
아니, 얼굴이 안 되면 캐릭터도 가져서는 안 된단 말인가….
그 편집 방향이 마음에 든 적도 없는데, 약간 씁쓸해졌다.
하지만 곧 필요 없는 감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얼굴이야 만들면 되지.’
다음 촬영은 순위 발표식.
곧 방영될 4화와 비교하면 촬영 시기가 한 달쯤 시간이 떴다.
외모가 좀 변해도 그러려니 할 거란 뜻이다.
“상태창.”
나는 거침없이 외모 스탯에 포인트를 쏟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내서 단체 메시지방을 키고 메시지를 하나 올렸다.
[괜찮은 샵 아는 사람 있나요?]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 * *
순위 발표식인 5화가 방영되기 며칠 전부터, 인터넷의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순위 스포일러라고 주장하는 온갖 루머가 돌아다녔다.
========================
[ㅇㅈㅅ 순위 스포]
: 본인 스텝임 (불분명한 촬영장 사진)
1위 차ㅇ진
2위 류청ㅇ
5위 김래ㅂ
6위 선ㅇ현
아역배우 ㅇㅅㅈ은 떡락해서 10위권 밖. 촬영 중에 질질 짬
========================
-주작 같지만 이세진은 빨리 떡락했으면ㅋ 아역배우 퇴물이 어딜 아이돌 서바이벌에 기어나와ㅎㅎ
└pdf 땄습니다.
└네ㅋ 따세요ㅋ
-역시 차유진이 1등인가.
-류청우 편집빨로 2위라니 부럽다ㅎ
└이 병신들아 주작이잖아 낚인 척 하지마라 역겹네 진짜
└인증샷 있는데 진짜 아냐?
└옛다 작년에 올라온 다른 예능 비하인드사진 도용임 (링크)
└헐….
이런 식으로 조작이 들통나고 결국 글이 삭제되는 일이 번번이 일어났다.
제작진은 혼신의 힘을 다해 스포일러를 틀어막았고, 그 노력은 반쯤은 운에 기대어 성공했다.
덕분에 순위 발표식이 나오는 5화가 시작하기 직전, 시청자들은 잔뜩 애 달은 채로 화면 앞에 앉아 있게 되었다.
여기, 데스크탑 앞에 앉은 여성도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기원 중이었다.
‘제발 문대 떡상…….’
데스크탑의 최소화된 탭에는 그녀가 제작발표회에서 찍은 박문대의 직캠이 업로드되는 중이었다.
그렇다. 그녀가 바로 1차 팀전을 방청객으로 관람하며 박문대에게 꽂힌, 대포카메라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PR 방송과 프로그램 본방을 통해 완전히 박문대에게 환승입덕한 상태였다.
심지어 찍은 사진을 올리며 홈마스터로 정착해 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대망의 순위 발표날. 그녀는 초조하게 생각했다.
‘문대가 떨어졌을 일은 없지. 하지만 여기서 높은 등수를 한번 받아야 상위권으로 확실히 인식이 굳어질 텐데.’
어디든 후발 주자는 얻어맞는 게 현실이었고, 이미 굳은 콘크리트 층을 뚫고 올라가기 힘든 법이었다.
‘그러니까 첫 순위 발표식이 중요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계정에 글을 썼다.
========================
FullMoon Baby
: 박문대 제작발표회 직캠 업로드했습니다. (위튜브 링크)
#박문대 #박문대주식매입 #아주사박문대 #문댕댕 #Moondae
========================
바로 직전에 업로드가 완료된 제작발표회 직캠을 첨부한 글이었다.
올리는 순간 공유수가 쭉쭉 늘어났다.
‘좋았어.’
그녀는 뿌듯한 눈으로 그 현상을 바라보다가, 즉시 홍보문구를 추가로 달았다.
-우리 문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D♡ (아이돌 주식회사 주식매입 링크)
글을 올리고 나니, 슬슬 마지막 광고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5초 뒤면 방송이 시작했다.
그녀는 발을 떨면서 화면의 로고를 바라보았다.
[재상장! 아이돌 주식회사]
곧 화면이 전환되며, 간단한 예고편이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송출되었다.
[30위 참가자, 20위 참가자, …마지막 진출권을 거머쥔 49위 참가자는 누구일까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터트리는 여러 참가자들의 모습이 휙휙 지나갔다.
다분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자극적인 편집이었으나, 그녀는 그런 데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방금, 박문대의 컷이 잡혔는데…….
부드러운 펌이 들어간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머리가….
“그, 금발.”
그녀는 멍하니 말을 내뱉고는, 그 뜻을 다시 한번 깨닫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문대가 금발이야!!’
