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Mắt Hay Ra Đi Raw - C18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2화
선아현에게 무대에 관련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방법이었다.
안면만 있던 등급 평가 때도 반색하며 열심히 알려줬던 놈이니까.
그러나 대화가 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아, 안 돼!”
“…?”
사정을 설명하자마자 선아현이 태세를 변경한 것이다.
‘이놈 설마 경쟁심리에 눈 떴나.’
좀 어이가 없어서 보고 있자니, 좀 움츠러들면서도 꿋꿋이 말을 잇는다.
“다, 다쳤는데, 그런 걸 하면 위험한데…….”
아, 그거였나.
“괜찮아. 바로 연습하겠다는 건 아니야. 적당히 회복하면 할 생각이니까.”
기존에 운동하던 가닥이 있으니, 일단 구상과 암기에 치중하다가 2주 정도 남기고 본격적으로 실전 연습을 할 생각이었다.
내가 무슨 총상 맞고 다음 화에 바로 뛰어다니는 드라마 등장인물도 아니고, 당연히 몸 챙길 구상은 다 해뒀지.
그러나 이 구체적인 설명을 추가했음에도 선아현은 영 안색이 별로였다.
“그, 그래도, 생각보다 관절에 부담이 많이 갈 것 같……, 아, 안 하면 안 돼…?”
“음…….”
“이, 이미! 노래도 정말 잘하는데, 그런 것까지 안 해도…….”
잘하면 아주 땀까지 뻘뻘 흘릴 기세다.
‘…부상에 예민하군.’
단순히 무용 전공 출신이라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필사적인 구석이 있다.
“음.”
아무튼, 이대로는 답을 받아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약간 말을 바꿔볼까.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 지, 진짜?”
“응. 몸 생각해서 자제해야지.”
선아현의 안색이 확 펴진다.
나는 그 뒤에 슬쩍 말을 추가했다.
“그럼 장치는 잠깐만 쓰고…. 그래, 혹시 모르니까 안전한 자세 좀 물어봐도 될까.”
“으, 으응!”
됐다.
선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하나 재생해 보여주었다.
“여기 힘 빼는 부분 말인데…….”
일명 조삼모사 화법이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난 원래 하려던 거 하겠다는 뜻이지만, 이놈 성격에 ‘상대가 납득했다’는 뉘앙스에 넘어갈 줄 알았다.
나는 선아현의 실전 팁 몇 가지를 주워듣고, 연습실에서 시범을 보여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고맙다.”
“뭐, 뭘!”
그리고 선아현은 이후 콘서트를 위해 대여한 거대 연습실에 도착한 후에야 이상함을 눈치챘다.
드디어 회사가 빠릿하게 움직이는지 벌써 장치를 대여해 놨더라고.
“어, 어…….”
선아현의 표정이 ‘?’로 도배가 되었으나, 이미 상황은 끝났다.
“이거, 그, 안 하는…?”
“알려준다며.”
“그, 그렇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안 내키면 관둬도 돼. 강사분 오셨으니 천천히 물어보면 되겠지.”
“…! 아, 아냐! 알려줄게!”
“고맙다.”
그렇게 선아현의 시범까지 확인했다.
이미 전에 해봤었는지, 강사의 어드바이스가 없어도 수월하다.
그리고 느낌이 다르다.
‘…확실히 차이가 있군.’
저걸 습득해야 한다.
“오오!”
중간에 난입한 차유진이 자기도 해보겠다며 신나서 끼어들다가 얼굴 채로 바닥에 머리를 박을 뻔한 것을 빼면,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다만, 몇몇 멤버들이 슬그머니 묻긴 했다.
“문대야, 진료받아봤어? 해도 괜찮다고 하신 거 맞아?”
“아, 괜찮습니다.”
나는 류청우가 넌지시 묻는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복하면 무리 안 가는 선에서 시도하기로 했어요.”
“…알았어. 그래도 무리하진 말고.”
정말 괜찮았다. 스케줄도 다 뺐을뿐더러, 원래 몸보다도 회복 속도가 확실히 빨랐다.
