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84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4화
박문대는 계속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팔다리가 공중에 떨어지면서도 누워 늘어진 몸이 극적으로 우아한 선을 유지했다.
그리고 계속 노래를 불렀다.
-이 연심 다 녹아
기대 한 점 없을 때까지
애타고 부수어
떠도는 티끝 될 때까지
선뜩한 노랫말처럼, 정적이면서도 강렬한 퍼포먼스였다.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던 홈마는, 퍼뜩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래서 헤드 마이크를!’
의자에 앉아 있던 순간부터 스탠딩 마이크나 핸드 마이크가 아니라 헤드 마이크를 차고 있던 것이다.
‘천을 묶여서 분위기상 안 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저 미친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래도 기다리리
마지막 후렴이 몰아칠 순간.
반주는 갑자기 느린 현악기 독주로 변했다.
그 구슬픈 소리 속에서, 가수의 온몸을 동여매고 있던 천이 풀리며 바람에 따라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광판에 흐린 밤하늘이 비치기 시작했다.
“……!”
별도 잘 보이지 않는 흐리고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흔들리는 원색 천들.
그리고 가운데 떠 있는 흰 인영.
마치 그를 끌어올린 것처럼 묶여 있던 천이 다 풀렸는데도 박문대는 여전히 몸만으로 허공에 떠 있었다.
‘미친.’
어떻게 한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 장면의 모든 요소가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일종의 현대예술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조명에 하얀 의상이 반짝였다.
노래는 흔들림 없이 아름답게 흘렀다.
-마침내 오신 날
참 어여쁘다 하실 날까지
타오르는 것 같던 원곡과 달리, 슬픔이 맑게 와닿는 것 같은 창법과 반주였다.
-기다리리
회장에 오케스트라의 합주 소리가 울렸다. 무대 아래에서 실제로 연주되는 소리였다.
박문대의 몸은 선율을 타고 천천히 허공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박문대는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방으로 풀어 헤쳐진 천들이 바닥에 무늬처럼 깔려 있었다.
픽.
예고 없이 조명이 꺼지며, 무대는 끝났다.
* * *
와아아아!!
공연장을 울리는 비명과 탄성이 백스테이지까지 떨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짐을 쌓으면서도 모니터링 화면을 힐끔거리던 일일 스텝들은 다들 내심 감탄하는 중이었다.
직접적으로 전광판 화면을 정면에서 보니, 돈 주고 볼 만한 공연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불만 많은 알바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보면 진짜 더 쩔 것 같은…….’
하지만 모니터를 거쳐 간접적이었던 만큼, 공연의 마법은 빨리 풀렸다.
‘…근데, 어차피 다 장비빨 아니겠어?’
저거 다 무대 만든 전문가들이 잘한 거지, 솔직히 가수야 그냥 노래만 한 거 아닌가.
‘아까처럼 라이브 아니었을 수도 있고 말이야.’
알바는 애써 감흥을 무시하며, 다시 건성건성 짐을 건드렸다.
그래도 애는 쓰는 것 같으니, 저놈에 대해서는 나쁜 말을 쓰지 말아 줄까, 살짝 갈등하면서.
그때, 통로 한참 저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 공연 중에 들어본 적 없을 정도의 백그라운드 소음이었다.
“뭐야?”
“사고 났나?”
멀리서 작게 ‘야, 산소마스크!’ 하고 외치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하지만 곧 이세진의 공연이 시작되며, 백그라운드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에이씨.’
뭐라도 ‘썰’로 풀만 한 것이 있을까 싶어 귀를 세우던 알바는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잠시 후.
짐 옮기는 것에 새롭게 배정된 사람들이 주워들은 소식을 알바의 주변에서 속닥거렸다.
“뭐 장치가 잘못 눌려서 졸도했다는데?”
“헐.”
“박문대야?”
“순서상 그런 듯? 막, 그럼 신호를 주지 왜 그랬냐고 스탭들 막 떠드는 것 같았는데… 엿듣다 쫓겨남.”
“개 아깝다.”
“…!”
안 듣는 척 엿듣던 알바도 알아차렸다.
‘아까 공중무대 했던 놈이 쓰러졌나 보지?!’
요새 위튜브 인기 동영상에 많이 떠서 알바도 그 이름은 알았다.
