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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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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08화
사실 그룹 활동을 하면서 심상치 않은 사생활 침해를 꽤 경험하긴 했다.
-미친 저 택시 일부러 사고 내려고 한 거 맞죠??
-저, 저기… 뒤에서, 자꾸 때리려고 하시는데….
-와~ 테스타! 저 여기 사인해주시고 사진 좀요!
-예? 죄송하지만 이곳은….
-조카분이래, 해드려 그냥.
심하게는 일부러 접촉사고 내려는 경우부터 약하게는 음악방송 대기시간에 밀고 들어오는 것까지.
뭐, 예상 못 했던 부작용도 아니라 대충 직업적 단점이려니 하고 안일하게 넘겼던 것도 사실이다.
정보화시대답게 직접 오는 사람보다는 전자기기 해킹하려 드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했고.
일단 숙소에서는 괜찮았거든.
‘원룸 사태 같은 게 날 여지는 없어 보였는데.’
숙소가 워낙 보안이 괜찮은 아파트라서 말이다.
내가 대충 임시거점으로 삼았던 낡은 원룸에 무단 침입했던 수준으로는 택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배세진도 이 숙소 입주하고 난 뒤 보안 좋은 부동산 구매 충동을 더 강하게 느꼈지 않을까.
다만, 이제 그것도 한계였나 보다.
“아예 뚫고 들어왔다구요?”
“네. 어휴. 택배원을 매수해서 주차장으로 들어왔다고 하던데, 그걸 또 들킨 과정이….”
“어, 어떻게 발각되었기에…….”
긴장한 김래빈에게 치프 매니저가 한숨을 쉬며 대답해 줬다.
“그게 양동 작전이었대요!”
“…?!”
“관리실 CCTV 실에 잠입해서 사각지대 따다가 걸린 애들이 다 불어서 싹 끌려갔다고…… 어휴, 나 참.”
“으헉.”
“…….”
기가 막힌다.
무슨 마피아도 아니고 직원을 매수해서 양동 작전까지 펼쳤냐.
대단히 조직적이라 그 집요함과 열정이 아까웠다. 하지만 놀랍진 않았다.
‘데이터팔이 할 때도 비슷한 건수가 몇 번 들어왔었는데.’
웬 놈한테 종일 붙어 다니면서 데이터 남겨달라는 류의 의뢰 말이다.
페이가 꽤 셌는데, 자칫하면 빨간 줄 긋기 딱 좋아서 피하긴 했다.
어쨌든, 그래서 이 꼴까지 보고 나니 더는 참을 수 없던 아파트 관리실과 주민 회의에서 권고문이 나왔다는 것이다.
“원래도 단지 앞에 자꾸 진 치고 있는 걸 쫓아내는 것도 힘들었다고, 이제 더는 힘들다고 하시니….”
“…으음.”
한마디로 ‘너희 문제니까 직접 어떻게 좀 해봐’다.
상식적인 요구라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회사가 신경 쓰기 싫다고 그냥 무시하기엔 위험하다. 아파트 주민들이 언론에 제보해 버리는 순간 일이 커질 테니까.
[테스타 숙소 논란… 소음과 침입으로 아파트 주민 공포 호소]
벌써 기사 타이틀이 짜릿하다.
‘역시 이사밖에 답이 없긴 해.’
회사에서도 이 아파트에 돈과 인력을 투입하느니 ‘숙소를 더 좋은 곳으로 옮겼다’는 식의 언론플레이가 가능한 이사를 골랐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관련 상황을 상세히 말해주는 건 단순히 설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입 닦고 ‘좋은 곳으로 옮겨주는 거예요~’ 같은 소리 하는 것보다 이렇게 겁주는 편이 협조를 구하기 편할 테니까.
앞으로 이런… 스토커 관련 대처에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확실히 첫 매니저보다 유능한 놈은 맞는데….’
흠, 그래도 역시 인간성 좋은 로드 매니저를 하나 새로 넣는 편이 좋겠다.
워낙 일에 자기 몸 갈아 넣는 놈들이 많은 그룹이다. 매니저로 정 많고 빠릿빠릿한 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김에, 더 크고 좋은 곳으로 이사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실까요?”
