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화
솔직히 말하자면, 1화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켤 때까지만 해도 제법 긴장한 상태였다.
‘너무 과하게 웃음거리가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의외로 시청자들은 조롱보다는 호의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의 후렴이 나올 즈음에는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다.
호감의 뉘앙스로.
-개존잼
-귀엽자나ㅠㅠ 엄청 집중했네
-솔직히 말해요 이거 하려고 오디션 나왔짘ㅋㅋㅋ
-그래 나왔으면 열심히 해야지 보기 좋네
-아니 인터뷰랑 다른 사람인데욬ㅋㅋㅋ
-너무 귀여워
‘이게 귀엽다고?’
내가 전략적으로 선곡을 준비한 것 맞았다.
하지만 ‘열심히는 했으니 넘어가 준다’ 수준일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이득이었다.
못하는 놈을 경멸하는 게 오디션 프로 시청자의 국룰 아니었나?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곧 상황을 이해했다.
‘직전에 노래를 잘한 덕분이군.’
일단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기대를 만족시킨 상황이니, 춤은 민망한 수준만 아니어도 너그럽게 봐줄 수 있던 것이다.
그런데 웃음까지 챙겨서 캐릭터성이 더 부각된 모양이다.
그 캐릭터라는 게 좀… 당혹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일부러 보편적인 대답만 골라 했는데도 이렇게 나왔다는 말이지.’
기본적으로는 꼬투리를 잡힐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거기 더해서 메인 보컬 포지션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일에 무난하게 반응해 왔다.
인터뷰에서도 개인 사견은 일체 언급 안 하고 사회적 합의에 안 어긋날 객관적인 말만 했다.
‘근데… 그걸 오히려 영혼 없단 식의 뉘앙스로 뽑을 줄이야.’
어쨌든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됐다. KTX를 타려고 했지만, 고속버스를 타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첫 단계는 잘 넘겼다.’
초반 인지도는 확보한 게 분명했다. 이건 예감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방송을 보는 중에 상태창 팝업이 떴기 때문이다.
[명성의 시작(2)!]
10,000명의 사람들이 당신의 존재를 기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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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의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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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한 번으로 단위가 5만으로 뛰었다.
‘현실감이 사라지는데.’
일단 팝업에 뜬 보상은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대신 검색창을 켜서 키워드를 넣었다.
[재상장! 아이돌 주식회사 시청률]
바로 결과가 나왔다.
[평균 시청률 : 3.7%, 순간 최고 시청률 : 6.8%]
맙소사.
‘…망한 케이블 예능 시리즈 1화 맞냐?’
제대로 어그로 끄는 것에 성공하긴 했나 보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자면, 미친 듯이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십만 명이나 박문대를 기억했다는 건, 호불호를 떠나 상당히 인상을 남겼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젠 ‘호불호’ 항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
나는 첫 화의 전체적인 여론 흐름 점검이 끝난 후, 곧바로 내 평가 영상클립을 확인했다.
[순수 100% 일반인 참가자의 반전! 박문대]
손발이 없어질 것 같다.
‘…빨리 머리에서 지우자.’
베스트 댓글부터 확인했다.
-네? 여기서 팝콘이요?ㅋㅋ (?7326 /?181)
-졸면서 보다가 잠 다 깼다 문대야 누나가 꼭 너 떡상할 때까지 매입한다 (?4522 /??294)
-응 이번 메보는 박문대야 (?2061 /??372)
“흠.”
우선… 낯간지러울 만큼 좋아해 주는 댓글이 상단에 올라온 건 좋은 징조였다. 좀 생소했지만…… 고마웠다.
그러나 ‘싫어요’의 비율이 제법 높은 것이 위험요인이었다.
호의적으로 편집을 받은 다른 참가자… 가령 차유진과 비교하면 대충 1.5배는 될 것 같다.
방송으로 나온 ‘박문대’에게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제법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비사회적으로 나온 게 문제겠지.
그럼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어필은 뭘까.
이미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는 어쩔 수 없지만, 이걸 기믹으로 삼아서 웃음을 주는 아이돌도 많았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흠, 뜬 아이돌 그룹마다 한 명 이상씩은 되는군.
그러니 다음 촬영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하나다.
‘친근해 보여야 한다.’
나는 곧바로 다음 검색어를 떠올렸다.
