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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91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1화
사실,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기획되었을 당시엔 단순한 여행 및 힐링 컨셉이었다.
본부장의 미국병까지 더해지며 미국의 문물을 리액션하는 파트까지 추가되니 구성이 굉장히 뻔했다.
‘일부 팬들만 보고 끝이겠군.’
딱 견적이 나오지.
잘나가는 아이돌이 힐링하는 것만 줄줄 나오는데 뭐 그렇게 오래 대중적 화제성이 있겠는가.
그러니 리얼리티 제작진들도 영 시들시들했다. 출연진 괴롭히는 자극적 그림을 뽑는 데에 이미 재미가 들린 사람들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낚기 쉬웠다.
-좀 프로그램에 굴곡이 있는 편이 재밌지 않을까요? 저희가 직접 여행비를 번다든가…….
-좀 그렇죠??
바로 낚이더라.
본부장은 이미 예비 후배 그룹에 정신이 팔린 상태라 변경안을 쉽게 통과시켜 줬다.
그리고 리얼리티 제작진들은, 예상대로 ‘직접 돈 벌어서 논다’는 컨셉을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촬영 첫날 대뜸 빚 청구로 뒤통수 갈길 줄은 나도 예상 못 했단 뜻이다.
“아~ 그날 너무 써서 그거 복구가 너무 어려웠네.”
“맞는 말씀입니다. 책임감 있는 소비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그때 우리 뭐 먹었지? 랍스터?”
“랍스터와 킹크랩! 정말 맛있어요!”
“그래, 맛있긴 했지…….”
차유진의 해맑은 발언에 몇몇 놈들이 아련한 표정이 되었다. 그럴 만했다.
‘제작진 놈들, 일부러 비싼 코스로 몰았지.’
-아니~ 여러분께서는 정말 어디든 가실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말이다.
마치 뉘앙스가 ‘첫날은 마음껏 노는 게 다시 놀러 가기 위해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될 거야’처럼 들렸다는 게 멤버 모두의 평이었다.
그래서 첫날, 뉴저지의 휴양 도시 케이프 메이에서 돌고래 보고 랍스터 먹고 특급 리조트에서 잤다.
그리고 청구된 금액이 이렇다.
“근데 4,000달러나 생으로 청구할 줄은 몰랐어.”
“그러니까.”
한화로 무려 450만 원쯤 되는 돈이다.
그나마 ‘숙소는 놀지 않아도 묵어야 하지 않느냐’며 따지고 사정해서 1,800달러로 줄이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빚더미에 있을 것이다.
굉장히 충격적인 시작이긴 했으나, 지나고 보니 확실히 재미는 있었을 것 같다.
진짜 그 돈이 없는 건 아니고, 예능 내에서의 배신과 충격이니 특별히 가학적일 것도 없고 말이다.
‘스탭들이 다 폭소했지…….’
배세진이 배신감 가득한 얼굴로 그 사람들을 쳐다봤던 게 기억이 난다.
어쨌든 그 후로 소처럼 일해서 사흘 만에 그 빚을 다 갚고는, 내일 테마파크용으로 800달러나 저축을 했다.
예상 이상의 쾌거다.
‘…돈 버는 게 중독적이라 너무 몰입했다.’
현금이 오가는데 그게 진짜 내 손에 들어오니 느낌이 다르더라.
중간에 한 번 더 놀긴 했는데, 최대한 싸게 놀려고 해변에서 군것질하며 뛰어다닌 게 전부라 별 임팩트는 없었을 것 같다.
‘그러니 이번에는 좀 자극이 있어야 편집하기 좋겠지.’
“좋아, 내일은 계획적으로 잘 써보자.”
“화, 화이팅!”
“테스타 오늘도 훌륭했다~”
역시 내일 테마파크가 좋은 기회일 것 같았다. 저축을 모조리 쓰고 다시 빚을 지게 만들어야겠다.