‘바쿠스500 덕인가.’
피로 누적 속도가 느리니 회복력에서 보정을 받나 보다.
나는 팔짱을 끼고, 차유진이 히히덕거리며 막 내려온 장치를 다시 살폈다.
‘역시 그림이 괜찮겠어.’
이제야 뭘 하는 맛이 난다. 기분이 썩 괜찮았다.
콘서트가 제법 기대되었다.
* * *
“이건… 성공 기념잔이야.”
“아 너무 좋아! 건배!!”
박문대의 홈마는 자신의 대학원생 친구와 함께 맥주를 들이켰다.
‘으아아!!’
짜릿했다.
얼마 전 진행된 테스타의 두 번째 콘서트 선예매를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둘 다 성공했다.
“여기 스탠딩인 거 맞지? 서서 봐야 하나?”
“아니아니! 거기 의자 있어! 분위기 봐서 앉았다 섰다 하면 돼.”
“아~ 그렇구나!”
스탠딩 구역에 간이 의자를 주르륵 세워둔, 일명 ‘의탠딩’석 중 제법 앞자리의 좋은 구간을 잡은 대학원생이 밝게 웃었다.
‘겨우 시간 냈다더니.’
약간 측은하게 그 모습을 보던 박문대의 홈마는, 마침 울린 자신의 스마트폰을 힐끗 보았다.
드르륵!
그리고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스마트폰을 부여잡았다.
“허어어, 문대 글 올렸어!”
“헐!”
========================
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이것은 오늘의 저녁밥입니다
제가 만들었어요
(사진) (사진)
청우 형이 찍어주었습니다
러뷰어도 맛있는 밥 드세요
========================
첨부된 사진에는 땡초된장찌개와 계란후라이가 포함된 가정식이 제법 그럴싸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상을 찍는 박문대의 옆모습을 찍은 사진까지.
‘미치겠네, 진짜.’
홈마는 머리를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박문대는 정말 최고였다. 다만 너무 했다.
‘쉬어 좀!!’
쉬라고 스케줄을 빼준 걸 텐데 왜 밥을 하고 앉아있단 말인가.
게다가 사진을 다시 보니 마음에 걸리는 점들이 쑥쑥 눈에 띄었다.
대학원생은 걱정 어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직 팔목에 보호대 하고 있네….”
“얘 허리에도 한 것 같아. 옷에 모양 나왔어.”
부상 소식을 들은 지 벌써 일주일이었으나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약간 가라앉았다.
“…그래도 문대 솔로곡도 막 격하게 움직이는 곡 아니니까, 콘서트는 괜찮겠지? 에서도 서서 불렀잖아.”
“그렇지. 앉아서 부르겠지.”
여차하면 단체 안무도 빼고 앉아서 하면 되지 않겠냐며, 둘은 합리적인 추측을 했다.
‘많이 아쉬워하겠다.’
활동 1년 이상 지켜본 결과, 박문대는 무대 욕심이 아닌 척 많은 타입 같았는데 말이다.
홈마는 당장 소속사를 통해서 홍삼이라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통곡하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그래도 이번 콘서트 첫 번째보다 더 재밌을 것 같아! 콘서트장도 더 크고!”
“흐으음, 그, 그렇지.”
대학원생은 분위기를 바꾸려 시도했고, 홈마는 발맞춰 호응하면서도 떨떠름한 기분을 어쩔 수 없어 했다.
둘 다 티켓팅에 성공했다는 즐거운 상황을 직면해서 슬쩍 무시하고 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하필 고척돔…….’
지난번, 13,000석을 기준으로 체조경기장에서 했던 콘서트는 이번에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며 21,000석을 오픈했다.
물론 미친 듯이 기세를 불리는 테스타의 콘서트이니, 규모를 키우는 건 소속사 입장에서는 옳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팬의 입장에서는 고척돔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시야가 구려.’
차라리 체조경기장에서 기간을 늘려서 2주를 해달라며 울부짖고 싶었지만, 투어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건 안다.
‘크흑.’
일신상 사정으로 이번 투어를 전부 완벽하게 따라가긴 힘든 홈마는 맥주를 원샷 했다.