[아이돌 주식회사 PR 영상]
다음 촬영은 PR 영상 제작이었다.
남은 날짜는 3일, 그전까지 최대한 유의미한 예시를 찾아내 보자.
* * *
의 PR 영상 촬영은 라이브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PR 영상을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예능처럼 녹화되었다. 순위 발표식에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들어가는 자투리 컨텐츠였다.
“여러분! 다들 준비되셨습니까?”
“네!”
진행을 맡은 MC의 뻔한 소리에 참가자들이 열렬하게 대답한다.
‘…이 광경을 촬영마다 보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어쨌든,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더 절실해졌다는 점이었다.
“다들 잘 지내신 것 같아서 저도 좋습니다! 자, 오늘은 뭘 준비하는지 아십니까?”
“PR 영상!”
“자기소개요!”
“맞습니다!”
누구든 첫 화 반응을 보고 왔을 테니까.
다들 깨달았을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무슨 짓을 해도 송출이 안 되면 없던 일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그러니 뭘 하든 라이브로 송출되는 PR 영상이 간절할 수밖에 없지.’
사실 결코 공정한 경쟁은 아니었다.
이미 1화로 인지도가 판가름 난 상태에서 진행하는 생방송 경쟁은 반쯤 결과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시즌마다 PR 영상으로 뒤집는 사람이 꼭 나왔기에, 다들 군말 없이 필사적으로 영상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아마추어 77명의 생방이라 당연히 온갖 논란이 덤으로 따라왔지만… 어째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참가자들이야 자기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할 테고, 제작진들은 버즈량이 늘어난다고 좋아할 테니까.
“여러분은 오늘 저녁 8시, Tnet의 글로벌 위튜브 채널에서 오로지 본인만을 위한 라이브를 진행하게 됩니다!”
“진짜 긴장된다.”
배치상 또 근처에 선 큰세진이 작게 숙덕였다.
하나도 긴장 안 한 표정이었다. 기만자가 따로 없군.
“앗, 잠깐만요. 제가 잘못 말한 것 같습니다!”
“?!?”
“여러분만을 위한 라이브가 아니겠군요!”
MC가 반응을 즐기는 것처럼 팔로 호응을 부추겼다. 당황한 참가자들이 괴성을 질렀다.
“연예인의 로망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로망……?”
“바로 광고입니다, 여러분!”
“…!”
MC가 팔을 활짝 펼쳤다.
“여러분은 각자 광고할 콜라보 아이템을 하나 골라서, 본인과 아이템을 함께 홍보해야 합니다!”
“예?!”
이 새끼들이 날로 먹으려고 작정을 했네.
저 콜라보 아이템이라는 게 말만 그럴싸하지, Tnet을 계열사로 둔 T1의 제품이라는데 왼손도 걸 수 있었다.
한두 가지라도 얻어걸려서 바이럴 효과 보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거겠지.
의 미친 상술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자본주의적이었다.
‘누가 윗선에서 황급히 찔러넣은 거 아닌가.’
망한 줄 알고 방치하던 시리즈가 갑자기 반응이 오니까 숟가락 얹은 거지.
어쨌든, MC의 말은 그럴싸했다.
“이 아이템이 홍보해야 할 짐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여러분의 매력을 어필할 소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참가자들은 얼추 납득한 모양새였다. 하기야 납득 못 한다고 어쩔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 현명한 자세였다.
“그럼 여러분이 가질 이 소품은 어떻게 얻어내는 걸까요?”
“달리기?”
“가위바위보?”
“노래방?”
지난 시즌과 유사 프로그램들의 예시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MC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대더니 정답을 외쳤다.
“바로… 보물찾기입니다!”
“헐?”
“숙소 곳곳에 제작진들이 ‘아이템’이 든 보물 공들을 숨겨두었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15분간! 보물 공을 찾아오시면 됩니다!”
큰세진이 약간 감탄한 표정으로 숙덕거렸다.
“이거 좀 재밌을 것 같은데?”
“……그래.”
보는 시청자는 재밌을 것 같은 구성은 맞다. 하는 참가자들은 개싸움 나기 딱 좋긴 하지만.
77명이 한 건물을 뒤지는데 분명 감정 상하는 일이 나올 것이다.
물론 순위 발표식 겉절이 컨텐츠는 긴장감을 푸는 용도였다. 과하게 심각해질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은근한 뉘앙스를 흘리는 건 얼마든지 했었다.