“가요! 좋아요!”
“잠시만요. 음, 확실히 숙소 바꾸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볼래?”
류청우의 말에 차유진을 비롯해 몇몇이 금방 손을 올렸다.
큰세진은 손을 드는 대신, 마치 들 것처럼 흔들며 씩 웃었다.
“아, 이사 당연히 좋죠~ 근데 어디로 가는데요?”
“아직 후보지 확인 중이긴 한데요, 확실한 건 여기보단 보안 좋고 입지 좋은 곳으로 가야죠!”
“그쵸~ 아, 샵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거죠? 저는 찬성이요!”
청담동에 있는 샵이 가까울 만큼 서울 중심부가 아니면 반대란 뜻이다.
“하하, 알겠습니다! 아, 그럼 직접 후보지 좀 보실래요? 보내드릴게요!”
“네!”
곧, 메신저의 회사 업무방에 파일이 떴다. 나는 곧바로 파일을 클릭에 후보군을 훑었다.
‘괜찮네.’
물론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위치랑 네임드만 보면 모두 썩 괜찮았다.
‘이미 유명인들이 입주해 있는 곳도 많….’
잠깐. 여기가 왜 나와.
그 순간, 치프 매니저가 하필 그 ‘여기’를 집었다.
“사실 저희는 SV빌리지를 좀 강력히 밀고 싶은데요, 테스타 이름값이 있잖아요! 그 정도는 들어가 줘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전달 중입니다!”
안 된다.
“…방송국에 더 가까운 곳은 어떨까요. 엔드레펠리스나….”
“아, 거기도 또 의미 있게 살펴보는 중이죠!”
치프 매니저는 능숙하게 방향을 틀었다. 옆에서 선아현이 물었다.
“무, 문대는 차에 오래 타는 게 많이 싫어…?”
“…그런 편이지.”
“그, 그렇구나!”
아니다.
나는 ‘SV빌리지’에 누구 숙소가 있는지 알고 있을 뿐이다.
‘VTIC 숙소잖아.’
물론 연차가 차서 다들 알음알음 독립하며 유명무실해졌다고는 하지만, 괜히 이웃사촌 명분을 줄 필요는 없지 않나.
‘뭐, 그 새끼 하는 걸 봐선 주택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만.’
개가 정원에서 뒹구는 사진은 왜 보내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대로 그냥 살았으면 좋겠군.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 피해 가자는 거다.
“그럼 여러분 의견은 꼭 제가 잘 정리해서 전달 드리겠습니다!”
“넵!”
회의는 깔끔하게 끝났고, 아마 이사는 이번 활동이 끝날 때 즈음해서 빠르게 진행될 것 같았다.
‘별문제는 없겠어.’
그렇게 생각했으나, 이 소식이 다른 곳으로 셌다는 게 문제였다.
* * *
-섬별 이사 간대ㅠ E펠로
-X발놈들 갑자기 비싸게구네
└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사생활 침해 고통 호소하면 되는 부분?
-ㅋㅋㅋㅋ아 너무 톱스타라서 숙소 밖에서 빠순이 기다리는 것도 못 참으시겠다잖아ㅠㅠ
-개짜증나 ㅅㅂㅅㅂ겨우 경비 뚫었는데
‘정신을 못 차리네.’
트윈 홈마는 대충 살펴보던 캡쳐를 껐다.
이세진과 박문대의 트윈 홈을 운영하는 이 직장인은 막간을 이용해서 SNS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그러다 이 글을 발견한 것이다.
[테스타 정병사생들 개징그러워]
그들의 비공개 계정을 누군가 캡처해 올렸다.
‘굳이 이런 걸 왜 물 위로 끌고 오냐’, ‘적힌 내용도 테스타 사생활 침해다’ 등 신나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글을 안 내리는 걸 보니 속셈이 뻔했다.
‘활동기에 초 치고 싶나 보네.’
직장인은 뻔한 용의선상-VTIC의 팬, 원커브의 팬 등을 떠올리다가 그만두었다.
그런다고 망할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테스타의 이번 활동은 산뜻하게 순항 중이었다.
