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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26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26화
단체 메시지방 대화 공개는 반응이 괜찮았다.
-이거 설마 컴백 떡밥이야??? 타이틀 래빈이 단독 자작곡이고?
-단톡방 공지 뭐얔ㅋㅋㅋ
(‘이모티콘 10개 이상 도배 금지 그래 너 이세진’을 밑줄 친 캡처)
-무슨 개판이 나든 꿋꿋이 일 얘기만 하는 문댕댕 봤냐 본인이 강아지라 개판이 익숙한 거지
-아니 배세진 진짜 햄스터 이모티콘 쓰냐고 미친ㅠㅠㅠㅠ
특별히 문제 될 소재만 없으면 이런 소소하고 친근한 컨텐츠는 스테디셀러 아니겠는가. 게다가 컴백 힌트까지 있으니 재미는 확실했을 것이다.
…다만, 이걸 올리기 전 막판에 예상 못 한 검수를 받긴 했다.
-음, 문대 네가 캡처해 올리게?
-그래.
-이런 건 청우 형이 낫지 않겠나~? 리더잖아.
-…!
-평소에 이런 거 잘 안 올리시니까 팬분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안 그래?
…맞는 말이었다.
안 그래도 비슷한 패턴을 몇 번 써먹은 나보다는 더 자연스럽기도 하겠고.
그래서 큰세진의 피드백을 수용해 류청우의 편으로 해당 글을 올려서 깔끔히 처리했다.
-헐 청우였네
-아 류청우 동생들 이름 뒤에 동물 이모티콘 붙여서 저장해줬어 미쳤냐고 이 남자야ㅠㅠ
결과가 좋았으니 입 닥치고 좋아하는 게 맞았으나, 내 정신머리에는 의구심이 든다.
‘이걸 저놈보다 먼저 못 떠올렸다니.’
무슨 의욕만 앞서서 성급한 애새끼 같았지 않은가.
폼이 떨어진 건 아닌지 자가 진단이라도 해봐야 할 판이다.
나는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다음 건 제대로 한다.’
물론, 그 전에 컴백 준비부터 제대로 끝내야 했다.
한 명이 따로 합류해도 차근차근 진행되도록 짜놓긴 했지만, 그래도 무대에서 서로 합을 맞추는 과정은 필수다.
그래도 나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은 중간중간 여유가 있다. 김래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촬영을 많이 끝내놓은 상태니까.
하지만 김래빈은 아니다.
‘저놈은 지금부터 그걸 다 해야 한다.’
덕분에 김래빈은 합류하자마자 거의 툭 치면 일 얘기부터 쏟아질 수준으로 바쁜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인사를 잊지 않더라고.
며칠 뒤 밤, 드디어 시간이 나자마자 슬그머니 방에 찾아온 것이다.
“누나가 형과 차유진에게 전달해 달라 부탁했습니다! 제 성의도 최대한 보태보았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김래빈이 내민 것은… 지역 맛집에서 구매한 약과와 호박 식혜였다. 아마 택배로 보낸 것 같다.
그런데 양이 어마어마하다.
‘아무래도 차유진 취향은 확실히 알고 있었나 보군….’
둘이 다른 걸 주긴 그러니, 최소한 취향을 알고 있는 쪽의 입맛에 맞추는 게 합리적이긴 하다.
난 특별히 음식에 호불호도 없으니까.
‘이걸 언제 다 먹나 싶긴 하다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나는 거대한 보자기에 싸인 상자를 받아들었다.
“고맙다. 잘 먹을게.”
“감사합니다! 누나께도 꼭 전달하겠습니다.”
김래빈이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꾸벅거렸다. 원래 인상이 살벌하고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잔 몰골이라 별 소용은 없었다만.
나는 약간 갈등하다가, 결국 질문했다.
“…할머님은 괜찮으시고?”
“예! 꾸준히 연락 중입니다만, 순조롭게 체력을 회복하시는 중이라고 하십니다.”
다행이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혹시 질병 등 신체적 불편함이 생기시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잘했어.”
놈의 어깨를 한두 번 두드렸다.
이제 한 번 이 과정을 거쳤으니, 언젠가 정말 김래빈이 걱정하던 순간이 오더라도 좀 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피할 순 없어도, 대처할 순 있겠지.’
그걸로 됐다.
나는 쓸데없는 상념을 털어내고, 놈이 준 보따리나 도로 집어 들었다.
“그럼 이건… 냉장 보관이 맞겠지.”
“그렇습니다. …앗, 형! 제가 들겠습니다!”
“됐다. 어차피 받았는데 뭘.”
그렇게 내가 어차피 냉장 보관이 필요할 이 보따리 내용물을 냉장고로 가져가려던 찰나였다.
“아, 그러고 보니 질문드리고 싶던 것이 있습니다!”
“뭔데.”
김래빈이 따라오며 손을 들었다.
“이번 앨범 원격 작업 관련 메시지방을 팬분들께 공개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아직 이번 앨범과 관련된 공식 보도 자료도 나오지 않은 상태니, 제 짧은 생각으로는 혹시 유출의 위험이 있을까 걱정했습니다만….”
김래빈의 눈이 번쩍였다.
