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Đăng Nhập Đăng Ký

Ra Mắt Hay Ra Đi Raw - C206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06화
테스타의 티저는 황량한 들판을 지나가는 증기기관차로 시작되었다.
치이이익!
톱니바퀴가 도드라지는 황동빛 열차가 화면에 비스듬히 가까워졌다.
그리고 빨려들 듯이, 열차의 창문 안이 클로즈업되었다.
[…….]
[…….]
고풍스러운 조선 중기 양식이 접목된 객실이었다.
그 안에 마주 앉은 승객 둘은 각각 흑과 백의 도포를 코트처럼 걸치고 있었다.
겉옷 아래로는 가죽끈과 버클이 오가는 근대적 양식의 옷이 보였다.
문득, 하얀 도포를 걸친 쪽의 얼굴을 카메라가 잡았다. 머리를 단정히 넘긴 선아현이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
‘妖怪(요괴)도 市民權(시민권) 증서 발부 웬 말이냐’가 헤드라인으로 큼지막하게 잡혀 있는 오래된 신문을 펼치고 있던 인영이, 신문을 내렸다.
은발의 박문대였다.
박문대는 표정 없이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 순간, 음악이 들어왔다.
[♬♩-♪♬ ♩ ♩ ♩]
리드미컬한 북과 차르르 떨어지는 윈드차임이 묘한 시대극의 느낌을 살리는 가운데, 영상은 빠르게 컷 신을 넘기기 시작했다.
금화를 튕기는 모노클의 이세진이 씩 웃는 것이 짧게 비치는 것 같더니, 곧 탄광 앞에서 가스램프를 든 정장 차림의 김래빈이 지나갔다.
그리고 묘하게 생긴 아날로그 황동 계기판을 들여다보고 있던 옅은 갈색 머리카락의 배세진까지.
배세진이 창밖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그 시선을 따라 카메라는 기묘한 도시 안으로 들어간 열차를 비추었다.
전통적 건축 양식과 산업혁명 시기의 상징물들이 어지럽게 엮인 도시가 짧게 잡혔다가 곧 건물 위를 달리는 열차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열차는 탈선했다.
끼이이이이익!
건물과 부딪히며 기왓장이 우수수 떨어진다. 황금빛 먼지와 잔해가 휘날렸다.
그 속에서 워커를 신은 발이 튀어나왔다.
팟!
인영은 곧 파편을 박차고 열차 옆에 매달렸다. 요란한 금속 빛깔 훈장들이 앞섬에서 번뜩였다.
[와우!]
리폼된 군복을 입은 차유진이 열차에 매달린 채 활짝 웃는 모습 뒤로 잔해가 흩날렸다.
그리고 그 잔해 속에 빨려 들어가던 수많은 현상금 포스터 중 가장 낡은 것을 따라 카메라가 이동했다.
[100,000냥]
포스터 속 검은 인영의 정체를 인식할 만한 즈음이었다.
갑자기 화면을 보여주던 카메라가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은 것처럼 흔들리더니, 떨어졌다.
지지직-!
반주가 고장 난 듯 멈췄다.
흔들리는 검은 배경, 머스킷을 어깨에 걸친 류청우는 턱을 든 채 시선을 내리깔아 카메라를 쏘아보았다.
포스터처럼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
화면이 사라졌다.
노랫소리가 울렸다.
-no oh, no-oh no-oh
목말라 갈증의 시간
멜로디 한 소절.
그리고 정적과 함께 자막이 떴다.
[TeSTAR]
[Spring out]
직후 댓글창이 물음표와 눈물로 미친 듯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 * *
“후!”
김래빈의 개인팬은 도착한 택배를 보고 숨을 들이켰다.
테스타의 이번 활동이 타이틀 한 곡만 발표했기에 앨범은 없었으나, T1은 알차게 관련 MD를 팔아먹었다.
김래빈의 팬이 구매한 것은 응원봉 파츠와… 컨셉 포토북이었다.
사이트에서는 가방부터 모자까지 별걸 다 만들어 팔았으나, 그것까지 다 살 정도로 호구가 되고 싶진 않았던 그녀의 선택이었다.
‘티원 새끼들 진짜 대단하다.’
앨범 대신 포토북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팔아먹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당연히 포토북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우선 위에 있던 응원봉 꾸미기 파츠부터 들어내야 했다.
‘귀엽긴 오지게 귀엽네!’
황금빛 톱니바퀴와 회중시계가 파이프에 연결된 것이 앙증맞았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그것을 정리하다가, 뮤직비디오로 생각이 미쳤다.
“미쳤지.”
진짜 그 외에 다른 말이 생각나질 않았다.