‘몇 번은 그냥 데이터 사야겠지….’
술이 달았다.
그리고 가까스로 좋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콘서트 끝나면 곧 시상식 시즌이잖아. 투어 가도 애들 얼굴 자주 보겠어!”
“헉! 그러네!”
이번 테스타의 시상식 성적은 제법 기대가 컸다.
‘VTIC이 불참할 가능성도 있고.’
멤버 하나가 클럽에서 터진 지저분한 사회적 논란에 엮이며, 그룹 자체의 컴백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VTIC은 선공개 곡만 내고 소식이 없어서 팬들이 애가 타는 것 같았다.
칼같이 논란 멤버를 잘라낸 후로는 공식 SNS 등지도 잠잠하다고 한다.
심지어 멤버 생일에도 조용했다던가.
‘생일자가 청려였지?’
우리 애를 은근히 먹이는 건지 아니면 친한 건지 알 수 없는 놈이지만, 어쨌든 제일 익숙한 놈이 슬쩍 떠올랐다.
하지만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 1군인데 알아서 잘해 먹겠지.’
사실 VTIC이라는 변수를 빼도 테스타의 기세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문대는 최근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어느 정도냐면, 요 반년 동안 새로운 홈마가 우수수 붙었다.
‘대체 몇 명이나 갈아탄 거야!’
다른 그룹의 홈마도 슬쩍 말없이 갈아타는 걸 오프라인에서 목격한 게 한두 건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번 콘서트에서 하필 그녀와 같은 구역을 잡은 사람도 그런 케이스였다.
‘큰세진까지 묶어서 트윈 홈이었지!’
지난 첫 번째 콘서트에서 간 볼 겸 슬쩍 큰세진 찍는 것 같더니, 무대에서 엄청난 퀄리티의 아이컨택 사진을 뽑아서 익명 사이트에 풀었다는 카더라는 들었다.
그런데 정말 홈까지 열면서 그 사진의 다른 컷부터 푼 것이다.
박문대와 투 컷으로 찍힌 사진까지 함께!
‘…큰세진만 찍을 줄 알았는데 문대까지 같이 운영할 줄이야.’
은근한 경쟁심리가 심장에 불을 붙였다.
이번 콘서트에 반드시 그 갈아탄 트윈 홈보다 끝내주는 문대 사진을 뽑고 말리라!
본인도 갈아탔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로 홈마는 굳게 다짐했다.
“나 이번에 진짜 끝내주는 컷 뽑아온다.”
“아~ 완전 좋지! 나도 보여줘!”
대학원생은 해맑게 대답했다. 그리고 새 맥주를 시켰다.
“그럼 짠!”
“짠!”
둘은 다가오는 콘서트를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잔을 다시 부딪쳤다.
콘서트 첫날 당일, 울부짖으며 응원봉을 흔들다가 깨 먹게 될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 했을 때였다.
* * *
그리고 테스타의 콘서트 당일 리허설 현장.
“자, 바로 옮겨주세요!”
“예!”
공연을 앞두고 다양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에는 당장 필요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급하게 고용한 일일 아르바이트 스텝도 많았다.
‘아, 개빡세네.’
한 일일 스텝은 옮기던 짐을 짜증스럽게 툭 내려놓았다. 일급 7만 원 보고 지원했으나, 끝없는 노동에 질린 것이다.
“…….”
일일 스텝은 주변을 보다가 눈치껏 슬쩍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익명 사이트에 분노에 찬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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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돌 콘 스텝이다 질문 안받음]
: 차라리 상하차를 해라 X나 최저 주면서 시키는 건 더럽게 많다
빠순이들 벌써 밖에 개많은데 다들 할 짓이 없나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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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괜찮지?’
그럭저럭 흥미가 갈 만한 글이었는지 댓글이 몇 개 달렸다.
다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ㅋㅋ상하차 해본 적 없는 새끼네
-스텝은 무슨 딱 보니 일일 알바각
-ㅋㅋㅋㅋㅋㅋ그럼 알바한테 일 안 시키냐 븅신 쉑
-빠순이=돈 씀, 글쓴이=최저 받음
‘개X끼들이…!’
