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21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18화
사실, 털린 놈의 비공개 계정에서 밝혀진 내용은 뻔한 레퍼토리였다.
[응 X나 지겨움]
[언제 다하냐ㅠ (불타는 이모티콘)]
[X발것들 귀찮아죽겠음… 휴 스타의 삶 왕관의 무게]
직장인이 자기 일을 욕하는 것처럼 자기 일에 대한 한탄과 욕으로 꽉 채워놓았단 뜻이다.
그래도 회사 욕으로 끝났으면 ‘좀 깬다’ 정도로 끝났을 텐데, 이놈은 동료와 팬까지 자유분방하게 비난했더라고.
당연하지만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탈퇴해 미친새끼야
-ㅋㅋㅋㅋ그렇게 귀찮은 줄 모르고 그동안 미련하게 너한테 시간을 쏟았구나 미안하다 이제 갓반인으로 편하게 살렴
-남의 비공개 계정을 유출한 게 잘못 아닌가 다들 일하면서 쌍욕 한번 안 해본 것처럼 지랄이네 그래 연예인 욕하는 게 재밌긴 하지ㅋ
└당사자냐? 댓글 달 시간에 은퇴나 ㄱㄱ
-저 순간적인 감정이 돌의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래도 제발 신중할 수 없었을까 머리가 너무 아프다…
-태도 X 같더니 이럴 줄 알았지ㅋ
놈의 과거 행적부터 말실수까지 쭉 끌어올려지더니, SNS의 글들과 짜 맞추어지며 온갖 추측과 의심이 난무했다.
-이거 보이는 라디오 때 온 팬들 지칭 맞는 듯 그때 라디오에서 X나 불편한 티냄 (동영상 링크)
-얘랑 친한 동갑라인 애들 한번 검증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흠…
-스타의 삶 이지랄ㅋㅋㅋ 팬싸 다음날이네 와우다 (스케줄표 캡처)
뭐, 절반은 억측이었겠지만 일단 불붙은 재미를 놓칠 순 없는지 사람들은 신나게 온갖 디테일을 싸잡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선아현도 지목된 것이다.
[클럽 죽돌이 또 X나 착한 척해ㅋㅋ어제 물이 그르게 좋았냐]
캡처를 확인하니, 이 글이 올라온 게 하필 선아현과 함께 특별 무대를 촬영한 날이었다.
그리고 ‘남성’, ‘스케줄 겹침’, ‘착한 척’ 키워드에서 단번에 선아현이 지목된 모양이다.
-솔직히 경우의 수 다 빼면 하나 남잖아
-이거 너무 노골적으로 ㅅㅇㅎ인데?ㅋㅋㅋㅋㅋ스케줄 딱 맞음 ㅅㅇㅎ 심지어 그 촬영 전날 스케줄도 없네ㅋ 소름
-일단 중립기어 박는데 솔직히 개쎄하긴 하네 평소에 이미지 관리 너무했잖아 그 가식…
선아현이 워낙 순한 이미지다 보니 도리어 ‘그게 진짜일 리 없다’는 식으로 의심하는 소수 여론이 좀 있었는데, 거기서 우수수 붙는 것 같다.
게다가 물밑에서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떠들어대는 글도 좀 봤는데, 이건 아무래도 일부러일 테고.
-아 말더듬쉑 여자 환장하는 거 이제 알았냐 불쌍한 빠순이들ㅠㅠ
-터졌다터졌다 누구 정황 더 있는 새끼들 빨리 가져와봐 뿌리게ㅋㅋㅋ
-휴 드디어 음침말병이 팰 수 있냐 너무 좋아 (박수 이모티콘)
‘이건 아주사 때부터 있던 새끼들이고.’
선아현을 깎아내리거나 깔아뭉개는 것에 인생 건 것 같은 새끼들 말이다.
대부분은 끝나고 떨어져 나가거나 관심 가는 새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순간 갈아탔으나, 몇몇은 아직 남아있던 모양이다.
‘다른 놈들도 끈질긴 안티는 당연히 있긴 한데… 선아현한테 붙은 새끼들은 결이 좀 달라서.’
그냥 ‘망했으면 좋겠다’ 이런 게 아니라, 선아현의 이미지를 망치고 기를 죽이는 것에 집착하는 새끼들이 다수였다.
선아현이 상담받으며 공식 석상에서의 태도가 덜 소극적으로 변하니 더 지랄인 것 같고.
‘미친 새끼들 생각 원리 추측해 봤자 뭐 의미 있겠느냐만.’