놀이공원과 사파리 입장권만 합쳐도 벌써 450달러가 날아갈 테니, 남은 350달러 정도야… 인당 5만 원 쓰는 건 순식간이다.
‘쉽지.’
이거야 차유진만 공략하면 된다.
나는 앞치마를 풀어서 개수대 옆에 걸었다.
어쨌든 간에, 프로그램만 재밌게 나와줬으면 좋겠군.
* * *
테스타의 리얼리티는 주마다 에피소드 두 편이 함께 풀리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단,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만 후속편을 바로 볼 수 있었고, 일반 이용자는 사흘을 더 기다려야 후속편 감상이 가능했다.
돈과 화제성을 모두 챙겨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미리보기 구성이었다.
그리고 그 의지는 잘 통했다.
[오늘 공개된 테스타 대환장 워홀 리얼리티ㅋㅋㅋ]
테스타가 제작진들에게 공항에서부터 사기당해, 결국 무이자 무담보 대출상환 알바를 시작한 1화의 반응이 대단히 뜨겁던 것이다.
유료 멤버십 가입자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할 정도였다.
게다가 여기엔 박문대의 노림수가 하나 더 섞여 있었다.
그 뉘앙스는 테스타가 드디어 빚의 존재를 깨닫는 장면에서부터 드러났다.
[저희가 빌려놓은 작은~ 아주 아담한 가게가 있어요! 거기서 수익을 내시면 돼요!]
[김래빈 : 으허억.]
[류청우 : 조, 종목이 정해져 있을까요? 무슨 가게인가요?]
[그런 건 없는데요, 원가가 100달러를 넘어가면 빚에 추가합니다!]
[이세진 : 헐.]
그리고 뻔뻔한 자막이 떴다.
[원하시는 거 아~무거나 파셔도 돼요ㅎㅎ]
그런데 직후, 표정 없이 담담히 제작진의 말을 경청하던 박문대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박문대 : 그럼 우리 호떡 팔자.]
[????]
[선아현 : 호떡?]
[이세진 : 문대 호떡 먹고 싶니?]
[박문대 : 아니, 뻔한 메뉴가 아니라 경쟁력 있을 것 같아서. 원가도 싸고, 맛도 좋잖아요. 호객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 그거야 다들 잘할 것 같고.]
설득력 넘치는 어투였다. 여기저기서 ‘오’, ‘괜찮네’ 같은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데뷔 전부터 하도 뒤통수를 많이 얻어맞아서 익숙해진 아이돌들이 알아서 빠르게 상황을 납득하고 생존 루트를 개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테스타가 제작진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 지겹고 답답할 수 있다는 약점이 뚝 사라졌다.
그리고 도리어 제작진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세진 : 근데 파는 곳이 있을까?]
[선아현 : 근처에 한인 마트가 있지 않을까…? 뉴저지주에 한국분들 많이 사신다고… 들었던 것 같아!]
[박문대 : 어. 그리고 내가 호떡을 잘 만들어.]
[이세진 : 오~ 자신감!]
[차유진 : I’m in! (자신감의 표현)]
[류청우 : 좋네. 아, 위에 초콜렛이나 아이스크림 얹어도 잘 어울리겠어.]
배세진까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합의는 순식간에 끝났다.
류청우가 산뜻하게 제작진에게 대답했다.
[류청우 : 오케이. 저희 호떡 팔게요.]
[PD : 그, 그래요? 뭐 다른 건 고려해 보실 생각 없으세요? 뭐, 꼭 음식 아니어도 많잖아요~]
[차유진 : 없어요!]
멤버의 해맑은 거부와 함께, 하늘을 보는 PD의 모습이 컷 신으로 들어갔다.
[테스타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예상하며]
