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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96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6화
샌디에이고에서 호떡 장사 개시 첫날.
오픈 시간도 전에 PD가 히죽히죽 웃으며 브리핑을 했다.
“여러분, 잊지 마세요! 내일 바로 놀러 가시는 거예요~”
“…….”
남은 빚은 1,000달러.
지난 시즌 빚과 매출의 굴레에서 마지막 필사의 제비뽑기까지 처참하게 패배한 탓에 빚쟁이 상태로 마감했었다.
고로 오늘 천오백 달러쯤 벌지 않으면 내일 노는 순간 빚 확정이라는 뜻이다.
‘이쯤에서 한번 전부 갚아야 그림이 또 재밌을 텐데.’
돈이 계속 쌓여도 긴장감이 떨어져서 문제지만, 계속 빚쟁이인 것도 별로였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편이 좋지 않은가.
다만 PD 놈도 너무 몰입한 건지 틈을 안 준다.
“우리 한국인의 양심을 보여줘야겠죠? 달고나 하나 얹었다고 가격 두 배 되고 이런 거 안 됩니다~”
“쳇.”
“어어? 쳇 누군가요, 지금?”
어쩔 수 없군.
지금 믿을 만한 건 호객 능력과… 차유진의 기존 인맥인가.
마침 차유진이 양팔을 번쩍 들고 외친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다 온다는데요? 인당 세 메뉴씩 시키게 만들죠!]
“아니, 괜찮아.”
저 정도까지 가면 강매다. 논란 글 올라오느니 그냥 호객이나 열심히 하자.
일자리 배분도 슬슬 새롭게 개편해서 새 재미를 뽑아낼 타이밍이긴 하나, 오늘은 숙련된 솜씨가 필요한 고로 상의 끝에 미루었다.
그래서 오늘의 라인업은 지난번과 유사하다.
외국어 능통자인 차유진과 선아현이 주문을 받고, 류청우와 큰세진이 마무리 플레이팅과 서빙.
다만, 한 사람만 변동이 있다.
“열심히 할게.”
배세진이 요리부에 투입된 것이다.
달고나가 추가되며 노동량이 늘어났다… 가 표면적인 이유이나 사실 다른 이유가 크다.
지난 시즌에 배세진이 실수 한 번에 자괴감에 빠지길래 만능 포지션을 빙자한 깍두기로 빼줬더니, 반응이 썩 괜찮더라고.
‘귀엽다고 난리였지.’
제작진이 편집으로 워낙 열심히 하는 캐릭터를 살려줘서 ‘티는 안 나지만 사실 1.5인분 함’이 됐다.
그리고 이번엔 그 이미지를 바탕 삼아 포지션을 배정해서 승진하는 맛을 내주는 것이다.
‘기왕이면 외국인과 좀 접점이 많은 그림이면 더 재밌겠는데.’
배세진 본인 위가 녹을 것 같으니 그만뒀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늘 완벽한 호떡을 만들어 판매합시다!”
“…좋아!”
“예. 화이팅 한번 하고 갈까요.”
“그래!”
대충 자막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활력이 넘쳤다’ 같은 게 다음 컷에 들어갈 것 같지만, 그래도 그림상 한번 해줬다.
다음은… 오픈 직전에 준비해야 할 토핑이다.
“문대 씨, 지금 무엇을 하시나요~”
“달고나 사전 제작입니다.”
큰세진이 핸디캠 하나를 프라이팬에 들이대기 시작했다. 아마 따로 나오는 레시피 클립 영상에 쓰겠지.
사실 이걸 레시피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말이다.
“설탕을 충분히 녹인 뒤에, 베이킹소다를 넣고 공기층을 넉넉히 만들어줄 생각입니다.”
“오~ 그러면 뭐가 좋아요?”
“식감이 부드러워집니다.”
나는 거대한 프라이팬 세 개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달고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기 중이던 배세진에게 하나씩 차례대로 넘겼다.
