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20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03화
나는 청려가 받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통화됩니까?”
-네. 미션에 문제 생겼나요?
“…….”
-연락할 만한 이유가 그것뿐인 것 같아서.
앵콜 콘서트 끝나자마자 연락하는 건 타이밍이 너무 노골적이었나.
하도 예상외의 상황들이 뒤통수를 후려갈겨서 고려가 부족했다.
‘그래도 단서를 구걸하는 느낌을 줄 순 없지.’
이건 무조건 추궁하는 말부터 나와야 분위기를 잡는다. 나는 목을 꺾었다.
“미션 자체에는 문제없었죠.”
-그렇구나.
“그런데 미션이 또 생겼는데?”
-….
“마지막이 아니더라고. 일부러 거짓말한 거였습니까?”
-아니요.
전화기 너머의 대답은 고분고분했다. 웃음기도 없었다.
개가 끙끙대는 소리가 잠깐 작게 울리는 것 같더니, 곧 조용히 말이 이어졌다.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면 시간 될 때 잠깐 보는 건 어떨까요? 전화는 누가 들을 수도 있고.
“전화로 하시는 게 낫겠는데요.”
진짜 전화로 미주알고주알 떠들자는 게 아니라, 누가 듣는 게 내 대가리 깨지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는 뜻이다.
-불편하면 테스타 숙소에서 봐도 괜찮아요. 다른 생각은 없어요. …어차피 안 되는 걸 아니까.
음, 쓸데없는 소리 하거나 내빼면 녹음본으로 윽박지른 뒤에 캐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물론 이놈이 또 언제 눈깔이 돌아갈지는 장담 못 하니, 안전책은 당연히 만들어둘 생각이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나는 장소와 시간을 잡은 뒤 베란다에서 나왔다.
마침 근처에 있던 김래빈이 화들짝 놀랐다.
“형! 35분째 자리를 비우셔서 혹시 몰래 음주하러 가신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만, 베란다에 계셨습니까??”
“그래.”
이놈도 좀 취했군.
나는 다른 놈들이 눈치채고 말을 걸기 전에 놈의 옆에 앉았다.
“래빈아.”
“예.”
“내가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경청하겠습니다!”
본인에게 지적할 것이 있다고 착각했는지 김래빈이 빠릿해졌다.
‘아니, 그게 아니고.’
나는 진정하라는 뜻으로 손을 한번 내저은 뒤 설명을 이었다.
“내가 말이야….”
그리고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 * *
며칠 뒤.
“괜찮네.”
나는 내가 제안하고 놈이 통째로 대절한 시내 구석의 야외 카페에 먼저 도착했다.
외부에서 관찰하긴 힘들지만, 혹시라도 비명이 들리면 근처의 누군가가 곧바로 신고할 만한 장소다. CCTV도 충분하고.
“일찍 오셨네요.”
그리고 몇 분 후 진입 펜스 앞에 나타난 청려의 옆에는… 딱 맞는 가슴 줄을 찬 개가 헥헥대고 있었다.
“멍!”
“…….”
혹시 모른다고 생각은 했으나… 진짜 이게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데려오는 편이 변명에 좋을 것 같아서. 괜찮죠?”
“…상관은 없는데.”
“하하, 쓰다듬어도 괜찮아요. 사람을 좋아하는 애라.”
청려는 빙긋 웃더니 개를 잡아들어 안은 채로 이동했다. 개는 세차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속도 좋군.’
잘 먹이는지 토실토실해 보이긴 한다.
“카페 주인이 안에 있는 음식은 원하는 대로 먹어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편하게 들어요.”
이 상황에서 그게 목구멍에 넘어갈 리가 있나.
나는 탁자에 앉아 덤덤히 대답했다.
“생각 없고, 일단 이야기부터.”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미션이 안 끝났다… 부터 시작하면 될까.”
“그 전에 먼저 대답해야 하는 게 있을 텐데.”