답은 고소였으나, 일단 터진 건은 빠르게 수습하는 게 좋겠다.
나는 턱을 손으로 문질렀다.
‘…정리는 어렵지 않겠는데.’
이런 건 그냥 이놈들이 지껄이는 ‘정황상 의심’과 대치되는 증거를 흘려두면 팬들 여론 선에서 깔끔해질 것이다.
당장 지금도 저 물 밑에 손 못 대는 곳 아닌 데에서는 무섭게 선아현의 팬들이 해당 여론을 두들겨 패는 중이다.
-ㅋㅋㅋㅋㅋ너무 개소리라 당혹스러울 정도임 수세미 뜨고 자수 놓는 애한테 클럽 이지랄ㅋㅋㅋㅋㅋㅋㅋ
-와 고소감 널렸네 PDF 쭉 따간다 대기업 법무팀 만날 준비나 해라~
-아현이 그룹 외에 친목도 안 뜨는 애인데 미친 소리 작작 좀?
-아 막말로 클럽 가면 또 어때 우리 애는 팬 기만 스케줄 펑크 태도 논란 없는 프로 아이도루거든여ㅋㅋ
혹시 정말 클럽에 갔다 해도 문제없도록 여론 나눠 작업하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물론 선아현 같은 놈이 클럽 죽돌이일리도 없지만.
여기에 방어용으로 당시 이사 소식에 룸메이트 컨텐츠에… 뭐, 반증으로 올릴 건 많다.
말 많아지기 전이니까 당장 오늘 내에 뭐라도 올리면 단번에 정리될 것이다.
다만 선아현의 멘탈 상태는 좀 고려해 볼 사항이다.
‘지레 겁먹거나 패닉 올 가능성도 있지.’
선아현의 성격에 제대로 쉬려고도 안 할 테고, 그럼 지금까지 받은 상담이 도루묵 되는 상황까지도 그려진다.
‘…다음 활동 한번 볼 만하겠군.’
벌써 관자놀이가 지근거린다.
역시 빨리 진행해서 굳이 선아현 눈에 안 들어가는 수준으로 끝내는 게 맞겠다.
나는 곧바로 회사와 통화해서 컨텐츠 공개 시기를 조절하려 했다.
하지만 하필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아현이 촬영 때 쓸데없는 소리가 나와서요. 그냥 지금 공개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 완성이 아직이라. 그럼 비용 좀 더 쓰더라도 자정까지 완성되도록 당기는 게….”
“무, 문대야?”
“…!”
하필 선아현이 베란다까지 날 찾으러 왔더라고.
합숙 생활의 단점이었다. 망할.
* * *
“이, 이거, 침대 옆에 두면 좋을 것 같아서…….”
“음, 그래.”
선아현이 날 찾은 목적은 방 안 인테리어 문제였다. 나는 선아현이 내미는 개 인형을 받아다가 적당히 옆에 뒀다.
‘…이놈이 룸메이트라는 점을 좀 더 고려했어야 했나.’
어쨌든 이미 이야기를 들은 이상 별수 없었다.
‘선아현은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부류지.’
정확한 사실을 못 들으면 도리어 더 나쁜 쪽으로 상황을 짐작할 확률이 높다.
‘가볍게 턴다.’
나는 바짝 굳어있는 선아현에게 되도록 편한 어조로 말했다.
“별일 아냐. 웬 아이돌 하나가 욕먹는 거고,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예방 차원에서 엮지도 못하게 만드는 게 낫지 않나 해서.”
“그, 그렇구나….”
“그래.”
“알았어.”
선아현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넘어갈 것 같진 않은데.’
“그, 그런데.”
그럴 줄 알았다.
“어, 어떤 이야기야…? 내, 내 이야기 나온다고 해서….”
거기까지 들었냐.
어쨌든, 괜히 뜸 들이지 말고 가볍게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너 혹시 클럽 가냐는 건데.”
“크, 클럽??”
“어. 다들 안 믿는데, 무슨 날짜가 비슷하다고 하는 소리야. 그래서 그날 너 다른 일 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지.”
“아, 아하…….”
선아현은 이번에도 얌전히 수긍했다.
‘끝났나.’
이대로 괜히 이상한 소리 찾아보지 않도록 스마트폰만 며칠 못 쓰게 하면 되지 않나 싶었다.
“일이 커진 것도 아니니까, 굳이 넌 안 찾아봐도 돼.”
하지만 선아현이 말은 수긍으로 끝나지 않았다.
