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8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5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대 양쪽의 박스 중 하나의 문이 열렸다.
[TA-DA!]
관객 미니게임 승자들이 들어간 오른쪽 박스였다.
차유진이 먼저 신나게 박스 안에서 뛰쳐나오자, 다른 멤버들도 그 뒤를 이어 웃으며 무대로 나왔다.
그들은 빨간 제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는데 흡사 ‘호두까기 인형’에서 나왔을 법한 인형 제복의 형태 같아 보였다.
귀여웠다는 뜻이다.
“으허허억!!”
사람들이 의상에 환호하는 순간, 반주에는 어느새 멜로디가 포함되었다.
‘아, 이거!’
‘아~’
많은 관객이 곡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유명 동요였다.
다만 산뜻한 밴드 편곡을 세련되게 넣어두어, 딱 아이돌 콘서트에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좀 과하게 명랑하긴 했지만 말이다.
승리한 멤버들은 무대에 뛰어나와 여기저기 손을 흔든 뒤, 적당히 대형을 갖추고 서서 무대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딱딱 맞는 동작이었다.
-내 친구는
정말 정말 귀여워요
말은 없지만
마음이 따뜻해요
힐끔힐끔 프롬프터를 보고 하는 것 같았지만, 승자팀은 노래가 몇 번 중창이 되어 웃음을 참으면서도 파트를 나눠서 썩 잘 불러냈다.
특별히 대형 변경은 없었으나, 그래도 즉석에서 팀을 맞췄다고 보기 힘든 퀄리티였다.
‘귀엽네.’
다른 각도의 이세진 혹은 박문대 데이터와 교환할 생각으로, 직장인은 꽤 정성껏 데이터를 남겼다.
‘무조건 차유진 찍어야지.’
단가가 제일 높은 놈을 말이다.
지극히 이벤트성에 가까운 무대에, 팬들은 큰 부담 없이 귀여움에 푹 빠져서 응원봉을 흔들며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에서 1절이 끝났다.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간주가 나오기 시작하자, 승자팀은 배꼽 인사를 하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귀여워!
관객석 여기저기서 환호와 웃음이 퍼졌다.
그리고 내면에서는 강렬한 예감이 음흉하게 번뜩였다.
‘이긴 애들이 이거면…… 진 애들은 더한 걸 하는 건가.’
‘섹시다.’
‘답은 코스튬이다.’
‘요정 날개.’
온갖 사심이 몰아치는 가운데, 승자팀은 신나게 뛰어서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순간.
지지지지지지지잉-!!!
갑자기 간주를 뚫고 한 줄기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장렬히 울렸다.
“……??”
여기저기서 ‘으어?’ 하는 웃음기 섞인 이상한 감탄사들이 나왔다.
‘뭐야??’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윽고 산뜻하던 간주는 순조롭게 헤비메탈 사운드로 치환되었다.
[으아아압!]
그리고 티슈 상자를 찢고 벌칙자들이 튀어나왔다.
“……!!”
“어어어!”
그들은 승자들처럼 멀쩡한 제복차림은 아니었다.
자기 몸 크기에 과분할 만큼 큼직한, 얼굴 부분만 뚫린 동물 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있던 것이다.
바로 티슈 상자에 떠 있던 그놈들이었다.
뒤뚱뒤뚱 달려 나오는 그 동물 탈의 형태는 대놓고 귀여웠으나, 옷차림만은 갱스터가 따로 없었다.
반주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는 의미다.
“어어어어??”
공연장이 잠시 혼란스러운 사이.
세 멤버는 로큰롤 제스처를 한 채 우다다다 무대 중앙으로 치고 나왔다.
흔들리는 인형 몸 때문에 잠시 갸우뚱거린 이세진은 양옆의 거친 밀침을 받아 바로 섰다.
‘뭘 아는 놈……!’
직장인은 칼같이 그 컷을 잡았다.
바둥거리던 이세진은 율동 하며 간을 보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화끈한 포즈로 핸드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고음이 작렬했다.