“그 리스크를 무릅쓸 만큼 어떤 효율을 예상하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
그런 리스크를… 생각해 본 적 없이 없는데.
난 약간 떨떠름하게 놈을 보았다.
‘카카오톡 서버라도 해킹하지 않는 이상 곡이 유출될 일은 없지 않나.’
곡과 앨범에 지나치게 진심이라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위험까지 걱정을 하고 있군.
그래도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에 그룹이 개인적으로 컴백 여지를 흘리는 게 좀 걸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그렇다고 그 선 넘은 발언들을 이유로 직접 말해주는 건 안 될 일이었지만.
‘가장 자극 없을 부분만 꺼내서 엮어야 하나.’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팬분 중에 네가 본가에 있는 걸 알아차린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 안심하라고 말씀드린 거지.”
이것도 실제 이유긴 했다. 김래빈의 멘탈과 상태를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으니까.
물론 개소리하던 놈들이 입 닥치도록 만드는 게 1차 목적이었지만.
-ㅋㅋㅋㅋ아 니들보다 레빉이가 커리어에 더 진심이라고~
-다 어디로 사라짐?
-니들이 패기도 전에 갓기가 알아서 잘해서 어쩌냐 패는 게 인생의 낙일 텐데ㅉㅉ
그 반응을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이게 정답이지.’
“그렇습니까.”
하지만… 김래빈은 여전히 의아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다음 주에 공식 컴백 보도 자료가 나가면 저절로 안심하시게 됐을 텐데요.”
“…!”
“메시지방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은 그때도 유효했을 테니, 그 후에 업로드하시는 게 더 안전하고 좋았을… 아, 아닙니다! 말대꾸해서 죄송합니다.”
“…….”
나는 망연히 생각했다.
저 말이 맞나?
맞다.
유출 리스크 같은 김래빈의 가설이 맞다는 게 아니라, 굳이 X 같은 물밑 여론을 의식해서 직접 대응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어차피 컴백 티저 나오면 다 풀릴 일이니까.
급하게 단체 메시지방 캡처를 올리는 건 도리어 그 개소리를 의식하고 있다는 힌트가 될 긁어 부스럼이었다.
그나마 내가 아니라 류청우가 올려서 자연스럽게 넘어갔을 뿐이다.
내 초기 판단은… 틀렸다.
“네 말이 맞아.”
나는 중얼거렸다.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요, 형. 어떻게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다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겠어요?
-그건 사실이 아니고, 다들 그렇게 믿는 것도 아니잖아…!
그동안 주변 놈들이 한소리 하는 걸 들으면서 내가 필요 이상으로 여론 통제에 몰두하는 걸 인정해놓고는, 또 비슷한 짓을 반복한 셈이다.
심지어 이번엔 효용도 발생하지 않는 짓을 대가리 없는 새끼처럼 저질렀지 않은가.
뻔했다.
그냥… 가족이 죽는 상황에 비난까지 당하는 꼴을 내가 참기 힘들었을 뿐이던 것이다. X발.
“내가 과민해서 실수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괜히 필요 없는 질문을….”
“아니, 이게 맞아.”
나는 계속 중얼거렸다.
“쓸데없이 예전 생각이 나서 그랬나.”
“예, 예전 말입니까…?”
“그래.”
척수가 동파라도 했는지 말이 줄줄 샜다.
“난 늦었거든.”
“예…?”
“내가 갔을 때 이미 다른 사람 가족들은 다 신원확인까지 끝낸 상태였어. 우리 부모님만 그 야밤까지 남아서….”
미쳤냐?
나는 혀를 깨물었다.
“혀, 형.”
“괜한 소리 해서 미안하다. 아무튼, 네 추리가 맞아. 내 실수였고 큰 뜻이나 효율 같은 건 없어.”
“죄, 죄송합니다…!”
김래빈은… 금방이라도 눈물 콧물 다 쏟을 같은 꼴이 됐다. 망할.
나는 짐을 놓고 이마를 짚었다.
“네가 뭐가 미안하냐.”
“힘든 경험이 떠오르게 잘못된 주제를 선택하여….”
“아니지.”
나는 진실을 말했다.
“내가 그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힘든….”
“아닙니다!”
김래빈이 말을 잘랐다.
그리고 긴장한 게 역력한 태도로 양손을 주먹 쥐었다.
“제, 제 기억상으로는 형님은 그때 학원에서 공부 중, 연락을……. 그래서 약간 시간이 흐른 후에 받으셨습니다. 맞습니까?”
“…그래.”
그런 이야기까지 했었군.
김래빈은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맞지 않습니까!”
“…!!”
뭐라고?
나는 뒤통수라도 얻어맞는 것 같은 몰골로 놈을 쳐다보았다.
“형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셨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사고일 뿐입니다.”