“저! 저 먹어요!”
“…자.”
열심히 달고나를 부수던 배세진이 어색하게 차유진에게 큰 조각을 내밀었다.
무슨 맹수 먹이 주는 꼴 같은데 실제 방영분에서는 훈훈한 한 때로 조명될 것 같군.
그리고 그때, 다 부순 달고나 조각들에 신중히 소분 작업을 하던 김래빈이 갑자기 소리를 냈다.
“어어어!”
“왜 그래?”
“다, 다쳤어…?!”
밖에서 테이블 정리하던 선아현까지 뛰어 들어왔다.
“아닙니다! 이걸 한 번만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김래빈은 흥분해서 자신이 분리한 달고나들을… 저울에 달기 시작했다.
30g.
오차 없이 딱 떨어지는 정량이다. 설마 이걸 자랑하려고 한 건가.
“그래, 잘 맞네.”
“그리고 이것도!”
김래빈이 후다닥 다른 것을 또 저울에 올렸다.
또 30g이다.
“오.”
“이것도…!”
김래빈이 계속 다른 달고나 팩을 저울에 올렸다.
30, 30, 30, 31, 30…….
“…??”
“헐.”
제작진들까지 술렁이기 시작했다. PD가 황급히 물었다.
“래빈 씨, 이거 전부 저울 안 달고 그냥 감으로 넣으신 건가요??”
김래빈이 두 손을 불끈 쥐었다.
“네!!”
맙소사.
“우아아아아!!”
“김래빈 손 뭐야!”
멤버들이 김래빈을 둘러싸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김래빈은 예체능이 아니라 랩실에 갔어도 좋은 노예… 아니, 대학원생이 되었을 듯하다.
“대박! 대박!”
어느새 스탭까지 가세해서 무슨 월드컵에서 골 넣은 분위기가 됐다.
[고장 난 호떡 기계가]
[갑자기 정상 운영하기 시작했다]
음, 아마 이런 편집이 직후에 들어가지 않을까.
그다음에 따라오는 게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더라니’냐 ‘드림팀 출동’이냐가 문제겠다만.
‘오늘 판매 실적으로 결정되겠군.’
나는 미술팀의 요청에 따라 앞치마를 바꿨다.
슬슬 가게를 열 시간이었다.
* * *
날씨 좋은 날의 라호야 해변 근처.
근처 만화 가게에서 만화를 사 들고 돌아가던 여성은 좋은 냄새를 맡았다.
‘시나몬?’
고소하고 달콤한 향에 고개를 돌리자, 코너 옆 작은 가게가 보였다.
‘저기 원래 타코 가게였던 것 같은데.’
가본 적이 없어서 확신은 못 하겠으나, 좋은 냄새에 슬그머니 다리가 움직였다.
딸랑!
[어서오세요~]
[음, 안녕하세요.]
가게 안은 이 애매한 시간에도 벌써 손님이 제법 많아 보였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테이블 사이를 거침없이 누비며 서빙을 하다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먼저 다가왔다.
[하나 드셔보시겠어요?]
[아, 음, 좋죠.]
쾌활한 목소리의 키 큰 남자가 시식용 접시를 내밀었다. 웃는 얼굴이 시원시원해 보기 좋았다.
그녀는 얼결에 접시 위 조각을 하나 집었다.
[시나몬이 약간 들어간~ 달콤한 간식인데요. 식감이 좋아요. 아이스크림이나….]
[테이블 3, 달고나 둘!]
[그래, 알았어! 음, 손님. 드시고 맛있으면 저 불러주세요!]
남자는 활짝 웃으며 뭐라 말을 더 붙이려다가, 주방에서 부르는 소리에 미소만 남기고 뛰어갔다.
주방에서 남자를 호출한 사람도 피부가 깨끗하고 단정한 생김새의 또래 남자였다.
‘다 잘생겼네….’
인종을 넘어서 느껴지는 바이브가 있었다. 그녀는 멍하니 입구 근처에 걸쳐 서서 호떡 한 조각을 씹었다.
바삭한 피 안에서 뜨겁고 달콤한 시나몬 시럽이 터졌다.
“…!”
‘맛있잖아!’
안 그래도 냄새에 끌려 온 것이었는데, 마음이 확고해졌다.
‘오늘 간식이 정해진 것 같네.’
그녀는 곧바로 메뉴판이 걸린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 기대있던 남자가 확 몸을 일으켜 알은 채 했다.
[주문하실 거죠?]