팬들의 유입은 많았으나, 이후 ‘그들만의 세상’으로 서서히 고착화되어가던 대중성의 약화가 리얼리티 덕에 멈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불안해서 난리인 거겠지?’
게다가 트윈 홈마의 픽인 둘은 특히 새로운 이미지 추가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중이었다.
음악방송마다 모노클 종류를 바꿔 착용 중인 이세진은 물론이고, 박문대 은발 또한 대단히 호평이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펜촉을 핥더니 직캠에선 내 심장을 핥아 문대는 사람 심장을 먹어
-은발 문대 절대 박제해 1000년 묵은 엘리트 요괴 바이브 포기 못 해 (주먹 쥔 이모티콘)
-그래 이럴 줄 알았어 흑댕 금댕 대통합의 시대가 왔다
└은발은 티벳 아닐지
개인 SNS도 아니고 위튜브 직캠에 달린 주접까지 눈에 뵈는 게 없이 폭주 중이었다.
‘역시 박문대 같이 잡길 잘했네.’
이 정도면 시즌그리팅 만들어 팔면 활동 비용도 충당이 가능하겠다. 트윈 홈마는 만족스럽게 자신의 SNS에 접속했다.
사생이 뭐 어떻단 말인가? 저러다가 또 새 떡밥 뜨면 다 쓸려갈 이슈다.
막말로, 어차피 자신이 잡은 놈들은 사생에게 낚일 놈들도 아니라 추가 논란도 없을 것이었다.
‘일단 이세진은 확실하지.’
트윈 홈마가 다년간의 이 바닥 짬으로 확신하는데, 아이돌 이세진은 절대 스토커에게 측은지심 가질 놈이 아니었다.
맺고 끊는 것에 능숙하고 공사 구분을 잘하는 놈이 분명한, 야망 있는 놈이다.
‘박문대? 이쪽도 절대 아니지.’
여기야 왜 스토커 짓이나 하면서 사는지 의아해할 놈이었다.
은근히 자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약한 것 같긴 하지만, 자기 이미지 기가 막히게 만드는 걸 봐선 머리 좋은 것 같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직장인은 깔끔하게 평을 마치고,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를 꿀꺽꿀꺽 삼키며 보정을 계속했다.
그리고 지난 콘서트에서 풀지 않았던 둘의 투샷을 SNS에 업로드하던 순간이었다.
“뭐야?”
-퍼베님 이거 보셨어요?ㅠㅠ
안면도 없던 익명 계정이 쏜 인터넷 게시판 링크가 심상치 않았다.
[테스타 찍덕 쳐내는 솜씨]
트윈 홈마는 당장 내용을 확인했다.
글에는 웬 덩치 큰 인간이 테스타에 붙어 카메라를 들이대자, 멤버가 팔꿈치와 팔등을 이용해 쳐내는 장면이 GIF 파일로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멤버는… 류청우였다!
“…??”
이놈도 이럴 놈이 아닌데?
운동선수 출신이라 시비에 안 휘말리는데 통달한 타입일 줄 알았는데, 장면만 봐서는 거의 사람을 때리는 것 같이 위협적으로 보였다.
베스트 댓글도 비슷한 내용으로 난리였다.
-헐 류청우 저런 성격이었어?
-솔직히 저런 새끼들은 맞아도 쌈ㅋㅋㅋ 근데 류청우 좀 깨긴 하네
-대체 청우가 뭘 잘못했어 이게 천플이나 달릴 일이야? 무섭다 진짜
-개멋있는데? 역시 사람은 운동을 해야 됨
반대와 추천이 어지럽게 오가며 온갖 말이 왔다 갔다 했다.
“이상한데?”
일단 자신이 고른 두 놈이 아니라는 것에 ‘그러면 그렇지’ 싶으면서도, 트윈 홈마는 꺼림칙함을 버릴 수 없었다.
류청우가 바보도 아니고, 뻔히 카메라 있는 데에서 경호와 매니저 두고 저럴 이유가 있냔 말이다.
‘각도의 마법일 것 같은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상황을 찍은 다른 카메라와 증언이 우수수 쏟아졌다.
-저 새끼 보안 뚫고 와서 거의 애들 몸에 카메라 던지는 수준이었어 류청우가 안 저랬으면 위험할 뻔
-보니까 때린 것도 아님 다른 각도 캠 보면 붙은 새끼가 자기 발 꼬여서 넘어진 거야 날조 그만해 (캡처)
-애초에 이런 당연한 방어로 왜 말 나오는지도 모르겠어 청우 국대 시절까지 끌고 와서 궁예질 하는 거 보니까 속이 타서 미칠 것 같아
