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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16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16화
국뽕 화제성을 제대로 끈 지옥불 케이팝 캠프는 1화에 이어서 2화까지 지대한 관심 속에서 송출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화제성에 청려 출연이 한몫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했다.
바로 희소성의 법칙 때문이다.
VTIC이 멤버 탈퇴 사건 이후로 예능 등 가볍고 즐거운 컨텐츠를 자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만의 예능이야ㅠㅠ
-재현이만 나와서 아쉽긴 한데 리더라고 총대 멘 것 같아서 속 쓰리기도 하다… 얘들아 고생 많았다
-예고편만 봐도 역시 케이팝 근본이시다 ㅅㅂ 신청려 평생 아이돌해
그리고 이 새끼 2화에서 멘토 출연진이 가져갈 수 있는 임팩트란 임팩트는 다 처먹었더라.
‘우린 1화 분량에서 치고 빠져서 다행이었지.’
모니터링 중에 보니 중요 심사위원부터 교관에, 상담역까지 다 해먹은 모양이다.
-세상 친절하게 팩폭하는 청려 (동영상)
-마 이게 K돌이다!
-ㅠㅠㅠㅠ우리 리더님 항상 마음이 따듯한 사람 (캡처)
-이걸 왜 못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진 않지만 일단 연습은 봐주는 신재현ㅋㅋㅋㅋㅋㅋ 여전하구만
심지어 촬영 분량은 바쁜 탑티어답게 썩 많지 않은데 결정적인 파트만 쏙쏙 빼간 것 같다.
‘가성비 돌았냐.’
역시 X발 사람은 뜨고 봐야 한다. 같이 나온 멘토 놈들만 기껏 촬영 시간 빼서 손해 봤겠군.
‘그러고 보니 그중에 골든에이지 놈들도 있었는데.’
골드 1이 있는 그 그룹 말이다.
산업스파이 건 이후로 연락이 뜸하더니, 이 제작진 예능에서 다시 얼굴을 본 후로는 간간이 인맥 챙기는 수준으로는 연락이 온다.
[골든에이지 하일준 형 : 문대야 오랜만에 봐서 좋았다! 이번엔 촬영 안 겹쳐서 아쉽네, 다음에 봐!]
나는 골드 1의 메시지에 적당히 답장을 돌려주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예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깔끔하군.
사람이 원래 일할 때 이 정도로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는 관계가 딱인데 말이다.
특히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 미친놈과는 안 엮이는 게 상책인데, 은근히 계속 같이 일할 건수가 잡히니 이게 상당히 짜증 난다.
그나마 같이 가는 놈이 말을 잘 들어서 다행이지.
“무, 문대야. 여권 받았어?”
“그래.”
선아현 말이다.
멘토진들의 특별 콜라보 무대는 하나가 아니었는데, 선아현이 속한 특별 무대도 이번에 촬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느 그룹에서 시간 없다고 지랄했나 보군.’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특별 무대는 안 하겠다고 지랄 좀 해볼 걸 그랬다.
“비행기 타서 좀 자. 그 팀도 안무는 미리 땄어도 동선은 새로 맞춰야 해서 시간 없을 테니까.”
“으, 으응!”
나와 선아현은 따라붙는 데이터 팔이와 일부 홈마의 카메라들을 무시하고 비행기에 무사히 올라탔다.
‘좌석은 좋은 거 줬네.’
투자금 제대로 당겼나 보지. 나는 좌석 옆 커튼을 쳐서 혹시 모를 사생활 침해를 방지했다.
매니저는… 모르겠다. 두 번째 놈이 따라왔는데, 알아서 뒤에 잘 앉아 있을 것이다.
‘잠이나 자자.’
그리고 내가 좌석을 밀어서 거의 침대처럼 만든 뒤, 생수병을 딸 때였다.
선아현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있잖아.”
“어.”
“무, 문대는… 그, VTIC 청려 선배님 불편해?”
“프흡.”
생수가 코로 나올 뻔했다.
‘어떻게 알았냐.’
“괘, 괜찮아?! 마, 마사지….”
“어어, 됐다.”
나는 손을 내저으며 머리를 털었다. 선아현은 좀 걱정스럽게 내 꼴을 보더니,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꺼냈다.
미리 생각해 뒀던 것 같았다.
“부, 불편하면… 나, 나랑 바꿀까?”
“뭐?”
“우리 팀 무대, 문대가 이미 안무 아는 거라, 괘, 괜찮을 것 같아서….”
“…….”
“나, 나는 원래 사, 사람들 불편해하니까… 별로 차이도 없고…!”
“괜찮다.”
나는 픽 웃으며 물병을 닫았다.
나 참. 그래도 나름 감동적이긴 하군. 저놈이 이제 남 대인관계 걱정도 하냐.
“그리고 너 언제 또 안무 익히려고.”
“하, 하루 있으니까… 괜찮은데.”
“…….”
재능충 열받네.
“아무튼, 좀… 그놈 마음에 안 들긴 한데, 일 못 할 정도는 아니야. 애초에 별거 아닌 놈이고.”
“그, 그렇구나. 그, 그래도… 생각 있으면, 꼭 말해줘!”
“알았어.”