[수많은 미니게임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하나도 쓰지 못하고 한국으로 반송했습니다….]
파란 하늘과 함께 흥겨운 컨트리뮤직이 웃기게 깔렸다.
[☆테스타 호떡 가게 개점 결정☆]
[(5분 걸림)]
그렇게 테스타는 미국 해변 구석에서 호떡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는 구성이었다.
돈, 음식, 국뽕이라는 대중성 3종을 다 잡은 선택이었다.
[저 직원 귀엽다!]
[호떡? 바삭하고 아주 맛있어.]
그리고 테스타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칭찬을 들으며 우여곡절 끝에 호떡을 파는 장면이 짧게 예고편으로 삽입되었다.
이 익숙한 예능 맛에 사람들이 못 참고 유료 멤버십을 결제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제작진 악마가 따로 없네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
-ㅠㅠ테스타 놀라는 거 너무 귀엽다 비하인드도 많이 풀어주세요!
-와 아이돌 리얼리티도 이런 거 하는구나 신기해 그리고 대유잼ㅋㅋㅋㅋ
-외국인 호떡 리액션? 이 맛은… 국뽕의 맛이로구나!
-이렇게 웃길 줄 몰랐다 빨리 다음편 좀
기대에 부푼 사람들의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다행히, 그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이어진 2편에서는 테스타가 제법 훌륭한 팀워크를 자랑하며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짬을 내서 바닷가를 보고 온 3편까지, 리얼리티는 즐겁고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다.
[너희 무슨 동아리니? 대학생? 고등학생?]
[비슷해요! 춤추고, 노래하고~]
차유진이 씩 웃으며 반쯤 진담인 말을 하는 장면은 소위 말하는 ‘힘을 숨긴 메타’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기대했던 장면을 충실히 채운 2, 3화에 사람들의 반응은 식지 않았다.
-야 얘네 진짜 일 잘해 어디 가서 굶진 않겠다ㅋㅋㅋㅋ
-홍보용으로 해변에 시식이랑 음료쿠폰 뿌린 거 개똑똑해 역시 이세진 천재잖아;
-청우 미국 기준으로도 핫하구나… 그럴 줄 알았다.
-호떡 아이스크림 진짜 미친놈이네 배달을 부름 미국인만 입이냐 러뷰어도 입이야ㅠ
-요리 : 박문대, 김래빈
주문 : 선아현, 차유진
서빙 : 이세진, 류청우
햄스터 : 배세진
최고의 조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배세진만 햄스터얔ㅋㅋㅋㅋㅋ
└우리 햄스터 열심히 일해욧ㅠㅠ
예능형 캐릭터성이 발굴되면서, 일부 멤버들의 이미지가 다소 부드러워진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매출액 천 달러를 넘기고 테마파크에 가는 감격의 순간.
계획적으로 저축액만 쓰겠다고 결심한 테스타가 박살 나는 장면이 편집을 거치며 폭소를 불렀다.
계기는 박문대의 결심대로, 박문대였다.
[박문대 : 저거 귀엽네.]
[이세진 : 헐~ 문대, 저런 거 사면 우리 예산 끝장이야!]
[박문대 : …그렇지. 미안.]
기념품점에서 이세진의 개그용 콩트 수작에, 박문대가 약간 시무룩하게 반응해 버린 것이다.
큰세진 뒤로 느낌표가 수없이 뜨는 편집이 들어가더니, 차유진이 끼어들었다.
[차유진 : 사요! 우리 사요!]
[김래빈 : 어??]
[선아현 : 맞아, 괜찮을 것 같아…!]
[차유진 : 또 일해요! 또 벌어요!]
[배세진 : 그, 그렇긴 하지만.]
마침 류청우가 자리를 비운 상태.