처음 티저가 나왔을 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물론 영상 퀄리티가 좋아서도 있지만, 그보다 다른 이유가 컸다.
-봄 청년이라며! 봄 청년이라며!
-봄 청년 (열차 탈선시킴)
-알겠다… 벚꽃이 아니라 황사와 미세먼지가 흩날리는 봄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임
-스프링이 그 스프링일 줄은 몰랐죠
실컷 ‘청량한 봄 캐롤송’ 같은 느낌으로 언론을 선동해놓고, 막상 티저는 SF 판타지 티가 줄줄 흐르는 세계관 뽕맛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워하는 사람보다는 흥분한 사람이 워낙 많았다.
-요괴에 전통풍? 이건 무조건 행차 세계관이다ㅋㅋㅋㅋ
-아 미친 류청우 최종보스 재질 오져버렸다 미쳤냐고~~ 국대 총잡이!!
-증기기관, 황동, 톱니바퀴까지 빼박 스팀펑크임 세상에 조선 스팀펑크 무슨 일
-티원이 돈은 많아 그래서 참고 덕질하는 거야
-와 이걸 싱글로 던져버리네
정규 앨범도 아니고, 마치 팬서비스처럼 지나갈 것 같던 싱글에 이렇게까지 자본을 쏟아서 각 잡고 내주니 괜히 벅차오른 것이다.
원체 돈 잘 쓰는 대기업 자회사인 게 유명하다 보니 아까워하거나 걱정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물론 긁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근데 이건 앨범을 팔아야 잘 될 것 같은데 음원은… 모를
-티원 배짱 좋네 근데 이상한 쪽으로 뽕 찬 듯ㅋㅋㅋㅋ
-남돌 대중성 원탑 먹을 기회였는데 자기 복을 걷어차네
분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언제 ‘대중적인 곡은 재미없다’라고 그랬냐는 듯 말을 바꿔서 폄하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곡이 공개되는 순간 끝났다.
-스며드는 오늘의 감각
즐겨 이 순간, 시선, 예감
What’s up?
the real flavor (come out)
곡은 리드미컬하고 나른한 레게였다.
간주와 브릿지에 격렬한 드랍을 섞어서 퍼포먼스를 충실히 살릴 것이 분명히 예상되었으나, 전반적으로 쉽게 듣기가 좋았다.
몸을 흔들며 드라이브송으로 즐기기 좋은 곡이었다는 뜻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이 솜씨는 같은 토끼인 김래빈 뿐이지.’
김래빈의 팬은 라임만 맞는 주접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고는 택배 해체 작업을 계속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봤던 인터넷 반응들이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테스타의 컴백을 기다렸던 것이 처음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유입된 일반인들은 티저부터 당황했었다.
-영화 예고편 같은데
-이야 얘네 돈 많이 버나보다
-아니 아이돌 뮤직비디온 줄 알았는데 웬 SF 조선시대가
-마지막에 그거 청우에요?ㅠㅠ 세상에 청우 저런 표정도 짓는구나 넘 멋있어요!
-뭐야 호떡 팔던 귀요미들 머리색 왜 저렇게 현란해졌어 마법소녀 변신 생각남ㅋㅋㅋㅋ
└놀랍게도 그들의 데뷔곡은 마법소년
└헐
이 사람들도 SNS에서나 목격할 수 있었지, 본 위튜브 동영상 댓글 창은 외국인의 물결에 쓸려 내려갔다.
-그러니까… 그들이 한국에서 하던 ‘일’이라는 게 이런 거였군? (턱 괸 이모티콘)
-아현의 포마드 머리에 숨이 멎을 뻔
-다들 한국에서는 비공정이 날아다니고 증기기관차가 건물 위를 달리는 걸 몰랐단 말이야? (울며 웃는 이모티콘)
-그 힘겨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승리한 이들이 결국 이런 멋진 영상을 찍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 위스콘신에서 그들을 응원해 ?
-테스타는 더 인정받아야 마땅해!
밈을 통해 유입되어 까지 시청했던 외국인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 자체가 KPOP 해외 팬덤 사이에서 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뮤직비디오가 24시간 조회수에서 3,000만 뷰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테스타의 팬들은 슬슬 1군의 맛에 대한 드립을 치고 있었다.
