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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83

A- A+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3화
테스타의 콘서트는 묵직한 배경음 속에서 시작되었다.
쉬이이익!
순간 깜깜해진 공연장 앞, 거대한 전광판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어두운 영상이 떴다.
한밤중 소나무 숲이었다.
[…….]
먹으로 그은 듯한 붓 자국 효과와 함께, 소나무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철릭을 걸친 류청우였다.
마치 ‘행차’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는 듯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 찰나.
그의 뒤로 여섯 명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울리기 시작한 북소리와 세찬 꽹과리 소리.
‘행차’의 반주였다.
와아아아아-!
돔을 가득 채운 이만여 명의 환호가 메아리치는 가운데, 인트로가 끝나기 전에 전광판 아래에서 실제 멤버들이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대형을 갖추자마자, 강렬한 랩 벌스와 안무가 치고 들어왔다.
-발버둥 쳐도 피할 수 없도록
오늘 납신다 행차, 하신다
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짧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행차부터 때려??’
‘와 솔로곡 다 하고 마지막에 할 줄 알았는데!’
첫 번째 콘서트 때도 그랬지만, 배짱 넘치는 세트 리스트 구성에 관객들은 잔뜩 흥분했다.
심지어 백스테이지 등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스탭들도 드디어 콘서트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긴장하는 동시에, 회장의 분위기에 전염되어 다소 분위기가 올랐다.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노래 왜 이래.’
백스테이지 통로 출입 통제 업무에 배치된 일일 알바는 사람들의 고함을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음향 스피커 소리에 관객과 안쪽 스텝들의 목소리까지 울리며 귀가 아팠다.
‘개시끄럽네.’
반쯤 가려진 전광판에 간간이 멤버들의 얼굴 일부가 보였다.
“야 여기서도 좀 보인다!”
“오 잘생김.”
저 생각 없는 다른 알바들처럼 재밌어하거나 감명받기 싫었다.
‘연예인들 다 병원에서 관리받을 텐데 돈을 얼마나 쓰겠어?’
각도상 무대는 잘 보이지 않았으나, 뭐 뻔하게 아이돌 안무 같은 거 하고 있으려니 싶다.
다만 그 온갖 소음 속에서도 테스타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통로까지 들렸다.
‘사전 녹음이겠지 뭐.’
알바는 최대한 시니컬하게 생각하며, 슬쩍 스마트폰을 만졌다.
지금쯤 한번 실시간 중계글을…….
“저기요, 스마트폰 보지 마세요.”
“…….”
같은 알바면서 지랄은.
알바는 구시렁대며 스마트폰을 넣었다.
‘조금 있다가 다 보고 올린다.’
아주 인증까지 첨부해서 올릴 생각을 하며, 알바는 불퉁하게 통로에 서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일일 알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간에, 무대 위와 아래에는 미친 듯이 공연 진행이 몰아치고 있었다.
“VCR 120초!”
“다음 의상 빨리요!”
‘행차’가 끝나자마자 이어진 것은 게임 콜라보곡 일부와 당시의 타이틀인 ‘Better me’였으나, 원곡이 아닌 리믹스 버전이었다.
‘행차’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전통악기로 편곡하고 후렴 대부분을 한글로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는
날 넘길 순 없어 절대
짐승의 아가리 같은 거대한 무대 장치와 댄서들 사이에서 고음의 후렴구가 송곳처럼 찌르고 올라갔다.
그리고 풍물놀이의 상모와 유사한 흰 끈들을 이용해 매우 날렵한 댄스 브레이크가 펼쳐졌다.
-Better me