평소 그리 공격적이지 않던 류청우의 개인 팬들이 튀어나와서 울분을 토하는 게 트윈 홈마도 이해가 갔다.
난데없이 뺨 맞은 상황이니까.
그리고 슬그머니 상황에 의구심이 들었다.
‘누가 작업 쳤나?’
정답이었다.
쏠쏠한 일당을 받고 고용된 데이터 팔이의 질주와 열심히 논란을 재생성하려 애쓴 단체 메시지방이 존재했다.
그리고 데이터팔이에게 일당을 준 건… 테스타의 숙소 아파트 보안을 뚫었던 그들이었다.
테스타가 보안 철저한 곳으로 이사 간다는 것에 눈이 돌아가 버린 것이다.
당연하지만, 테스타의 회사에서도 해당 이야기가 안 나올 순 없었다.
* * *
“너 제정신이야? 정신 못 차려?”
“죄송합니다.”
지금 깨지고 있는 건 테스타 멤버… 는 당연히 아니고, 첫 매니저다.
“아니, 네가 혼자 피하면 어쩔 건데? 너 월급 왜 받냐고 새끼야.”
카메라로 한 대 칠 것처럼 달려들던 새끼를 쓱 피해서 몸을 물렸다고 온갖 폭언을 듣고 있다.
‘혼자 내빼서 좀 빈정 상할 일일 순 있다만… 저럴 일은 아니지.’
매니저가 무술의 달인도 아니고, 일개 직장인인데 몸을 날려 살신성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건 퍼포먼스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철저히 보안에 신경 쓰겠습니다!”
첫 매니저한테 비난의 화살을 싹 돌려서 혹시 소속 아티스트가 미진한 보안에 빡쳤을 때를 대비한 것이지.
‘짬이 보이는군.’
사실 평소 보안 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니고, 단지 특수상황일 뿐이지만 일단 달래려 드는 게 능숙했다.
당장 이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멤버들도 몇 나왔으니까.
“괘, 괜찮아요.”
“매니저 형님을 문책하지 않으셔도 괜찮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휴, 감사합니다!”
치프 매니저가 한껏 안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청우님도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 해명됐고, 애초에 멋지다는 반응도 많았거든요.”
“…….”
류청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놈은 전직 국가대표에 워낙 이미지가 온화했기 때문에 이번에 타격이 좀 있었을 것이다.
원래 고깝게 보던 새끼들도 괜히 지금 충격받은 척 설치기 쉬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음, 알겠습니다.”
다만 매니저가 뒷말을 안 붙이는 게 나았을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런 건 회사가 알아서 해야 하는데, 아티스트 분이 나서면 오히려 이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자책처럼 들리는 말 사이에는 ‘괜히 왜 그랬냐’는 묘한 뉘앙스가 살짝 들어가 있었다.
‘본인이야말로 쓸데없이 왜 저러는 거지.’
끼어들어서 대꾸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류청우가 먼저 대답했다.
평소답지 않게, 날이 선 어조로.
“…그러니까, 누가 맞게 그냥 둬야 했다, 그런 말씀인가요?”
“…!”
“아뇨, 그게 아니라… 피하는 걸로도 충분했다, 이런 뜻입니다! 보는 눈이 많다 보니까…….”
“…….”
류청우는 꽤 오래 대답이 없다가, 딱 한 마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피곤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류청우는 그날 스케줄 내내, 공식석상 외에는 말이 없었다.
‘망할.’
누가 봐도 뚜렷한 번아웃 증세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08화