“음?”
나는 계속 의문을 가졌으나, 이놈이 대답할 것 같지 않아 보류해 뒀던 질문을 던졌다.
“넌 어떻게 미션 횟수를 확신했지?”
“…….”
이놈은 처음부터 내게 확신을 가진 채로 총 상태이상 개수를 말했었다.
-내가 계산하기로… 기본 한 번에, 돌아온 연(年)수만큼 더해서 주어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거.
“그 돌아온 연수 더하기 1회라는 공식이 어디서 도출된 건지 알아야겠는데. 틀렸으니까.”
“아, 그거.”
청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개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폭탄 발언을 했다.
“우리 같은 사람한테 사례를 수집했는데.”
“…!”
“아, 지금은 없어요. 죽었거든요.”
놈은 별 감흥 없는 얼굴이었다.
“무슨 병이었는데… 아무튼.”
나는 양손을 움켜쥐었다. 뇌가 얼얼했다.
다른 놈이 있었다고?
“어떻게 만난 거지.”
“아, 이건 약간 창피한 이야기인데… 다섯 번째였던가? 최대한 빨리 데뷔해 보려고 괜한 말을 하고 다녔던 적이 있거든요.”
청려가 밝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미래를 안다고 여기저기 방송에서 떠들었어요.”
“…!”
“그런데 분야가 달라서 그런가, 미션이 클리어되지 않아서… 음, 다음부터는 다시 제대로 했어요. 생각하니까 재밌네.”
이 새끼 어투가 변하고 있다.
미친놈에게 쓸데없이 과거에 푹 젖을 시간을 주면 안 된다. 나는 묘하게 변하려는 분위기를 끊었다.
“어쨌든, 그래서?”
“그래서… 어떤 노인이 자기도 미래에서 왔었다, 그러면서 접근했었는데요.”
청려는 개에서 손을 뗐다.
“진짜인지 확인 좀 거치고… 그런 뒤에 맞춰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뭘.”
“그 사람이 아는 미래가 끝나는 시점이, 내가 재시작하는 과거 시점하고 딱 맞더라고.”
“…!
“그러니까… 동 시간대에 한 명만 존재하는 것 같던데요, 미래를 아는 사람은. 그 사람이 몇 년, 그리고 그다음으로 내가 몇 년.”
“…….”
“이제는 문대 씨.”
나는 그제야 이놈이 내게 떠들었던 말을 이해했다.
-지금이 딱 좋을 때잖아요. 주인공으로 사는 기분일 텐데.
미래를 아는 딱 그 시기를 점유하는 게 한 사람뿐이어서였나.
‘…그럼 대체 뭐가 기준이지?’
이 새끼랑 내가 무슨 공통점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죽은 노인도 연예계 관련 직종 종사자였나?
별 의문이 다 머리를 어지럽혔으나, 이걸 다 캐묻긴 상황이 오묘했다.
이 와중에도 청려는 계속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음,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죽기 전에 내가 재시작해 본 적이 없네?”
“…….”
“한 번쯤은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재시작해서 그 사람도 과거로 돌아오는지 확인해 보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그렇죠? 그럼 우리 괜한 고생 안 했을 텐데. 하하!”
“아니.”
나는 일부러 맥을 끊었다.
“아니야?”
“어. 그거 확인하겠답시고 죽는 것보단 좀 맞는 게 낫지.”
“……음. 뭐, 그래요.”
청려의 기세가 죽었다.
‘미치겠군.’
나는 내 손을 핥기 시작한 개의 털에 놈의 침을 닦다가, 문득 다른 사실도 알아차렸다.
“…그럼 내가 과거로 돌아온 걸 바로 알아차린 것도.”
“맞아요. 시기가 딱 맞아떨어져서.”
청려가 웃었다.
“혹시 이제는 다른 누군가가 미래를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일반인 출신이 오디션에 나와서 1등을 해버리더라고요.”