“저, 저기. 그럼 문대가 다 찾아본 거야…?”
여기서 안 찾아봤다고 하면 마치 어디서든 이 헛소리를 목격할 만큼 일이 커졌다는 것처럼 들리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모니터링하다 보니 좀 깊게 들어갈 때도 있어서.”
“으음.”
그리고 선아현은 눈치를 보는 것처럼 뜸을 들였으나, 결국 뒷말을 또 이었다.
“이, 있잖아.”
“어.”
선아현이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아, 앞으로는, 문대도 그런 말 하는 사람들, 안 찾아보면 안 될까…!”
“…!”
“히, 힘들잖아. 그런 말들은… 자주 보면 무뎌지는 게 아니라, 더 힘들어지니까….”
“…음.”
약간 당황스럽다. 소강상태 때도 아니고, 당장 이득 보는 상황에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나는 팔짱을 꼈다.
“빠르게 대처하는 게 마음 편하지 않겠어?”
“괘, 괜찮아.”
선아현이 제법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고, 다들 그렇게 믿는 것도 아니잖아…!”
“…!”
“호, 혹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때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아.”
“…….”
“그, 그러니까… 문대가 너무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때 ‘하도 욕먹는 걸 많이 봐서 익숙하다’고 발언했던 선아현이 하는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 발언이었다.
상담을 착실히 받는 위력이 여기서 나오나.
‘놀라운데.’
덕분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자니, 선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 나는… 차, 찾아보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것 같아.”
“그러냐.”
“으응. 저, 전에는, 내가 한 게 아닌데, 왠지 다들 그렇게 믿게 될 것 같고… 아무도 해명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이 들어서….”
“…….”
경험담인가.
“호, 혹시 해명이 통해도, 나중에, 다시 문제가 되어서 큰일 날까 봐… 자꾸 확인하고, 걱정했어.”
경험담이 맞는 것 같다.
‘그 또래 관계 문제인가.’
나는 묵묵히 경청했다. 선아현이 침을 삼켰다.
“하, 하지만,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날 가능성은 굉장히 낮은 거야, 그렇지…?”
“맞아.”
“으, 응!”
즉답에 선아현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그러니까, 문대도 많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서!”
“…….”
거참. 도와주는데도 자제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좀 빈정 상해야 하는데, 너무 정론이라 그럴 마음도 안 든다.
‘걱정해 주는 거니 뭐.’
나는 팔짱을 풀며 피식 웃었다.
“뭐, 요새는 그렇게까진 안 봐. 이번에는 우연히 눈에 띄어서 한 거고.”
안 그래도 지난번에 차유진에게 비슷한 말 들은 이후로 하나하나 안 놓치고 보려는 짓은 그만뒀다.
선아현의 얼굴이 약간 밝아졌다.
“그, 그렇구나!”
“어. 그리고 사실 이게 좀 재미도 있어서.”
“…! 재, 재미있…?”
“보는 거 말고. 싹 쓸어버릴 때 그 맛이 있지.”
“아, 아하.”
선아현은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공이 떨리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아, 알았어. 문대가 그렇다면….”
“그래. 적당히 할 거야.”
“으응.”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말에 선아현이 도로 얌전해졌다.
‘룸메이트 되더니 별 이야기를 다 하게 되는군.’
그리고 그제야 정석적인 반응도 나왔다.
“그, 그리고… 문대야. 정말 고마워, 이, 이런 것까지 신경 써줘서.”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이번에는 어차피 알았으니까 그냥 대응하는 걸로.”
“아, 알았어. …그, 근데! 다른 분들이 고생하시는 거면, 안 해도 괜찮….”
“아냐, 다른 사람은 안 할 거야.”
“어어?”
이미 ‘편집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는 답 왔을 때부터 생각해 뒀던 게 있다.
“너랑 내가 한다.”
“어어…?”
그리고 스케줄이 빈 그날 저녁, 열심히 랩탑을 붙잡고 네다섯 시간을 보냈다는 뜻이다.
덕분에 자정에 예정대로 컨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었다.
물론, 아까 회사와 이야기했던 공식 컨텐츠는 아니었다.
* * *
팬들이 느끼기에도 테스타는 SNS 계정을 알차게 이용하는 편이었다.
사진이나 근황은 거의 매일 같이 돌아가며 올라왔고, 가끔 멤버들이 투닥거리거나 경쟁적으로 업로드하는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동영상이 올라오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짧은 동영상이 아니라, 제법 길이 있는 영상이 올라오는 것은 팬송 깜짝 공개 이후로 처음이었다.