1위로 데뷔한 박문대.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서야 쓰러졌다니, 어디 미담에서나 듣던 열정의 프로의식이긴 했다.
‘…근데 저러고 쓰러지면 남은 무대는 어떻게 하려고?’
도리어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 알바는 최대한 비꼬아 생각했다.
하지만 8분 뒤.
마지막으로 류청우의 솔로곡이 끝나고 다시 단체 곡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번지는 Midnight
일그러진 초점이
흔들려 시간을 애태워]
모니터링 화면에 잡힌 박문대는… 멀쩡한 얼굴로 자기 파트를 소화하고 있었다.
“…!”
쓰러졌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리고 그 간극을 목격하는 것은 왠지 직접적으로… 사람 마음을 찌르는 뭔가가 있었다.
‘…대단하긴 하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리듯이, 알바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저렇게까지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도리어 열등감이 가라앉아버린 것이다.
“복귀합시다!”
“예~”
쏟아졌던 짐을 다 정리하고, 본인이 있던 백그라운드로 돌아간 후에도, 알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리고 시끄러운 공연장을 배경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글을 작성했다.
=======================
[남돌 콘 스텝 중간 후기]
빠순이 개 많음 고함 X나 지르는데 시도 때도 없다.
그래도 공중에 뜨는 무대는 지렸음 혼잔데 X나 열심히 하더라
문제 생겨서 노래 끝나자마자 산소마스크 쓰고 졸도했는데 솔직히 이 새끼는 킹정함
=======================
악의 없이 적은 글이었다.
그러나 댓글은 처참했다.
-ㅌㅅㅌ 알바임?
-빠순아 노력이 눈물겹다
-관심없음
-쌍팔년도에도 이런 영업은 안 했을 듯 다음 주작ㅋ
“이 새끼들이…!”
열받은 알바는 통로에서 자신의 조끼가 보이게 찍은 뒤, 의기양양하게 인증샷을 올렸다.
‘이제 그런 소리 못 하겠지!’
그리고 30분 뒤.
“여기 이거 누가 올렸어요?”
‘허어억.’
즉시 색출된 알바는 비밀유지 위반으로 보안요원에게 끌려갔다.
촌극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외곽에서 벌어지는 이런 사태와 별개로, 콘서트는 쭉쭉 진행되어 마침내 중간 브레이크 타임에 이르렀다.
바로 토크 순서였다.
* * *
[테스타의 두 번째 콘서트죠!]
[에 참여하러 와주신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와~]
류청우의 진행에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직전까지의 공연으로 아직 땀을 흘리거나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시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그것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마침 나란히 앉아 있는 이세진과 박문대를 줌을 당겨 잡으며, 카메라를 든 직장인은 무심히 생각했다.
‘기왕이면 진행도 이세진 주지.’
바로 둘의 트윈 홈, ‘Puppy Bear’를 운영하기 시작한 홈마였다.
‘세트 리스트 유출 보니까 유닛 무대도 없다던데.’
아쉬웠다. 슬슬 둘이 하는 무대도 찍고 싶… 아니,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직장인은 빠르게 견적을 낸 뒤, 그래도 흐뭇한 기분이 되었다.
‘팔로워 붙는 게 단위가 달라.’
본래 운영하던 중소 기획사 출신 남자 아이돌의 팬 계정의 팔로워 수치를 6주 만에 넘겼다.
덕분에 더 간 볼 것도 없이 기존 계정 닫고 넘어왔다.
‘이 맛에 찍는 거지.’
역시 인기 있는 놈들 잡는 게 맞다며, 직장인은 다분히 계산적으로 생각했다.
‘특히 이세진은 롱런할 타입이야.’
마침 당사자가 입을 열고 있었다.
[아아! 혹시 오늘 공연 보시면서, 아~ 우리 구역 너무 소외됐어! 눈도 안 마주쳤어! 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나!! 나!!
여기!
우렁찬 소리가 공연장을 울렸다.
이세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소리가 들리는 곳마다 ‘여기? 여기?’ 되물으며 손가락으로 포인트를 집었다.
박문대가 미미한 미소와 함께 제안했다.
[그럼 저희 인사 한 번씩 하고 진행할까요.]
[아,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스탠드 업!]
[안녕하십니까!]