김래빈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제가 MT에 간 게, 잘못이 아니었던 것처럼요.”
“…!”
“그렇죠? 무, 물론 사례는 좀 다르지만….”
그래.
너는 내가 아니다.
하지만 별개로, 나도 당시에… 최선을 다한 건 맞다.
그냥 그 최선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무슨 대처를 했든, 힘들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뿐이다.
-이런 일에 능숙한 사람은 없는 거야.
내가 김래빈에게 직접 말했듯이, 이런 일에 능숙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
나는 머리를 잡았다.
충격이 거셌으나, 답은 명료했다.
김래빈을 사료로 삼아 판단하니 이제야 보였다.
‘중학생이 무슨 대단한 대처를 할 수 있다고.’
난 저놈도 부고를 겪긴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으면서, 더 어렸던 내 상황은 봐주지 못하던 것이다.
그러니 이젠… 재평가를 해줄 때도 됐나.
‘그래. 봐줄 만하다.’
그 정도면 중학생치곤 노력했다.
“…….”
어쩐지, 마음이 홀가분했다.
…오늘 수면의 질이 좋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예감이 들었다.
“혀, 형과 제 최근 상황에서 유사한 감성적 판단을 내릴 근거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
그래도 이것부터 확답해 주자.
이 불쌍한 놈이 내 눈치를 보며 계속 설득을 시도하고 있었군.
김래빈의 안색이 확 펴졌다.
“…! 그렇죠! 그러니까 힘든 경험을 생각나게 만든 제 잘못입니다!”
“아니, 그건 아니고.”
본인 잘못이라는 걸 지나치게 해맑게 말하고 있군. 설득이 성공했다는 기쁨 때문에 도치된 것 같다.
나는 약과와 식혜 박스를 다시 들어 올리며, 되도록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좋게 말해줘서 고맙다.”
“헙!”
김래빈이 또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저야말로 형,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형 덕분에 수많은 도움을 받으며 무사히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그룹 자체에도 이득이라니까 또 이러고 있다. 이러다 끝이 없을 지경이다.
‘분위기 좀 환기해야겠군.’
나는 가볍게 물었다.
“차유진한테도 그래서 답례를 준 거고?”
김래빈이 정색했다.
“아뇨. 겸사겸사 준 겁니다.”
“…….”
둘이 허물없이 친한 건지 서로 바보 취급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부디 팬들에겐 전자로 보였으면 좋겠군.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약과와 식혜를 냉장고에 정리했다.
“잘 먹으마.”
“예!”
참고로, 이 선물은 컴백 준비하며 당 떨어진 놈들이 하나씩 주워 먹다가 막판 체중 관리를 죽도록 해야 했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자업자득이지.’
…신비로운 점은 차유진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는 점이다.
어쨌든, 그런 웃기는 해프닝도 잠시였다. 앨범 발매날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중이었다.
첫 번째 신호는 티저 공개였다.
* * *
“뭐함?”
“안 해. 꺼져.”
김래빈의 개인 팬은 이를 으득으득 갈며 기웃거리는 남동생을 밀었다.
‘자기가 찾아서 보면 될 걸 괜히 인정하기 싫으니까 저 지랄이야!’
박문대에게 관심이 생겼으면 당당히 찾아보면 될 것을, 마치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것처럼 슬쩍 같이 보려는 게 상당히 짜증 났다.
물론 그걸 고려해도 현재 그녀의 반응이 평소보다 격하긴 했다.
걱정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래빈 괜찮은 거 맞냐고…!’
조부모님이 쓰러져서 준비에 뒤늦게 합류했다는 사생발 정보가 알음알음 돌았었다.
김래빈의 팬은 손톱을 뜯었다.
‘일단 SNS에 올리는 거 보니까 가족 문제는 더 안 커진 것 같은데.’
그래도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았으니, 앨범에 김래빈 분량이 적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 시끄러워! 그럼 다음 앨범 분량 늘려달라고 항의하든가!’
뭐하러 사서 걱정이란 말인가!
그녀는 고함을 한번 지른 뒤, 마우스나 고쳐잡았다.
분명 자정에 뜰 것 같….
‘떴다!’
[테스타(TeSTAR) ‘부름’(Nightmare) Official MV Teaser]
그리고 그녀는 입을 틀어막았다.
“허어억.”
썸네일이 김래빈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26화

