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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 Mắt Hay Ra Đi Raw - C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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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0화
그 후로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체감으로는 순식간이었으나, 아마 짧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들었다.
머리가 상쾌했기 때문이다.
“…….”
다행히, 눈을 뜨자마자 보인 곳은 누가 봐도 1인 병실이었다.
‘됐다.’
전화 받은 놈이 제대로 처리했나 보…….
“…! 문대야.”
“…!”
고개를 돌리자, 의자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난 류청우와 눈이 마주쳤다.
‘뭐야.’
이놈이 여기 왜 있어.
“잠깐, 호출!”
그러나 뭘 이야기할 겨를도 없이, 류청우는 곧장 버튼을 눌러 의료진을 불렀다.
그리고 잠시 뒤.
“네. 다른 이상 징후는 없으시고요. 수액 속도 괜찮으신가요?”
“예…….”
“그럼 이대로 한 시간 후에 다시 교환해 드릴게요.”
방문한 의료진의 체크하에 큰 이상 없다는 소견이 다시 발급된 듯하다.
나는 수액이 들어가는 손등을 떨떠름한 눈으로 보았다.
‘어쩐지 상쾌하더라니.’
항생제랑 영양제가 직통으로 들어간 덕이었나 보다.
“이상 있으시면 호출하시면 돼요.”
“…예.”
“감사합니다!”
달칵.
그리고 의료진이 나가자마자, 심각한 얼굴들이 침대 옆에 줄줄 튀어나왔다.
하나가 아니라, 셋이나 된다.
류청우가 잠시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 같더니 큰세진과 배세진이 어딘가에서 튀어온 것이다.
‘뭐야 이거.’
무슨 조폭 영화에서나 봤던 구도 아닌가.
그 와중에 류청우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손목은 염좌라 전치 3주, 갈비뼈는 두 대 실금 4주. 팔다리 피멍은 그것보단 빨리 빠질 거라고 하시더라.”
“…….”
“너 하루 꼬박 정신 못 차렸어.”
생각보다 부상 정도가 양호했다. 박문대 몸이 의외로 단단했나 보다.
‘안 부러진 게 어디냐.’
다만… 이 상황 보니 머리는 좀 잘 굴려야겠군.
맛 가기 직전이었던 나한테 마침 전화를 걸었던 당사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일단,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
큰세진이다.
안 봐도 이놈이 남은 둘에게 연락한 것 외에는 이 상황에 답이 없다.
“…야.”
“뭐, 왜.”
그 와중에 왜 이렇게 대꾸가 비협조적이냐.
“나 혼자 119도 안 부르고 널 병원까지 어떻게 옮기냐? 자차 있는 형 부르는 거 외에 방법 있어?”
“…….”
추궁하려던 건 아니다만, 확실히 할 말이 없긴 하군.
큰세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애초에 너한테 전화 걸었을 때… 청우 형이랑 만나는 중이었거든.”
“…….”
“너 톡이 너무 이상해서.”
“…뭐?”
큰세진은 팔짱을 꼈다.
“박문대가 멀쩡한 숙소 놔두고 굳이 호텔 가는 것도 웃긴데, 그것만 남기고 연락이 끊기니까 더 이상하잖아.”
“…!”
“그래서 다른 애들한테도 물어봤는데… 답장마다 다 이상하더라.”
큰세진이 배세진 쪽으로 살짝 턱짓했다.
“저 형님도 그래서 청우 형한테 연락 중이었대.”
배세진이 살짝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종합소득세 신고까지 이야기했으면서 갑자기 아파트 평형 잘 모른다니까, 이상해서.”
“…….”
떠본 거였나.
큰세진이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그거 너 아니지?”
“…….”
“그러니까 좀 묻자, 너 대체 꼴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래. 이 질문은 나올 줄 알았다.
