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21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12화
T1 담당자와 전화를 끊고 대화를 복기했다.
‘KPOP 글로벌 서바이벌 리얼리티에 멘토로 출연해달라… 인가.’
물론 지금까지 ‘글로벌’을 표방한 서바이벌은 한두 개는 아니었다. 당장 만 해도 글로벌 KPOP 스타를 뽑는다고 설쳤으니까.
다만 이번 포맷은… 좀 독특하긴 했다.
‘Tnet 방영이 아니라 넷플러스 자체 제작 타이틀이기도 하고.’
아마 가 영미권 넷플러스에서 소소한 성공을 거둔 것에서 착안해서 제작이 들어간 것 같았다.
프로그램 구성이 상당히 실험적이었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오퍼가 괜찮았다는 게 중요했다.
-출연 확정만 되면 바로 전담팀 구성하는 쪽으로 다 이야기됐어요.
깔끔하다.
전담팀과 예능 출연이라면 교환비가 고려할 만하지 않은가.
‘멘토가 테스타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건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전달받은 멤버들의 반응이 하나같이 ‘해볼 만하다’였으니까.
“음… 괜찮네.”
“출연만 하면 전담팀이 신설되는 겁니까? 장기적으로 대단히 이득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그만큼 걱정도 나왔다.
“…그 제작진들이라는 게 좀 그렇긴 한데.”
“내, 내가 누굴 가르칠 만한 실력이, 부족한데… 괘, 괜찮을까?”
예상했던 이야기였고, 대부분은 합리적인 선에서 정리되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너 잘해.”
“맞아맞아~ 보니까 프로그램 성격상 ‘멘토’라고 그렇게 두들겨 맞을 일도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맞아.”
이 프로그램은 신인이 멘토라는 게 도리어 셀링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굳이 멘토가 악마의 편집을 받을 이유가 없는 포맷이었다.
대체 어떤 프로그램이냐고?
출연 제안을 받아들인 후, 제작진과의 미팅에서 들은 말이면 설명이 될 것이다.
“케이팝 혐오자들을 모아서 케이팝 활동 트레이닝을 시킬 거에요. 물론 단발성 유머로 끝날 일회용이겠지만.”
“…??”
멤버들이 약간 당황했다.
‘여전하구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적나라하게 말하는군.
오랜만에 보는 류서린 작가는 눈에 안광이 번뜩였다.
이 인간, 테스타가 이렇게까지 떴는데도 도리어 태도가 더 거칠어졌는데.
‘출연 섭외 때처럼 살살 구슬릴 필요가 없어서 이러는 건가.’
작가를 다소 불편해하는 류청우를 고려했는지, 큰세진이 얼른 대답했다.
“음~ 케이팝 잘 모르는 외국인분이 케이팝을 알아가면서 정이 드는 그런 구도인 거죠?”
“그렇게 볼 수도 있죠.”
더 크고 과격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 입장에선 그걸 세세히 알아줄 필요는 없다.
제작진이 테스타에게 요구한 건 하나였다.
“무조건 잘해주셔야 해요.”
그리고 이건 특별히 걱정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여러분의 실력이 더욱 우월해 보이도록, 대본도 최대한 잘 구성해 보겠습니다.”
“…그렇지! 테스타분들은 워낙 늘 대단하시니까요! 저희만 더 노력해서 그 모습을 화면에 잘 담으면 될 것 같아요~”
류서린 작가의 필터 없는 말에 약간 당황했는지, 다른 제작진이 끼어들어서 슬쩍 테스타를 치켜올렸다.
그때, 조용하던 류청우가 담담히 물었다.
“그러다가 화면에서 괜히 오만해 보이는 일은 없겠지요?”
“…!”
“…그럼요.”
류서린 작가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약간 동요가 보였다.
‘아하.’
아까 태도는 기선제압이었군.
이 제작진에게 반감이 있는 테스타가 괜히 까다롭게 굴까 봐 더 강하게 나왔나 보다.
‘애초에 전담팀과 맞바꿀 딜로 출연을 내밀 때부터 짐작했어야 했나.’
테스타가 이 제작진 작품에 순순히 출연하지 않을 거란 말이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싹 돌았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직구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니 뺀질거리진 못한다. T1 쪽에서 이미 상당히 입김을 넣어둔 것이 분명했다.
‘뭐, 편집 걱정은 없겠군.’
제작진이 바보도 아니고, 모기업과 척질 리가 없다.
