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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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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38화
좀 당혹스럽다.
“박문대, 지금 투어 취소됐다고 혼자 콘서트 일정을 짜? 너 지금 입원 중이야. 왜 투어 취소됐는지 알잖아.”
“이런 말씀 드리게 되어서 죄송하지만, 형은 여가와 일의 균형에 대하여 재고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하기 전에 상의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러니까 그 상의의 기회를 너희가 안 주고 있다만.
나는 한숨을 참으며 상황이 왜 이 꼴이 된 건지 돌아보았다.
-…문대야, 유진이가 회사에서 들은 말이 있다는데….
찾아온 놈들이 자리에 앉지도 않고 이렇게 말을 시작하는 순간 정보 샜구나 싶긴 했다.
‘그래서 이놈들이 마음껏 말하게 두고 좀 진정하면 본론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건 순 상소문 듣는 폭군이 아닌가. 들을수록 나쁜 놈이 되는 기분이다.
‘…서운할 수는 있지.’
그래, 그건 인정하겠다.
혼수상태에 빠진 놈 때문에 활동이 올스탑 됐는데 정작 그놈은 자기 솔로 콘서트나 기획하고 있다고 하면 눈 뒤집힐 만하다.
게다가… 걱정도 하는 것 같고.
“모, 몸이 다 회복된 다음에, 그때 생각해도 안 늦잖아…!”
“그래!”
“…….”
그래서 지난 18일간 ‘이놈이 깨어나긴 하는 건가’ 같은 생각으로 복잡한 심정이었을 놈들을 고려해서 얌전히 들어줬다만…….
‘30분쯤 됐나.’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이제 슬슬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된다. 나는 한숨을 쉬며 정리를 시작했다.
“일단… 오늘 만나서 말하려고 했습니다.”
“아, 다 결정된 다음에?”
큰세진 이 새끼 또 이러네.
“아니, 아직 결정된 건 없어. 회사에 말한 건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지.”
나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당장 할 생각도 아니었고. 테스타 공식 활동 재개 이후에 기념용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단 거였는데.”
“…….”
이건 제법 현실적으로 들리긴 하는지, 병실이 각자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해졌다.
나는 약간 고민하다가 뒷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솔로 이야기 다짜고짜 회사에 꺼낸 것처럼 보였겠지. 미안하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
나는 이어서, ‘그러나 그것은 낚시다’를 잘 설명하기 위해 말을 조합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류청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문대야. 넌 얼른 활동하고 싶겠지.”
“…….”
그렇지. 안 하면 죽어서 말이다….
류청우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로 콘서트하고 싶으면 해도 괜찮아. 회사 고소… 굳이 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활동해도 괜찮아.”
“…!”
“그런 걸로 사과할 필요는 없어.”
배세진의 얼굴이 붉어졌으나, 놀랍게도 류청우에게 반박하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네 건강은 신경 써야지.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다 그것 때문이야.”
“…….”
“넌 지금 무리하고 있어. 그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매번 말하지만.”
말하는 류청우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 명치에 철 박히는 장면이 상당한 트라우마를 남긴 것 같았다.
‘후우.’
원점으로 돌아오는군. 나는 깍지를 꼈다.
난 더없이 건강하며, 완치가 코앞이다.
이 불가사의한 회복력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는가….
“저 건강에 신경 충분히 씁니다. 의료진 지시도 다 따르고 있고, 듣기로는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라던데요.”
“…그래서 완치하는 대로 복귀하고 싶다?”
“뭐, 전문가가 된다고 하면 고려 중이라는 거지.”
큰세진이 피식피식 웃었다.
“야, 팬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다.”
“…!”
“넌 그러면 반응이 좋을 거라 생각하나 본데, 팬들도 너 사람인 거 알아. 혼수상태였던 사람 이용한다고 회사에 트럭이나 보내실걸.”