차유진의 적극적인 주장에 최연장자인 배세진이 당황하는 순간, 차유진도 일부러 불쌍한 척을 했다.
[차유진 : 오늘을 즐겨요! 우리 열심히 하잖아요…….]
[배세진 : …그럼, 이번만.]
[차유진 : Yeah!]
그렇게 테스타는 ‘이번만 사자’는 합리화와 함께 기념품점에서 쇼핑을 했다.
즐거운 제작진의 자막이 들어갔다.
[당연히 이번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한번 해보면 쉽다고, 테스타는 비슷한 패턴을 거치며 온갖 기념품과 간식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제작진 금융까지 손을 뻗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여러분, 세 시간만 일해도 벌 수 있는 돈이잖아요!]
[선아현 : 그렇긴 하지만…….]
[차유진 : 맞아요!]
[배세진 : (혼란)]
[이자도 없는데, 뭐 어때요! 여러분, 첫 미국 여행이잖아요!]
이 수작에 넘어간 결과.
[오늘의 정산… 이야! 마이너스 1,012달러!]
[!!!!]
이렇게 끝났다.
[열심히 일하셔야겠네요 여러분~]
인형과 방석, 모자를 한가득 끌어안은 테스타가 혼미한 얼굴로 숙소로 돌아가는 뒷모습으로, 4화가 끝났다.
-ㅋㅋㅋㅋㅋㅠㅠㅠㅠ애들 돈 다 털렸어 어떡해!!
-여러분 이래서 대출 광고가 위험한 겁니다
-제작진 무서운 놈들 투어 컨디션 관리해준다고 하루에 7시간 이상 못 일하게 하면서 빚 부추곀ㅋㅋ
└사람 밀려온다고 조금만 더 팔게 해달라고 빌어도 ‘여러분을 위해서에요^^’ 하는데 정말 그렇게 사악하게 착한 소리 처음 봄
└ㅋㅋㅋㅋㅋㅋㄹㅇ
심지어 이 테스타의 대탕진 테마파크 일대기가 끝난 주가 때마침 골드디스크 시상식이었다.
테스타가 입국하는 주였다는 뜻이다.
리얼리티 시청자들은 벌써 그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건수가 잡히면 웃을 기회였기 때문이다.
-테스타 응원법에 호떡 추가해줘
-아 얼굴만 봐도 웃을 것 같아
-빨리 보고 싶다 얘들아 진짴ㅋㅋㅋㅋㅋ
-기념품 인증이라도 하면 레전드일 듯
하지만 테스타의 국내 일정을 기다리던 것은, 비단 그들의 팬들뿐만은 아니었다.
* * *
“후우.”
테스타가 입국한 당일 저녁.
회사 관계자용 로비에 앉아 있던 이 신인 아이돌은 테스타와 만나기를 꽤 오래 기다렸다.
‘…오늘 회사 들른다고 했는데.’
테스타의 매니저로도 일했던 자신들의 매니저가 전해준 소식이니, 믿을만한 말이었다.
아이돌은 자신의 두 손을 마주 움켜쥐며, 침착하게 생각했다.
‘정신 차리자. 오늘 잘 말해야 해.’
그때, 주차장 쪽 자동문이 열렸다.
“…!”
그 뒤로 등장하는 것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는 훤칠한 키의 남자 여럿이었다.
테스타였다.
‘왔다…!’
신인 아이돌은 벌떡 일어나서 그쪽으로 달려갔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테스타와 같은 회사의 신인, 시즌 4에서 2위로 데뷔한 참가자는 그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네? 아아, 네. 안녕하세요.”
“아, 반갑습니다.”
“예! 정말 죄송하지만,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아주 잠깐만이라도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
극도로 정중하고 절박했다.
상사를 대하는 신입사원의 태도가 따로 없었다.
“어…….”
약간 당황해서 시선을 주고받는 테스타의 사이에서, 박문대는 살짝 감탄했다.
‘오.’
느낌이 왔다.
본부장 썰을 풀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1화