단체 메시지방 대화 공개는 반응이 괜찮았다.

-이거 설마 컴백 떡밥이야??? 타이틀 래빈이 단독 자작곡이고?

-단톡방 공지 뭐얔ㅋㅋㅋ

(‘이모티콘 10개 이상 도배 금지 그래 너 이세진’을 밑줄 친 캡처)

-무슨 개판이 나든 꿋꿋이 일 얘기만 하는 문댕댕 봤냐 본인이 강아지라 개판이 익숙한 거지

-아니 배세진 진짜 햄스터 이모티콘 쓰냐고 미친ㅠㅠㅠㅠ

특별히 문제 될 소재만 없으면 이런 소소하고 친근한 컨텐츠는 스테디셀러 아니겠는가. 게다가 컴백 힌트까지 있으니 재미는 확실했을 것이다.

…다만, 이걸 올리기 전 막판에 예상 못 한 검수를 받긴 했다.

-음, 문대 네가 캡처해 올리게?

-그래.

-이런 건 청우 형이 낫지 않겠나~? 리더잖아.

-…!

-평소에 이런 거 잘 안 올리시니까 팬분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안 그래?

…맞는 말이었다.

안 그래도 비슷한 패턴을 몇 번 써먹은 나보다는 더 자연스럽기도 하겠고.

그래서 큰세진의 피드백을 수용해 류청우의 편으로 해당 글을 올려서 깔끔히 처리했다.

-헐 청우였네

-아 류청우 동생들 이름 뒤에 동물 이모티콘 붙여서 저장해줬어 미쳤냐고 이 남자야ㅠㅠ

결과가 좋았으니 입 닥치고 좋아하는 게 맞았으나, 내 정신머리에는 의구심이 든다.

‘이걸 저놈보다 먼저 못 떠올렸다니.’

무슨 의욕만 앞서서 성급한 애새끼 같았지 않은가.

폼이 떨어진 건 아닌지 자가 진단이라도 해봐야 할 판이다.

나는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다음 건 제대로 한다.’