수많은 댄서와 함께 끈을 하늘로 날리며, 몰아치듯 쏟아진 세곡의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콘서트다운 화려한 연출이었다.
아아아악-!!
응원봉이 미친 듯이 흔들리며 중앙제어를 통해 색색으로 깜박이는 가운데, 다시 VCR이 들어갔다.
그리고 멤버들과 댄서들이 통로로 쏟아지듯 들어왔다.
“의상!”
“아현 씨 여기요!”
“네…!”
헐떡이는 멤버들 사이에서 선아현이 후다닥 움직였다.
첫 번째 솔로곡 무대가 즉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현이, 헉, 체력 좋네.”
“흡, 폐활량이, 과연, 무용 전공이십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솔로곡을 되새기며 한숨 돌려야 할 타이밍.
“문대야?”
“문대 씨, 괜찮아요!?”
“…후, 예.”
박문대가 복도에 스르륵 기대앉아 한숨을 쉬었다.
“찜질할까?”
“괜찮습니다.”
박문대는 단호하게 대답하고 땀을 닦아냈다.
‘생각보다 할 만하다.’
갈비뼈는 며칠 전에 다 붙었다. 다만 ‘무리하진 말라’ 정도의 말을 듣기는 했다.
‘그거야 병원에서 당연히 할 말이고.’
누가 다 나았으니 막살아보라고 하겠는가. 박문대는 뚱하게 합리화하며 폐가 있을 법한 자리에 손을 올렸다.
‘손목은… 여전히 약간 통증은 있어.’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구성을 잘 짜놨으니까.’
박문대는 확신이 있었다.
위에서는 드디어 선아현이 무대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렁이는 말결
그 목소리들 중에
네 숨소리가 들려
으와아아악!!
“다들 너무 좋아하신다~”
“…그렇겠지.”
박문대도 알았다.
수면 위에서 물방울을 튀기며 움직이는 선아현의 무대는 분명 화려할 것이다. 조명도 잘 썼을 것이고.
“와우! 저 가요!”
“네, 네! 이동합니다!”
그다음 무대인 차유진이 신나서 스텝의 등을 치며 뛰어갔다.
‘빨리도 갈아입었군.’
진행은 순조로웠다.
뮤직비디오 티저에서의 순서대로 구성된 솔로곡 무대들은 그 순서에 깜짝 놀라운 인상을 주진 못하더라도, 짜임새를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솔로곡 무대가 모두 끝났을 때 주는 여운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차유진 다음이 나…….”
“잘할 거야. 걱정하지 마, 세진아.”
박문대의 옆에서 긴장으로 날 선 배세진의 목소리와 류청우의 격려가 들렸다.
‘무대 장치를 영리하게 잘 구성했으니, 저쪽도 문제는 없다.’
배세진의 무대는 회전 무대 장치와 여러 마술적 요소가 들어갔다. 아마 오늘 콘서트 무대 중 제일 비용이 비쌌을 것이다.
그러니 차유진 다음이라도 버틸 만할 것이라고, 박문대는 짐작했다.
‘관객들이 신기할 테니까.’
도리어 다른 놈을 넣었으면 무대 역량이 비교되는 상황에 괴로워했을지도 몰랐다.
박문대가 슬쩍 말을 얹었다.
“맞아요, 형. 좋았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 알았어.”
“아~ 훈훈하다!”
이세진이 씩 웃었다. 그 너머에서 비하인드 컨텐츠용 카메라가 따라붙는 것이 보였다.
‘…혹시라도 토하는 꼴은 없어야겠군.’
방영은 안 되겠지만, 카메라가 찍는 걸로도 상당히 민망할 것이다.
박문대는 털고 일어서서, 자신의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의 솔로곡 무대는 5번째였다. 시간은 넉넉했다.
* * *
‘나온다.’
김래빈이 야광 불빛으로 번뜩이는 무대 조명들 아래에서 리드미컬하면서도 살짝 귀여워 언밸런스한 매력이 있는 솔로곡 무대를 하고 들어갔다.
그 순간, 찢어지는 환성 속에서 홈마가 했던 생각이다.
‘이제 박문대 차례야.’
연습 겸, 김래빈의 사진을 몇 장 찍은 게 제법 잘 나와서 더 손에 힘이 붙었다.
‘애들이 무대가 다 좋네.’
선아현부터 김래빈, 심지어 배세진의 무대까지 재밌었다.
‘문대야 가창력만으로도 찢어버리겠지…!’
자신으로부터 세 칸 옆에 박문대와 큰세진의 트윈 홈마가 앉아 있는 것을 의식하며, 홈마는 엄숙하게 카메라를 슬쩍 들었다.
마침 저 앞 의텐딩석에 있던 어떤 사람의 카메라가 보안요원에게 잡히는 것이 보였다.
직전 무대에서 앞사람 어깨에 백통 올리려던 사람이었다.
‘하수로군.’
걸려도 잡아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홈마는 반사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 모습에 가치 판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 웃기네.’