“내가 당장 신고하자는 청우 형 말리긴 했는데… 솔직히 나도 왜 말린 건지 모르겠거든? 진짜 별생각이 다 들고….”
큰세진이 허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혼자 처리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면 지금이라도 신고할 거니까, 무슨 일인지 그냥 빨리 털어놔라.”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신고는 되도록 피하고 싶은데.”
“그러니까 왜!?”
“문대야, 어떤 이유든 우선 공식적으로 기록 남기는 게 좋아. 신고하자.”
“…활동 때문이야?”
“아뇨.”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쌍방 처리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
“뭐, 뭐?”
나는 수액이 들어가고 있지 않은 쪽 손을 주먹 쥐고 흔들었다.
“X나게 패줘서.”
“…….”
“…….”
“외출하다가 웬 미친 새끼한테 걸려서 때려눕히고 증거 좀 잡아놨는데, 우리나라 법이 정당방위 범위가 너무 좁아서… 승소해도 법정 가면 시간만 잡아먹잖아요.”
“그, 그래도 그 새끼한테 법의 철퇴를…….”
“제가 진짜 철로 대가리를 갈겼으니까 괜찮습니다.”
“…….”
수갑이지만 뭐, 철은 맞겠지.
입을 벌리고 굳은 셋을 향해, 나는 덤덤히 설명을 이었다.
“사실 제 부상의 다수는 역으로 제압하려다가 생긴 거라… 실제로 무방비 상태에서 맞은 건 아니라서, 괜히 기사 나서 물고 늘어지면 저만 귀찮아질 것 같거든요.”
“……으음.”
이놈들 얼굴이 다 얼빠졌다 복잡 미묘해졌다 난리도 아니군.
하지만 배세진은 여전히 어두운 얼굴이었다.
“그래도 네가 맞은 게 맞단 거잖아…!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으니까, 잘 맞춰서 신고해 보자. 너한테 또 해코지할 수도 있고.”
“뭐, 어차피 신고해도 질 테니까 그쪽이 입 털 순 없을걸요. 쓸데없는 짓 못 하게 겁도 잘 줬고.”
“거, 겁을?”
“예. 제대로 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숙였다.
“음, 제가… 일 처리를 대충 했을 것 같나요.”
“…….”
아닌가 보다. 평소 신뢰를 잘 쌓은 것이 여기서 빛을 발하는군.
“설명 괜찮았을까요? 그래서 신고는 안 하려고 했습니다. 119도 부르면 바로 부상 원인 추적하실 것 같아서 안 하는 쪽으로 부탁했는데요.”
“…문대야. 그거 그냥 병원 와도 해.”
“…!”
류청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너 상태 정말 심각했어. 열은 펄펄 끓는데 얻어맞고 포박당한 것 같은 흔적도 있지….”
“…….”
“나야 네가 누굴 얼마나 때렸는지 모르지만, 정당방위 범위가 어떻게 되든 간에 네가 피해자야. 지금 네 모습을 보고 쌍방 같은 소리가 나올 리가 있나.”
류청우가 한숨을 쉬었다.
“일단 병원엔 아픈 상태에서 무리하다가 콘서트 연습 사고가 난 걸로 말은 해뒀지만… 그래도 난 신고하면 좋겠다. 네가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
“아니면 최소한 그 사람 신상 명세는 아는 대로 회사하고 공유하자. 혹시라도 접근 못 하게 해야지.”
“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몽타주 정도 대충 지어내서 이야기하면 되지 뭐.
“예. 회사에 연락해 보겠습니다.”
“…! 잘 생각했어.”
“우리한테도 말해줘! 그런 미친놈은 다들 주의해야지.”
“알았어. 음, 그리고.”
좀 민망했지만, 이 말은 하는 게 좋겠다.
“고맙다.”
“…!”
“형들도 감사합니다. 솔직히 그때 전화 안 왔으면 힘들었을걸요.”
나는 피식 웃었다.
“사칭한 메시지, 솔직히 그럴싸하던데. 누가 눈치챌 줄 몰랐습니다.”
“…….”
잠시 약간의 감동과 성취감으로 병실이 훈훈해졌다.
‘잘하면 탈출 안 했어도 오함마 맞기 전에 행적 잡혔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더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 찰나, 큰세진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러니까 나한테 더 잘해라. 우선 내 개인 사진을…….”