‘인터넷에 온갖 추측과 루머가 올라올 광경이 벌써 눈에 선하군.’
“아! 오디션 프로답게, 보물 공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그 점을 유의해서 공을 주의 깊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뭐 금은동으로 색이나 칠해놨겠지.
“자, 준비하시고…….”
다들 달려나갈 자세를 잡았다.
“시작!”
“우아악!!”
비명과 함께 77명이 숙소 안으로 질주했다. 나는 슬그머니 빠져서, 발걸음을 돌렸다.
‘뒷문으로 들어가자.’
아무리 생각해도 정문으로 같이 들어갔다가는 하나도 못 건질 확률이 농후했다.
뒤로 돌아가서 쪽문으로 들어가면 다른 참가자들하고 경쟁을 덜 하겠지.
그러자 내 뒤를 큰세진과 골드 1이 졸졸 쫓아왔다.
히죽거리는 게 꼭 간신배 같았다.
“고맙다 문대야. 버스 안락하네.”
“형님 똑똑하십니다.”
“…….”
두 명 정도야 붙어도 상관없지만… 어쩐지 열 받네.
좀 떨어져서 서 있던 골드 2와 선아현은 인파에 휩쓸려 정문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안됐군.
* * *
“오, 문대~ 바로 찾네.”
뒷문으로 입장하자마자 곧바로 문턱에서 볼 하나를 찾았다.
은빛이었다.
‘예상대로군.’
큰세진도 불투명한 은색 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등급, 브실골으로 나눈 것 같죠?”
“야, 바르고 고운 우리 말을 쓰자! 금은동! 얼마나 좋니!”
“크~ 애국자셔.”
더 떠들면 버리고 가자.
“…수색을 빨리하는 게 어떨까요. 곧 다른 애들도 올 테니까.”
“예~”
“현실적인 문대가 있어서 형은 안심이다.”
나는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둘은 의외로 더 잡소리 없이 따라붙었다.
일단 창고.
“이런 건 역으로 생각하면 편하지. 제작진분들이 숨길 만한 곳이… 음, 여기?”
큰세진이 씩 웃더니 카메라 앞 분필통에서 황동빛 볼 하나를 꺼냈다.
“…!”
“야~ 브론즈 실화냐.”
“아잇, 젠장. 똥손 어디 안 가네.”
의외로… 쓸 만하군.
이놈들 손이 빨랐다. 덕분에 군말 없이 딱 구역을 나눠서 순식간에 창고를 다 뒤졌다.
“아, 은색 하나 더 발견! 이제 이동할까요?”
“찬성.”
“찬성.”
상황 판단도 빠르다. 더 미적거리지 않고 빠르게 다음 구역으로 이동했다.
“어디로?”
“식당부터 가자. 카메라가 있어.”
“문대 눈 좋네.”
“역시, 뒷문을 찾은 남자야.”
“…….”
이런 소리만 안 하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식당에서도 시간 낭비는 없었다.
셋 다 암묵적으로 카메라가 설치된 구역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수저통을 열었을 때였다.
“찾았다.”
“헐!”
“금이네.”
금색 볼을 하나 얻었다.
“왜 골드 등급은 우린데 문대가 먼저 찾냐.”
“어쩔 수 없죠. 형님. 문대가 금손이라 그런 가 봅니다.”
“그렇네. 역시 타고난 건 이길 수가 없어~”
“다른 애들 옵니다.”
“앗.”
입 다물게 하는 방법을 드디어 알았다. 일감을 주면 되는군.
어쨌든 우르르 달려오는 발소리를 들은 뒤, 빠르게 식당을 벗어났다.
“위로?”
“넵.”
그대로 위층에서도 같은 수색을 반복했다. 효율적이었다.
“야~ 셋이 오길 잘했네!”
“그러게요! 솔직히 문대도 이건 동의죠, 맞지?”
“그래.”
“오~”
솔직히 말하겠다.
이 두 놈 덕분에 이득을 봤다. 세 명이 같이 수색하니 능률이 높았다.
전반적으로 관찰력과 기동력이 좋아서 빨리빨리 수색하고 이동하니 편하긴 했다. 판단력도 괜찮았고.
이상한 고집을 부리는 놈들이 아니라 분배도 깔끔하게 끝났다.