바로 백스테이지 통로에 서 있던 알바였다.
알바는 보안요원에게 카메라를 뺏기는 관객을 보고 혀를 찼다.
‘아니, 뭘 저렇게 찍어대. 쪽팔리지도 않나.’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빠순이라며, 알바는 다소 깔보는 자세로 생각했다. 벌써 인증글 멘트 하나가 머릿속에서 뚝딱 나왔다.
-X나게 사진만 찍어대던데 콘서트가 얼마나 노잼이면ㅋ
생각하면서 히죽거리던 알바는 어깨를 으쓱했다.
‘콘서트 시작하니까 이 알바 개꿀이긴 하네.’
백스테이지 통로에 접근하려는 관객 자체가 별로 없어서, 알바도 쉽게 빈둥댈 수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여기 안쪽에 사람!! 따라오세요!”
안쪽에서 스탭이 달려와서, 알바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뭐가 쏟아졌다는 것 같았다.
‘뭐야 또.’
알바는 투덜거리며 재촉하는 스텝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느릿하고 아름다운 VCR이 끝나고 박문대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와아아아-
무대의 정적인 분위기에, 환호성은 제법 빠르게 정리되었다.
어두운 무대 위, 한 줄기 조명을 받고 있던 박문대는 다수의 예상대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만 뮤직비디오 티저에서 봤던, 폐가를 감싸고 돌던 색색의 천들이 무대에서도 사방에서 뻗어 나와 의자와 박문대를 친친 동여매고 있었다.
그리고 의상은 혼례복이 아니라 가벼운 하얀 무대의상이었다.
반주도 흘러나오지 않는 고요한 무대 위.
박문대가 먼저 노래를 시작했다.
-사월 그믐날
달도 보이지 않는다
님은 오지 않고
사랑은 썩어 간다
무겁게 목소리만 오롯이 울리는 첫 번째 소절이 끝나는 순간.
몰아치듯이 악기 소리가 들어왔다.
우우우우!
단조의 국악기가 살짝 잦아들 순간, 다음 소절이 이어지며, 조명에 색이 들어왔다.
붉은빛과 파란빛, 점멸하는 조명이 이상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으허억.’
홈마는 간신히 카메라를 부여잡은 채로 박문대의 목소리를 들었다.
‘개잘불러.’
정말 이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홈마는 침을 삼키며 박문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헤메코 다 좋아.’
그리고 귀로는 후렴을 달리며 몰아치는 감정적 고음을 빨아들이듯이 들었다.
-그래도 기다리리
‘그아아악.’
홈마는 후렴이 끝나는 순간 카타르시스에 심장을 졸였다.
‘목소리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끝내줬다.
하지만 2절에 들어가는 순간, 상황이 변했다.
-그믐이 지나
해는 떠오지 않는다
그 가사와 함께, 박문대의 한쪽 손이 반쯤 허공에 들렸다.
마치 팔에 감긴 천이 잡아당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
약간 기묘한 그 움직임이 박문대가 직접 움직인 것이겠거니 황급히 납득하려던 순간, 이번에는 다른 쪽 팔이 각도를 달리해 올라왔다.
-님은 오지 않고
사랑은 썩어 간다
그리고 박문대는 그대로 허리가 들려 허공으로 올라갔다.
“…!!”
마치 천에 이끌려서 무중력 공간을 유영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의자 위로, 누워서 몸을 늘어뜨린 자세로 올라가며 박문대는 노래를 이었다.
“……어.”
홈마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그와 비슷한 얼굴이 관객석 여기저기서 출몰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관객석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안쪽에서 무너진 짐을 정리하던 알바도, 정면의 모니터링용 화면을 통해 무대 전광판에 송출되던 장면을 보았다는 뜻이다.
“……억.”
알바는 짐을 든 채, 입을 떡 벌리고 화면을 보았다.
그리고 잡혀간 관객이, 왜 그토록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지 느끼게 된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3화