-내 친구는!
정말 정말 상냥해요~
손은 작지만
마음이 커다래요!
다만 목소리가 변조되어 있었다.
헬륨 가스를 마신 것처럼 종알거리는 목소리가 스피커에 울렸다.
그래서 더 고음이었다.
“아니!!”
빵 터진 관객들이 내는 소음이 그 변조된 소리에 섞였다.
이어서 박문대가 두툼한 인형 탈의 앞발바닥으로 힘겹게 핸드 마이크를 올렸다.
-나는 친구가 좋아요~
우리는 단짝이에요~
자본주의 미소와 함께 화려한 오토튠이 객석을 감쌌다.
“으하하하!!”
팬들은 이제 폭소하고 있었다.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옆 사람이 사방을 때리지 않기 위해 응원봉을 치는 것까지 보았다.
‘미친.’
그렇게 전위적일 수 없었다.
‘미친!!’
쓸데없이 너무 잘해서 너무 웃겼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깜찍했다.
-단짝, 단짝
단짝 친구예요~
친구야 사랑해
꼬옥 안아줘요~
무슨 저주라도 하는 것 같은 저음의 목소리가 김래빈의 토끼 탈에서 나왔다.
그리고 서로 안아주는 대신 등짝을 치고 앉아 있다.
덕분에 솜 덩어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셋 다 넘어질 뻔한 것을, 또 서로 부여잡고 밀치면서 일어났다.
‘세상에.’
후렴을 부르는 놈들이 천연덕스럽게 율동을 하는 꼴을 보며, 트윈 홈을 운영하는 직장인은 직감했다.
‘이건…… 이건 무조건 뜬다!’
이 개그, 이 임팩트.
실시간 트렌드와 인기 글에 뜰 미래가 벌써 선했다.
[테스타 미친 자들ㅋㅋㅋ]
[실시간 난리 난 테스타 콘서트.jpg]
‘당장 프리뷰 때리고 돌아가는 길에 동영상도 짧게 떠서 올려야 해!’
직장인은 더 없이 열정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패배 팀 세 명도 더없이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인형 탈이 걸친 해골 무늬 토시와 검은 잠바 등을 아낌없이 벗어서 관객석에 던지고 있던 것이다.
참고로 종이로 만든 일회용이었다. 모양만 그럴싸하다.
“미쳤나 봐 진짜!”
“여기!!”
팬들은 거의 웃다 울면서 환호했다. 모두 애티튜드만은 락스타가 따로 없었다.
-예압~ 단짝 친구!!
그렇게 화끈한 무릎 꿇기로 헤비메탈 버전 동요 퍼포먼스가 끝났다.
찢어지는 웃음과 환호 속에 뒤뚱뒤뚱 멋있는 척 퇴장하는 세 인형 탈 놈들을 보며, 직장인은 부르짖었다.
‘끝나자마자 업로드 간다!!’
팔로워 떡상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막간을 이용해 바쁘게 카메라에서 사진을 골라 프리뷰를 점찍는 직장인과 달리, 그 근처에 있던 또 다른 홈마의 내면은 만신창이었다.
‘미치겠다.’
바로 박문대의 첫 번째 홈마였다.
그녀는 롤러코스터를 열 번쯤 탄 것 같은 몰골로, 이미 박문대가 떠난 무대를 바라보았다.
사실 홈마는 박문대의 솔로 무대를 볼 때부터 이 상태였다.
‘문대야 이게…… 하.’
허공에 맨몸으로 누워서 떠오르며 노래를 부른다?
대체 어쩌다가 손목과 허리를 다쳤는지 너무 잘 이해되는 무대였다.
그래서 문제였다.
‘너 다 나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걸 진짜 해……!’
저걸 수정도 안 하고 진짜 했다는 게 사람 마음을 졸아들 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도 있었다.
‘……대단했지.’
솔로 무대가 정말, 소름 끼치게 좋다는 것이다.