어어어?
낯선 머리 색 아래에 있는 낯익은 생김새에 그녀가 입을 떡 벌렸다.
[어어! 너! 유진!]
[허?]
상대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고개를 들자 잘난 이목구비와 송곳니가 더 잘 보였다.
그녀의 기억이 맞았다. 유진이었다!
[음… 우리 만난 적 있던가요? 중학교? 초등학교?]
물론 이 반응도 예상했어야 했다.
워낙 잘나가던 남자애였기 때문에, 범생이었던 자신과의 접점은 숙제를 보여주고 답례로 과자를 좀 받았던 게 전부였으니까.
[아… 해나 해밀턴이야. 너랑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는데.]
[아~ 해나! 반가워. 잘 지내?]
우와, 그래도 아는 척은 해준다니 고무적이군!
해나는 실소하며 대답했다.
[더할 나위 없이 잘 지내지. 너는?]
[끝내줘. 아, 주문할 거야?]
[어? 어… 음.]
그녀가 머뭇거리는 사이, 새로운 사람들이 가게로 들어왔다.
[너 이 자식 샌디에이고 돌아왔었냐??]
[오~ 잘 왔어!]
‘으윽.’
안면 없는 중학교 동창들이었다. 그녀는 불편함에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등 뒤의 누군가와 부딪혔다.
[…! 죄송해요!]
[괜찮답니다.]
또 다른 직원이었다. 프랑스 억양이 말투에 묻어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쪽도 잘생겼다.
‘…이게 무슨?’
대체 이 작은 가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 우아한 인상의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주문하시겠어요?]
[…네! 저기, 혹시 채식 메뉴도 있나요?]
[그럼요. 채식도… 있답니다. 여길, 봐주시겠어요?]
그녀는 친절하고 고상한 말투의 직원에게 캐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채식 호떡을 추천받았다.
그리고 메뉴가 나올 때쯤, 유진이 다시 돌아왔다.
[해나~ 어? 이미 주문했구나!]
그리고 식사를 하며 짧은 대화가 오갔다.
그중에는 기겁할 만한 내용도 있었다.
[케, 케이팝 가수를 한다고?]
[그래!]
상상도 못 한 발언이었다.
이런 말 그렇지만, 미식축구 하던 잘나가는 남자애가 케이팝을 언급하니 느낌이 이상했다!
케이팝 가수 중 몇몇이 유명한 건 사실이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서브컬쳐에 가까운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진은 태연했다.
[몰랐어? 지금 촬영 중이야! 여긴 다 내 팀원들이고.]
[…!!]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여기저기 카메라 렌즈가 보였다. 그리고 곳곳에 안내문도 있었다.
-한국 방송국에서 촬영 중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음식과 직원을 보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오랜만에 쿼터백이던 동창을 만났는데, 케이팝 스타가 돼서 간식을 팔고 있다… 니.’
도저히 현실 같지 않은 상황에, 그녀는 묵묵히 음식이나 씹었다.
그 와중에도 주문한 호떡은 대단히 맛있었다.
‘그냥 여기서 계속 팔아도 잘되겠는데.’
게다가 식사 막판에는 웬 음료까지 하나 받았다.
[음, ‘달고나 두유라떼’라는 음료야! 저 형 말로는, 내 친구에게 주는 서비스라는데?]
[형?]
유진의 고갯짓에 시선을 돌렸다.
주방에서 아까 본 무심한 표정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짝 웃었다.