“…….”
“아, 고소를 위한 큰 그림이야? 그러면 뭐, 문대 대단하네~”
이 새끼가 진짜.
나는 이를 악물었다.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하냐?”
“…!”
“빈정거리지 마라.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데.”
사람이 X발 돌연사하게 생겼는데 자꾸 긁으니까 빡치네. 아무리 그래도 적당히 해야지.
이세진은 입을 벌렸다가, 말하지 않고 다시 닫았다. 나는 진정하기 위해 말없이 생각에 집중했다.
그리고 동명이인이 급발진했다.
“쟤, 쟤는…! 걱정돼서 저러는 거야!”
배세진이 주먹을 쥐고 튀어나왔다.
“원래! 말을 저렇게 하잖아!”
“…….”
멕이는… 건가?
“마, 맞아…. 세, 세진이도 사과하고 싶을 거야, 그, 그렇지…?”
선아현이 지원 사격하는 걸 보니 멕이는 건 아니었나 보군.
큰세진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바닥을 보고 있었다.
“…미안해.”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좀 과민했군.
상태이상 클리어 방법을 그나마 생각해 냈는데, 그걸 논의할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시비 걸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테고.’
그냥 본인도 이 상황이 좀 열받으니 좀 비꽈서 깨달음을 주면 내가 정신 차릴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그래, 큰세진이 아니라 다른 멤버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 팀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이상, 그리고 교통사고가 일어난 이상 이놈들은 내 건강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뭐, 2년이나 동고동락 합숙 생활을 했으니 정든 것도 있겠지.
그러니까, 결국 정보량의 차이다.
‘내가 40만 명 동원 못 하면 죽는 걸 이놈들은 몰라.’
그러니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나는 침음을 참으며 결국 입을 열었다.
“…사실, 팬들이 좀 보고 싶거든요.”
“…….”
“갑자기 눈 떠보니 다음 달이라잖아요. 인터넷은 난리지, 뭐라도 좀 하면 덜 불안할 것 같아서… 콘서트 이야기라도 좀 해본 겁니다.”
“…그래.”
“무, 문대야…….”
좀 오그라드는 발언이긴 했는데, 그래도 설득력이 있는지 분위기가 축축해졌다.
‘…틀린 말도 아니지.’
불안한 이유가 상태이상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저게 딱 내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약간 포기한 심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전처럼 무리하게 밤새워서 뭘 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바쿠스 없어서 못 하거든.
“그래도 활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빨리 재개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다짜고짜 안 된다는 대답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이쯤이 좋겠다.
“애초에 기획하던 콘서트도 거창한 건 아니었고.”
“어?”
“그냥 간단한 토크 콘서트 생각했습니다. 건강 회복한 것도 보여줄 겸. 댄스는 최소화하고요.”
“그, 그래서 솔로 콘서트로…?”
“아니, W앱 계약 때문에. 그룹 명의로는 무료 콘서트 중계가 안 되더라고.”
“오….”
이제 좀 말이 통하기 시작하는군.
나는 청려와 합의한 부분까지 설명을 끝냈다.
그리고 한 박자 쉬고 말했다.
“그런데 애초에… 솔로는 눈속임인데요.”
“…?”
나는 피식 웃었다.
“테스타를 다 게스트로 부를 거였는데. 그럼 괜찮지 않나요.”
“…!!”
솔직히 뻔한 꼼수 아닌가.
안 온다는 놈이 있으면 그림이 좀 이상해지긴 하겠지만, 웬만하면 다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한 놈이 얼굴이 시퍼레져서 외쳤다.
“그, 그럼 계약 위반 아니야??”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주체는 저니까.”
“그래도… 사기잖아!”
“계약 조항을 잘 써먹은 거죠.”
“…….”
털썩. 배세진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욕먹을 것 같….’ 비슷한 소리를 중얼거리는 것 같으나, 반대는 안 한다.
‘내가 상당히 절박해 보였나 보지.’
앞에서 한바탕 말을 퍼부었으니 나름대로 자제해 보려나 보다.
아니면 언어가 덜 공격적으로 나가도록 배세진 나름대로는 정리하려 애쓰고 있거나.
물론 저 말 자체는 일리가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업계에 소문 더럽게 날 거야.’
그냥 업계도 아니고, W앱은 상당히 거대한 검색엔진 회사가 운영한다. 분명 보복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형태를 잘 골라야지.’