그럴 일은 없겠다만, 말은 순순히 해줘도 괜찮겠지.
나는 침대 비슷하게 변한 좌석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잠시 후, 지나가는 것처럼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티 나냐.”
“으응?”
“내가 그 선배 맘에 안 들어 하는 거.”
“…조, 조금?”
“혹시 언제 그랬어.”
“마, 만날 때마다, 문대가 자꾸 주먹을 쥐어서…….”
“…….”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11시간 뒤, 나는 내가 정말 주먹을 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진짜였군.’
제작진에서 이미 카메라를 설치해 둔 대형 안무 연습실.
한발 늦게 도착한 청려가 실실 웃으며 인사를 할 때, 내 손은 정말 자체적으로 의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갈겼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어쨌든 선아현 덕분에 하나 알았군. 카메라 있을 때는 주의해야겠다.
‘어쨌든, 확실히 VTIC 이름값은 있군.’
내가 내 주먹을 신경 쓰든 말든, 주변 놈들은 하나같이 몸에 힘이 빡 들어간 상태로 청려에게 인사 중이었다.
“반갑습니다. 바로 연습 시작할까요?”
동경 혹은 열등감을 줄줄 흘리는 놈들 사이에서, 청려는 여상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건 편하군.’
연습 전에 시간 낭비 안 만들겠다는 건 반대할 마음 없다.
그리고 시작된 동선 작업.
“한 번 더 갑니다!”
파트는 사전에 다 나눴고, 영상을 통해 이미 정해진 자신의 동선도 익혀오긴 했다.
그러나 또 막상 다 같이해 보면 간격과 높이, 동작 크기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었다.
그걸 정비하는 작업인데, 보통은 안무 트레이너가 붙으나….
“왼쪽 분 팔꿈치 더 드세요.”
“네, 네…!”
이번에는 어느 순간부터 트레이너가 ‘한 번 더 틀게요’만 외치는 중이다.
웬 새끼가 하도 다 잡아대서 말이다.
“프리코러스 때 박자 조금 더 빠르게 들어오세요. 팔 내리실 때 동작 끊고 들어오면 됩니다.”
“아…. 예!”
당연하지만 여기서 짬 제일 많이 찬 놈인 청려다.
슬슬 연차와 인기 덕에 뺀질거릴 법한 놈들도 주눅이 들어서 따라오는 꼴을 보니 편하긴 하다.
“그럼 잠시 쉬었다가 할까요. 음, 10분?”
“넵!”
쉬는 시간도 칼같이 끊을 것 같다.
호오.
‘이건 진짜 쓸 만한데.’
과연 몇십 년간 아이돌 리더만 하면서 산 놈이 다르긴 하군. 능률이 남다르다.
‘빨리 끝나겠어.’
놈에 대한 평가를 약간 수정하려던 순간이었다.
“후배님.”
“…예.”
즉시 취소했다.
카메라도 정비하니 굳이 이놈들과 말 섞을 필요가 없어서 구석으로 간 건데 굳이 또 말을 거는군.
다만, 의외로 평소처럼 정신 나간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청려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조용히 조언했을 뿐이다.
“동작을 크게 하는 건 좋은데, 관절을 잘못 움직이고 있는데요.”
“…….”
“자, 보세요.”
깔끔한 시범이 이어졌다.
전신을 굽혔다가 튕겨서 상반신에 반동을 주는 동작.
“여기서 팔꿈치랑 허벅지랑 닿죠.”
“예.”
“왜 닿는 것 같아요?”
“몸을 숙였다가 펴는 동작에 리듬감을 주려는 것 같습니다만.”
“맞아요.”
단번에 긍정이 나왔으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까지만 생각하면 안 되지.”
“…!”
“보세요. 이건 다음 동작에서 상반신을 숙이는 것까지 고려해서 움직여야 해요.”
청려가 팔꿈치를 굳이 안 그래도 될 만큼 옆으로 뺐다가 상체를 당겼다.
“이러면, 팔 관절 동선이 커져서 숙일 때 움직임이 더 빠르게 튀죠.”
그러자, 어딘가 동작에 긴장감이 생겼다.
소위 ‘쫄깃하다’고 표현하는 그것이었다.
“그래야 선이 보기 좋아지는 겁니다.”
“…….”
“앞뒤 동작이 ‘왜’ 들어갔는지까지 주의하면, 앞으로는 지금 가진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혀를 씹을 뻔했다.
맙소사.
이 새끼가 ‘진짜’ 도움이 되고 있다.
방금 조언이 극히 쓸모 있는 말이라는 걸 내가 이해해 버렸기 때문이다.
‘…스탯 올린 것에 비해 어쩐지 동급 스탯보다 잘 춘다는 느낌이 덜 들더라니.’
이런 건 재능이 아니면 시간이 필요한 깨달음이었다.
차유진처럼 본능적으로 알거나, 큰세진처럼 수없이 고민하고 연습해서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언어로 잘 다듬어서 문외한도 이해가 가도록 전달하는 건… 비슷한 짓을 몇천 번이나 시도한 놈이나 할 수 있는 짓이었다.
‘지난 세월 날로 먹은 건 아니군.’
나는 깔끔히 인정했다.
“예. 감사합니다.”
“…!”