“…!”
“모두가 망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대단히 성공한 프로그램에서… 아주 결정적인 타이밍에, 가정사를 터뜨려서 1등을 잡았으니까.”
“…….”
우연과 상태창의 효과가 톡톡히 들어간 결과였으나, 청려는 약간 민망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몇 번 돌린 줄 알았지? 당연히.”
“……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고 떠볼 만한 후보지처럼 보이긴 했다.
“그런데 설마 다른 사람일 줄은 몰랐는데… 음, 사실 미션이 또 생겼다는 것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순간, 머릿속에 가설 하나가 지나갔다.
“…내가 ‘박문대’가 아니라서.”
“네.”
남의 몸에 들어왔으니 그냥 과거로 돌아온 케이스들보다 추가 패널티가 붙었다는 뜻이다.
‘바란 적도 없는데 미쳐 돌아가는군.’
나는 미간을 눌렀다.
…이 가설이 맞다면, 이번 상태이상에서 굳이 사망 대상을 ‘박문대’로 지정한 것도 제법 연관성이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상태이상을 못 깨면 박문대 몸을 계속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주겠다는 신호 같지 않은가.
‘X발.’
…한 번으로 끝일까?
모르겠다. 그것 외에도 상태창 오류부터 코인까지 별 변칙 사항이 다 있어서 말이다.
‘심지어 코인은 확인도 안 돼.’
수령했다는 팝업 이후에 소식이 없다.
수치스러움을 무릅쓰고 ‘인벤토리’까지 육성으로 외쳐봤으나 변화는 없었다.
이어폰을 끼고도 주워들은 차유진에게 ‘앨범 재고 남았어요?’ 같은 소리만 들었다.
‘망할.’
생각하니 낯이 다 뜨거워진다. 나는 머리를 비벼 오는 개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상태창 있는 놈은 없나.’
앞에 앉은 새끼에게 ‘상태창’을 한번 외쳐보라고 말해보고 싶어지는군.
물론 그 충동을 실행하는 대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에 하나 상태창이 진짜 떠도 문제고, 안 떠도 문제다.’
괜히 더 자극하지 말자. 소정의 목표는 달성했으니 최대한 자극을 줄이고, 다음에 더 캐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개가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끼잉!”
일어나지 말라는 뜻이냐.
“콩이가 더 놀고 싶은가 보네요.”
“…콩이?”
“네.”
생각보다 토종다운 이름이 튀어나왔다. 개와는 어울리는데 저놈이 붙였다니 좀 징그럽군.
그 순간, 청려가 마치 강조하는 것처럼 말했다.
“원래 이름이에요.”
“…….”
무슨 뜻인지 알겠다.
“그래.”
나는 아마 꽤 오래전부터 콩이라는 이름을 썼을 놈의 머리를 툭툭 몇 번 더 쓰다듬어 준 뒤에야 몸을 일으켰다.
“더 놀다 가지.”
“됐다.”
기가 쭉 빨린 기분이었다. 이놈과는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나는 입구 펜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를 안아 들고 따라오던 놈은 입구에서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음… 그러고 보니, 문대 씨도 원래 이름이 있겠네요.”
“…!”
“설마 동명이인이었나? 하하.”
나는 거의 무심코 대답했다.
…상관없겠지. 어차피 내 기록은 찾아봐도 없었으니 말이다.
“류건우.”
“음.”
놈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박문대보다 낫네요.”
“…그렇긴 하지.”
차마 부정할 수가 없군.
그래도 박문대도 나름대로… 듣다 보면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팬들도 결국 유니크하다고 좋아하는 것 같던데.’
어쨌든, 나는 그대로 야외 카페의 펜스를 넘어 귀가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개가 제법 구슬프게 하울링하는 소리가 코너를 돌 때까지 들렸다.
나는 목 뒤를 주물렀다.
‘소득이 없진 않았어.’