그리고 난 이미 콘서트의 형태를 골라뒀다.
이거면 보복하기도 애매한… 그냥, ‘다른 종류’의 공연 취급을 당할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
“…?”
“콘서트의 목적을 따로 만들어두고 싶은데요.”
“목적?”
나는 내 발상을 설명했다.
“오.”
“무, 문대는 늘 좋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정말 그렇습니다!”
반응은 썩 괜찮았다.
의자에 하얗게 불태운 자세로 앉아있던 배세진이 안색을 회복했다는 정도로 설명하면 될까.
“…그건 괜찮은데!”
“그렇죠.”
‘이 정도면 반은 먹혔나.’
더는 설득 안 해도 될 것 같군. 이대로 빌드업 쭉 하다가 퇴원쯤에 확정하면 되겠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이제 문대, 푹 쉬어…!”
“아니, 충분히 쉬었….”
“쉬, 쉬어!”
“…….”
그리고 그제야 병문안 분위기로 돌아온 놈들에게 시답잖은 근황 이야기를 좀 들었다.
“AR팀에서 문대 형의 편안한 수면시간을 위해 기념 음원을 만들었는데… 프로그램 오류로 저장 전에 날아갔다고 합니다…….”
“진짜?!”
“…마음은 잘 받았다고 전해줘라.”
제법 오래.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곧 병원식이 올 시각이 됐다.
“식사하고 오시죠.”
“그래, …벌써 그럴 시간이네.”
“저는 이르게 먹고 왔으니 남아서 말벗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저도요! 과일 먹어요!”
아니, 괜찮… 뭐, 됐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다만, 우르르 나가는 놈 중 큰세진은 주저하면서도 끝까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아까 말하다 분위기 살벌해진 뒤로 계속 저러는 것 같은데.
“…다녀올게~”
“그래.”
입은 그래도 나불대는군.
…괜찮겠지.
그리고 다음 놈.
“형! 맛있게 먹….”
“넌 이리 와라.”
“아으으윽!”
어딜 귤까지 받아먹고 밀고한 놈이 슬금슬금 넘어가려고.
나는 차유진의 이마를 쥐어박고 놔줬다.
“아욱!”
그리고 놈의 눈앞에서 김래빈에게 큼직한 복숭아를 줬다.
본인이 가져온 걸 본인에게 먹이는 거라 좀 웃기게 되긴 했다만, 나도 같이 약간 집어 먹었으니 괜찮겠지.
“맛이 훌륭합니다!”
“그러게.”
차유진은 축 처졌다.
“형 너무해요!”
“뭐가.”
“나 다른 거 말 안 했어요!”
“뭘.”
차유진이 작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VTIC 선배님!’
“……!!”
짧은 침묵이 흐른 뒤.
“먹어라.”
“와우!”
나는 놈의 입에 복숭아를 물려줬다.
일종의 뇌물이다. 앞으로도 다물고 있으라는 의미지.
* * *
그 뒤, 박문대는 순조롭게 회복하여 의료진의 예상보다도 빠르게 퇴원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몇 주 후.
소속사가 무시무시하게 두들겨 맞으며 인권위의 진정 권고를 받은 후, 테스타는 작은 그룹 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KPOP 합동 콘서트인 TaKon에 출연한 것이다.
물론 현장에 직접 나타난 것은 아니고, 따로 찍은 영상을 방송에만 편성했다.
그래도 사고 이후 첫 활동이었기에, 테스타의 출연은 제법 화제가 되었다.
‘사랑해 테스타 우리의 마법 영원히’ 같은 문구로 도배가 되는 인터넷 반응 속에서, 몇 가지 적나라하거나 무례한 평가도 빠르게 오갔다.
-폼 안 떨어졌네
-역시 돌은 살을 빼야돼 혼수상태 다이어트 최고ㅎ 벌크업 죽어
-와 각 다 맞아 연습 개열심히 한 듯 미쳤다;
-곰머 개멀쩡해보이는데?ㅋㅋㅋㅋ망돌들 곰머보고 좀 배워 누군 죽었다 깼는데도 저런 무대하는데 니들은 눈깔간수도 못하곸ㅋㅋㅋㅋ
-티원 불매라며 테스타는 불매 안해? 빠순이 논리 지렸고~
└테스타는 교통사고당해서 예외임 암튼 그럼ㅋ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테스타가 동정 어린 관심도 호감으로 소화할 만한 스타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스타는 다음 활동을 계속하는가’, ‘컴백은 언제쯤 하는가’, ‘소속사는 그대로 가는가’ 따위의 온갖 말들이 인터넷을 휘몰아쳤다.
그리고 아주 뜬금없이, 한 공연예약 플랫폼의 SNS에 공지가 떴다.
-이거 설마 테스타야?? (링크)
테스타가 이용해본 적도 없고, T1과 연관도 없는 타 회사의 플랫폼.
그러나 SNS에 뜬 말은 충분히 어그로를 끌 만했다.
[뭐? 국민 주식이 ☆무료☆ 콘서트를 해?]
국민 주식.
몇 년 전 유행어.
몇몇 사람들이 빠르게 붙어서 떠들기 시작했다.
-국민 주식 언제적 수식어; 그냥 어그로인 듯
-아주사 다음 시즌 콘서트로 시작하는 거 아닐깤ㅋㅋㅋㅋㅋ
-해킹 아냐?
다 아니었다.
며칠 후. 해당 SNS의 그다음 업로드는 이것이었으니까.
[국민 주식의 ☆무료☆ 콘서트를 관람하고 아픈 아이들에게 힘을 주세요!]
[호스트 : 박문대, 게스트 : 테스타]
그렇다.
박문대가 기획한 것은 불우이웃 돕기용 모금 콘서트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38화