실제로는 금갈색에 가까운, 덜 파격적인 머리색이었으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말도 안 되게 잘 어울리고 귀여웠다!?
염색모가 잘 받는 것도 아이돌의 덕목일진데 어째서 박문대는 그것까지 가졌단 말인가.
무조건 아이돌을 하라고 신이 이것저것 찔러주신 게 분명했다.
그녀가 감격으로 떨리는 손으로 SNS의 타임라인을 갱신하니, 아니나 다를까 비슷한 혼잣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미친
-헐 금발
-머리 돌았나
-문댕댕 오늘 저를 죽이려고 작정한 게… 틀림없읍니다…….
-개찰떡ㅠㅠㅠㅠ
-사실 지금까지 금발을 흑발로 염색하고 있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아무튼 그럼
박문대의 팬들은 쉴새 없이 앓는 글을 쏟아냈다.
사실 이 감상들에는 박문대의 호쾌한 외모 스탯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들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외모 정변을 가져왔다고 굳게 믿는 통에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 한 컷이 워낙 잘 나왔기 때문에, 그들의 폭주는 꽤 오래 계속되었다.
[PR 방송 제작기]
자잘한 제작 비하인드가 모두 끝나고, 순위발표 직전에 PR 방송 준비촬영이 들어간 바로 그 시점이었다.
화면에서는 MC의 발표에 참가자들이 경악하고 있었다.
[여러분은 앞으로 15분간! 보물 공을 찾아오시면 됩니다!]
[예?!]
‘이건 좀 궁금했어.’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방송 내용에 다시 집중했다.
대체 어떻게 문대가 닭발을 고르게 된 건지 조금이라도 조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야압!]
[아싸! 금색!]
하지만 화면에서는 한참 동안 우르르 몰려다니며 공을 찾고 뺏기는 참가자들의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다.
‘뭐야. 문대 분량이 없네.’
제작진 놈들 감도 없다며 박문대의 팬들은 투덜거렸다.
심지어 그냥 시청자들에게도 심상치 않게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
-닭발좌의 사연 끝까지 안 나옴?
-그냥 망해서 닭발 한 듯
-ㅋㅋㅋ
그러나 이 반응들은 삽시간에 변한다.
박문대가 갑자기 사람 없는 조용한 숙소 식당에 슬그머니 나타났기 때문이다.
-??
-뭐야 왜 아무도 없음
-왜 박문대 혼자야?
식당 안에 들어온 박문대는 등 뒤로 손짓했다.
그러자 문 뒤에서 머리가 슬그머니 나왔다.
[이세진B : 아무도 없지?]
[박문대 : 어. 바로 간다.]
[하일준 : 오케이!]
시청자들은 더 혼란에 빠졌다.
-어?
-얘넨 어떻게 자기들만 있냐
-뭐 혜택인가?
심지어 자막도 혼란을 부추겼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여기에…?]
-아니, 우리가 묻고 싶은데욬ㅋㅋ
-알려달라구!
화면에서는 식당을 신속 정확하게 뒤지는 세 참가자의 모습이 짧게 잡혔다.
그리고 휙, 장면이 되감기되었다.
[◀◀◀]
그리고 찰칵.
[AM 09:30 보물찾기 시작]
화면은 보물 볼을 찾으러, 참가자들이 뛰어나가는 시점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문대의 동작을 표시해 주었다.
[뒷문으로 간다?]
큰세진과 골드 1는 일방적으로 따라붙은 것이나, 멀리서 잡힌 카메라로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세 사람은 순식간에 참가자 없는 뒤편에서 볼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ㅋㅋㅋㅋ미친
-대박이다
-와. 저 짧은 순간에 저걸 생각해냈냐
-아이디어 진짜 좋긴 한 듯
-박문대 성격 짜증 나는데 인정할 건 하자. 재능충은 맞다. 그래서 더 짜증 나는 것이다.
└ㅋㅋㅋㅋ정답
셋이 얼마나 손발이 잘 맞는지, 다른 참가자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털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시청자들은 감탄했고, 박문대의 팬들은 더 좋아했다.
-역시 우리 문댕댕 똑똑해
-셋다 피지컬이 되니까 쑥쑥 진행하네 역시 악토버즈야
-근데 문대 저렇게 볼 많이 찾았는데 왜 냉동식품이었니ㅋㅋㅋㅋ
‘그러게 말이야.’
박문대의 홈마는 가장 최신글에 하트를 클릭하며, 방송에 얼른 다시 집중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확인했다.
그렇게 멋지게 볼을 쓸어모은 박문대가, 선아현에게 브론즈볼 하나만 받고 자신의 볼을 모두 넘겨주는 장면을.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4화