“멘토는 테스타 여러분을 포함해서 다양한 KPOP 스타분들이 이미 섭외가 된 상태고….”
“네네.”
이후 미팅은 순조롭게 흘렀고, 특별한 문제 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기사도 크게 떴다.
[넷플러스와 손잡은 케이팝, 대규모 서바이벌 예능 제작 돌입]
[‘화려한 출연진 보장’… 넷플러스 케이팝 리얼리티의 정체는?]
[넷플러스, 케이팝 예능 ‘Know KPOP Now’ 초대형 투자… 케이팝 시장 노리나]
신생 제작 스튜디오의 이미지를 독자적으로 키우고 싶은지, 일부러 기업명인 T1은 언급하지 않은 듯했다.
대신 일부러인 듯, 인터넷에서 출연진에 대한 찌라시가 빠르고 크게 돌았다.
-ㅂㅇㅌ 출연 확정이던데
└망상 지렸고 남돌대장이 뭐하러 넷플 3류 예능 따위를 나오누
└병X아 넷플이 왜 3류야 ㅂㅇㅌ 다큐도 넷플에서 제작했구만ㅋㅋㅋ
-라인업 양심 뒤지게 쓸어가서 계자들 사이에서 말 X나 나온다던데 궁금하네
-제작이 마이티 스튜디오? ㅅㅂ여기 아주사 제작진들 소굴이라며 존잼 확정ㅋㅋㅋㅋㅋㅋㅋㅋ
└셤별, 영1린까지 다 나온대 아주1사 출연진 다 잡혀 온 듯
└인터넷 다 뒤집어지겠구먼
-아니 그래서 대체 무슨 프론데 오디션은 맞냐 저 라인업으로 무슨 서바이벌;
어차피 멘토라 분량이 그리 크지 않은 걸 알았다면 금방 식었을 텐데,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일단 출연설만으로도 난리였다.
‘구체적으로 안 밝힌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군.’
온갖 아이돌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아직 구체적인 공식 출연진 기사는 엠바고가 걸린 채로 촬영 첫날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LA로 향하는 11시간의 비행 뒤에, 혹시 했던 루머의 정체를 확인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X발.’
진짜 VTIC이 있었다.
단. 나머지 놈들 말고 청려만.
‘사전에 들었던 출연진 라인업에는 없더만.’
나중에 들어보니 막판에 겨우 오케이 사인을 친히 내려주셔서 전용기 타고 합류하셨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제일 급 달리는 멘토 한 놈이 잘렸을 것이다.
“선배님께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단독도 아니고 멘토 중 하나로 참가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이런 예능 스타일에 말이지.
그리고 청려는 설마 했던 대답을 내놨다.
“아, 나 곧 솔로 앨범 나오거든요. 그래서 글로벌 홍보 겸?”
“…….”
“후배님 말대로, 그룹 밖으로도 활동 방향을 좀 돌려본 거죠. 하하.”
“아, 예.”
‘회사 무슨 수로 설득했냐.’
팬들이 개인 활동을 요구하며 정기적으로 트럭을 보내도 까딱없던 그 소속사가 솔로를 내줬다고? 탈퇴 협박이라도 했나?
…잠깐.
‘설마 지금까지 솔로 안 내던 게 저놈 입김이었나.’
그룹 활동에 다른 멤버들이 매달리게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틀어막고 있었을 수도 있겠군.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만.’
이놈이 여기 나오든 말든, 좀 기분 나쁜 것을 제외하면 별문제는 없다.
“…박문대! 우리 앉자!”
“아, 네.”
나는 우렁찬 배세진의 부름에 부스 내 지정석에 돌아와 착석했다.
배세진이 단번에 마이크를 가리고 황급히 숙덕였다.
‘저, 저 미친놈은 왜 자꾸 너한테 말을 걸어?’
‘그러게요. 또 대가리 박살 나고 싶나.’
‘…….’
휴가 때 부상 사건의 전말을 아는 놈들이 이렇게 지원이 들어오니 편하긴 하군.
‘이대로만 갈까.’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프로그램이 망해도 상관없다.
이 라인업을 끌어들여 놓고 망하면 제작진 잘못이지, 테스타 탓이라곤 할 수 없을 테니까.
게다가 바로 어제 전담팀 구성안이 회사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활동 끝나는 시기에 맞춰서 괜찮은 사람들만 좀 끌어오면 된다.
‘그럼 됐지.’
이 딜에서 먹을 걸 다 먹었으니, 그냥 테스타가 이 프로그램 속에서 욕만 안 먹으면 그만이다.