사실 그룹 활동을 하면서 심상치 않은 사생활 침해를 꽤 경험하긴 했다.

-미친 저 택시 일부러 사고 내려고 한 거 맞죠??

-저, 저기… 뒤에서, 자꾸 때리려고 하시는데….

-와~ 테스타! 저 여기 사인해주시고 사진 좀요!

-예? 죄송하지만 이곳은….

-조카분이래, 해드려 그냥.

심하게는 일부러 접촉사고 내려는 경우부터 약하게는 음악방송 대기시간에 밀고 들어오는 것까지.

뭐, 예상 못 했던 부작용도 아니라 대충 직업적 단점이려니 하고 안일하게 넘겼던 것도 사실이다.

정보화시대답게 직접 오는 사람보다는 전자기기 해킹하려 드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했고.

일단 숙소에서는 괜찮았거든.

‘원룸 사태 같은 게 날 여지는 없어 보였는데.’

숙소가 워낙 보안이 괜찮은 아파트라서 말이다.

내가 대충 임시거점으로 삼았던 낡은 원룸에 무단 침입했던 수준으로는 택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배세진도 이 숙소 입주하고 난 뒤 보안 좋은 부동산 구매 충동을 더 강하게 느꼈지 않을까.

다만, 이제 그것도 한계였나 보다.

“아예 뚫고 들어왔다구요?”

“네. 어휴. 택배원을 매수해서 주차장으로 들어왔다고 하던데, 그걸 또 들킨 과정이….”

“어, 어떻게 발각되었기에…….”

긴장한 김래빈에게 치프 매니저가 한숨을 쉬며 대답해 줬다.

“그게 양동 작전이었대요!”

“…?!”

“관리실 CCTV 실에 잠입해서 사각지대 따다가 걸린 애들이 다 불어서 싹 끌려갔다고…… 어휴, 나 참.”

“으헉.”

“…….”

기가 막힌다.

무슨 마피아도 아니고 직원을 매수해서 양동 작전까지 펼쳤냐.

대단히 조직적이라 그 집요함과 열정이 아까웠다. 하지만 놀랍진 않았다.

‘데이터팔이 할 때도 비슷한 건수가 몇 번 들어왔었는데.’

웬 놈한테 종일 붙어 다니면서 데이터 남겨달라는 류의 의뢰 말이다.

페이가 꽤 셌는데, 자칫하면 빨간 줄 긋기 딱 좋아서 피하긴 했다.

어쨌든, 그래서 이 꼴까지 보고 나니 더는 참을 수 없던 아파트 관리실과 주민 회의에서 권고문이 나왔다는 것이다.

“원래도 단지 앞에 자꾸 진 치고 있는 걸 쫓아내는 것도 힘들었다고, 이제 더는 힘들다고 하시니….”

“…으음.”

한마디로 ‘너희 문제니까 직접 어떻게 좀 해봐’다.

상식적인 요구라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회사가 신경 쓰기 싫다고 그냥 무시하기엔 위험하다. 아파트 주민들이 언론에 제보해 버리는 순간 일이 커질 테니까.

벌써 기사 타이틀이 짜릿하다.

‘역시 이사밖에 답이 없긴 해.’

회사에서도 이 아파트에 돈과 인력을 투입하느니 ‘숙소를 더 좋은 곳으로 옮겼다’는 식의 언론플레이가 가능한 이사를 골랐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관련 상황을 상세히 말해주는 건 단순히 설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입 닦고 ‘좋은 곳으로 옮겨주는 거예요~’ 같은 소리 하는 것보다 이렇게 겁주는 편이 협조를 구하기 편할 테니까.

앞으로 이런… 스토커 관련 대처에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확실히 첫 매니저보다 유능한 놈은 맞는데….’

흠, 그래도 역시 인간성 좋은 로드 매니저를 하나 새로 넣는 편이 좋겠다.

워낙 일에 자기 몸 갈아 넣는 놈들이 많은 그룹이다. 매니저로 정 많고 빠릿빠릿한 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김에, 더 크고 좋은 곳으로 이사 가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실까요?”