슬슬 때가 됐다.

나는 방금까지 보고 있던 악토버 31의 무대 영상 댓글창을 껐다.

우선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결과를 말하자면…….

‘무서울 정도로 떡상했다…….’

정말로, 그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조회수부터 기사 댓글까지 수치가 3화에 방영된 다른 팀의 대여섯 배를 훌쩍 넘겼다.

류청우의 팀은 다른 의미로 버즈량이 올랐던데, 그거 반사이득도 좀 본 것 같았고.

어쨌든 여기서 삐끗하지만 않는다면, 순조롭게 2차까지는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다음 촬영이 더욱 중요했다. 편집의 위력을 실감했으니, 더 조심해야겠지.

그럼 다음 촬영에 도움이 될 것들을 살펴보자.

나는 검색창에 새로운 검색어를 넣었다.

검색하자 ‘1일 전’으로 게시 날짜가 표시된 공식 동영상이 제일 먼저 떴다.

피드백을 객관적으로 살피기 위해 하루 동안 보지 않고 있었다.

그랬더니. 단위가 예상 이상이 되어 있다.

내가 댄스가 강점이 아닌 참가자라는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으로 높은 수치였다.

하단에 뜬 연관 동영상의 다른 참가자들을 보았다.

“3만, 12만, 7천, 2만, 6만…… 흠.”

나보다 높은 수치가 몇 없었다. 아니, 애초에 5만을 넘기지 못한 참가자가 절반은 됐다.

조회수만 따지면 아마도 12인 안에는 거뜬히 들 것 같았다.

이미 무대가 공개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대단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실속이 더 중요하지.’

나는 동영상 댓글을 추천순 정렬해서 쭉 훑었다.

-박문대 자기 파트마다 표현력 좀 봐 완전 천재만재 아이돌이자나 아이돌하려고 태어났다고ㅠㅠ

-문댕댕 이런 컨셉도 찰떡이라니 놀랍다

-팝콘에 닭발에 이젠 호러까지 잡았다 박문대 그는 신인가

-브릿지 귀호강 감사합니다

-문대야 말랑달콤님 팬이라 선곡 걸렸을 때 혼자만 약간 설레한 거ㅋㅋㅋ 너무 귀여웠어!

마지막 댓글은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지만, 좋게 봐주신 것 같으니 칭찬이라고 생각하자.

그 외에도 칭찬글이 대부분이었다.

최신순으로 정렬하면 간혹 욕 댓글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뒤늦은 영어 댓글들에 밀려 곧 쓸려나가듯 사라졌다.

이번에는 SNS에 내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박문대’, 그리고 ‘문대’.

영상과 이미지가 첨부된 글들이 즉시 화면에 가득 찼다.