‘투어 스케줄이 더 늘어나겠어….’
김래빈의 팬은 암담한 미래를 그리며, 결국 택배 상자에서 포토북을 포장을 벗겨 꺼내는 것에 성공했다.
“후우.”
참고로 4권이다.
간사한 자본주의의 돼지, 티원 놈들이 앨범에 쓰던 랜덤 포토카드 제도를 여기도 써먹은 탓이었다….
박문대가 알았다면 중단되었을 수도 있었으나, 미친 일정에 갈리던 중이었기 때문에 그도 여기까진 챙기지 못했다.
김래빈의 개인 팬은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제발 김래빈!’
그녀는 이미 멤버별로 어떤 포토카드가 들어 있는지까지도 적당히 설명 정도는 찾아보았다.
일단 멤버별 2종으로 총 14종의 포토카드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김래빈은 윙크를 하고 찍은 셀카가 하나, 정장에 갓을 걸친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샷이 하나였다.
‘기왕이면 전자가 좋겠어.’
김래빈은 셀카를 자주 찍지 않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래빈입니다. 작업 중에 러뷰어 생각이 나서 글을 올립니다. (사진)]
데뷔 초에는 SNS에 이러고서 첨부하는 게 본인 장비 사진인 경우도 수두룩했다면 설명이 될 것이다.
그리고… 김래빈이 안 나온다면, 아니, 기왕이면 제발 같이 나와줬으면 하는 게 있었다.
‘은발 박문대…!’
박문대가 그렇게 차가운 색으로 염색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깔끔하게 새로 다듬어서 반만 넘긴 헤어스타일까지 훌륭했다!
-바바박문대 이게 무슨 일이ㅑ
-제발 공방 가게 해줘 저거 생눈으로 봐야돼
-스프링 박문대 견종 시베리안 허스키로 하자 지금 딱 합의해 (캡처)
티저가 공개되자마자 인기글과 실시간 키워드로 ‘문대 은발’이 잡혔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확실히 뭘 좀 아는 놈이야.’
머리를 새롭게 염색하거나 컬러렌즈를 낀 대부분의 멤버들이 비슷하게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무시하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힘차게 포토북을 개봉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카드 빼면 제값에 못 팔아! 한 권만 멀쩡하면 돼!’
포토카드 확인이 우선이었다.
그녀는 첫 번째 포토북을 과감하게 열어, 중간에서 떨어지는 카드를 주워 들었다.
“……!”
사진의 인물은… 차유진이었다.
“에잇.”
김래빈도 박문대도 아니라는 현실에 그녀는 탄식했으나,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차유진은 무조건 교환 가능이다!’
미친 듯이 눈에 불을 켜고 교환을 구하는 차유진의 개인 팬이 넘친다는 건 안 봐도 뻔했다.
게다가 이 뮤직비디오 의상의 차유진 포토카드는 심각하도록 잘 나왔다.
아주 고전적인 오픈카에 발을 올린 채로 걸쳐 누워 씩 웃고 있는 차유진은 황금빛으로 빛났다.
비명을 지르며 보관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
팔지 말까?
차유진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는 그녀마저도 결국 헛기침을 하며 사진을 조심스럽게 챙겨 들었다.
“아니… 뭐, 애들이 다른 3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혼잣말로 변명을 하며 그녀는 남은 포토북에 손을 뻗었지만, 저 포토카드를 팔지 않을 것 같은 진한 예감을 떨치지 못했다.
‘몰라, 더 사면 되겠지.’
그보다 이 뮤직비디오 착장 그대로 음악방송에 나올지가 관건이었다.
이틀 뒤… 아니, 방금 자정을 넘었으니 내일이 첫 음악방송이었다.
그녀는 아이돌 활동 첫 주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떠올리며, 심드렁히 생각했다.
‘음, 지금쯤 막판 안무 연습에 한창이겠군.’
안타깝게도 그녀의 예상대로는 아니었다.
같은 시간, 멤버들은 다 낡고 지친 상태로 연습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자… 틀자.”
“네.”
미친 듯이 몰아치던 지난 한 달의 일정을 마친 그들은, 그때서야 이번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을 찍고 있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06화