-동영상 길이 6분 27초?
-누구냐 이 효자는
-ㅋㅋㅋㅋㅋㅋ몰라 일단 클릭해
특별히 자기를 표출하는 것 없이 ‘Good night’이란 내용만 적힌 그 글의 동영상을 사람들은 얼른 클릭했다.
“…!”
그리고 나오는 장면에 반사적으로 함박미소를 지었다.
-헐 브이로그
-허억 사랑한다
재생된 것은 낯선 거실에 자유롭게 앉은 멤버들을 찍은 투박한 동영상이었다!
심지어 작은 자막까지 들어가 있었다.
[팝콘러버 차유진]
[냠]
일정이 안 맞는 룸메이트 컨텐츠나 이사 컨텐츠 대신, 박문대가 개인적으로 찍어뒀던 소장용을 빠르게 편집해 올린 것이다.
그는 일부러 90년대 필름카메라풍 필터를 써서 촬영 날짜와 시간이 다 뜨게 만들어서 올리는 노림수도 잊지 않았다.
[19:11:21]
[오늘의 저녁 당번들]
[선아현은 불 접근 금지]
어두운 듯 따듯한 옛날 색감 속.
멤버들이 아직 짐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이 어렴풋이 보이는 주방을 배경으로 저녁을 먹으며 떠들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게임을 하거나, 카메라를 보고 브이를 하거나 인사를 하는 것도 짧게 짧게 편집되어 들어갔다.
[파자마가 편했다]
[굿나잇!]
심지어는 양치를 하거나 자러 들어가는 모습까지도.
나른한 BGM이 깔려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필터를 제외해도 상당히 날것처럼 느껴지는 그 감성은, 어딘지 공식 영상 컨텐츠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너무 귀엽다
-애들 아직도 데뷔 때 맞춘 동물 파자마 계속 입고 있어 사랑해
사람들은 약간 사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 친근한 컨텐츠를 신나게 즐겼다.
물론 부과 효과도 착실히 나왔다.
-저기 숙소 아니잖아
-뭐지 MT 갔니??
-대박 애들 진짜 이사갔나 봐!!
-방금 그럼 룸메이트 게임이야? 미친 빨리 공개 좀 감질맛 나네ㅠ
-이거 설마 문대가 찍었어..? (카메라 돌려서 보는 문대컷 캡처)
-제발 문댕댕 차고영 룸메 한번 더 하자 내 꿈임
아직 공개되지 않은 두 컨텐츠, 이사와 룸메이트 게임의 예고편 느낌으로 기대감도 살린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목적 역시 바로 달성되었다.
[아현이 자수 완성]
모든 시간대에서 멤버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화면에 나왔기에, 자연스럽게 선아현의 무고함도 깨끗이 증명되었다.
중간중간 비는 30분 만에 클럽에 갔다 올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ㅅㅇㅎ 클럽 어떻게 됐어?ㅠㅠ 맞는 것 같대?
└응 그때 걔 숙소 이사기념 할리갈리하고 있었음ㅅㄱ~
가뜩이나 팬들이 밀어놔서 억눌려있던 의심은 다시 한번 얻어맞으며 소강했다.
-영악한 새끼
-ㅋㅋㅋㅋㅋ곰머가 설계해줬냐
-ㅉㅉ클럽남을 덮어? 삐틱에서 배운 게 없네
물밑에서도 더는 널리 통할 떡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의미 없는 발악이나 하고 있을 때였다.
다시 한번, 쓸데없는 구설을 밀어버릴 파도가 밀려왔다.
-야 위튜브에도 뭐 뜸
-뭐야 오늘 무슨 날이여
-잠 다잤네
Vlog 공개 한 시간 뒤.
새벽 1시경에 T1 Star의 위튜브 공식 채널 알림이 뜬 것이다.
[테스타(TeSTAR) ‘Enchanted?’ Concept Film]
검은 썸네일에는 행차와 ‘Spring out’ 두 뮤직비디오 사이 어디쯤의 의상을 입은 류청우가 소나무를 배경으로 앉아 있었다.
-헐
바로 테스타가 이번 활동 마무리용으로 준비했던, 세계관 연결용 컨셉 필름이었다.
원래 사흘 뒤 공개였던 것을 박문대가 그룹 회의를 통해 끌어온 것이다. 이미 편집을 끝내놓은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놓고 물량 공세였다.
덕분에 팬들의 반응은 이렇게 되었다.
-갑자기요?