청려는 예상치 못했는지 잠시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곧 알아서 납득했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역시 이런 건 따로 듣는 게 좋죠? 다 같이 있을 때 지적당하면 마음 상하잖아요.”
“…….”
“아, 후배님이 특별히 못한다는 말은 아니고. 하하.”
이건 X발 은근히 자존심 상하는데.
‘내가 춤만 그렇지 노래는 X발.’
상태창빨이긴 한데 이게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네.
“그런 걸로 기분 상하진 않습니다. 선배님께서도 녹음 때 제가 조언 드려도 기분 안 나쁘실 텐데요.”
“……아하. 네.”
청려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곧, 인정하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음, 그건 재능의 한계인가 봐요. 더는 안 되더라고.”
“…….”
그러긴 했을 것이다. 보컬 성장 한계가 B+인 놈이 B+까지 아득바득 올려놓은 것을 보니.
약간 감탄하려던 찰나,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낮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매번… 노래 잘하면서 제정신인 어린놈 찾는 게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
“뭐, 이번… 그러니까, 지금도 썩 성공이라곤 못하겠네요. 탈퇴했잖아요? 하하.”
…그러고 보니 VTIC 메인보컬이 클럽 그놈이었지.
안 되겠다. 더 정신 나간 소리가 나오기 전에 얼른 말을 돌렸다.
“그래도 활동 잘만 하시던데요.”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나 봐요. 그러니까….”
삐비비비빅!
그 순간, 요란한 알람이 울렸다.
“아, 시간 끝났네요.”
쉬는 시간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청려는 곧바로 연습실 가운데로 가서, 목을 스트레칭하며 말했다.
“그럼 이제 디테일 맞추죠.”
그리고 일회용 특별 무대에서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을 만큼 집요한 안무 디테일 통일 작업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좋아 죽는 건 제작진뿐이었다는 점을 말해두겠다.
* * *
“올라왔나?”
청려의 개인팬은 넷플러스를 새로고침 하며, 혹시라도 3화가 올라오진 않았나 계속 확인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은 곧 보답 받았다.
“떴다!”
오랜만에 청려가 나올 예능을 놓칠 순 없지! 청려의 팬은 신나게 3화를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청려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음….”
확실히 여전히 자극적이고, 참가자들이 눈물 콧물 빼면서 고생하면서도 정화되고 다듬어지는 걸 보는 맛은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청려가 거의 안 나왔으니, 흥이 확 식었다.
‘그렇지… 그렇게 길게 촬영했을 리가 없잖아.’
메인 MC도 아니고, 멘토로 그 정도까지 출연했으니 충분히 대단한 떡밥이었다.
“컷본이나 봐야겠다.”
청려의 팬은 어깨를 으쓱한 뒤, 시간 낭비를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순간.
[잠시 후!]
[KPOP 멘토들의 화려한 시범 무대가 펼쳐집니다!]
[참가자 : 오 X발 맙소사!]
[세상에. 과연 참가자들은 이 무대를 재현할 수나 있을까요?]
갑자기 특별 무대 예고가 떴다.
“미친, 신재현!!”
그리고 팬은 청려의 얼굴을 놓치지 않았다.
‘뭐야!!’
청려의 팬은 참지 않고 바로 재생 바를 마지막으로 넘겨 버렸다. 이렇게 넣은 걸 보니 분명 마지막에나 나올 것이라 짐작하면서.
그리고 그 예측은 맞았다.
“으아악!”
갑자기 전형적인 위튜브 무대 컨텐츠처럼 변한 영상 분위기 속.
팬은 대형을 맞춰 서 있는 7명의 아이돌 멘토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정말 청려가 있었다!
“허억.”
청려가 다른 아이돌과 같이 무대를 하는 건 데뷔 2년 차 이후 거의 처음이었다!
‘와 씨, 박문대도 있네.’
팬의 머릿속이 팽팽 돌아갔다.
그리고 아이돌들이 턱을 치켜든 채 팔짱을 끼거나 포징을 하고 있는 그 대형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생각한 순간.
인트로가 시작되었다.
-ShhShhShh, Shh…!
“…!”
이건… 발매한 지 반년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아이돌 히트곡이었다!
심지어 그냥 히트곡도 아니다.
‘저거 미리내 곡이잖아!’
데뷔한 지 만 1년도 되지 않은 신인 여자 아이돌의 히트곡이 화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16화