-문대 넘 귀여웡 (개인 직캠 움짤)

-어떻게 거기서 호러를 생각해 냈지ㅠㅠ 우리 문대 실력 인성 센스까지 삼위일체의 아이돌ㅠㅠ

-박문대 노래 잘하긴 하는데 그렇게 특출난지는 모르겠음 근데 얼굴은 내 취향임 (제작발표회 사진)

-문대는 문댕댕이애오 밥 잘 먹어오 예뻐해주새오♡ (강아지 먹방 합성 사진)

별의별 것에 대한 감상이 넘쳐서 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얼굴, 목소리, 표정, 어깨, 먹는 동작…. 심지어 나도 몰랐던 내 버릇을 귀엽다고 좋아하는 글까지 나왔다.

나는 목 뒤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좀 민망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고맙기도 하고, 이상하게 의욕이 솟구치는 기분이 썩 괜찮았다.

물론, 이게 인터넷 여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디 보자, ‘문대’를 검색에 안 걸리게 변형했다면…….

“음.”

나는 길게 고민할 것 없이 검색어를 넣었다.

‘문’을 뒤집고 ‘대’를 유사 표기법으로 바꾼 간단한 변형식이었다.

일단 내가 데이터 팔던 때는 이게 거의 정석이었는데, 얼추 맞겠지.

예상대로 결과가 쏟아졌다.

-곰머 존못에 겨우 팝콘따리도 개못추는데 ㅅㅂ 편집 어디다 부벼ㅋㅋㅋ 개싫어 죽어죽어죽어

-솔직히 아주1사에서 괜찮은 메보감 없으니까 곰머 이악물고 밀어주는 듯? 소리가 너무;; 전형적으로 보정 먹인 깨끗함… 으휴

-곰머 맬렁스윗 팬이라는 것도 다 컨셉질 티 오지게 나던데요~

-않이 난 곰머 가슴 보고 싶다구 다음무대는 노출해야 돼

-일반인ㅋㅋㅋ 곰머가? 어디 좆소에서 연습생 생활하다 세탁했겠지~ 나 계정도 걸 수 있음 걔 보면 너무 작위적이라 못 봐줄 정도야

거를 타선이 없는 악플이 넘쳤다.

오,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충격적인걸.

가운데 좀 이상한 것이 껴 있었지만…. 아마 성희롱처럼 보일 수 있으니 검색에 안 걸리게 했나 보군.

흥미로운 건 악성글을 올리는 계정 중 꽤 많은 수가 프로필로 차유진의 사진을 골랐다는 점이었다.

아마 가장 인기가 많은 참가자라서 견제 겸 설정해 놓은 것이 아닐까 싶지만, 진짜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 같았다.

1차 팀전에서 무대를 같이한 참가자들을 묶어서 좋아하며, 다른 팀의 참가자를 공격하는 분위기 말이다.

뭐 전통적으로 이런 형태의 오디션 프로에서 항상 관찰되는 흐름이라서, 특별히 놀랍지는 않았다.

내가 데이터 팔 때 직접 경험해 본 일이기도 했으니까.

자기가 미는 오디션 참가자 데이터랑, 견제하는 참가자 데이터를 같이 사서 후자는 폐기해 버리려는 사람말이다.

그리고 말하자면, 차유진과 박문대는 반대 진영에 속하게 된 것 같았다.

‘팀전 무대가 극단적으로 잘 풀려서 떡상한 부작용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감수할 만한 일이었기에 넘겼다.

그보다는 악플에서 뽑아낼 만한 내용이 없는지 살펴봐야 했다.

‘일단 노래 이야기는 필요 없고.’

이건 객관적인 스탯이 존재하기 때문에 방송이 진행되면 계속 검증될 수밖에 없다.

그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게… 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다.

주로 작위적이고 재수없다는 말이나, 박문대의 외모를 비난하는 ‘그 정도 얼굴로 그 컨셉?ㅋㅋ’ 같은 반응이었다.

아니, 얼굴이 안 되면 캐릭터도 가져서는 안 된단 말인가….

그 편집 방향이 마음에 든 적도 없는데, 약간 씁쓸해졌다.

하지만 곧 필요 없는 감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얼굴이야 만들면 되지.’

다음 촬영은 순위 발표식.

곧 방영될 4화와 비교하면 촬영 시기가 한 달쯤 시간이 떴다.