비행시간이 좀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온 김에 미국 스케줄도 좀 소화하는 걸로 일정 균형도 괜찮다.
‘뭐, 대본 보니 어그로는 출연진들이 다 먹겠어.’
제작진 놈들은 진짜 지옥 불에서 기어 올라온 것 아닌가 싶다.
“스탠바이 들어갑니다!”
“넵~”
멘토들이 관찰하는 모니터 화면 속에서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대본대로의 모습과 언행이다.
-전 유명해질 준비가 됐거든요!
-쿨한 행동이 아니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지만, 물론 소셜미디어에서 하트를 받기 위해 거짓말 정도는 하죠. 다들 그러지 않나요?
-사람들이 절 알고, 열광하고, 제 행동에 미쳤으면 좋겠는데요. 그걸 위해 뭐든 해야죠.
영어 밑으로 달린 친절한 한글 자막이 저 사람들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속되게 말해 관종이다.
‘유명해지기 위해, 셀럽이 되기 위해 영혼도 팔 것 같다’는 평을 받기 딱이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유명인들이 유명해지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이야기로 참가자를 모집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제작진들이 굳이 명시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하나 더 거른 것이 있다.
바로 음악 취향이다.
-케이팝? 아뇨! 전 그런 건, 음… 안 들어요! 절대! (폭소)
-학교에서, 어, 알죠? 그런 애들이 많이 듣는 걸 보긴 했죠.
이놈들은 류서린 작가 말대로 KPOP을 싫어했다.
아니, ‘싫어했다’는 너무 밋밋한 표현이고… ‘무시한다’가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전에 우리가 게임 콜라보 덕에 출연한 미국 토크쇼를 보고 코웃음 치던 차유진이 딱 저런 느낌이었지.
“우~ 너무 해요!”
정작 본인은 거리낌 없이 모니터를 보고 저런 말을 하는 게 좀 웃기긴 한다만.
아무튼,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스토리가 확립된 것이다.
참가자들이 ‘넷플러스를 타고 전 세계에 방영되어 유명해질 나’를 기대하며 리얼리티에 출연했다가, 케이팝 극기 훈련 맛을 보게 된다…는.
‘이래서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난리였던 거겠지.’
저놈들이 입 떡 벌리고 놀라는 장면, 그리고 ‘다시는 케이팝을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선언하는 장면을 뽑고 싶었나 보다.
‘국뽕은 확실하군.’
게다가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도 어그로는 확실히 끌겠다. 그걸 어떻게 안 오글거리게 보편적 호감으로 소화하는지가 문제지만.
“재밌네요.”
“싫어하실 수도 있죠!”
모니터를 보며 한마디씩 하는 놈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어차피 저런 장면이 나올 걸 알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이미 참가자들도 이 사실을 다 알아서 짜고 치는 고스톱일 확률도 상당한데.’
뭐,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우리는 맡은 역할만 제대로 하면 됐다.
‘유명인’ 누가 등장할지 두근거리며 모여있는 참가자들이 있는 곳에, 멘토들이 무대장치를 타고 팀마다 등장하는 것 말이다.
몹시 화려한, 해외에서 생각하는 ‘KPOP스러운 효과’와 함께.
퍼퍼퍼펑! 피피피융!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여러분에게 유명해지는 방법을 알려줄… 케이팝 스타 7팀입니다!]
오성에서 지원받은 인공지능 MC가 영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세트장 상단에서 천이 떨어지며, 전광판에 진실이 떴다.
-Welcome to
☆K-POP Training Camp☆
당연하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오.]
[세상에!!]
하지만 당황하고 떨떠름하고, 일부러 과하게 감탄하거나 억지로 웃는 관종 놈들을 데리고 촬영은 바로 다음 컷으로 넘어갔다.
‘시간 없어.’
이 프로그램에 7팀이나 되는 인기 아이돌들이 뭐 얼마나 시간을 써줄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멘토들 다수는 퇴근하고 일부만 도로 들어가서 의상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사이, 참가자들은 새 컨텐츠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일명 ‘인트로 스테이지’다.
[이 스테이지에서는, 당장 이 리얼리티 쇼의 승자가 되어서 떠나실 수도 있습니다. 캠프에 입소하기도 전에요!]
요약하자면 ‘쟤네가 멘토인 거 인정 못 하겠지? 너희가 이기면 바로 상금 줄게’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첫 담당을 맡았다.