[우리 재밌게 보내요.]
우르르 일어난 테스타가 무대 끝을 빙 돌면서 위아래로 인사를 했다.
웃음소리와 환호로 공연장이 훈훈해졌다.
직장인은 카메라를 끈질기게 따라 붙이면서 입맛을 다셨다.
‘복근이라도 보여주면 좋겠는데.’
한순간만 보여줬다 내려도 깔끔하게 잡을 자신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토크는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졌다.
[공연은 재밌으셨나요?]
“네!!”
직장인은 사방에서 외치는 사람들과 함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가, 약간 머쓱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짜 재밌긴 했어.’
심지어 첫 번째 콘서트보다 장치도 화려하고 개인의 역량을 돋보이는 구성이 많다 보니, 더 빠져들기 좋았다.
특히 박문대-이세진으로 이어지는 솔로 무대가 매우 좋았다.
극히 정적이고 예술적인 박문대의 무대 뒤에 화려하고 활동적인 이세진의 무대를 붙여놓으니 만족도가 배로 올라갔던 것이다.
‘절대 내가 둘의 홈마여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둘이 제일 잘했다고…!’
직장인은 침착하게 덕질했다.
[아,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저희가 즉석에서 짜는 무대도 하나 준비해 왔거든요!]
어어?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나왔다.
‘제발 헛짓하지 말아라.’
‘즉석 무대’ 같은 짓 하다가 숙연해지는 아이돌 콘서트를 몇 번 본 적 있던 직장인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신나서 말을 계속했다.
[그전에 여러분, 이제 전광판에 문장이 하나 뜰 텐데요! YES 같으면 응원봉을 그대로 켜주시고, NO면 꺼주실 수 있을까요?]
[한번 해볼까요? 자, 꺼주세요!]
의아해하는 관객들도 있었으나, 순간 공연장 여기저기가 확 어두워졌다.
[와, 이거 무서운데요??]
[이만 명이 넘는 관객분들이 계시니, 당연히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긴 해.]
[사실 저도 무서우니까 빠르게 다시 켜주시면 안 될까요? …하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어지는 설명은 간단했다.
한 멤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맞을 것 같다면 켜놓고, 틀릴 것 같다면 불을 꺼달라는 말이었다.
[자 그럼 문제 나갑니다… 오, ‘선아현은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좋아한다!’ 어떠신가요?]
반짝반짝.
대부분의 응원봉이 꺼지지 않고 흔들흔들거렸다.
[오~ 뭐 중앙제어 이런 거 쓸 필요도 없네요! 다들 YES시네!]
이세진이 호들갑을 떨자, 류청우가 웃으며 정답을 발표했다.
[정답은… YES 맞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잘 맞추시는 거예요, 여러분!]
선아현이 쑥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꾸벅거렸다. 멤버들이 박수를 치고 관객석에서는 웃음과 환호가 울렸다.
같은 방식으로 7명의 멤버 각각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절반 이상을 성공했으나, 당연히 틀리기도 했다.
[아, 이런. 셋 다 래빈이가 단체메시지방에서 쓰는 이모티콘, 맞습니다! 여러분, 래빈이가 이렇게 성숙한 친구예요.]
[저 수영 잘해요! 러뷰어, 혹시 이세진 수영 못할 것처럼 생겼나요?]
폭소가 이어지던 가운데, 마지막 타자가 나왔다.
박문대였다.
박문대는 토크 내내 다소 조용했는데, 그래도 타이밍이 주어지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광판에 뜬 글을 읽었다.
[음, ‘박문대가 해본 요리 중 가장 많은 양은 7인분이다.’ 어떨까요.]
반짝.
제법 많은 응원봉이 꺼졌지만, 과반수가 불을 켜놨다.
‘멤버가 7명이니 7인분일 확률이 높긴 하지.’
직장인도 켜놨다.
[정답은… 아! NO입니다.]
헐!
멤버들이 아깝다며 코멘트를 하나씩 달고 난 뒤, 박문대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1인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없어요. 보통 넉넉하게 12인분 합니다.]
아아~
관객들을 빠르게 납득했다.
‘이건 우리가 잘못했네.’
‘고 생각을 못 했어.’
반쯤 장난스러운 그 이해를 지나, 드디어 문답이 끝났다.