알바는 씩씩거리며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거기! 뭐 해요!”
“…! …예.”
알바는 날카로운 지적에 눈치를 보며 건성건성 짐을 들어 옮겼다. 주변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같은 알바들이 힐끔힐끔 쳐다봤으나, 이미 의욕은 없었다.
‘그냥 추노할까.’
탈주 각을 살살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뭐야?’
고개를 빼서 살펴보니, 유명한 얼굴들이 보였다.
“…!”
테스타가 리허설을 하러 온 것이다.
그들은 관계자들과 함께 통로로 바쁘게 이동하면서 여기저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
마침 이세진이 알바와 눈을 맞추며 서글서글하게 인사했다.
잘 관리된 큰 체격과 얼굴이었다.
“가자.”
“오케이~”
박문대가 이세진을 툭 쳤다. 둘은 몇 번 더 고개를 숙이고 얼른 다시 발을 옮겼다.
“다 잘생겼다.”
“우와.”
“좀 신기해.”
옆에서 같은 일일 알바들이 신나서 속삭였으나, 탈주 각을 보던 알바는 도리어 기분이 나빠졌다.
‘뭐 얼마나 대단한 일 한다고.’
박탈감이었다.
비슷한 나잇대의 사람이 어마어마한 성취를 거두었는데, 별로 인정해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태도였다.
다만 탈주하고 싶던 마음은 좀 줄었다.
‘뭘 얼마나 하나 보자.’
인성이든 실력이든, 프로그램 하나로 무명 기간도 없이 뜬 놈들이 흠이 없겠는가.
요새는 인증글 하나로도 온갖 사실을 증언할 수 있었다.
‘뭐, 익명인데 잡을 수 있겠어?’
알바는 안일하게 생각하며, 그다지 건전하지 않은 즐거운 망상에 빠졌다.
그리고 한 개인의 공상과는 관계없이, 콘서트는 많은 사람의 기대와 수고 속에서 착착 원활히 진행될 준비가 끝났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2화
선아현에게 무대에 관련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이미 검증된 방법이었다.
안면만 있던 등급 평가 때도 반색하며 열심히 알려줬던 놈이니까.
그러나 대화가 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아, 안 돼!”
“…?”
사정을 설명하자마자 선아현이 태세를 변경한 것이다.
‘이놈 설마 경쟁심리에 눈 떴나.’
좀 어이가 없어서 보고 있자니, 좀 움츠러들면서도 꿋꿋이 말을 잇는다.
“다, 다쳤는데, 그런 걸 하면 위험한데…….”
아, 그거였나.
“괜찮아. 바로 연습하겠다는 건 아니야. 적당히 회복하면 할 생각이니까.”
기존에 운동하던 가닥이 있으니, 일단 구상과 암기에 치중하다가 2주 정도 남기고 본격적으로 실전 연습을 할 생각이었다.
내가 무슨 총상 맞고 다음 화에 바로 뛰어다니는 드라마 등장인물도 아니고, 당연히 몸 챙길 구상은 다 해뒀지.
그러나 이 구체적인 설명을 추가했음에도 선아현은 영 안색이 별로였다.
“그, 그래도, 생각보다 관절에 부담이 많이 갈 것 같……, 아, 안 하면 안 돼…?”
“음…….”
“이, 이미! 노래도 정말 잘하는데, 그런 것까지 안 해도…….”
잘하면 아주 땀까지 뻘뻘 흘릴 기세다.
‘…부상에 예민하군.’
단순히 무용 전공 출신이라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필사적인 구석이 있다.
“음.”
아무튼, 이대로는 답을 받아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약간 말을 바꿔볼까.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 지, 진짜?”
“응. 몸 생각해서 자제해야지.”
선아현의 안색이 확 펴진다.
나는 그 뒤에 슬쩍 말을 추가했다.
“그럼 장치는 잠깐만 쓰고…. 그래, 혹시 모르니까 안전한 자세 좀 물어봐도 될까.”