사실,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기획되었을 당시엔 단순한 여행 및 힐링 컨셉이었다.

본부장의 미국병까지 더해지며 미국의 문물을 리액션하는 파트까지 추가되니 구성이 굉장히 뻔했다.

‘일부 팬들만 보고 끝이겠군.’

딱 견적이 나오지.

잘나가는 아이돌이 힐링하는 것만 줄줄 나오는데 뭐 그렇게 오래 대중적 화제성이 있겠는가.

그러니 리얼리티 제작진들도 영 시들시들했다. 출연진 괴롭히는 자극적 그림을 뽑는 데에 이미 재미가 들린 사람들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낚기 쉬웠다.

-좀 프로그램에 굴곡이 있는 편이 재밌지 않을까요? 저희가 직접 여행비를 번다든가…….

-좀 그렇죠??

바로 낚이더라.

본부장은 이미 예비 후배 그룹에 정신이 팔린 상태라 변경안을 쉽게 통과시켜 줬다.

그리고 리얼리티 제작진들은, 예상대로 ‘직접 돈 벌어서 논다’는 컨셉을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촬영 첫날 대뜸 빚 청구로 뒤통수 갈길 줄은 나도 예상 못 했단 뜻이다.

“아~ 그날 너무 써서 그거 복구가 너무 어려웠네.”

“맞는 말씀입니다. 책임감 있는 소비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그때 우리 뭐 먹었지? 랍스터?”

“랍스터와 킹크랩! 정말 맛있어요!”

“그래, 맛있긴 했지…….”

차유진의 해맑은 발언에 몇몇 놈들이 아련한 표정이 되었다. 그럴 만했다.

‘제작진 놈들, 일부러 비싼 코스로 몰았지.’

-아니~ 여러분께서는 정말 어디든 가실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말이다.

마치 뉘앙스가 ‘첫날은 마음껏 노는 게 다시 놀러 가기 위해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될 거야’처럼 들렸다는 게 멤버 모두의 평이었다.

그래서 첫날, 뉴저지의 휴양 도시 케이프 메이에서 돌고래 보고 랍스터 먹고 특급 리조트에서 잤다.

그리고 청구된 금액이 이렇다.

“근데 4,000달러나 생으로 청구할 줄은 몰랐어.”

“그러니까.”

한화로 무려 450만 원쯤 되는 돈이다.

그나마 ‘숙소는 놀지 않아도 묵어야 하지 않느냐’며 따지고 사정해서 1,800달러로 줄이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빚더미에 있을 것이다.

굉장히 충격적인 시작이긴 했으나, 지나고 보니 확실히 재미는 있었을 것 같다.

진짜 그 돈이 없는 건 아니고, 예능 내에서의 배신과 충격이니 특별히 가학적일 것도 없고 말이다.

‘스탭들이 다 폭소했지…….’

배세진이 배신감 가득한 얼굴로 그 사람들을 쳐다봤던 게 기억이 난다.

어쨌든 그 후로 소처럼 일해서 사흘 만에 그 빚을 다 갚고는, 내일 테마파크용으로 800달러나 저축을 했다.

예상 이상의 쾌거다.

‘…돈 버는 게 중독적이라 너무 몰입했다.’

현금이 오가는데 그게 진짜 내 손에 들어오니 느낌이 다르더라.

중간에 한 번 더 놀긴 했는데, 최대한 싸게 놀려고 해변에서 군것질하며 뛰어다닌 게 전부라 별 임팩트는 없었을 것 같다.

‘그러니 이번에는 좀 자극이 있어야 편집하기 좋겠지.’

“좋아, 내일은 계획적으로 잘 써보자.”

“화, 화이팅!”

“테스타 오늘도 훌륭했다~”

역시 내일 테마파크가 좋은 기회일 것 같았다. 저축을 모조리 쓰고 다시 빚을 지게 만들어야겠다.

놀이공원과 사파리 입장권만 합쳐도 벌써 450달러가 날아갈 테니, 남은 350달러 정도야… 인당 5만 원 쓰는 건 순식간이다.

‘쉽지.’

이거야 차유진만 공략하면 된다.

나는 앞치마를 풀어서 개수대 옆에 걸었다.

어쨌든 간에, 프로그램만 재밌게 나와줬으면 좋겠군.