“그럼 우리… 금색 4개, 은색 2개, 동색 4개 찾은 거죠?”
큰세진이 손바닥 크기의 플라스틱 볼을 척척 나눴다.
골드 1이 신중하게 말했다.
“그러네. 음…… 각자 색별로 하나씩 가지고, 문대가 우리를 데리고 가줬으니까 은색 대신 금색 주자. 어때?”
“저야 좋습니다~”
깔끔하게 끝난 건 좋은데, 혹시라도 악편의 여지는 남기지 말아야겠다.
편집의 위력을 한번 실감해 보니 영 찝찝하단 말이지.
“아, 그럼 전 황동색 안 받겠습니다. 두 개씩 가져가세요.”
“오~ 감사!”
“오케이!”
각자 볼을 챙기고 있자니, 숙소에 안내방송이 나왔다.
-200초 남았습니다~
참고로, 지금 우리는 몰려오는 참가자들을 피해 도로 뒷문 옆 창고에 숨은 상태였다.
여기서 털리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을 테니 말이다.
“형 저기 애들 몰려와요!!”
“야! 튀자!”
우리는 얼른 뒷문을 빠져나와 집합지로 향했다.
“아~ 파밍 나이스~”
“역시 우리 팀워크야. 가차 없지.”
저놈들, 긴장이 풀렸는지 또 입이 자유분방해졌군.
집합지에는 이미 공을 한두 개 찾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것을 열어보고 있었다.
억지로 뺏으려는 행동은 아직까진 없었다.
‘대놓고 카메라가 사방에 깔려 있는 게 눈에 들어오겠지.’
상대가 가지고 있는 볼을 대놓고 뺏는 건 심리적으로 꺼려지는 것 같았다.
“와, 우리도 열어볼까요?”
“좋지~”
“그래.”
자리로 복귀에서 볼을 열기 시작했다.
큰세진과 골드 1이 손에 쥔 볼이 많다 보니, 부러워하는 눈이 제법 붙었다.
그래도 고등급 두 개가 나을 것이다. 애매한 것 여러 개를 얻어봤자 고르기만 난감해진다.
나는 골드 볼을 두 개를 돌려 열었다.
그리고 굳었다.
“…….”
잠깐만.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화
솔직히 말하자면, 1화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켤 때까지만 해도 제법 긴장한 상태였다.
‘너무 과하게 웃음거리가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의외로 시청자들은 조롱보다는 호의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의 후렴이 나올 즈음에는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다.
호감의 뉘앙스로.
-개존잼
-귀엽자나ㅠㅠ 엄청 집중했네
-솔직히 말해요 이거 하려고 오디션 나왔짘ㅋㅋㅋ
-그래 나왔으면 열심히 해야지 보기 좋네
-아니 인터뷰랑 다른 사람인데욬ㅋㅋㅋ
-너무 귀여워
‘이게 귀엽다고?’
내가 전략적으로 선곡을 준비한 것 맞았다.
하지만 ‘열심히는 했으니 넘어가 준다’ 수준일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이득이었다.
못하는 놈을 경멸하는 게 오디션 프로 시청자의 국룰 아니었나?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곧 상황을 이해했다.
‘직전에 노래를 잘한 덕분이군.’
일단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기대를 만족시킨 상황이니, 춤은 민망한 수준만 아니어도 너그럽게 봐줄 수 있던 것이다.
그런데 웃음까지 챙겨서 캐릭터성이 더 부각된 모양이다.
그 캐릭터라는 게 좀… 당혹스럽긴 했지만 말이다.
‘일부러 보편적인 대답만 골라 했는데도 이렇게 나왔다는 말이지.’
기본적으로는 꼬투리를 잡힐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거기 더해서 메인 보컬 포지션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일에 무난하게 반응해 왔다.
인터뷰에서도 개인 사견은 일체 언급 안 하고 사회적 합의에 안 어긋날 객관적인 말만 했다.
‘근데… 그걸 오히려 영혼 없단 식의 뉘앙스로 뽑을 줄이야.’
어쨌든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됐다. KTX를 타려고 했지만, 고속버스를 타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첫 단계는 잘 넘겼다.’
초반 인지도는 확보한 게 분명했다. 이건 예감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방송을 보는 중에 상태창 팝업이 떴기 때문이다.