-뭔진 모르겠지만 고맙다 얘들아
-아 맛집이야 역시 양도 많이 줘
쏟아진 컨텐츠에 신난 팬들이 허겁지겁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
가볍게 달아올라 있던 그들의 마음이 확 내려앉도록, 영상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액정을 집어삼켰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18화
사실, 털린 놈의 비공개 계정에서 밝혀진 내용은 뻔한 레퍼토리였다.
직장인이 자기 일을 욕하는 것처럼 자기 일에 대한 한탄과 욕으로 꽉 채워놓았단 뜻이다.
그래도 회사 욕으로 끝났으면 ‘좀 깬다’ 정도로 끝났을 텐데, 이놈은 동료와 팬까지 자유분방하게 비난했더라고.
당연하지만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탈퇴해 미친새끼야
-ㅋㅋㅋㅋ그렇게 귀찮은 줄 모르고 그동안 미련하게 너한테 시간을 쏟았구나 미안하다 이제 갓반인으로 편하게 살렴
-남의 비공개 계정을 유출한 게 잘못 아닌가 다들 일하면서 쌍욕 한번 안 해본 것처럼 지랄이네 그래 연예인 욕하는 게 재밌긴 하지ㅋ
└당사자냐? 댓글 달 시간에 은퇴나 ㄱㄱ
-저 순간적인 감정이 돌의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래도 제발 신중할 수 없었을까 머리가 너무 아프다…
-태도 X 같더니 이럴 줄 알았지ㅋ
놈의 과거 행적부터 말실수까지 쭉 끌어올려지더니, SNS의 글들과 짜 맞추어지며 온갖 추측과 의심이 난무했다.
-이거 보이는 라디오 때 온 팬들 지칭 맞는 듯 그때 라디오에서 X나 불편한 티냄 (동영상 링크)
-얘랑 친한 동갑라인 애들 한번 검증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흠…
-스타의 삶 이지랄ㅋㅋㅋ 팬싸 다음날이네 와우다 (스케줄표 캡처)
뭐, 절반은 억측이었겠지만 일단 불붙은 재미를 놓칠 순 없는지 사람들은 신나게 온갖 디테일을 싸잡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선아현도 지목된 것이다.
캡처를 확인하니, 이 글이 올라온 게 하필 선아현과 함께 특별 무대를 촬영한 날이었다.
그리고 ‘남성’, ‘스케줄 겹침’, ‘착한 척’ 키워드에서 단번에 선아현이 지목된 모양이다.
-솔직히 경우의 수 다 빼면 하나 남잖아
-이거 너무 노골적으로 ㅅㅇㅎ인데?ㅋㅋㅋㅋㅋ스케줄 딱 맞음 ㅅㅇㅎ 심지어 그 촬영 전날 스케줄도 없네ㅋ 소름
-일단 중립기어 박는데 솔직히 개쎄하긴 하네 평소에 이미지 관리 너무했잖아 그 가식…
선아현이 워낙 순한 이미지다 보니 도리어 ‘그게 진짜일 리 없다’는 식으로 의심하는 소수 여론이 좀 있었는데, 거기서 우수수 붙는 것 같다.
게다가 물밑에서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떠들어대는 글도 좀 봤는데, 이건 아무래도 일부러일 테고.
-아 말더듬쉑 여자 환장하는 거 이제 알았냐 불쌍한 빠순이들ㅠㅠ
-터졌다터졌다 누구 정황 더 있는 새끼들 빨리 가져와봐 뿌리게ㅋㅋㅋ
-휴 드디어 음침말병이 팰 수 있냐 너무 좋아 (박수 이모티콘)
‘이건 아주사 때부터 있던 새끼들이고.’
선아현을 깎아내리거나 깔아뭉개는 것에 인생 건 것 같은 새끼들 말이다.
대부분은 끝나고 떨어져 나가거나 관심 가는 새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순간 갈아탔으나, 몇몇은 아직 남아있던 모양이다.
‘다른 놈들도 끈질긴 안티는 당연히 있긴 한데… 선아현한테 붙은 새끼들은 결이 좀 달라서.’
그냥 ‘망했으면 좋겠다’ 이런 게 아니라, 선아현의 이미지를 망치고 기를 죽이는 것에 집착하는 새끼들이 다수였다.
선아현이 상담받으며 공식 석상에서의 태도가 덜 소극적으로 변하니 더 지랄인 것 같고.
‘미친 새끼들 생각 원리 추측해 봤자 뭐 의미 있겠느냐만.’