국뽕 화제성을 제대로 끈 지옥불 케이팝 캠프는 1화에 이어서 2화까지 지대한 관심 속에서 송출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화제성에 청려 출연이 한몫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했다.

바로 희소성의 법칙 때문이다.

VTIC이 멤버 탈퇴 사건 이후로 예능 등 가볍고 즐거운 컨텐츠를 자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만의 예능이야ㅠㅠ

-재현이만 나와서 아쉽긴 한데 리더라고 총대 멘 것 같아서 속 쓰리기도 하다… 얘들아 고생 많았다

-예고편만 봐도 역시 케이팝 근본이시다 ㅅㅂ 신청려 평생 아이돌해

그리고 이 새끼 2화에서 멘토 출연진이 가져갈 수 있는 임팩트란 임팩트는 다 처먹었더라.

‘우린 1화 분량에서 치고 빠져서 다행이었지.’

모니터링 중에 보니 중요 심사위원부터 교관에, 상담역까지 다 해먹은 모양이다.

-세상 친절하게 팩폭하는 청려 (동영상)

-마 이게 K돌이다!

-ㅠㅠㅠㅠ우리 리더님 항상 마음이 따듯한 사람 (캡처)

-이걸 왜 못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진 않지만 일단 연습은 봐주는 신재현ㅋㅋㅋㅋㅋㅋ 여전하구만

심지어 촬영 분량은 바쁜 탑티어답게 썩 많지 않은데 결정적인 파트만 쏙쏙 빼간 것 같다.

‘가성비 돌았냐.’

역시 X발 사람은 뜨고 봐야 한다. 같이 나온 멘토 놈들만 기껏 촬영 시간 빼서 손해 봤겠군.

‘그러고 보니 그중에 골든에이지 놈들도 있었는데.’

골드 1이 있는 그 그룹 말이다.