물론, 그 전에 컴백 준비부터 제대로 끝내야 했다.

한 명이 따로 합류해도 차근차근 진행되도록 짜놓긴 했지만, 그래도 무대에서 서로 합을 맞추는 과정은 필수다.

그래도 나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은 중간중간 여유가 있다. 김래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촬영을 많이 끝내놓은 상태니까.

하지만 김래빈은 아니다.

‘저놈은 지금부터 그걸 다 해야 한다.’

덕분에 김래빈은 합류하자마자 거의 툭 치면 일 얘기부터 쏟아질 수준으로 바쁜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인사를 잊지 않더라고.

며칠 뒤 밤, 드디어 시간이 나자마자 슬그머니 방에 찾아온 것이다.

“누나가 형과 차유진에게 전달해 달라 부탁했습니다! 제 성의도 최대한 보태보았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김래빈이 내민 것은… 지역 맛집에서 구매한 약과와 호박 식혜였다. 아마 택배로 보낸 것 같다.

그런데 양이 어마어마하다.

‘아무래도 차유진 취향은 확실히 알고 있었나 보군….’

둘이 다른 걸 주긴 그러니, 최소한 취향을 알고 있는 쪽의 입맛에 맞추는 게 합리적이긴 하다.

난 특별히 음식에 호불호도 없으니까.

‘이걸 언제 다 먹나 싶긴 하다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나는 거대한 보자기에 싸인 상자를 받아들었다.

“고맙다. 잘 먹을게.”

“감사합니다! 누나께도 꼭 전달하겠습니다.”

김래빈이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꾸벅거렸다. 원래 인상이 살벌하고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잔 몰골이라 별 소용은 없었다만.

나는 약간 갈등하다가, 결국 질문했다.

“…할머님은 괜찮으시고?”

“예! 꾸준히 연락 중입니다만, 순조롭게 체력을 회복하시는 중이라고 하십니다.”

다행이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으로는 혹시 질병 등 신체적 불편함이 생기시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잘했어.”

놈의 어깨를 한두 번 두드렸다.

이제 한 번 이 과정을 거쳤으니, 언젠가 정말 김래빈이 걱정하던 순간이 오더라도 좀 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피할 순 없어도, 대처할 순 있겠지.’

그걸로 됐다.

나는 쓸데없는 상념을 털어내고, 놈이 준 보따리나 도로 집어 들었다.

“그럼 이건… 냉장 보관이 맞겠지.”

“그렇습니다. …앗, 형! 제가 들겠습니다!”

“됐다. 어차피 받았는데 뭘.”

그렇게 내가 어차피 냉장 보관이 필요할 이 보따리 내용물을 냉장고로 가져가려던 찰나였다.

“아, 그러고 보니 질문드리고 싶던 것이 있습니다!”

“뭔데.”

김래빈이 따라오며 손을 들었다.

“이번 앨범 원격 작업 관련 메시지방을 팬분들께 공개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아직 이번 앨범과 관련된 공식 보도 자료도 나오지 않은 상태니, 제 짧은 생각으로는 혹시 유출의 위험이 있을까 걱정했습니다만….”

김래빈의 눈이 번쩍였다.

“그 리스크를 무릅쓸 만큼 어떤 효율을 예상하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

그런 리스크를… 생각해 본 적 없이 없는데.

난 약간 떨떠름하게 놈을 보았다.

‘카카오톡 서버라도 해킹하지 않는 이상 곡이 유출될 일은 없지 않나.’

곡과 앨범에 지나치게 진심이라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위험까지 걱정을 하고 있군.

그래도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에 그룹이 개인적으로 컴백 여지를 흘리는 게 좀 걸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그렇다고 그 선 넘은 발언들을 이유로 직접 말해주는 건 안 될 일이었지만.

‘가장 자극 없을 부분만 꺼내서 엮어야 하나.’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팬분 중에 네가 본가에 있는 걸 알아차린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 안심하라고 말씀드린 거지.”

이것도 실제 이유긴 했다. 김래빈의 멘탈과 상태를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으니까.