왜 상태이상이 또 떴는지에 대한 가설이라도 잡았으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확실히 머리가 하나 더 있으니 결과를 도출하기 편하긴 하다. 이제 저놈도 쓸데없는 블러핑을 안 넣고.
하지만 이 괴상한 일이 다른 놈들에게도 연달아 일어났었다는 말을 들으니 더 괴랄했다.
‘왜 나만 상태창이 뜨는 거지.’
진짜로 무슨 웹소설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군.
그때, 주머니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런.’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김래빈이었다.
“미안. 확인이 늦었다. 지금 돌아가는 중이야.”
-굉장히 빠르시군요… 1시간도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어제 김래빈과 한 대화를 회상했다.
-내가 쉬는 시간에 외출할 건데, 30분 간격으로 나한테 문자 좀 보내줄 수 있을까. 길진 않을 거라… 많아도 대여섯 번만 해주면 될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지난번에 웬 미친놈하고 시비 붙었던 게 생각나서. 좀 대비해 둘까 싶다. 답장 안 오면 전화하고, 전화까지 안 받으면 회사에 신고해 버려.
-그렇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일종의 위급상황 알림벨 알바다.
김래빈은 일단 언질만 주면 입이 무겁고 맡은 일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드무니 앞으로도 종종 써먹을 생각이다.
‘돌아가면 간식이라도 해줘야 하나.’
무보수로 부려먹긴 힘드니 당근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전화 너머로 소음이 물밀 듯이 밀려 들어왔다.
-앗, 야!
-형!! 빨리빨리!
-저리 가 차유진!
-중요해! 김래빈이 저리 가!
차유진이군. 잘 알겠다.
“금방 들어간다. 조금 뒤에 보자.”
내가 침착하게 통화를 종료하려던 순간이었다.
-문대 형! 우리 미국 프로 나왔어요!
“……?”
-우리 리얼리티 쇼!
굉장히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참고로, 자세한 정황을 확인한 뒤에는 더 황당해졌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03화
나는 청려가 받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통화됩니까?”
-네. 미션에 문제 생겼나요?
“…….”
-연락할 만한 이유가 그것뿐인 것 같아서.
앵콜 콘서트 끝나자마자 연락하는 건 타이밍이 너무 노골적이었나.
하도 예상외의 상황들이 뒤통수를 후려갈겨서 고려가 부족했다.
‘그래도 단서를 구걸하는 느낌을 줄 순 없지.’
이건 무조건 추궁하는 말부터 나와야 분위기를 잡는다. 나는 목을 꺾었다.
“미션 자체에는 문제없었죠.”
-그렇구나.
“그런데 미션이 또 생겼는데?”
-….
“마지막이 아니더라고. 일부러 거짓말한 거였습니까?”
-아니요.
전화기 너머의 대답은 고분고분했다. 웃음기도 없었다.
개가 끙끙대는 소리가 잠깐 작게 울리는 것 같더니, 곧 조용히 말이 이어졌다.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면 시간 될 때 잠깐 보는 건 어떨까요? 전화는 누가 들을 수도 있고.
“전화로 하시는 게 낫겠는데요.”
진짜 전화로 미주알고주알 떠들자는 게 아니라, 누가 듣는 게 내 대가리 깨지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는 뜻이다.
-불편하면 테스타 숙소에서 봐도 괜찮아요. 다른 생각은 없어요. …어차피 안 되는 걸 아니까.
음, 쓸데없는 소리 하거나 내빼면 녹음본으로 윽박지른 뒤에 캐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물론 이놈이 또 언제 눈깔이 돌아갈지는 장담 못 하니, 안전책은 당연히 만들어둘 생각이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나는 장소와 시간을 잡은 뒤 베란다에서 나왔다.
마침 근처에 있던 김래빈이 화들짝 놀랐다.
“형! 35분째 자리를 비우셔서 혹시 몰래 음주하러 가신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만, 베란다에 계셨습니까??”