[자, 그럼… 여러분이 못 맞힌 멤버는 김래빈, 이세진, 박문대네요!]
[아~ 조합 좋다!]
이세진이 자폭하자, 멤버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이 멤버들은 이제 벌칙을 받습니다!]
“…??”
“벌칙?!”
그냥 무대 전에 토크 시간 때울 겸 하는 줄 알았는데, 뭔가 더 준비된 모양이었다.
[넵. 여러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멤버들은 우르르 일어나는 동시에, 무대 장치가 움직이며 오른쪽, 왼쪽에서 거대한 상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봐요~]
그리고 관객들이 정답을 맞힌 멤버들은 오른쪽으로, 못 맞힌 세 명은 왼쪽으로 달려갔다.
오른쪽의 상자는 근사한 성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그리고 왼쪽은… 웬 인형이 그려진 티슈 상자 그림이었다.
“…??”
척 봐도 심상치 않은 기세에 관객들이 빵 터지며 웅성거릴 무렵, 갑자기 반주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불길할 정도로 산뜻 발랄한 인트로였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4화
박문대는 계속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팔다리가 공중에 떨어지면서도 누워 늘어진 몸이 극적으로 우아한 선을 유지했다.
그리고 계속 노래를 불렀다.
-이 연심 다 녹아
기대 한 점 없을 때까지
애타고 부수어
떠도는 티끝 될 때까지
선뜩한 노랫말처럼, 정적이면서도 강렬한 퍼포먼스였다.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던 홈마는, 퍼뜩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래서 헤드 마이크를!’
의자에 앉아 있던 순간부터 스탠딩 마이크나 핸드 마이크가 아니라 헤드 마이크를 차고 있던 것이다.
‘천을 묶여서 분위기상 안 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저 미친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래도 기다리리
마지막 후렴이 몰아칠 순간.
반주는 갑자기 느린 현악기 독주로 변했다.
그 구슬픈 소리 속에서, 가수의 온몸을 동여매고 있던 천이 풀리며 바람에 따라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광판에 흐린 밤하늘이 비치기 시작했다.
“……!”
별도 잘 보이지 않는 흐리고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흔들리는 원색 천들.
그리고 가운데 떠 있는 흰 인영.
마치 그를 끌어올린 것처럼 묶여 있던 천이 다 풀렸는데도 박문대는 여전히 몸만으로 허공에 떠 있었다.
‘미친.’
어떻게 한 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 장면의 모든 요소가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일종의 현대예술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조명에 하얀 의상이 반짝였다.
노래는 흔들림 없이 아름답게 흘렀다.
-마침내 오신 날
참 어여쁘다 하실 날까지
타오르는 것 같던 원곡과 달리, 슬픔이 맑게 와닿는 것 같은 창법과 반주였다.
-기다리리
회장에 오케스트라의 합주 소리가 울렸다. 무대 아래에서 실제로 연주되는 소리였다.
박문대의 몸은 선율을 타고 천천히 허공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박문대는 얌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방으로 풀어 헤쳐진 천들이 바닥에 무늬처럼 깔려 있었다.
픽.
예고 없이 조명이 꺼지며, 무대는 끝났다.
* * *
와아아아!!
공연장을 울리는 비명과 탄성이 백스테이지까지 떨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짐을 쌓으면서도 모니터링 화면을 힐끔거리던 일일 스텝들은 다들 내심 감탄하는 중이었다.
직접적으로 전광판 화면을 정면에서 보니, 돈 주고 볼 만한 공연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불만 많은 알바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보면 진짜 더 쩔 것 같은…….’
하지만 모니터를 거쳐 간접적이었던 만큼, 공연의 마법은 빨리 풀렸다.
‘…근데, 어차피 다 장비빨 아니겠어?’
저거 다 무대 만든 전문가들이 잘한 거지, 솔직히 가수야 그냥 노래만 한 거 아닌가.
‘아까처럼 라이브 아니었을 수도 있고 말이야.’
알바는 애써 감흥을 무시하며, 다시 건성건성 짐을 건드렸다.
그래도 애는 쓰는 것 같으니, 저놈에 대해서는 나쁜 말을 쓰지 말아 줄까, 살짝 갈등하면서.
그때, 통로 한참 저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 공연 중에 들어본 적 없을 정도의 백그라운드 소음이었다.