홈마의 모든 걱정과 싸한 예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티스트 보호로 공론화 힘들 것 같아…….’
그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대만 괜찮다면 괜찮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대세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당장 본인만 해도 혹하는 중이니 말이다.
‘너무 잘해서 문제라니.’
홈마는 넋 나간 얼굴로 맞은편의 VCR을 기계적으로 찍었다.
이 감상은 사실, 아까 했던 헤비메탈 동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막 회복했다는 애가 숨 가쁘게 단체 곡 소화하고 와서는 저 무거운 인형 탈을 걸치고 뛰어다니는 걸 보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귀엽고 흐뭇하고, 뿌듯한 건 어쩔 수 없던 것이다.
그래도 홈마는 그저 내면으로 울부짖는 수밖에 없었다.
‘박문대 너 괜찮은 거 맞지?! 나중에 비하인드 뜨고 나 머리 안 박아도 되는 거지?!’
VCR의 박문대는 웃으며 몸을 돌렸다.
* * *
“욱.”
“문대 씨!”
“너 괜찮아?”
괜찮다. 인형 탈 쓰고 도느라 달팽이관이 과로했을 뿐이다.
‘웃기긴 했겠지.’
그럼 됐다. 사실 하는 나도 웃겼거든.
“괜찮습니다. 저 포도당 하나만.”
“여기!”
스태프가 바쁘게 캡슐을 건넸다. 식염 포도당이다.
나는 포장을 제거하고 물과 함께 알약을 삼켰다. 즉시 메이크업 담당자가 붙어서 땀과 물기를 닦아냈다.
‘앞으로 2분 30초.’
숨 고르고 나갈 시간은 된다. 이 거지 같은 솜 덩어리도 다 벗었고.
마침 큰세진도 인형 탈을 벗어서 던지는 참이었다.
“너 숨 쉬어봐.”
“멀쩡해.”
호흡 곤란은 옛적에 지나갔다. 나는 혀를 찼다.
‘하필 그게 그렇게 누르냐.’
내가 솔로 무대에서 준비한 퍼포먼스는 허공에 누워서 떠오르는 와이어 장치였다.
마치 천 덕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천이 다 풀려도 떠 있는 것으로 한 번 더 놀라움을 주는…… 그런 걸 노렸는데, 잘된 것 같다.
사실 와이어라고 해도, 의상 아래 허리 부근에 넓게 안전 장비를 덧대서 몸에 큰 부담은 없다.
제대로 설치만 된다면 말이다.
‘틀어졌었지.’
리허설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아마 찰 때 바빠서 실수가 일어났거나 정비 중에 뭔가 잘못된 모양이었다.
왼쪽 폐를 사정없이 누르더라고.
다행히 부러졌던 갈비뼈를 압박하진 않았기 때문에, 산소 부족 외엔 큰 애로 사항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것도 내려와서 산소마스크 좀 달고 있으니 금방 상태 회복하더라.
‘어차피 사고 없어도 산소마스크는 틈틈이 쓰니까.’
사실 류청우랑 선아현 빼면 다 쓴다. 얘네도 한두 번은 써본 적이 있고 말이다.
다만 사고는 사고다 보니, 다른 놈들이 바짝 긴장한 것 같았다.
당장 선아현이 침을 삼키며 물어보는 중이다.
“토, 통증 있다고…….”
“특별히 없어. 체력도 괜찮아.”
계속 놀고먹고 연습만 하느라 몸 상태는 좋았다.
‘팔목은…… 음, 어차피 손목 과격하게 쓸 일은 거의 없지.’
이 정도는 서울 콘서트 끝나고 관리나 좀 받으면 될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턱짓했다.
“가자. 늦으면 안 되잖아. 대기해야지.”
“으, 응…….”
“…….”
옆에서 보고 있던 류청우가 끼어들었다.
“문대야. 콘서트 끝나면 다시 이야기할래?”
“예. 좋죠.”
장치 담당자 바꾸자는 이야기면 좀 깊게 대화해 보고 싶긴 했다.