산업스파이 건 이후로 연락이 뜸하더니, 이 제작진 예능에서 다시 얼굴을 본 후로는 간간이 인맥 챙기는 수준으로는 연락이 온다.

나는 골드 1의 메시지에 적당히 답장을 돌려주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깔끔하군.

사람이 원래 일할 때 이 정도로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는 관계가 딱인데 말이다.

특히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 미친놈과는 안 엮이는 게 상책인데, 은근히 계속 같이 일할 건수가 잡히니 이게 상당히 짜증 난다.

그나마 같이 가는 놈이 말을 잘 들어서 다행이지.

“무, 문대야. 여권 받았어?”

“그래.”

선아현 말이다.

멘토진들의 특별 콜라보 무대는 하나가 아니었는데, 선아현이 속한 특별 무대도 이번에 촬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느 그룹에서 시간 없다고 지랄했나 보군.’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특별 무대는 안 하겠다고 지랄 좀 해볼 걸 그랬다.

“비행기 타서 좀 자. 그 팀도 안무는 미리 땄어도 동선은 새로 맞춰야 해서 시간 없을 테니까.”

“으, 으응!”

나와 선아현은 따라붙는 데이터 팔이와 일부 홈마의 카메라들을 무시하고 비행기에 무사히 올라탔다.

‘좌석은 좋은 거 줬네.’

투자금 제대로 당겼나 보지. 나는 좌석 옆 커튼을 쳐서 혹시 모를 사생활 침해를 방지했다.

매니저는… 모르겠다. 두 번째 놈이 따라왔는데, 알아서 뒤에 잘 앉아 있을 것이다.

‘잠이나 자자.’

그리고 내가 좌석을 밀어서 거의 침대처럼 만든 뒤, 생수병을 딸 때였다.

선아현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있잖아.”

“어.”

“무, 문대는… 그, VTIC 청려 선배님 불편해?”

“프흡.”

생수가 코로 나올 뻔했다.

‘어떻게 알았냐.’

“괘, 괜찮아?! 마, 마사지….”

“어어, 됐다.”

나는 손을 내저으며 머리를 털었다. 선아현은 좀 걱정스럽게 내 꼴을 보더니,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꺼냈다.

미리 생각해 뒀던 것 같았다.

“부, 불편하면… 나, 나랑 바꿀까?”

“뭐?”

“우리 팀 무대, 문대가 이미 안무 아는 거라, 괘, 괜찮을 것 같아서….”

“…….”

“나, 나는 원래 사, 사람들 불편해하니까… 별로 차이도 없고…!”

“괜찮다.”

나는 픽 웃으며 물병을 닫았다.

나 참. 그래도 나름 감동적이긴 하군. 저놈이 이제 남 대인관계 걱정도 하냐.

“그리고 너 언제 또 안무 익히려고.”

“하, 하루 있으니까… 괜찮은데.”

“…….”

재능충 열받네.

“아무튼, 좀… 그놈 마음에 안 들긴 한데, 일 못 할 정도는 아니야. 애초에 별거 아닌 놈이고.”

“그, 그렇구나. 그, 그래도… 생각 있으면, 꼭 말해줘!”

“알았어.”

그럴 일은 없겠다만, 말은 순순히 해줘도 괜찮겠지.

나는 침대 비슷하게 변한 좌석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잠시 후, 지나가는 것처럼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티 나냐.”

“으응?”

“내가 그 선배 맘에 안 들어 하는 거.”

“…조, 조금?”

“혹시 언제 그랬어.”

“마, 만날 때마다, 문대가 자꾸 주먹을 쥐어서…….”

“…….”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11시간 뒤, 나는 내가 정말 주먹을 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진짜였군.’

제작진에서 이미 카메라를 설치해 둔 대형 안무 연습실.

한발 늦게 도착한 청려가 실실 웃으며 인사를 할 때, 내 손은 정말 자체적으로 의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갈겼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어쨌든 선아현 덕분에 하나 알았군. 카메라 있을 때는 주의해야겠다.

‘어쨌든, 확실히 VTIC 이름값은 있군.’

내가 내 주먹을 신경 쓰든 말든, 주변 놈들은 하나같이 몸에 힘이 빡 들어간 상태로 청려에게 인사 중이었다.