테스타의 티저는 황량한 들판을 지나가는 증기기관차로 시작되었다.

치이이익!

톱니바퀴가 도드라지는 황동빛 열차가 화면에 비스듬히 가까워졌다.

그리고 빨려들 듯이, 열차의 창문 안이 클로즈업되었다.

고풍스러운 조선 중기 양식이 접목된 객실이었다.

그 안에 마주 앉은 승객 둘은 각각 흑과 백의 도포를 코트처럼 걸치고 있었다.

겉옷 아래로는 가죽끈과 버클이 오가는 근대적 양식의 옷이 보였다.

문득, 하얀 도포를 걸친 쪽의 얼굴을 카메라가 잡았다. 머리를 단정히 넘긴 선아현이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

‘妖怪(요괴)도 市民權(시민권) 증서 발부 웬 말이냐’가 헤드라인으로 큼지막하게 잡혀 있는 오래된 신문을 펼치고 있던 인영이, 신문을 내렸다.

은발의 박문대였다.

박문대는 표정 없이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 순간, 음악이 들어왔다.

리드미컬한 북과 차르르 떨어지는 윈드차임이 묘한 시대극의 느낌을 살리는 가운데, 영상은 빠르게 컷 신을 넘기기 시작했다.

금화를 튕기는 모노클의 이세진이 씩 웃는 것이 짧게 비치는 것 같더니, 곧 탄광 앞에서 가스램프를 든 정장 차림의 김래빈이 지나갔다.

그리고 묘하게 생긴 아날로그 황동 계기판을 들여다보고 있던 옅은 갈색 머리카락의 배세진까지.

배세진이 창밖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그 시선을 따라 카메라는 기묘한 도시 안으로 들어간 열차를 비추었다.

전통적 건축 양식과 산업혁명 시기의 상징물들이 어지럽게 엮인 도시가 짧게 잡혔다가 곧 건물 위를 달리는 열차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열차는 탈선했다.

끼이이이이익!

건물과 부딪히며 기왓장이 우수수 떨어진다. 황금빛 먼지와 잔해가 휘날렸다.

그 속에서 워커를 신은 발이 튀어나왔다.

팟!

인영은 곧 파편을 박차고 열차 옆에 매달렸다. 요란한 금속 빛깔 훈장들이 앞섬에서 번뜩였다.

리폼된 군복을 입은 차유진이 열차에 매달린 채 활짝 웃는 모습 뒤로 잔해가 흩날렸다.

그리고 그 잔해 속에 빨려 들어가던 수많은 현상금 포스터 중 가장 낡은 것을 따라 카메라가 이동했다.

포스터 속 검은 인영의 정체를 인식할 만한 즈음이었다.

갑자기 화면을 보여주던 카메라가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은 것처럼 흔들리더니, 떨어졌다.

지지직-!

반주가 고장 난 듯 멈췄다.

흔들리는 검은 배경, 머스킷을 어깨에 걸친 류청우는 턱을 든 채 시선을 내리깔아 카메라를 쏘아보았다.

포스터처럼 눈이 새파랗게 빛났다.

화면이 사라졌다.

노랫소리가 울렸다.

-no oh, no-oh no-oh

목말라 갈증의 시간

멜로디 한 소절.

그리고 정적과 함께 자막이 떴다.

직후 댓글창이 물음표와 눈물로 미친 듯이 갱신되기 시작했다.

* * *

“후!”

김래빈의 개인팬은 도착한 택배를 보고 숨을 들이켰다.

테스타의 이번 활동이 타이틀 한 곡만 발표했기에 앨범은 없었으나, T1은 알차게 관련 MD를 팔아먹었다.

김래빈의 팬이 구매한 것은 응원봉 파츠와… 컨셉 포토북이었다.

사이트에서는 가방부터 모자까지 별걸 다 만들어 팔았으나, 그것까지 다 살 정도로 호구가 되고 싶진 않았던 그녀의 선택이었다.

‘티원 새끼들 진짜 대단하다.’

앨범 대신 포토북을 이렇게 본격적으로 팔아먹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당연히 포토북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우선 위에 있던 응원봉 꾸미기 파츠부터 들어내야 했다.

‘귀엽긴 오지게 귀엽네!’