“뭐야?”
“사고 났나?”
멀리서 작게 ‘야, 산소마스크!’ 하고 외치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하지만 곧 이세진의 공연이 시작되며, 백그라운드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에이씨.’
뭐라도 ‘썰’로 풀만 한 것이 있을까 싶어 귀를 세우던 알바는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잠시 후.
짐 옮기는 것에 새롭게 배정된 사람들이 주워들은 소식을 알바의 주변에서 속닥거렸다.
“뭐 장치가 잘못 눌려서 졸도했다는데?”
“헐.”
“박문대야?”
“순서상 그런 듯? 막, 그럼 신호를 주지 왜 그랬냐고 스탭들 막 떠드는 것 같았는데… 엿듣다 쫓겨남.”
“개 아깝다.”
“…!”
안 듣는 척 엿듣던 알바도 알아차렸다.
‘아까 공중무대 했던 놈이 쓰러졌나 보지?!’
요새 위튜브 인기 동영상에 많이 떠서 알바도 그 이름은 알았다.
1위로 데뷔한 박문대.
무대를 마치고 내려와서야 쓰러졌다니, 어디 미담에서나 듣던 열정의 프로의식이긴 했다.
‘…근데 저러고 쓰러지면 남은 무대는 어떻게 하려고?’
도리어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 알바는 최대한 비꼬아 생각했다.
하지만 8분 뒤.
마지막으로 류청우의 솔로곡이 끝나고 다시 단체 곡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일그러진 초점이
흔들려 시간을 애태워]
모니터링 화면에 잡힌 박문대는… 멀쩡한 얼굴로 자기 파트를 소화하고 있었다.
“…!”
쓰러졌던 흔적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리고 그 간극을 목격하는 것은 왠지 직접적으로… 사람 마음을 찌르는 뭔가가 있었다.
‘…대단하긴 하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리듯이, 알바는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저렇게까지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도리어 열등감이 가라앉아버린 것이다.
“복귀합시다!”
“예~”
쏟아졌던 짐을 다 정리하고, 본인이 있던 백그라운드로 돌아간 후에도, 알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리고 시끄러운 공연장을 배경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글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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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순이 개 많음 고함 X나 지르는데 시도 때도 없다.
그래도 공중에 뜨는 무대는 지렸음 혼잔데 X나 열심히 하더라
문제 생겨서 노래 끝나자마자 산소마스크 쓰고 졸도했는데 솔직히 이 새끼는 킹정함
=======================
악의 없이 적은 글이었다.
그러나 댓글은 처참했다.
-ㅌㅅㅌ 알바임?
-빠순아 노력이 눈물겹다
-관심없음
-쌍팔년도에도 이런 영업은 안 했을 듯 다음 주작ㅋ
“이 새끼들이…!”
열받은 알바는 통로에서 자신의 조끼가 보이게 찍은 뒤, 의기양양하게 인증샷을 올렸다.
‘이제 그런 소리 못 하겠지!’
그리고 30분 뒤.
“여기 이거 누가 올렸어요?”
‘허어억.’
즉시 색출된 알바는 비밀유지 위반으로 보안요원에게 끌려갔다.
촌극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외곽에서 벌어지는 이런 사태와 별개로, 콘서트는 쭉쭉 진행되어 마침내 중간 브레이크 타임에 이르렀다.
바로 토크 순서였다.
* * *
류청우의 진행에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직전까지의 공연으로 아직 땀을 흘리거나 숨을 고르고 물을 마시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그것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마침 나란히 앉아 있는 이세진과 박문대를 줌을 당겨 잡으며, 카메라를 든 직장인은 무심히 생각했다.
‘기왕이면 진행도 이세진 주지.’
바로 둘의 트윈 홈, ‘Puppy Bear’를 운영하기 시작한 홈마였다.
‘세트 리스트 유출 보니까 유닛 무대도 없다던데.’
아쉬웠다. 슬슬 둘이 하는 무대도 찍고 싶… 아니,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직장인은 빠르게 견적을 낸 뒤, 그래도 흐뭇한 기분이 되었다.
‘팔로워 붙는 게 단위가 달라.’
본래 운영하던 중소 기획사 출신 남자 아이돌의 팬 계정의 팔로워 수치를 6주 만에 넘겼다.