* * *

테스타의 리얼리티는 주마다 에피소드 두 편이 함께 풀리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단,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사람만 후속편을 바로 볼 수 있었고, 일반 이용자는 사흘을 더 기다려야 후속편 감상이 가능했다.

돈과 화제성을 모두 챙겨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미리보기 구성이었다.

그리고 그 의지는 잘 통했다.

테스타가 제작진들에게 공항에서부터 사기당해, 결국 무이자 무담보 대출상환 알바를 시작한 1화의 반응이 대단히 뜨겁던 것이다.

유료 멤버십 가입자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할 정도였다.

게다가 여기엔 박문대의 노림수가 하나 더 섞여 있었다.

그 뉘앙스는 테스타가 드디어 빚의 존재를 깨닫는 장면에서부터 드러났다.

그리고 뻔뻔한 자막이 떴다.

그런데 직후, 표정 없이 담담히 제작진의 말을 경청하던 박문대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설득력 넘치는 어투였다. 여기저기서 ‘오’, ‘괜찮네’ 같은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데뷔 전부터 하도 뒤통수를 많이 얻어맞아서 익숙해진 아이돌들이 알아서 빠르게 상황을 납득하고 생존 루트를 개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테스타가 제작진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 지겹고 답답할 수 있다는 약점이 뚝 사라졌다.

그리고 도리어 제작진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배세진까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합의는 순식간에 끝났다.

류청우가 산뜻하게 제작진에게 대답했다.

멤버의 해맑은 거부와 함께, 하늘을 보는 PD의 모습이 컷 신으로 들어갔다.

파란 하늘과 함께 흥겨운 컨트리뮤직이 웃기게 깔렸다.

그렇게 테스타는 미국 해변 구석에서 호떡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는 구성이었다.

돈, 음식, 국뽕이라는 대중성 3종을 다 잡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테스타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칭찬을 들으며 우여곡절 끝에 호떡을 파는 장면이 짧게 예고편으로 삽입되었다.

이 익숙한 예능 맛에 사람들이 못 참고 유료 멤버십을 결제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제작진 악마가 따로 없네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

-ㅠㅠ테스타 놀라는 거 너무 귀엽다 비하인드도 많이 풀어주세요!

-와 아이돌 리얼리티도 이런 거 하는구나 신기해 그리고 대유잼ㅋㅋㅋㅋ

-외국인 호떡 리액션? 이 맛은… 국뽕의 맛이로구나!

-이렇게 웃길 줄 몰랐다 빨리 다음편 좀

기대에 부푼 사람들의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다행히, 그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이어진 2편에서는 테스타가 제법 훌륭한 팀워크를 자랑하며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짬을 내서 바닷가를 보고 온 3편까지, 리얼리티는 즐겁고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다.

차유진이 씩 웃으며 반쯤 진담인 말을 하는 장면은 소위 말하는 ‘힘을 숨긴 메타’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기대했던 장면을 충실히 채운 2, 3화에 사람들의 반응은 식지 않았다.

-야 얘네 진짜 일 잘해 어디 가서 굶진 않겠다ㅋㅋㅋㅋ

-홍보용으로 해변에 시식이랑 음료쿠폰 뿌린 거 개똑똑해 역시 이세진 천재잖아;

-청우 미국 기준으로도 핫하구나… 그럴 줄 알았다.

-호떡 아이스크림 진짜 미친놈이네 배달을 부름 미국인만 입이냐 러뷰어도 입이야ㅠ

-요리 : 박문대, 김래빈

주문 : 선아현, 차유진

서빙 : 이세진, 류청우

햄스터 : 배세진

최고의 조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배세진만 햄스터얔ㅋㅋㅋㅋㅋ

└우리 햄스터 열심히 일해욧ㅠㅠ

예능형 캐릭터성이 발굴되면서, 일부 멤버들의 이미지가 다소 부드러워진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매출액 천 달러를 넘기고 테마파크에 가는 감격의 순간.