[우리의 멘토분들~ 등장해 주세요!]
유치하지만 잘 먹힐 것 같은 설정과 함께.
[무작위로 선정된 LA 주민 100명을 관객으로, 여러분은 멘토와 같은 곡을 번갈아 부르게 됩니다!]
[물론, 이 곡은 케이팝이 아니라…여러분이 사전에 선정한 팝송입니다! 개인기로 뽑으셨죠?]
[그리고 멘토는 지금 그 곡을 확인할 거예요!]
바로 계급장 떼고 붙는 것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12화
T1 담당자와 전화를 끊고 대화를 복기했다.
‘KPOP 글로벌 서바이벌 리얼리티에 멘토로 출연해달라… 인가.’
물론 지금까지 ‘글로벌’을 표방한 서바이벌은 한두 개는 아니었다. 당장 만 해도 글로벌 KPOP 스타를 뽑는다고 설쳤으니까.
다만 이번 포맷은… 좀 독특하긴 했다.
‘Tnet 방영이 아니라 넷플러스 자체 제작 타이틀이기도 하고.’
아마 가 영미권 넷플러스에서 소소한 성공을 거둔 것에서 착안해서 제작이 들어간 것 같았다.
프로그램 구성이 상당히 실험적이었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오퍼가 괜찮았다는 게 중요했다.
-출연 확정만 되면 바로 전담팀 구성하는 쪽으로 다 이야기됐어요.
깔끔하다.
전담팀과 예능 출연이라면 교환비가 고려할 만하지 않은가.
‘멘토가 테스타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건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전달받은 멤버들의 반응이 하나같이 ‘해볼 만하다’였으니까.
“음… 괜찮네.”
“출연만 하면 전담팀이 신설되는 겁니까? 장기적으로 대단히 이득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그만큼 걱정도 나왔다.
“…그 제작진들이라는 게 좀 그렇긴 한데.”
“내, 내가 누굴 가르칠 만한 실력이, 부족한데… 괘, 괜찮을까?”
예상했던 이야기였고, 대부분은 합리적인 선에서 정리되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너 잘해.”
“맞아맞아~ 보니까 프로그램 성격상 ‘멘토’라고 그렇게 두들겨 맞을 일도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맞아.”
이 프로그램은 신인이 멘토라는 게 도리어 셀링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굳이 멘토가 악마의 편집을 받을 이유가 없는 포맷이었다.
대체 어떤 프로그램이냐고?
출연 제안을 받아들인 후, 제작진과의 미팅에서 들은 말이면 설명이 될 것이다.
“케이팝 혐오자들을 모아서 케이팝 활동 트레이닝을 시킬 거에요. 물론 단발성 유머로 끝날 일회용이겠지만.”
“…??”
멤버들이 약간 당황했다.
‘여전하구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적나라하게 말하는군.
오랜만에 보는 류서린 작가는 눈에 안광이 번뜩였다.
이 인간, 테스타가 이렇게까지 떴는데도 도리어 태도가 더 거칠어졌는데.
‘출연 섭외 때처럼 살살 구슬릴 필요가 없어서 이러는 건가.’
작가를 다소 불편해하는 류청우를 고려했는지, 큰세진이 얼른 대답했다.
“음~ 케이팝 잘 모르는 외국인분이 케이팝을 알아가면서 정이 드는 그런 구도인 거죠?”
“그렇게 볼 수도 있죠.”
더 크고 과격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 입장에선 그걸 세세히 알아줄 필요는 없다.
제작진이 테스타에게 요구한 건 하나였다.
“무조건 잘해주셔야 해요.”
그리고 이건 특별히 걱정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여러분의 실력이 더욱 우월해 보이도록, 대본도 최대한 잘 구성해 보겠습니다.”
“…그렇지! 테스타분들은 워낙 늘 대단하시니까요! 저희만 더 노력해서 그 모습을 화면에 잘 담으면 될 것 같아요~”
류서린 작가의 필터 없는 말에 약간 당황했는지, 다른 제작진이 끼어들어서 슬쩍 테스타를 치켜올렸다.
그때, 조용하던 류청우가 담담히 물었다.
“그러다가 화면에서 괜히 오만해 보이는 일은 없겠지요?”
“…!”
“…그럼요.”
류서린 작가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약간 동요가 보였다.
‘아하.’
아까 태도는 기선제압이었군.
이 제작진에게 반감이 있는 테스타가 괜히 까다롭게 굴까 봐 더 강하게 나왔나 보다.