“취소한다.”
“야! 너무하네!”
큰세진이 침대보를 쳤다. 웃긴 새끼.
“…흠, 흠! 잘 쉬고. 아무튼! 몸조심하고!”
“그래. 그래도 제때 병원 와서 다행이다.”
남은 둘도 뿌듯해하는군. 좋아, 상황 정리 잘됐다.
“아, 음료수나 좀 사올까. 너희 뭐 마실래?”
“에이 형,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니야. 나 좀 걸을 겸 다녀오려고. 음, 문대는 사과주스?”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집을 게 있다면, 이거다.
‘음, 확실히 좀 편하군.’
류청우가 덜 거북했다.
아무래도 무의식이 아플 때 도와준 놈을 뇌에 도로 잘 찔러넣은 모양이다.
‘역시 체감을 해야 알아먹어.’
몸에 이득이 되니 머리가 도로 좀 돌아왔다.
“그럼 쉬고 있어.”
“네.”
나는 적당히 손을 흔들어 류청우를 배웅했다.
달칵.
그리고 놈이 나가자, 갑자기 큰세진이 슬쩍 물었다.
“야, 리더 형도 나갔는데.”
“…….”
“뭐 회사에 이야기하긴 싫지만 털어놓고 싶다 하는 거 없어? 세진 형님도 문대가 털어놓으면 딱 들어주실 거죠?”
“뭐, 뭐? 아, 그… 당연하지!”
눈치 빠른 새끼.
‘내가 대충 칭찬으로 말을 돌린 걸 눈치챘군.’
뭐, 어차피 만일을 위해서 몇 놈한테는 설명해 두려고 했다.
차후 활동 중 되도록 VTIC과 엮이지 않는 쪽으로 팀 내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서 말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지.’
그러려면 서로 안 친해서 나 몰래 뭘 공모하지 못할 만하며, 다른 놈에게 실수라도 안 떠들 성격이 좋다.
‘딱이군.’
나는 입을 열었다.
“나 습격한 놈 말인데, 사실 안면이 있는 사람이야.”
“뭐?”
“누구!”
“VTIC 청려요.”
“……!!”
배세진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확 굳었다.
“그 새끼, 어쩐지 이상했어.”
“…그래요?”
“어, 눈이 이상했…!”
“신고하자.”
“…!!”
큰세진이 굳은 얼굴로 치고 들어왔다.
“앞으로 시상식이나 음방에서 계속 볼 건데, 안 돼. 신고하자.”
“그럴 필요 없다니까.”
“너 지금은 괜찮아도 막상 만나면…….”
나는 피식 웃었다.
“그 X밥 새끼가 뭐.”
“…!”
“말했잖아. 때린 건 나라고.”
나는 수액 맞는 팔을 조심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 새끼, 얼굴도 맞아서 한동안 활동도 못 할걸.”
“……널 먼저 신고하면,”
“녹음에 사진에 막판엔 사과까지 받았어. 못 해.”
“……후.”
큰세진은 한숨을 푹푹 쉬었으나, 더 반박하진 않았다.
‘신고하면 무슨 진창이 될지 슬슬 감이 오나 보군.’
그래도 그룹 성적에 그렇게 목매는 놈이 신고하자고 말한 게 용하긴 했다.
“대체 왜 널…….”
“모르죠. 그냥 꼴 보기 싫었나 본데요.”
“미친놈이네.”
업계에서 더 기상천외한 놈들을 많이 봤는지, 배세진은 의외로 쉽게 이 빈약한 이유를 납득했다.
그리고 머뭇거리다 물었다.
“…쟤랑, 나한테만 말하는 이유가 있어?”
“음, 앞으로 혹시라도 굳이 VTIC 만날 스케줄 잡을 것 같으면 요령껏 좀 같이 피해달라고 부탁드리려고요.”
살짝 아부도 해놓자.
“일할 때마다 발언을 잘해주시니까요.”
“…! 그, 그래. 알았어.”
사명감을 좀 불어 넣어주니까 확 낫군. 좋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증거는 꼭 가지고 있어!”
“그럼요.”
그렇게 ‘박문대는 왜 저 꼴이 됐는가’에 대한 설명과 납득이 끝났다.
‘생각보다 힘들었는데.’
뭐, 그래도 좋은 의미로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얘들아, 음료수.”
“오~ 감사합니다!”
“…고마워.”
얼마 뒤 류청우가 돌아왔고, 나는 제법 비싼 편의점제 사과주스를 마시며 머리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일단… 부상을 거동이 편한 선까지 회복하는 데에 넉넉잡아 4주인가.’