10,000명의 사람들이 당신의 존재를 기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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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0명의 사람들이 당신의 존재를 기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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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한 번으로 단위가 5만으로 뛰었다.
‘현실감이 사라지는데.’
일단 팝업에 뜬 보상은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대신 검색창을 켜서 키워드를 넣었다.
바로 결과가 나왔다.
맙소사.
‘…망한 케이블 예능 시리즈 1화 맞냐?’
제대로 어그로 끄는 것에 성공하긴 했나 보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자면, 미친 듯이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십만 명이나 박문대를 기억했다는 건, 호불호를 떠나 상당히 인상을 남겼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젠 ‘호불호’ 항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
나는 첫 화의 전체적인 여론 흐름 점검이 끝난 후, 곧바로 내 평가 영상클립을 확인했다.
손발이 없어질 것 같다.
‘…빨리 머리에서 지우자.’
베스트 댓글부터 확인했다.
-네? 여기서 팝콘이요?ㅋㅋ (?7326 /?181)
-졸면서 보다가 잠 다 깼다 문대야 누나가 꼭 너 떡상할 때까지 매입한다 (?4522 /??294)
-응 이번 메보는 박문대야 (?2061 /??372)
“흠.”
우선… 낯간지러울 만큼 좋아해 주는 댓글이 상단에 올라온 건 좋은 징조였다. 좀 생소했지만…… 고마웠다.
그러나 ‘싫어요’의 비율이 제법 높은 것이 위험요인이었다.
호의적으로 편집을 받은 다른 참가자… 가령 차유진과 비교하면 대충 1.5배는 될 것 같다.
방송으로 나온 ‘박문대’에게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제법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도 비사회적으로 나온 게 문제겠지.
그럼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어필은 뭘까.
이미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는 어쩔 수 없지만, 이걸 기믹으로 삼아서 웃음을 주는 아이돌도 많았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흠, 뜬 아이돌 그룹마다 한 명 이상씩은 되는군.
그러니 다음 촬영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하나다.
‘친근해 보여야 한다.’
나는 곧바로 다음 검색어를 떠올렸다.
다음 촬영은 PR 영상 제작이었다.
남은 날짜는 3일, 그전까지 최대한 유의미한 예시를 찾아내 보자.
* * *
의 PR 영상 촬영은 라이브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PR 영상을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예능처럼 녹화되었다. 순위 발표식에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들어가는 자투리 컨텐츠였다.
“여러분! 다들 준비되셨습니까?”
“네!”
진행을 맡은 MC의 뻔한 소리에 참가자들이 열렬하게 대답한다.
‘…이 광경을 촬영마다 보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어쨌든, 중요한 것은 참가자들이 더 절실해졌다는 점이었다.
“다들 잘 지내신 것 같아서 저도 좋습니다! 자, 오늘은 뭘 준비하는지 아십니까?”
“PR 영상!”
“자기소개요!”
“맞습니다!”
누구든 첫 화 반응을 보고 왔을 테니까.
다들 깨달았을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무슨 짓을 해도 송출이 안 되면 없던 일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그러니 뭘 하든 라이브로 송출되는 PR 영상이 간절할 수밖에 없지.’
사실 결코 공정한 경쟁은 아니었다.
이미 1화로 인지도가 판가름 난 상태에서 진행하는 생방송 경쟁은 반쯤 결과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시즌마다 PR 영상으로 뒤집는 사람이 꼭 나왔기에, 다들 군말 없이 필사적으로 영상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아마추어 77명의 생방이라 당연히 온갖 논란이 덤으로 따라왔지만… 어째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참가자들이야 자기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할 테고, 제작진들은 버즈량이 늘어난다고 좋아할 테니까.
“여러분은 오늘 저녁 8시, Tnet의 글로벌 위튜브 채널에서 오로지 본인만을 위한 라이브를 진행하게 됩니다!”
“진짜 긴장된다.”
배치상 또 근처에 선 큰세진이 작게 숙덕였다.
하나도 긴장 안 한 표정이었다. 기만자가 따로 없군.
“앗, 잠깐만요. 제가 잘못 말한 것 같습니다!”
“?!?”
“여러분만을 위한 라이브가 아니겠군요!”
MC가 반응을 즐기는 것처럼 팔로 호응을 부추겼다. 당황한 참가자들이 괴성을 질렀다.