테스타의 콘서트는 묵직한 배경음 속에서 시작되었다.

쉬이이익!

순간 깜깜해진 공연장 앞, 거대한 전광판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어두운 영상이 떴다.

한밤중 소나무 숲이었다.

먹으로 그은 듯한 붓 자국 효과와 함께, 소나무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철릭을 걸친 류청우였다.

마치 ‘행차’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과 연결되는 듯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 찰나.

그의 뒤로 여섯 명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울리기 시작한 북소리와 세찬 꽹과리 소리.

‘행차’의 반주였다.

와아아아아-!

돔을 가득 채운 이만여 명의 환호가 메아리치는 가운데, 인트로가 끝나기 전에 전광판 아래에서 실제 멤버들이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대형을 갖추자마자, 강렬한 랩 벌스와 안무가 치고 들어왔다.

-발버둥 쳐도 피할 수 없도록

오늘 납신다 행차, 하신다

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짧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행차부터 때려??’

‘와 솔로곡 다 하고 마지막에 할 줄 알았는데!’

첫 번째 콘서트 때도 그랬지만, 배짱 넘치는 세트 리스트 구성에 관객들은 잔뜩 흥분했다.

심지어 백스테이지 등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스탭들도 드디어 콘서트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긴장하는 동시에, 회장의 분위기에 전염되어 다소 분위기가 올랐다.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노래 왜 이래.’

백스테이지 통로 출입 통제 업무에 배치된 일일 알바는 사람들의 고함을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음향 스피커 소리에 관객과 안쪽 스텝들의 목소리까지 울리며 귀가 아팠다.

‘개시끄럽네.’

반쯤 가려진 전광판에 간간이 멤버들의 얼굴 일부가 보였다.

“야 여기서도 좀 보인다!”

“오 잘생김.”

저 생각 없는 다른 알바들처럼 재밌어하거나 감명받기 싫었다.

‘연예인들 다 병원에서 관리받을 텐데 돈을 얼마나 쓰겠어?’

각도상 무대는 잘 보이지 않았으나, 뭐 뻔하게 아이돌 안무 같은 거 하고 있으려니 싶다.

다만 그 온갖 소음 속에서도 테스타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통로까지 들렸다.

‘사전 녹음이겠지 뭐.’

알바는 최대한 시니컬하게 생각하며, 슬쩍 스마트폰을 만졌다.

지금쯤 한번 실시간 중계글을…….

“저기요, 스마트폰 보지 마세요.”

“…….”

같은 알바면서 지랄은.

알바는 구시렁대며 스마트폰을 넣었다.

‘조금 있다가 다 보고 올린다.’

아주 인증까지 첨부해서 올릴 생각을 하며, 알바는 불퉁하게 통로에 서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일일 알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간에, 무대 위와 아래에는 미친 듯이 공연 진행이 몰아치고 있었다.

“VCR 120초!”

“다음 의상 빨리요!”

‘행차’가 끝나자마자 이어진 것은 게임 콜라보곡 일부와 당시의 타이틀인 ‘Better me’였으나, 원곡이 아닌 리믹스 버전이었다.

‘행차’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전통악기로 편곡하고 후렴 대부분을 한글로 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는

날 넘길 순 없어 절대

짐승의 아가리 같은 거대한 무대 장치와 댄서들 사이에서 고음의 후렴구가 송곳처럼 찌르고 올라갔다.

그리고 풍물놀이의 상모와 유사한 흰 끈들을 이용해 매우 날렵한 댄스 브레이크가 펼쳐졌다.

-Better me

수많은 댄서와 함께 끈을 하늘로 날리며, 몰아치듯 쏟아진 세곡의 공연이 마무리되었다.

콘서트다운 화려한 연출이었다.

아아아악-!!

응원봉이 미친 듯이 흔들리며 중앙제어를 통해 색색으로 깜박이는 가운데, 다시 VCR이 들어갔다.

그리고 멤버들과 댄서들이 통로로 쏟아지듯 들어왔다.

“의상!”

“아현 씨 여기요!”

“네…!”

헐떡이는 멤버들 사이에서 선아현이 후다닥 움직였다.

