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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95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5화
“……?”
“…??”
오늘의 피날레인 대상 수상소감에서 ‘잘 모르겠다’ 같은 발언이 나오자, 당연하지만 공연장이 싸하게 얼어붙었다.
심지어 감격과 당혹으로 얼결에 나온 투도 아니고, 그냥 부드럽고 의아하다는 어조다.
‘저 새끼 진짜 돌아서 개소리하는 건 아니겠지.’
등골이 싸하다. 물론 혹시라도 박문대를 언급하면 VTIC 청려 살인미수 녹음본이 기사로 뜨는 걸 저 새끼도 모르진 않겠다만.
아마도 무대를 보던 사람 대다수가 동공을 사정없이 굴리고 있을 그 어색한 타이밍.
청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이 자리가 너무 간절해서 잠 못 이루며 울고, 견디지 못했던 밤도 있었습니다.]
옆의 멤버들이 그대로 굳어 있는 와중에도, 청려의 느릿한 말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흘러서,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청려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때의 절박함이 제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것보다 남은 감정이 있습니다.]
관객석이 숨을 죽였다. 청려는 웃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포기하지 않게 해주셔서.]
소감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뒤늦게, 그것이 적당히 훈훈하고 감동적인 마무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로부터 정상적인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팬들이야 진작부터 열심히 호응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도 최근 일어났던 사회면 전 멤버 소동 때문에 저런 소감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마… 실제로는 다른 경험들에서 나온 소감이겠다만.
“…….”
나는 다른 놈들을 따라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무대에서는 VTIC 놈들이 눈물을 훔치며 청려의 등을 어설프게 두들기고 있었다. 평소 안 하던 짓인가 보다.
그래도 대상 앨범 타이틀곡이 울리는 가운데, VTIC은 곡이 끝날 때까지 무대에 서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 불이 꺼지고 한참 뒤에서야 서서히 무대에서 내려왔다.
“흠.”
방금 저쪽에서 인사를 한 것 같은데, 거리가 멀어서 확신은 못 하겠군.
상관없는 일이긴 하다.
어쨌든, 시상식은 그렇게 환호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대상 받을래요!”
퇴장해서 차에 타자마자 차유진이 다소 뾰로통하게 중얼거린 말이다.
아무래도 신나게 인기상 들고 내려오자마자 VTIC이 대상을 받아버리는 바람에 꽂힌 것 같았다.
“왜~ 우리 받았잖아. ToneA에서 올해의 가수상!”
“그거 진짜 아니에요! 우리 방송 주셨어요!”
의외로 날카로운 발언에도 큰세진은 동요가 없었다.
“에이, 그래도 받은 거야~”
“아니에요. 정당정당하게 받아요.”
음, 이제 김래빈이 끼어들 때가 됐는데.
“정정당당이겠지.”
그럴 줄 알았다.
“같은 말이야.”
“아니거든!”
“맞거든!”
사람 없어서 다행일 뿐이다. 나는 어느새 대상은 뒷전이 된 채 말싸움을 시작하는 두 놈을 무시하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안 말려도 알아서 조용해지겠지.
“우, 우리 댓글 보는 거야?”
“겸사겸사.”
습관처럼 모니터링을 하려는 생각이었지만, 먼저 정리해야 할 게 있긴 했다.
[새로운 메시지가 있습니다 +34]
문자와 메시지 알림이 무더기로 떠 있더라.
아마 축하 메시지일 것이다. 예상을 깨고 테스타가 인기상을 받았으니 기사가 제법 크게 났을 게 뻔하다.
‘급한 건 없지.’
어차피 별 안면도 없는 놈들이 번호 교환한 예의상 보낸 것뿐이다. 나는 심드렁하게 문자와 메시지 알림만 훑었다.
…그리고, 축하 글 사이에서 이질적인 문자 하나를 봤다.
[데려왔어요]
가타부타 다른 설명 없이 그 다섯 글자만 온 문자 내역에는, 웬 꼬질꼬질한 개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소파 한구석에 처박혀 자는 그놈은 아마도 리트리버 믹스처럼 보였다.