답은 고소였으나, 일단 터진 건은 빠르게 수습하는 게 좋겠다.
나는 턱을 손으로 문질렀다.
‘…정리는 어렵지 않겠는데.’
이런 건 그냥 이놈들이 지껄이는 ‘정황상 의심’과 대치되는 증거를 흘려두면 팬들 여론 선에서 깔끔해질 것이다.
당장 지금도 저 물 밑에 손 못 대는 곳 아닌 데에서는 무섭게 선아현의 팬들이 해당 여론을 두들겨 패는 중이다.
-ㅋㅋㅋㅋㅋ너무 개소리라 당혹스러울 정도임 수세미 뜨고 자수 놓는 애한테 클럽 이지랄ㅋㅋㅋㅋㅋㅋㅋ
-와 고소감 널렸네 PDF 쭉 따간다 대기업 법무팀 만날 준비나 해라~
-아현이 그룹 외에 친목도 안 뜨는 애인데 미친 소리 작작 좀?
-아 막말로 클럽 가면 또 어때 우리 애는 팬 기만 스케줄 펑크 태도 논란 없는 프로 아이도루거든여ㅋㅋ
혹시 정말 클럽에 갔다 해도 문제없도록 여론 나눠 작업하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물론 선아현 같은 놈이 클럽 죽돌이일리도 없지만.
여기에 방어용으로 당시 이사 소식에 룸메이트 컨텐츠에… 뭐, 반증으로 올릴 건 많다.
말 많아지기 전이니까 당장 오늘 내에 뭐라도 올리면 단번에 정리될 것이다.
다만 선아현의 멘탈 상태는 좀 고려해 볼 사항이다.
‘지레 겁먹거나 패닉 올 가능성도 있지.’
선아현의 성격에 제대로 쉬려고도 안 할 테고, 그럼 지금까지 받은 상담이 도루묵 되는 상황까지도 그려진다.
‘…다음 활동 한번 볼 만하겠군.’
벌써 관자놀이가 지근거린다.
역시 빨리 진행해서 굳이 선아현 눈에 안 들어가는 수준으로 끝내는 게 맞겠다.
나는 곧바로 회사와 통화해서 컨텐츠 공개 시기를 조절하려 했다.
하지만 하필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아현이 촬영 때 쓸데없는 소리가 나와서요. 그냥 지금 공개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 완성이 아직이라. 그럼 비용 좀 더 쓰더라도 자정까지 완성되도록 당기는 게….”
“무, 문대야?”
“…!”
하필 선아현이 베란다까지 날 찾으러 왔더라고.
합숙 생활의 단점이었다. 망할.
* * *
“이, 이거, 침대 옆에 두면 좋을 것 같아서…….”
“음, 그래.”
선아현이 날 찾은 목적은 방 안 인테리어 문제였다. 나는 선아현이 내미는 개 인형을 받아다가 적당히 옆에 뒀다.
‘…이놈이 룸메이트라는 점을 좀 더 고려했어야 했나.’
어쨌든 이미 이야기를 들은 이상 별수 없었다.
‘선아현은 안 그래도 생각이 많은 부류지.’
정확한 사실을 못 들으면 도리어 더 나쁜 쪽으로 상황을 짐작할 확률이 높다.
‘가볍게 턴다.’
나는 바짝 굳어있는 선아현에게 되도록 편한 어조로 말했다.
“별일 아냐. 웬 아이돌 하나가 욕먹는 거고,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예방 차원에서 엮지도 못하게 만드는 게 낫지 않나 해서.”
“그, 그렇구나….”
“그래.”
“알았어.”
선아현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넘어갈 것 같진 않은데.’
“그, 그런데.”
그럴 줄 알았다.
“어, 어떤 이야기야…? 내, 내 이야기 나온다고 해서….”
거기까지 들었냐.
어쨌든, 괜히 뜸 들이지 말고 가볍게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너 혹시 클럽 가냐는 건데.”
“크, 클럽??”
“어. 다들 안 믿는데, 무슨 날짜가 비슷하다고 하는 소리야. 그래서 그날 너 다른 일 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지.”
“아, 아하…….”
선아현은 이번에도 얌전히 수긍했다.
‘끝났나.’
이대로 괜히 이상한 소리 찾아보지 않도록 스마트폰만 며칠 못 쓰게 하면 되지 않나 싶었다.
“일이 커진 것도 아니니까, 굳이 넌 안 찾아봐도 돼.”
하지만 선아현이 말은 수긍으로 끝나지 않았다.