황금빛 톱니바퀴와 회중시계가 파이프에 연결된 것이 앙증맞았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그것을 정리하다가, 뮤직비디오로 생각이 미쳤다.

“미쳤지.”

진짜 그 외에 다른 말이 생각나질 않았다.

처음 티저가 나왔을 때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물론 영상 퀄리티가 좋아서도 있지만, 그보다 다른 이유가 컸다.

-봄 청년이라며! 봄 청년이라며!

-봄 청년 (열차 탈선시킴)

-알겠다… 벚꽃이 아니라 황사와 미세먼지가 흩날리는 봄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임

-스프링이 그 스프링일 줄은 몰랐죠

실컷 ‘청량한 봄 캐롤송’ 같은 느낌으로 언론을 선동해놓고, 막상 티저는 SF 판타지 티가 줄줄 흐르는 세계관 뽕맛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워하는 사람보다는 흥분한 사람이 워낙 많았다.

-요괴에 전통풍? 이건 무조건 행차 세계관이다ㅋㅋㅋㅋ

-아 미친 류청우 최종보스 재질 오져버렸다 미쳤냐고~~ 국대 총잡이!!

-증기기관, 황동, 톱니바퀴까지 빼박 스팀펑크임 세상에 조선 스팀펑크 무슨 일

-티원이 돈은 많아 그래서 참고 덕질하는 거야

-와 이걸 싱글로 던져버리네

정규 앨범도 아니고, 마치 팬서비스처럼 지나갈 것 같던 싱글에 이렇게까지 자본을 쏟아서 각 잡고 내주니 괜히 벅차오른 것이다.

원체 돈 잘 쓰는 대기업 자회사인 게 유명하다 보니 아까워하거나 걱정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물론 긁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근데 이건 앨범을 팔아야 잘 될 것 같은데 음원은… 모를

-티원 배짱 좋네 근데 이상한 쪽으로 뽕 찬 듯ㅋㅋㅋㅋ

-남돌 대중성 원탑 먹을 기회였는데 자기 복을 걷어차네

분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언제 ‘대중적인 곡은 재미없다’라고 그랬냐는 듯 말을 바꿔서 폄하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곡이 공개되는 순간 끝났다.

-스며드는 오늘의 감각

즐겨 이 순간, 시선, 예감

What’s up?

the real flavor (come out)

곡은 리드미컬하고 나른한 레게였다.

간주와 브릿지에 격렬한 드랍을 섞어서 퍼포먼스를 충실히 살릴 것이 분명히 예상되었으나, 전반적으로 쉽게 듣기가 좋았다.

몸을 흔들며 드라이브송으로 즐기기 좋은 곡이었다는 뜻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이 솜씨는 같은 토끼인 김래빈 뿐이지.’

김래빈의 팬은 라임만 맞는 주접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고는 택배 해체 작업을 계속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봤던 인터넷 반응들이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테스타의 컴백을 기다렸던 것이 처음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유입된 일반인들은 티저부터 당황했었다.

-영화 예고편 같은데

-이야 얘네 돈 많이 버나보다

-아니 아이돌 뮤직비디온 줄 알았는데 웬 SF 조선시대가

-마지막에 그거 청우에요?ㅠㅠ 세상에 청우 저런 표정도 짓는구나 넘 멋있어요!

-뭐야 호떡 팔던 귀요미들 머리색 왜 저렇게 현란해졌어 마법소녀 변신 생각남ㅋㅋㅋㅋ

└놀랍게도 그들의 데뷔곡은 마법소년

└헐

이 사람들도 SNS에서나 목격할 수 있었지, 본 위튜브 동영상 댓글 창은 외국인의 물결에 쓸려 내려갔다.

-그러니까… 그들이 한국에서 하던 ‘일’이라는 게 이런 거였군? (턱 괸 이모티콘)

-아현의 포마드 머리에 숨이 멎을 뻔

-다들 한국에서는 비공정이 날아다니고 증기기관차가 건물 위를 달리는 걸 몰랐단 말이야? (울며 웃는 이모티콘)

-그 힘겨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승리한 이들이 결국 이런 멋진 영상을 찍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 위스콘신에서 그들을 응원해 ?

-테스타는 더 인정받아야 마땅해!