“그래.”
이놈도 좀 취했군.
나는 다른 놈들이 눈치채고 말을 걸기 전에 놈의 옆에 앉았다.
“래빈아.”
“예.”
“내가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경청하겠습니다!”
본인에게 지적할 것이 있다고 착각했는지 김래빈이 빠릿해졌다.
‘아니, 그게 아니고.’
나는 진정하라는 뜻으로 손을 한번 내저은 뒤 설명을 이었다.
“내가 말이야….”
그리고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 * *
며칠 뒤.
“괜찮네.”
나는 내가 제안하고 놈이 통째로 대절한 시내 구석의 야외 카페에 먼저 도착했다.
외부에서 관찰하긴 힘들지만, 혹시라도 비명이 들리면 근처의 누군가가 곧바로 신고할 만한 장소다. CCTV도 충분하고.
“일찍 오셨네요.”
그리고 몇 분 후 진입 펜스 앞에 나타난 청려의 옆에는… 딱 맞는 가슴 줄을 찬 개가 헥헥대고 있었다.
“멍!”
“…….”
혹시 모른다고 생각은 했으나… 진짜 이게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데려오는 편이 변명에 좋을 것 같아서. 괜찮죠?”
“…상관은 없는데.”
“하하, 쓰다듬어도 괜찮아요. 사람을 좋아하는 애라.”
청려는 빙긋 웃더니 개를 잡아들어 안은 채로 이동했다. 개는 세차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속도 좋군.’
잘 먹이는지 토실토실해 보이긴 한다.
“카페 주인이 안에 있는 음식은 원하는 대로 먹어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편하게 들어요.”
이 상황에서 그게 목구멍에 넘어갈 리가 있나.
나는 탁자에 앉아 덤덤히 대답했다.
“생각 없고, 일단 이야기부터.”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미션이 안 끝났다… 부터 시작하면 될까.”
“그 전에 먼저 대답해야 하는 게 있을 텐데.”
“음?”
나는 계속 의문을 가졌으나, 이놈이 대답할 것 같지 않아 보류해 뒀던 질문을 던졌다.
“넌 어떻게 미션 횟수를 확신했지?”
“…….”
이놈은 처음부터 내게 확신을 가진 채로 총 상태이상 개수를 말했었다.
-내가 계산하기로… 기본 한 번에, 돌아온 연(年)수만큼 더해서 주어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거.
“그 돌아온 연수 더하기 1회라는 공식이 어디서 도출된 건지 알아야겠는데. 틀렸으니까.”
“아, 그거.”
청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개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폭탄 발언을 했다.
“우리 같은 사람한테 사례를 수집했는데.”
“…!”
“아, 지금은 없어요. 죽었거든요.”
놈은 별 감흥 없는 얼굴이었다.
“무슨 병이었는데… 아무튼.”
나는 양손을 움켜쥐었다. 뇌가 얼얼했다.
다른 놈이 있었다고?
“어떻게 만난 거지.”
“아, 이건 약간 창피한 이야기인데… 다섯 번째였던가? 최대한 빨리 데뷔해 보려고 괜한 말을 하고 다녔던 적이 있거든요.”
청려가 밝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미래를 안다고 여기저기 방송에서 떠들었어요.”
“…!”
“그런데 분야가 달라서 그런가, 미션이 클리어되지 않아서… 음, 다음부터는 다시 제대로 했어요. 생각하니까 재밌네.”
이 새끼 어투가 변하고 있다.
미친놈에게 쓸데없이 과거에 푹 젖을 시간을 주면 안 된다. 나는 묘하게 변하려는 분위기를 끊었다.
“어쨌든, 그래서?”
“그래서… 어떤 노인이 자기도 미래에서 왔었다, 그러면서 접근했었는데요.”
청려는 개에서 손을 뗐다.
“진짜인지 확인 좀 거치고… 그런 뒤에 맞춰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뭘.”