아슬아슬하게 콘서트 시작에는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여차하면 서울 콘서트는 좀 무리하면 그만이고.’
다만 문제는 그동안 최종 연습을 못 따라간다는 점이다.
단체 안무야 휴가 전에 익혔으니 변동사항이 없으면 어떻게 맞추겠는데, 솔로 무대가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팬서비스로 넣은 코너도 새로 안무를 따야 했다.
‘조심하면서 동작은 외우는 게 최선인가.’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일단 다른 놈들한테도 부상 양해 좀 구하고, 회사에도 연락해서 미리 기사 좀 뽑아달라고 할 생각이다.
‘지금 때려놔야 혹시 콘서트 때까지 회복이 안 돼도 다들 양해해 주겠지.’
…하지만 이 행동이 생각보다 강한 파장을 불러올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미루는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나 : 웬 미친 스토커한테 걸려서 제압하느라 약간 다침. 휴가 이후에 메시지는 전부 그 사람이 사칭한 거니 모두 없던 일로 부탁. (한숨 쉬는 이모티콘)]
일단 이걸 보자마자 선아현이 여행을 때려치우고 병실에 찾아오더라.
아무래도 내 원룸에 침입했던 또라이들을 본 적이 있어서 ‘스토커’라는 변명에 더 식겁한 모양이었다.
“무, 문대야!”
“…? 안녕.”
‘너 왜 여기 있냐’는 표정을 쳐다보기도 전에 선아현이 기겁해서 버럭 외쳤다.
“아, 약간 다친 거 아니잖아!”
“…….”
뭐… 깁스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약간 아니냐.
나는 거의 울 것 같은 선아현을 역으로 진정시키고 무슨 빵이 가득 든 선물 상자를 받았다.
속초의 유명한 빵집이라는데, 아무튼 맛은 좋았다.
그리고 선아현을 여기까지 데려다주신 부모님과도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너무 안타까워해 주셔서 오히려 좀 머쓱했다.
“다음에는 꼭 아현이랑 같이 와. 요새 너무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 아이고, 어떡해.”
“괜찮습니다. 제가 이겼어요.”
“그, 그러니? 그래도…….”
울상인 얼굴이 선아현이랑 똑같던데, 집안 내력인가 싶었다.
“피, 필요하면 연락해!”
“알았어.”
이후로도 선아현은 휴가가 끝날 때까지 병실을 들락거렸다.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나라면 절대 휴가 때 매일 병문안 안 온다.
‘인성의 차이인가.’
아, 물론 선아현이 아닌 다른 멤버들에게도 연락은 왔다.
그중에는 안 그래도 연락하려던 놈도 있었다.
-형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김래빈 말이다.
“그래. 음, 잘됐네.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는데.”
-예…?
그리고 나는 할 일을 했다.
“안녕하세요. 할머님. 박문대입니다.”
[아이고!]
나는 일단 분위기를 띄우려고 트로트를 부르려고 했으나, 김래빈의 할머님은 취향이 확고하셨다.
[그~ 우리 신랑이 할 때 불렀던 그거가 좋다! 겨울밤!]
“드, 들려드리겠습니다.”
[어휴, 이뻐라~]
음, 아무튼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유진은… 놀랍게도 휴가 마지막 전날까지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생존 신고를 한 것이, 단체메시지방에 올린 짧은 동영상이었다.
[와하하하!]
[Watch out!]
…바로 바닷가에 입수하는 차유진을 역동적으로 막 찍은 비디오였다.
이 늦가을에 말이다.
[차유진 : 엄마가 찍어주었어요!:D]
정말 한결같은 놈이었다.
그래도 한발 늦게 내가 올린 글을 봤는지, 야밤에 전화해서 안부를 묻기는 했다.
-형!! 스토커 이겨요?? 때려요!?
이것도 정말 한결같았다.
“후.”
그리고 이때쯤, 드디어 회사에서 내 부상에 대한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80화