“으, 으응!”
됐다.
선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하나 재생해 보여주었다.
“여기 힘 빼는 부분 말인데…….”
일명 조삼모사 화법이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난 원래 하려던 거 하겠다는 뜻이지만, 이놈 성격에 ‘상대가 납득했다’는 뉘앙스에 넘어갈 줄 알았다.
나는 선아현의 실전 팁 몇 가지를 주워듣고, 연습실에서 시범을 보여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고맙다.”
“뭐, 뭘!”
그리고 선아현은 이후 콘서트를 위해 대여한 거대 연습실에 도착한 후에야 이상함을 눈치챘다.
드디어 회사가 빠릿하게 움직이는지 벌써 장치를 대여해 놨더라고.
“어, 어…….”
선아현의 표정이 ‘?’로 도배가 되었으나, 이미 상황은 끝났다.
“이거, 그, 안 하는…?”
“알려준다며.”
“그, 그렇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안 내키면 관둬도 돼. 강사분 오셨으니 천천히 물어보면 되겠지.”
“…! 아, 아냐! 알려줄게!”
“고맙다.”
그렇게 선아현의 시범까지 확인했다.
이미 전에 해봤었는지, 강사의 어드바이스가 없어도 수월하다.
그리고 느낌이 다르다.
‘…확실히 차이가 있군.’
저걸 습득해야 한다.
“오오!”
중간에 난입한 차유진이 자기도 해보겠다며 신나서 끼어들다가 얼굴 채로 바닥에 머리를 박을 뻔한 것을 빼면,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다만, 몇몇 멤버들이 슬그머니 묻긴 했다.
“문대야, 진료받아봤어? 해도 괜찮다고 하신 거 맞아?”
“아, 괜찮습니다.”
나는 류청우가 넌지시 묻는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복하면 무리 안 가는 선에서 시도하기로 했어요.”
“…알았어. 그래도 무리하진 말고.”
정말 괜찮았다. 스케줄도 다 뺐을뿐더러, 원래 몸보다도 회복 속도가 확실히 빨랐다.
‘바쿠스500 덕인가.’
피로 누적 속도가 느리니 회복력에서 보정을 받나 보다.
나는 팔짱을 끼고, 차유진이 히히덕거리며 막 내려온 장치를 다시 살폈다.
‘역시 그림이 괜찮겠어.’
이제야 뭘 하는 맛이 난다. 기분이 썩 괜찮았다.
콘서트가 제법 기대되었다.
* * *
“이건… 성공 기념잔이야.”
“아 너무 좋아! 건배!!”
박문대의 홈마는 자신의 대학원생 친구와 함께 맥주를 들이켰다.
‘으아아!!’
짜릿했다.
얼마 전 진행된 테스타의 두 번째 콘서트 선예매를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둘 다 성공했다.
“여기 스탠딩인 거 맞지? 서서 봐야 하나?”
“아니아니! 거기 의자 있어! 분위기 봐서 앉았다 섰다 하면 돼.”
“아~ 그렇구나!”
스탠딩 구역에 간이 의자를 주르륵 세워둔, 일명 ‘의탠딩’석 중 제법 앞자리의 좋은 구간을 잡은 대학원생이 밝게 웃었다.
‘겨우 시간 냈다더니.’
약간 측은하게 그 모습을 보던 박문대의 홈마는, 마침 울린 자신의 스마트폰을 힐끗 보았다.
드르륵!
그리고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스마트폰을 부여잡았다.
“허어어, 문대 글 올렸어!”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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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이것은 오늘의 저녁밥입니다
제가 만들었어요
(사진) (사진)
청우 형이 찍어주었습니다
러뷰어도 맛있는 밥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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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사진에는 땡초된장찌개와 계란후라이가 포함된 가정식이 제법 그럴싸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상을 찍는 박문대의 옆모습을 찍은 사진까지.
‘미치겠네, 진짜.’
홈마는 머리를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박문대는 정말 최고였다. 다만 너무 했다.
‘쉬어 좀!!’