그리고 다른 놈들도 한마디씩 얹었다.
“……몸, 안 좋아지면 꼭 이야기해.”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럴게요. 그래.”
말을 안 하게 해주는 게 쉬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만, 내가 무슨 소시오패스도 아니고 고맙긴 했기 때문에 적당히 수긍했다.
“이동이요!!”
제법 긴 VCR이 끝나고, 이제 다시 공연장으로 올라가야 했다.
와아아아-
함성.
그리고 공연장을 가득 채운 보랏빛 조명.
‘첫 콘서트 생각나긴 하는군.’
그럴 만도 했다. 일부러 그렇게 구성한 것이니까.
인이어에 울리는 맑은 타악기 소리를 들으며, 나는 첫 파트를 불렀다.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데뷔곡, ‘마법소년’이었다.
-낮처럼 파란 꿈을 꿔
그 순간, 관객석에서 빛나는 작은 것들이 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
비눗방울이었다.
수많은 둥그런 표면이 보랏빛 조명에 온갖 색으로 반짝였다.
“…….”
이 많은 사람이, 나란히 비눗방울을 쏘고 있었다.
마치 첫 콘서트 시작 때처럼.
그 장면을 함께 기억하기 때문에.
[러뷰어 오늘 뭔가 보여준다!]
슬로건이 전광판에 잡혔다. 낯익은 문구가 변형되어 있다.
‘재밌네.’
나는 웃었다.
‘……좋네.’
아드레날린 때문에 뇌가 사라질 것 같다.
무슨 약이라도 빤 것 같다.
남은 콘서트 시간은 순식간에, 쓱 녹아내린 것처럼 지나갔다.
* * *
그렇게 첫날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여기저기서 호평이 자자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물론 콘서트를 볼 정도면 원래 테스타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들이겠다만……. 그래도 제법 보람 있는 일이었다.
‘좋아.’
다만,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다시 고려해 보는 게 어떨까.”
“……?”
멤버, 회사, 팬들이 각각 변수를 하나씩 끌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환장하겠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5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대 양쪽의 박스 중 하나의 문이 열렸다.
관객 미니게임 승자들이 들어간 오른쪽 박스였다.
차유진이 먼저 신나게 박스 안에서 뛰쳐나오자, 다른 멤버들도 그 뒤를 이어 웃으며 무대로 나왔다.
그들은 빨간 제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는데 흡사 ‘호두까기 인형’에서 나왔을 법한 인형 제복의 형태 같아 보였다.
귀여웠다는 뜻이다.
“으허허억!!”
사람들이 의상에 환호하는 순간, 반주에는 어느새 멜로디가 포함되었다.
‘아, 이거!’
‘아~’
많은 관객이 곡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유명 동요였다.
다만 산뜻한 밴드 편곡을 세련되게 넣어두어, 딱 아이돌 콘서트에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좀 과하게 명랑하긴 했지만 말이다.
승리한 멤버들은 무대에 뛰어나와 여기저기 손을 흔든 뒤, 적당히 대형을 갖추고 서서 무대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딱딱 맞는 동작이었다.
-내 친구는
정말 정말 귀여워요
말은 없지만
마음이 따뜻해요
힐끔힐끔 프롬프터를 보고 하는 것 같았지만, 승자팀은 노래가 몇 번 중창이 되어 웃음을 참으면서도 파트를 나눠서 썩 잘 불러냈다.
특별히 대형 변경은 없었으나, 그래도 즉석에서 팀을 맞췄다고 보기 힘든 퀄리티였다.
‘귀엽네.’
다른 각도의 이세진 혹은 박문대 데이터와 교환할 생각으로, 직장인은 꽤 정성껏 데이터를 남겼다.
‘무조건 차유진 찍어야지.’
단가가 제일 높은 놈을 말이다.
지극히 이벤트성에 가까운 무대에, 팬들은 큰 부담 없이 귀여움에 푹 빠져서 응원봉을 흔들며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에서 1절이 끝났다.