“그 사람이 아는 미래가 끝나는 시점이, 내가 재시작하는 과거 시점하고 딱 맞더라고.”
“…!
“그러니까… 동 시간대에 한 명만 존재하는 것 같던데요, 미래를 아는 사람은. 그 사람이 몇 년, 그리고 그다음으로 내가 몇 년.”
“…….”
“이제는 문대 씨.”
나는 그제야 이놈이 내게 떠들었던 말을 이해했다.
-지금이 딱 좋을 때잖아요. 주인공으로 사는 기분일 텐데.
미래를 아는 딱 그 시기를 점유하는 게 한 사람뿐이어서였나.
‘…그럼 대체 뭐가 기준이지?’
이 새끼랑 내가 무슨 공통점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죽은 노인도 연예계 관련 직종 종사자였나?
별 의문이 다 머리를 어지럽혔으나, 이걸 다 캐묻긴 상황이 오묘했다.
이 와중에도 청려는 계속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음,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죽기 전에 내가 재시작해 본 적이 없네?”
“…….”
“한 번쯤은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재시작해서 그 사람도 과거로 돌아오는지 확인해 보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그렇죠? 그럼 우리 괜한 고생 안 했을 텐데. 하하!”
“아니.”
나는 일부러 맥을 끊었다.
“아니야?”
“어. 그거 확인하겠답시고 죽는 것보단 좀 맞는 게 낫지.”
“……음. 뭐, 그래요.”
청려의 기세가 죽었다.
‘미치겠군.’
나는 내 손을 핥기 시작한 개의 털에 놈의 침을 닦다가, 문득 다른 사실도 알아차렸다.
“…그럼 내가 과거로 돌아온 걸 바로 알아차린 것도.”
“맞아요. 시기가 딱 맞아떨어져서.”
청려가 웃었다.
“혹시 이제는 다른 누군가가 미래를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일반인 출신이 오디션에 나와서 1등을 해버리더라고요.”
“…!”
“모두가 망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대단히 성공한 프로그램에서… 아주 결정적인 타이밍에, 가정사를 터뜨려서 1등을 잡았으니까.”
“…….”
우연과 상태창의 효과가 톡톡히 들어간 결과였으나, 청려는 약간 민망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몇 번 돌린 줄 알았지? 당연히.”
“……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고 떠볼 만한 후보지처럼 보이긴 했다.
“그런데 설마 다른 사람일 줄은 몰랐는데… 음, 사실 미션이 또 생겼다는 것도 그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순간, 머릿속에 가설 하나가 지나갔다.
“…내가 ‘박문대’가 아니라서.”
“네.”
남의 몸에 들어왔으니 그냥 과거로 돌아온 케이스들보다 추가 패널티가 붙었다는 뜻이다.
‘바란 적도 없는데 미쳐 돌아가는군.’
나는 미간을 눌렀다.
…이 가설이 맞다면, 이번 상태이상에서 굳이 사망 대상을 ‘박문대’로 지정한 것도 제법 연관성이 느껴진다.
이제부터는 상태이상을 못 깨면 박문대 몸을 계속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주겠다는 신호 같지 않은가.
‘X발.’
…한 번으로 끝일까?
모르겠다. 그것 외에도 상태창 오류부터 코인까지 별 변칙 사항이 다 있어서 말이다.
‘심지어 코인은 확인도 안 돼.’
수령했다는 팝업 이후에 소식이 없다.
수치스러움을 무릅쓰고 ‘인벤토리’까지 육성으로 외쳐봤으나 변화는 없었다.
이어폰을 끼고도 주워들은 차유진에게 ‘앨범 재고 남았어요?’ 같은 소리만 들었다.
‘망할.’
생각하니 낯이 다 뜨거워진다. 나는 머리를 비벼 오는 개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상태창 있는 놈은 없나.’
앞에 앉은 새끼에게 ‘상태창’을 한번 외쳐보라고 말해보고 싶어지는군.