좀 당혹스럽다.

“박문대, 지금 투어 취소됐다고 혼자 콘서트 일정을 짜? 너 지금 입원 중이야. 왜 투어 취소됐는지 알잖아.”

“이런 말씀 드리게 되어서 죄송하지만, 형은 여가와 일의 균형에 대하여 재고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하기 전에 상의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러니까 그 상의의 기회를 너희가 안 주고 있다만.

나는 한숨을 참으며 상황이 왜 이 꼴이 된 건지 돌아보았다.

-…문대야, 유진이가 회사에서 들은 말이 있다는데….

찾아온 놈들이 자리에 앉지도 않고 이렇게 말을 시작하는 순간 정보 샜구나 싶긴 했다.

‘그래서 이놈들이 마음껏 말하게 두고 좀 진정하면 본론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건 순 상소문 듣는 폭군이 아닌가. 들을수록 나쁜 놈이 되는 기분이다.

‘…서운할 수는 있지.’

그래, 그건 인정하겠다.

혼수상태에 빠진 놈 때문에 활동이 올스탑 됐는데 정작 그놈은 자기 솔로 콘서트나 기획하고 있다고 하면 눈 뒤집힐 만하다.

게다가… 걱정도 하는 것 같고.

“모, 몸이 다 회복된 다음에, 그때 생각해도 안 늦잖아…!”

“그래!”

“…….”

그래서 지난 18일간 ‘이놈이 깨어나긴 하는 건가’ 같은 생각으로 복잡한 심정이었을 놈들을 고려해서 얌전히 들어줬다만…….

‘30분쯤 됐나.’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이제 슬슬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된다. 나는 한숨을 쉬며 정리를 시작했다.

“일단… 오늘 만나서 말하려고 했습니다.”

“아, 다 결정된 다음에?”

큰세진 이 새끼 또 이러네.

“아니, 아직 결정된 건 없어. 회사에 말한 건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지.”