그 후로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체감으로는 순식간이었으나, 아마 짧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들었다.

머리가 상쾌했기 때문이다.

“…….”

다행히, 눈을 뜨자마자 보인 곳은 누가 봐도 1인 병실이었다.

‘됐다.’

전화 받은 놈이 제대로 처리했나 보…….

“…! 문대야.”

“…!”

고개를 돌리자, 의자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난 류청우와 눈이 마주쳤다.

‘뭐야.’

이놈이 여기 왜 있어.

“잠깐, 호출!”

그러나 뭘 이야기할 겨를도 없이, 류청우는 곧장 버튼을 눌러 의료진을 불렀다.

그리고 잠시 뒤.

“네. 다른 이상 징후는 없으시고요. 수액 속도 괜찮으신가요?”

“예…….”

“그럼 이대로 한 시간 후에 다시 교환해 드릴게요.”

방문한 의료진의 체크하에 큰 이상 없다는 소견이 다시 발급된 듯하다.

나는 수액이 들어가는 손등을 떨떠름한 눈으로 보았다.

‘어쩐지 상쾌하더라니.’

항생제랑 영양제가 직통으로 들어간 덕이었나 보다.

“이상 있으시면 호출하시면 돼요.”

“…예.”

“감사합니다!”

달칵.

그리고 의료진이 나가자마자, 심각한 얼굴들이 침대 옆에 줄줄 튀어나왔다.

하나가 아니라, 셋이나 된다.

류청우가 잠시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 같더니 큰세진과 배세진이 어딘가에서 튀어온 것이다.

‘뭐야 이거.’

무슨 조폭 영화에서나 봤던 구도 아닌가.

그 와중에 류청우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손목은 염좌라 전치 3주, 갈비뼈는 두 대 실금 4주. 팔다리 피멍은 그것보단 빨리 빠질 거라고 하시더라.”

“…….”

“너 하루 꼬박 정신 못 차렸어.”

생각보다 부상 정도가 양호했다. 박문대 몸이 의외로 단단했나 보다.

‘안 부러진 게 어디냐.’

다만… 이 상황 보니 머리는 좀 잘 굴려야겠군.

맛 가기 직전이었던 나한테 마침 전화를 걸었던 당사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일단,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

큰세진이다.

안 봐도 이놈이 남은 둘에게 연락한 것 외에는 이 상황에 답이 없다.

“…야.”

“뭐, 왜.”

그 와중에 왜 이렇게 대꾸가 비협조적이냐.

“나 혼자 119도 안 부르고 널 병원까지 어떻게 옮기냐? 자차 있는 형 부르는 거 외에 방법 있어?”

“…….”

추궁하려던 건 아니다만, 확실히 할 말이 없긴 하군.

큰세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애초에 너한테 전화 걸었을 때… 청우 형이랑 만나는 중이었거든.”

“…….”

“너 톡이 너무 이상해서.”

“…뭐?”

큰세진은 팔짱을 꼈다.

“박문대가 멀쩡한 숙소 놔두고 굳이 호텔 가는 것도 웃긴데, 그것만 남기고 연락이 끊기니까 더 이상하잖아.”

“…!”

“그래서 다른 애들한테도 물어봤는데… 답장마다 다 이상하더라.”

큰세진이 배세진 쪽으로 살짝 턱짓했다.

“저 형님도 그래서 청우 형한테 연락 중이었대.”

배세진이 살짝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종합소득세 신고까지 이야기했으면서 갑자기 아파트 평형 잘 모른다니까, 이상해서.”

“…….”

떠본 거였나.

큰세진이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

“그거 너 아니지?”

“…….”

“그러니까 좀 묻자, 너 대체 꼴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래. 이 질문은 나올 줄 알았다.

“내가 당장 신고하자는 청우 형 말리긴 했는데… 솔직히 나도 왜 말린 건지 모르겠거든? 진짜 별생각이 다 들고….”