“…….”
뭐, 이걸로 됐다 싶다.
나는 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넘겼다.
그리고 다시 모니터링을 시작하려던 찰나, 뒤에서 귀청 떨어질 것 같은 부름이 들렸다.
“문대 형! 차유진의 대상 발언이 경솔하며 무모한 치기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우리 꿈 가져야 해요! 김래빈은 소인배예요!”
소인배 같은 단어도 아나?
어쨌든, 둘이 싸우다 도로 대상으로 화제가 돌아간 모양이다.
‘리더 어디 있냐.’
류청우를 보니, 매니저와 다음 스케줄 대화 중이라 바쁜 것 같다.
별수 없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대상 받으면 좋지.”
“맞아요!”
“그런데 내년에 받겠다고 너무 자주 말하진 않는 게 좋겠다.”
“왜요??”
나는 피식 웃었다.
“하도 이야기해서 진짜 받았을 때 감격이 덜하면 안 될 거 아니야, 안 그래?”
“…!”
충격받은 둘의 얼굴 뒤로 큰세진이 낄낄 웃었다.
“이야 문대 패기 봐.”
“멋져요.”
“새로운 관점의 조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사실 테스타가 이 기세를 유지한다면 정말 일이 년 내로 대상을 탈 가능성은 꽤 됐다.
‘VTIC 그놈들도 군대는 가겠지.’
물론 그때까지 내가 박문대로 살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그럴 거라고 가정은 해보기로 했으니까.
“마, 맞아 문대야. 우리 꼭, 열심히 해서 대상 받자…!”
“그래.”
“대상!!”
차유진은 신나서 행차 대신 대상을 넣어서 노래를 흥얼대기 시작했다. 배세진이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구석으로 들어간다. 안됐군.
‘저거 한동안은 계속 기분 좋을 텐데.’
뭐, 굳이 대상 때문만은 아니다.
“마침내 집에 간 날 대상~”
다음 리얼리티 촬영 행선지가 차유진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샌디에이고의 본인 집이었기 때문이다.
2주 후에 또 호떡 몇백 개 구울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레서 근육통이 오는 것 같군.
예상은 했지만 역시 음식 장사는 중노동이었다.
‘뭐, 팔은 다 나았으니까.’
나는 멍 자국이 거의 사라진 내 손목을 들여다보았다.
이제 검진에서도 주의 소견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때쯤이면… 솔로곡 퍼포먼스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좋네.’
서울 앵콜 콘서트가 벌써 기다려진다.
물론, 그 전에 1월에 남은 일본 투어는 다 끝내야겠지만.
* * *
테스타의 일본 콘서트 투어는 아레나 사이즈로 진행되었다.
흔히 초대형 가수의 상징으로 보는 돔 투어의 바로 직전 사이즈로, 가 일본에 방영되기 전에 야심만만하게 잡은 크기였다.
참고로 박문대는 남은 표가 덤핑으로 팔리게 생겼다며 씁쓸해했었다.
하지만 막상 가 방영되고 나자, 아주 적절한 수요 예측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테스타, 일본 첫 아레나 투어 4개 도시 8회 공연 전석 매진]
추첨 형식으로 진행된 콘서트 예매는 도시마다 제법 대단한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률을 뚫고 예매에 성공한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 만한 공연이 계속되었다.
-모두 웃는 얼굴로 오프닝을 했다 멋지고 귀여워라!
-최애의 개인 무대에 비명을 지르는 아이돌 오타쿠가 여기 (웃음)
-앵콜이 나오는 순간, 이 마법 같은 순간도 끝이구나, 그런 감각 때문에 정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아직도 울고 있다 ???(?Д`)???
-흐르는 땀에도 1mm도 흐트러지지 않아 인간이 아니지요? 역시 지상에 내려온 천사가 분명한 아이
‘아니, 그래서 사진은 어딨냐고…!’
쾅. 김래빈의 개인팬은 주먹으로 키보드를 내리쳤다.
무대마다 직캠 한두 개로 공급이 나오면 다행이고, 아예 개인 컷이 전멸 나는 경우도 잦았다.
‘구체적인 무대 묘사 후기도 왜 이렇게 없냐고!’
이래서 일본 투어가 싫다며 개인팬은 울부짖었다. 통제가 너무 심하다 보니 스케줄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무 떡밥이지 않은가.
그래도 테스타는 양반이긴 했다.
========================