나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당장 할 생각도 아니었고. 테스타 공식 활동 재개 이후에 기념용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단 거였는데.”

“…….”

이건 제법 현실적으로 들리긴 하는지, 병실이 각자 생각에 잠긴 듯 조용해졌다.

나는 약간 고민하다가 뒷말을 덧붙였다.

“…그래도 솔로 이야기 다짜고짜 회사에 꺼낸 것처럼 보였겠지. 미안하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

나는 이어서, ‘그러나 그것은 낚시다’를 잘 설명하기 위해 말을 조합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류청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문대야. 넌 얼른 활동하고 싶겠지.”

“…….”

그렇지. 안 하면 죽어서 말이다….

류청우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로 콘서트하고 싶으면 해도 괜찮아. 회사 고소… 굳이 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활동해도 괜찮아.”

“…!”

“그런 걸로 사과할 필요는 없어.”

배세진의 얼굴이 붉어졌으나, 놀랍게도 류청우에게 반박하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네 건강은 신경 써야지.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건 다 그것 때문이야.”

“…….”

“넌 지금 무리하고 있어. 그건…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매번 말하지만.”

말하는 류청우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 명치에 철 박히는 장면이 상당한 트라우마를 남긴 것 같았다.

‘후우.’

원점으로 돌아오는군. 나는 깍지를 꼈다.

난 더없이 건강하며, 완치가 코앞이다.

이 불가사의한 회복력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는가….

“저 건강에 신경 충분히 씁니다. 의료진 지시도 다 따르고 있고, 듣기로는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라던데요.”

“…그래서 완치하는 대로 복귀하고 싶다?”

“뭐, 전문가가 된다고 하면 고려 중이라는 거지.”

큰세진이 피식피식 웃었다.

“야, 팬들이 퍽이나 좋아하겠다.”

“…!”

“넌 그러면 반응이 좋을 거라 생각하나 본데, 팬들도 너 사람인 거 알아. 혼수상태였던 사람 이용한다고 회사에 트럭이나 보내실걸.”

“…….”

“아, 고소를 위한 큰 그림이야? 그러면 뭐, 문대 대단하네~”

이 새끼가 진짜.

나는 이를 악물었다.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 하냐?”

“…!”

“빈정거리지 마라.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데.”

사람이 X발 돌연사하게 생겼는데 자꾸 긁으니까 빡치네. 아무리 그래도 적당히 해야지.

이세진은 입을 벌렸다가, 말하지 않고 다시 닫았다. 나는 진정하기 위해 말없이 생각에 집중했다.

그리고 동명이인이 급발진했다.

“쟤, 쟤는…! 걱정돼서 저러는 거야!”

배세진이 주먹을 쥐고 튀어나왔다.

“원래! 말을 저렇게 하잖아!”

“…….”

멕이는… 건가?

“마, 맞아…. 세, 세진이도 사과하고 싶을 거야, 그, 그렇지…?”

선아현이 지원 사격하는 걸 보니 멕이는 건 아니었나 보군.

큰세진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바닥을 보고 있었다.

“…미안해.”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좀 과민했군.

상태이상 클리어 방법을 그나마 생각해 냈는데, 그걸 논의할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시비 걸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테고.’

그냥 본인도 이 상황이 좀 열받으니 좀 비꽈서 깨달음을 주면 내가 정신 차릴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그래, 큰세진이 아니라 다른 멤버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 팀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이상, 그리고 교통사고가 일어난 이상 이놈들은 내 건강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뭐, 2년이나 동고동락 합숙 생활을 했으니 정든 것도 있겠지.

그러니까, 결국 정보량의 차이다.

‘내가 40만 명 동원 못 하면 죽는 걸 이놈들은 몰라.’

그러니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나는 침음을 참으며 결국 입을 열었다.

“…사실, 팬들이 좀 보고 싶거든요.”

“…….”

“갑자기 눈 떠보니 다음 달이라잖아요. 인터넷은 난리지, 뭐라도 좀 하면 덜 불안할 것 같아서… 콘서트 이야기라도 좀 해본 겁니다.”