큰세진이 허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혼자 처리하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면 지금이라도 신고할 거니까, 무슨 일인지 그냥 빨리 털어놔라.”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신고는 되도록 피하고 싶은데.”

“그러니까 왜!?”

“문대야, 어떤 이유든 우선 공식적으로 기록 남기는 게 좋아. 신고하자.”

“…활동 때문이야?”

“아뇨.”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쌍방 처리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

“뭐, 뭐?”

나는 수액이 들어가고 있지 않은 쪽 손을 주먹 쥐고 흔들었다.

“X나게 패줘서.”

“…….”

“…….”

“외출하다가 웬 미친 새끼한테 걸려서 때려눕히고 증거 좀 잡아놨는데, 우리나라 법이 정당방위 범위가 너무 좁아서… 승소해도 법정 가면 시간만 잡아먹잖아요.”

“그, 그래도 그 새끼한테 법의 철퇴를…….”

“제가 진짜 철로 대가리를 갈겼으니까 괜찮습니다.”

“…….”

수갑이지만 뭐, 철은 맞겠지.

입을 벌리고 굳은 셋을 향해, 나는 덤덤히 설명을 이었다.

“사실 제 부상의 다수는 역으로 제압하려다가 생긴 거라… 실제로 무방비 상태에서 맞은 건 아니라서, 괜히 기사 나서 물고 늘어지면 저만 귀찮아질 것 같거든요.”

“……으음.”

이놈들 얼굴이 다 얼빠졌다 복잡 미묘해졌다 난리도 아니군.

하지만 배세진은 여전히 어두운 얼굴이었다.

“그래도 네가 맞은 게 맞단 거잖아…!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으니까, 잘 맞춰서 신고해 보자. 너한테 또 해코지할 수도 있고.”

“뭐, 어차피 신고해도 질 테니까 그쪽이 입 털 순 없을걸요. 쓸데없는 짓 못 하게 겁도 잘 줬고.”

“거, 겁을?”

“예. 제대로 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숙였다.

“음, 제가… 일 처리를 대충 했을 것 같나요.”

“…….”

아닌가 보다. 평소 신뢰를 잘 쌓은 것이 여기서 빛을 발하는군.

“설명 괜찮았을까요? 그래서 신고는 안 하려고 했습니다. 119도 부르면 바로 부상 원인 추적하실 것 같아서 안 하는 쪽으로 부탁했는데요.”

“…문대야. 그거 그냥 병원 와도 해.”

“…!”

류청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너 상태 정말 심각했어. 열은 펄펄 끓는데 얻어맞고 포박당한 것 같은 흔적도 있지….”

“…….”

“나야 네가 누굴 얼마나 때렸는지 모르지만, 정당방위 범위가 어떻게 되든 간에 네가 피해자야. 지금 네 모습을 보고 쌍방 같은 소리가 나올 리가 있나.”

류청우가 한숨을 쉬었다.

“일단 병원엔 아픈 상태에서 무리하다가 콘서트 연습 사고가 난 걸로 말은 해뒀지만… 그래도 난 신고하면 좋겠다. 네가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

“아니면 최소한 그 사람 신상 명세는 아는 대로 회사하고 공유하자. 혹시라도 접근 못 하게 해야지.”

“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몽타주 정도 대충 지어내서 이야기하면 되지 뭐.

“예. 회사에 연락해 보겠습니다.”

“…! 잘 생각했어.”

“우리한테도 말해줘! 그런 미친놈은 다들 주의해야지.”

“알았어. 음, 그리고.”

좀 민망했지만, 이 말은 하는 게 좋겠다.

“고맙다.”

“…!”

“형들도 감사합니다. 솔직히 그때 전화 안 왔으면 힘들었을걸요.”

나는 피식 웃었다.

“사칭한 메시지, 솔직히 그럴싸하던데. 누가 눈치챌 줄 몰랐습니다.”

“…….”

잠시 약간의 감동과 성취감으로 병실이 훈훈해졌다.