“가요! 좋아요!”

“잠시만요. 음, 확실히 숙소 바꾸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볼래?”

류청우의 말에 차유진을 비롯해 몇몇이 금방 손을 올렸다.

큰세진은 손을 드는 대신, 마치 들 것처럼 흔들며 씩 웃었다.

“아, 이사 당연히 좋죠~ 근데 어디로 가는데요?”

“아직 후보지 확인 중이긴 한데요, 확실한 건 여기보단 보안 좋고 입지 좋은 곳으로 가야죠!”

“그쵸~ 아, 샵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거죠? 저는 찬성이요!”

청담동에 있는 샵이 가까울 만큼 서울 중심부가 아니면 반대란 뜻이다.

“하하, 알겠습니다! 아, 그럼 직접 후보지 좀 보실래요? 보내드릴게요!”

“네!”

곧, 메신저의 회사 업무방에 파일이 떴다. 나는 곧바로 파일을 클릭에 후보군을 훑었다.

‘괜찮네.’

물론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위치랑 네임드만 보면 모두 썩 괜찮았다.

‘이미 유명인들이 입주해 있는 곳도 많….’

잠깐. 여기가 왜 나와.

그 순간, 치프 매니저가 하필 그 ‘여기’를 집었다.

“사실 저희는 SV빌리지를 좀 강력히 밀고 싶은데요, 테스타 이름값이 있잖아요! 그 정도는 들어가 줘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전달 중입니다!”

안 된다.

“…방송국에 더 가까운 곳은 어떨까요. 엔드레펠리스나….”

“아, 거기도 또 의미 있게 살펴보는 중이죠!”

치프 매니저는 능숙하게 방향을 틀었다. 옆에서 선아현이 물었다.

“무, 문대는 차에 오래 타는 게 많이 싫어…?”

“…그런 편이지.”

“그, 그렇구나!”

아니다.

나는 ‘SV빌리지’에 누구 숙소가 있는지 알고 있을 뿐이다.

‘VTIC 숙소잖아.’

물론 연차가 차서 다들 알음알음 독립하며 유명무실해졌다고는 하지만, 괜히 이웃사촌 명분을 줄 필요는 없지 않나.

‘뭐, 그 새끼 하는 걸 봐선 주택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만.’

개가 정원에서 뒹구는 사진은 왜 보내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대로 그냥 살았으면 좋겠군.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 피해 가자는 거다.

“그럼 여러분 의견은 꼭 제가 잘 정리해서 전달 드리겠습니다!”

“넵!”

회의는 깔끔하게 끝났고, 아마 이사는 이번 활동이 끝날 때 즈음해서 빠르게 진행될 것 같았다.

‘별문제는 없겠어.’

그렇게 생각했으나, 이 소식이 다른 곳으로 셌다는 게 문제였다.

* * *

-섬별 이사 간대ㅠ E펠로

-X발놈들 갑자기 비싸게구네

└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사생활 침해 고통 호소하면 되는 부분?

-ㅋㅋㅋㅋ아 너무 톱스타라서 숙소 밖에서 빠순이 기다리는 것도 못 참으시겠다잖아ㅠㅠ

-개짜증나 ㅅㅂㅅㅂ겨우 경비 뚫었는데

‘정신을 못 차리네.’

트윈 홈마는 대충 살펴보던 캡쳐를 껐다.

이세진과 박문대의 트윈 홈을 운영하는 이 직장인은 막간을 이용해서 SNS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그러다 이 글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의 비공개 계정을 누군가 캡처해 올렸다.

‘굳이 이런 걸 왜 물 위로 끌고 오냐’, ‘적힌 내용도 테스타 사생활 침해다’ 등 신나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글을 안 내리는 걸 보니 속셈이 뻔했다.

‘활동기에 초 치고 싶나 보네.’

직장인은 뻔한 용의선상-VTIC의 팬, 원커브의 팬 등을 떠올리다가 그만두었다.

그런다고 망할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테스타의 이번 활동은 산뜻하게 순항 중이었다.