간주가 나오기 시작하자, 승자팀은 배꼽 인사를 하며 무대를 마무리했다.
귀여워!
관객석 여기저기서 환호와 웃음이 퍼졌다.
그리고 내면에서는 강렬한 예감이 음흉하게 번뜩였다.
‘이긴 애들이 이거면…… 진 애들은 더한 걸 하는 건가.’
‘섹시다.’
‘답은 코스튬이다.’
‘요정 날개.’
온갖 사심이 몰아치는 가운데, 승자팀은 신나게 뛰어서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 순간.
지지지지지지지잉-!!!
갑자기 간주를 뚫고 한 줄기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장렬히 울렸다.
“……??”
여기저기서 ‘으어?’ 하는 웃음기 섞인 이상한 감탄사들이 나왔다.
‘뭐야??’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윽고 산뜻하던 간주는 순조롭게 헤비메탈 사운드로 치환되었다.
그리고 티슈 상자를 찢고 벌칙자들이 튀어나왔다.
“……!!”
“어어어!”
그들은 승자들처럼 멀쩡한 제복차림은 아니었다.
자기 몸 크기에 과분할 만큼 큼직한, 얼굴 부분만 뚫린 동물 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있던 것이다.
바로 티슈 상자에 떠 있던 그놈들이었다.
뒤뚱뒤뚱 달려 나오는 그 동물 탈의 형태는 대놓고 귀여웠으나, 옷차림만은 갱스터가 따로 없었다.
반주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는 의미다.
“어어어어??”
공연장이 잠시 혼란스러운 사이.
세 멤버는 로큰롤 제스처를 한 채 우다다다 무대 중앙으로 치고 나왔다.
흔들리는 인형 몸 때문에 잠시 갸우뚱거린 이세진은 양옆의 거친 밀침을 받아 바로 섰다.
‘뭘 아는 놈……!’
직장인은 칼같이 그 컷을 잡았다.
바둥거리던 이세진은 율동 하며 간을 보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화끈한 포즈로 핸드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고음이 작렬했다.
-내 친구는!
정말 정말 상냥해요~
손은 작지만
마음이 커다래요!
다만 목소리가 변조되어 있었다.
헬륨 가스를 마신 것처럼 종알거리는 목소리가 스피커에 울렸다.
그래서 더 고음이었다.
“아니!!”
빵 터진 관객들이 내는 소음이 그 변조된 소리에 섞였다.
이어서 박문대가 두툼한 인형 탈의 앞발바닥으로 힘겹게 핸드 마이크를 올렸다.
-나는 친구가 좋아요~
우리는 단짝이에요~
자본주의 미소와 함께 화려한 오토튠이 객석을 감쌌다.
“으하하하!!”
팬들은 이제 폭소하고 있었다.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옆 사람이 사방을 때리지 않기 위해 응원봉을 치는 것까지 보았다.
‘미친.’
그렇게 전위적일 수 없었다.
‘미친!!’
쓸데없이 너무 잘해서 너무 웃겼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깜찍했다.
-단짝, 단짝
단짝 친구예요~
친구야 사랑해
꼬옥 안아줘요~
무슨 저주라도 하는 것 같은 저음의 목소리가 김래빈의 토끼 탈에서 나왔다.
그리고 서로 안아주는 대신 등짝을 치고 앉아 있다.
덕분에 솜 덩어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셋 다 넘어질 뻔한 것을, 또 서로 부여잡고 밀치면서 일어났다.
‘세상에.’
후렴을 부르는 놈들이 천연덕스럽게 율동을 하는 꼴을 보며, 트윈 홈을 운영하는 직장인은 직감했다.
‘이건…… 이건 무조건 뜬다!’
이 개그, 이 임팩트.
실시간 트렌드와 인기 글에 뜰 미래가 벌써 선했다.
‘당장 프리뷰 때리고 돌아가는 길에 동영상도 짧게 떠서 올려야 해!’