“…그래.”

“무, 문대야…….”

좀 오그라드는 발언이긴 했는데, 그래도 설득력이 있는지 분위기가 축축해졌다.

‘…틀린 말도 아니지.’

불안한 이유가 상태이상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저게 딱 내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약간 포기한 심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전처럼 무리하게 밤새워서 뭘 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바쿠스 없어서 못 하거든.

“그래도 활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빨리 재개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다짜고짜 안 된다는 대답이 튀어나오지 않는다.

이쯤이 좋겠다.

“애초에 기획하던 콘서트도 거창한 건 아니었고.”

“어?”

“그냥 간단한 토크 콘서트 생각했습니다. 건강 회복한 것도 보여줄 겸. 댄스는 최소화하고요.”

“그, 그래서 솔로 콘서트로…?”

“아니, W앱 계약 때문에. 그룹 명의로는 무료 콘서트 중계가 안 되더라고.”

“오….”

이제 좀 말이 통하기 시작하는군.

나는 청려와 합의한 부분까지 설명을 끝냈다.

그리고 한 박자 쉬고 말했다.

“그런데 애초에… 솔로는 눈속임인데요.”

“…?”

나는 피식 웃었다.

“테스타를 다 게스트로 부를 거였는데. 그럼 괜찮지 않나요.”

“…!!”

솔직히 뻔한 꼼수 아닌가.

안 온다는 놈이 있으면 그림이 좀 이상해지긴 하겠지만, 웬만하면 다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한 놈이 얼굴이 시퍼레져서 외쳤다.

“그, 그럼 계약 위반 아니야??”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주체는 저니까.”

“그래도… 사기잖아!”

“계약 조항을 잘 써먹은 거죠.”

“…….”

털썩. 배세진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욕먹을 것 같….’ 비슷한 소리를 중얼거리는 것 같으나, 반대는 안 한다.

‘내가 상당히 절박해 보였나 보지.’

앞에서 한바탕 말을 퍼부었으니 나름대로 자제해 보려나 보다.

아니면 언어가 덜 공격적으로 나가도록 배세진 나름대로는 정리하려 애쓰고 있거나.

물론 저 말 자체는 일리가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업계에 소문 더럽게 날 거야.’

그냥 업계도 아니고, W앱은 상당히 거대한 검색엔진 회사가 운영한다. 분명 보복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형태를 잘 골라야지.’

그리고 난 이미 콘서트의 형태를 골라뒀다.

이거면 보복하기도 애매한… 그냥, ‘다른 종류’의 공연 취급을 당할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

“…?”

“콘서트의 목적을 따로 만들어두고 싶은데요.”

“목적?”

나는 내 발상을 설명했다.

“오.”

“무, 문대는 늘 좋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정말 그렇습니다!”

반응은 썩 괜찮았다.

의자에 하얗게 불태운 자세로 앉아있던 배세진이 안색을 회복했다는 정도로 설명하면 될까.

“…그건 괜찮은데!”

“그렇죠.”

‘이 정도면 반은 먹혔나.’

더는 설득 안 해도 될 것 같군. 이대로 빌드업 쭉 하다가 퇴원쯤에 확정하면 되겠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이제 문대, 푹 쉬어…!”

“아니, 충분히 쉬었….”

“쉬, 쉬어!”

“…….”

그리고 그제야 병문안 분위기로 돌아온 놈들에게 시답잖은 근황 이야기를 좀 들었다.

“AR팀에서 문대 형의 편안한 수면시간을 위해 기념 음원을 만들었는데… 프로그램 오류로 저장 전에 날아갔다고 합니다…….”

“진짜?!”

“…마음은 잘 받았다고 전해줘라.”

제법 오래.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곧 병원식이 올 시각이 됐다.

“식사하고 오시죠.”

“그래, …벌써 그럴 시간이네.”

“저는 이르게 먹고 왔으니 남아서 말벗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저도요! 과일 먹어요!”