팬들의 유입은 많았으나, 이후 ‘그들만의 세상’으로 서서히 고착화되어가던 대중성의 약화가 리얼리티 덕에 멈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불안해서 난리인 거겠지?’

게다가 트윈 홈마의 픽인 둘은 특히 새로운 이미지 추가에 성공하며 승승장구 중이었다.

음악방송마다 모노클 종류를 바꿔 착용 중인 이세진은 물론이고, 박문대 은발 또한 대단히 호평이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펜촉을 핥더니 직캠에선 내 심장을 핥아 문대는 사람 심장을 먹어

-은발 문대 절대 박제해 1000년 묵은 엘리트 요괴 바이브 포기 못 해 (주먹 쥔 이모티콘)

-그래 이럴 줄 알았어 흑댕 금댕 대통합의 시대가 왔다

└은발은 티벳 아닐지

개인 SNS도 아니고 위튜브 직캠에 달린 주접까지 눈에 뵈는 게 없이 폭주 중이었다.

‘역시 박문대 같이 잡길 잘했네.’

이 정도면 시즌그리팅 만들어 팔면 활동 비용도 충당이 가능하겠다. 트윈 홈마는 만족스럽게 자신의 SNS에 접속했다.

사생이 뭐 어떻단 말인가? 저러다가 또 새 떡밥 뜨면 다 쓸려갈 이슈다.

막말로, 어차피 자신이 잡은 놈들은 사생에게 낚일 놈들도 아니라 추가 논란도 없을 것이었다.

‘일단 이세진은 확실하지.’

트윈 홈마가 다년간의 이 바닥 짬으로 확신하는데, 아이돌 이세진은 절대 스토커에게 측은지심 가질 놈이 아니었다.

맺고 끊는 것에 능숙하고 공사 구분을 잘하는 놈이 분명한, 야망 있는 놈이다.

‘박문대? 이쪽도 절대 아니지.’

여기야 왜 스토커 짓이나 하면서 사는지 의아해할 놈이었다.

은근히 자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약한 것 같긴 하지만, 자기 이미지 기가 막히게 만드는 걸 봐선 머리 좋은 것 같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직장인은 깔끔하게 평을 마치고,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를 꿀꺽꿀꺽 삼키며 보정을 계속했다.

그리고 지난 콘서트에서 풀지 않았던 둘의 투샷을 SNS에 업로드하던 순간이었다.

“뭐야?”

-퍼베님 이거 보셨어요?ㅠㅠ

안면도 없던 익명 계정이 쏜 인터넷 게시판 링크가 심상치 않았다.

트윈 홈마는 당장 내용을 확인했다.

글에는 웬 덩치 큰 인간이 테스타에 붙어 카메라를 들이대자, 멤버가 팔꿈치와 팔등을 이용해 쳐내는 장면이 GIF 파일로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멤버는… 류청우였다!

“…??”

이놈도 이럴 놈이 아닌데?

운동선수 출신이라 시비에 안 휘말리는데 통달한 타입일 줄 알았는데, 장면만 봐서는 거의 사람을 때리는 것 같이 위협적으로 보였다.

베스트 댓글도 비슷한 내용으로 난리였다.

-헐 류청우 저런 성격이었어?

-솔직히 저런 새끼들은 맞아도 쌈ㅋㅋㅋ 근데 류청우 좀 깨긴 하네

-대체 청우가 뭘 잘못했어 이게 천플이나 달릴 일이야? 무섭다 진짜

-개멋있는데? 역시 사람은 운동을 해야 됨

반대와 추천이 어지럽게 오가며 온갖 말이 왔다 갔다 했다.

“이상한데?”

일단 자신이 고른 두 놈이 아니라는 것에 ‘그러면 그렇지’ 싶으면서도, 트윈 홈마는 꺼림칙함을 버릴 수 없었다.

류청우가 바보도 아니고, 뻔히 카메라 있는 데에서 경호와 매니저 두고 저럴 이유가 있냔 말이다.

‘각도의 마법일 것 같은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상황을 찍은 다른 카메라와 증언이 우수수 쏟아졌다.