직장인은 더 없이 열정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패배 팀 세 명도 더없이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인형 탈이 걸친 해골 무늬 토시와 검은 잠바 등을 아낌없이 벗어서 관객석에 던지고 있던 것이다.
참고로 종이로 만든 일회용이었다. 모양만 그럴싸하다.
“미쳤나 봐 진짜!”
“여기!!”
팬들은 거의 웃다 울면서 환호했다. 모두 애티튜드만은 락스타가 따로 없었다.
-예압~ 단짝 친구!!
그렇게 화끈한 무릎 꿇기로 헤비메탈 버전 동요 퍼포먼스가 끝났다.
찢어지는 웃음과 환호 속에 뒤뚱뒤뚱 멋있는 척 퇴장하는 세 인형 탈 놈들을 보며, 직장인은 부르짖었다.
‘끝나자마자 업로드 간다!!’
팔로워 떡상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막간을 이용해 바쁘게 카메라에서 사진을 골라 프리뷰를 점찍는 직장인과 달리, 그 근처에 있던 또 다른 홈마의 내면은 만신창이었다.
‘미치겠다.’
바로 박문대의 첫 번째 홈마였다.
그녀는 롤러코스터를 열 번쯤 탄 것 같은 몰골로, 이미 박문대가 떠난 무대를 바라보았다.
사실 홈마는 박문대의 솔로 무대를 볼 때부터 이 상태였다.
‘문대야 이게…… 하.’
허공에 맨몸으로 누워서 떠오르며 노래를 부른다?
대체 어쩌다가 손목과 허리를 다쳤는지 너무 잘 이해되는 무대였다.
그래서 문제였다.
‘너 다 나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걸 진짜 해……!’
저걸 수정도 안 하고 진짜 했다는 게 사람 마음을 졸아들 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도 있었다.
‘……대단했지.’
솔로 무대가 정말, 소름 끼치게 좋다는 것이다.
홈마의 모든 걱정과 싸한 예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티스트 보호로 공론화 힘들 것 같아…….’
그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대만 괜찮다면 괜찮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대세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당장 본인만 해도 혹하는 중이니 말이다.
‘너무 잘해서 문제라니.’
홈마는 넋 나간 얼굴로 맞은편의 VCR을 기계적으로 찍었다.
이 감상은 사실, 아까 했던 헤비메탈 동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막 회복했다는 애가 숨 가쁘게 단체 곡 소화하고 와서는 저 무거운 인형 탈을 걸치고 뛰어다니는 걸 보니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귀엽고 흐뭇하고, 뿌듯한 건 어쩔 수 없던 것이다.
그래도 홈마는 그저 내면으로 울부짖는 수밖에 없었다.
‘박문대 너 괜찮은 거 맞지?! 나중에 비하인드 뜨고 나 머리 안 박아도 되는 거지?!’
VCR의 박문대는 웃으며 몸을 돌렸다.
* * *
“욱.”
“문대 씨!”
“너 괜찮아?”
괜찮다. 인형 탈 쓰고 도느라 달팽이관이 과로했을 뿐이다.
‘웃기긴 했겠지.’
그럼 됐다. 사실 하는 나도 웃겼거든.
“괜찮습니다. 저 포도당 하나만.”
“여기!”
스태프가 바쁘게 캡슐을 건넸다. 식염 포도당이다.
나는 포장을 제거하고 물과 함께 알약을 삼켰다. 즉시 메이크업 담당자가 붙어서 땀과 물기를 닦아냈다.
‘앞으로 2분 30초.’
숨 고르고 나갈 시간은 된다. 이 거지 같은 솜 덩어리도 다 벗었고.
마침 큰세진도 인형 탈을 벗어서 던지는 참이었다.
“너 숨 쉬어봐.”
“멀쩡해.”
호흡 곤란은 옛적에 지나갔다. 나는 혀를 찼다.
‘하필 그게 그렇게 누르냐.’
내가 솔로 무대에서 준비한 퍼포먼스는 허공에 누워서 떠오르는 와이어 장치였다.