“연예인의 로망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로망……?”
“바로 광고입니다, 여러분!”
“…!”
MC가 팔을 활짝 펼쳤다.
“여러분은 각자 광고할 콜라보 아이템을 하나 골라서, 본인과 아이템을 함께 홍보해야 합니다!”
“예?!”
이 새끼들이 날로 먹으려고 작정을 했네.
저 콜라보 아이템이라는 게 말만 그럴싸하지, Tnet을 계열사로 둔 T1의 제품이라는데 왼손도 걸 수 있었다.
한두 가지라도 얻어걸려서 바이럴 효과 보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거겠지.
의 미친 상술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자본주의적이었다.
‘누가 윗선에서 황급히 찔러넣은 거 아닌가.’
망한 줄 알고 방치하던 시리즈가 갑자기 반응이 오니까 숟가락 얹은 거지.
어쨌든, MC의 말은 그럴싸했다.
“이 아이템이 홍보해야 할 짐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여러분의 매력을 어필할 소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참가자들은 얼추 납득한 모양새였다. 하기야 납득 못 한다고 어쩔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 현명한 자세였다.
“그럼 여러분이 가질 이 소품은 어떻게 얻어내는 걸까요?”
“달리기?”
“가위바위보?”
“노래방?”
지난 시즌과 유사 프로그램들의 예시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MC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대더니 정답을 외쳤다.
“바로… 보물찾기입니다!”
“헐?”
“숙소 곳곳에 제작진들이 ‘아이템’이 든 보물 공들을 숨겨두었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15분간! 보물 공을 찾아오시면 됩니다!”
큰세진이 약간 감탄한 표정으로 숙덕거렸다.
“이거 좀 재밌을 것 같은데?”
“……그래.”
보는 시청자는 재밌을 것 같은 구성은 맞다. 하는 참가자들은 개싸움 나기 딱 좋긴 하지만.
77명이 한 건물을 뒤지는데 분명 감정 상하는 일이 나올 것이다.
물론 순위 발표식 겉절이 컨텐츠는 긴장감을 푸는 용도였다. 과하게 심각해질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은근한 뉘앙스를 흘리는 건 얼마든지 했었다.
‘인터넷에 온갖 추측과 루머가 올라올 광경이 벌써 눈에 선하군.’
“아! 오디션 프로답게, 보물 공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그 점을 유의해서 공을 주의 깊게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뭐 금은동으로 색이나 칠해놨겠지.
“자, 준비하시고…….”
다들 달려나갈 자세를 잡았다.
“시작!”
“우아악!!”
비명과 함께 77명이 숙소 안으로 질주했다. 나는 슬그머니 빠져서, 발걸음을 돌렸다.
‘뒷문으로 들어가자.’
아무리 생각해도 정문으로 같이 들어갔다가는 하나도 못 건질 확률이 농후했다.
뒤로 돌아가서 쪽문으로 들어가면 다른 참가자들하고 경쟁을 덜 하겠지.
그러자 내 뒤를 큰세진과 골드 1이 졸졸 쫓아왔다.
히죽거리는 게 꼭 간신배 같았다.
“고맙다 문대야. 버스 안락하네.”
“형님 똑똑하십니다.”
“…….”
두 명 정도야 붙어도 상관없지만… 어쩐지 열 받네.
좀 떨어져서 서 있던 골드 2와 선아현은 인파에 휩쓸려 정문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안됐군.
* * *
“오, 문대~ 바로 찾네.”
뒷문으로 입장하자마자 곧바로 문턱에서 볼 하나를 찾았다.
은빛이었다.
‘예상대로군.’
큰세진도 불투명한 은색 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등급, 브실골으로 나눈 것 같죠?”
“야, 바르고 고운 우리 말을 쓰자! 금은동! 얼마나 좋니!”
“크~ 애국자셔.”
더 떠들면 버리고 가자.
“…수색을 빨리하는 게 어떨까요. 곧 다른 애들도 올 테니까.”
“예~”
“현실적인 문대가 있어서 형은 안심이다.”
나는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둘은 의외로 더 잡소리 없이 따라붙었다.
일단 창고.
“이런 건 역으로 생각하면 편하지. 제작진분들이 숨길 만한 곳이… 음, 여기?”
큰세진이 씩 웃더니 카메라 앞 분필통에서 황동빛 볼 하나를 꺼냈다.