계획적으로 저축액만 쓰겠다고 결심한 테스타가 박살 나는 장면이 편집을 거치며 폭소를 불렀다.

계기는 박문대의 결심대로, 박문대였다.

기념품점에서 이세진의 개그용 콩트 수작에, 박문대가 약간 시무룩하게 반응해 버린 것이다.

큰세진 뒤로 느낌표가 수없이 뜨는 편집이 들어가더니, 차유진이 끼어들었다.

마침 류청우가 자리를 비운 상태.

차유진의 적극적인 주장에 최연장자인 배세진이 당황하는 순간, 차유진도 일부러 불쌍한 척을 했다.

그렇게 테스타는 ‘이번만 사자’는 합리화와 함께 기념품점에서 쇼핑을 했다.

즐거운 제작진의 자막이 들어갔다.

그렇다.

한번 해보면 쉽다고, 테스타는 비슷한 패턴을 거치며 온갖 기념품과 간식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제작진 금융까지 손을 뻗기 시작했다.

이 수작에 넘어간 결과.

이렇게 끝났다.

인형과 방석, 모자를 한가득 끌어안은 테스타가 혼미한 얼굴로 숙소로 돌아가는 뒷모습으로, 4화가 끝났다.

-ㅋㅋㅋㅋㅋㅠㅠㅠㅠ애들 돈 다 털렸어 어떡해!!

-여러분 이래서 대출 광고가 위험한 겁니다

-제작진 무서운 놈들 투어 컨디션 관리해준다고 하루에 7시간 이상 못 일하게 하면서 빚 부추곀ㅋㅋ

└사람 밀려온다고 조금만 더 팔게 해달라고 빌어도 ‘여러분을 위해서에요^^’ 하는데 정말 그렇게 사악하게 착한 소리 처음 봄

└ㅋㅋㅋㅋㅋㅋㄹㅇ

심지어 이 테스타의 대탕진 테마파크 일대기가 끝난 주가 때마침 골드디스크 시상식이었다.

테스타가 입국하는 주였다는 뜻이다.

리얼리티 시청자들은 벌써 그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건수가 잡히면 웃을 기회였기 때문이다.

-테스타 응원법에 호떡 추가해줘

-아 얼굴만 봐도 웃을 것 같아

-빨리 보고 싶다 얘들아 진짴ㅋㅋㅋㅋㅋ

-기념품 인증이라도 하면 레전드일 듯

하지만 테스타의 국내 일정을 기다리던 것은, 비단 그들의 팬들뿐만은 아니었다.

* * *

“후우.”

테스타가 입국한 당일 저녁.

회사 관계자용 로비에 앉아 있던 이 신인 아이돌은 테스타와 만나기를 꽤 오래 기다렸다.

‘…오늘 회사 들른다고 했는데.’

테스타의 매니저로도 일했던 자신들의 매니저가 전해준 소식이니, 믿을만한 말이었다.

아이돌은 자신의 두 손을 마주 움켜쥐며, 침착하게 생각했다.

‘정신 차리자. 오늘 잘 말해야 해.’

그때, 주차장 쪽 자동문이 열렸다.

“…!”

그 뒤로 등장하는 것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는 훤칠한 키의 남자 여럿이었다.

테스타였다.

‘왔다…!’

신인 아이돌은 벌떡 일어나서 그쪽으로 달려갔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테스타와 같은 회사의 신인, 시즌 4에서 2위로 데뷔한 참가자는 그들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네? 아아, 네. 안녕하세요.”

“아, 반갑습니다.”

“예! 정말 죄송하지만,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아주 잠깐만이라도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

극도로 정중하고 절박했다.

상사를 대하는 신입사원의 태도가 따로 없었다.

“어…….”

약간 당황해서 시선을 주고받는 테스타의 사이에서, 박문대는 살짝 감탄했다.

‘오.’

느낌이 왔다.

본부장 썰을 풀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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