사랑하는 러뷰어 저 왔어용
(곰 이모티콘)
오늘의 벌칙 의상입니다ㅋㅋㅋ 그래도 다들 귀엽죠? 알아요! (새침한 이모티콘)
(사진)
========================
투어 중에도 멤버마다 돌아가며 꾸준히 SNS로 오늘의 일정과 공연 후기를 남겼기 때문이다.
‘빅버드 이놈은 맨날 자기 잘 나온 것만 골라 올리는 것 같은데.’
김래빈의 개인팬은 괜히 한번 투덜거리면서도 큰세진이 올린 김래빈과 박문대의 사진을 소중히 저장했다.
“귀여워….”
테스타의 이번 즉석 무대 벌칙 의상은 유치원복이었다.
일본 팬들의 후기에서 한 줄씩 언급된 내용을 긁어 모아보자면, 시즌 3 주제곡인 ‘바로 나’를 동요 편곡했다고 한다.
‘X발…!’
지난주 요코하마인가 저코하마인가에서는 무슨 유명 아이돌 리듬게임 유닛 곡까지 해줬다던데, 흐릿한 사진 한 장으로 끝나서 위가 쓰렸다.
개인팬은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탕!
‘제발 국내로 돌아와…!’
다행히 얼마 전 압도적인 시상식 무대와 귀여운 축하 W라이브 덕에 국내 팬 여론은 아직 괜찮았다.
하지만 VTIC에게 올해 유입을 다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은은했다.
시상식 컴백무대 이후로 여전히 승승장구하며 1위 기록을 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 새끼 이빨 잘 털던데.’
청려의 시상식 소감이 엄청난 어그로와 함께 팬들의 코어화를 부추겼던 것을 떠올린 개인팬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은근히 긁는 소리 해대는 몇몇 VTIC 팬들과 한바탕했던 것도 함께 기억난 탓이었다.
-ㅠㅠ우리 애들 세대교체 안 되니까 후배들한테 미안한가 봐 너무 잘해준다…
-잘하는 팀이 계속 이 판을 이끄는 건 어쩔 수 없지 능력 따라가는 거니까! 그래서 우린 앞으로도 정상에서 오래 볼 것 같다 사랑해
└이상 능력 따라 라이징하는 후배들 겁 먹고 X나 패는 티카의 발언이었습니다.
당시 마지막 댓글을 사수했음에도 빡침이 가시지 않았던 김래빈의 팬은 씩씩거렸다.
‘얘들아, 빨리 국내에 뭐라도 하나 내줘라!’
그때였다.
띠링.
“어?”
스마트폰에 위튜브 알림이 떴다.
[(예고편) 막내 집에서 레모네이드 대신 호떡을 팔겠다 (비장) | 테스타의 아이돌 워킹 홀리데이 시즌 2]
“미친!!”
기다리던 대중성 넘치는 떡밥에, 팬은 블루투스 키보드를 헹가래 쳤다.
* * *
일본 아레나 투어를 완전히 끝내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비행기에서 한잠 푹 자고 일어나니, 예상대로 차유진의 동네에 도착해 있었다.
나름대로 선물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는데, 거기서 몇 가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주로 언어 문제로 말이다.
차유진의 집에서 뛰쳐나온 한 노인분이 팔을 활짝 펼치고 이렇게 외치셨기 때문이다.
“Bienvenido cari?o!!”
그리고 차유진은 이렇게 대답했다.
“Abuela, estoy aqu?!”
“……??”
영어가… 아니잖아?
‘스페인어?’
당연하지만, 팀 내에서 누구 하나 구사해 본 적 없는 언어다.
예상 못 한 언어의 장벽에 굳은 놈들 사이로 차유진이 달려 나가서 노인과 포옹했다.
아무래도 본인의 할머님인가 보다.
류청우가 황급히 차유진을 잡아챘다.
“유, 유진아? 할머니셔?”
“네! 아, 영어 써요! 내 할머니 영어 잘해요!”
그보다 네가 스페인어를 한다는 것을 언급도 하지 않은 태평함이 놀라운데.
어쨌든 영어로 어설픈 통성명과 환영 인사 및 선물 교환식을 진행하고 나자 본격적으로 리얼리티 촬영 분량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당연하지만 차유진 가족들에게 호떡 시식을 부탁하는 장면부터다.
“부모님은?”
“지금 일해요!”
그런 연유로, 아직 퇴근 안 하셨다는 다른 분들 대신 할머님 단독 컷이 들어갔다.
그리고 할머님은 한 접시를 깨끗이 비우셨다.
“입맛에 맞으시나 봐.”
“다행이다.”
호떡 하나 구우려고 주방에 몰려 있던 다 큰 남자 여섯이 수군거리고 있자니, 할머님과 떠들고 온 차유진이 말을 옮겼다.
[맛있긴 한데, 음, 약간 더 달아도 좋겠다고 하시네요! 간식이니까!]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아침 식사를 보니 여기가 대체적으로 한국보다 달게 먹는 것 같긴 했다.
“그럼 달고나도 얹자.”
“예?”
“네?”
그리고 잠시 뒤, 달고나 아이스크림 호떡이라는 미친 간식을 팔기로 결론을 내렸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5화