쉬라고 스케줄을 빼준 걸 텐데 왜 밥을 하고 앉아있단 말인가.
게다가 사진을 다시 보니 마음에 걸리는 점들이 쑥쑥 눈에 띄었다.
대학원생은 걱정 어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직 팔목에 보호대 하고 있네….”
“얘 허리에도 한 것 같아. 옷에 모양 나왔어.”
부상 소식을 들은 지 벌써 일주일이었으나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약간 가라앉았다.
“…그래도 문대 솔로곡도 막 격하게 움직이는 곡 아니니까, 콘서트는 괜찮겠지? 에서도 서서 불렀잖아.”
“그렇지. 앉아서 부르겠지.”
여차하면 단체 안무도 빼고 앉아서 하면 되지 않겠냐며, 둘은 합리적인 추측을 했다.
‘많이 아쉬워하겠다.’
활동 1년 이상 지켜본 결과, 박문대는 무대 욕심이 아닌 척 많은 타입 같았는데 말이다.
홈마는 당장 소속사를 통해서 홍삼이라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통곡하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그래도 이번 콘서트 첫 번째보다 더 재밌을 것 같아! 콘서트장도 더 크고!”
“흐으음, 그, 그렇지.”
대학원생은 분위기를 바꾸려 시도했고, 홈마는 발맞춰 호응하면서도 떨떠름한 기분을 어쩔 수 없어 했다.
둘 다 티켓팅에 성공했다는 즐거운 상황을 직면해서 슬쩍 무시하고 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하필 고척돔…….’
지난번, 13,000석을 기준으로 체조경기장에서 했던 콘서트는 이번에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며 21,000석을 오픈했다.
물론 미친 듯이 기세를 불리는 테스타의 콘서트이니, 규모를 키우는 건 소속사 입장에서는 옳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팬의 입장에서는 고척돔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시야가 구려.’
차라리 체조경기장에서 기간을 늘려서 2주를 해달라며 울부짖고 싶었지만, 투어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건 안다.
‘크흑.’
일신상 사정으로 이번 투어를 전부 완벽하게 따라가긴 힘든 홈마는 맥주를 원샷 했다.
‘몇 번은 그냥 데이터 사야겠지….’
술이 달았다.
그리고 가까스로 좋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콘서트 끝나면 곧 시상식 시즌이잖아. 투어 가도 애들 얼굴 자주 보겠어!”
“헉! 그러네!”
이번 테스타의 시상식 성적은 제법 기대가 컸다.
‘VTIC이 불참할 가능성도 있고.’
멤버 하나가 클럽에서 터진 지저분한 사회적 논란에 엮이며, 그룹 자체의 컴백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VTIC은 선공개 곡만 내고 소식이 없어서 팬들이 애가 타는 것 같았다.
칼같이 논란 멤버를 잘라낸 후로는 공식 SNS 등지도 잠잠하다고 한다.
심지어 멤버 생일에도 조용했다던가.
‘생일자가 청려였지?’
우리 애를 은근히 먹이는 건지 아니면 친한 건지 알 수 없는 놈이지만, 어쨌든 제일 익숙한 놈이 슬쩍 떠올랐다.
하지만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 1군인데 알아서 잘해 먹겠지.’
사실 VTIC이라는 변수를 빼도 테스타의 기세는 확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문대는 최근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어느 정도냐면, 요 반년 동안 새로운 홈마가 우수수 붙었다.
‘대체 몇 명이나 갈아탄 거야!’
다른 그룹의 홈마도 슬쩍 말없이 갈아타는 걸 오프라인에서 목격한 게 한두 건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번 콘서트에서 하필 그녀와 같은 구역을 잡은 사람도 그런 케이스였다.
‘큰세진까지 묶어서 트윈 홈이었지!’
지난 첫 번째 콘서트에서 간 볼 겸 슬쩍 큰세진 찍는 것 같더니, 무대에서 엄청난 퀄리티의 아이컨택 사진을 뽑아서 익명 사이트에 풀었다는 카더라는 들었다.
그런데 정말 홈까지 열면서 그 사진의 다른 컷부터 푼 것이다.