‘…귀엽잖아!’
하마터면 실실 웃으며 같이 고개를 끄덕여 줄 뻔했으나, 그녀는 간신히 중간에 노선을 바꿨다.
[진짜? 고마워. 친절한 분이네.]
[맞아, 좋은 형님이지!]
해나는 유진과 대화하며 무의식중에 새 음료를 마셨다.
‘…!’
이것도 제법 맛있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다시 주방을 보자, 음료를 공짜로 줬다는 남자가 전체적으로 주방을 제어하는 것이 보였다.
‘가수인데 이렇게 전문적으로 요리를 한단 말이야?’
어쩌면 원래 이쪽 일이 본업이며,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밴드 멤버로도 자리를 맞추고 있는 걸지 몰랐다….
‘…번호 물어볼까?’
아니, 됐다. 알려줄 리가 있나.
그녀는 괜한 생각을 멈추고, 대신 스마트폰을 들었다.
찰칵.
그녀는 가게의 메뉴판을 찍어서 자신의 코믹스 마니아 SNS 계정에 업로드했다.
[우연히 발견한 가게. KPOP 보이밴드가 한다는데 맛은 전문가의 솜씨였어 (턱 괴는 이모티콘)]
별 의미는 없었다. 그냥 기록이었다.
‘그래도 음식도 맛있는 건 사실이지. …직원도 귀엽고.’
결국 그녀는 호떡을 3세트나 포장해 갔다.
주방 안의 남자는 그 일련의 흐름을 즐겁게 목격했다.
‘좋아, 매출 순조롭군.’
이대로라면 최고액 경신이 코앞이라며, 주방의 박문대는 내심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그날 밤, 해나는 자신이 SNS에 올린 글에 어마어마한 반응이 붙은 것을 확인했다.
테스타의 팬들이 울면서 우르르 가게의 위치를 물어본 것이다.
-제발제발 알려줘 제발 어디야??
-오 세상에 나 어제 라호야 비치였는데 ;(
-이 운 좋은 사람 같으니 (차유진이 박문대의 호떡을 바라보는 GIF)
‘세상에.’
그녀는 결국 테스타의 몇 가지 뮤직비디오와 미국 토크쇼 출연분을 통해, 자신의 동창이 상상 이상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위튜브를 허우적거리는 며칠 뒤엔 ‘사인을 받았어야 한다’며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한다.
* * *
“후우.”?
나는 배정받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성공적으로 첫날 영업이 끝난 밤이다.
-오늘의 매출… 1,627달러!
-우와아아악!!
인맥으로 온 손님에게는 원가가 크지 않은 음료를 끼워주며 판매를 부추기는 게 예상보다도 잘 먹혔다.
차유진의 친구들이 통이 크더라.
‘완판이군.’
그리고 차유진의 가족들과 요란한 저녁 식사 이후에 드디어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다만 차유진과 또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젠장.
‘오늘도 조용하긴 글렀군.’
당장 지금도 차유진은 떠들고 있다.
“형! 우리 유닛 무대 멋진 거 생각해요!”
그래도 저건 유닛 무대가 앵콜 콘서트로 결정된 이후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하긴, 슬슬 이야기해 볼 때가 되긴 했지.
“뭔데.”
차유진이 내 침대를 쳤다.
[정말 여러 번 생각해 봤는데요, 역시 서커스가 최고의 선택이에요!]
그러냐?
나는 스마트폰을 보며 대꾸했다.
“그래.”
“오?”
“하자, 서커스.”
“우와!”
차유진은 번쩍 양손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역시 다이빙이 더 충격적이지 않을까요??]
이럴 줄 알았다.
‘준비과정 잘 잡아야겠군.’
단언컨대, 차유진과의 유닛 무대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6화