“……?”

“…??”

오늘의 피날레인 대상 수상소감에서 ‘잘 모르겠다’ 같은 발언이 나오자, 당연하지만 공연장이 싸하게 얼어붙었다.

심지어 감격과 당혹으로 얼결에 나온 투도 아니고, 그냥 부드럽고 의아하다는 어조다.

‘저 새끼 진짜 돌아서 개소리하는 건 아니겠지.’

등골이 싸하다. 물론 혹시라도 박문대를 언급하면 VTIC 청려 살인미수 녹음본이 기사로 뜨는 걸 저 새끼도 모르진 않겠다만.

아마도 무대를 보던 사람 대다수가 동공을 사정없이 굴리고 있을 그 어색한 타이밍.

청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옆의 멤버들이 그대로 굳어 있는 와중에도, 청려의 느릿한 말은 계속되었다.

청려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관객석이 숨을 죽였다. 청려는 웃었다.

소감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뒤늦게, 그것이 적당히 훈훈하고 감동적인 마무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로부터 정상적인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팬들이야 진작부터 열심히 호응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도 최근 일어났던 사회면 전 멤버 소동 때문에 저런 소감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마… 실제로는 다른 경험들에서 나온 소감이겠다만.

“…….”

나는 다른 놈들을 따라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무대에서는 VTIC 놈들이 눈물을 훔치며 청려의 등을 어설프게 두들기고 있었다. 평소 안 하던 짓인가 보다.

그래도 대상 앨범 타이틀곡이 울리는 가운데, VTIC은 곡이 끝날 때까지 무대에 서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 불이 꺼지고 한참 뒤에서야 서서히 무대에서 내려왔다.

“흠.”

방금 저쪽에서 인사를 한 것 같은데, 거리가 멀어서 확신은 못 하겠군.

상관없는 일이긴 하다.

어쨌든, 시상식은 그렇게 환호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대상 받을래요!”

퇴장해서 차에 타자마자 차유진이 다소 뾰로통하게 중얼거린 말이다.

아무래도 신나게 인기상 들고 내려오자마자 VTIC이 대상을 받아버리는 바람에 꽂힌 것 같았다.

“왜~ 우리 받았잖아. ToneA에서 올해의 가수상!”

“그거 진짜 아니에요! 우리 방송 주셨어요!”

의외로 날카로운 발언에도 큰세진은 동요가 없었다.

“에이, 그래도 받은 거야~”

“아니에요. 정당정당하게 받아요.”

음, 이제 김래빈이 끼어들 때가 됐는데.

“정정당당이겠지.”

그럴 줄 알았다.

“같은 말이야.”

“아니거든!”

“맞거든!”

사람 없어서 다행일 뿐이다. 나는 어느새 대상은 뒷전이 된 채 말싸움을 시작하는 두 놈을 무시하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안 말려도 알아서 조용해지겠지.

“우, 우리 댓글 보는 거야?”

“겸사겸사.”

습관처럼 모니터링을 하려는 생각이었지만, 먼저 정리해야 할 게 있긴 했다.

문자와 메시지 알림이 무더기로 떠 있더라.

아마 축하 메시지일 것이다. 예상을 깨고 테스타가 인기상을 받았으니 기사가 제법 크게 났을 게 뻔하다.

‘급한 건 없지.’

어차피 별 안면도 없는 놈들이 번호 교환한 예의상 보낸 것뿐이다. 나는 심드렁하게 문자와 메시지 알림만 훑었다.

…그리고, 축하 글 사이에서 이질적인 문자 하나를 봤다.

가타부타 다른 설명 없이 그 다섯 글자만 온 문자 내역에는, 웬 꼬질꼬질한 개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소파 한구석에 처박혀 자는 그놈은 아마도 리트리버 믹스처럼 보였다.

“…….”

뭐, 이걸로 됐다 싶다.

나는 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넘겼다.

그리고 다시 모니터링을 시작하려던 찰나, 뒤에서 귀청 떨어질 것 같은 부름이 들렸다.