마치 천 덕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천이 다 풀려도 떠 있는 것으로 한 번 더 놀라움을 주는…… 그런 걸 노렸는데, 잘된 것 같다.
사실 와이어라고 해도, 의상 아래 허리 부근에 넓게 안전 장비를 덧대서 몸에 큰 부담은 없다.
제대로 설치만 된다면 말이다.
‘틀어졌었지.’
리허설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아마 찰 때 바빠서 실수가 일어났거나 정비 중에 뭔가 잘못된 모양이었다.
왼쪽 폐를 사정없이 누르더라고.
다행히 부러졌던 갈비뼈를 압박하진 않았기 때문에, 산소 부족 외엔 큰 애로 사항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것도 내려와서 산소마스크 좀 달고 있으니 금방 상태 회복하더라.
‘어차피 사고 없어도 산소마스크는 틈틈이 쓰니까.’
사실 류청우랑 선아현 빼면 다 쓴다. 얘네도 한두 번은 써본 적이 있고 말이다.
다만 사고는 사고다 보니, 다른 놈들이 바짝 긴장한 것 같았다.
당장 선아현이 침을 삼키며 물어보는 중이다.
“토, 통증 있다고…….”
“특별히 없어. 체력도 괜찮아.”
계속 놀고먹고 연습만 하느라 몸 상태는 좋았다.
‘팔목은…… 음, 어차피 손목 과격하게 쓸 일은 거의 없지.’
이 정도는 서울 콘서트 끝나고 관리나 좀 받으면 될 것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턱짓했다.
“가자. 늦으면 안 되잖아. 대기해야지.”
“으, 응…….”
“…….”
옆에서 보고 있던 류청우가 끼어들었다.
“문대야. 콘서트 끝나면 다시 이야기할래?”
“예. 좋죠.”
장치 담당자 바꾸자는 이야기면 좀 깊게 대화해 보고 싶긴 했다.
그리고 다른 놈들도 한마디씩 얹었다.
“……몸, 안 좋아지면 꼭 이야기해.”
“무엇보다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럴게요. 그래.”
말을 안 하게 해주는 게 쉬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만, 내가 무슨 소시오패스도 아니고 고맙긴 했기 때문에 적당히 수긍했다.
“이동이요!!”
제법 긴 VCR이 끝나고, 이제 다시 공연장으로 올라가야 했다.
와아아아-
함성.
그리고 공연장을 가득 채운 보랏빛 조명.
‘첫 콘서트 생각나긴 하는군.’
그럴 만도 했다. 일부러 그렇게 구성한 것이니까.
인이어에 울리는 맑은 타악기 소리를 들으며, 나는 첫 파트를 불렀다.
-내일 만난 너를
오늘 내내 생각해
데뷔곡, ‘마법소년’이었다.
-낮처럼 파란 꿈을 꿔
그 순간, 관객석에서 빛나는 작은 것들이 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
비눗방울이었다.
수많은 둥그런 표면이 보랏빛 조명에 온갖 색으로 반짝였다.
“…….”
이 많은 사람이, 나란히 비눗방울을 쏘고 있었다.
마치 첫 콘서트 시작 때처럼.
그 장면을 함께 기억하기 때문에.
슬로건이 전광판에 잡혔다. 낯익은 문구가 변형되어 있다.
‘재밌네.’
나는 웃었다.
‘……좋네.’
아드레날린 때문에 뇌가 사라질 것 같다.
무슨 약이라도 빤 것 같다.
남은 콘서트 시간은 순식간에, 쓱 녹아내린 것처럼 지나갔다.
* * *
그렇게 첫날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여기저기서 호평이 자자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물론 콘서트를 볼 정도면 원래 테스타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들이겠다만……. 그래도 제법 보람 있는 일이었다.
‘좋아.’
다만,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다시 고려해 보는 게 어떨까.”
“……?”
멤버, 회사, 팬들이 각각 변수를 하나씩 끌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환장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