덕분에 더 간 볼 것도 없이 기존 계정 닫고 넘어왔다.
‘이 맛에 찍는 거지.’
역시 인기 있는 놈들 잡는 게 맞다며, 직장인은 다분히 계산적으로 생각했다.
‘특히 이세진은 롱런할 타입이야.’
마침 당사자가 입을 열고 있었다.
나!! 나!!
여기!
우렁찬 소리가 공연장을 울렸다.
이세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소리가 들리는 곳마다 ‘여기? 여기?’ 되물으며 손가락으로 포인트를 집었다.
박문대가 미미한 미소와 함께 제안했다.
우르르 일어난 테스타가 무대 끝을 빙 돌면서 위아래로 인사를 했다.
웃음소리와 환호로 공연장이 훈훈해졌다.
직장인은 카메라를 끈질기게 따라 붙이면서 입맛을 다셨다.
‘복근이라도 보여주면 좋겠는데.’
한순간만 보여줬다 내려도 깔끔하게 잡을 자신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토크는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졌다.
“네!!”
직장인은 사방에서 외치는 사람들과 함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가, 약간 머쓱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짜 재밌긴 했어.’
심지어 첫 번째 콘서트보다 장치도 화려하고 개인의 역량을 돋보이는 구성이 많다 보니, 더 빠져들기 좋았다.
특히 박문대-이세진으로 이어지는 솔로 무대가 매우 좋았다.
극히 정적이고 예술적인 박문대의 무대 뒤에 화려하고 활동적인 이세진의 무대를 붙여놓으니 만족도가 배로 올라갔던 것이다.
‘절대 내가 둘의 홈마여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둘이 제일 잘했다고…!’
직장인은 침착하게 덕질했다.
어어?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나왔다.
‘제발 헛짓하지 말아라.’
‘즉석 무대’ 같은 짓 하다가 숙연해지는 아이돌 콘서트를 몇 번 본 적 있던 직장인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신나서 말을 계속했다.
의아해하는 관객들도 있었으나, 순간 공연장 여기저기가 확 어두워졌다.
이어지는 설명은 간단했다.
한 멤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맞을 것 같다면 켜놓고, 틀릴 것 같다면 불을 꺼달라는 말이었다.
반짝반짝.
대부분의 응원봉이 꺼지지 않고 흔들흔들거렸다.
이세진이 호들갑을 떨자, 류청우가 웃으며 정답을 발표했다.
선아현이 쑥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꾸벅거렸다. 멤버들이 박수를 치고 관객석에서는 웃음과 환호가 울렸다.
같은 방식으로 7명의 멤버 각각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절반 이상을 성공했으나, 당연히 틀리기도 했다.
폭소가 이어지던 가운데, 마지막 타자가 나왔다.
박문대였다.
박문대는 토크 내내 다소 조용했는데, 그래도 타이밍이 주어지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광판에 뜬 글을 읽었다.
반짝.
제법 많은 응원봉이 꺼졌지만, 과반수가 불을 켜놨다.
‘멤버가 7명이니 7인분일 확률이 높긴 하지.’
직장인도 켜놨다.
헐!
멤버들이 아깝다며 코멘트를 하나씩 달고 난 뒤, 박문대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
관객들을 빠르게 납득했다.
‘이건 우리가 잘못했네.’
‘고 생각을 못 했어.’
반쯤 장난스러운 그 이해를 지나, 드디어 문답이 끝났다.
이세진이 자폭하자, 멤버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
“벌칙?!”
그냥 무대 전에 토크 시간 때울 겸 하는 줄 알았는데, 뭔가 더 준비된 모양이었다.
멤버들은 우르르 일어나는 동시에, 무대 장치가 움직이며 오른쪽, 왼쪽에서 거대한 상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객들이 정답을 맞힌 멤버들은 오른쪽으로, 못 맞힌 세 명은 왼쪽으로 달려갔다.
오른쪽의 상자는 근사한 성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그리고 왼쪽은… 웬 인형이 그려진 티슈 상자 그림이었다.
“…??”
척 봐도 심상치 않은 기세에 관객들이 빵 터지며 웅성거릴 무렵, 갑자기 반주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불길할 정도로 산뜻 발랄한 인트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