밈을 통해 유입되어 까지 시청했던 외국인들이 댓글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 자체가 KPOP 해외 팬덤 사이에서 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뮤직비디오가 24시간 조회수에서 3,000만 뷰를 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 테스타의 팬들은 슬슬 1군의 맛에 대한 드립을 치고 있었다.

‘투어 스케줄이 더 늘어나겠어….’

김래빈의 팬은 암담한 미래를 그리며, 결국 택배 상자에서 포토북을 포장을 벗겨 꺼내는 것에 성공했다.

“후우.”

참고로 4권이다.

간사한 자본주의의 돼지, 티원 놈들이 앨범에 쓰던 랜덤 포토카드 제도를 여기도 써먹은 탓이었다….

박문대가 알았다면 중단되었을 수도 있었으나, 미친 일정에 갈리던 중이었기 때문에 그도 여기까진 챙기지 못했다.

김래빈의 개인 팬은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제발 김래빈!’

그녀는 이미 멤버별로 어떤 포토카드가 들어 있는지까지도 적당히 설명 정도는 찾아보았다.

일단 멤버별 2종으로 총 14종의 포토카드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김래빈은 윙크를 하고 찍은 셀카가 하나, 정장에 갓을 걸친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샷이 하나였다.

‘기왕이면 전자가 좋겠어.’

김래빈은 셀카를 자주 찍지 않기 때문이다.

데뷔 초에는 SNS에 이러고서 첨부하는 게 본인 장비 사진인 경우도 수두룩했다면 설명이 될 것이다.

그리고… 김래빈이 안 나온다면, 아니, 기왕이면 제발 같이 나와줬으면 하는 게 있었다.

‘은발 박문대…!’

박문대가 그렇게 차가운 색으로 염색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깔끔하게 새로 다듬어서 반만 넘긴 헤어스타일까지 훌륭했다!

-바바박문대 이게 무슨 일이ㅑ

-제발 공방 가게 해줘 저거 생눈으로 봐야돼

-스프링 박문대 견종 시베리안 허스키로 하자 지금 딱 합의해 (캡처)

티저가 공개되자마자 인기글과 실시간 키워드로 ‘문대 은발’이 잡혔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확실히 뭘 좀 아는 놈이야.’

머리를 새롭게 염색하거나 컬러렌즈를 낀 대부분의 멤버들이 비슷하게 화제가 되었다는 것을 무시하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힘차게 포토북을 개봉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카드 빼면 제값에 못 팔아! 한 권만 멀쩡하면 돼!’

포토카드 확인이 우선이었다.

그녀는 첫 번째 포토북을 과감하게 열어, 중간에서 떨어지는 카드를 주워 들었다.

“……!”

사진의 인물은… 차유진이었다.

“에잇.”

김래빈도 박문대도 아니라는 현실에 그녀는 탄식했으나,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차유진은 무조건 교환 가능이다!’

미친 듯이 눈에 불을 켜고 교환을 구하는 차유진의 개인 팬이 넘친다는 건 안 봐도 뻔했다.

게다가 이 뮤직비디오 의상의 차유진 포토카드는 심각하도록 잘 나왔다.

아주 고전적인 오픈카에 발을 올린 채로 걸쳐 누워 씩 웃고 있는 차유진은 황금빛으로 빛났다.

비명을 지르며 보관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

팔지 말까?

차유진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는 그녀마저도 결국 헛기침을 하며 사진을 조심스럽게 챙겨 들었다.

“아니… 뭐, 애들이 다른 3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혼잣말로 변명을 하며 그녀는 남은 포토북에 손을 뻗었지만, 저 포토카드를 팔지 않을 것 같은 진한 예감을 떨치지 못했다.

‘몰라, 더 사면 되겠지.’

그보다 이 뮤직비디오 착장 그대로 음악방송에 나올지가 관건이었다.

이틀 뒤… 아니, 방금 자정을 넘었으니 내일이 첫 음악방송이었다.

그녀는 아이돌 활동 첫 주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떠올리며, 심드렁히 생각했다.

‘음, 지금쯤 막판 안무 연습에 한창이겠군.’

안타깝게도 그녀의 예상대로는 아니었다.

같은 시간, 멤버들은 다 낡고 지친 상태로 연습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자… 틀자.”

“네.”

미친 듯이 몰아치던 지난 한 달의 일정을 마친 그들은, 그때서야 이번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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