“문대 형! 차유진의 대상 발언이 경솔하며 무모한 치기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우리 꿈 가져야 해요! 김래빈은 소인배예요!”

소인배 같은 단어도 아나?

어쨌든, 둘이 싸우다 도로 대상으로 화제가 돌아간 모양이다.

‘리더 어디 있냐.’

류청우를 보니, 매니저와 다음 스케줄 대화 중이라 바쁜 것 같다.

별수 없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대상 받으면 좋지.”

“맞아요!”

“그런데 내년에 받겠다고 너무 자주 말하진 않는 게 좋겠다.”

“왜요??”

나는 피식 웃었다.

“하도 이야기해서 진짜 받았을 때 감격이 덜하면 안 될 거 아니야, 안 그래?”

“…!”

충격받은 둘의 얼굴 뒤로 큰세진이 낄낄 웃었다.

“이야 문대 패기 봐.”

“멋져요.”

“새로운 관점의 조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사실 테스타가 이 기세를 유지한다면 정말 일이 년 내로 대상을 탈 가능성은 꽤 됐다.

‘VTIC 그놈들도 군대는 가겠지.’

물론 그때까지 내가 박문대로 살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그럴 거라고 가정은 해보기로 했으니까.

“마, 맞아 문대야. 우리 꼭, 열심히 해서 대상 받자…!”

“그래.”

“대상!!”

차유진은 신나서 행차 대신 대상을 넣어서 노래를 흥얼대기 시작했다. 배세진이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구석으로 들어간다. 안됐군.

‘저거 한동안은 계속 기분 좋을 텐데.’

뭐, 굳이 대상 때문만은 아니다.

“마침내 집에 간 날 대상~”

다음 리얼리티 촬영 행선지가 차유진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샌디에이고의 본인 집이었기 때문이다.

2주 후에 또 호떡 몇백 개 구울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레서 근육통이 오는 것 같군.

예상은 했지만 역시 음식 장사는 중노동이었다.

‘뭐, 팔은 다 나았으니까.’

나는 멍 자국이 거의 사라진 내 손목을 들여다보았다.

이제 검진에서도 주의 소견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때쯤이면… 솔로곡 퍼포먼스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좋네.’

서울 앵콜 콘서트가 벌써 기다려진다.

물론, 그 전에 1월에 남은 일본 투어는 다 끝내야겠지만.

* * *

테스타의 일본 콘서트 투어는 아레나 사이즈로 진행되었다.

흔히 초대형 가수의 상징으로 보는 돔 투어의 바로 직전 사이즈로, 가 일본에 방영되기 전에 야심만만하게 잡은 크기였다.

참고로 박문대는 남은 표가 덤핑으로 팔리게 생겼다며 씁쓸해했었다.

하지만 막상 가 방영되고 나자, 아주 적절한 수요 예측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추첨 형식으로 진행된 콘서트 예매는 도시마다 제법 대단한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률을 뚫고 예매에 성공한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 만한 공연이 계속되었다.

-모두 웃는 얼굴로 오프닝을 했다 멋지고 귀여워라!

-최애의 개인 무대에 비명을 지르는 아이돌 오타쿠가 여기 (웃음)

-앵콜이 나오는 순간, 이 마법 같은 순간도 끝이구나, 그런 감각 때문에 정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아직도 울고 있다 ???(?Д`)???

-흐르는 땀에도 1mm도 흐트러지지 않아 인간이 아니지요? 역시 지상에 내려온 천사가 분명한 아이

‘아니, 그래서 사진은 어딨냐고…!’

쾅. 김래빈의 개인팬은 주먹으로 키보드를 내리쳤다.

무대마다 직캠 한두 개로 공급이 나오면 다행이고, 아예 개인 컷이 전멸 나는 경우도 잦았다.

‘구체적인 무대 묘사 후기도 왜 이렇게 없냐고!’

이래서 일본 투어가 싫다며 개인팬은 울부짖었다. 통제가 너무 심하다 보니 스케줄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무 떡밥이지 않은가.

그래도 테스타는 양반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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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러뷰어 저 왔어용

(곰 이모티콘)

오늘의 벌칙 의상입니다ㅋㅋㅋ 그래도 다들 귀엽죠? 알아요! (새침한 이모티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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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중에도 멤버마다 돌아가며 꾸준히 SNS로 오늘의 일정과 공연 후기를 남겼기 때문이다.

‘빅버드 이놈은 맨날 자기 잘 나온 것만 골라 올리는 것 같은데.’