‘애초에 전담팀과 맞바꿀 딜로 출연을 내밀 때부터 짐작했어야 했나.’
테스타가 이 제작진 작품에 순순히 출연하지 않을 거란 말이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싹 돌았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직구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니 뺀질거리진 못한다. T1 쪽에서 이미 상당히 입김을 넣어둔 것이 분명했다.
‘뭐, 편집 걱정은 없겠군.’
제작진이 바보도 아니고, 모기업과 척질 리가 없다.
“멘토는 테스타 여러분을 포함해서 다양한 KPOP 스타분들이 이미 섭외가 된 상태고….”
“네네.”
이후 미팅은 순조롭게 흘렀고, 특별한 문제 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기사도 크게 떴다.
신생 제작 스튜디오의 이미지를 독자적으로 키우고 싶은지, 일부러 기업명인 T1은 언급하지 않은 듯했다.
대신 일부러인 듯, 인터넷에서 출연진에 대한 찌라시가 빠르고 크게 돌았다.
-ㅂㅇㅌ 출연 확정이던데
└망상 지렸고 남돌대장이 뭐하러 넷플 3류 예능 따위를 나오누
└병X아 넷플이 왜 3류야 ㅂㅇㅌ 다큐도 넷플에서 제작했구만ㅋㅋㅋ
-라인업 양심 뒤지게 쓸어가서 계자들 사이에서 말 X나 나온다던데 궁금하네
-제작이 마이티 스튜디오? ㅅㅂ여기 아주사 제작진들 소굴이라며 존잼 확정ㅋㅋㅋㅋㅋㅋㅋㅋ
└셤별, 영1린까지 다 나온대 아주1사 출연진 다 잡혀 온 듯
└인터넷 다 뒤집어지겠구먼
-아니 그래서 대체 무슨 프론데 오디션은 맞냐 저 라인업으로 무슨 서바이벌;
어차피 멘토라 분량이 그리 크지 않은 걸 알았다면 금방 식었을 텐데,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일단 출연설만으로도 난리였다.
‘구체적으로 안 밝힌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군.’
온갖 아이돌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아직 구체적인 공식 출연진 기사는 엠바고가 걸린 채로 촬영 첫날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LA로 향하는 11시간의 비행 뒤에, 혹시 했던 루머의 정체를 확인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X발.’
진짜 VTIC이 있었다.
단. 나머지 놈들 말고 청려만.
‘사전에 들었던 출연진 라인업에는 없더만.’
나중에 들어보니 막판에 겨우 오케이 사인을 친히 내려주셔서 전용기 타고 합류하셨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제일 급 달리는 멘토 한 놈이 잘렸을 것이다.
“선배님께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단독도 아니고 멘토 중 하나로 참가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이런 예능 스타일에 말이지.
그리고 청려는 설마 했던 대답을 내놨다.
“아, 나 곧 솔로 앨범 나오거든요. 그래서 글로벌 홍보 겸?”
“…….”
“후배님 말대로, 그룹 밖으로도 활동 방향을 좀 돌려본 거죠. 하하.”
“아, 예.”
‘회사 무슨 수로 설득했냐.’
팬들이 개인 활동을 요구하며 정기적으로 트럭을 보내도 까딱없던 그 소속사가 솔로를 내줬다고? 탈퇴 협박이라도 했나?
…잠깐.
‘설마 지금까지 솔로 안 내던 게 저놈 입김이었나.’
그룹 활동에 다른 멤버들이 매달리게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틀어막고 있었을 수도 있겠군.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만.’
이놈이 여기 나오든 말든, 좀 기분 나쁜 것을 제외하면 별문제는 없다.
“…박문대! 우리 앉자!”
“아, 네.”
나는 우렁찬 배세진의 부름에 부스 내 지정석에 돌아와 착석했다.
배세진이 단번에 마이크를 가리고 황급히 숙덕였다.
‘저, 저 미친놈은 왜 자꾸 너한테 말을 걸어?’
‘그러게요. 또 대가리 박살 나고 싶나.’
‘…….’
휴가 때 부상 사건의 전말을 아는 놈들이 이렇게 지원이 들어오니 편하긴 하군.
‘이대로만 갈까.’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프로그램이 망해도 상관없다.
이 라인업을 끌어들여 놓고 망하면 제작진 잘못이지, 테스타 탓이라곤 할 수 없을 테니까.
게다가 바로 어제 전담팀 구성안이 회사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활동 끝나는 시기에 맞춰서 괜찮은 사람들만 좀 끌어오면 된다.