아니, 괜찮… 뭐, 됐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다만, 우르르 나가는 놈 중 큰세진은 주저하면서도 끝까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아까 말하다 분위기 살벌해진 뒤로 계속 저러는 것 같은데.

“…다녀올게~”

“그래.”

입은 그래도 나불대는군.

…괜찮겠지.

그리고 다음 놈.

“형! 맛있게 먹….”

“넌 이리 와라.”

“아으으윽!”

어딜 귤까지 받아먹고 밀고한 놈이 슬금슬금 넘어가려고.

나는 차유진의 이마를 쥐어박고 놔줬다.

“아욱!”

그리고 놈의 눈앞에서 김래빈에게 큼직한 복숭아를 줬다.

본인이 가져온 걸 본인에게 먹이는 거라 좀 웃기게 되긴 했다만, 나도 같이 약간 집어 먹었으니 괜찮겠지.

“맛이 훌륭합니다!”

“그러게.”

차유진은 축 처졌다.

“형 너무해요!”

“뭐가.”

“나 다른 거 말 안 했어요!”

“뭘.”

차유진이 작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VTIC 선배님!’

“……!!”

짧은 침묵이 흐른 뒤.

“먹어라.”

“와우!”

나는 놈의 입에 복숭아를 물려줬다.

일종의 뇌물이다. 앞으로도 다물고 있으라는 의미지.

* * *

그 뒤, 박문대는 순조롭게 회복하여 의료진의 예상보다도 빠르게 퇴원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몇 주 후.

소속사가 무시무시하게 두들겨 맞으며 인권위의 진정 권고를 받은 후, 테스타는 작은 그룹 활동을 시작했다.

바로 KPOP 합동 콘서트인 TaKon에 출연한 것이다.

물론 현장에 직접 나타난 것은 아니고, 따로 찍은 영상을 방송에만 편성했다.

그래도 사고 이후 첫 활동이었기에, 테스타의 출연은 제법 화제가 되었다.

‘사랑해 테스타 우리의 마법 영원히’ 같은 문구로 도배가 되는 인터넷 반응 속에서, 몇 가지 적나라하거나 무례한 평가도 빠르게 오갔다.

-폼 안 떨어졌네

-역시 돌은 살을 빼야돼 혼수상태 다이어트 최고ㅎ 벌크업 죽어

-와 각 다 맞아 연습 개열심히 한 듯 미쳤다;

-곰머 개멀쩡해보이는데?ㅋㅋㅋㅋ망돌들 곰머보고 좀 배워 누군 죽었다 깼는데도 저런 무대하는데 니들은 눈깔간수도 못하곸ㅋㅋㅋㅋ

-티원 불매라며 테스타는 불매 안해? 빠순이 논리 지렸고~

└테스타는 교통사고당해서 예외임 암튼 그럼ㅋ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테스타가 동정 어린 관심도 호감으로 소화할 만한 스타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스타는 다음 활동을 계속하는가’, ‘컴백은 언제쯤 하는가’, ‘소속사는 그대로 가는가’ 따위의 온갖 말들이 인터넷을 휘몰아쳤다.

그리고 아주 뜬금없이, 한 공연예약 플랫폼의 SNS에 공지가 떴다.

-이거 설마 테스타야?? (링크)

테스타가 이용해본 적도 없고, T1과 연관도 없는 타 회사의 플랫폼.

그러나 SNS에 뜬 말은 충분히 어그로를 끌 만했다.

국민 주식.

몇 년 전 유행어.

몇몇 사람들이 빠르게 붙어서 떠들기 시작했다.

-국민 주식 언제적 수식어; 그냥 어그로인 듯

-아주사 다음 시즌 콘서트로 시작하는 거 아닐깤ㅋㅋㅋㅋㅋ

-해킹 아냐?

다 아니었다.

며칠 후. 해당 SNS의 그다음 업로드는 이것이었으니까.

그렇다.

박문대가 기획한 것은 불우이웃 돕기용 모금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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