박문대와 투 컷으로 찍힌 사진까지 함께!
‘…큰세진만 찍을 줄 알았는데 문대까지 같이 운영할 줄이야.’
은근한 경쟁심리가 심장에 불을 붙였다.
이번 콘서트에 반드시 그 갈아탄 트윈 홈보다 끝내주는 문대 사진을 뽑고 말리라!
본인도 갈아탔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로 홈마는 굳게 다짐했다.
“나 이번에 진짜 끝내주는 컷 뽑아온다.”
“아~ 완전 좋지! 나도 보여줘!”
대학원생은 해맑게 대답했다. 그리고 새 맥주를 시켰다.
“그럼 짠!”
“짠!”
둘은 다가오는 콘서트를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잔을 다시 부딪쳤다.
콘서트 첫날 당일, 울부짖으며 응원봉을 흔들다가 깨 먹게 될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 했을 때였다.
* * *
그리고 테스타의 콘서트 당일 리허설 현장.
“자, 바로 옮겨주세요!”
“예!”
공연을 앞두고 다양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에는 당장 필요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급하게 고용한 일일 아르바이트 스텝도 많았다.
‘아, 개빡세네.’
한 일일 스텝은 옮기던 짐을 짜증스럽게 툭 내려놓았다. 일급 7만 원 보고 지원했으나, 끝없는 노동에 질린 것이다.
“…….”
일일 스텝은 주변을 보다가 눈치껏 슬쩍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익명 사이트에 분노에 찬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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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상하차를 해라 X나 최저 주면서 시키는 건 더럽게 많다
빠순이들 벌써 밖에 개많은데 다들 할 짓이 없나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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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 괜찮지?’
그럭저럭 흥미가 갈 만한 글이었는지 댓글이 몇 개 달렸다.
다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ㅋㅋ상하차 해본 적 없는 새끼네
-스텝은 무슨 딱 보니 일일 알바각
-ㅋㅋㅋㅋㅋㅋ그럼 알바한테 일 안 시키냐 븅신 쉑
-빠순이=돈 씀, 글쓴이=최저 받음
‘개X끼들이…!’
알바는 씩씩거리며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거기! 뭐 해요!”
“…! …예.”
알바는 날카로운 지적에 눈치를 보며 건성건성 짐을 들어 옮겼다. 주변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같은 알바들이 힐끔힐끔 쳐다봤으나, 이미 의욕은 없었다.
‘그냥 추노할까.’
탈주 각을 살살 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뭐야?’
고개를 빼서 살펴보니, 유명한 얼굴들이 보였다.
“…!”
테스타가 리허설을 하러 온 것이다.
그들은 관계자들과 함께 통로로 바쁘게 이동하면서 여기저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
마침 이세진이 알바와 눈을 맞추며 서글서글하게 인사했다.
잘 관리된 큰 체격과 얼굴이었다.
“가자.”
“오케이~”
박문대가 이세진을 툭 쳤다. 둘은 몇 번 더 고개를 숙이고 얼른 다시 발을 옮겼다.
“다 잘생겼다.”
“우와.”
“좀 신기해.”
옆에서 같은 일일 알바들이 신나서 속삭였으나, 탈주 각을 보던 알바는 도리어 기분이 나빠졌다.
‘뭐 얼마나 대단한 일 한다고.’
박탈감이었다.
비슷한 나잇대의 사람이 어마어마한 성취를 거두었는데, 별로 인정해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태도였다.
다만 탈주하고 싶던 마음은 좀 줄었다.
‘뭘 얼마나 하나 보자.’
인성이든 실력이든, 프로그램 하나로 무명 기간도 없이 뜬 놈들이 흠이 없겠는가.
요새는 인증글 하나로도 온갖 사실을 증언할 수 있었다.
‘뭐, 익명인데 잡을 수 있겠어?’
알바는 안일하게 생각하며, 그다지 건전하지 않은 즐거운 망상에 빠졌다.
그리고 한 개인의 공상과는 관계없이, 콘서트는 많은 사람의 기대와 수고 속에서 착착 원활히 진행될 준비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