‘그럼 됐지.’
이 딜에서 먹을 걸 다 먹었으니, 그냥 테스타가 이 프로그램 속에서 욕만 안 먹으면 그만이다.
비행시간이 좀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온 김에 미국 스케줄도 좀 소화하는 걸로 일정 균형도 괜찮다.
‘뭐, 대본 보니 어그로는 출연진들이 다 먹겠어.’
제작진 놈들은 진짜 지옥 불에서 기어 올라온 것 아닌가 싶다.
“스탠바이 들어갑니다!”
“넵~”
멘토들이 관찰하는 모니터 화면 속에서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대본대로의 모습과 언행이다.
-전 유명해질 준비가 됐거든요!
-쿨한 행동이 아니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지만, 물론 소셜미디어에서 하트를 받기 위해 거짓말 정도는 하죠. 다들 그러지 않나요?
-사람들이 절 알고, 열광하고, 제 행동에 미쳤으면 좋겠는데요. 그걸 위해 뭐든 해야죠.
영어 밑으로 달린 친절한 한글 자막이 저 사람들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속되게 말해 관종이다.
‘유명해지기 위해, 셀럽이 되기 위해 영혼도 팔 것 같다’는 평을 받기 딱이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유명인들이 유명해지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이야기로 참가자를 모집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제작진들이 굳이 명시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하나 더 거른 것이 있다.
바로 음악 취향이다.
-케이팝? 아뇨! 전 그런 건, 음… 안 들어요! 절대! (폭소)
-학교에서, 어, 알죠? 그런 애들이 많이 듣는 걸 보긴 했죠.
이놈들은 류서린 작가 말대로 KPOP을 싫어했다.
아니, ‘싫어했다’는 너무 밋밋한 표현이고… ‘무시한다’가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전에 우리가 게임 콜라보 덕에 출연한 미국 토크쇼를 보고 코웃음 치던 차유진이 딱 저런 느낌이었지.
“우~ 너무 해요!”
정작 본인은 거리낌 없이 모니터를 보고 저런 말을 하는 게 좀 웃기긴 한다만.
아무튼,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스토리가 확립된 것이다.
참가자들이 ‘넷플러스를 타고 전 세계에 방영되어 유명해질 나’를 기대하며 리얼리티에 출연했다가, 케이팝 극기 훈련 맛을 보게 된다…는.
‘이래서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난리였던 거겠지.’
저놈들이 입 떡 벌리고 놀라는 장면, 그리고 ‘다시는 케이팝을 무시하지 않겠습니다’ 선언하는 장면을 뽑고 싶었나 보다.
‘국뽕은 확실하군.’
게다가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도 어그로는 확실히 끌겠다. 그걸 어떻게 안 오글거리게 보편적 호감으로 소화하는지가 문제지만.
“재밌네요.”
“싫어하실 수도 있죠!”
모니터를 보며 한마디씩 하는 놈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어차피 저런 장면이 나올 걸 알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이미 참가자들도 이 사실을 다 알아서 짜고 치는 고스톱일 확률도 상당한데.’
뭐,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우리는 맡은 역할만 제대로 하면 됐다.
‘유명인’ 누가 등장할지 두근거리며 모여있는 참가자들이 있는 곳에, 멘토들이 무대장치를 타고 팀마다 등장하는 것 말이다.
몹시 화려한, 해외에서 생각하는 ‘KPOP스러운 효과’와 함께.
퍼퍼퍼펑! 피피피융!
오성에서 지원받은 인공지능 MC가 영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세트장 상단에서 천이 떨어지며, 전광판에 진실이 떴다.
-Welcome to
☆K-POP Training Camp☆
당연하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당황하고 떨떠름하고, 일부러 과하게 감탄하거나 억지로 웃는 관종 놈들을 데리고 촬영은 바로 다음 컷으로 넘어갔다.
‘시간 없어.’
이 프로그램에 7팀이나 되는 인기 아이돌들이 뭐 얼마나 시간을 써줄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멘토들 다수는 퇴근하고 일부만 도로 들어가서 의상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사이, 참가자들은 새 컨텐츠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일명 ‘인트로 스테이지’다.
요약하자면 ‘쟤네가 멘토인 거 인정 못 하겠지? 너희가 이기면 바로 상금 줄게’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첫 담당을 맡았다.
유치하지만 잘 먹힐 것 같은 설정과 함께.
바로 계급장 떼고 붙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