“반갑습니다. 바로 연습 시작할까요?”

동경 혹은 열등감을 줄줄 흘리는 놈들 사이에서, 청려는 여상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건 편하군.’

연습 전에 시간 낭비 안 만들겠다는 건 반대할 마음 없다.

그리고 시작된 동선 작업.

“한 번 더 갑니다!”

파트는 사전에 다 나눴고, 영상을 통해 이미 정해진 자신의 동선도 익혀오긴 했다.

그러나 또 막상 다 같이해 보면 간격과 높이, 동작 크기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었다.

그걸 정비하는 작업인데, 보통은 안무 트레이너가 붙으나….

“왼쪽 분 팔꿈치 더 드세요.”

“네, 네…!”

이번에는 어느 순간부터 트레이너가 ‘한 번 더 틀게요’만 외치는 중이다.

웬 새끼가 하도 다 잡아대서 말이다.

“프리코러스 때 박자 조금 더 빠르게 들어오세요. 팔 내리실 때 동작 끊고 들어오면 됩니다.”

“아…. 예!”

당연하지만 여기서 짬 제일 많이 찬 놈인 청려다.

슬슬 연차와 인기 덕에 뺀질거릴 법한 놈들도 주눅이 들어서 따라오는 꼴을 보니 편하긴 하다.

“그럼 잠시 쉬었다가 할까요. 음, 10분?”

“넵!”

쉬는 시간도 칼같이 끊을 것 같다.

호오.

‘이건 진짜 쓸 만한데.’

과연 몇십 년간 아이돌 리더만 하면서 산 놈이 다르긴 하군. 능률이 남다르다.

‘빨리 끝나겠어.’

놈에 대한 평가를 약간 수정하려던 순간이었다.

“후배님.”

“…예.”

즉시 취소했다.

카메라도 정비하니 굳이 이놈들과 말 섞을 필요가 없어서 구석으로 간 건데 굳이 또 말을 거는군.

다만, 의외로 평소처럼 정신 나간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청려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조용히 조언했을 뿐이다.

“동작을 크게 하는 건 좋은데, 관절을 잘못 움직이고 있는데요.”

“…….”

“자, 보세요.”

깔끔한 시범이 이어졌다.

전신을 굽혔다가 튕겨서 상반신에 반동을 주는 동작.

“여기서 팔꿈치랑 허벅지랑 닿죠.”

“예.”

“왜 닿는 것 같아요?”

“몸을 숙였다가 펴는 동작에 리듬감을 주려는 것 같습니다만.”

“맞아요.”

단번에 긍정이 나왔으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거기까지만 생각하면 안 되지.”

“…!”

“보세요. 이건 다음 동작에서 상반신을 숙이는 것까지 고려해서 움직여야 해요.”

청려가 팔꿈치를 굳이 안 그래도 될 만큼 옆으로 뺐다가 상체를 당겼다.

“이러면, 팔 관절 동선이 커져서 숙일 때 움직임이 더 빠르게 튀죠.”

그러자, 어딘가 동작에 긴장감이 생겼다.

소위 ‘쫄깃하다’고 표현하는 그것이었다.

“그래야 선이 보기 좋아지는 겁니다.”

“…….”

“앞뒤 동작이 ‘왜’ 들어갔는지까지 주의하면, 앞으로는 지금 가진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혀를 씹을 뻔했다.

맙소사.

이 새끼가 ‘진짜’ 도움이 되고 있다.

방금 조언이 극히 쓸모 있는 말이라는 걸 내가 이해해 버렸기 때문이다.

‘…스탯 올린 것에 비해 어쩐지 동급 스탯보다 잘 춘다는 느낌이 덜 들더라니.’

이런 건 재능이 아니면 시간이 필요한 깨달음이었다.

차유진처럼 본능적으로 알거나, 큰세진처럼 수없이 고민하고 연습해서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언어로 잘 다듬어서 문외한도 이해가 가도록 전달하는 건… 비슷한 짓을 몇천 번이나 시도한 놈이나 할 수 있는 짓이었다.

‘지난 세월 날로 먹은 건 아니군.’

나는 깔끔히 인정했다.