-저 새끼 보안 뚫고 와서 거의 애들 몸에 카메라 던지는 수준이었어 류청우가 안 저랬으면 위험할 뻔

-보니까 때린 것도 아님 다른 각도 캠 보면 붙은 새끼가 자기 발 꼬여서 넘어진 거야 날조 그만해 (캡처)

-애초에 이런 당연한 방어로 왜 말 나오는지도 모르겠어 청우 국대 시절까지 끌고 와서 궁예질 하는 거 보니까 속이 타서 미칠 것 같아

평소 그리 공격적이지 않던 류청우의 개인 팬들이 튀어나와서 울분을 토하는 게 트윈 홈마도 이해가 갔다.

난데없이 뺨 맞은 상황이니까.

그리고 슬그머니 상황에 의구심이 들었다.

‘누가 작업 쳤나?’

정답이었다.

쏠쏠한 일당을 받고 고용된 데이터 팔이의 질주와 열심히 논란을 재생성하려 애쓴 단체 메시지방이 존재했다.

그리고 데이터팔이에게 일당을 준 건… 테스타의 숙소 아파트 보안을 뚫었던 그들이었다.

테스타가 보안 철저한 곳으로 이사 간다는 것에 눈이 돌아가 버린 것이다.

당연하지만, 테스타의 회사에서도 해당 이야기가 안 나올 순 없었다.

* * *

“너 제정신이야? 정신 못 차려?”

“죄송합니다.”

지금 깨지고 있는 건 테스타 멤버… 는 당연히 아니고, 첫 매니저다.

“아니, 네가 혼자 피하면 어쩔 건데? 너 월급 왜 받냐고 새끼야.”

카메라로 한 대 칠 것처럼 달려들던 새끼를 쓱 피해서 몸을 물렸다고 온갖 폭언을 듣고 있다.

‘혼자 내빼서 좀 빈정 상할 일일 순 있다만… 저럴 일은 아니지.’

매니저가 무술의 달인도 아니고, 일개 직장인인데 몸을 날려 살신성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건 퍼포먼스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철저히 보안에 신경 쓰겠습니다!”

첫 매니저한테 비난의 화살을 싹 돌려서 혹시 소속 아티스트가 미진한 보안에 빡쳤을 때를 대비한 것이지.

‘짬이 보이는군.’

사실 평소 보안 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니고, 단지 특수상황일 뿐이지만 일단 달래려 드는 게 능숙했다.

당장 이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멤버들도 몇 나왔으니까.

“괘, 괜찮아요.”

“매니저 형님을 문책하지 않으셔도 괜찮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휴, 감사합니다!”

치프 매니저가 한껏 안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청우님도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 해명됐고, 애초에 멋지다는 반응도 많았거든요.”

“…….”

류청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놈은 전직 국가대표에 워낙 이미지가 온화했기 때문에 이번에 타격이 좀 있었을 것이다.

원래 고깝게 보던 새끼들도 괜히 지금 충격받은 척 설치기 쉬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음, 알겠습니다.”

다만 매니저가 뒷말을 안 붙이는 게 나았을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런 건 회사가 알아서 해야 하는데, 아티스트 분이 나서면 오히려 이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자책처럼 들리는 말 사이에는 ‘괜히 왜 그랬냐’는 묘한 뉘앙스가 살짝 들어가 있었다.

‘본인이야말로 쓸데없이 왜 저러는 거지.’

끼어들어서 대꾸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류청우가 먼저 대답했다.

평소답지 않게, 날이 선 어조로.

“…그러니까, 누가 맞게 그냥 둬야 했다, 그런 말씀인가요?”

“…!”

“아뇨, 그게 아니라… 피하는 걸로도 충분했다, 이런 뜻입니다! 보는 눈이 많다 보니까…….”

“…….”

류청우는 꽤 오래 대답이 없다가, 딱 한 마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피곤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류청우는 그날 스케줄 내내, 공식석상 외에는 말이 없었다.

‘망할.’

누가 봐도 뚜렷한 번아웃 증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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