샌디에이고에서 호떡 장사 개시 첫날.

오픈 시간도 전에 PD가 히죽히죽 웃으며 브리핑을 했다.

“여러분, 잊지 마세요! 내일 바로 놀러 가시는 거예요~”

“…….”

남은 빚은 1,000달러.

지난 시즌 빚과 매출의 굴레에서 마지막 필사의 제비뽑기까지 처참하게 패배한 탓에 빚쟁이 상태로 마감했었다.

고로 오늘 천오백 달러쯤 벌지 않으면 내일 노는 순간 빚 확정이라는 뜻이다.

‘이쯤에서 한번 전부 갚아야 그림이 또 재밌을 텐데.’

돈이 계속 쌓여도 긴장감이 떨어져서 문제지만, 계속 빚쟁이인 것도 별로였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편이 좋지 않은가.

다만 PD 놈도 너무 몰입한 건지 틈을 안 준다.

“우리 한국인의 양심을 보여줘야겠죠? 달고나 하나 얹었다고 가격 두 배 되고 이런 거 안 됩니다~”

“쳇.”

“어어? 쳇 누군가요, 지금?”

어쩔 수 없군.

지금 믿을 만한 건 호객 능력과… 차유진의 기존 인맥인가.

마침 차유진이 양팔을 번쩍 들고 외친다.

“아니, 괜찮아.”

저 정도까지 가면 강매다. 논란 글 올라오느니 그냥 호객이나 열심히 하자.

일자리 배분도 슬슬 새롭게 개편해서 새 재미를 뽑아낼 타이밍이긴 하나, 오늘은 숙련된 솜씨가 필요한 고로 상의 끝에 미루었다.

그래서 오늘의 라인업은 지난번과 유사하다.

외국어 능통자인 차유진과 선아현이 주문을 받고, 류청우와 큰세진이 마무리 플레이팅과 서빙.

다만, 한 사람만 변동이 있다.

“열심히 할게.”

배세진이 요리부에 투입된 것이다.

달고나가 추가되며 노동량이 늘어났다… 가 표면적인 이유이나 사실 다른 이유가 크다.

지난 시즌에 배세진이 실수 한 번에 자괴감에 빠지길래 만능 포지션을 빙자한 깍두기로 빼줬더니, 반응이 썩 괜찮더라고.

‘귀엽다고 난리였지.’

제작진이 편집으로 워낙 열심히 하는 캐릭터를 살려줘서 ‘티는 안 나지만 사실 1.5인분 함’이 됐다.

그리고 이번엔 그 이미지를 바탕 삼아 포지션을 배정해서 승진하는 맛을 내주는 것이다.

‘기왕이면 외국인과 좀 접점이 많은 그림이면 더 재밌겠는데.’

배세진 본인 위가 녹을 것 같으니 그만뒀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늘 완벽한 호떡을 만들어 판매합시다!”

“…좋아!”

“예. 화이팅 한번 하고 갈까요.”

“그래!”

대충 자막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활력이 넘쳤다’ 같은 게 다음 컷에 들어갈 것 같지만, 그래도 그림상 한번 해줬다.

다음은… 오픈 직전에 준비해야 할 토핑이다.

“문대 씨, 지금 무엇을 하시나요~”

“달고나 사전 제작입니다.”

큰세진이 핸디캠 하나를 프라이팬에 들이대기 시작했다. 아마 따로 나오는 레시피 클립 영상에 쓰겠지.

사실 이걸 레시피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말이다.

“설탕을 충분히 녹인 뒤에, 베이킹소다를 넣고 공기층을 넉넉히 만들어줄 생각입니다.”

“오~ 그러면 뭐가 좋아요?”

“식감이 부드러워집니다.”

나는 거대한 프라이팬 세 개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달고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기 중이던 배세진에게 하나씩 차례대로 넘겼다.

“저! 저 먹어요!”

“…자.”

열심히 달고나를 부수던 배세진이 어색하게 차유진에게 큰 조각을 내밀었다.

무슨 맹수 먹이 주는 꼴 같은데 실제 방영분에서는 훈훈한 한 때로 조명될 것 같군.

그리고 그때, 다 부순 달고나 조각들에 신중히 소분 작업을 하던 김래빈이 갑자기 소리를 냈다.

“어어어!”

“왜 그래?”

“다, 다쳤어…?!”

밖에서 테이블 정리하던 선아현까지 뛰어 들어왔다.

“아닙니다! 이걸 한 번만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김래빈은 흥분해서 자신이 분리한 달고나들을… 저울에 달기 시작했다.

30g.

오차 없이 딱 떨어지는 정량이다. 설마 이걸 자랑하려고 한 건가.

“그래, 잘 맞네.”

“그리고 이것도!”

김래빈이 후다닥 다른 것을 또 저울에 올렸다.

또 30g이다.

“오.”

“이것도…!”

김래빈이 계속 다른 달고나 팩을 저울에 올렸다.

30, 30, 30, 31, 30…….

“…??”

“헐.”

제작진들까지 술렁이기 시작했다. PD가 황급히 물었다.

“래빈 씨, 이거 전부 저울 안 달고 그냥 감으로 넣으신 건가요??”