외모가 좀 변해도 그러려니 할 거란 뜻이다.

“상태창.”

나는 거침없이 외모 스탯에 포인트를 쏟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꺼내서 단체 메시지방을 키고 메시지를 하나 올렸다.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 * *

순위 발표식인 5화가 방영되기 며칠 전부터, 인터넷의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순위 스포일러라고 주장하는 온갖 루머가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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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스텝임 (불분명한 촬영장 사진)

1위 차ㅇ진

2위 류청ㅇ

5위 김래ㅂ

6위 선ㅇ현

아역배우 ㅇㅅㅈ은 떡락해서 10위권 밖. 촬영 중에 질질 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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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 같지만 이세진은 빨리 떡락했으면ㅋ 아역배우 퇴물이 어딜 아이돌 서바이벌에 기어나와ㅎㅎ

└pdf 땄습니다.

└네ㅋ 따세요ㅋ

-역시 차유진이 1등인가.

-류청우 편집빨로 2위라니 부럽다ㅎ

└이 병신들아 주작이잖아 낚인 척 하지마라 역겹네 진짜

└인증샷 있는데 진짜 아냐?

└옛다 작년에 올라온 다른 예능 비하인드사진 도용임 (링크)

└헐….

이런 식으로 조작이 들통나고 결국 글이 삭제되는 일이 번번이 일어났다.

제작진은 혼신의 힘을 다해 스포일러를 틀어막았고, 그 노력은 반쯤은 운에 기대어 성공했다.

덕분에 순위 발표식이 나오는 5화가 시작하기 직전, 시청자들은 잔뜩 애 달은 채로 화면 앞에 앉아 있게 되었다.

여기, 데스크탑 앞에 앉은 여성도 마찬가지의 심정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기원 중이었다.

‘제발 문대 떡상…….’

데스크탑의 최소화된 탭에는 그녀가 제작발표회에서 찍은 박문대의 직캠이 업로드되는 중이었다.

그렇다. 그녀가 바로 1차 팀전을 방청객으로 관람하며 박문대에게 꽂힌, 대포카메라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PR 방송과 프로그램 본방을 통해 완전히 박문대에게 환승입덕한 상태였다.

심지어 찍은 사진을 올리며 홈마스터로 정착해 버렸다.

그리고 오늘은 대망의 순위 발표날. 그녀는 초조하게 생각했다.

‘문대가 떨어졌을 일은 없지. 하지만 여기서 높은 등수를 한번 받아야 상위권으로 확실히 인식이 굳어질 텐데.’

어디든 후발 주자는 얻어맞는 게 현실이었고, 이미 굳은 콘크리트 층을 뚫고 올라가기 힘든 법이었다.

‘그러니까 첫 순위 발표식이 중요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계정에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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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Moon Baby

: 박문대 제작발표회 직캠 업로드했습니다. (위튜브 링크)

#박문대 #박문대주식매입 #아주사박문대 #문댕댕 #Moond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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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직전에 업로드가 완료된 제작발표회 직캠을 첨부한 글이었다.

올리는 순간 공유수가 쭉쭉 늘어났다.

‘좋았어.’

그녀는 뿌듯한 눈으로 그 현상을 바라보다가, 즉시 홍보문구를 추가로 달았다.

-우리 문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D♡ (아이돌 주식회사 주식매입 링크)

글을 올리고 나니, 슬슬 마지막 광고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5초 뒤면 방송이 시작했다.

그녀는 발을 떨면서 화면의 로고를 바라보았다.

곧 화면이 전환되며, 간단한 예고편이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송출되었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터트리는 여러 참가자들의 모습이 휙휙 지나갔다.

다분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자극적인 편집이었으나, 그녀는 그런 데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방금, 박문대의 컷이 잡혔는데…….

부드러운 펌이 들어간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머리가….

“그, 금발.”

그녀는 멍하니 말을 내뱉고는, 그 뜻을 다시 한번 깨닫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문대가 금발이야!!’

실제로는 금갈색에 가까운, 덜 파격적인 머리색이었으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말도 안 되게 잘 어울리고 귀여웠다!?