물론 그 충동을 실행하는 대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에 하나 상태창이 진짜 떠도 문제고, 안 떠도 문제다.’
괜히 더 자극하지 말자. 소정의 목표는 달성했으니 최대한 자극을 줄이고, 다음에 더 캐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개가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끼잉!”
일어나지 말라는 뜻이냐.
“콩이가 더 놀고 싶은가 보네요.”
“…콩이?”
“네.”
생각보다 토종다운 이름이 튀어나왔다. 개와는 어울리는데 저놈이 붙였다니 좀 징그럽군.
그 순간, 청려가 마치 강조하는 것처럼 말했다.
“원래 이름이에요.”
“…….”
무슨 뜻인지 알겠다.
“그래.”
나는 아마 꽤 오래전부터 콩이라는 이름을 썼을 놈의 머리를 툭툭 몇 번 더 쓰다듬어 준 뒤에야 몸을 일으켰다.
“더 놀다 가지.”
“됐다.”
기가 쭉 빨린 기분이었다. 이놈과는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나는 입구 펜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를 안아 들고 따라오던 놈은 입구에서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음… 그러고 보니, 문대 씨도 원래 이름이 있겠네요.”
“…!”
“설마 동명이인이었나? 하하.”
나는 거의 무심코 대답했다.
…상관없겠지. 어차피 내 기록은 찾아봐도 없었으니 말이다.
“류건우.”
“음.”
놈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박문대보다 낫네요.”
“…그렇긴 하지.”
차마 부정할 수가 없군.
그래도 박문대도 나름대로… 듣다 보면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팬들도 결국 유니크하다고 좋아하는 것 같던데.’
어쨌든, 나는 그대로 야외 카페의 펜스를 넘어 귀가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개가 제법 구슬프게 하울링하는 소리가 코너를 돌 때까지 들렸다.
나는 목 뒤를 주물렀다.
‘소득이 없진 않았어.’
왜 상태이상이 또 떴는지에 대한 가설이라도 잡았으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확실히 머리가 하나 더 있으니 결과를 도출하기 편하긴 하다. 이제 저놈도 쓸데없는 블러핑을 안 넣고.
하지만 이 괴상한 일이 다른 놈들에게도 연달아 일어났었다는 말을 들으니 더 괴랄했다.
‘왜 나만 상태창이 뜨는 거지.’
진짜로 무슨 웹소설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군.
그때, 주머니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런.’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김래빈이었다.
“미안. 확인이 늦었다. 지금 돌아가는 중이야.”
-굉장히 빠르시군요… 1시간도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어제 김래빈과 한 대화를 회상했다.
-내가 쉬는 시간에 외출할 건데, 30분 간격으로 나한테 문자 좀 보내줄 수 있을까. 길진 않을 거라… 많아도 대여섯 번만 해주면 될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지난번에 웬 미친놈하고 시비 붙었던 게 생각나서. 좀 대비해 둘까 싶다. 답장 안 오면 전화하고, 전화까지 안 받으면 회사에 신고해 버려.
-그렇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일종의 위급상황 알림벨 알바다.
김래빈은 일단 언질만 주면 입이 무겁고 맡은 일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드무니 앞으로도 종종 써먹을 생각이다.
‘돌아가면 간식이라도 해줘야 하나.’
무보수로 부려먹긴 힘드니 당근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전화 너머로 소음이 물밀 듯이 밀려 들어왔다.
-앗, 야!
-형!! 빨리빨리!
-저리 가 차유진!
-중요해! 김래빈이 저리 가!
차유진이군. 잘 알겠다.
“금방 들어간다. 조금 뒤에 보자.”
내가 침착하게 통화를 종료하려던 순간이었다.
-문대 형! 우리 미국 프로 나왔어요!
“……?”
-우리 리얼리티 쇼!
굉장히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참고로, 자세한 정황을 확인한 뒤에는 더 황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