김래빈이 두 손을 불끈 쥐었다.

“네!!”

맙소사.

“우아아아아!!”

“김래빈 손 뭐야!”

멤버들이 김래빈을 둘러싸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김래빈은 예체능이 아니라 랩실에 갔어도 좋은 노예… 아니, 대학원생이 되었을 듯하다.

“대박! 대박!”

어느새 스탭까지 가세해서 무슨 월드컵에서 골 넣은 분위기가 됐다.

음, 아마 이런 편집이 직후에 들어가지 않을까.

그다음에 따라오는 게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더라니’냐 ‘드림팀 출동’이냐가 문제겠다만.

‘오늘 판매 실적으로 결정되겠군.’

나는 미술팀의 요청에 따라 앞치마를 바꿨다.

슬슬 가게를 열 시간이었다.

* * *

날씨 좋은 날의 라호야 해변 근처.

근처 만화 가게에서 만화를 사 들고 돌아가던 여성은 좋은 냄새를 맡았다.

‘시나몬?’

고소하고 달콤한 향에 고개를 돌리자, 코너 옆 작은 가게가 보였다.

‘저기 원래 타코 가게였던 것 같은데.’

가본 적이 없어서 확신은 못 하겠으나, 좋은 냄새에 슬그머니 다리가 움직였다.

딸랑!

가게 안은 이 애매한 시간에도 벌써 손님이 제법 많아 보였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테이블 사이를 거침없이 누비며 서빙을 하다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먼저 다가왔다.

쾌활한 목소리의 키 큰 남자가 시식용 접시를 내밀었다. 웃는 얼굴이 시원시원해 보기 좋았다.

그녀는 얼결에 접시 위 조각을 하나 집었다.

남자는 활짝 웃으며 뭐라 말을 더 붙이려다가, 주방에서 부르는 소리에 미소만 남기고 뛰어갔다.

주방에서 남자를 호출한 사람도 피부가 깨끗하고 단정한 생김새의 또래 남자였다.

‘다 잘생겼네….’

인종을 넘어서 느껴지는 바이브가 있었다. 그녀는 멍하니 입구 근처에 걸쳐 서서 호떡 한 조각을 씹었다.

바삭한 피 안에서 뜨겁고 달콤한 시나몬 시럽이 터졌다.

“…!”

‘맛있잖아!’

안 그래도 냄새에 끌려 온 것이었는데, 마음이 확고해졌다.

‘오늘 간식이 정해진 것 같네.’

그녀는 곧바로 메뉴판이 걸린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 기대있던 남자가 확 몸을 일으켜 알은 채 했다.

어어어?

낯선 머리 색 아래에 있는 낯익은 생김새에 그녀가 입을 떡 벌렸다.

상대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고개를 들자 잘난 이목구비와 송곳니가 더 잘 보였다.

그녀의 기억이 맞았다. 유진이었다!

물론 이 반응도 예상했어야 했다.

워낙 잘나가던 남자애였기 때문에, 범생이었던 자신과의 접점은 숙제를 보여주고 답례로 과자를 좀 받았던 게 전부였으니까.

우와, 그래도 아는 척은 해준다니 고무적이군!

해나는 실소하며 대답했다.

그녀가 머뭇거리는 사이, 새로운 사람들이 가게로 들어왔다.

‘으윽.’

안면 없는 중학교 동창들이었다. 그녀는 불편함에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등 뒤의 누군가와 부딪혔다.

또 다른 직원이었다. 프랑스 억양이 말투에 묻어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쪽도 잘생겼다.

‘…이게 무슨?’

대체 이 작은 가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 우아한 인상의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녀는 친절하고 고상한 말투의 직원에게 캐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채식 호떡을 추천받았다.

그리고 메뉴가 나올 때쯤, 유진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식사를 하며 짧은 대화가 오갔다.

그중에는 기겁할 만한 내용도 있었다.

상상도 못 한 발언이었다.

이런 말 그렇지만, 미식축구 하던 잘나가는 남자애가 케이팝을 언급하니 느낌이 이상했다!