물론 개소리하던 놈들이 입 닥치도록 만드는 게 1차 목적이었지만.

-ㅋㅋㅋㅋ아 니들보다 레빉이가 커리어에 더 진심이라고~

-다 어디로 사라짐?

-니들이 패기도 전에 갓기가 알아서 잘해서 어쩌냐 패는 게 인생의 낙일 텐데ㅉㅉ

그 반응을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이게 정답이지.’

“그렇습니까.”

하지만… 김래빈은 여전히 의아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다음 주에 공식 컴백 보도 자료가 나가면 저절로 안심하시게 됐을 텐데요.”

“…!”

“메시지방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은 그때도 유효했을 테니, 그 후에 업로드하시는 게 더 안전하고 좋았을… 아, 아닙니다! 말대꾸해서 죄송합니다.”

“…….”

나는 망연히 생각했다.

저 말이 맞나?

맞다.

유출 리스크 같은 김래빈의 가설이 맞다는 게 아니라, 굳이 X 같은 물밑 여론을 의식해서 직접 대응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어차피 컴백 티저 나오면 다 풀릴 일이니까.

급하게 단체 메시지방 캡처를 올리는 건 도리어 그 개소리를 의식하고 있다는 힌트가 될 긁어 부스럼이었다.

그나마 내가 아니라 류청우가 올려서 자연스럽게 넘어갔을 뿐이다.

내 초기 판단은… 틀렸다.

“네 말이 맞아.”

나는 중얼거렸다.

떠오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요, 형. 어떻게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다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겠어요?

-그건 사실이 아니고, 다들 그렇게 믿는 것도 아니잖아…!

그동안 주변 놈들이 한소리 하는 걸 들으면서 내가 필요 이상으로 여론 통제에 몰두하는 걸 인정해놓고는, 또 비슷한 짓을 반복한 셈이다.

심지어 이번엔 효용도 발생하지 않는 짓을 대가리 없는 새끼처럼 저질렀지 않은가.

뻔했다.

그냥… 가족이 죽는 상황에 비난까지 당하는 꼴을 내가 참기 힘들었을 뿐이던 것이다. X발.

“내가 과민해서 실수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괜히 필요 없는 질문을….”

“아니, 이게 맞아.”

나는 계속 중얼거렸다.

“쓸데없이 예전 생각이 나서 그랬나.”

“예, 예전 말입니까…?”

“그래.”

척수가 동파라도 했는지 말이 줄줄 샜다.

“난 늦었거든.”

“예…?”

“내가 갔을 때 이미 다른 사람 가족들은 다 신원확인까지 끝낸 상태였어. 우리 부모님만 그 야밤까지 남아서….”

미쳤냐?

나는 혀를 깨물었다.

“혀, 형.”

“괜한 소리 해서 미안하다. 아무튼, 네 추리가 맞아. 내 실수였고 큰 뜻이나 효율 같은 건 없어.”

“죄, 죄송합니다…!”

김래빈은… 금방이라도 눈물 콧물 다 쏟을 같은 꼴이 됐다. 망할.

나는 짐을 놓고 이마를 짚었다.

“네가 뭐가 미안하냐.”

“힘든 경험이 떠오르게 잘못된 주제를 선택하여….”

“아니지.”

나는 진실을 말했다.

“내가 그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힘든….”

“아닙니다!”

김래빈이 말을 잘랐다.

그리고 긴장한 게 역력한 태도로 양손을 주먹 쥐었다.

“제, 제 기억상으로는 형님은 그때 학원에서 공부 중, 연락을……. 그래서 약간 시간이 흐른 후에 받으셨습니다. 맞습니까?”

“…그래.”

그런 이야기까지 했었군.

김래빈은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맞지 않습니까!”

“…!!”

뭐라고?

나는 뒤통수라도 얻어맞는 것 같은 몰골로 놈을 쳐다보았다.

“형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셨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사고일 뿐입니다.”

김래빈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제가 MT에 간 게, 잘못이 아니었던 것처럼요.”

“…!”

“그렇죠? 무, 물론 사례는 좀 다르지만….”

그래.

너는 내가 아니다.