김래빈의 개인팬은 괜히 한번 투덜거리면서도 큰세진이 올린 김래빈과 박문대의 사진을 소중히 저장했다.

“귀여워….”

테스타의 이번 즉석 무대 벌칙 의상은 유치원복이었다.

일본 팬들의 후기에서 한 줄씩 언급된 내용을 긁어 모아보자면, 시즌 3 주제곡인 ‘바로 나’를 동요 편곡했다고 한다.

‘X발…!’

지난주 요코하마인가 저코하마인가에서는 무슨 유명 아이돌 리듬게임 유닛 곡까지 해줬다던데, 흐릿한 사진 한 장으로 끝나서 위가 쓰렸다.

개인팬은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탕!

‘제발 국내로 돌아와…!’

다행히 얼마 전 압도적인 시상식 무대와 귀여운 축하 W라이브 덕에 국내 팬 여론은 아직 괜찮았다.

하지만 VTIC에게 올해 유입을 다 뺏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은은했다.

시상식 컴백무대 이후로 여전히 승승장구하며 1위 기록을 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 새끼 이빨 잘 털던데.’

청려의 시상식 소감이 엄청난 어그로와 함께 팬들의 코어화를 부추겼던 것을 떠올린 개인팬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은근히 긁는 소리 해대는 몇몇 VTIC 팬들과 한바탕했던 것도 함께 기억난 탓이었다.

-ㅠㅠ우리 애들 세대교체 안 되니까 후배들한테 미안한가 봐 너무 잘해준다…

-잘하는 팀이 계속 이 판을 이끄는 건 어쩔 수 없지 능력 따라가는 거니까! 그래서 우린 앞으로도 정상에서 오래 볼 것 같다 사랑해

└이상 능력 따라 라이징하는 후배들 겁 먹고 X나 패는 티카의 발언이었습니다.

당시 마지막 댓글을 사수했음에도 빡침이 가시지 않았던 김래빈의 팬은 씩씩거렸다.

‘얘들아, 빨리 국내에 뭐라도 하나 내줘라!’

그때였다.

띠링.

“어?”

스마트폰에 위튜브 알림이 떴다.

“미친!!”

기다리던 대중성 넘치는 떡밥에, 팬은 블루투스 키보드를 헹가래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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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레나 투어를 완전히 끝내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비행기에서 한잠 푹 자고 일어나니, 예상대로 차유진의 동네에 도착해 있었다.

나름대로 선물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는데, 거기서 몇 가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주로 언어 문제로 말이다.

차유진의 집에서 뛰쳐나온 한 노인분이 팔을 활짝 펼치고 이렇게 외치셨기 때문이다.

“Bienvenido cari?o!!”

그리고 차유진은 이렇게 대답했다.

“Abuela, estoy aqu?!”

“……??”

영어가… 아니잖아?

‘스페인어?’

당연하지만, 팀 내에서 누구 하나 구사해 본 적 없는 언어다.

예상 못 한 언어의 장벽에 굳은 놈들 사이로 차유진이 달려 나가서 노인과 포옹했다.

아무래도 본인의 할머님인가 보다.

류청우가 황급히 차유진을 잡아챘다.

“유, 유진아? 할머니셔?”

“네! 아, 영어 써요! 내 할머니 영어 잘해요!”

그보다 네가 스페인어를 한다는 것을 언급도 하지 않은 태평함이 놀라운데.

어쨌든 영어로 어설픈 통성명과 환영 인사 및 선물 교환식을 진행하고 나자 본격적으로 리얼리티 촬영 분량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당연하지만 차유진 가족들에게 호떡 시식을 부탁하는 장면부터다.

“부모님은?”

“지금 일해요!”

그런 연유로, 아직 퇴근 안 하셨다는 다른 분들 대신 할머님 단독 컷이 들어갔다.

그리고 할머님은 한 접시를 깨끗이 비우셨다.

“입맛에 맞으시나 봐.”

“다행이다.”

호떡 하나 구우려고 주방에 몰려 있던 다 큰 남자 여섯이 수군거리고 있자니, 할머님과 떠들고 온 차유진이 말을 옮겼다.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아침 식사를 보니 여기가 대체적으로 한국보다 달게 먹는 것 같긴 했다.

“그럼 달고나도 얹자.”

“예?”

“네?”

그리고 잠시 뒤, 달고나 아이스크림 호떡이라는 미친 간식을 팔기로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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