“저, 저기. 그럼 문대가 다 찾아본 거야…?”
여기서 안 찾아봤다고 하면 마치 어디서든 이 헛소리를 목격할 만큼 일이 커졌다는 것처럼 들리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모니터링하다 보니 좀 깊게 들어갈 때도 있어서.”
“으음.”
그리고 선아현은 눈치를 보는 것처럼 뜸을 들였으나, 결국 뒷말을 또 이었다.
“이, 있잖아.”
“어.”
선아현이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아, 앞으로는, 문대도 그런 말 하는 사람들, 안 찾아보면 안 될까…!”
“…!”
“히, 힘들잖아. 그런 말들은… 자주 보면 무뎌지는 게 아니라, 더 힘들어지니까….”
“…음.”
약간 당황스럽다. 소강상태 때도 아니고, 당장 이득 보는 상황에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나는 팔짱을 꼈다.
“빠르게 대처하는 게 마음 편하지 않겠어?”
“괘, 괜찮아.”
선아현이 제법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고, 다들 그렇게 믿는 것도 아니잖아…!”
“…!”
“호, 혹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때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아.”
“…….”
“그, 그러니까… 문대가 너무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때 ‘하도 욕먹는 걸 많이 봐서 익숙하다’고 발언했던 선아현이 하는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 발언이었다.
상담을 착실히 받는 위력이 여기서 나오나.
‘놀라운데.’
덕분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자니, 선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 나는… 차, 찾아보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것 같아.”
“그러냐.”
“으응. 저, 전에는, 내가 한 게 아닌데, 왠지 다들 그렇게 믿게 될 것 같고… 아무도 해명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걱정이 들어서….”
“…….”
경험담인가.
“호, 혹시 해명이 통해도, 나중에, 다시 문제가 되어서 큰일 날까 봐… 자꾸 확인하고, 걱정했어.”
경험담이 맞는 것 같다.
‘그 또래 관계 문제인가.’
나는 묵묵히 경청했다. 선아현이 침을 삼켰다.
“하, 하지만,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날 가능성은 굉장히 낮은 거야, 그렇지…?”
“맞아.”
“으, 응!”
즉답에 선아현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그러니까, 문대도 많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서!”
“…….”
거참. 도와주는데도 자제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좀 빈정 상해야 하는데, 너무 정론이라 그럴 마음도 안 든다.
‘걱정해 주는 거니 뭐.’
나는 팔짱을 풀며 피식 웃었다.
“뭐, 요새는 그렇게까진 안 봐. 이번에는 우연히 눈에 띄어서 한 거고.”
안 그래도 지난번에 차유진에게 비슷한 말 들은 이후로 하나하나 안 놓치고 보려는 짓은 그만뒀다.
선아현의 얼굴이 약간 밝아졌다.
“그, 그렇구나!”
“어. 그리고 사실 이게 좀 재미도 있어서.”
“…! 재, 재미있…?”
“보는 거 말고. 싹 쓸어버릴 때 그 맛이 있지.”
“아, 아하.”
선아현은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공이 떨리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아, 알았어. 문대가 그렇다면….”
“그래. 적당히 할 거야.”
“으응.”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말에 선아현이 도로 얌전해졌다.
‘룸메이트 되더니 별 이야기를 다 하게 되는군.’
그리고 그제야 정석적인 반응도 나왔다.
“그, 그리고… 문대야. 정말 고마워, 이, 이런 것까지 신경 써줘서.”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이번에는 어차피 알았으니까 그냥 대응하는 걸로.”
“아, 알았어. …그, 근데! 다른 분들이 고생하시는 거면, 안 해도 괜찮….”
“아냐, 다른 사람은 안 할 거야.”
“어어?”
이미 ‘편집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는 답 왔을 때부터 생각해 뒀던 게 있다.
“너랑 내가 한다.”
“어어…?”
그리고 스케줄이 빈 그날 저녁, 열심히 랩탑을 붙잡고 네다섯 시간을 보냈다는 뜻이다.
덕분에 자정에 예정대로 컨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었다.
물론, 아까 회사와 이야기했던 공식 컨텐츠는 아니었다.
* * *
팬들이 느끼기에도 테스타는 SNS 계정을 알차게 이용하는 편이었다.
사진이나 근황은 거의 매일 같이 돌아가며 올라왔고, 가끔 멤버들이 투닥거리거나 경쟁적으로 업로드하는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동영상이 올라오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짧은 동영상이 아니라, 제법 길이 있는 영상이 올라오는 것은 팬송 깜짝 공개 이후로 처음이었다.