하지만 별개로, 나도 당시에… 최선을 다한 건 맞다.

그냥 그 최선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무슨 대처를 했든, 힘들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뿐이다.

-이런 일에 능숙한 사람은 없는 거야.

내가 김래빈에게 직접 말했듯이, 이런 일에 능숙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

나는 머리를 잡았다.

충격이 거셌으나, 답은 명료했다.

김래빈을 사료로 삼아 판단하니 이제야 보였다.

‘중학생이 무슨 대단한 대처를 할 수 있다고.’

난 저놈도 부고를 겪긴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으면서, 더 어렸던 내 상황은 봐주지 못하던 것이다.

그러니 이젠… 재평가를 해줄 때도 됐나.

‘그래. 봐줄 만하다.’

그 정도면 중학생치곤 노력했다.

“…….”

어쩐지, 마음이 홀가분했다.

…오늘 수면의 질이 좋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예감이 들었다.

“혀, 형과 제 최근 상황에서 유사한 감성적 판단을 내릴 근거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래.”

그래도 이것부터 확답해 주자.

이 불쌍한 놈이 내 눈치를 보며 계속 설득을 시도하고 있었군.

김래빈의 안색이 확 펴졌다.

“…! 그렇죠! 그러니까 힘든 경험을 생각나게 만든 제 잘못입니다!”

“아니, 그건 아니고.”

본인 잘못이라는 걸 지나치게 해맑게 말하고 있군. 설득이 성공했다는 기쁨 때문에 도치된 것 같다.

나는 약과와 식혜 박스를 다시 들어 올리며, 되도록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좋게 말해줘서 고맙다.”

“헙!”

김래빈이 또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저야말로 형,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형 덕분에 수많은 도움을 받으며 무사히 앨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그룹 자체에도 이득이라니까 또 이러고 있다. 이러다 끝이 없을 지경이다.

‘분위기 좀 환기해야겠군.’

나는 가볍게 물었다.

“차유진한테도 그래서 답례를 준 거고?”

김래빈이 정색했다.

“아뇨. 겸사겸사 준 겁니다.”

“…….”

둘이 허물없이 친한 건지 서로 바보 취급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부디 팬들에겐 전자로 보였으면 좋겠군.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약과와 식혜를 냉장고에 정리했다.

“잘 먹으마.”

“예!”

참고로, 이 선물은 컴백 준비하며 당 떨어진 놈들이 하나씩 주워 먹다가 막판 체중 관리를 죽도록 해야 했다는 것만 말해두겠다.

‘자업자득이지.’

…신비로운 점은 차유진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는 점이다.

어쨌든, 그런 웃기는 해프닝도 잠시였다. 앨범 발매날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중이었다.

첫 번째 신호는 티저 공개였다.

* * *

“뭐함?”

“안 해. 꺼져.”

김래빈의 개인 팬은 이를 으득으득 갈며 기웃거리는 남동생을 밀었다.

‘자기가 찾아서 보면 될 걸 괜히 인정하기 싫으니까 저 지랄이야!’

박문대에게 관심이 생겼으면 당당히 찾아보면 될 것을, 마치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것처럼 슬쩍 같이 보려는 게 상당히 짜증 났다.

물론 그걸 고려해도 현재 그녀의 반응이 평소보다 격하긴 했다.

걱정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래빈 괜찮은 거 맞냐고…!’

조부모님이 쓰러져서 준비에 뒤늦게 합류했다는 사생발 정보가 알음알음 돌았었다.

김래빈의 팬은 손톱을 뜯었다.

‘일단 SNS에 올리는 거 보니까 가족 문제는 더 안 커진 것 같은데.’

그래도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았으니, 앨범에 김래빈 분량이 적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 시끄러워! 그럼 다음 앨범 분량 늘려달라고 항의하든가!’

뭐하러 사서 걱정이란 말인가!

그녀는 고함을 한번 지른 뒤, 마우스나 고쳐잡았다.

분명 자정에 뜰 것 같….

‘떴다!’

그리고 그녀는 입을 틀어막았다.

“허어억.”

썸네일이 김래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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