‘잘하면 탈출 안 했어도 오함마 맞기 전에 행적 잡혔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더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 찰나, 큰세진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러니까 나한테 더 잘해라. 우선 내 개인 사진을…….”

“취소한다.”

“야! 너무하네!”

큰세진이 침대보를 쳤다. 웃긴 새끼.

“…흠, 흠! 잘 쉬고. 아무튼! 몸조심하고!”

“그래. 그래도 제때 병원 와서 다행이다.”

남은 둘도 뿌듯해하는군. 좋아, 상황 정리 잘됐다.

“아, 음료수나 좀 사올까. 너희 뭐 마실래?”

“에이 형,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니야. 나 좀 걸을 겸 다녀오려고. 음, 문대는 사과주스?”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집을 게 있다면, 이거다.

‘음, 확실히 좀 편하군.’

류청우가 덜 거북했다.

아무래도 무의식이 아플 때 도와준 놈을 뇌에 도로 잘 찔러넣은 모양이다.

‘역시 체감을 해야 알아먹어.’

몸에 이득이 되니 머리가 도로 좀 돌아왔다.

“그럼 쉬고 있어.”

“네.”

나는 적당히 손을 흔들어 류청우를 배웅했다.

달칵.

그리고 놈이 나가자, 갑자기 큰세진이 슬쩍 물었다.

“야, 리더 형도 나갔는데.”

“…….”

“뭐 회사에 이야기하긴 싫지만 털어놓고 싶다 하는 거 없어? 세진 형님도 문대가 털어놓으면 딱 들어주실 거죠?”

“뭐, 뭐? 아, 그… 당연하지!”

눈치 빠른 새끼.

‘내가 대충 칭찬으로 말을 돌린 걸 눈치챘군.’

뭐, 어차피 만일을 위해서 몇 놈한테는 설명해 두려고 했다.

차후 활동 중 되도록 VTIC과 엮이지 않는 쪽으로 팀 내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서 말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지.’

그러려면 서로 안 친해서 나 몰래 뭘 공모하지 못할 만하며, 다른 놈에게 실수라도 안 떠들 성격이 좋다.

‘딱이군.’

나는 입을 열었다.

“나 습격한 놈 말인데, 사실 안면이 있는 사람이야.”

“뭐?”

“누구!”

“VTIC 청려요.”

“……!!”

배세진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확 굳었다.

“그 새끼, 어쩐지 이상했어.”

“…그래요?”

“어, 눈이 이상했…!”

“신고하자.”

“…!!”

큰세진이 굳은 얼굴로 치고 들어왔다.

“앞으로 시상식이나 음방에서 계속 볼 건데, 안 돼. 신고하자.”

“그럴 필요 없다니까.”

“너 지금은 괜찮아도 막상 만나면…….”

나는 피식 웃었다.

“그 X밥 새끼가 뭐.”

“…!”

“말했잖아. 때린 건 나라고.”

나는 수액 맞는 팔을 조심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 새끼, 얼굴도 맞아서 한동안 활동도 못 할걸.”

“……널 먼저 신고하면,”

“녹음에 사진에 막판엔 사과까지 받았어. 못 해.”

“……후.”

큰세진은 한숨을 푹푹 쉬었으나, 더 반박하진 않았다.

‘신고하면 무슨 진창이 될지 슬슬 감이 오나 보군.’

그래도 그룹 성적에 그렇게 목매는 놈이 신고하자고 말한 게 용하긴 했다.

“대체 왜 널…….”

“모르죠. 그냥 꼴 보기 싫었나 본데요.”

“미친놈이네.”

업계에서 더 기상천외한 놈들을 많이 봤는지, 배세진은 의외로 쉽게 이 빈약한 이유를 납득했다.

그리고 머뭇거리다 물었다.

“…쟤랑, 나한테만 말하는 이유가 있어?”

“음, 앞으로 혹시라도 굳이 VTIC 만날 스케줄 잡을 것 같으면 요령껏 좀 같이 피해달라고 부탁드리려고요.”

살짝 아부도 해놓자.

“일할 때마다 발언을 잘해주시니까요.”

“…! 그, 그래. 알았어.”