첫 번째 솔로곡 무대가 즉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현이, 헉, 체력 좋네.”

“흡, 폐활량이, 과연, 무용 전공이십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솔로곡을 되새기며 한숨 돌려야 할 타이밍.

“문대야?”

“문대 씨, 괜찮아요!?”

“…후, 예.”

박문대가 복도에 스르륵 기대앉아 한숨을 쉬었다.

“찜질할까?”

“괜찮습니다.”

박문대는 단호하게 대답하고 땀을 닦아냈다.

‘생각보다 할 만하다.’

갈비뼈는 며칠 전에 다 붙었다. 다만 ‘무리하진 말라’ 정도의 말을 듣기는 했다.

‘그거야 병원에서 당연히 할 말이고.’

누가 다 나았으니 막살아보라고 하겠는가. 박문대는 뚱하게 합리화하며 폐가 있을 법한 자리에 손을 올렸다.

‘손목은… 여전히 약간 통증은 있어.’

하지만 괜찮을 것이다.

‘구성을 잘 짜놨으니까.’

박문대는 확신이 있었다.

위에서는 드디어 선아현이 무대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렁이는 말결

그 목소리들 중에

네 숨소리가 들려

으와아아악!!

“다들 너무 좋아하신다~”

“…그렇겠지.”

박문대도 알았다.

수면 위에서 물방울을 튀기며 움직이는 선아현의 무대는 분명 화려할 것이다. 조명도 잘 썼을 것이고.

“와우! 저 가요!”

“네, 네! 이동합니다!”

그다음 무대인 차유진이 신나서 스텝의 등을 치며 뛰어갔다.

‘빨리도 갈아입었군.’

진행은 순조로웠다.

뮤직비디오 티저에서의 순서대로 구성된 솔로곡 무대들은 그 순서에 깜짝 놀라운 인상을 주진 못하더라도, 짜임새를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솔로곡 무대가 모두 끝났을 때 주는 여운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차유진 다음이 나…….”

“잘할 거야. 걱정하지 마, 세진아.”

박문대의 옆에서 긴장으로 날 선 배세진의 목소리와 류청우의 격려가 들렸다.

‘무대 장치를 영리하게 잘 구성했으니, 저쪽도 문제는 없다.’

배세진의 무대는 회전 무대 장치와 여러 마술적 요소가 들어갔다. 아마 오늘 콘서트 무대 중 제일 비용이 비쌌을 것이다.

그러니 차유진 다음이라도 버틸 만할 것이라고, 박문대는 짐작했다.

‘관객들이 신기할 테니까.’

도리어 다른 놈을 넣었으면 무대 역량이 비교되는 상황에 괴로워했을지도 몰랐다.

박문대가 슬쩍 말을 얹었다.

“맞아요, 형. 좋았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 알았어.”

“아~ 훈훈하다!”

이세진이 씩 웃었다. 그 너머에서 비하인드 컨텐츠용 카메라가 따라붙는 것이 보였다.

‘…혹시라도 토하는 꼴은 없어야겠군.’

방영은 안 되겠지만, 카메라가 찍는 걸로도 상당히 민망할 것이다.

박문대는 털고 일어서서, 자신의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의 솔로곡 무대는 5번째였다. 시간은 넉넉했다.

* * *

‘나온다.’

김래빈이 야광 불빛으로 번뜩이는 무대 조명들 아래에서 리드미컬하면서도 살짝 귀여워 언밸런스한 매력이 있는 솔로곡 무대를 하고 들어갔다.

그 순간, 찢어지는 환성 속에서 홈마가 했던 생각이다.

‘이제 박문대 차례야.’

연습 겸, 김래빈의 사진을 몇 장 찍은 게 제법 잘 나와서 더 손에 힘이 붙었다.

‘애들이 무대가 다 좋네.’

선아현부터 김래빈, 심지어 배세진의 무대까지 재밌었다.

‘문대야 가창력만으로도 찢어버리겠지…!’

자신으로부터 세 칸 옆에 박문대와 큰세진의 트윈 홈마가 앉아 있는 것을 의식하며, 홈마는 엄숙하게 카메라를 슬쩍 들었다.