“…!”
“야~ 브론즈 실화냐.”
“아잇, 젠장. 똥손 어디 안 가네.”
의외로… 쓸 만하군.
이놈들 손이 빨랐다. 덕분에 군말 없이 딱 구역을 나눠서 순식간에 창고를 다 뒤졌다.
“아, 은색 하나 더 발견! 이제 이동할까요?”
“찬성.”
“찬성.”
상황 판단도 빠르다. 더 미적거리지 않고 빠르게 다음 구역으로 이동했다.
“어디로?”
“식당부터 가자. 카메라가 있어.”
“문대 눈 좋네.”
“역시, 뒷문을 찾은 남자야.”
“…….”
이런 소리만 안 하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식당에서도 시간 낭비는 없었다.
셋 다 암묵적으로 카메라가 설치된 구역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가 수저통을 열었을 때였다.
“찾았다.”
“헐!”
“금이네.”
금색 볼을 하나 얻었다.
“왜 골드 등급은 우린데 문대가 먼저 찾냐.”
“어쩔 수 없죠. 형님. 문대가 금손이라 그런 가 봅니다.”
“그렇네. 역시 타고난 건 이길 수가 없어~”
“다른 애들 옵니다.”
“앗.”
입 다물게 하는 방법을 드디어 알았다. 일감을 주면 되는군.
어쨌든 우르르 달려오는 발소리를 들은 뒤, 빠르게 식당을 벗어났다.
“위로?”
“넵.”
그대로 위층에서도 같은 수색을 반복했다. 효율적이었다.
“야~ 셋이 오길 잘했네!”
“그러게요! 솔직히 문대도 이건 동의죠, 맞지?”
“그래.”
“오~”
솔직히 말하겠다.
이 두 놈 덕분에 이득을 봤다. 세 명이 같이 수색하니 능률이 높았다.
전반적으로 관찰력과 기동력이 좋아서 빨리빨리 수색하고 이동하니 편하긴 했다. 판단력도 괜찮았고.
이상한 고집을 부리는 놈들이 아니라 분배도 깔끔하게 끝났다.
“그럼 우리… 금색 4개, 은색 2개, 동색 4개 찾은 거죠?”
큰세진이 손바닥 크기의 플라스틱 볼을 척척 나눴다.
골드 1이 신중하게 말했다.
“그러네. 음…… 각자 색별로 하나씩 가지고, 문대가 우리를 데리고 가줬으니까 은색 대신 금색 주자. 어때?”
“저야 좋습니다~”
깔끔하게 끝난 건 좋은데, 혹시라도 악편의 여지는 남기지 말아야겠다.
편집의 위력을 한번 실감해 보니 영 찝찝하단 말이지.
“아, 그럼 전 황동색 안 받겠습니다. 두 개씩 가져가세요.”
“오~ 감사!”
“오케이!”
각자 볼을 챙기고 있자니, 숙소에 안내방송이 나왔다.
-200초 남았습니다~
참고로, 지금 우리는 몰려오는 참가자들을 피해 도로 뒷문 옆 창고에 숨은 상태였다.
여기서 털리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을 테니 말이다.
“형 저기 애들 몰려와요!!”
“야! 튀자!”
우리는 얼른 뒷문을 빠져나와 집합지로 향했다.
“아~ 파밍 나이스~”
“역시 우리 팀워크야. 가차 없지.”
저놈들, 긴장이 풀렸는지 또 입이 자유분방해졌군.
집합지에는 이미 공을 한두 개 찾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것을 열어보고 있었다.
억지로 뺏으려는 행동은 아직까진 없었다.
‘대놓고 카메라가 사방에 깔려 있는 게 눈에 들어오겠지.’
상대가 가지고 있는 볼을 대놓고 뺏는 건 심리적으로 꺼려지는 것 같았다.
“와, 우리도 열어볼까요?”
“좋지~”
“그래.”
자리로 복귀에서 볼을 열기 시작했다.
큰세진과 골드 1이 손에 쥔 볼이 많다 보니, 부러워하는 눈이 제법 붙었다.
그래도 고등급 두 개가 나을 것이다. 애매한 것 여러 개를 얻어봤자 고르기만 난감해진다.
나는 골드 볼을 두 개를 돌려 열었다.
그리고 굳었다.
“…….”
잠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