-동영상 길이 6분 27초?
-누구냐 이 효자는
-ㅋㅋㅋㅋㅋㅋ몰라 일단 클릭해
특별히 자기를 표출하는 것 없이 ‘Good night’이란 내용만 적힌 그 글의 동영상을 사람들은 얼른 클릭했다.
“…!”
그리고 나오는 장면에 반사적으로 함박미소를 지었다.
-헐 브이로그
-허억 사랑한다
재생된 것은 낯선 거실에 자유롭게 앉은 멤버들을 찍은 투박한 동영상이었다!
심지어 작은 자막까지 들어가 있었다.
일정이 안 맞는 룸메이트 컨텐츠나 이사 컨텐츠 대신, 박문대가 개인적으로 찍어뒀던 소장용을 빠르게 편집해 올린 것이다.
그는 일부러 90년대 필름카메라풍 필터를 써서 촬영 날짜와 시간이 다 뜨게 만들어서 올리는 노림수도 잊지 않았다.
어두운 듯 따듯한 옛날 색감 속.
멤버들이 아직 짐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이 어렴풋이 보이는 주방을 배경으로 저녁을 먹으며 떠들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게임을 하거나, 카메라를 보고 브이를 하거나 인사를 하는 것도 짧게 짧게 편집되어 들어갔다.
심지어는 양치를 하거나 자러 들어가는 모습까지도.
나른한 BGM이 깔려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필터를 제외해도 상당히 날것처럼 느껴지는 그 감성은, 어딘지 공식 영상 컨텐츠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너무 귀엽다
-애들 아직도 데뷔 때 맞춘 동물 파자마 계속 입고 있어 사랑해
사람들은 약간 사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 친근한 컨텐츠를 신나게 즐겼다.
물론 부과 효과도 착실히 나왔다.
-저기 숙소 아니잖아
-뭐지 MT 갔니??
-대박 애들 진짜 이사갔나 봐!!
-방금 그럼 룸메이트 게임이야? 미친 빨리 공개 좀 감질맛 나네ㅠ
-이거 설마 문대가 찍었어..? (카메라 돌려서 보는 문대컷 캡처)
-제발 문댕댕 차고영 룸메 한번 더 하자 내 꿈임
아직 공개되지 않은 두 컨텐츠, 이사와 룸메이트 게임의 예고편 느낌으로 기대감도 살린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목적 역시 바로 달성되었다.
모든 시간대에서 멤버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화면에 나왔기에, 자연스럽게 선아현의 무고함도 깨끗이 증명되었다.
중간중간 비는 30분 만에 클럽에 갔다 올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ㅅㅇㅎ 클럽 어떻게 됐어?ㅠㅠ 맞는 것 같대?
└응 그때 걔 숙소 이사기념 할리갈리하고 있었음ㅅㄱ~
가뜩이나 팬들이 밀어놔서 억눌려있던 의심은 다시 한번 얻어맞으며 소강했다.
-영악한 새끼
-ㅋㅋㅋㅋㅋ곰머가 설계해줬냐
-ㅉㅉ클럽남을 덮어? 삐틱에서 배운 게 없네
물밑에서도 더는 널리 통할 떡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의미 없는 발악이나 하고 있을 때였다.
다시 한번, 쓸데없는 구설을 밀어버릴 파도가 밀려왔다.
-야 위튜브에도 뭐 뜸
-뭐야 오늘 무슨 날이여
-잠 다잤네
Vlog 공개 한 시간 뒤.
새벽 1시경에 T1 Star의 위튜브 공식 채널 알림이 뜬 것이다.
검은 썸네일에는 행차와 ‘Spring out’ 두 뮤직비디오 사이 어디쯤의 의상을 입은 류청우가 소나무를 배경으로 앉아 있었다.
-헐
바로 테스타가 이번 활동 마무리용으로 준비했던, 세계관 연결용 컨셉 필름이었다.
원래 사흘 뒤 공개였던 것을 박문대가 그룹 회의를 통해 끌어온 것이다. 이미 편집을 끝내놓은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놓고 물량 공세였다.
덕분에 팬들의 반응은 이렇게 되었다.
-갑자기요?
-뭔진 모르겠지만 고맙다 얘들아
-아 맛집이야 역시 양도 많이 줘
쏟아진 컨텐츠에 신난 팬들이 허겁지겁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
가볍게 달아올라 있던 그들의 마음이 확 내려앉도록, 영상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액정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