케이팝 가수 중 몇몇이 유명한 건 사실이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서브컬쳐에 가까운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진은 태연했다.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여기저기 카메라 렌즈가 보였다. 그리고 곳곳에 안내문도 있었다.

-한국 방송국에서 촬영 중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음식과 직원을 보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오랜만에 쿼터백이던 동창을 만났는데, 케이팝 스타가 돼서 간식을 팔고 있다… 니.’

도저히 현실 같지 않은 상황에, 그녀는 묵묵히 음식이나 씹었다.

그 와중에도 주문한 호떡은 대단히 맛있었다.

‘그냥 여기서 계속 팔아도 잘되겠는데.’

게다가 식사 막판에는 웬 음료까지 하나 받았다.

유진의 고갯짓에 시선을 돌렸다.

주방에서 아까 본 무심한 표정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짝 웃었다.

‘…귀엽잖아!’

하마터면 실실 웃으며 같이 고개를 끄덕여 줄 뻔했으나, 그녀는 간신히 중간에 노선을 바꿨다.

해나는 유진과 대화하며 무의식중에 새 음료를 마셨다.

‘…!’

이것도 제법 맛있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다시 주방을 보자, 음료를 공짜로 줬다는 남자가 전체적으로 주방을 제어하는 것이 보였다.

‘가수인데 이렇게 전문적으로 요리를 한단 말이야?’

어쩌면 원래 이쪽 일이 본업이며, 그리 비중이 크지 않은 밴드 멤버로도 자리를 맞추고 있는 걸지 몰랐다….

‘…번호 물어볼까?’

아니, 됐다. 알려줄 리가 있나.

그녀는 괜한 생각을 멈추고, 대신 스마트폰을 들었다.

찰칵.

그녀는 가게의 메뉴판을 찍어서 자신의 코믹스 마니아 SNS 계정에 업로드했다.

별 의미는 없었다. 그냥 기록이었다.

‘그래도 음식도 맛있는 건 사실이지. …직원도 귀엽고.’

결국 그녀는 호떡을 3세트나 포장해 갔다.

주방 안의 남자는 그 일련의 흐름을 즐겁게 목격했다.

‘좋아, 매출 순조롭군.’

이대로라면 최고액 경신이 코앞이라며, 주방의 박문대는 내심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그날 밤, 해나는 자신이 SNS에 올린 글에 어마어마한 반응이 붙은 것을 확인했다.

테스타의 팬들이 울면서 우르르 가게의 위치를 물어본 것이다.

-제발제발 알려줘 제발 어디야??

-오 세상에 나 어제 라호야 비치였는데 ;(

-이 운 좋은 사람 같으니 (차유진이 박문대의 호떡을 바라보는 GIF)

‘세상에.’

그녀는 결국 테스타의 몇 가지 뮤직비디오와 미국 토크쇼 출연분을 통해, 자신의 동창이 상상 이상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위튜브를 허우적거리는 며칠 뒤엔 ‘사인을 받았어야 한다’며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한다.

* * *

“후우.”?

나는 배정받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성공적으로 첫날 영업이 끝난 밤이다.

-오늘의 매출… 1,627달러!

-우와아아악!!

인맥으로 온 손님에게는 원가가 크지 않은 음료를 끼워주며 판매를 부추기는 게 예상보다도 잘 먹혔다.

차유진의 친구들이 통이 크더라.

‘완판이군.’

그리고 차유진의 가족들과 요란한 저녁 식사 이후에 드디어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다만 차유진과 또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젠장.

‘오늘도 조용하긴 글렀군.’

당장 지금도 차유진은 떠들고 있다.

“형! 우리 유닛 무대 멋진 거 생각해요!”

그래도 저건 유닛 무대가 앵콜 콘서트로 결정된 이후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하긴, 슬슬 이야기해 볼 때가 되긴 했지.

“뭔데.”

차유진이 내 침대를 쳤다.

그러냐?

나는 스마트폰을 보며 대꾸했다.

“그래.”

“오?”

“하자, 서커스.”

“우와!”

차유진은 번쩍 양손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이럴 줄 알았다.

‘준비과정 잘 잡아야겠군.’

단언컨대, 차유진과의 유닛 무대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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