염색모가 잘 받는 것도 아이돌의 덕목일진데 어째서 박문대는 그것까지 가졌단 말인가.

무조건 아이돌을 하라고 신이 이것저것 찔러주신 게 분명했다.

그녀가 감격으로 떨리는 손으로 SNS의 타임라인을 갱신하니, 아니나 다를까 비슷한 혼잣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미친

-헐 금발

-머리 돌았나

-문댕댕 오늘 저를 죽이려고 작정한 게… 틀림없읍니다…….

-개찰떡ㅠㅠㅠㅠ

-사실 지금까지 금발을 흑발로 염색하고 있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아무튼 그럼

박문대의 팬들은 쉴새 없이 앓는 글을 쏟아냈다.

사실 이 감상들에는 박문대의 호쾌한 외모 스탯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들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외모 정변을 가져왔다고 굳게 믿는 통에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 한 컷이 워낙 잘 나왔기 때문에, 그들의 폭주는 꽤 오래 계속되었다.

자잘한 제작 비하인드가 모두 끝나고, 순위발표 직전에 PR 방송 준비촬영이 들어간 바로 그 시점이었다.

화면에서는 MC의 발표에 참가자들이 경악하고 있었다.

‘이건 좀 궁금했어.’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방송 내용에 다시 집중했다.

대체 어떻게 문대가 닭발을 고르게 된 건지 조금이라도 조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화면에서는 한참 동안 우르르 몰려다니며 공을 찾고 뺏기는 참가자들의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다.

‘뭐야. 문대 분량이 없네.’

제작진 놈들 감도 없다며 박문대의 팬들은 투덜거렸다.

심지어 그냥 시청자들에게도 심상치 않게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

-닭발좌의 사연 끝까지 안 나옴?

-그냥 망해서 닭발 한 듯

-ㅋㅋㅋ

그러나 이 반응들은 삽시간에 변한다.

박문대가 갑자기 사람 없는 조용한 숙소 식당에 슬그머니 나타났기 때문이다.

-??

-뭐야 왜 아무도 없음

-왜 박문대 혼자야?

식당 안에 들어온 박문대는 등 뒤로 손짓했다.

그러자 문 뒤에서 머리가 슬그머니 나왔다.

시청자들은 더 혼란에 빠졌다.

-어?

-얘넨 어떻게 자기들만 있냐

-뭐 혜택인가?

심지어 자막도 혼란을 부추겼다.

-아니, 우리가 묻고 싶은데욬ㅋㅋ

-알려달라구!

화면에서는 식당을 신속 정확하게 뒤지는 세 참가자의 모습이 짧게 잡혔다.

그리고 휙, 장면이 되감기되었다.

그리고 찰칵.

화면은 보물 볼을 찾으러, 참가자들이 뛰어나가는 시점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문대의 동작을 표시해 주었다.

큰세진과 골드 1는 일방적으로 따라붙은 것이나, 멀리서 잡힌 카메라로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보였다.

그리고 세 사람은 순식간에 참가자 없는 뒤편에서 볼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ㅋㅋㅋㅋ미친

-대박이다

-와. 저 짧은 순간에 저걸 생각해냈냐

-아이디어 진짜 좋긴 한 듯

-박문대 성격 짜증 나는데 인정할 건 하자. 재능충은 맞다. 그래서 더 짜증 나는 것이다.

└ㅋㅋㅋㅋ정답

셋이 얼마나 손발이 잘 맞는지, 다른 참가자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털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시청자들은 감탄했고, 박문대의 팬들은 더 좋아했다.

-역시 우리 문댕댕 똑똑해

-셋다 피지컬이 되니까 쑥쑥 진행하네 역시 악토버즈야

-근데 문대 저렇게 볼 많이 찾았는데 왜 냉동식품이었니ㅋㅋㅋㅋ

‘그러게 말이야.’

박문대의 홈마는 가장 최신글에 하트를 클릭하며, 방송에 얼른 다시 집중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확인했다.

그렇게 멋지게 볼을 쓸어모은 박문대가, 선아현에게 브론즈볼 하나만 받고 자신의 볼을 모두 넘겨주는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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