“예. 감사합니다.”

“…!”

청려는 예상치 못했는지 잠시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곧 알아서 납득했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역시 이런 건 따로 듣는 게 좋죠? 다 같이 있을 때 지적당하면 마음 상하잖아요.”

“…….”

“아, 후배님이 특별히 못한다는 말은 아니고. 하하.”

이건 X발 은근히 자존심 상하는데.

‘내가 춤만 그렇지 노래는 X발.’

상태창빨이긴 한데 이게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네.

“그런 걸로 기분 상하진 않습니다. 선배님께서도 녹음 때 제가 조언 드려도 기분 안 나쁘실 텐데요.”

“……아하. 네.”

청려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곧, 인정하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음, 그건 재능의 한계인가 봐요. 더는 안 되더라고.”

“…….”

그러긴 했을 것이다. 보컬 성장 한계가 B+인 놈이 B+까지 아득바득 올려놓은 것을 보니.

약간 감탄하려던 찰나,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낮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매번… 노래 잘하면서 제정신인 어린놈 찾는 게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

“뭐, 이번… 그러니까, 지금도 썩 성공이라곤 못하겠네요. 탈퇴했잖아요? 하하.”

…그러고 보니 VTIC 메인보컬이 클럽 그놈이었지.

안 되겠다. 더 정신 나간 소리가 나오기 전에 얼른 말을 돌렸다.

“그래도 활동 잘만 하시던데요.”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겼나 봐요. 그러니까….”

삐비비비빅!

그 순간, 요란한 알람이 울렸다.

“아, 시간 끝났네요.”

쉬는 시간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청려는 곧바로 연습실 가운데로 가서, 목을 스트레칭하며 말했다.

“그럼 이제 디테일 맞추죠.”

그리고 일회용 특별 무대에서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을 만큼 집요한 안무 디테일 통일 작업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좋아 죽는 건 제작진뿐이었다는 점을 말해두겠다.

* * *

“올라왔나?”

청려의 개인팬은 넷플러스를 새로고침 하며, 혹시라도 3화가 올라오진 않았나 계속 확인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행동은 곧 보답 받았다.

“떴다!”

오랜만에 청려가 나올 예능을 놓칠 순 없지! 청려의 팬은 신나게 3화를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청려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음….”

확실히 여전히 자극적이고, 참가자들이 눈물 콧물 빼면서 고생하면서도 정화되고 다듬어지는 걸 보는 맛은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청려가 거의 안 나왔으니, 흥이 확 식었다.

‘그렇지… 그렇게 길게 촬영했을 리가 없잖아.’

메인 MC도 아니고, 멘토로 그 정도까지 출연했으니 충분히 대단한 떡밥이었다.

“컷본이나 봐야겠다.”

청려의 팬은 어깨를 으쓱한 뒤, 시간 낭비를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특별 무대 예고가 떴다.

“미친, 신재현!!”

그리고 팬은 청려의 얼굴을 놓치지 않았다.

‘뭐야!!’

청려의 팬은 참지 않고 바로 재생 바를 마지막으로 넘겨 버렸다. 이렇게 넣은 걸 보니 분명 마지막에나 나올 것이라 짐작하면서.

그리고 그 예측은 맞았다.

“으아악!”

갑자기 전형적인 위튜브 무대 컨텐츠처럼 변한 영상 분위기 속.

팬은 대형을 맞춰 서 있는 7명의 아이돌 멘토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정말 청려가 있었다!

“허억.”

청려가 다른 아이돌과 같이 무대를 하는 건 데뷔 2년 차 이후 거의 처음이었다!

‘와 씨, 박문대도 있네.’

팬의 머릿속이 팽팽 돌아갔다.

그리고 아이돌들이 턱을 치켜든 채 팔짱을 끼거나 포징을 하고 있는 그 대형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생각한 순간.

인트로가 시작되었다.

-ShhShhShh, Shh…!

“…!”

이건… 발매한 지 반년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아이돌 히트곡이었다!

심지어 그냥 히트곡도 아니다.

‘저거 미리내 곡이잖아!’

데뷔한 지 만 1년도 되지 않은 신인 여자 아이돌의 히트곡이 화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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