사명감을 좀 불어 넣어주니까 확 낫군. 좋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증거는 꼭 가지고 있어!”

“그럼요.”

그렇게 ‘박문대는 왜 저 꼴이 됐는가’에 대한 설명과 납득이 끝났다.

‘생각보다 힘들었는데.’

뭐, 그래도 좋은 의미로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얘들아, 음료수.”

“오~ 감사합니다!”

“…고마워.”

얼마 뒤 류청우가 돌아왔고, 나는 제법 비싼 편의점제 사과주스를 마시며 머리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일단… 부상을 거동이 편한 선까지 회복하는 데에 넉넉잡아 4주인가.’

아슬아슬하게 콘서트 시작에는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여차하면 서울 콘서트는 좀 무리하면 그만이고.’

다만 문제는 그동안 최종 연습을 못 따라간다는 점이다.

단체 안무야 휴가 전에 익혔으니 변동사항이 없으면 어떻게 맞추겠는데, 솔로 무대가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팬서비스로 넣은 코너도 새로 안무를 따야 했다.

‘조심하면서 동작은 외우는 게 최선인가.’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일단 다른 놈들한테도 부상 양해 좀 구하고, 회사에도 연락해서 미리 기사 좀 뽑아달라고 할 생각이다.

‘지금 때려놔야 혹시 콘서트 때까지 회복이 안 돼도 다들 양해해 주겠지.’

…하지만 이 행동이 생각보다 강한 파장을 불러올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미루는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일단 이걸 보자마자 선아현이 여행을 때려치우고 병실에 찾아오더라.

아무래도 내 원룸에 침입했던 또라이들을 본 적이 있어서 ‘스토커’라는 변명에 더 식겁한 모양이었다.

“무, 문대야!”

“…? 안녕.”

‘너 왜 여기 있냐’는 표정을 쳐다보기도 전에 선아현이 기겁해서 버럭 외쳤다.

“아, 약간 다친 거 아니잖아!”

“…….”

뭐… 깁스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약간 아니냐.

나는 거의 울 것 같은 선아현을 역으로 진정시키고 무슨 빵이 가득 든 선물 상자를 받았다.

속초의 유명한 빵집이라는데, 아무튼 맛은 좋았다.

그리고 선아현을 여기까지 데려다주신 부모님과도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너무 안타까워해 주셔서 오히려 좀 머쓱했다.

“다음에는 꼭 아현이랑 같이 와. 요새 너무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 아이고, 어떡해.”

“괜찮습니다. 제가 이겼어요.”

“그, 그러니? 그래도…….”

울상인 얼굴이 선아현이랑 똑같던데, 집안 내력인가 싶었다.

“피, 필요하면 연락해!”

“알았어.”

이후로도 선아현은 휴가가 끝날 때까지 병실을 들락거렸다.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나라면 절대 휴가 때 매일 병문안 안 온다.

‘인성의 차이인가.’

아, 물론 선아현이 아닌 다른 멤버들에게도 연락은 왔다.

그중에는 안 그래도 연락하려던 놈도 있었다.

-형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김래빈 말이다.

“그래. 음, 잘됐네. 안 그래도 할 말이 있었는데.”

-예…?

그리고 나는 할 일을 했다.

“안녕하세요. 할머님. 박문대입니다.”

나는 일단 분위기를 띄우려고 트로트를 부르려고 했으나, 김래빈의 할머님은 취향이 확고하셨다.

“드, 들려드리겠습니다.”

음, 아무튼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유진은… 놀랍게도 휴가 마지막 전날까지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생존 신고를 한 것이, 단체메시지방에 올린 짧은 동영상이었다.

…바로 바닷가에 입수하는 차유진을 역동적으로 막 찍은 비디오였다.

이 늦가을에 말이다.

정말 한결같은 놈이었다.

그래도 한발 늦게 내가 올린 글을 봤는지, 야밤에 전화해서 안부를 묻기는 했다.

-형!! 스토커 이겨요?? 때려요!?

이것도 정말 한결같았다.

“후.”

그리고 이때쯤, 드디어 회사에서 내 부상에 대한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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