마침 저 앞 의텐딩석에 있던 어떤 사람의 카메라가 보안요원에게 잡히는 것이 보였다.

직전 무대에서 앞사람 어깨에 백통 올리려던 사람이었다.

‘하수로군.’

걸려도 잡아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홈마는 반사적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 모습에 가치 판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 웃기네.’

바로 백스테이지 통로에 서 있던 알바였다.

알바는 보안요원에게 카메라를 뺏기는 관객을 보고 혀를 찼다.

‘아니, 뭘 저렇게 찍어대. 쪽팔리지도 않나.’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빠순이라며, 알바는 다소 깔보는 자세로 생각했다. 벌써 인증글 멘트 하나가 머릿속에서 뚝딱 나왔다.

-X나게 사진만 찍어대던데 콘서트가 얼마나 노잼이면ㅋ

생각하면서 히죽거리던 알바는 어깨를 으쓱했다.

‘콘서트 시작하니까 이 알바 개꿀이긴 하네.’

백스테이지 통로에 접근하려는 관객 자체가 별로 없어서, 알바도 쉽게 빈둥댈 수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여기 안쪽에 사람!! 따라오세요!”

안쪽에서 스탭이 달려와서, 알바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뭐가 쏟아졌다는 것 같았다.

‘뭐야 또.’

알바는 투덜거리며 재촉하는 스텝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느릿하고 아름다운 VCR이 끝나고 박문대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와아아아-

무대의 정적인 분위기에, 환호성은 제법 빠르게 정리되었다.

어두운 무대 위, 한 줄기 조명을 받고 있던 박문대는 다수의 예상대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만 뮤직비디오 티저에서 봤던, 폐가를 감싸고 돌던 색색의 천들이 무대에서도 사방에서 뻗어 나와 의자와 박문대를 친친 동여매고 있었다.

그리고 의상은 혼례복이 아니라 가벼운 하얀 무대의상이었다.

반주도 흘러나오지 않는 고요한 무대 위.

박문대가 먼저 노래를 시작했다.

-사월 그믐날

달도 보이지 않는다

님은 오지 않고

사랑은 썩어 간다

무겁게 목소리만 오롯이 울리는 첫 번째 소절이 끝나는 순간.

몰아치듯이 악기 소리가 들어왔다.

우우우우!

단조의 국악기가 살짝 잦아들 순간, 다음 소절이 이어지며, 조명에 색이 들어왔다.

붉은빛과 파란빛, 점멸하는 조명이 이상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으허억.’

홈마는 간신히 카메라를 부여잡은 채로 박문대의 목소리를 들었다.

‘개잘불러.’

정말 이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홈마는 침을 삼키며 박문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헤메코 다 좋아.’

그리고 귀로는 후렴을 달리며 몰아치는 감정적 고음을 빨아들이듯이 들었다.

-그래도 기다리리

‘그아아악.’

홈마는 후렴이 끝나는 순간 카타르시스에 심장을 졸였다.

‘목소리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끝내줬다.

하지만 2절에 들어가는 순간, 상황이 변했다.

-그믐이 지나

해는 떠오지 않는다

그 가사와 함께, 박문대의 한쪽 손이 반쯤 허공에 들렸다.

마치 팔에 감긴 천이 잡아당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

약간 기묘한 그 움직임이 박문대가 직접 움직인 것이겠거니 황급히 납득하려던 순간, 이번에는 다른 쪽 팔이 각도를 달리해 올라왔다.

-님은 오지 않고

사랑은 썩어 간다

그리고 박문대는 그대로 허리가 들려 허공으로 올라갔다.

“…!!”

마치 천에 이끌려서 무중력 공간을 유영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의자 위로, 누워서 몸을 늘어뜨린 자세로 올라가며 박문대는 노래를 이었다.

“……어.”

홈마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그와 비슷한 얼굴이 관객석 여기저기서 출몰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관객석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안쪽에서 무너진 짐을 정리하던 알바도, 정면의 모니터링용 화면을 통해 무대 전광판에 송출되던 장면을 보았다는 뜻이다.

“……억.”

알바는 짐을 든 채, 입을 떡 벌리고 화면을 보았다.

그리고 잡혀간 관객이, 왜 그토록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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